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알프스가 눈에 덮일 무렵에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위대한 철학자들이 만약 정원 꾸미기에 정신을 쏟을 수 있었다면, 그들은 진정 기뻐하며 위대한 범인으로서 생애를 장식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즉, 철학자들의 이런저런 고민은 육체를 너무 등한시한, 무서울 정도로 단순한 데 기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땅을 일구고 돌을 나르고 좋아하는 초목을 심어 기르는 등의 생활을 체험했다면 살아가는 의미 등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에 대해 그토록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현세의 생명체에 대해 어떠한 의혹도 끼어들 여지가 없지 않았을까. 그들에게 부족했던 것은 척추동물로서 당연히 흘려야 하는 땀과, 꾀죄죄한 현실 속에 엄연히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사실은 겨우 그런 것들을 하지 않아 고민에 휩싸였던 것은 아닐까. (126쪽)
























요즘 들어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들춰 읽어보는 일이 가끔 있다. 

위의 작가 같은 삶을 살아보지도 않았지만 단박에 공감을 하고 밑줄 남긴 곳, 다시 읽어봐도 좋기에 옮겨 적어보았다. 아마도 

'책을 읽으면 더 나은 생을 살 수 있는것인가.'

'내가 책을 읽는 행위 자체로 얻는게 무엇인가.'

나 자신 이런 생각을 근래 종종 하던 중이라서 더 마음에 와닿는것인지 모른다.


오늘 새벽 다시 찾은 책의 저 문구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책 읽는 것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보고는 있지만 어쩌랴 공감이 가는 저 문장 역시 책에서 찾아낸 것을. 

아직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을.




그동안 읽은 마루야마 겐지의 책들 목록.

<달에 울다>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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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12-04 09: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루야마겐지 좋죠. 오래 전에 읽었는데 h님 페이퍼 보니까 읽고 싶네요.

hnine 2021-12-04 13:48   좋아요 2 | URL
한권이라도 새로운 책을 더 읽을 욕심에 읽은 책 다시 들춰보는 일은 좀처럼 없었는데, 요즘은 가끔 예전에 읽은 책 다시 들춰봐요. 밑줄 그은 부분이 있으면 다시 읽어보고 이런 좋은 문장을 한번 보고 말았다니,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었다니, 하는 생각을 해요.
그러고 보니 제목도 의미심장하네요. 석양이 아름답다는 얘기는 해지는 석양도 석양이지만 인생의 석양을 의미하기도 하겠지요? 제가 꼭 그 나이라는 것은 아니지만...(말꼬리 흐림 ^^)

scott 2021-12-04 1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이치 나인님 손글씨!
키티 만큼 귀엽!
마루야마 겐지
한국 작가들에 문인 스승!
그의 문장 속에는 여러 인물들의 움직임 목소리들이 들어 있죠
마치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완성한 글로 그림을 그리고 소리를 울려대듯!^^

hnine 2021-12-04 13:51   좋아요 1 | URL
똑같이 생긴 키티가 색깔별로 있답니다 ㅋㅋ
미니 만년필 끝에 장식으로 달려있던 것인데 부러져서 저렇게 키티만 남았어요.
제가 일본 소설을 잘 못 읽고 몇권 읽지도 못했는데 마루야마 겐지의 책은 거의다 찾아 읽었어요. <달에 울다>는 제가 남편에게 읽어보라고 권해준 책이 딱 두권 있는데 그중 한권이었어요.

얄라알라 2021-12-05 23:26   좋아요 1 | URL
hnine님 동글동글, 반듯반듯
손글씨체에서 인성이 보입니다.
부럽부럽^^

알라딘 페이퍼에 제 손글씨를 실수로라도 올리지 않으려 조심하는 일인으로서 완전 부럽습니다!

hnine 2021-12-06 04:36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님, 제 손글씨가 여러분에게 귀염 많이 받네요 ^^ 감사합니다.
(쉿! 그런데요, 저 성격은 그렇게 동글동글, 반듯반듯 하지 못하네요. 삐죽빼죽해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1-12-04 2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글 읽고 어제 오늘 김치 담는다고 이제사 댓글 답니다~^^
아까 나인님 손글씨 넘 예쁘다고 남기려 했었거든요.전 손글씨 이쁜 사람들 넘나 부러워요.
미루야마 겐지 책은 한 권도 안읽었는데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hnine 2021-12-05 04:46   좋아요 3 | URL
김치 담그셨다니, 큰 일 하셨네요. 저는 따로 김장 안하고 김치 떨어지면 두 포기씩 사다가 담궈먹어요.
제 글씨체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기분에 따라 글씨체가 달라지기도 해서 아주 다른 글씨체로 쓰기도 한답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다 같아 보인다고 할지도 모르지만요.
마루야마 겐지의 작품은요, 소설과 에세이에서 그 느낌이 많이 달라요. 소설은 소설대로, 에세이는 에세이대로 저는 좋았답니다. 말씀드렸지만 제가 꼽는 최고는 <달에울다>요. 그림을 보는 듯 문장을 읽게 되는 소설이예요.

