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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은 인구가 120만 정도 되는, 서울의 10분의 1밖에 안되는 도시입니다. 게다가 토박이보다는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그다지 배타적이지 않고,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알음알음 엮이기 쉬운 동네입니다.

대전의 '한밭 레츠'도 그렇게 알음알음 엮여서 알게 된 모임입니다. '대안'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너무도 연약한 싹이지만, 이 싹을 사랑하고 키우려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전 그저 곁따리 구경꾼 회원이구요.

레츠에 관한 책이 나와서 퍼왔습니다. 저도 제대로 모르던 레츠에 관해 좀더 알기 위해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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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을 한 돈의 세계  

한밭레츠를 디자인 하신 박용남 전 대전의제 21사무처장님이 번역하신 책이 나왔습니다. 각 일간지에 나온 서평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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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인간의 얼굴을 한 돈의 세계
레츠, 조너선 크롤 지음,박용남 옮김, 이후

이 책의 한국어판 부제는 ‘인간의 얼굴을 한 돈의 세계’다. 즉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돈’은 인간의 얼굴을 띠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전체 인구의 0.1%가 전체 부(富)의 50% 정도를 갖고 있다는 추정도 나오고, 전 세계 통화량 중 실물 교역에 관련된 통화는 5%도 안 된다는 보고서도 있다. 반면 수많은 공동체들은 황폐화돼가고 있다. 통화 공급은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중소기업은 파산하고, 실업이 일상사가 돼 버리고…. 자, 지역에선 그저 팔짱만 끼고 있어야 하나?
‘레츠(LETS·Local Exchange Trading System)’, 즉 ‘지방교환 교역시스템’은 이런 흐름에 맞서 지역 고유의 부를 창출하려는 시도다. 도대체 어떻게? 그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화폐’를 만드는 거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아사카 지역에서만 사용되는 통화인 ‘아사카 아워’는 1시간의 노동이나 10달러에 해당한다. 장부정리 서비스나 정원 손질, 바이올린 레슨, 침 놓기, 안마…. 지역 주민들이 창출할 수 있는 수많은 활동들에 새로운 ‘가치’가 생겨난다. 이렇게 생겨난 가치로 식료품을 살 수도 있고 집세를 낼 수도 있다.

 
‘돈’이 없어도 ‘가치’가 생겨나는 이런 시스템은 단순히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거나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레츠가 없었다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서비스가 생기면서 공동체의 신뢰와 우정이 새로운 꽃을 피우게 됐던 것이다.

영국 노팅엄에 사는 한 여성은 레츠에 가입하기 전엔 거의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 없이 고독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집안 일을 돌봐주려는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찾아온다. 그 대신 그녀는 소장하고 있던 많은 음반과 테이프를 다른 회원들에게 빌려준다. 그녀는 말한다. “시스템이 내 인생을 변화시켰다.”

북아일랜드 밴브리지의 레츠 회원인 마거릿 글로버는 혼자 살고 있었는데, 여행을 다녀온 뒤 파이프가 터져 온통 물로 가득찬 자신의 집을 발견했다. 지역 레츠에 연락을 취하고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섯 명의 남자들이 그 집에 도착해 수도를 잠그고 카펫과 침구류를 밖으로 내다 놓은 뒤 사흘 동안 집안 정리를 도와줬다. 이들에겐 모두 지역통화인 ‘링크’가 지급됐다. 위기의 순간에 레츠가 보여준 극적인 도움의 예다.

