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기만 한 어른이 되기 싫어서 - 난치병을 딛고 톨킨의 번역가가 된 박현묵 이야기
강인식 지음 / 원더박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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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한마디로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 인간 승리의 책이라고 해야할까? 그렇다면 승리의 대상이 된것은 무엇일까. 어린 나이에 이룬 업적일까, 아니면 병마를 싸워이겼다는 것일까. 읽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주인공 박현묵군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국내외적으로 매우 드문 유전질환인 중증 혈우병 환자인 박현묵군. 그는 태어나 걷기 시잘할 때부터 여러 심한 출혈을 겪으며 침대에 누워서 생활할 때가 많았고 입원도 잦았다.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힘들어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했으며 초등학교 다닐때에는 절반 정도만 출석할 수 있었다. 그나마 초등학교 졸업 이후로는 중고등학교는 다녀보지도 못하고 8년 동안을 집에서 주로 침대생활을 하며 가족 외에는 그가 좋아하는 작가 톨킨 매니아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그가 아는 사람의 전부였다. 

20세가 되던 2019년, 주치의의 소개로 신약 프로젝트에 지원하여 참가하게되었고 여기서 뜻밖의 결과가 보이게 된것이 획기적인 계기가 되어 통증과 고통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게 된다. 이에 힘입어 21세가 된 이듬해 검정고시와 수능을 치룰 결심을 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한 출판사의 제의를 받아 톨킨이 엮은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번역자가 되어 달라는 제의를 받아들이기까지 하였다. 수능을 치르고 다음해 2021년 서울대에 입학했을 때 그의 나이 는 22세였다. 박현묵군의 이야기를 듣고 책으로 쓰고 싶어한 책의 저자 강인식 기자와는 이때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기 시작하였다. 책을 내기 위한 일종의 인터뷰였다. 이것이 이 책이 나오게 된 과정이자 책 내용에 대한 간단한 줄거리이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수 없었던 대신 현묵 군의 엄마는 집에서 공부방을 꾸려 엄마의 직장이자 현묵이 교육의 장소를 만들었다. 늘 내출혈이 일어날 가능성을 안고 살았으며 그럴 때마다 끊이지 않는 고통을 참는 시간들이었다. 늘 아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했다. 그렇게 집에서만 지내던 생활 중 집에 있던 해리포터 1,3,4 권을 읽게 되었고 읽다 보니 즐거웠다. 다 읽어치우고 집에 없는 2권을 빌리러 집 근처 도서관에 휠체어를 타고 다녀올 정도였다. 그렇게 5권, 6권을 빌려다 읽었다. 그러다가 도서관에서 톨킨의 <반지의 제왕> 을 처음 만나게 된다. 어떻게 보면 현묵의 운명을 바꿔 놓은 이 책이 처음부터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난해하기만 한 책 1권만 읽고 제쳐놓은 채 한동안 시간이 지난 후 톨킨에 대한 유튜브를 접하게 되었고, 반지의 제왕을 톨킨이 단순히 지어낸 이야기로서가 아닌, 신화가 없는 영국에 신화를 만들고 싶어 톨킨이 창조한 세계임을 알게 되었다. 반지의 제왕은 하나의 이야기 수준을 넘어서 하나의 또다른 세계였고 기록이었던 것이다. 가상의 언어를 만들었고 가상의 인물들을 만들어 낸 톨킨은 그야말로 다른 급의 작가였다. 박현묵 군은 감탄했고 그 안에 흠뻑 빠져들어 탐구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현묵군은 톨키니스트의 한 사람이 되었고 그것이 현묵군의 어찌보면 공허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메워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때 마침 새롭게 현묵의 주치의가 된 한림대부속 한강성심병원의 김준범 의사는 현묵을 처음 만날때 절망과 어두움, 부정적인 마인드의 젊은 환지일거라 예상했으나 현묵에게는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고, 몇번의 죽음의 문턱을 넘어선 경험이 있는 환자로 보이지 않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힘든 통증과 출혈 속에서도 틈틈이 학업에 몰두하는 모습, 희망의 가능성을 놓치 않는 태도, 지혜와 성실함, 신약에 도전해보는 용기 등에 감명을 받은 김준범 의사는 나중에 현묵이 대학에 지원할때 추천서에 그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책에 몇번 인용된 현묵의 다음과 같은 말,

"아프다는 것으로 나를 정의하거나, 무엇을 못 한 것에 대한 변명으로 삼고 싶지 않아요. 내가 무엇을 못 했다면 그것은 나태함 때문이에요. 장애 때문이 아니죠."