mini74 2021-12-04 2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짜 글씨가 예쁘세요. 글씨 쓰실 맛이 날듯 한 ㅎㅎ 마루야마 겐지. 달에 울다 최고시라니 읽고 싶어집니다 *^^*

hnine 2021-12-05 04:51   좋아요 2 | URL
글씨체 보면 제 나이와 제 얼굴과 연결이 안될수도 있답니다 ^^ 중학교때 수학선생님께서 남자 분인데 글씨를 동글동글 아주 귀엽게, 초성을 다른 부분보다 더 크게 쓰시는걸 보고 맘에 들어 따라쓰다보니 점점 닮아 간것 같아요. 지금 봐도 제 글씨체보다는 그때 그 수학선생님이 글씨가 훨씬 더 예뻤는데 다시 볼 수가 없네요.
마루야마 겐지의 <달에 울다>는 그의 대표작, <여름의 흐름>은 그가 작가로서 그야말로 확 뜨게 한, 큰 상 받으며 데뷔하게 한 작품이랍니다. <여름의 흐름>도 좋았는데 제 의견에는 <달에 울다>가 더 예술적이랄까요.

페크pek0501 2021-12-10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에 울다, 를 갖고 있는데 완독하지 못했어요. 얼마쯤 읽었는지도 가물가물...
찾아봐야겠어요. 잘 알려 주셨습니다. ^^

hnine 2021-12-10 17:55   좋아요 2 | URL
제목부터 마음을 끌지 않나요? 달에 울다.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는 없겠지만, 눈으로 읽는 것은 분명 글자인데 읽는 동안에는 마치 어떤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답니다.
언젠가 한번 만나보시기를 바랄께요.
 












나 

한때 귀한 향 피워

이승의 인간들 마음을 흔들었지

소리없는 부름을 어떻게 듣고

때로는 저승의 영혼들도 나와 흘끗거렸어



천 삼백년 전 어느 날

세상이 시끄러워지고

타오르는 불길 속에 휩싸이던 날

누군가 나를 들고 뛰어나가

물동이 진흙속에 급히 던졌어



깜깜한 진흙속에서 숨죽여

기다렸다네

다시 세상을 볼 수 있을까

향을 피울수 있을까

진흙탕 물 속에서 나는

녹지도 썩지도 않고 버텼네

천 삼백년을

다시 세상을 볼 수 있을까

다시 향을 피울 수 있을까



































국립부여박물관 소재 백제 금동 대향로

국보 287호

1993년 12월 백제 부여능산리사지 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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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1-23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여박물관 가 본 지 몇 년 되었어요.
백제 대향로 다시 봐도 아름답네요
님이 쓰신 시도 아름다워요.

hnine 2021-11-24 06:40   좋아요 1 | URL
경주, 서울, 심지어 공주 국립 박물관에 비해 아주 소박하지요.
그럼에도 백제 대향로는 자기 방이 따로 있어요 ^^
볼 때 마다 잠시 ˝얼음!˝ 이 되어 동작 그만하고 멈춰 보게 되지요. 너무 아름다와요. 그러다가 저도 모르게 마치 생명있는 것을 대하는 듯 의인화 시켜 보기도하고 그래요.
부여박물관 가보신 분 많지 않은데 프레이야님 다녀오셨군요. 바로 옆에 정림사지 석탑도 있는데, 멀리서 봐도 그 비례 자체가 아름다움이더라고요.

scott 2021-11-24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아름다운 자태!
지금이라도 봉황새가 날개짓을 할 것 같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도 이런 세공 기술로 만든 화로가 있었는데
부여는 분명 그 시절 국제적인 도시국가 였을 것 같습니다!