물론 문제점이 없을 수 없다. 시간을 단위로 노동의 가치가 평가되는 시스템은 전문직과 비전문직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부채에 대한 두려움과 이념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다면 레츠의 운영은 커다란 곤란을 겪게 된다. 이 책에는 이와 관련된 고민과 문제해결의 과정들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책을 번역한 박용남씨는 대전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안운동가. 전 세계 3000여개 레츠 중 하나인 ‘한밭레츠’의 운영위원장을 맡기도 한 그는 책 말미에 한밭레츠의 운영 사례를 직접 소개한다. 지역화폐인 4종의 ‘두루’를 사용하는 회원수가 400명이 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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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독자 클럽에 초대합니다"
인터넷으로 더 가까워진 지구촌 가상 도서관            박영신(jocaste) 기자          

난쟁이 인형의 세계 일주를 기억하는가. 지난 2001년 개봉돼 전프랑스를 사로잡은 영화 <아멜리에>(원제 Le Fabuleux Destin d'Amelie Poulain, 아멜리 뿔랑의 기막힌 운명)에서 주인공 아멜리는 비행기 승무원인 친구에게 부탁해 아버지가 아끼던 정원의 수호신 난쟁이 인형의 세계 여행을 감행한다. 런던, 뉴욕 등 각 도시를 상징하는 기념물 앞에서 방긋 웃고 있는 난쟁이의 사진은 아버지에게 배달되고 아버지는 사진을 통해 난쟁이의 여정을 따라간다.

영화가 현실 속에서 부활했다. 비록 난쟁이가 한 권의 책으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보이지 않는 독자 클럽에 초대합니다"

역(驛) 대합실 벤치에 책 한 권이 놓여 있다. 잃어버린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니다. 버려진 것이다. 그것도 의도적으로.

"보이지 않는 독자 클럽에 초대합니다."

표지 안쪽에 붙은 수수께끼 같은 라벨에는 일련 번호와 함께 이런 글이 씌어 있고 한 인터넷 사이트의 주소를 소개한다. 지금부터 이 책을 발견한 사람은 두 개의 갈림길
과 마주하게 된다.

그 중 하나는 책을 읽고 미지의 독자 클럽 초대에 응한 다음 다른 사람을 위해 같은 방법으로 책이 모험을 계속하도록 놓아 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습득한 책을 자신이 갖거나 버리는 것이다. 후자를 선택하면 이 게임은 끝난다.

이름하여 '북 크로싱(book crossing).' 순전히 우연에 의지하고 있어 종종 바다에 던져진 유리병에 비유되는 북 크로싱은 독자들이 책을 가지고 하는 일종의 놀이이다. Read(읽기), Register(쓰기), Release(양도)라는 소위 3R을 모토(motto)로 2년 전 론 혼베이커(Ron Hornbaker)라는 미국인이 창안해 냈다.


이것이 대서양을 건너 유럽에 상륙하면서 '보이지 않는 독자 클럽'으로 개명, 유럽의 독서 애호가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프랑스의 보이지 않는 독자 클럽은 지중해적 성향을 살려 전달자들의 활동성을 강조하는 등 기존 혼베이커의 놀이에 몇 가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첨가했다. 그리고 파리 마레(Marais) 지역에 위치한 프랑스 유일의 정통 이탈리아 서점 'Leggere per 2'에서 지난 3월 다시 태어났다.

한번 읽은 책은 보관하지 말고 '해방'시켜라

'감명 깊게 읽은 책입니다. 이제는 당신이 감명 받을 차례입니다.' 독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책 표지를 열면 종종 이런 메시지와 만나게 된다.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클럽에서는 전달자(crosser)라 부르는데 전달자의 역할은 책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책을 '자유롭게 풀어 준다'라는 의미로 '해방시킨다'는 표현을 쓴다.

불어와 이탈리아어권 전달자를 위한 인터넷 사이트 www.passe-livre.com에는 현재 총 3360여 명이 등록했으며 해방된 책은 1360여 권에 이른다. 대다수의 전달자는 젊은이들이지만 중장년 층도 다수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이 아니라 직접 토템(totem)이 설치된 서점을 이용하기도 한다.

토템은 북크로싱에 참여한 서적을 진열한 책장을 일컫는 말로 바로 여기에서 책을 빌리고 다른 책을 대신 채워 놓는다. 토템은 네티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북 크로싱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북 크로싱을 받은 전달자는 사이트에 책의 현 위치를 알린다. 어쨌거나 단지 책을 읽고 자신의 소유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방시켜서 그 책이 계속 모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북 크로싱의 목적은 무엇일까. 책 읽기, 그리고 책을 해방시키기. 한번 읽은 책을 책꽂이에 보관할 것이 아니라 돌려가며 읽고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읽은 책과의 숨바꼭질 놀이에 동참하는 것이다. 원한다면 다른 독자, 아니 다른 전달자와 만날 수도 있다.

