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아서 자꾸 니 생각이 나.



















아..이 책을 어제부터 읽기 시작해서 오늘 출근길까지 70페이지 가량을 읽었는데 흑흑. 너무 힘들다. 


가뜩이나 회사 때려치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정도까지 읽었을 때 이 책의 주인공 그레고리우스는 성실히 잘해오던 교수직을 때려치고 포르투갈로 가는 기차에 훌쩍 몸을 싣는게 아닌가. '포르투게스'라는 포르투갈 여자의 그 발음에 이끌려 그 순간부터 그동안 지탱해왔던 그의 삶이 흔들리고, 그는 어학교재를 사서 집안에서 밤이 새도록 포르투갈어를 공부한다. 포르투갈이라니, 내가 프란세시냐 때문에 엄청나게 가고 싶었던, 바로 그곳!


만약 그레고리우스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나는 이토록이나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레고리우스는 나같은 사람이었다. 여행보다는 지금 살고 있는 곳에 만족하고 거기에 최선을 다하고 성실한 사람. 자기가 머무르는 도시를 편안해하고 낯선곳을 두려워하는 사람. 그것마저도 나와 같은데-지금의 나는 눈이 (수술의 영향으로) 나쁘진 않지만-, 그런 그가 떠난다. 기차를 탄다!!



그리고리우스는 부벤베르크 광장에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평생을 살아온 이곳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여기가 집이었다. 심한 근시인 그에게 이런 낯익음은 중요했다. 그와 같은 사람에게 자신이 사는 도시는 비닐하우스나 동굴, 안전한 건축물이었다. 그 외의 것들은 위험했다. 그의 안경만큼 두꺼운 안경을 쓴 사람만이 이런 느낌을 이해할 수 있다. (p.29)




낯익음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나이 오십이 넘어서야 기차로 스무시간 이상을 달려 도착할 수 있는 곳을 향해 떠난다. 아...미치겠다. 


물론 그가 나와 다른 점도 분명히 있다. 언어에 탁월한 감각을 지녀 외국어를 잘 익힐 수 있는 것은 나와 어마어마한 차이를 가진 점이고, 그는 비행기 여행을 싫어한다는 게 그렇다. 



그가 왜 비행기 여행을 싫어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했을 것이다. 비행기에 올라타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완전히 다른 세상에 도착한다는 사실-그 중간에 놓인 개별적인 모습들을 받아들일 시간도 없이-은 그레고리우스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았을 따름이다. 그건 옳지 않아. 그의 말에 플로렌스가 "옳지 않다니, 그게 무슨 뜻이죠?"라고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설명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점점 더 자주 혼자 비행기 여행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는데, 목적지는 대개 남아메리카였다. (p.30)



아, 나는 열 몇시간동안 공중에 떠있다가 새로운 곳, 내가 알지 못했던 전혀 낯선 곳에 도착한다는 사실이 두근두근하는데, 그래서 비행기 여행을 싫어하지 않는데, 그레고리우스는 그 점 때문에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레고리우스의 생각을 이렇듯 읽노라니 그래, 어쩌면 반칙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새로운 곳, 완전히 낯선 곳에 도착하는데, 그러기 위해 지나가는 과정들을 깡그리 무시해야하다니, 반칙같잖아? 물론 그렇다한들 나는 계속 비행기 타는 것을 좋아하겠지만. 



토요일에 이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그 전에 이 책을 다 읽는건 당연히 무리이겠고, 아, 이 책을 읽어나가는 건 그 자체로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것 같다. 안그래도 뛰쳐나가고 싶은데 등을 떠밀고 있는것 같달까. 아흑.



점심을 배터지게, 푸짐하게 먹어야겠다. 마음 단단히 먹자.





덧. 아니 그런데 책 속의 그레고리우스는 대머리..인데 영화에서는 이 역할을 제레미 아이언스가 한다니...아아 너무 간극이 큰 거 아닙니까. 제레미 아이언스 때문에 벌써부터 가슴이 벌렁거려. 흑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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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는 나의 이름을 불렀고 나는 플랫폼에 서 있기로 했다.
    from 마지막 키스 2014-06-16 09:47 
    얼마전 나의 후버까페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을 한 장 올렸다. 그 사진을 보고 나는 이런 멘션을 보냈다. '이것은 마치 <저지대>의 가우리가 혼자 산책하고 혼자 앉아 다른 사람들을 보았던 바로 그 학교의 풍경같다' 고. 그러자 후버까페는 맞다며 자신도 <저지대>를 읽으며 이런 풍경을 떠올렸었다고 했다. 이 대화는 조금 시간이 지난후에, 며칠 뒤에 아주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먼 곳에 있는 친구가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 같은 풍경을
 
 
하루 2014-06-12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사실 저도 아직 소설을 다 읽지 못했어요.
사실 영화가 충분히 완벽했다랄까 :)

다락방 2014-06-12 14:03   좋아요 0 | URL
저는 소설을 다 읽고 보고 싶은데 흑흑 시간이 없어서 아마도 영화를 먼저 보게될 것 같아요. 영화가 완벽하다니. 기대됩니다!

blanca 2014-06-12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너무 보고 싶은데 흑흑. 책은 어떤가요? 책이라도 읽을까요? 제레미 아이언스라니. 너무 하잖아요.

다락방 2014-06-12 14:06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 읽은거로는 책은 괜찮아요. 근데 문장이 뭐라고해야하나 음...약간 산만한 경향이 있다고 해야하나..그래서 내용이 좋아도 별 다섯을 주지는 못할 것 같은 책이기는 해요. 그렇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 포르투갈로 향하는 여행, 낯선 이들과의 만남등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니 블랑카님도 충분히 즐기실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하핫

레와 2014-06-12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악 >_<
완전 기대하고 있소!

