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6반, ‘총각’들에게!

   오늘도 늦게까지 남아서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다. 늘 안쓰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기만 할 뿐, 정작 힘들 때 토닥거려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너희들과 함께 비를 맞는 심정으로 나도 학교에서 매일 버티고 있다.

   올해 3학년 6반을 맡은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이지. 어디서 요렇게 예쁜 녀석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나? 너희들만큼 바르고, 건강한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이런 학생들은 없지 않을까 싶다.

   이제 열흘이 채 남지 않은 중요한 시험. 지금껏 힘든 과정을 잘 견뎌 왔으니 마지막 고비도 무난히 극복하리라 믿는다. 네 안의 가능성을 믿고, 현실에 최선을 다 하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나도 늘 옆에서 응원하고 있을게.

   오늘은 11월 3일, 제 80주년 학생의 날! 불의에 항거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준 청년들의 지난(至難)한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다. 과연 우리에게도 그런 용기가 있는가?를 자문해야 하는 날이기에 버거운 날이다.

   그러나, 비록 아직 우리에게 그런 용기가 없다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너희들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존재들이니까. 가능성에, 희망에 모든 걸 걸어도 좋은 나이들이니까.

   그러니, 우리 반 총각들은‘누구도 부러워하지 마라. 마음이 흔들리지 마라. 포기하지 마시라.’혹시, 네가 가는 곳에 길이 없다면 네가 길이 되어도 좋을 것이다. 굳이 루쉰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원래부터 길은 없었고 누군가 걷는 사람이 많아졌기에 길이 난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니까. 

   나는 너희들이 새로운 길을 닦는 사람이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오늘 네가 걸어간 자취가 곧 누군가의 길일 테니 말이다. 스스로 길이 되어 걸어가는 사람이 되기를……
 


담임, 느티나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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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6일 점심시간-1 

 


5월 16일 점심시간-2
 

 


5월 16일 점심시간-3
 

 


5월 16일 점심시간-4

 

 


5월 16일 점심시간-5
 

 


5월 16일 점심시간-6
 

 


5월 16일 점심시간-7
 

 


5월 16일 점심시간-8
 

 


5월 16일 점심시간-9
 

   중간고사가 끝나는 날. 일찍 집에 가고 싶은 애들을 붙잡아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 학년 초에 미리 짜 두었던 모둠별로 맛있는 나물 반찬, 고추장, 참기름을 챙겨 오고 각자 들고 온 밥을 비벼 먹느라고 시끌벅적 야단이다. 한 녀석은 큰 그릇을 안 가져온 탓에 어머니께서 그릇을 들고 학교로 오셨다는 후문이...ㅠㅠ 

   저 밥 한끼로 시험 스트레스가 조금이라도 풀렸으면 좋았으련만!! 음료수는 담임인 내가 쐈다. (음료수가 남아서 교무실 냉장고에 보관했다 월요일에 먹겠다는 녀석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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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9-05-1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 교실, 새 책상, 새 의자, 커다란 철제 사물함, 튼튼한 게시판 다 부러워요. 저희 학교는 교육청 지원 신청해놓고 일부러 수리를 안하고 있다는데 도대체 지원은 언제 받는지 어휴...

느티나무 2009-05-18 10:2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여기는 이런 좋은 환경 속에서 공부하더군요. 전에 학교랑 좀 비교가 되더라구요.ㅋ 저도 처음에 시설이 너무 깔끔하고 좋아서, 우와~ 이랬어요.ㅋ 교육청 지원은 ㅠㅠ 진짜 넘 늦어요.

김현숙 2009-05-22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때 저희반 했던 놈들도 눈에 띄는군요 ㅋ

느티나무 2009-05-22 10:47   좋아요 0 | URL
네, 상담해 보니까 있더라구요. 선생님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애가 두세 명 있었어요^^

김현숙 2009-05-25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인상적이었을까....ㅡㅡ;;
아직도 선잠을 꾸는 듯..몽롱하고..몸이 한없이 가라앉는 아침입니다.