북 크로싱의 주인공은 여러분과 같은 독자, 책 그리고 인터넷 사이트. 참가를 원하면 인터넷 사이트에 먼저 전달자로 등록하라. 그러면 당신만의 비밀번호를 갖게 된다. 비밀번호를 받았으면 이제는 게임에 필요한 책을 고를 차례다.

이럴 경우 두 가지 상황에 처해지는데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첫째, 이미 책이 북 크로싱에 등록된 경우. 이때 문제의 책에는 이미 일련 번호가 적힌 라벨이 붙어있으며 이것은 책이 이미 사이트에 등록됐고 당신 이전에 누군가가 책을 해방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은 책을 발견한 장소와 책의 일련번호를 사이트에 알려야 하며 바로 이 번호를 매개로 막연한 책의 행방을 좇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당신이 처음으로 책 한 권을 해방시키는 경우이다. 해당 사이트에 당신이 선택한 책을 등록하면 일련번호를 받는다. 이렇게 해서 다운 받은 라벨에 번호를 기입하고 책에 부착한 뒤 책을 해방시키면 임무 완수!

해당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해 보면 '전달자 십계명'이라는 제목으로 초보자들을 위한 행동 수칙을 꼼꼼히 기록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1. 가능한 많은 양의 책을 정해진 방법으로 해방시킨다.
2. 늘 새로운 전달자를 물색한다.
3. 해방된 책을 사이트에 등록하고 책 번호와 함께 라벨을 붙인다.
4. 책을 발견한 장소를 사이트에 공지한다.
5. 사이트에서 해방시킨 책의 여정을 확인한다.
6. 가능한 한 좋은 책을 좋은 독자에게 전달하도록 노력한다.
7. 사이트에서 해방된 책을 소재로 다른 전달자들과 대화를 나눈다.
8. 북 크로싱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사이트 게시판에 올린다.
9. 북 크로싱의 자유로운 생각을 알리고 발전시킨다.
10.북 크로싱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놀이를 중단한다.


모든 것은 피렌체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의 북 크로싱과 차별을 주장하는 '보이지 않는 독자 클럽'은 사실 2002년 12월 이탈리아 피렌체(Firenze)에서 시작됐다. 피렌체 시청이 북 크로싱 이벤트를 제안하고 'Leggere per' 서점은 며칠 만에 피렌체 독자들에게 제공할 책 3000권을 모았다. 12월 7일 시청 광장에서 간단한 의식이 거행됐고 바로 다음날 시청의 북 크로싱 계정인 scaffale@comune.firenze.it에는 열성 독자들의 이메일이 폭주했다.

이 같은 성공에 힘입어 피렌체시는 파리 소재 'Leggere per 2' 서점에 이탈리아 서적 2000권을 기증했다. 그리고 이라크 전쟁의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2003년 3월, 북 크로싱은 마침내 파리서적박람회를 계기로 파리에 입성했다. 놀랍게도 단 3일만에 호기심에 찬 파리지앙들이 기증된 서적 2000권의 주인이 되었다. 물론 영원히 소유할 수는 없다는 전제하에.

이어진 6월에는 프랑스 판 북 크로싱 사이트 WWW.PASSE-LIVRE.COM이 문을 열었고 8월 한 달 바캉스에서 돌아와 속속 사이트에 등록하기 시작한 전달자의 수가 수백 명에 달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울려 퍼진 함성은 국경을 넘어 캐나다, 벨기에, 스위스, 핀란드까지 메아리 쳤으며 급기야 일본의 언론도 유럽에 새롭게 불고 있는 최신 유행의 물결에 주목했다.