그의 삶에 대한 태도이다. 변명하지 않는 삶. 

나는 나를 무엇으로 정의하는가. 무엇으로 나의 나태함을 변명하려 하는가 생각해보게 한, 가볍고도 무겁게 읽을 수 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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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8-23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박군 보다 몇 배를 산 저는 뭐하고 사나 참 부끄럽게 만드네요.
이 책 기억하겠습니다.

근데 책이 싸지는 않군요.ㅎ

hnine 2022-08-23 21:23   좋아요 0 | URL
저도 많이 부끄러웠답니다.
동시에 현묵이를 이렇게 키운 현묵이 어머님은 어떤 분이실까 궁금해지기도 했고요. 이런 상황에서 누구보다도 가족, 특히 어머니의 삶에 대한 태도가 곧 자식의 삶에 대한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칠테니까요.
그건 그렇고 <반지의 제왕>을 시도도 못해본 저로서는 그점도 부럽네요.

페크pek0501 2022-09-04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을 대하는 태도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싶네요. 저는 특히 어떤 시련에도 티 안 나고 태연히 보이는 사람을 우러러 봅니다.
가령 암에 걸려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나타나 활짝 웃는 사람, 이런 분 보면 막 안아 주고 싶어져요. 마치 나에게 ˝당신도 병에 걸리면 나처럼 나을 수 있어.˝라는 메세지를 주는 것 같거든요. 저를 힘나게 하죠.^^

hnine 2022-09-04 23:16   좋아요 1 | URL
실은 어떤 사람의 행적이나 업적보다 감동받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을 대하는 태도 같아요. 작은 감정에도 휘둘리고 (쉽게 웃고 쉽게 화내고) 표내는 저로서는 더욱 그렇네요.
책 속의 저 아이는 (제 아들과 비슷한 나이기 때문에 이렇게 불러요) 나이는 그래도 생각은 더 어른 같더라고요. stella님의 댓글에도 썼지만 저 엄마가 어떤 분이신지 상상해보게 되고요.

숲노래 2022-10-19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만 읽은 아이들이 꽤 많더군요.
반지의제왕은 까맣게 모르는 아이들이 많고요.

우리 집 큰아이는 열 살 무렵 동서문화사 1980년대 옮김판 <반지 이야기>를 처음 읽고서 이 책을 그야말로 끝없이 다시 읽고 또 읽더군요. 큰아이가 이따금 하는 메이플스토리란 게임이 있고, 이 게임을 하며 만난 ‘게임동무‘가 해리포터가 재미있다고 말했다기에 해리포터를 처음으로 장만해서 건네주었는데, 15살 큰아이는 해리포터를 한 번만 슥 읽고서 ˝이렇게 재미없는 책을 왜 사람들은 재미있다고 하지? 이상해.˝ 하고 한 마디만 하고는, 해리포터는 집에서 치워 달라 하시더라구요.

저도 톨킨 님이 쓴 책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끼는데, 이 대단한 숨빛을 느낀 아이가 마음빛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이야기꾸러미라면 이 책을 읽어 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hnine 2022-10-19 12:53   좋아요 0 | URL
저는 해리 포터도 반지 이야기도, 모두 끝까지 읽지 못한 사람으로써 부끄럽기만 합니다.
숲노래님 댓글에서 오랜만에 사름벼리 소식을 읽어 반갑습니다. 벼리와 보라가 거의 매일 등장하고, 그 소박한 밥상 차림 사진을 구경하던 때가 있었지요.
 
메타버스 -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메타버스 1
김상균 지음 / 플랜비디자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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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세계니 증강현실이니 하는 용어에 겨우 익숙해질만하자 이제 메타버스라는 말이 더 자주 귀에 들어오고 있다. 메타버스는 또 뭔가.

