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만만하고 작은, '남자 여자 사용설명서'부터 펼쳐보았습니다.

일단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시스템의 그림이네요. 일단 올립니다.

 남자의 시스템 사양입니다. 
오프닝 멘트 -----  "남자의 습관을 바꾸기보다 지구의 얼굴을 바꾸기가 더 쉽다"   --;;

(사진을 클릭하면 글씨가 잘 보일겁니다.)





 

 

 

 

 

 

 

 

 

 

여자의 시스템입니다. 
오프닝 멘트는----- "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죽는 것이 그 여자와 함께 사는 것보다 훨씬 쉽다."  ^^;;



 

 

 

 

 













이 책을 보니, 학창시절에 동기생들이 왜그렇게 단순했는지 이해가 가네요.

그리고, 아마 남자들은 여자들이 왜그렇게 '까다로운지' 아시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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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4-12-10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도식적이긴 하지만 핵심을 찌르네요^^

갈대 2004-12-10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남자 그림 너무한 거 아닙니까?

가을산 2004-12-10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그래요? 이 책에 그런 것 못봤는데요? 찾아봐야지.... ^^;;

마립간 2004-12-10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의 추천으로 읽은 <우리 속에 있는 남신들>도 재미가 있습니다.

가을산 2004-12-11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瑚璉 2004-12-11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재미로 보는 책이라지만 너무 남성을 섹스머신으로 그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남자=섹스머신", 이와 같은 단순한 도식이 의외로 머리 속에는 오래 남거든요. 컴퓨터 게임의 비중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

가을산 2004-12-1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 그림이나 책은 전반적인 사고방식에 대한 거지, 섹스에 대한 것은 아니여요....

瑚璉 2004-12-11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럴 거라 생각은 합니다만, 시스템 조절 스위치가 sex on/off로만 되어 있는 등의 그림을 보면 '남자는 성교 이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라는 선입견이 들지 않을까 합니다 (기우겠지요? ^.^).

2004-12-11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oninara 2004-12-12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이 그림만 본적이 있었는데..남자들을 무시하는게 아니라..그들의 시스템이 단순하다는것은 맞는말인듯..우리남편만 봐도..집에오면 동굴에 웅크리고 앉듯이 텔레비젼 보기 아니면 온라인 바둑두기가 낙이걸랑요..

그리고 중요한 말을 해도 나중에 안했다고 하고..(잘 안들었는데 제가 몰랐던거죠)

그래서 요즘은 말을 하면서 꼭 확인을 해요..^^ 여자들은 안그렇잖아요? 무슨말이든 하면 다 기억하는뎅...
 

오늘 아침 물만두님의 홍보 페이퍼 덕에 10시에 내려받는 2500원짜리 쿠폰을 탈 수 있었다.


그때는 보관함에 담아둔 책 몇권이면 쓰겠거니 했었다.


그런데, 오늘 내로 주문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몇 권을 골라 주문을 하려는데 쿠폰이 클릭이 안되는 거다.


금액을 확인해 보니 5만원 이상이 되어야 쿠폰을 쓸 수 있는데, 45000원쯤에 있는거다. (이럴 줄 알았으면 1500원짜리 쿠폰 다운받을 걸...)


그래서....... 후보 중에 '파이 이야기' 하나를 더 추가해서 주문을 했다.   --;;


으.....알라딘..... 충동구매, 과잉구매 유도에 성공했음을 알립니다..... ^^


이번에 주문한 책은 다음과 같다.  으.... 이제 연말까지는 책 사지 말아야지..... 


----------------------------------


* 괴델, 에셔, 바흐:  이 책은 '이런, 이게 나야!' 의 저자 중 한명인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의 글이다.
(참고로,'이런, 이게 나야!'는 내가 읽은 과학책 중 가장 '머리에 쥐가 나는' 책중 하나였다. 그래도 '인식'한다는 것에 대해 좋은 오리엔테이션을 해준 책이다. )  요즘 '이머전스',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등의 책을 접하는데, 호프스태터, 튜링 등의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 책을 주문했다.