느티나무 2009-05-25 20:25   좋아요 0 | URL
물어봤었는데, 애들이랑 잘 노셨다고 하더라구요. 전교조 선생님이시고 뭔가 곧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대요. 우리가 같이 있었다면 관모샘이랑 얘기가 좀 더 많았겠지요? 여긴 좀 조용한 편이네요. 학년실에 세 명이 살아서 그런가... 그냥 조용합니다.

doing0812 2010-02-11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쌤 우리반 비빔밥 사진이 여기 다 있었군요 ....
 

    날이 무덥습니다. 사실, 한여름에 비한다면야 아직 제대로 더운 것도 아니지만, 지금이 5월초라고 생각하니까 더욱 날이 무덥게 느껴집니다. 우리 마음의 준비 없이 다가온 여름이 저희들을 당혹스럽게 합니다. 이를 교훈 삼아 우리 반 아이들은 준비 없이 차가운 겨울을 맞이하지 않도록 지금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넉넉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3학년 6반 담임교사 이주형입니다. 저는 지난 4월에는 지독한 감기로 고생을 좀 했습니다. 그런데 5월이 되니 거짓말처럼 감기가 달아나서 이젠 쌩쌩합니다. 그 동안 학부모님께서는 건강하게 잘 지내셨는지요?

   우리 반은 지난 4월 10일에 김해 연지공원으로 소풍을 갔었고, 14일에는 두 번째 학력평가 시험을 쳤습니다. 25일, 휴무토요일에는 자습 없이 학교 전체 방역 때문에 하루 쉬었습니다.(학생들이 무척 좋아했습니다.^^;;) 4월 말에는 학력평가 성적표가 나와서 학생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연지공원 소풍 때는 날이 무척 더웠습니다. 학창 시절의 마지막 소풍인지라 3학년 담임선생님들께서 신경 써서 몇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해 갔지만, 날씨 때문에 다 해 보지도 못하고 와서 아쉬웠습니다. 대신 그 다음날(토요일) 점심시간에 학교 체육관에서 소풍 때 못한 프로그램(O/X 퀴즈대회)도 하고, 준비해 간 상품도 나눴습니다. 우리 반은 특별히 보물찾기도 한 번 더 했습니다. 보물로는 ‘과자 한 봉지’를 걸었는데도, 무척 좋아해서 준비해 온 저도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14일의 학력평가는 시험이 꽤 까다로워서 학생들이 당황했습니다. 자기 평소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점수보다 낮게 나와서 걱정하는 친구들도, 불안해하는 녀석들도 많았습니다. 사실은 자기 점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 지점에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하는데, 그렇게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가 봅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자존감’을 자신이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담임의 바람을 덧보탭니다. 아울러 학력평가 성적표가 나온 날은 자연스럽게 학교생활에 대해서도 한 번 물어봐 주십사는 부탁을 학부모님께 드립니다.(이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거 잘 알지만, 그래도 담임으로서는 그래 주십사는 부탁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5월에는 13-16일까지가 우리 학교 중간고사 기간입니다. 시험 기간에는 일찍 집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다음날 시험 준비를 계속할 텐데 학부모님께서 챙겨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21일은 (사설) 모의고사를 칩니다. 대형입시학원에서 만든 문제를 학교별로 응시 희망을 받아서 치는 시험이라 수익자가 그 비용을 부담(9,000원)해야 합니다.