책도 궁금한데..ㅎㅎㅎ;;;;

다락방 2014-06-12 14:06   좋아요 0 | URL
나는 무엇보다 포르투갈을 영화속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나요. 포르투갈과 스위스!! 꺅 >.<

아무개 2014-06-1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제레미 아이언스 같은 남자 사람도 좋아합니까? 의외로군요.

점심을 배터지게 '먹는'것과
마음을 단단히 '먹는'것은
어떤 관련이 있나요? @..@

기차타고 부산 가고 싶어요.
태종대 검푸른 바다가 보고 싶어요.....
하지만 여름엔 바다에 가지 않으니
10월까지 기다려야겠어요.

다락방 2014-06-12 14:08   좋아요 0 | URL
저는 지적이고 차가워보이는 남자도 물론 좋아합니다. 물론 남자보다 술이나 책이 더 좋긴 하지만....여튼 제레미 아이언스는 무척 섹시하잖아요? 근데 제레미 아이언스라면 뭐랄까 동경 쪽인것 같아요. 쉽게 예를들자면 제레미 아이언스가 사귀자고 하면 거절할겁니다. 너무 부담스러워서요. 하하하하하. 이거 사람들이 보면 나 미친줄 알겠네요. 미쳤나 제레미 아이언스가 지한테 왜 사귀자고 해..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집에 가고 싶어요.. ㅠㅠ

자작나무 2014-06-12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씨. 내가 많이 생각해 봤는데 즐거운 일을 하고 사세요. 일단 지금 회사 그만두고 알라딘에 취직하세요. 알라딘중고매장 말고 도서팀이나 기획팀 쪽으로 취직하세요. 충분히 가능할 거예요. 아마 매일매일 출근이 신나고 퇴근이 싫어질 거예요. 그리고 차근차근 승진하거나 경력을 잘 쌓아 다른 서점 혹은 출판사로 이직하세요. 잘되면 한턱내시구요.
ps. 제레미 아이언스는 세월이 앗아갔더군요.

다락방 2014-06-12 14:1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저는 직장이란 곳에 다닐거면 여길 계속 다니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저는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싶은거에요. 쉬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먹고 살아야하므로 아무것도 안할 수가 없으니...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제가 알라딘에 취직할 수 있을까요? ㅎㅎ 엄청 힘들것 같은데요. ㅎㅎ

그렇지만 즐거운 일을 하고 사는건 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계속계속 고민해볼게요.

자작나무 2014-06-12 16:52   좋아요 0 | URL
아무것도 안하면서 잘 먹고 사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하죠...

건조기후 2014-06-12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프란세시냐... 생각납니다. 먹어본 적도 없는데 만드는 것만 봐도 엄청난 고칼로리 덩어리가 그득그득 뱃속에 들어찬 기분이 들던 그 프란세시냐. ㅎㅎㅎㅎㅎ 이거 먹을 때 다락방님부터 떠오를 알라디너 여럿일 듯 ㅎㅎㅎ

저도 늘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동경하는데 그러면서도 막상 여행은 별로 즐기지 않는 거 같아요. 나이 먹으니까 점점 고소공포증같은 게 생겨서 비행기도 무섭고. ㅡㅡ 그러면서 또 어딘가로 훌쩍 떠나는 로망은 갖고 있고... 인간 참. ^^

다락방 2014-06-13 09:40   좋아요 0 | URL
제가 그게 그렇게나 먹어보고 싶어서 포르투갈을 가고 싶었고, 포르투갈은 너무나 멀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들어서 꿩대신 닭이라고 마카오를 갔다온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작년에 홍대근처에 포르투갈 레스토랑이 생겼다더군요! 당연히 프란세시냐도 팔고요. 조만간 친구들하고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제 저처럼 그거 먹어보고 싶은 사람들은 비행기 예약해서 먼 나라로 갈 필요가 없는겁니다. 크- 진작 생길 것이지 ㅠㅠ

저는 고소공포증은 있는데 비행기는 별로 안무서워요. 그렇지만 낯선 곳에 가는 것은 많이 무서워요. 저는 현실안주형인가봐요. 히융- 지금도 사실 어딘가로 가고 싶다는 게 '여기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아요. ㅠㅠ

단발머리 2014-06-12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음절, 한 음절, 다락방님이 가르쳐 주었던 바로 그거 얘기가 나오는군요.

프.

란.

세.

시.

냐.

안 먹어 봤는뎅...... 먹고 싶네요.....

다락방 2014-06-13 09:42   좋아요 0 | URL
홍대근처에 포르투갈 레스토랑이 생겼다니 꼭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ㅎㅎ

http://blog.naver.com/dydy0105/80210678615

중간에 이 레스토랑의 프란세시냐 비주얼 등장합니다. ㅎㅎ

다락방 2014-06-12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2014-06-12 1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2 1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6-13 09:4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두 분!! 영화 잘 보겠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2014-06-12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3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2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6-13 09:4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차가운 장미도 보고 싶고 볼 영화가 많더라고요! >.<

dreamout 2014-06-12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에서.. 리스본에 도착한 이후의 분위기는 또 달랐던 것 같아요.
수전 손택이었나.. 우울증을 멜랑콜리에서 매력을 뺀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던게 떠오르는데요..
바꿔말하면, 이 소설은 우울증에 매력을 더한 것. 멜랑콜리 했던 분위기로 기억... 저 같은 경우는요. ㅋ

다락방 2014-06-13 09:45   좋아요 0 | URL
리스본에 도착해서 지금 아마데우의 흔적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어요. 근데 책 읽으면서 그레고리우스랑 아마데우 때문에 저는 자꾸 아마데우스라고 읽게돼요. 하핫.