남자, 여자 사용설명서 :  심리학을 전공한 어떤 분이 추천한 책.  쓰인지는 상당히 오래된 책인데,  그 개념이 지금도 적용될 만큼 선견지명이 있다나......  남녀의 사고방식을 단순명료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  다중 : 요즘 미국의 네오콘 두들기기 외에는 사회과학 계통의 책이 좀 뜸하다. 최근 나온 책중 읽어봄직한 것 같아 주문했다.


* 파이 이야기 :  지난달부터 눈여겨 보았던 책.  아이들과 같이 읽기 위해서 주문했다.  지난 주에 말레이지아에서도 서점에 갔었는데, 그곳에서도 영문판으로 나와 있었다.  ^^    그런데, 오늘 주문하면서 세일스 포인트를 보니, 장난이 아닌 것 같다. 좀 지나면 서재인들도 많이들 읽으시고 방출할지도 모르는데...... ^^;; 그래도 이 책을 넣어야 5만원이 채워지기 때문에, 그리고 아이들 기말고사 끝나고 읽히기 좋을 것 같아서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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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4-12-06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 고마워요 새벽별님......

그리고, 이상하게 복사해서 붙이기를 하면 칸이 엄청 벌어져버리네요!

어찌할 수가 없어서 그냥 지우고 제목만 남겼습니다.

물만두 2004-12-07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하여이다. 저때문인 것 같아서리... 하지만 오늘도 또 다운받으실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요^^

瑚璉 2004-12-07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델, 에셔, 바흐'를 사셨다니... 고난의 길에 들어가신 걸 축하드립니다.

책읽는나무 2004-12-07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가을산님의 내공엔 감히~~~^^


마태우스 2004-12-0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의 폭넓은 독서에 정말정말 감탄...

갈대 2004-12-07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델, 에셔, 바흐' 서점에서 잠깐 훑어봤는데, 만만치 않은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구입하게 되면 가을산님께 여쭤보겠습니다~

가을산 2004-12-07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진짜 폭넓은 분들께서 왜이러십니까?

갈대님, 이머전스와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추천입니다. 보신 적 있나요?

저는 이 두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과학과 인문에 또하나의 접점을 형성한다고 생각됩니다. 으.... 이런 생각들을 30년, 40년 전부터 한 사람들이 있는데 말이죠...... --;; 뭡니까, 저는.....

수수께끼 2004-12-07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물만두님이 움직이는...그리고 숨겨진 알라딘 판촉담당이라는것을 모르셨군요.그런데 정말 어려운 책들을 구매하셨군요....언젠가 제가 "총,균,쇠"를 읽느라 한창 고생한적이 있었는데 물만두님 꼬드김에 넘어가셔서 제법 만만한책을 구매하신것 같습니다.

瑚璉 2004-12-0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예언을 하나 하지요. 한 두달 안에 가을산 님의 주문함 안에 기호논리학 책이 들어가 있을 겁니다.

딸기 2004-12-07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델, 에셔, 바흐를 사셨다고요. 다 읽으시고, 꼭 리뷰 올려주세요. ^^

가을산 2004-12-07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이거 큰일났네요! 저 원래 리뷰 잘 안쓰는데.... ^^;;

그렇다면 호련님, 기호논리학으로 추천하실만한 책은 없나요?

앨런 튜링에 관한 책도 아시면 추천 부탁합니다.

superfrog 2004-12-07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델, 에셔, 바흐는 두 권으로 돼 있죠? 남편이 샀는데, 저는 들쳐볼 엄두도 안 나더라구요.. 도대체 제목부터가 말예요, 넘 어려워요..ㅠ.ㅜ 가을산님은 꼭 잼나게 읽으시길!!^^

갈대 2004-12-07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고 자책하실 것 까지야, 추천해주신 책들은 언젠가 읽어보겠습니다.