   또 5월 23일, 휴무토요일의 자습시간을 이용해서 졸업앨범 사진을 찍습니다.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평일이 아닌 휴무일에 사진을 찍습니다. 개인 일정상 휴무토요일에 학교에 오지 않는 학생들은 뒤에 따로 날을 잡아서 찍을 예정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6월 4일(목)은 모의수능평가를 치는 날입니다. 올해 수능시험 응시생들이 거의 대부분 참여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시험에 대비해서 특별한 비법이라는 게 있을 수 없습니다. 열심히 해 온 학생들은 그저 해 오던 대로 묵묵히 해 가는 수밖에 없고, 아직도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지 못한 채 (마음속으로) 방황하는 친구들은 얼른 제자리로 돌아와 온 마음을 다해 책을 펼쳐 주기를 바라고 바랄 뿐입니다. 학부모님과 저의 간절한 바람이 녀석들의 마음을 좀 붙잡아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학부모님들도 그러시겠지만, 저도 학교에서 담임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절감합니다. 저는 그저 많은 시간을 교실에 앉아 아이들과 함께 이 시간을 견디는 것으로 제 임무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부디 저를 무능하고 게으르다 타박하지 마시고, 너그러이 기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반은 시험이 끝나는 16일, 토요일이지만 모두 같이 점심으로 비빔밥을 먹으려고 합니다. 학부모님께서 귀찮으시더라도 도시락에 밥이랑 반찬 1개씩만 챙겨 보내주시면 예닐곱 명이 모둠을 짜서 같이 맛있게 먹겠습니다.

   다행이도 내일부터는 날씨가 제 자리로 돌아간다는군요. 지금은 온 천지가 초록 잎의 물결입니다. 이 초록 잎이 더 짙어질 때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하게 지내십시오.

2009년 5월 11일에 3학년 6반 담임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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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안에, 이명박, 있다"

   이 말을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얘기하면 아이들은 와, 하고 웃는다. 진지하게 말했던 나는 아이들이 웃는 영문을 알지 못한다. 아마도 드라마 대사가 떠올라 그렇겠지하고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고백해야 하는 나는 슬프다. 내 안에 있는 이명박을 어쩌지 못해서 더욱 슬프다. 

   동학년 선생님들과의 회식-동학년 선생님들 뿐이랴? 업무의 연장 같은 공적(?)인 모임은 모두 싫다-을 정말 싫어한다. 그래도 학년 초라 어쩔 수 없이 두 어번 따라 갔었다. 일상적인 이야기들 끝에 이명박,에 대한 이야기.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 누구도 그의 교육정책을 옹호하는 사람이 없다. 소수의 큰 목소리와 침묵으로 말하는 다수의 동조! 

   그러나 그 속에서는 나는 슬프다. 지금 이명박의 정책에 대해 씹어대는 그 분이야 말로, 학교에선 아이들에게 이명박적 사고를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분이 아니신가? 가령 이런 식이다.

   잘 될 놈 몇 놈만 키우면 된다-성적순으로 정독실에 배정하자./ 어차피 학교를 빛내는 것은 상위 몇 명 아니냐-특별반 영어-수학 수업하자./ 담임이 벌금 받으면 애들은 꼼짝 못한다-지각하면, 벌점 받으면, 도망가면... 돈 내라면 애들은 무조건 말 잘 듣는다./ 머리카락이 단정해야 몸가짐도 바르다-머리카락 단속이야말로 교육의 시작이다./ 핸드폰은 학교에 오면 맡겨라-이것도 안내면 벌점이다/말 안 듣는 놈은 몽둥이가 약이다-안 될 때는 때려야 한다. 매 앞에 장사 없다./......[학교에서는 이명박적 사고엔 끝이 없다.] 

   그러나, 내가 슬픈 건 나도 그 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공부로 아이들을 위협하는 것도 그렇고, 내 마음 속으로 성적에 따라 아이들을 줄세우기도 하고, 계속 말을 안 듣는 녀석은 매를 들어야 하나, 하는 고민도 한다.(때려서 말 듣도록 하는 건 사육사가 제일 잘 하는 거 아닐까?) 그러니 아마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나도 분명히 지금 내가 욕하고 있는 정책을 폈을지도 모른다. (괴로운 척은 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대안이 없다면서 뭉그적거리지 않았을까?)  