이 소설이 어떻게 끝날지 참 기대돼요. 그런데 뭐랄까, 너무 쉽게 사람을 찾는 것 같다는 생각도 좀 들고요. 여튼 끝까지 얼른 읽어보고 싶어요!

봐봐 2014-08-22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을 2주에 걸쳐 읽게 되었네요.
책에 대한 사전정보는 락방님 포스팅 뿐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더랬죠)

빨리 뒷장으로 넘어가고 싶으면서도, 천천히 읽어내리고 싶은 이율배반적 욕망때문에 속도조절이 참 힘들었어요.
다 읽고 난 지금에는 다음 책으로 넘어가기가 싫네요. 이 여운이 사라질까봐.

이 책을 뭔가 한문장으로 정리한다는 건 말이 안되지만, 전 이렇게 쓰겠어요.
언어에 대한 순결한 사랑, 이 언어로 삶에서 명료함을 얻고 삶을 규정지으려한 자의 내면과 행적을 쫓아가는 책.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푹 빠질 수 밖에 없는 책인 것 같네요.
그래서 더욱 책을 읽고 난 지금, 다락방님의 '후기'가 궁금합니다. 나중에 올려주시겠어요? (독자요청)


다락방 2014-08-25 14:11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in.co.kr/fallen77/7041630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대한 페이퍼는 지금 링크한 것 한 편이 더 있습니다. 이 페이퍼가 다 읽고나서 쓴 것이고요. 그래서 아마 더는 쓰지 않게 될 것 같은데요. 하핫;;

봐봐님은 이 책이 엄청 좋으셨군요! 저는 그렇게까지 막 좋진 않았어요. 분명히 매혹적인 부분들이 있었지만 또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어서 말이지요. 저는 특히나 포르투갈어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들이 아주 좋았어요. 저도 포르투갈어를 배우고 싶어질만큼 말이지요. 이 책은 저보다는 봐봐님이 훨씬 더 잘 읽으신 것 같아요. 봐봐님을 더 많이 건드린 것 같고요.
:)
 
얼음나무 숲 Nobless Club 1
하지은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의 나는.

내 극단의 감정을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가장 친하고 가장 사랑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일지라도, 온전히 나 자신을, 내가 가진 생각과 느낌들을 이해하는 일이 힘겹다는 걸 깨닫고 절망했다. 물론, 나 역시 그들에게 그러한 존재이겠지만, 이 책속의 바옐이 '나의 음악을 이해해줄 수 있는 단 한 명의 청중'을 원했듯, 요즘의 나는, 내가 하는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온전히 내가 되어줄 수 있는 누군가를 간절히 원했고, 그런 상대가 존재하지 않음에 처절하게 외로웠다. 외로움이란 이런것이구나, 외롭다는 말을, 나도 하게 되는구나, 했다. 그러나,


내가 있다.

온전히 나인 내가 있다. 

나는 나를 이해할 수 있고, 나는 내 생각에 동의하며, 나는 나와 같은 방향을 본다. 그것이 내가 내 다리로 걸어가고 내 손으로 키보드를 누르고 내 입으로 말을 하고 내 눈으로 보는 것들의 모든 혹은 전부 혹은 유일한 이유일 것이다. 


이 책속의 엘리제가 자신을 위한 가장 좋은 청중이 자기 자신이라고 말했듯이, 나 역시 나를 이해하는 단 한 사람으로 내가 있으니 이만 외로움을 접자고 생각했다. 나에겐 내가 있으니.



이 책은 확실히 내 취향이 아니다. 전설과 환상 그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아니며, 디테일을 잘라먹는 느낌이라, 이 책은 글 보다는 소리와 영상으로 만나는 쪽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튼 나는 판타지(환상문학)에는 좀처럼 흥미를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절반쯤 읽으면서 이 책을 선물한 친구에게 묻고 싶었다. 대체 이런 책은 어떻게 알았는가, 이 책에서 당신은 무얼 느낀건가, 이 책으로 나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언인가, 하고.


그러나 책을 읽을 때 언제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타이밍인 것 같다. 바옐이 단 한명의 청중을 원해서 외로웠듯이 나 역시 온전히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누군가를 원하던 시점에 바옐을 만나 내 외로움과 그의 간절함이 포개어졌고, 나는 타이레놀로 이 난관을 극복하려 했지만 바옐은 먼 곳으로 가 엘리제를 만났다. 그리고 이제, 바옐이 내게 엘리제를 소개해줬으니, 나는 그에게 타이레놀을 하나 건네야 하는걸까.




'너도 너의 전부를 이해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청중을 바라니?'
그러자 그 작은 소녀는 의아하다는 듯 나를 한참 바라보았어. 그리고 되묻더군.
'왜 그런 것을 바라지요? 이미 있는데.'
난 정말로 놀랐네.
'이미 있다고?'
내 질문에 소녀는 아주 자랑스럽게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지.
'여기 있잖아요. 나. 내 모든 것을 나와 똑같이 이해하고 들어주는 나 자신을 위해 연주하면 왜 안되지요? 남에게 들려주기 위해서만 연주할 거라면, 나는 두 손만 가지면 되잖아요. 하지만 귀가 있다는 것은 나 또한 내 연주를 듣기 위해서예요.' (p.41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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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6-12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이해는 오해를 기반으로 한다'고 합니다.
나는 저 사람을 이해하고 있어라고 생각하는 오해라는거죠.
타인을 타인이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건 절대로 불가능하죠.
그저 어느정도 선에서 아..이사람은 이렇구나..하고 받아들이는 정도.