파란여우 2004-12-07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의 구독 책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빙빙 돕니다...리뷰 보고 저도 표절할꺼에요^^

딸기 2004-12-19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으... 앨런 튜링이 나오는 무언가를 본 기억은 나는데...
 

오늘 점심 시간에 도장 찍는 데 쓸 잉크를 사러  xx서적에 갔다.
서점이지만, 문구와 미술 재료들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잉크를 사고 나서 매장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주말보다 사람이 적고, 특히 '아이들'이 없어서 좋았다. ^^

신간 코너를 보다가, 이 책, '핸드 메이드 라이프'를 발견했다.
표지의 투박한 손과 대지에 누운 사람의 사진이 인상적이었는데,
속지와 차례를 넘겨보니, 저자는 민속공예 기법과 자급생활 기술을 찾아 전 세계를 여행했고, 그 배움을 실천하고,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차례를 보니 더 마음에 들었다.  공예나 손재주를 전달하는 책이 아니라,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깊은 인생의 경험과 철학이 묻어나는 것 같다.

알라딘의 책소개에 차례가 없어서 옮겨 본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1. 삶을 디자인하다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정의/ 모험의 일상화/ 작고 묘한 것의 소중함/ 모든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 편견 없는 세상/ 친밀감과 독립성의 균형/ 새로운 전통 만들기/ 지각 있는 이기심/ 우리의 공동 유산..... 서민적인 손도끼 만들기

2. 아름다움, 새로운 시선
수수한 아름다움/ 장식, 피상적인 것은 추하다/ 희소성과 아름다움의 관계/ 비폭력적 아름다움/ 만물에 대한 존경심....

3. 일과 밥벌이의 즐거움
더 나은 생활방식을 찾아서/ 일에 대한 오해들/ 정당한 분배/ 생산적인 일과 무의미한 일
타라우마 인디언의 나무 공/ 카자흐인이 깎아 만든 그릇/ 부림을 받지 않는 노동 구조/ 손으로 만든 장난감...

4. 배움과 가르침
미래를 꿈꾸는 배움의 장/ 일하면서 배우기/ 가르침의 난폭함/ 자발적으로 배우기/ 자유. 배울 수는 있지만 가르칠 수 없는 것/ '문명'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5. 비폭력, 정중한 혁명
지식과 자유/ 숨어 있는 폭력/ 편견이라는 독약/ 아이들에게 폭력을 가르치는 것/ 경계심, 자유의 대가/ 언어에 대한 존령심/ 평화로운 무덤/.....

6. 자발적인 가난함
모두 가난하게 사는 사회/ 진정한 성공의 의미/ 탐낼 것인가 나눌 것인가/ 빈곤 없는 부유함/ 서민적인 의자 만들기/ 집 짓는 데 드는 비용

7. 자연을 닮은 소박한 삶
소박함과 디자인/ 종교와 도덕/ 소박한 물건을 만드는 기쁨/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선택/ 수작업에 대한 존경심/ 수작업의 효율성/ 삼나무로 만든 빗물 홈통/ 자신감 키우기/ 영역에 대한 비폭력적인 개념....

8. 평생 작업을 찾아서
전원생활의 철학/ 문명과 기술의 왜곡된 의미/ 문화 혼합의 잠재력/ 인간에게 필요한 것/ 문화 혼합의 한 예, 굽은 칼/ 개척자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
__________________________

조목조목, 가슴 뛰는 주제이다. ^^ 

"왜 이 책 소개를 내가 못 보았지?  만약 신간 코너를 돌아보지 않았으면 놓칠 뻔 했잖아!'
일반적으로 신문과 잡지의 신간 소개란은 빠지지 않고 읽기 때문에  이 책이 신문에 소개되었다면 놓쳤을 리가 없는 책인데.....  돌아와서 알라딘 검색을 해보니, 역시, 세계일보 외에는 보도가 되지 않았다.
이래서 신문의 북섹션만 믿고 있다가는 큰코 다친다.