21세기 기술로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에이치 나인님 시도 멋집니다 !^^

hnine 2021-11-24 14:17   좋아요 0 | URL
요즘 길가에 노랗게 단풍든 은행나무들, 금동향로 모습을 닮지 않았나요? ^^
아무리 봐도 우아하고 섬세하기 이를데 없는 향로입니다. 향로 치고 크기도 크고요, 거기서 흘러나왔을 향냄새를 상상하고 있으면 묘하게 신비한 느낌이 들어요.
능산리 절터 발굴 작업중 물동이 속에서 진흙에 뒤덮여 발결되었다고 해요. 그렇게 천년의 세월을 보냈을 걸 생각하니 뭉클하기도 하고요.
박물관가기는 저의 취미~ ^^

2021-11-28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21-11-29 06:24   좋아요 1 | URL
뭔가 감상을 쓰고 싶었는데 그냥 문장으로는 멋있다, 아름답다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고, 보면 볼수록 마음 속에서 향로에 의인화가 일어다나보니 아쉬운대로 시의 형식을 빌어 느낌을 적게 되었네요. 감히, 시를 써야겠다 라고 작정하고 쓰진 않았고요. 그래도 잘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아예 북플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보니 친구 신청 이런것이 들어왔는지도 몰라요. 번거롭게 해드렸네요.)
 
불타는 평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4
후안 룰포 지음, 정창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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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된 책이라곤 두권이 전부이지만, 권수와 무관하게 후에 그 몇배 되는 가치로 평가받고 영향력을 남기고 간 작가 후안 룰포. 

그가 태어난 1917년 멕시코는 멕시코 혁명 이후 여파로 빈곤과 불안정 속 어두운 시기였고, 가정적으로도 룰포는 사회적 불행 못지 않게 결핍된 유년기를 보내야했다. 안팎의 이런 우울한 환경은 오히려 그에게 환상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데 한 역할 한 것일까. 그의 문학 작품속 독특한 구조와 구성 기법은 라틴아메리카문학 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릴 그 환상적인 분위기를 세우는데 기초를 마련하였다. 이런 환상성의 임팩트는 장편과 단편에서 그 느껴지는 바가 달랐는데, 장편 소설 <뻬드로 빠라모>를 먼저 읽어 작가에 대한 느낌을 어느 정도라도 알고난 후라서 인지, 단편 모음집인 이 책을 읽으면서는 훨씬 더 작가의 성격을 이해하는 것이 수월하였다. 

총 열일곱편의 짤막한 단편들이 실려있는데 죽임 또는 죽음은 빈번히 출현하는 사건의 소재이며 가난한 농민, 민중들의 구차한 삶의 단편들이 사실적, 구체적으로 드러나있다. 희극적 요소보다는 비극이고, 이상으로 환하게 불밝히며 현실의 고난을 잊게 해주던 혁명이었는데 그 결과와 잔재는 꺼진 불과 재처럼 농민의 삶에 이전에 없던 비극적 요소를 더해준다. 

혁명, 가난, 복수, 도망, 살인, 운명, 소외, 아버지와 아들, 형의 아내, 누명, 저주, 허구, 위선. 읽으면서 키워드로 메모해놓은 단어들이 목차 페이지의 각 단편 제목 옆에 촘촘한 끄적거림으로 남아있다. 이것이 모든 인생들의 키워드는 아니기를.


죽고 죽이는 사건은 단도직입적인 문장으로 짧게, 갑자기 던져지기도 하고, 

나는 레미히오 또리꼬를 죽였다. (23쪽, '꼬마드레스 언덕')

다음에서 처럼 간접적, 암시적으로 묘사되어 있기도 하다.

우리 두 사람은 지금 센손뜰라에 있다. 우리는 그가 없이 돌아왔다. 나딸리아의 어머니는 나한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내가 따닐로 형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았다. 나딸리아는 자기 어머니의 어깨에 고개를 기댄 채 울음을 터뜨렸고, 울면서 그간에 일어났던 자초지종을 말했다. (68쪽, '딸빠')

그리고, 한번 읽고 또한번 읽도록 나를 붙잡은 문장들 속에는 멕시코 출신 작가이기에 가능할 것 같은 정서가 있었다.


한동안 벼랑 밑에서 부는 바람이 마치 불어난 물살에 자갈 구르는 소리 같은 떠들썩한 소리를 우리 쪽으로 실어 오고 있었다. 

돌담 밑에 벌렁 드러누운 우리 모습이 흡사 햇볕에 축축한 몸을 데우는 이구아나 같았다. 

마치 멀리서 달구지들이 비좁은 자갈길을 지나갈 때 나는 소리를 듣는 기분이었다. (78, 79쪽, '불타는평원')

이런 표현을 그 어느 누가 할 수 있을까.