반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0월부터는 브레스트(Brest), 몽쁠리에(Montpellier), 마르세이유(Marseille)를 비롯한 프랑스 전역으로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피렌체시와 파리 4구청은 자매결연을 요청했고 올해가 가기 전에 두 도시에 토템이 설치될 예정이다. 파리 4구청에는 애초에 4개의 토템이 계획됐지만 예측 못했던 열광적인 독자들 덕택에 설치될 토템의 수는 두 배로 늘어난 상태다.

북 크로싱은 2001년 세계를 경악케 했던 9·11테러를 기념하는 방법도 이용되었다. 올해 프랑스의 출판인 연합회는 북 크로싱을 이용한 '시적 테러'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상에 9·11 테러를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띄웠고 이것은 '야만'에 맞선 '평화'적 시위로써 폭 넓은 호응을 이끌어 냈다. 바로 이날 단 몇 시간 만에 전세계 5000여 전달자가 각각 책 한 권씩을 해방시켰던 것이다.

혼베이커가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 www.bookcrossing.com에는 전세계에서 매일 500여 명, 매년 20만 명이 회원으로 등록하고 있다. 때문에 버스 좌석이나 공원 벤치, 카페의 테이블과 같은 뜻밖의 장소에서 해방된 책들을 발견할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북 크로싱을 위한 국제 인터넷 사이트도 5개로 늘어났다.

독서의 종말 혹은 무덤으로 여겨지던 인터넷은 이렇게 화해의 악수를 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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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3-12-18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연 우리나라에선 이게 통할수는 있을까?
서울 지하철 문고의 서가나, 지하철 객차에 있던 책꽂이도 텅텅 비어 있던데....
(이 제도가 아직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8년 전에 대전으로 이사왔으니 그후 어찌되었는지?)
 

재작년에 1년간 미국에서 지낸 적이 있었습니다.
10여년 만에 직장생활을 쉬고 모처럼 자기개발을 할 시간이다 싶어서 잡은 주제가 '목공'과 '책읽기'였습니다. 이에 따라 1년동안 읽겠다고 평소에 보려고 했던 책 100여권을 가져갔는데, 결국은 이런 저런 이유로 가져간 책은 반밖에 읽지 못하고 가져오고 말았답니다. --;;

그곳에서 접했던 북클럽이 있었기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제 남편이 갔던 대학의 교수 부인들이 회원인 독서 모임이었는데, 대부분 회원들의 나이가 60대 이상이었습니다. 최고령자는 94세였구요!! 어쩌다가 저처럼 젊은(!) 회원이 오면 대환영이었습니다.

이 모임에서는 책과 사회자, 발제자, 모임 장소(회원들 집에서 번갈아 모임)에 대한 스케쥴을 반년 정도 앞서서 정하고 돌아가면서 합니다.
그 달의 책의 줄거리 review, 작가에 대한 조사 발표, 책 내용에 대한 소감을 교환하고, 책 내용과 관련되어 좀더 생각을 나눌 작은 소재들을 제안하고 거기에 대해 논의하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책 자체는 개인 평전과 소설류로, 저의 입장에서는 좀 '한가한' 책들이었지만, 그 모임에 나오는 회원들의 열성과 젊은이 못지 않은 비평에 정말 감탄했습니다.
나이 60대면 그 모임에서는 청장년이었고, 지팡이, 돋보기, 보청기를 쓰지 않는 회원이 드물었습니다. 떨어진 시력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고, 잘 안들리는 귀를 보청기를 끼어가며 토론하고, 지팡이를 짚고서도 먼 길을 찾아오는 회원들!
이들은 북클럽 뿐 아니라 다른 취미나 봉사활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이들에 대해 생각할때마다 자꾸자꾸 한국의 어르신(특히 할머니)들과 겹쳐져서 안타깝습니다.
저의 환자들 중에 자식들 기르고, 손자들 기르고 나면, 삶의 낙을 찾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기껏해야 동네 노인정에 가서 화투를 치거나 뒷산에 오르는 정도가 대부분 노인들의 소일거리이고, 독서나 취미활동, 봉사 활동 등을 권유하면 대부분 기력이 없고, 시력이 떨어져서 못한다고 하셔서 참 속상해요.