현재 국내 검색 사이트에서 메타버스라는 용어로 검색을 해보면 이 책 저자의 이름을 피해갈수 없었다. 현재 강원대학교 교수로 있으면서 인지과학,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말로 소개되는 김상균. 그의 최근 저서중 하나인 <메타버스>를 읽어보았다.

우선 '메타버스'의 뜻부터 설명하고 시작해야할 것이다.

메타버스는 '메타 (meta)'와 '유니버스 (universe)' 의 합성어로서, 메타는 초월, 가상을, 유니버스는 우주를 뜻한다. 즉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를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 기존의 '가상현실' 이라는 개념과 다른점이 뭘까. 다른 점이라기 보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을 포함하는 훨씬 광범위의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저자는 기술연구단체인 ASF의 분류 방식에 따라 메타버스를 네 가지로 분류해놓았다. 증강현실 세계, 라이프로깅 세계, 거울 세계, 가상 세계이다.


1. 증강현실 세계 (Augmented reality) : 현실 공간에 가상이 보이는 상황 

 간단히 말하면 현실세계 + 판타지 + 편의성 이라고 설명될 수 있다. 

 현실에 판타지를 더해주는 역할은 이미 1990년대부터 알려져왔는데 여기에 편이성을 더해준 것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 앞유리에 길 안내 이미지가 나타나는 HUD가 여기에 해당한다. 

10, 20대가 스마트폰에 꼭 설치하는 앱 중에는 사진을 보정하는 앱인 스노우, 소다, 우타캠 등이 있다고 한다. 실제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 외형으로 증강하는 앱이라고 하는데 앱으로 보정된 모습까지가 실제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발전한 것이 '제페토'라는 서비스인데 증강 현실로 또 다른 나가 태어나는 것이다.

여기서 야기될 문제점: 증강현실 콩깍지


2. 라이프로깅 세계 (Lifelogging world) : 내 삶을 디지털 공간에 복제한다

현실의 나 -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 + 이상적인 나 = 라이프로깅 세계

자신의 삶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기록하여 저장하고 때로는 공유하는 활동을 말한다.

소셜미디어를 예로 들면 제일 쉽다. 

여기서 야기될 문제점:  무엇이 나일까 하는 의문점, 즉 멀티 페르소나의 문제이다.


3. 거울 세계 (Mirror world) : 세상을 디지털 공간에 복제한다

현실 세계 + 효율성 + 확장성 = 거울 세계

실제 세계의 모습, 정보, 구조 등을 가져가서 복사하듯이 만들어내는 메타버스를 말한다. 현실세계에 효율성과 확장성을 더해서 만들어진다. 요리 안하는 식당인 배달의 민족, 방 없는 호텔 에어비앤비, 모두의 교실이 된 zoom 등을 예로 들어 말할 수 있고, 구글 어스, 네이버 맵 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도 거울 세계에 해당한다. 

여기서 야기되는 문제점: 어떤 각도로 현실을 비출까? 거울에 비친 현실은 누구의 것일까?


4. 가상 세계 (Virtual world) : 어디에도 없던 세상을 창조한다.

신세계 + 소통 + 놀이 = 가상세계

현실과는 다른 공간, 시대, 문화적 배경, 등장인물, 사회 제도 등을 디자인해 놓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메타버스가 가상세계이다. 크게 분류하면 게임 형태와 비게임 형태로 나눠지는데, 월드오브워크래프트 (WoW), 포트나이트, 리니지 등의 게임이 게임형태 가상세계에 포함되고, 로블록스, 세컨드라이트 등은 여럿이 모여 어울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비게임형태 가상 세계이다. 

우리는 왜 가상세계를 만들고 거기 머물고자 하는가? 현실에서 느끼는 탐험, 소통, 성취의 기쁨이 질적으로 양적으로 어딘가 부족하여 갈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기술은 발전했고 눈에 보이는 것은 많은데 실제로 현실 세계에서 성취할 수 있는 것은 한도가 있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직접 해볼 수 있는 것 이상의 수준으로 기술과 지식이 발전했다는 의미도 된다. 