아래 대목에서는 인간의 슬픔이 열차의 슬픔으로 표현되고,

열차가 슬픔에 겨워 목이 잠긴 소리로 길게 경적을 올렸지만 다들 그저 눈을 뜨고 지켜볼 뿐 아무도 도와주지 못했다. (96쪽, '불타는 평원')

수록된 한 단편의 제목이기도 한 '나를 죽이지 말라고 해!'는 죽어가는 아버지가 아들을 붙잡고 호소하는 말로서 제목부터 처절하다. 죽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가난까지도 노력에 의해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숙명이 되고마는 현실에서 우리가 마지막에 할 수 있는 저 말 '나를 죽이지 말라고 해'는 내적 독백이자 의식의 흐름이 되어 소설 여기 저기서 대사처럼 그리고 울음처럼 스며나오고 있다. '우리는 너무 가난하답니다' 이것 역시 주인공의 독백이자 한 단편의 제목이다.


평론가들에 의해 특히 수작으로 꼽히기도 했고 나 개인적으로도 따로 표시를 해두고 다시 읽어보고 싶어질 작품으로 '불타는 평원'과 '나를 죽이지 말라고 해!', '너는 개 짖는 소리를 못 들은 거야'를 꼽겠다. 아니, 그러기에는 천국인지 연옥인지 시종일관 유령세계를 떠돌며 절묘하게 호소하는 '루비나'를 빼놓을 수 없겠고, 아들을 저주하는 아버지와 반란군 편에 서서 아버지 시신을 거두어들이는 아들이 등장하는 '마띨데 아르깡헬의 유산'도 그냥 넘어갈 수 없겠다.

작가 자신이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기 때문일까.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불편한 관계가 자주 등장한다. 이것은 룰포의 다른 책 <뻬드로 빠라모>에서도 그랬다. 


혁명을 통해 정치, 권력, 정복, 발전이 아니라, 남겨진 인간들의 가난을 통해 존재의 고립과 죽음을 보았던 작가 후안 룰포. 그에게서 영향을 받아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이 나왔고, 보르헤스와 더불어 라틴 아메리카 현대 소설 문학의 토대이자 양대 기둥으로 불리게 된다. 단 두권의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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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21 0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단편집 좋아합니다
마르케스는 후안 룰포의 작품들 입으로 줄줄 외웠다고 ..
라틴 아메리카 작품 세계를 활짝 열어준 작가 인것 같습니다. ^ㅅ^

hnine 2021-11-21 08:03   좋아요 1 | URL
먼저 읽은 <뻬드로 빠라모> 읽는 동안은 적잖이 헤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달아 이 책 읽기 얼마나 잘 했는지 몰라요. 후안 룰포 이 작가를 이해하는데 훨씨 더 도움이 되었고요.
이 사람, 단편에서도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을 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독자의 마음에 징~하고 울림이 천천히, 그리고 깊게 오게 하는 마력있잖아요, 그게 단편의 매력이기도 하고, 그런 매력을 충분히 발휘한 작품들이었다고 봐요.
scott님께서도 이 단편집 좋으셨다니, 역시 역시~~

2021-11-22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2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2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3 0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12-09 16: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이치 나인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서울은 미세먼지 가득 ㅜ.ㅜ

건강 잘 챙기세요^^

그레이스 2021-12-09 16:37   좋아요 2 | URL
저도 축하드려요

hnine 2021-12-10 12:30   좋아요 0 | URL
대전은 새벽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려요.
요즘 책 많이 읽지 못하는데 그나마 읽은 책 리뷰가 당선되니 좀 부끄럽네요.
오늘 같은 날 미세먼지까지 가득이니 마스크는 이제 필수품. 신체의 일부가 되려고 하고 있어요 ㅠㅠ
scott님, 그레이스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쎄인트saint 2021-12-09 17: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hnine 2021-12-10 14:42   좋아요 1 | URL
세인트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틴 작가들의 소설은 영 잘 와닿지를 않았었는데 이제 그 벽이 조금씩 얇아져가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아주 편식을 하고 있답니다. 지금 읽고 있는 것도 <달콤 쌉싸름한 초콜렛>이라는 멕시코 작가 소설인데, 도대체 원제가 뭐길래 우리말 제목이 저렇게 붙었을까 궁금해서 들춰보다가 발목 잡혔네요 ^^
세인트님 리뷰 당선도 축하드려요~~

thkang1001 2021-12-09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이달의 리뷰에 선정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hnine 2021-12-10 12:35   좋아요 1 | URL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금 받는 것도 기쁘지만 이렇게 축하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더 좋아요.

서니데이 2021-12-09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hnine 2021-12-10 12:37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제대로 잘 읽고 썼는지 자신은 없지만 저는 아무튼 재미있게 읽은 책이랍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들을 찾아 한나절 거리로 나드리 다녀온 곳들이랍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가장 큰 연잎일것입니다.