이제 다른 책들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  당장 이 책부터 볼거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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瑚璉 2004-10-11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허, 큰일이군요. 2,000명 방문기념 행사때 가을산 님 상품으로 쓰려고 찜해둔 물건인데... 노출되다니...
아예 이 참에 '한국의 전통문양'과 이 책 중에 택일을 하시지요.

추기 : 그리고 이 책은 조선일보 북섹션에 짧게 발간안내가 되었습니다.

nrim 2004-10-11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책이..!!

가을산 2004-10-11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호련님! 정말 그러셨어요? 호련님 2000방문 될때까지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까요,
이 책은 그냥 읽구요, 만약 이벤트에 당첨 되면 '한국의 전통문양' 보내주세요.
그나저나, 정말 옆구리 팍팍 찔러서 이렇게 선물을 받아내도 되는건지 모르겠어요. ^^

그리고, 요즘은 조선일보는 무서워서 못보겠어요... ^^;;
 
 전출처 : balmas > 가을산님께, 그리고 처음과 끝님께-2

그렇지 않아도 두번째 글에서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처음과 끝님이 그 내용을 댓글로 달아주셨군요.^^

처음과 끝님이 말한 것처럼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번역이 엉망이라고 하는데, 막상 어떤 독자들은 그 책을 재미있게 읽고 또 나름대로 감명을 얻는 경우가 있죠. 저의 예를 하나 들자면, 88년인가 89년인가 김현 선생이 [미셸 푸코의 문학비평]이라는 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 푸코가 60년대에 문학에 관해 쓴 이런저런 글들을 묶고, 김현 선생이 긴 해설을 붙인 책이었죠. 그 책을 읽어본 분들은 대개 공감하실 텐데, 푸코의 문학에 관한 글들은, 그가 나중에 쓴 글이나 책들, 특히 [감시와 처벌] 같은 책과는 문체부터 확연히 다르고, 내용들도 상당히 사변적, 철학적이죠. (푸코의 첫번째 주저, 그의 국가박사학위 논문인 [광기의 역사](1961)에는 그의 문학론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하고 사변적인 문체와 고고학 저술들에서 볼 수 있는 건조하고 담백한 문체가 모두 공존하고 있죠. 저는 그 점이 특히 매력적이더군요 ) 그래서 저는 당시에 [미셸 푸코의 문학비평], 이 책에 아주 매료됐었죠. 이것이 계기가 되어서 푸코의 저작들을 이것저것 찾아 읽었고, 그래서 알튀세르와 푸코는 제가 제일 집중적이고 체계적으로 읽은 첫번째 프랑스 철학자들입니다(그 이전에 저의 철학적 영웅은 물론 루카치와 헤겔이었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제가 그토록 매료되었던 푸코의 글들, 특히 바타이유에 관해 쓴 [위반에 대한 서언]이나 블랑쇼에 관한 글인 [한없는 언어] 그리고 몇몇 사변적인 글들은 어이없는 오역본들이더군요(^^;;;). 그 글들을 번역한 사람들은 김현 선생의 제자, 그러니까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소장 불문학도들이었는데, 푸코에 관해서는 그 책이 국내에 거의 처음으로 번역되는 책인데다가 매우 사변적이고 추상적인 논의들로 가득 찬 글들을 소장 불문학도들이 제대로 소화하리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본다면 무리이겠죠. 그래서 좀 허탈하고 어이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재작년에 강의를 하면서 니체의 [도덕의 계보학]을 수업교재 중 한 권으로 쓴 적이 있었는데, 기말보고서를 발표할 때 보니까, 학생들 중에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 번역본을 참조해서 보고서를 쓴 학생들이 몇 있더군요. 앞의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책의 국역본들은 상당히 문제가 있는 번역본들이어서, 들뢰즈의 논의를 정확히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발표하는 학생들의 글을 보니까 상당히 잘쓴 글들이고, 들뢰즈의 논의도 어느 정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학점도 잘 줬습니다.(^^) 처음과 끝님의 경우와 유사한 경우가 아닌가 합니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번역본들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감명을 받고 또 내용을 어느 정도 잘 파악하는 경우들이 분명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우선 번역본의 번역 상태를 평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잘된 것보다는 잘못된 것들에 좀더 치중하게 되고, 특히 철학책의 번역을 검토할 때는 이 책이 원본에 나와 있는 저자의 논의, 그의 논리적 추론과정을 제대로 전달해주고 있는지, 저자가 전달하려는 의미를 제대로 번역해서 제시해주고 있는지 등을 따지게 됩니다. 그런데 원본을 전혀 참고하지 않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번역된 한글 문장이 전달해주는 의미들을 쫒게 되죠. 이 경우 내용이 잘 이해되다가 어느 순간 잘 알 수 없는 내용들이 나옵니다. 그러면 독자 입장에서는 그냥 넘어가서, 다음 내용을 읽게 됩니다. 다행히 그 다음 문장이나 문단들은 내용이 잘  이해되면 독자는 앞의 내용과 연결해서 계속 책을 읽게 되죠. 이처럼 독자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이나 문단, 내용들은 모르는 대로 그냥 넘어가고 이해가 되는 것들을 중심으로 책의 내용을 재구성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주 형편없는 번역본이 아닌 다음에야 어느 정도 문제가 있는 번역본이라 하더라도, 그 책을 읽은 독자는 나름대로 책의 내용을 소화하고 거기에 감명을 받거나 실망하거나 자극을 받거나 혐오를 하게 되죠.