여기서 야기되는 문제점: 의미없는 놀이터냐 vs. 성장의 터전이냐


무엇보다도 궁금한 것은 이렇게 가면 궁극적으로 현실은 소멸되는가 하는 문제이다. 메타버스가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과연, Where do we end up? 유토피아 아니면 디스토피아 그 어느 쪽일까를 예상해보지만 이것은 극단적인 양극일뿐 완전한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라는 것이 존재할까. 두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거나 그 중간쯤 어디이거나,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 세계를 보강한다는 측면에서 발생하였고 의미가 있으므로 메타버스가 현실을 완전히 대체해서는 안된다고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메타버스의 거대한 손을 점차 감당해갈 수 있을 것인가. 메타버스의 거대한 손의 예로서 아마존을 들었다. 아마존은 이미 amazon.com의 온라인 쇼핑몰 차원이 아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일종인 아마존 웹 서비스 (AWS, Amazon Web Service)는 개인에게 있어 네이버 클라우드나 구글 드라이브가 이용되듯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그런 서비스를 빌려주는 서비스이다. 즉 기업들이 라이프로깅, 거울세계, 가상세계 등의 메타버스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용량이 아주 큰 저장 장치, 처리 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인 서버급 컴퓨터, 안정적인 테크워크 등을 빌려주는 아마존의 서비스를 AWS라고 한다. 아마존의 전체 수입중 이 AWS가 벌어다주는 양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메타버스의 흐름 속에 이미 들어와 있음에도 메타버스를 발전된 게임과 정확히 구분하여 인식하지 못하거나 알려고 하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 불편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그런 미래가 코 앞에 있다. 더구나 몇년전 시작된 코로나는 그 속도를 더 가속화 시키며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우리는 이제 메타버스 안에서 울고 웃으며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자녀들에게 좋은 성적 얻어서 좋은 대학 가라는 잔소리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장려해야 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책 그만 보고 게임도 좀 하거라" 면서. 메타버스가 게임과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게임을 통해 메타버스 세계 속에 들어가는 접근성을 따라올만한 것이 없는 것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사이 후속편 <메타버스 2>가 출간되었다. 어제 주문했더니 바로 오늘 도착해서 내가 읽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표지가 1권과 너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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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7-14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메타버스 메타버스 하길래 이걸 알고는 지나가야겠구나 싶어 이 책을 사둔 참입니다. 기술은 더 발전한다고 하는데 나이들어가는 인간들은 점점 더 살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모르고 살면 편한데 모르면 불편해지겠죠. 휴..

hnine 2022-07-14 12:24   좋아요 0 | URL
메타버스, 빨리 알수록 유리해요. 이걸 모르면서 10년 후를 계획한다는게 의미가 있을까 싶거든요.
저도 사두고 나서 좀 있다 읽기 시작했는데 읽기 시작하니까 금방 읽어지더라고요. 그만큼 뜬금없는 먼 미래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는 뜻이겠지요.

서니데이 2022-08-10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hnine 2022-08-10 22:0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08-11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hnine 2022-08-11 15:43   좋아요 0 | URL
당선될때마다 오셔서 축하해주시네요. 감사합니다.
 
과학책 만드는 법 - 끝없는 호기심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저자와 독자를 잇기 위하여 땅콩문고
임은선 지음 / 유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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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과학책을 만드는 일이나 쓰는 일에 관심이 없어졌지만 제목을 보고 이 책을 굳이 구입해서 읽어보고 말았다. 한때 아주 티끌만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시로 왜? 왜? 하고 뭐든 엄마한테 물어보는 나이의 아이를 키울때였고 질문을 받을때마다 대답을 해줘야 하는 일이 엄마의 중요한 임무일 때였다. 내 전공이 과학의 한 분야이기도 하고. 그런 여러 가지 배경이 작용하여 당시 참여하고 있던 어린이책 공부 모임에서 아이가 묻고 엄마가 대답하는 형식의 과학책을 구상하여 발표를 한적이 있다. 나는 아주 쉽게 쓴다고 썼음에도 듣는 회원들 모두 이게 무슨 어린이책이냐고 하여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이 책은 물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과학책 만드는 법에 관한 책은 아니다. 그리고 과학책 '쓰는' 방법에 관한 책도 아니다. 과학에 관심이 있고 알고 싶은 성인 독자층을 대상으로, 과학을 전공한 사람과 독자를 이어주는 편집자의 입장에서 과학책 만드는 과정에 대해 요약해놓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도 과학을 전공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과학에 관한 책을 만들때 과학적 지식이 전혀 없어도 됨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첫 챕터에서 저자는 분명히 밝히고 있다.