저희 세대가 나중에 노인이 될 때면 이런 북클럽이나 동호회, 봉사활동 등을 다양하게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흐흐... 다시한번 은퇴후에 북까페 차려야지.. 결심하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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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리릿 2003-11-26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외국의 이런 문화가 너무 부럽고, 앞으로 꼭 해보고 싶습니다. 조한혜정 교수 책에서 본 건데요.. 미국의 어느 학자집에 놀러를 갔었는데.. 집 정원에 모닥불 피워놓고 지인들 모여서 수다를 떨더래요. 그러고 나서 얼마 뒤에 보니.. 그때 얘기한 것들을 정리해서 책으로 내더래요. 자연스럽게 토론하고, 그것이 화두가 되고, 이론의 텍스트가 되고.. 이런 문화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

마립간 2003-12-13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군대있을 때 책을 조금 읽어습니다. 그 때 병사들에게 군생활에 여유가 없어 책을 읽지 못하거나, 운동을 하지 못하면, 사회에 나가 직장 생활하면서, 자기 발전을 위해 투자할 시간, 즉 독서나 운동할 시간도 없다고 역설했었습니다. 정말 제가 직장생활을 해보니, 독서와 운동할 시간내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그 친구들에게 약간은 미안하네요.

비로그인 2004-05-09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작은 소망은 도서관이 없어 책을 읽고 싶어도 읽질 못 하는 아이들을 위해 작지만, 알차고 따듯한 도서관을 만들어 주는 겁니다. 에구...냉.열.사 재벌되야 겠네요. ^^
개인적으로 책을 읽는 거, 좋습니다....그렇지만 책을 읽고 여러 사람들과 의견과 느낌들을 교환하며, 때론 공감을, 때론 비판을 서습없이 할 수 있는 (독서)토론의 문화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나중에 북카페 차리시면 연락 주실 건지요?...후다닥 달려 가겠습니다! ^^*
 

얼마 전 fiction으로 외도를 했다는 책이 어슐러 K. 르귄의 '빼앗긴 자들'이었다.
주인공 '쉐벡'의 행보가 여러 가지 면에서 요즘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송두율 교수 등과 겹쳐지는 것 같다.

이 이야기의 배경인 '우라스'와 '아나레스'는 쌍둥이 행성이다. 행성은 쌍둥이이지만 거기에 사는 이들의 사회체계는 대조적이다.
우라스에는 현재의 지구와 비슷한 환경으로, '소유주의자'라고 표현된, 자본주의 국가와 '사회주의' 국가, 혼란한 제3의 국가로 이루어져 있고,
아나레스는 우라스의 소유주의 국가에서 아나키스트 혁명을 일으키고 이주해 온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두 행성 사이에는 필수적인 구상무역 이외의 교류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이른바 냉전 상태에 있다.

주인공 '쉐벡'은 아나레스의 물리학자로, 시간에 관한 통일된 이론을 완성하는 인물이다.
아나레스에서 자신의 물리학 이론에 대해 이해 받지 못하자, 쉐벡은 정치적으로는 수백년간 적대적 관계를 지속했지만 자신의 이론을 이해하는 우라스로 간다. 거기서 쉐벡은 자신의 이론을 완성하는 한편, 우라스의 소유주의 사회의 모순을 발견하고, 빈민계층의 투쟁에 참여하고는 다시 아나레스로 돌아오는 줄거리이다.

여기서 작가는 여러 사회 체제의 특징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또한 우라스와 아나레스인들이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그 체제가 주입한 편견도 묘사하고 있다. 우라스나 아나레스, 어느 사회 체제에서든 공동체의 발전과 함께 개인의 의지를 존중하는 노력이 끊임 없이 지속되어야 하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내가 볼 때 쉐백이 완성하는 시간물리의 개념을 통해 이런 갈등의 극복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실재 소립자 물리학에서 물질의 가장 기본 구조가 입자인지 파동인지에 관한 논쟁이나, 불확정성의 원리 등 한가지 이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쉐벡이 제시하는 시간 이론도 '동시성'과 '연속성' 이론을 아우르는 이론이었다. 어느 하나의 이론, 하나의 사상만으로 전체를 설명하는 것은 오히려 실상을 왜곡하는 것이다.