   이명박을 욕하는 건 쉽지만, 이명박과 다르게 생각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고, 그렇게 다른 생각을 나부터 실천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내 안에 있는 이명박의 그림자가 지워질 때, 나는 진정한 교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괜찮은 척, 폼만 잡고 있는 엉터리 교사다.(아이들에게 따뜻하고 정 많은 교사로 인식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긴 한데, 그게 그렇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자꾸만 든다.) 갈 길이 멀다. 그래서 슬프다. 요즘 인생은 슬픈 것이라는 말을 달고 산다. 참, 사는 건 슬픈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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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9-04-14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고민하고 닦아보고 하다보면 나아지겠지요...
저도 늘 그런 고민입니다.^^ 김규항이 예전에 쓴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두 가지의 이명박과 싸우자는 말이었습니다. 잘 지내세요. 세월이 험난하군요.
진복이의 웃음이 위안이 되시길..제가 그렇듯이.

느티나무 2009-04-14 23:56   좋아요 0 | URL
햐~ 진복이 요녀석도 지금 저에게 배신을 때리는 건지...(사실, 제가 먼저 그랬겠지요.) 퇴근이 늦다 보니, 제 엄마에게만 달려들고, 저에게는 약간 소원(?)합니다. 일찍 귀가해서 자주 놀아줘야 하는데, 안밖으로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늦는 날이 많습니다.
하다보면 나아진다고 믿고 싶지만, 안 나아진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해야겠지만, 가끔 이런 결심들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날도 있더라구요.
김규항 칼럼 읽었었는데. 제 고민의 영역을 훨씬 벗어난 이야기들이라 좀 낯설더라구요. 정말 시절이 하 수상합니다. 바보 같은 질문이지만, 저는,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ㅋㅋ

심상이최고야 2009-04-23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신문에 보니까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프랑스 문호 로망 롤랑의 글귀 '이성의 비관주의, 의지의 낙관주의'를 생각하제요. 비관하고 실망하고 냉소할 것이 아니라, 인내하고 노력하고 실천하자네요.^^;

느티나무 2009-04-23 16:30   좋아요 0 | URL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 로망 롤랑의 말이었군요.ㅋ(홍세화 선생님이 자주 쓰는 말이지요.) 그러고 싶지만, 역시 사람이 아직 덜 된지라 자꾸 회의적인 상태로 빠집니다. 인내, 노력, 실천... 다 버거운 말이네요.ㅠ(그렇지 않나요?ㅋ)
 

  3학년 O반 학부모님들께

   어제는 휴일이라 화명동에 있는 구민운동장에 나갔는데 거기도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며칠 매섭던 바람은 시나브로 밀려드는 꽃기운에 어느덧 자취를 감추고 말았더군요. 이제 곧 초록 물결의 바람을 타고 꽃나무들이 가지를 뻗을 기세입니다. 그렇게 세월은 가고 또 오는가 봅니다. 그런 가운데서 우리 아이들은 조금씩 조금씩 자라는 것이겠지요?

   학부모님, 안녕하십니까? 담임으로서 드리는 두 번째 편지입니다. 저는 새학기 초기에 간단한 기침 감기를 앓았지만 지금은 다 나아서 건강하며, 우리 반 아이들과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학부모님께서도 가정에 별일 없으시고, 가족 모두 건강하신지요?

   지난 3월 한 달의 우리 반은 긴장감과 편안함이 묘하게 공존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아이들도 저도, 새 학년, 새 교실, 새 담임(학생), 새 친구, 모든 것이 낯선 환경이라 어리둥절한 상황 속에서 맞이한 시간이었는데, 어느덧 자연스럽게 제 교실을 향해 달려가는 발걸음만큼이나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저도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연결짓는데 한 달 정도 걸렸습니다. 이제는 교실에서 수다를 떠는 녀석들이 보이면 누구든지, 누구야, 라고 부를 정도로 낯이 익었습니다.