연꽃을 보러 간것은 아니고 충청남도 서천의 국립생태원을 보러 갔는데 코로나때문에 휴관이라네요.

가기전 찾아본 홈페이지에도 공지가 되어 있지 않았는데.

그 앞의 정원만 산책하고 왔습니다. 






건물이 이 세상 건축이 아닌 것처럼 특이하지 않나요? 2013년에 지어졌어요.


















할미꽃이 버티고 피어있습니다. 이 계절에.






다른 날 간 곳은 충남도서관.


충청남도 도청이 있는 곳은 대전이 아니라 '내포' 라는 곳.

충청남도 홍성과 예산에 걸쳐 조성된 신도시랍니다. '내포신도시'





충남도서관이 목적지였는데, 가보고 완전 반했습니다.



















근처에 공원도 잘 조성이 되어 있고 산책로도 있고, 큰 연못도 있고.

주위에 아파트 단지도 조성되어 있어 주거환경으로도 좋을 것 같아보였습니다


'나중에 여기와서 살까?' 




















여기 오는 길에 차 안에서 네가 남편에게 던진 질문이었는데, 같은 제목의 책이 눈에 띠어 열어보았더니 오래된 책이더군요. 한번 읽어봐야지 기록삼아 남겨두었습니다.






































단절된 것 같은 구조의 건물.

무슨 건물인지는 모르겠어요.

(충청남도 도청 건물이라고 합니다)







도서관 앞의 국화정원에서 찍었어요.





같은 장소의 꽃인데 카메라 각도를 약간 바꿔서 찍었더니 빛이 들어오는 양과 방향이 달라져서 그런지 위 아래 사진이  다른 느낌으로 보이네요.



...같은 꽃인데.



우리가 사는 것도 그런게 아닐까. 

보는 방향과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는거요.







공주의 중리동성당이라고 아주 오래된 성당을 찾아간 날인데 아주 조용하고 고즈넉했습니다.


이렇게 볕이 잘 드는 곳도 있고,







몇 계단 내려오면 옆으로 이렇게 볕이 안 드는 어두운 곳도 있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잘 자라고 있는 식물들.



당신의 가을은 무슨 색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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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1-0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포신도시군요. 충남도서관이 저리 멋집니까 !!! 하얀 국화가 빛의 방향에 따라 다르게 담기는 게 신기하죠. 밝게 보는 눈도 깊게 보는 눈도 모두 필요한 거 같아요. 이 가을 좋은 계절에 사진으로 가을냄새 느낍니다 ^^

hnine 2021-11-06 13:33   좋아요 1 | URL
내포신도시 저도 처음 가봤어요. 일부 정부 기관들이 대전에서 세종과 내포로 분산 이전했지요.
충남도서관은 책보러 갔다기보다 건물, 시설 구경하러 갔어요. 다녀온적있는 남편이 한번 가보자고 해서 나들이 삼아 다녀왔지요. 집에서 차로 1시간 넘게 걸리는 곳이라 혹시나 책 대출해올생각 말라더군요 ^^
밝게 보는 눈과 깊게 보는 눈 모두 필요하다는 말씀이 명답. 그런데 깊게 본답시고 어둡게, 밝게 본답시고 얕게 볼때가 저는 참 많더라고요.

프레이야 2021-11-06 13:54   좋아요 0 | URL
앗 저 세종국립도서관은 가 본 적 있어요. 외관이 약간 비슷하네요. 건축물로서도 멋집니다.

다락방 2021-11-06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남도서관 저도 한 번 가보고 싶어요!

hnine 2021-11-06 13:38   좋아요 0 | URL
이제 도서관도 옛날의 그 도서관 이미지에서 탈바꿈한지 오래되었어요. 책만 빌리고 시험때 열람실 들어가 공부만 하는 곳을 떠올리면 latte 소리 듣겠더라고요 ㅋㅋ 소위 그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해야겠지요.
내포는 신도시답게 새건물, 신축아파트, 새로 조성된 공원들이 들어서있는데 바로 지나온 홍성과 예산의 풍경도 좋았답니다. 사과가 주렁주렁, 논과 밭, 야트막한 지붕들.
저는 남편 은퇴후 저런데 가서 살까, 어떤 아파트가 들어가 있나 찾아보기까지 했다니까요 ㅋㅋ

