아직도 가야 할 길
M.스캇 펙 지음, 신승철 외 옮김 / 열음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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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생을 두고 우리가 가야할 길, 우리 모두 게으름이라는 '원죄'로 인하여 가기를 망설여하거나 포기하고 싶어 하는 길. 바로 영적 성장으로 가는 길이다. '삶은 고해(苦海)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책. 인생을 문제와 고통에 직면하는 것이므로, 끊임없는 자기 훈련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1부 '훈련'. 사랑에 대해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북돋아 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나가려는 의도' 라고 정의 내리고, 사랑에 빠진다는 감정의 허상과, 경계해야 할 의존성에 대해 말한 2부 '사랑'. 3부 '성장과 종교' 에서는, 과학과 종교에 관해 이보다 더 잘 설명해 놓은 글을 아직 나는 보지 못했다고 감히 말하겠다. 종교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 자아 형성 과정에서 어떻게 세계관이 형성되는지에 대해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우리 문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가족이라는 사실, 그리고 우리의 부모는 그 문화의 지도자들이라는 것. 하느님의 성격에 관한 우리의 첫째 견해는 바로 우리의 부모의 성격을 투사한 것이며 또는 부모들의 성격을 혼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니, 섬찟하기조차 하지 않던지. 마지막 4부에서는 '은총'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하느님의 존재를 다름아닌 우리 내부의 '무의식'과 동일 개념으로 보는 견해에는 다소 충격적이기도 했다. 우리가 성장해가는 목적지는 결국 하느님의 경지를 향해 나가고 있는 것이라는 것, 하느님이 바라는 것은 우리가 하느님과 같게 되는 일이기 떄문에 하느님은 알파이며 오메가라 말하는 의미라고 한다. 사람들이 사랑할수 있는 능력, 즉 성장하려는 의지는 어린 시절의 부모의 사랑뿐 아니라, 우리들의 삶 전체에 미치는 하느님의 사랑인 은총에 의해서도 자라남을 저자는 믿고 증명하려고 애써왔다고 한다. 부모로부터의 애정결핍이라는 외상은 우리 의식 세계 바깥에 있는 강력한 힘으로서 무의식이라는 대리자를 통한 은총으로서 극복될수 있다는 말.

영적 성장은 게으름, 또는 우리 속의 병든 자아의 형태로 존재하는 원죄를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적극적인 훈련의 과정이며,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며, 쉽지 않은 less travelled road 인 것이다.

최근 들어 읽은 책중, 이 책처럼 밑줄을 많이 치며 읽은 책도 없었던 것 같다. 때로는 평안을 느끼다가, 어느 페이지에서는 폐부를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며 놀라움과 깨달음과 집중을 준 책. 이 책을 왜 나는 이제야 만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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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6-01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가는 책이네요. 카톨릭 종교학자분들 강의 할 때 듣던 말이 많이 있네요.

hnine 2006-06-01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해드리고 싶어요. 종교와 관련 없이도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되어요.

whsim69 2006-08-0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전까지 참 읽고 싶었는데, 댓글을 보니까 읽고 싶은 맘이 싹 가시네요. 기독교가 원래 나쁜건 절대 아닐텐데 한국기독교의 지랄과 꼴볼견을 하두 봐서 이젠 기독교 소리만 나와도 정내미가 떨어지내요.
 
 전출처 : 플레져 > 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아래층에서 물 틀면 단수가 되는
좁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 전세방에서
만학을 하는 나의 등록금을 위해
사글셋방으로 이사를 떠나는 형님네
달그락 거리던 밥그릇들
베니어 판으로 된 농짝을 리어카로 나르고
집안 형편을 적나라하게 까 보이던 이삿짐
가슴이 한참 덜컹거리고 이사가 끝났다
형은 시장에서 자장면을 시켜주고
쉽게 정리될 살림살이를 정리하러 갔다
나는 전날 친구들과 깡소주를 마신 대가로
냉수 한 대접으로 조갈증을 풀면서
자장면을 앞에 놓고
이상한 중국집 젊은 부부를 보았다
바쁜 점심시간 맟춰 잠 자주는 아기를 고마워하며
젊은 부부는 밀가루,그 연약한 반죽으로
튼튼한 미래를 꿈꾸듯 명랑하게 전화를 받고
서둘러 배달을 나아갔다
나는 그 모습이 눈물처럼 아름다워
물배가 부른데도 자장면을 남기기 미안하여
마지막 면발까지 다 먹고 나니
더부룩하게 배가 불렀다,살아간다는 게


그날 나는 분명 슬픔도 배불렀다.


詩 함민복



Photo : 플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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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많이 흘린 사람은 눈물을 적게 흘린다...는 중학교때 내가 좋아하더 수학 선생님의 말씀도 생각이 났고, 예전에 읽은 공지영의  '절망을 건너는 법' 이었나? 하는  제목의 소설도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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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5-30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민복님의 시를 좋아하시나 봐요?
뼈저린 가난, 그렇지만 꿋꿋하게,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
저도 뭉클하네요.

hnine 2006-05-31 0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비자림님.
전 이런 꿋꿋함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 같기도 해요.
 