분량은 140여쪽. 간단하게 잘 정리가 되어 있다.


1. 과학책을 만드는 필요충분 조건-과학책 편집자가 되는 과정

  • 과학에 대한 관심, 즉 과학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다만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일치할 필요는 없다.
  • 과학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국내외 인터넷 서점 사이트를 수시로 들락거리며 과학 카테고리를 검색하여 어떤 책들이 읽히고 있는지 보아야 하고 과학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 외국어 능력이 있어야 한다. 최근엔 과학 출판에서 국내서 비중이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외서의 비율이 높고 중요하다.

2. 어떤 책을 만들 것인가- 나만의 도서 목록 만들기

본격적으로 과학책을 만들려면 우선 어떤 책을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베스트셀러를 분석하고, 과학의 영역 중 어떤 분야의 책을 만들 것인지 선택한다. 주제별, 대상별, 읽는 목적별 결정을 해야하고, 국내서를 만들것인지 번역서를 만들 것인지 결정해야한다.

3. 과학책을 기획하는 방법-해외편

  • 검토소견서를 작성해보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과학책 기획 훈련방법이다.
  • 유명 저자의 책은 이미 그 저자의 책을 출간했던 출판사에 저작권 옵션이 있거나 선인세가 무척 높게 형성되어 있다. 그 외의 저자를 찾는 방법으로는 참고문헌 찾기, 관심분야 키워드로 찾기, 고전, 해적판, 계약만료 도서 찾기 등의 방법이 있다.

4. 과학책을 기획하는 방법-국내편

  • 유명저자들은 각자 연구 활동과 이미 계약된 책들이 밀려 있어 집필이 불가능할때가 많다. 대신 신규저자를 찾는 방법에는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나 독립 출판을 통해 활발히 소통하는 과학자나 과학도를 찾아보는 방법이 있다. 
  • 모든 저자가 과학자일 필요는 없다. 과학 덕후나 과학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으로서, 예를 들면 취미로 천체 사진을 찍거나 새를 관찰하는 사람들, 일러스트레이터 등도 과학책의 저자가 될 수 있다.
  • 편집자 스스로 입문서에 직접 입문해본다.

5. 과학책을 편집하는 방법-번역서의 경우

해외도서를 계약하기로 했다면 선인세는 어떻게 할 것인지, 저자에게 저자서문 요청하기, 저자 정보 요청하기 등이 필요하며, 번역자를 섭외한다. 

6. 과학자와의 미팅

저자와의 미팅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미팅에서 저자가 궁금한 개념을 잘 설명해주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설명해주는 과학 개념을 일반인인 편집자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저자로서 염두에 두기 조금 곤란할 것이다. 

7. 어떻게 만들 것인가-편집과정

과학책 편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독성이다. 편집과정은 저자의 글을 어떻게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가는가의 연속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과학책 한권이 만들어진다. 

쓰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의 이런 노력과 수고에 비하면 읽는 우리는 얼마나 편한가. 누리는 기쁨이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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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기자 상담실 - 고민을 해결해 드립니다
가메오카 어린이 신문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정인영 옮김 / 샘터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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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어 읽어보게 되었다.

어린이는 배우고 어른은 가르친다는 편견을 벗어나 어른이 어린이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어린이가 그들의 의견을 얘기해주는 것이다.

어른이 어린이에게 묻는다고 해서 질문의 종류나 범위를 따로 분별하지 않는다. 같은 어른끼리 할수 있는 고민상담을 거의 같은 식으로 어린이에게 묻는 것이다. 

어린이를 가르치는 대상, 본보기를 보여야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하던 어른은 과연 어린이들이 뭐라고 대답할까 궁금할 것이다. 질문의 뜻이나 이해할지 의구심이 들기도 할 것이다.