바람돌이 2021-11-06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가을 분위기 물씬이네요. 어제 출근길에 가로수들이 모두 물든걸 보고 진짜 가을이 가네했는데 곳곳에 이렇게 예쁜 풍경들이 있네요. 덕분에 가을낭만 듬뿍받았습니다

hnine 2021-11-06 13:42   좋아요 0 | URL
가을이 점점 짧아져가니 이렇게 짧게 나들이다녀온 곳이라도 정리해야겠다 싶었어요. 더 근사하고 멋진 가을 풍경 보러가게되지 않을까 하고 묵혀놓았던 사진들인데, 아무래도 그냥 겨울을 맞게 될 것 같아서요. 내장산은 이번 주말이 절정이라더군요. 직접 나가서 보니 가을색은 꼭 낙엽색이 아니라 단풍때문에 울긋불긋 알록달록하다는 것을 새삼 발견했어요. 화살나무 잎은 빨갛게 변하니 정말 멀리서 보면 빨간 꽃다발처럼 보이고요. 이것도 어느 쪽을 보느냐에 따라 달라보이는 예가 될까요.

책읽는나무 2021-11-06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남 도서관!!! 너무 멋지네요?
찾아가볼만 한 곳이어요^^
예전에 세종시 중앙 도서관이었나?
세종시 국립 도서관이었나?
암튼 가보았는데 느낌 비슷한 것 같아요.
중후하면서 주변에 공원이랑 큰 연못도 잘 조성되어 있었고 멀리 아파트도 많아서 주변 아파트 사람들은 좋겠구나!생각 했었던~^^
사진 중 ㄷ자 모양의 서가 들어가 의자에 앉아 책 제목 구경하면서 놀고 싶네요.울동네 서점 중 한 곳은 외국소설 코너를 저렇게 ㄷ자 모양으로 감싸게 배치해 놓고 가운데 의자를 놔뒀거든요.그럼 전 거기 앉아서 책 제목 보면서 한참 놀다가 옵니다ㅋㅋㅋ
안 읽은 책이 이렇게나 많구나!! 심적 부담감도 같이 안고 오기도 하죠ㅋㅋㅋ
가을 풍경 덕분에 구경 잘하고 갑니다.
저희 동네 가을색은 맑은 하늘색이 아닌 좀 뿌연 하늘색이네요?아직도 미세먼지 영향이 있나 봅니다.그래도 단풍은 곱게 물들어 갑니다^^

hnine 2021-11-06 13:47   좋아요 1 | URL
세종시 중앙도서관이 집에서 훨씬 가까운데 수리중이라 잠시 문 닫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차선으로 택한 곳인데 세종시 중앙도서관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이랍니다. 책읽는나무님 벌써 다녀오셨군요. 말씀하신 것 읽어보니 충남도서관이랑 주위 분위기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런데 세종시가 네포보다 아무래도 주위 환경 조성이 더 진행되어 있겠지요.
오늘 제가 있는 곳도 미세먼지 수준이 안좋다던데 어차피 나갈때 마스크 하고 다니는지라 미세먼지 정보는 신경도 안쓰고 다니게 되네요.
노후에 살고 싶은 곳으로 제가 꼽는 조건 중 하나가 가까운데 큰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딱 그런 곳이었어요. 다른 도시에 비해서 아파트도 그리 비싸지 않을 것 같고. 그런데 제가 또하나 꼽는 조건, 큰 병원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에서 걸리더군요 ㅋㅋ (나이 들어 병원 멀면 다니기 힘들어서요 ㅠㅠ)

scott 2021-11-06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남 도서관 너무 멋집니다!

한번 들어가면 밖으로 나오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충청도가 서울 보다 훠월씬 쾌적하고 좋네유 ^0^

hnine 2021-11-06 13:51   좋아요 0 | URL
오래 정든 곳 아니고서야 새로 지은 곳일수록 시설이나 건물이 멋지고 다양한 목적으로 방문할 수 있어 사람 마음을 끄는 것 같아요. 더구나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 많이 실컷 볼수 있는, 책이 주인공인 건물 만큼 마음이 가는 곳도 없겠지요. 바로 옆에 아파트 단지가 있는데 그야말로 편의점 가듯이 편하게 걸어올 수 있겠더라고요. 얼마나 좋아요? ^^
어째 이번 페이퍼는 제가 충남도서관 홍보차 올린 페이퍼 같네요 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11-06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충남도서관. 순간 파주 지혜의 숲인가 했어요. 충청도 가면 함 들르고 싶네요. 전국 도서관 순례도 잼나겠어요. 같은꽂. 다른 시각. 사람도 그렇더라구요. 특히 남편이 보는 엄마와 내가 보는 시어머님부터^^;; 올려주신 가을색은 찬란합니다. 멋져요^^