내가 내 감정이나 생각들에대해서 아무리 타인에게잘 설명한다 해도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것과 정확하게 똑같이 설명할수도 없을 뿐더러
말은 원래가
하는 사람마음이 아니라 듣는 사람 마음이라니
더 그렇겠지요.

그런데....
여름도 탑니까?

외로워 하지 말고
어제 내가 알려준 책이나 봐요.
적어도 그책은 다락방님을 외롭게 하진 않을꺼 같은데요 ^^:::

다락방 2014-06-12 11:52   좋아요 0 | URL
모든 이해는 오해를 기반으로 한다, 는 말을 제가 분명히 읽었거든요 어딘가에서. 이걸 어디에서 읽었을까요? 이반 일리치인가요, 아무개님? 분명히 읽었는데. 아아. 요즘의 제 기억력이란 진짜 메롱이군요. 흑흑.

흥분하고 설득하려하고 속상해하고,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았어요. 내가 너무 흥분해있었구나, 내가 우울하구나,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우먼스타이레놀을 먹었어요. 감정이 더 극으로 갈까봐.
지금, 조심해야 하는 마음 상태인겁니다.
아 이놈의 생리전 증후군은 어떻게해야 치료될까요.


여름 탑니다 아무개님.
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다 타요. 다 탑니다. ㅎㅎㅎㅎㅎ


그 책을 언젠가 보기는 볼건데요, 아무개님.
그런데 지금 봐봤자...-0-
어쨌든 볼겁니다. 언젠가는. ㅋ

자작나무 2014-06-12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하나의 색맹에 불과한 존재. 그런데 세상에는 그 색맹이 또 다른 색맹을 향해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안달이다. 연인들은 자기만이 상대방을 속속들이 이해하려는 맹목적인 열기로하여 오해의 안개 속을 헤매게 된다. 그러고 보면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상상의 날개에 편승한 찬란한 오해다. "나는 당신을 죽도록 사랑합니다"라는 말의 정체는 "나는 당신을 죽도록 오해합니다" 일지도 모른다.
- 법정스님, 오해 중에서

다락방 2014-06-13 09:45   좋아요 0 | URL
자작나무님은 법정스님의 글도 읽으시는군요. 오홍-
 
Lucia(심규선) - 정규 2집 Light & Shade chapter.1 - 일반반
루시아 (Lucia) 노래 / 파스텔뮤직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그녀와 내가 지독하게 잘 맞는것 같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어쩌면 그때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맞는 부분이 어쩌다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고. 이번 앨범에서는 내 마음에 드는 곡이 없고 전체적으로 오글거려서 나는 심규선이라면 아마도 이 앨범 전의 심규선만 듣게 될 것 같다. 당황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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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4-06-10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퇴근길에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봤더랬지요. 소설은 안봤는데 구성에 대해 좀 비판적으로 말하자면 그레고리우스가 굳이 리스본까지 가서 아마데오의 행적을 찾아다니는 이유가 설득력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아마데오가 쓴 책도, 밝혀진 아마데오의 스토리도 그다지 특별한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포르투칼과 스페인의 멋진 풍광은 별도로 말이지요. 아마데오 역 배우에게 락방 님이 하트뿅뿅 하겠구나 하는 예감.
참고로 빨간 벤츠를 타고다니는 여자의 분위기가 다락방 필이 났어요.
뭐 그렇더라구요.

다락방 2014-06-11 09:52   좋아요 0 | URL
오, 어디서 보셨어요?
전 이번주 토요일에 볼 예정인데, 아니 '빨간 벤츠를 타고 다니는 여자'는 대체 어떤 분위기를 가지고 있길래 다락방 필이 나나요 ㅎㅎㅎㅎㅎ
책은 어제 배송되었는데 제가 영화보기 전까지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얼른 다 읽고나서 보고 싶은데. 흑.

자작나무 2014-06-11 17:06   좋아요 0 | URL
여의도CGV에서요. 음향이 좋아요. 빨간 벤츠를 타고 다니는 여자는 살이 좀 빠진 다락방의 느낌이 납니다.
 

어제 친구와 티브이 프로그램인 《서프라이즈》를 보았는데, 거기엔 이란에 사는 한 엄마의 사연이 나오고 있었다. 자꾸 짜증나게 군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살인범에 대해서 복수할 권리를 가진 엄마. 7년간 감옥에 있었던 살인자는 사형의 순간 피해자의 가족인 엄마로부터 사형을 당하게 되는데, 그 순간에 살인자는 제발 용서해달라고, 살려달라고 빈다.


친구와 나는 이 장면을 보고 있었는데, 나는 친구에게 '만약 너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 같냐고 물었다. 친구는 아무래도 내 자식이 죽었는데 그 분노와 슬픔 때문에 당연히 죽이는걸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내게는 어떠냐고 물었고, 나는 아마 죽이지 못할거라는 대답을 할 찰나, 방송에서 이란 엄마는 범죄자에게 죽음을 내리는 대신 그의 뺨을 때리고 그를 살려주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너를 죽인다고 내 아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너도 7년동안 충분히 괴로웠을거고, 무엇보다 내가 너를 죽인다면 내가 겪은 슬픔을 너의 가족들에게도 겪게 하는 게 아니냐' 하는게 그 엄마의 용서 이유였다. 나는 바로 정확히 그 이유로 살인범에게 '복수'를 할 것 같지가 않았던거다. 나는 바로 저 이유로, 형을 집행하지 못할것 같아, 라고.