어른이 자기들에게 고민을 얘기한다고 하니 어린이들은 으쓱할 것이다. 스스로 자기도 모자라는 존재, 덜 채워진 존재가 아닌, 당당하게 어른을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잔소리가 심한 남자친구와 계속 만나야 할지 고민 중이라는 질문부터, 남편을 좋아하는건지 그저 집착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부부의 사랑이란 뭘까 하는 질문도 있다. 남편과 대화하는 시간이 즐겁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즐겁게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질문, 사춘기 아이와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이를 어린이집 종일반에 맡길지, 오전반에만 보낼지 고민이라는 질문 등, 질문들을 읽어보면 어른이라면 대부분 한번씩 해봄직한 고민이라서 쉽게 공감이 간다. 

어린이들의 대답을 보면 정말 어린이들이 제시한 답일까 생각이 드는 것들도 있고, 역시 어린이들이구나 하는 답변들도 있다.

잔소리 심한 남자친구와 계속 만나야 하느냐는 고민에는 헤어지라고 단칼에 말하는가 하면, 남편과 대화하는 시간이 즐겁지 않다는 고민에 대해서는 우리 아빠도 별로 말이 없어서 엄마가 늘 화를 낸다며 그럴때마다 할 말이 없어서 말을 안할뿐인 아빠가 오히려 불쌍하다고 하다고, 그럴땐 차라리 편지를 써보거나 문자를 보내보시라고 한다.


여기 실린 어린이들이 모든 어린이들을 대표한다고 볼수는 없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어린이의 연령층도 제시가되어 있지 않아 모르겠지만 적어도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을 되었을 어린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주 어린 아이들은 아니라는 것도 감안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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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1
윌리엄 포크너 지음, 김명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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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고 난 뒤 세상을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누가 제일 슬퍼할까 부터, 이 세상은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겠지 하는 생각까지. 하지만 죽은 사람은 결코 그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남은 사람의 얘기일뿐.

제목의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에서 죽은 사람은 엄마이다. 엄마는 죽어 누워있고 아버지와 다섯 남매가 엄마가 죽기 전에 묻어달라고 부탁한 장소로 엄마의 관을 마차에 싣고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 중 <소리와 분노> 다음으로 많이 알려지고 읽혀진 작품이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가 아닐까 한다. 소리와 분노보다는 그나마 덜 복잡하고 따라가기 어렵지 않아 보통 먼저 읽기를 권유받는 작품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도 만만치 않았다.

윌리엄 포크너는1897년 미국 남부의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런 이유때문인지 그는 작품은 달라도 공통적으로 그가 설정한 미국 남부의 한 가상의 장소를 무대로 하여 쓰고 있는데 성인이 되어서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감으로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 소설 습작을 했다고 한다. 이 소설은 그가 30대에 발표한 작품이다.

다양한 직업 경험과 미국 남부의 독특한 문화적, 역사적, 정치적 배경은 그로 하여금 실존문학작가로서 출발하게 하였을지 모르나 작품에 대한 투철한 작가의식은 그로 하여금 기존 문학 기법의 답습보다는 실험적 시도를 하게 하였고 이 작품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에서 보여지듯 다양한 관점을 이용한 특이한 서술 구조, 화자의 의식과 심리 상태 묘사 방법 등은 그를 미국 모더니즘 문학의 대표 작가의 자리에 올려놓았고 이러한 독특한 문학세계는 그에게 전미 도서상, 퓰리처상, 노벨문학상을 안겨주었다.

소설은 한 가족의 엄마 애디의 죽음을 출발점으로 한다. 애디는 집에서 40마일이나 떨어진 자기 고향에 묻어달라는 부탁을 하고 죽는다. 애디의 죽음에서 시작하여 애디를 묻기까지의 열흘 동안의 여정을 총 열다섯 사람이 돌아가면서 화자가 되어 서술을 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열 다섯 화자 중에는 무능하고 답답한 남편 앤스가 있다. 40마일이나 걸려 가야하는 먼 곳에 묻어달라는 아내의 부탁을 들어주려한다는 것이 오히려 의외라는 생각이 들만큼 무능하고 이기적이고 사태 파악과 대처 능력이 한참 부족한 가장이다. 엄마가 임종에 이를때부터 아무 말 없이 관을 만들기에만 전념하는 큰 아들 캐시는 그것만이 자기의 의무이자 책임인양 처음부터 끝까지 말없이 관 짜는 일에만 전념한다. 엄마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면서도 직시하기를 두려워하는 둘째 아들 달, 가장 극적인 인물 세째 아들 주얼은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게는 가족보다는 말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 고명딸 듀이 델은 가족들 모르게 혼전 임신을 한 상태이며 아무도 모르게 아기를 지워버리려고 한다. 막내아들 바더만은 아직 어리기도 하고 엄마가 죽었다는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물고기의 죽음과 혼동을 할 정도로 지능 수준이 낮다. 가족 외에도 화자에는 동네 목사, 약사 부부, 이들의 이웃 툴 부부등이 나와 애디의 죽음이라는 사건 자체보다는 그 이후 시간을 보내는 방식과 관점을 각기 다른 관점으로 판이하게 다른 상황으로 그려지고 있음을 작가는 집중하여 보여주고 있다.