더욱이 형편없는 번역본이라 하더라도 모든 문장이 오역인 번역본은 없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어본 최악의 번역본 중에는 하버마스의 [인식과 관심](고려원)이라는 책과 라비노우/드레퓌스의 [미셸 푸코](나남), 또는 존 레웰린의 [데리다의 해체주의](문학과 지성사)라는 책이 있습니다.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절판이 되었지만 이 책들은 모든 문장이 오역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말 지독한 오역 문장들로 가득차 있어서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게 그렇게 고역일 수가 없었습니다(물론 모르고 읽었을 때는 책이 난해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 -_-;;;). 이런 정도의 오역본이 아닌 다음에야, 번역에 문제가 많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번역된 문장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러면 독자들은 이처럼 이해되는 문장들을 중심으로 어떻게든 책의 내용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게 되지요.

따라서 번역본, 특히 철학책의 번역을 평가하는 사람들은 논증과 의미전달의 충실성을 염두에 두고 평가를 하는데, 독자들은 이를테면 번역본을 아포리즘과 같은 식으로 읽게 됩니다. 이 문장은 멋있군, 이 문장은 이게 무슨 소리야, 전혀 모르겠는데(문제는 나에게 있겠지만 ... ;;;) 이건 말도 안되는 문장인데, 반어법인가? 어 그래도 이 문장은 좋군, 말하자면 이런 식이죠. (가끔 알라딘 마이 리뷰에 보면 형편없는 번역본인데도 크게 감명을 받았다는 식의 서평이 올라오곤 합니다. 책을 전혀 읽지 않고 쓴 서평일 수도 있지만, 또 생각해보면 그 독자는 형편없는 번역임에도 불구하고 그 책을 읽고 실제로 무언가 의미있는, 감동적인 것을 찾아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퍼즐맞추기에 비유하자면, 몇 개의 그림들이 빠진 상태에서 또는 잘못 맞춰진 상태에서 자신이 맞춰놓은 것만 가지고 전체의 내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요. 그리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의미 있는 내용들을 정리하고 이끌어냅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번역본을 평가하는 사람으로서는 최선의 상태를 염두에 두고 그 기준에 맞춰서 문제가 어떤 것인지를 보게 되지만, 독자들은 최악의 상태에서도 어떤 의미있는 내용을 끄집어내려고 노력하지요. 그리고 사실 일반 독자들로서야 그 책을 완벽하게, 최선의 상태로 이해해야 할 의무도, 이유도 없는 거지요. 자기가 원하는 내용을 찾고, 또 즐길 수 있으면, 기쁘게 읽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죠. 하지만 연구자나 서평자로서는 독자들과 달리 그 책을 최대한 정확히, 최대한 완벽하게 이해하고 평가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죠. 또 사실 그것이 바로 연구자나 서평자의 존재 이유 자체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번역본에 대한 이런저런 평가는 그 평가대로 참조하시되, 자신이 그 책을 읽고 무언가 의미있는 것을 찾아냈다, 재미있게 읽었다 생각하신다면 그걸로 만족하시면 될 듯합니다. 불만족이시라구요??? 그럼 이제 연구자의 길로, 고생문으로 접어들어야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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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balmas > 가을산님께-1