요즘 송두율 교수의 귀국과 그간의 행적으로 인해서 떠들썩 하다.
내 개인 생각은 송두율 교수를 비난하기에 앞서 지난 수십년간 우리 사회가 그의 행보를 비난할 수 있을 만큼 제대로 된 사회였는지부터 반성해야 할것 같다.
그의 과거 행적에 대한 조사를 정확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나, 지금과 같은 여러 어려움을 예상하고도 귀국을 감행한 만큼 포용하는 조국이 되어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어느 사회 혹은 종교에서나 이른바 '믿음' 혹은 '신념'이 강하다고 자처하는 자들이 가장 배타적이고 억압적이다. 하지만 상생의 길은 검거나 희기를 거부하는, 그럼으로써 비난을 감수하는 회색인들에 의해 열린다.

회색인들이여, 용기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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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리릿 2003-11-26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송두율교수 건을 보면서, 말씀하신 것보다 한참 저급한 부분에서 화가 납니다. 김일성 생일과 장례식에 가고 안가고, 전향서를 쓰고 안쓰고를 따지는 데서는 정말... 화가 머리 끝까지.. ㅠ.ㅠ

가을산 2003-11-27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정신과 환자 중에서도 의처증이나 의부증을 가진 사람들의 치료가 정신분열증이나 조울증 환자보다 치료가 어렵습니다. 후자는 그래도 자기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전자는 절대 설득되지 않거든요. 주위 사람들만 피곤해집니다.
우리 나라에는 의홍증(?) 환자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홍'이 아닌 걸 '홍'이라고 하는 것도 문제이고, 한발 나아가... '홍'이면 안되나? 얌전히 있는 '홍'을 왜 가만두지 않는거지?

씨네 21에서 퍼온 글입니다. 위안이 되려나요?

[펌] [씨네21] 어떤 협박
글쓴이 : 진중권 2003-11-07

한 사람이 포승줄에 묶여 조사를 받는다. 남의 물건을 훔치지도, 남의 등을 치지도, 남을 때리지도 않았다. 탈세를 한 것도, 밀수를 한 것도 아니고, 마약을 판 것도 아니다. 하다 못해 이웃집 여자랑 바람피다가 들통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포승줄에 묶여 있다. 왜 그럴까? 난 모르겠다. 그를 잡아다가 조사하는 자들도 그 이유를 모른다. 그래서 그 이유를 그들은 그에게 묻기로 했다. “당신이 왜 조사를 받아야 하는가?” 얼마나 초현실주의적인 상황인가. 근데 이건 부조리극의 한 장면이 아니다. 이 땅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송두율 교수가 구속됐다. 참으로 너절하게도 그 사유가 국보법 위반이라고 한다. 북한에 다녀오고, 노동당에 가입을 하고, 여행 및 학회 운영 경비 받아쓰고, 북한의 학자들과 몇 번 학술회의 열고, 수령님 초상집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는 것뿐이다. 개성에 출장을 가고, 평양에 쇼핑을 가고, 금강산에 소풍을 가는 시대에, 겨우 이 정도로 인신을 구속할 사유가 되겠는가? 당연히 안 된다. 검찰에서도 이 정도의 낯간지러운 사유로는 인신을 구속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왜 잡아 가둬야 하는가?