hnine 2021-11-06 13:54   좋아요 0 | URL
맞다! 파주 지혜의 숲. 거기도 오래전부터 제가 가보고 싶은 곳인데 거리가 거리인지라 엄두가 안나더라고요.
가을색, 찬란하지요? 갈색으로 물들어 떨어지는 낙엽색만 떠올렸는데 정작 자연으로 나가보면 생각보다 찬란해요.
남편이 보는 엄마와 내가 보는 시어머님, 크, 바로 연상이 됩니다 ^^
이렇게 저렇게 볼 수 있는 안목도 생각의 여유에서 올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 모두 너무 쫓기듯이 한방향으로 달려가듯이 살고 있어요.

coolcat329 2021-11-10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충남도서관 멋지네요.

hnine 2021-11-10 19:17   좋아요 0 | URL
이포스팅으로 제가 마치 충남도서관 홍보대사가 된 느낌입니다 ^^
같은 충남권이라지만 제가 사는 대전에서 차로 한시간 좀 넘게 가야있답니다. 그래서 저도 저날이 첫 방문이었어요. 남편 퇴직후 저는 당연히 본거지였던 서울 가서 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여기 다녀오니 홍성, 예산에 걸쳐 있는 이곳에서 사는 것도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도서관이 그만큼 매력적이었다는거죠.
 
페드로 파라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3
후안 룰포 지음, 정창 옮김 / 민음사 / 200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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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니다. 등장 인물이 복잡한 것도, 복잡한 줄거리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다 읽고서도 어떻게 정리해서 리뷰를 올려야할지 감이 오지 않는 책들이 있다. 이 소설도 바로 그런 경우였다. 후안 룰포라는 작가 이름은 낯설지 않으나 작품은 읽어본 적이 없다. 평생 두권의 책만 내었다는데, 남미 문학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그 이름이 생소하지 않을 정도로 그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에 한 축을 이루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 두권중 하나인 뻬드로 빠라모를 다 읽고났지만 그 작품에 대해 내가 정확하게 느낌을 말할 수 있기에는 다시말해 리뷰를 작성하기에 생각은 설익었을 뿐이다. 시간이 생각을 익혀주는 것은 아닐텐데도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던 중이었다. 평소 잘 안꾸는 꿈을 꾸고 일어난 날이 있었다.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 생각하다가, 내가 아는 의식의 세계말고 나 자신도 잘 이해못하는 무의식의 세계, 잠재된채 존재하는, 하지만 분명 존재하는 그런 세계도 있다는 것을 새삼 떠올리게 되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나는 두 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과 사물들을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77쪽)


-시간이 마치 뒷걸음치고 있는 것 같았다. (77쪽) 


-무슨 일로 왔어요? 당신은 이미 죽었잖아요! (130쪽)

(이런 식의 문장이 자주 출현한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엄마는 죽으면서 아들에게 그동안 존재를 보인 적 없는 아버지가 있다는 곳을 알려주며 찾아가보라고 한다. 아들인 후안 쁘레시아도는 그렇게 아버지 뻬드로 빠라모를 찾아가는데, 정작 아버지가 있다는 곳에 도착해보니 아버지는 죽은 사람이었고, 아버지가 있다는 그곳은 망자의 세계여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예전에 그곳에 살다가 죽은 사람들이었다. 후안이 그것을 알아갈 무렵 독자는 알게 된다. 후안도 망자가 되어 있다는 것을. 


나는 무엇인가를 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머리 위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짙은 안개 같은 것을, 나의 입을 씻어내던 거품 같은 것을, 나를 사라지게 만들었던 운무 같은 것을. 그것은 내가 마지막으로 본 어떤 것이었다.

(81쪽-후안의 죽음을 암시하는 부분)


이 책은 왜 아들이 아닌 아버지를 제목으로 하고 있을까. 책의 중간쯤 되는 부분부터 이야기가 아들에서 아버지 중심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살아서 그 지역 땅부자였던 아버지 뻬드로 빠라모는 땅이면 땅, 여자면 여자, 종이면 종, 자기가 원하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손에 넣고야 마는 욕망으로 가득찬 인물이었지만 말년에 오랫동안 연정을 품어오던 여자인 수사나의 마음만은 끝내 차지하는데 실패한다. 수사나 그녀에게는 뻬드로 빠라모가 아닌, 플로렌시오라고 하는 따로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러나 읽다보면 이 플로렌시오의 존재도 실재하는 인물인지 모호하다. 소위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하는 이런 라틴 아메리카 문학 작품의 기법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읽기에는 쉽지 않은 구조이다. 