   지난 한 달은 꼬박 아이들과 상담하는데 시간을 썼습니다. 한 명씩 불러서 가정환경이나 성장배경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현재 공부 상태도 확인하고, 앞으로 꿈꾸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느라 제법 시간이 걸렸습니다. 특히 저는 상담활동에 비중을 많이 두는 편이라 나름대로는 정성껏 한다고 했는데, 아이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오늘 현재까지도 45명 중에서 4명의 학생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루에 두 명 정도씩 하니까 조금 길어져서 기다리는 아이들은 좀 답답할 수도 있겠네요. 뒤로 밀린 친구들은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단지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았을 뿐이고 이번 주 중으로 상담할 예정입니다.)

   우리 반은 3월 초부터 학급 일기를 써 오고 있는데, 저는 그 일기장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 쏠쏠한 재미와 녀석들과 마음을 나누고 있다는 것에 교사로서의 보람을 느낍니다. 두 권의 일기장에다 각각 1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의 ‘일기’를 써서 저에게 내면 제가 읽고 댓글을 달아서 돌려주는데, 일기에는 지금도 충분히 진지하고 어른스러운 얘기들이 많지만, 앞으로는 이 일기장이 더욱 저와 녀석들이 속 깊은 정을 나누는 통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공부해야 하는데, 하고 걱정하실 부모님이 계실까봐 말씀드립니다. 돌아가면서 쓰는 일기니까 한 명한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차례가 돌아옵니다. 그 정도는 괜찮겠지요?)

   지난 3월 31일에는 모의고사 성적표를 학생들에게 나눠줬습니다. (혹시 못 받으신 부모님도 계신가요?) 모의고사 성적표를 계기로 자녀들의 학교생활과 평소 학습태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얘기를 한 번 나눠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제는 앞으로 4월에 있을 학교 일정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4월 10일에는 김해 연지공원으로 봄소풍을 갑니다. 수능을 치기 전 첫 나들이이자 학창 시절을 통틀어서 마지막 소풍이 될 테지요. 그러나 아이들도 어느 순간부터인가 학교에서 가는 소풍을 달갑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아이들과 소중한 추억, 한 자락을 남겨 오고 싶습니다. 소풍가서 재미있게 놀고 아이들이 싱싱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께서도 그 날 하루쯤은 넉넉한 마음으로 무엇을 하든지 간에 모른 척 눈감아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월 14일(화)에는 다시 학력평가가 있습니다. 아이들도 다시 긴장해야 할 순간이고, 담임인 저도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아이들이 최선을 다해서 자기 능력의 최대치를 그 시험에 쏟아 붓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3월 시험을 제 능력에 비해 못 친 학생들은 더욱 긴장하면서 마음을 다잡아야 할 순간입니다. 아침에는 실제처럼 시험 잘 치고 오라고 격려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앞으로 4월도 아이들과 재미난 학교생활을 해 보려고 합니다.(저 혼자만 너무 재미있게 지내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찌 보면 늘 똑같은 일상이지만, 그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날마다 새롭습니다. 늘 새로운 것을 보는 것은 재미있고 기쁜 일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저의 기쁨과 행복함을 다시 전해드리겠습니다. 학부모님께서도 행복하게 지내시기를 빕니다. 봄빛이 따사롭습니다.

 OO고 3학년 O반 담임, 느티나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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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4-08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님, 3학년 맡으셨군요.
아주 좋은 선생님이실 것 같아요.
이번 작은딸(초등)선생님과 큰딸(고등)선생님도 좋은 선생님이라
감사하고 있어요..

느티나무 2009-04-08 20:49   좋아요 0 | URL
네, 3학년 담임인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좌충우돌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냥, 평범한 교사입니다. 학부모로서 좋은 담임을 만나면-좋은 담임이라는 판단이 들면- 한 해가 마음이 놓일 거 같습니다. 저도 학부모가 되면 마음이 조마조마하겠지요. 그러니까 좀 더 성의있게 아이들을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됩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