가을산님,

지난 번에 [시선의 권리] 마이리뷰에 댓글 달아놓으신 걸 봤는데, 이렇게 늦게 답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사실은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세하게 답변을 드리려고 했는데, 여건이 허락치 않아서 그냥 간단하게 몇 마디로 답변을 드릴까 합니다.

그동안 번역의 문제를 지적하는 몇 개의 서평을 썼지만, 이런 류의 서평을 쓸 때마다 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습니다. 이런 류의 서평이 혹시 진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독자들의 의욕을 꺾는 게 아닐까 하는 점이지요. 사실 원서를 직접 접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독자들로서는 데리다 번역이 형편없다더라, 들뢰즈의 어떤 책도 번역이 엉망이라더라, 지젝도 그렇더라더라는 등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그 책만이 아니라 다른 책들까지도, 이 책의 번역이 엉망인데 내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냥 읽은 게, 또는 읽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점점 이런 류의 책들을 읽을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겠죠.

이런 일이 일어나게 만든 일차적인 책임은 물론 졸속 기획과 번역·출판을 일삼는 출판사와 역자들에게 돌아가야 하겠지만, 아직 우리 지식계에 좋은 번역과 나쁜 번역을 적절하게 가려서 평가하는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더 나아가 대중적인 수요에 비해 이를 감당해낼 만한 지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데에도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 아쉽지만, 당분간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불가피하게 반복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서두가 좀 길어졌는데, 가을산님의 질문에 대해서는 우선 두 가지 일반적인 조언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가을산님이 질문하신 저자들 중에서 번역이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사람은 데리다와 들뢰즈 정도라는 점입니다. 가령 들뢰즈 같은 경우는 {안티 오이디푸스} 최명관 옮김(민음사) 같은 책은 번역에 상당히 문제가 많습니다. 역자는 들뢰즈 철학을 거의 모르는, 원래 데카르트 철학을 공부한 분인데, 당시에는 연구자가 드물다 보니까 어떻게 이 책의 번역을 맡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지금은 품절되었고, 제가 아는 후배({천 개의 고원}의 역자이기도 하지요)가 지금 번역 중에 있는데, 역자의 능력으로 볼 때 훨씬 믿을 만한 번역본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니체-철학의 주사위} 신순범 옮김(인간사랑)이나 {니체와 철학} 이경신 옮김(민음사) 같은 책들(이 두 권은 모두 Nietzsche et la philosophie(1962)라는 들뢰즈 책의 번역본인데, 앞의 경우는 영역본을 중역한 것이고 후자는 불어본을 번역한 것입니다)은 {안티 오이디푸스}보다는 좀 낫지만 그래도 번역에 문제가 있는 책들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니체와 철학}은 니체 철학에 관한 매우 탁월한 연구서일 뿐만 아니라 들뢰즈 철학에 대한 가장 좋은 입문서이기도 합니다. 문체가 매우 탁월할 뿐만 아니라 아주 간결하면서도 섬세하고 치밀한 논의가 일품이지요. 하지만 두 권의 번역본은 모두 들뢰즈의 문체나 논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 읽다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 아쉬운 일이지요. 