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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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공중그네, 장인의 가발, 3루수, 그리고 여류작가.

이 책에 실려있는 다섯 편의 제목이다. 이미 익히 들어온 이 책에 대한 평에다가, 다섯 편의 제목을 훑어보고 내 멋대로 미리 가졌던 '감'은 틀리지 않았다.

외부를 향해 날을 세워 자신을 방어하는 고슴도치의 속성,

매달려 있는 불안감을 속성으로 하는 공중그네,

감추고 싶어하는 부분을 덮어주는 가발,

최전선에서 물러나 있는 3루수,

그리고 끊임없는 경쟁의식과 완벽주의에 시달리는 '여류'작가.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바로 '강박증'.

겉으로 나타내 보이고 싶지 않은 감정들이 더 이상 제어가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른 사람들이다, 바로 나이고 당신이다.

강박증은 증상으로  나타날 뿐, 원인을 찾아 들어가려면 아주 객관적인 관찰과 되돌아봄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신의 강박증을 스스로 알아내기란 어려운 법. '이라부' 는 정신과 의사이지만 어쩌면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볼때 또다른 종류의 정신의학적 증세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될 만큼 특이한 사람. 요즘 얼마나 새로운 신조어의 병명이 많던가. 이라부의 역할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발생 원인만 다를 뿐 자신이 일종의 강박증 증세를 가지고 있음을 알려주고, 억누르고 있던 욕망이나 감정을 억지로라도 분출하도록 유도하는 일이고, 이 책에서 이라부는 그 역할을 아주 탁월하게 해낸다.

우리가 강박증으로부터 조금이라도 자유로울수 있는 방법은? 이라부라는 가상의 인물을, 나의 분신으로 마음 한구석에 키우는 것, 그래서 가끔 그로 하여금 나의 억눌린 자아를 분출하도록 유도하게 만드는 것.

이 작가가 이 책을 왜 썼을까, 무슨 의도로 썼을까 하는데 집중하며 읽느라 막상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읽으면서 배를 잡고 웃는 일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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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6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남편과의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곳, 공주 마곡사.

나는 결혼 전에 한번, 또 2년 전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두번째 방문을 해본 적 있다.

어제, 나로서는 세번째 마곡사를 찾았다 남편, 아이 데리고. 이젠 집에서 1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

도착해서는 옛날에 남편 단골집이었다는 태화식당에서 산채정식을 점심으로 먹고 (이 시점에서 자기는 배불러서 밥 안먹겠다고 하는 아이를 한번 야단 치고),

이번엔 대웅전보다 영은암, 백련암, 샘골 등을 찾아서 걸어 돌아다녔다. 예전엔 여기로 길이 있었는데 어쩌구 하는 남편의 말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길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여름 같은 찌는 햇빛, 아카시아, 찔레꽃 향기를 내내 맡으며, 아마 어제 제일 많이 본 풀 중의 하나일 '애기똥풀' 에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학교 다닐 때 식물분류학 시간에 배운대로 아이에게 얘기도 해주고.

남편이 아이에게 아빠 어릴 때는 저 아카시아 꽃을 따서 먹었었다고 하자, 밥을 안 먹고 꽃을 따 먹었냐고 한다. "아니, 밥도 먹었지." 하자, 아이가 "아하~ 밥 먹고 디저트로 먹은거구나." 한다. 밥 이외의 음식은 밥을 잘 먹었을 경우 디저트로만 먹을수 있다고, 군것질 하고 끼니를 소홀히 못하게 하려고 내가 평소에 그랬더니 하는 말인가보다. 그러면 자기는 오늘 아카시아 꽃을 밥 대신 먹어야겠다고 장난을 친다. 아까 길에서 구운 알밤을 사달라고 하는걸 내가 다린이는 오늘 점심 밥을 잘 안 먹었으므로 디저트도 없다고 했더니 하는 말이다. 요즘 아주 몸장난에 말장난까지 늘어가지고.

암자들을 둘러보고 오는 길에 마곡사 초입의 계곡에서 신발 벗고 신나게 놀면서 땀을 식혔다. 물속의 바위 사이를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위험하다고 못하게 하려는 남편을 내가 말렸다.

입구에 얼레빗 파는 곳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파는 빗을 꼭 사야겠다고 떼를 쓰는거다 아이가. 꼭 필요하다면서. 결국 제일 작은 나무로 만든 빗을 하나 사주었더니, 손에 들고 다니며 걸으면서도 계속 머리에 수시로 빗질을 하는 모습이란...

마무리는 역시 동네 대중탕에 가서 목욕하는 것으로 하고, 밖에서 저녁 먹고 들어가자는 남편 달래서 집에 와서 후다닥 저녁 해 먹고, 배부르다고 저녁 산책까지. 계속 업어달라는 아이를 또 야단 쳐가며...