검찰에서 알고 싶은 게 바로 그거다. “대체 우리는 왜 송 교수를 잡아다 조사를 해야 하는가?” “우리가 그를 구속해야 할 필연적 이유는 무엇인가?” 이 실존적 물음이 검찰에서 밝혀내야 할 이 사건의 핵심의혹이다. 온갖 자료를 뒤지며 수사를 했지만,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는 누굴까? 송두율! 그래서 그들은 일단 구속부터 하고 송 교수에게 묻기로 했다. “송두율, 당신이 여기에 잡혀와 조사를 받는 이유를 대라.” 얼마나 황당한가. 초현실주의 예술가를 가진 나라는 더러 있어도, 초현실주의 검사를 가진 나라는 오직 대한민국이 밖에 없을 게다.

송 교수를 구속하려면 제대로 된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 자기들이 장담했듯이 그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북한의 권력 서열 23위라는 사실을 밝혀내야 한다. 하지만 떠들썩하게 그 난리를 치고도 검찰에서는 그 부분을 입증하는 데에 실패한 모양이다. 이렇다할 확증도 못 잡았으면서 검찰은 덜컥 구속 영장을 신청했고, 무슨 이유에선지 법원에서는 덜렁 영장을 내주었다. 제 발로 걸어 고향에 들어온 이 학자에게 ‘도주의 우려’가 있고, 국정원에 잠입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본 모양이다. 하긴, 초현실실주의 검사도 있는데, 초현실주의 판사라고 왜 없겠는가?

저들은 자기들이 밝혀내지 못한 것을 송 교수에게 밝히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당신이 서열 23위 노동당 후보위원이라는 사실을 밝혀낼 사람은 당신 밖에 없다. 그러니 당신이 구속당해 마땅한 사유를 당신 스스로 밝혀라.” 그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모양이다. 한 마디로 자기들이 져야 할 입증의 책임을 피의자(?)에게 떠넘기는 격이다. 그렇다면 좋은 수가 있다. 수사권을 아예 송 교수가 넘겨받아, 검사들을 포승줄에 묶어놓고 마구 불라고 닦달을 하는 거다. 제일 먼저 너희들이 뭘 불어야 할지 스스로 불라고 하면 어떨까?

검찰은 예술만 하는 게 아니다. 무대 위로 진출해 부조리극 연출을 하다가, 이제 종교계에까지 진출해 사제 개업을 했다. 고해성사를 하고 죄 사함을 받으라는 것이다. 태극기 아래 네 모든 짐을 내려놓고, 주 대한민국의 품에 안기라. 이로써 검찰청사는 졸지에 성령 충만하고 은혜 넘실거리는 성전이 된다. 하기 싫다는 사람, 기어이 ‘전향’시켜서 황장엽처럼 반공부흥회장 찾아다니며 ‘간증’이나 하며 먹고사는 애국 전도사를 삼을 작정인가? 검찰의 임무가 기껏 이교도를 ‘대한진리교’로 개종시키는 데에 있단 말일까? 할 일 되게 없다. 시간이 막 남아든다. 거기도 구조조정 좀 해야겠다.

“해방 이후 최대의 간첩”이라더니, 혐의 내용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구체적인 ‘행위’가 전혀 없다. 그래서 기껏 머릿속의 ‘생각’을 문제삼는 거다. 나리들께서 송 교수 저서의 이적성을 검토하겠단다. 자기들이 학술서적 심사위원씩이나 할 주제가 된다고 믿는 걸까? 무지 중에서 가장 무식한 무지가 이렇게 제 주제를 모르는 것이다. 지금 검찰이 송두율 교수를 붙잡아 놓고 하는 짓은 아무 짝에도 쓸 데 없는 야만적 의식이다. 좋게 말하면 골빈 보수층들의 심기를 편안하게 해드리는 장수만세 위문공연, 나쁘게 말하면 허접한 혐의로 구속해 놓고 석방과 전향을 맞바꾸자고 흥정하는 야쿠자 협박질이다. 그만하면 됐다, 마이 무구따. 애먼 사람 그만 좀 괴롭히고 당장 풀어 주라.

비로그인 2004-05-0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슐러 K. 르귄의 '빼앗긴 자들'...... 제 서재 보관함으로 담아 갑니다.
또한 초라한 회색인의 한 사람으로...용기 얻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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