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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
전시륜 지음 / 명상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김진애님의 책에서 보고 찾아서 읽게 되었다. 멋지게 살다 간 사람이라고 했던가.
'나의 장례식을 오히려 새로운 로맨스의 시발점으로 생각하세요..."라고 아내에게 유서를 남길 줄 아는 사람,
지역 신문에 "25세 총각이 아내를 구함"이라는 광고를 낼줄 알았던 사람,
인생을 유람선 여행에 비유하여, 약속된 일정이 끝나면 새 승객을 위해 하선을 하며 얼마나 아름다운 유람이었던가! 할거라는 사람.
행복한 삶은 자기에게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삶이라고 말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에서.
이 분의 결혼에 얽힌 이야기도 재미있고, '저는 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지만 저를 다스리고 있는 사람은 저의 아내고, 저의 아내를 다스리고 있는 사람은 저희들의 자녀입니다.'라는 한 아테네의 정치가 말을 빌어, 결혼이란 것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관계가 아니라 부모와 자식들의 관계에 가깝다는 말도 내 무릎을 탁 치게 한다.
그의 여인 편력 얘기도 웃으며 읽기에 충분하고, 자기 몸에 생긴 병때문에 박테리아에 관심을 갖게 되어 공부하다가 결국 박테리아를 찬양하고 마는 그의 엉뚱함, 기발함, 독특함에 존경스럽기까지하다.
이 책의 앞머리에서 본인이 밝히듯이 (자신의 생이 얼마 안 남았음을 알고 있었다), 결국 66세란 나이에 췌장암으로, 이 책의 출간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사랑에 대해서, "사랑이란 말은 죄라는 말과 같이 낡고 남용된 말이다. 그러나 인간관계에서 사랑은 지금도 우리가 기댈수 있는 마지막 말이다." 라고 한것도 내 맘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