그렇게 우리의 일요일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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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5-22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곡사 다녀오셨군요~~~
절로 들어가는 내내 이어지는 주변 풍경이 참 멋지지요.

hnine 2006-05-22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세실님.
그런데 남편은 예전에 비해 너무 많이 상업화 되었다고 하더군요. 옛날 같은 분위기가 안난다면서.

호랑녀 2006-05-22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봄에 마곡사 처음 가봤는데 참 좋더군요. 올해도 가야지 하면서 시간만 흐르네요 ^^

싸이런스 2006-05-2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치나인님은 참 따뜻하고 편안해요! 주말 여행 축하드려요!

hnine 2006-05-22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1시간밖에 안 걸려요. 계곡에 제가 빗 파는 집에서 산 카드를 두고 왔는데 가시거든 바위위에 아직도 있나 좀 봐주세요 ^ ^

싸이런스님, 아니랍니다. 윗글에도 보세요 그새 아이를 야단치기를 두번씩이나. 화도 잘 내고 야단도 잘 치는, 변덕이 죽 끓는 듯하는 아줌마랍니다. 하지만 이렇게 토닥토닥, 울리고 울고 하는 가족이 있다는걸, 전 혼자 지내보고서 아주 감사하게 생각한답니다.
 

잠결에도 비가 오는 것 같은 느낌에 평소보다 좀 일찍 잠이 깨었다.

소리로 알았을까 아니면 습도로 감지되었을까.

마루로 나와보니 보슬보슬 내리고 있는 비.

보슬보슬보슬보슬...

지금 오후로 넘어가는 이 시간에도 아주 조금씩 계속 내리고 있다.

화창한 주말이 되려나

아침부터 몇번을 감정이 위로 끓어올랐다가

간신히 가라앉을만하면 다시 끓어오르고

그러기를 두어 차례

점심 먹고 앉아서 남은 시간, 노래 들으며 (앙드레 가농 음악을 듣고 싶었는데 김 윤아의 노래를 들었다) 마음을 진정시킨다

어떤 사람이 어떤 성격, 성향을 가지게 된데에는 다 그럴 만한 배경과 상황이 있겠지

여러 가지 요인이 만들어낸 결과이려니

나도 내 성격에 대해서 과히 자부 못하는데

악한 사람 아니라면 그냥 너그럽게 보아 넘기자, 저 사람 잘못이 아니야, 보아 넘기자...이러고 있다

공식적으로나마 주5일제가 시행되고 있는 기관에서,  노골적으로 토요일에 나와서 일하라고,

그런 지시 받는게 싫을 뿐이야 이 나이에. 토요일에 나와서도 해야할 일의 분량인지, 일의 성격상 그러한지, 그렇게 시급을 다투는 일인지, 그건 내가 알아서 결정할 일인데 말이다

자~ 1시 하고도 5분.

일어나서 일하자!

아이가 엄마 가지라고 준, 책상 위의 알록달록 샤프 펜슬을 보고서 한번 씽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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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름은김삼순 2006-05-1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곳은 비는 그쳤는데 날은 어두컴컴,,아주 찌뿌둥하답니다;;ㅎ

하늘바람 2006-05-19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샤프펜슬 탐나요. ^^ 여긴 아직 비 안오는데

치유 2006-05-19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싱긋~~!

물만두 2006-05-1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비 안와요~

세실 2006-05-19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정에서보다 직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직장인들.
그 안에서 충분히 행복하고 즐거울 권리가 있는데 다들 소중한 것을 모르고 사는 것 같습니다. 겸손과 배려! 이 둘만 지켜진다해도 지금보다 10배는 행복하겠죠?

hnine 2006-05-19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이름은 김삼순님, 여기 대전도 이제 비가 그친 듯 합니다 현재 시간 4시 5분 ^ ^

하늘바람님, 샤프 펜슬, 제 아이 방문 교사 선생님께서 주신 것인데요, 글쎄 여자들 쓰는 것 같다고 엄마가 써야한다는거예요 . 여섯살 남자 아이가, 벌써 여자꺼 남자꺼 가릴려고 하네요.
배꽃님, 사소한 것 가지고 기운 차리는, 우리 이름은 '엄마'! 맞지요? ^ ^
물만두님, 오늘 비, 으흠...괜찮은 분위기였어요. 하루 이상 오지 않는한, 비 오는거 이제 개의치 않게 되었어요.
세실님, 제가 그동안 지나치게 겸손하고 그 분 입장만 배려했나, 오만방자한 생각까지 해보고 있습니다 ㅋㅋ

싸이런스 2006-05-19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어떤 나쁜 넘이 에치나인님을 열받게 했단 말입니까! 나빠요 그분!

hnine 2006-05-19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런스님, 제 편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흑 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