분위기는 대체로 암울하고 희망적이지 못하다. 가족 중 누구도 앞날이 밝아보이지 않는다. 제일 답답하고 변화가 기대되지 않는 인물 아버지 애디의 의외의 반전으로 맺는 결말은 독자로 하여금 이게 뭔가 하는 페이소스마저 안겨준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한 인간의 죽음은 죽은 이 외 다른 누구에게 어떤 의미가 있기는 한 것인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짐작하는 의미와 아무 상관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허망함까지. 


작품의 명성에 비해 분량도 그리 많지 않고 소개글을 보니 엄마의 죽음이라는 핵심 사건 외에는 복잡하게 사건이 얽혀있는 구성도 아닌 듯하여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난 후엔 가볍게 시작했던 것을 후회하며 더욱 이것 저것 참고 자료를 찾아 이 작품에 대한 다층적 해석에 대해 찾아보게 하였다. 지금까지도 많은 학자들에게 과제처럼 남겨져있다는 윌리엄 포크너의 이 작품에 대해 책의 말미에 해설자는 다음과 같은 권유를 덧붙여 놓았다.

머리는 명석한데 삶에 대한 성찰과 느낌이 없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상상력도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포크너를 권하고 싶다. 한 점으로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며 존재가 확대되는 기쁜 체험이 있길 바란다. 

(작품 해설 309쪽)


머리는 그리 명석하지 못하면서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상상력은 포기할 수 없는 내가 읽으며 버거웠던 이유가 있었나보다.

그래도 이제 <내가 죽어 누워있을때> 라는 제목이 더 이상 의문스럽지 않고, 제목이 왜 이미 죽은 엄마 <나>로 되어 있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누군가 죽어 누워있을때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는 것도. 단, 죽은 그 사람에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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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6-21 14: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09쪽의 해설을 읽으니 제가 꼭 읽어야 할 책 같네요.
<이반일리치의 죽음>을 읽으며 죽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이 책도 읽으면 좋을 것 같네요.

hnine 2022-06-21 14:32   좋아요 2 | URL
페크님, 이반일리치의 죽음은 이반일리치 본인의 관점에서 주로 쓰여있지요. 이 소설은 달라요. 어떻게 보면 죽은 사람은 쏙 빠지고 주변 인물들에 의해 서술이 이루어져요. 죽은 엄마가 화자가 되는 부분은 짧게 한번 나오긴 하지만요.
번역자의 해설 인용한 부분을 보면 소설을 읽어야하는 이유를 다시 확인시켜주는 것 같지요?
이 작품을 제가 제대로 다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할 것 같은 (특히 소리와 분노) 생각이 드는 것 보면 여기가 끝은 아닌 것 같아요. 이 소설은 연극으로 만들어져도 책 만큼 의미가 잘 전달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yamoo 2022-06-28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디게 재미없더라구요~ 포크너는 저와 안맞나 봐요~~죄다 지루해서 걍 읽다 덮어버린다능~~ㅡㅡ;;

hnine 2022-06-29 06:32   좋아요 1 | URL
벌써 시도하셨었군요.
재미있는 내용은 아니지요 ㅋㅋ

mini74 2022-07-08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대로 이해한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이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당선 축하드립니다 *^^*

hnine 2022-07-09 12:11   좋아요 1 | URL
제목부터 확 잡아끄는데가 있는 책이었지요.
죽음은 작가들뿐 아니라 모든 인간들의 주제이기도 하기 때문에요.
이렇게 일부러 들러서 축하해주시고, 감사합니다.
mini님도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