작가인 후안 룰포가 태어나 성장하던 시기는 멕시코 역사상 두번의 혁명을 거치고 불안정과 빈곤 속에 혼란한 시기였다. 작가 개인적으로는 일곱살에 아버지가 피살되어 수녀원의 고아원에 들어갔고 간신히 초등학교를 졸업은 하지만 그 해에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난다. 불우하고 우울하고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그는 몇편의 단편을 쓰고 (이것은 저자의 다른 한 권 <불타는 평원>에 실려있다), 삼십대 후반에 <뻬드로 빠라모>를 발표하여 작품성, 예술성을 인정받았으나 이후로 작가는 죽을 때까지 창작과 손을 끊는다. 그렇게 이 작품 <뻬드로 빠라모>는 멕시코 문학의 레전드로 남아 지금까지 멕시코 국민문학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들인 후안의 시각으로 출발하여 기억에 없는 아버지의 삶,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은 사람들로부터 들은 말을 통해 농민과 빈곤 계층으로 제시되는 이들의 핍박과 고난, 빈곤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끌고 나갔다. 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은 그것이 전부가 아닌 듯. 굳이 아버지의 삶을 작품의 중심으로 끌어들인 것은, 그래서 상상력과 독특한 구조를 할 수 밖에 없도록 이 작품의 운명을 지은 것은, 아버지의 삶이 아버지 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 주위에까지 어떤 식으로든 남아 아버지 당신의 삶보다 더 오래 흔적을 끌고 있으며 다른 이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까지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고 무의식이 아니면 알아낼수도 없는 형태로.


이 작품 이후로 침묵을 지키다 세상을 떠난 작가이니 아쉽지만 그가 이전에 펴낸 단편을 묶은 책 <불타는 평원>이 마침 집에 있는 것을 보고 반갑기도 하고 안반갑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을 두고 다른 책에 손이 가지 않기에 바로 읽기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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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03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공 후안의 죽음 이후 마을의 흉포한 권력자였던 아버지 뻬드로의 이야기가 모자이크 처럼 엮어져서 이책 얇지만 이해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죠.
황량한 땅에 착취로 얼룩진 멕시코의 역사가 담겨 있어서 스페인어 문학권에서는 마르케스와 함께 필독으로 꼽히는 책이죠.




hnine 2021-11-04 05:41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작가의 이름과 작품속 아들의 이름이 후안으로 동명이네요. 후안이라는 이름이 스페인어권에서는 흔한 이름이긴 하지만요.
위에 쓰진 않았지만 신부님이 등장하는 부분, 종교에서 마지막까지 허락하지 않는 것들, 아버지 이름 뻬드로가 신부라는 의미도 된다는 것등 스쳐가지만 뿌리까지 좇아가지 못해서 해석을 못하겠는 부분이 많았어요.
의식적으로 해석하고 이해하려니 제가 가진 의식의 깊이가 한정되어 있어 버거웠고, 그래서 꿈까지 꾸게 되었나봐요.

Falstaff 2021-11-03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휴... 이거 귀싸대기 한 대 맞아야 할 이야기지만....
<빼드로 빠라모>, 귀신 씨나락 까먹는 거 아닙니까? ㅠㅠ

hnine 2021-11-04 05:44   좋아요 0 | URL
귀신 씨나락 까먹는 ... ^^
귀신 씨나락 까먹는 이야기가 저는 세상에서 제일 이해하기 힘들어요 흑흑.
그렇게 내가 이해하지 못할 세상의 범위를 인정하며 생각의 넓이를 확장시켜갈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다독이며 읽었습니다. 그랬으면서 후안 룰포의 다른 한권을 바로 읽기 시작했네요. 짤막한 단편 모음이라서 그런지, 뻬드로 빠라모보다 이전에 쓰인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런지, 그나마 쉽게 읽히고 있어 다행이네요.

coolcat329 2021-11-10 08:55   좋아요 1 | URL
폴스타프님 귀싸대기 남아나지 않으시겠어요 ㅋㅋㅋ

coolcat329 2021-11-10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 두 권의 책으로 이렇게 유명해졌다니 대단하네요.
그렇다고 책이 두꺼운 것도 아닌데요.

hnine 2021-11-10 19:20   좋아요 0 | URL
저의 연구대상 작가로 남았습니다.
지금 다른 한권의 책 <불타는 평원> 읽고 있는데 단편집이라서 짤막한 글들이지만 이해하기는 덜 어려운 것 같아요. 다 읽어보고서 말해야겠지만요. 책은 200쬭도 안되니 분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