물론 오래전의 나는 사형이 존재해야 한다고 믿었다. 내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악랄한 범죄자는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내 생각을 들은 친구가 '사람에겐 다른 사람을 죽일 권리가 없는데 어떻게 사형제를 지지할 수 있냐'고 물었었는데, 범죄자에게도 그 권리가 없었는데 한 사람을 죽이지 않았느냐, 라고 대답하며 내 생각이 옳다고 믿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렀고, 나는 사형을 집행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사람에겐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음으로써 그 사람에게 벌할 권리가 있는 건 아니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여전히 용서를 말하는 게 피해자 본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사형이란 제도 자체가 이제는 얼마나 부조리한지를 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 더 확실히 깨닫게 된다.


















사형날을 받아놓은 사형수의 입장으로 이 소설은 시작한다. 처음부터 쭉쭉 빨아들이는데, 앞으로 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어진다. 게다가 이 책은 '사회부 기자 출신'의 작가 '안데슈 루슬룬드'와 지금은 출소자를 돕는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전과자 출신 '버리에 헬스트럼'이 같이 쓴 책이니만큼, 사형수의 입장이 생생하게 그려져있다. 일초일초, 시간이 흘러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내가 살아갈 날을 확정 받아놓은 자의 그 어둡고 까만 두려움. 그리고 그 사형수가 반드시 사형을 당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피해자의 들끓는 분노.


열일곱 소년이 열일곱 소녀를 죽이고 사형을 선고 받는다. 소녀의 아버지는 소년이 사형을 받을 날만을 기다리며 증오감에 휩싸인다. 사실 그에게 그 증오를 버리라고 말하는 일은 얼마나 무모한지 안다. 내 자식을 죽인 놈을, 어떻게 용서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 역시 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증오감과 분노에 휩싸일 것이다. 그리고 범죄자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 범죄자를 죽이는 사형, 그것이 내 증오와 분노를 한 번에 날릴 수 있는 방법이 될까? 그 방법은 올바른 것일까?


그리고 사형의 문제는 '무고한 2%' 의 사형수들 때문에 더 심각해진다. 실제로 사형을 섣고 받은 사람들중 2프로는 무고한 자라고 한다. 그런 그에게 사형이 집행되고나면, 그 후에 그가 억울하게 선고받았다한들 되돌릴 수가 없는거다. 


이 책속에서 '존'은 미국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지만 십년후 그가 사형을 당해야 하기 몇개월전 극적으로 탈출한다. 그리고 스웨덴으로 가 신분세탁을 하고 살아간다. 적당한 월급을 받는 직장을 구하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그러나 직장에서 한 여성에게 성추행을 하고 있는 남자를 보는 순간, 그의 안에 잠들어있던 폭력성이 깨어나 그에게 폭력을 휘두르게 되고, 이 일로 그는 스웨덴 경찰에게 잡혀가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의 여권상 국적은 '캐나다'지만 이 여권이 위조된 것이란 걸 스웨덴 경찰이 밝혀내고, 그 과정에서 그가 '미국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이미 죽은자' 임을 알게 된다. 



스웨덴은 사형제가 없는 나라이고, 미국의 사형제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나라이다. 미국의 사형수임을 알기에 미국으로 이 범죄자를 보내줘야 하는데, 그렇다면 그를 죽으라고 등떠미는 것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스웨덴은 갈등에 빠진다. 그러나 외교적으로 미국과 좋은 친분을 유지해야 했던 스웨덴은 애초에 '존'이 미국에서 러시아로 갔다가 스웨덴으로 온만큼, 그를 러시아로 보내기로 한다. 어차피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범죄자가 인도될 터, 이에 스웨덴 여론이 들끓는다. 그러나 여론이 들끓고 인권변호사들이 시위를 하는등의 행동을 보여도 존은 미국으로 보내지고 다시 사형수가 되어 감옥에 갇힌다.



스웨덴에서 그의 범죄를 밝혔던 경찰들은 러시아까지 그를 따라가 그가 미국에 인도되는 장면을 본다. 그곳에서 사형수인 존이 성기가 덜렁거리는 걸 사람들에게 다 보인 채로 발가벗겨지고, 그자리에서 항문으로 진정제를 삽입하는 장면을 보면서, 스웨덴의 경찰들은 충격을 받는다. 그 엄청난 인권유린 장면에. 그러나 거기서 그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심지어 그 사형수는 '살인자가 아님'을 알고 있는데. 그런데 그의 죽음을 막을 수가 없다니, 한 사람을 '국가'가 죽이려 하다니.


그 경찰들중 한 명은 바로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끝내 어린 아들 앞에서 울음을 터뜨린다.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어서. 아들은 아빠에게 왜 우냐고 묻고, 아빠는 간략하게 그 일을 설명한다. 



"어떤 꼬마 때문이야. 그 아이 때문에 아빠가 슬픈 거거든. 이럴 때도 있는 거야."

"어떤 꼬마?"

"넌 모르는 꼬마야. 그 아이 아빠가 곧 죽을지도 모르거든."

"그런 게 어딨어?"

"그 아이 아빠는 다른 나라에 살아. 미국이라는 나라. 그 나라 사람들이 그 아이 아빠가 사람을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거든. 그런데 거기선 ‥‥‥ 사람을 죽인 사람을 죽일 수가 있어."