그리고 저는 번역본은 읽어보지 못했는데, 로쟈님의 마이페이퍼를 보니까 {비평과 진단} 김현수 옮김(인간사랑)이라는 책(들뢰즈 생전에 나온 마지막 저서인데, 여러 개의 논문들을 모은 논문모음집입니다)도 번역에 좀 문제가 있다고 하더군요. {의미의 논리} 이정우 옮김(민음사)의 경우도 번역에 문제가 있다고 하구요. 그리고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 권순모·이진경 옮김(인간사랑) 역시 번역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국내에 번역된 들뢰즈의 저서들 중 태반이 번역에 문제가 있는 셈입니다. 반면 {차이와 반복} 같이 번역이 잘 된 책은 너무 어려워서 일반 독자들에게는 사실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고, {천 개의 고원} 같은 경우는 번역은 괜찮은 편인데 다루는 주제들이 너무 많아서, 그리고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나 {프루스트와 기호들}, {카프카} 같은 책들은 좀 특수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서, 또 선뜻 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들뢰즈의 {푸코}는 푸코에 관한 제일 좋은 연구서 중 하나이고 후기 들뢰즈의 문제의식의 일단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책이기는 한데, 제가 읽어본 번역본은 이전에 새길 출판사에서 나온 판본뿐이고 얼마 전에 동문선(!!)에서 새로 나온 판본은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새길 출판사에서 나온 판본({들뢰즈의 푸코})은 앞부분과 뒷부분을 둘이 나누어서 번역했는데, 번역의 질이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권영숙 씨가 한 부분의 번역이 훨씬 좋습니다. 동문선에서 나온 판본은 출판사는 미덥지 않지만 역자는 신뢰할 만한 사람인데, 제가 읽어보지 않아서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콕 집어서 이걸 보시는 게 좋다고 할 만한 책이 없군요, 이런 ... -_-;;;

하여튼 번역의 질을 놓고 본다면, 이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들뢰즈에 입문하기에 괜찮은 책은 마이클 하트의 {들뢰즈 사상의 진화}라는 책(이전에 갈무리에서 나온 {들뢰즈의 철학사상}이란 책의 수정·증보판입니다)입니다. 이전에 번역된 {들뢰즈의 철학사상}은 들뢰즈의 베르그송, 니체, 스피노자에 관한 연구를 중심으로 들뢰즈의 사상을 해설한 책인데, 새로 책을 내면서 들뢰즈의 사회정치사상을 추가해놓았더군요. 하트는 아시다시피 네그리와 더불어 {제국}을 공저한 사람으로, 출중한 이론적 능력을 지닌 젊은 이론가인데, 이 책도 들뢰즈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될 수 있는 책입니다. 그리고 또 얼마 전에 동문선(!!!)에서 알베르트 괄란디라는 프랑스의 소장 철학자가 쓴 {들뢰즈}라는 책이 출간되었는데, 이 책은 분량은 적지만, 매우 체계적이고 요령 있게 들뢰즈의 철학사상을 설명해놓은 좋은 책입니다. 번역만 제대로 되어 있다면 들뢰즈의 철학을 소개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데, 글쎄요, 저도 아직 번역본을 읽어보지 않아서 뭐라고 말씀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번역본을 사기가 좀 겁납니다. ;;;

2편은 다음에 ... (죄송. 제 노트북이 고장나서 당분간 인터넷을 오래 쓰기가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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瑚璉 2004-10-03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하하... 데리다와 드뢰즈, 두 명 모두 제 수비범위 밖인 관계로 저는 안심해도 좋겠군요 (과연 이게 안심할 일인가?).

가을산 2004-10-04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저도 원체 모르겠어서 '어떤 책을 보면 좋을까요?' 여쭈어보았던거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