요나스는 의자 위로 올라섰다. 오렌지에이드를 다 마신 아이는 아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빠의 대답이 성에 안찬다는 뜻이었다.

"아빠 말, 이해가 안 가."

"아빠도 그래."

"누가 그 아저씨를 죽이는 건데?"

스벤은 아들이 자랑스러웠다.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질문을 하는 아들이 대견했다. 하지만 뭐라고 대댭해야 할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국가, 그러니까 나라가 그러는 거야. 이것보다 더 잘 설명해줄 방법이 없는데 어떡하지?"

"그 아저씨를 죽이라고 결정하는 게 누군데? 그런 결정을 하는 사람이 있는 거 아니야?"

"배심원. 그리고 판사. 너도 알지? 법정에 있는 사람들. 텔레비전에서 봤잖아."

"배심원?"

"그래."

"그리고 판사?"

"어."

"사람이야?"

"그래. 사람이야. 그냥 평범한 사람들."

"그럼 그 사람들은 누가 죽이는 건데?"

"그 사람들은 죽이지 않아."

"그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결정을 했으면 또 다른 사람이 배심원이란 사람하고 판사라는 사람을 죽여야 하는 거잖아. 그건 누가 하는데? 난 아빠 얘기 하나도 모르겠어." (p.402-404)




어제 이 책을 다 읽고 어찌나 마음이 무겁던지, 여행후 피곤한터라 일찍 잠을 자고 싶었지만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았다. 그가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에 대해 죗값을 치르기 위해 죽어야한다니, 그의 죄와 그의 죽음을 다른 사람들이 판단하다니 이것은 정의가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 그러나 피해자의 아버지로서는 그의 죽음만이 딸의 죽음을 갚는 길이라는 생각을 당연히 할 수밖에 없잖은가, 그 증오를 내려 놓으라고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말할 수 있겠는가, 했다가, 그렇지만 그가 왜 십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잠깐 행복한 시간을 6년간 보낸후에 또다시 죽음을 맞이하러 가야하는가, 했다가, 이 사람 죽고나면, 이 사람이 무고하다는 걸 알게되면, 그렇다면 그의 죽음을 부르짖었던 그 많은 사람들은 대체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려고 하나, 했다가, 왜 어떤 제도의 헛점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보상이 되어야 하는가 했다가, 그렇다면 존의 운명은 결국 이정도였던 건가, 왜 하필 존이었던걸까, 했다가....이 생각 저 생각으로 심난해졌고, 내 아들이 무고하다는 걸 알면서 아들의 죽음앞에 갖은 노력을 해도 살려낼 수 없는 사형수의 아버지를 생각하니 두렵고 무서웠다. 잠이 오질 않고 뒤척이게 만드는 책이었다.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검색해보니 이 두 작가의 책이 또 있더라. 나는 그 책들도 읽어볼 생각이다. 













요즘엔 친구가 알려준 방법으로 애플 미국계정을 만들어서 아이튠즈 라디오를 듣고 있다. 내가 원하는 노래를 선택하면 그 곡과 비슷한 취향의 곡들을 무작위로 들려주는데, 애초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선택한거기 때문에 나오는 노래들이 대부분 마음에 든다. 그러다가 어떤 곡은 특히 더 좋아 구입하기도 했고. 어떤 가수의 무슨 노래인가, 하고 화면을 보는데, 와, 자켓 예쁜 앨범이 정말 많은거다. 아니, 얘네들은 어쩜 이렇게 자켓을 예쁘게 만들지? 나는 표지나 포장에 혹해 물건을 구매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이것들은 정말 사서 꽂아놓고 싶은거다. 뭐, 안그럴거지만. 
























오늘 아침 식사의 반찬은 감자볶음, 오이지, 갓김치 였다. 밥에는 콩이 많이 들어 있었고, 감자볶음을 막 숟가락으로 퍼먹는데 너무 맛있는거다! 그런데 이걸 먹고 회사에 가야 하다니..너무 우울해서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회사 때려치고 하루종일 앉아서 이렇게 밥만 먹고 싶어..


엄마는 회사 가지말고 밥만 먹으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나는 금세 백키로, 이백키로, 삼백키로를 찍게 되겠지..문 밖으로 나갈 수도 없게되겠지...그래도....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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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9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09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09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09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09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0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4-06-09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비밀 댓글로 논쟁이라도?

사형제도, 낙태, 안락사 같은것들은
두고두고 고민할만한 일들이지만
막상 닥치면
그때 상황에 따라서
내가 그동안 가져왔던 생각과는 다르게 행동할것 같긴해요.

다락방 2014-06-10 10:26   좋아요 0 | URL
논쟁은요, 무슨. 저처럼 이성적이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논쟁을.. 흑흑.

맞아요.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는데 가치와 용서 자비를 논하는 건 참 부질없는 것 같기도해요. '내가 ~라면' 이라는 전제는 정작 진짜 그 입장이 되었을 때 날아가버리기 일쑤죠. 그러니 어느게 옳다는 것도 철저히 자기 주관적인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아무개 2014-06-10 12:58   좋아요 0 | URL
아참!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있는게 정말 '옳은' 일인건지
아니면
그저 내가 '좋다'라고 생각하기때문에
'옳다'고 생각하게 되어버린건 아닌지...뭐 그런 쓸데없는 생각도 ....=..=

다락방 2014-06-11 09:54   좋아요 0 | URL
어제도 남동생하고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싸우게(?) 되었는데, 남동생은 저를 너무 극단적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전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말했을 뿐인데, 그게 내가 아닌 사람에게 극단적으로 치우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게 꽤 충격이었어요. 결론은,

외로웠습니다.

건조기후 2014-06-09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잡한 문제지만 어떻게 보면 의외로 간단한 거 같아요. 사람이 신이 아닌 이상 다른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우리나라처럼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나라에서라면 더욱...

말이 자꾸 길어지면서 혼자 열변(?)을 토하는 게 웃겨서 그냥 지워버렸어요. ㅎㅎㅎ 혼자 생쑈부리고 가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4-06-10 10:27   좋아요 0 | URL
아니..왜 혼자 생쑈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조기후님의 열변을 보지 못해 매우 안타깝습니다!! ㅎㅎ

레와 2014-06-09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면 알수록 내가 가진 지식이 보잘것 없는 것임을 깨닫고, 믿었던 신념(?)은 희미해지고.


그러합니다.

다락방 2014-06-10 10:27   좋아요 0 | URL
지금도 내가 잘못 알고 있는게 엄청 많겠죠? 아마 이건 더 나이 들어도 그렇겠죠?

마태우스 2014-06-09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리뎀션 재밌겠네요. 장바구니에 담아뒀다가 십일 지나면 사야겠어요. 왜 10일 지나야 하는지 아시죠?^^

다락방 2014-06-10 10:28   좋아요 0 | URL
오, 왜죠, 마태님? 왜 10일 지나서 사야 한다고 하시는거죠? 뭐지뭐지? 저 모르겠어요! ㅠㅠ

아무개 2014-06-10 12:55   좋아요 0 | URL
thanks to~는 10일 동안만 유효합니다요~
다락방에게 땡투하지 않겠다는 마태우스님의 불타는 의지(?)인것 같습니다.

뭐..걍 땡투를 안하면 되겠지만서도 ^^:::::::::::::::

마태우스 2014-06-10 23:43   좋아요 0 | URL
그게 아니고요 제 인터뷰책을 사재기를 너무 많이 해서 이달 카드값이 겁나 많이 나왔답니다. 제 결제일이 26일이라 10일까지 쓴 걸 26일에 결제대금으로 부과하는데요, 그래서 11일부터 살 수 있다고 한 거에요. 기름도 내일이 되어야 넣을 수 있고요. 아무개님의 말씀에 흔들리시면 안됩니다. ^^

다락방 2014-06-11 10:21   좋아요 0 | URL
ㅎㅎ 마태우스님이 저한테 땡투를 하지 않을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요, 그래서 아무개님의 말씀에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카드 이용 시기 때문에 그런지는 정말 몰랐어요! ㅎㅎㅎㅎ
앗 이렇게 쓰다보니 우리가 이런 얘기를 했던것도 같네요. 아주 오래전에 댓글로...이건 뭐지..
여하튼 저도 카드 결제일이 26일입니다. 근데 저는 12일부터 다음달로 넘어가요. 자중하고 또 자중할 시기인겁니다, 전. 물론 어제 이미 책을 한박스 질렀지만... -0-

마태우스님의 책을 읽고 저는 강준만을 차곡차곡 읽어볼 생각입니다!

아 이 얘길 어디서 본것 같은 생각이 왜나나 했더니, 마태우스님의 정혜윤 책 리뷰에 나온 내용이었군요! 오래전도 아니고 며칠전이었어요. 흐미...기억력이 메롱이네요. ㅠㅠ

마태우스 2014-06-12 11:01   좋아요 0 | URL
아...12일까지 포함되는 건가요? 클났다 어제 막 질렀는데, 글구 오늘도 지르려고 알라딘 들어왔는데..ㅠㅠ 글구 며칠 전이면 아주 오래 전인 거죠 뭐. 기억력이 10대랑은 달라야지 않겠습니까^^

다락방 2014-06-12 11:26   좋아요 0 | URL
12일은 다음달로 넘어갑니다 마태우스님. 이게 카드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ㅎㅎ
저는 지금 또한번 지를까어쩔까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장바구니에 책 던져 넣으면서 ㅎㅎ

2014-06-12 1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3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il 2018-08-14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인을 당하는 것도 권리는 있어서 그러나 ?
 

나는 젊은 게 싫다. 지금도 충분히 젊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젊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느낀다. 젊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는 분명 있다. 시기를 놓치면 다시는 할 수 없어지는 것들. 나는 그런 것들과 무관해지고 있는 내가 좋고 내 삶이 그런 것들과 상관없어지는 게 마음이 놓인다. 점점 더 그렇게 될 것이다. (p.59)


















며칠전에 페이퍼에서 교재만 봐야하는 학창 시절을 다 지낸, 자유롭게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좋다는 얘길 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의 이 부분을 읽다가 그런 내가 생각나 피식 웃었다. 물론 아직 이 책의 주인공은 채 서른도 되지 않았으니 내가 보기엔 상대적으로 젊은 축에 속하지만, 그래도 이 주인공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 나는 내가 교재를 보지 않아도 되서 너무 좋다. 시험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서 정말 마음에 든다. 


시험은 나에게 스트레스를 꽤 많이 주는 것에 속하는데, 그건 내가 시험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이기 때문이다. 한 학기동안 방통대를 다니면서 먹은 음식이 체할정도로 시험에 대한 압박감이 컸는데,


"나는 왜 시험 공부도 안하면서 시험으로 스트레스를 받을까?"


라고 남동생에게 하소연을 하니 남동생이 이렇게 답했더랬다.


"시험 공부를 안하니까 스트레스를 받지, 공부를 했으면 안받지."



아! 이런 명쾌한 답이라니. 그러면서 남동생은 학교 당장 때려치라고 했었다. 그걸 왜 누나 혼자 결정했냐고, 자기한테 물어봤으면 따라다니면서 말렸을거라고 한다. 자기는 나를 알기 때문에. 방통대 간다고 공부할 사람이 아니라 시험 본다고 빡칠 사람이기 때문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웃기지 말라고, 해보겟다고 하다가 결국 한 학기 다니고 자퇴를..Orz


어제는 외출후에 너무 피곤해져서 잠을 자고 싶었는데, 샤워를 하지 못해 침대로 못가겠는거다. 아 씻어야 되는데, 씻어야 되는데, 그리고 자야 되는데...라고 말하며 개표방송 보며 한 시간을 철푸덕 앉아있자니 옆에서 듣던 엄마랑 여동생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럼 빨리 씻고 자라고!! 대체 왜 그러고 있어!!


하하하하하하하하. 안 씻으니까 짜증이 나는거다. 씻어야 되는데 안씻으니까...하아- 성격이 왜 이모양이야 진짜. 마음에 안들어 정말 ㅠㅠ




여튼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박주영의 《백수생활백서》는 확실히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책장이 빨랑빨랑 넘어가고 다음 이야기들이 궁금해 참 즐거웠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책 자체의 재미가 있느냐 하면 글쎄, 큰 재미는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것 같다. 일단 뭐랄까, 음, 주인공은 책을 엄청 많이 읽고 엄청 좋아하는 캐릭터인데, 내가 책 속에서 느낀 주인공은 그다지 책을 많이 읽는다는 느낌을 주진 못했다. 각 꼭지마다 읽은 책에 대한 인용문들이 나오긴 하는데, 꽤 많은 책이 등장하는데, 음, 뭐랄까, 어....책을 그냥...나만큼 읽는 것 같은 느낌? 너무 책 많이 읽는다, 좋아한다 자꾸 얘기하니까, 그렇지 않은데 그런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주는거다. 왜 내가 행복하다고 자꾸 주장하는 사람, 내가 양심적이다 라고 자꾸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기에 대해 뭐 컴플렉스 있나' 싶은 그런 느낌을 받는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캐릭터 자체는 내가 딱히 좋아할만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묘하게 '읽는' 재미가 있었다. 


물론 그녀의 책에 대한 애정 자체는 진짜다. 특히나 소설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기꺼의 동의한다는 표를 내어주고 싶을만큼.



어떤 사람들은 처세술에 관한 책을 읽기 좋아하는데, 정말 현명해지려면 소설을 읽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처세술에 관한 책은 결론을 가르쳐주지만 소설은 결론으로 나아가도록 생각하는 법을 몸에 배게 해준다. (p.189)



으악, 정말이지,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 책에는 어마어마한 장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준다는 것이다. 아, 나도 뭔가 쓰고 싶다, 뭔가 좋고 재미있는 걸 쓰고 싶다, 훌륭한 글을 쓸 순 없을지언정, 나만의 글을 쓰고 싶다, 내가 쓸 수 있는 만큼의 글을 쓰고 싶다, 하게 만든다는거다. 코맥 매카시나 존 쿳시를 읽으면 그런 생각을 감히 할 수가 없다. 그저 그들의 글에 훅- 빨려 들어가 감탄하거나 감동하는 게 전부일 뿐. 그러나 박주영은 이 책에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 생각이 뭔가 실행으로 옮겨져야 할텐데...이 책을 읽는동안 머릿속에는 얼마나 많은 책에 대한 구상들이 있었는지!! 다 읽고 나니 내가 뭘 생각했더라, 하고 잘 생각 안나는게 문제지만... -_-



-그럼 이제는 쓸 수 없는 건가요?

-모르겠다. 그 이후로는 써보려고도 하지 않았으니까.

-어쩌다 그렇게 된 거죠?

-소설보다 소설을 쓰는 것보다 인생을 사는 것이 더 재밌었거든. 사는 재미에 빠져서 소설을 써야 한다는 생각은 자꾸 미뤄졌지.

-그래서 후회하시나요?

-그럴 리가 있겠니? 나는 내 인생을 사랑한다. 오래오래 내 인생을 사랑해 온 만큼 소설이 나의 인생에 포함된 거라는 걸 인정한다면 다시 쓸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리고 할머니는 웃으며 또 말했다.

-사실은 이제는 좀 심심해졌거든. 살고 싶은 대로 살아서 후회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네 말을 들으니 소설 한 편 더 쓰는 것도 좋겠다. 그러려면 건강해야겠구나. (p.316)



주인공(미안..이름이 생각이 안나 -_-)의 할머니는 한 권의 소설을 발표한 적이 있었고, 이제와 주인공은 소설을 다시 써볼 생각이 없느냐고 할머니에게 물으며 나눈 대화이다. 소설을 쓰는 것보다 사는 게 더 재미있었다는 말도 좋고, 후회 없이 살았다는 말 역시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설 한 편을 더 쓰기 위해 건강해야겠다고 말하는 건 더 좋다. 분명히 젊었을 때 할 수 있는 일과 나이 들어서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 어떤 일들은 젊었을 때만 가능하기도 하다. 그러나 젊었든 늙었든 분명한 사실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한다는거다. 여행을 하고 싶어도, 책을 쓰고 싶어도, 자전거를 타고 싶어도, 술을 마시고 싶어도 건강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걸 잘 하기 위해서,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서도 나를 즐겁게 하는 책읽기를 더 즐겁게 하기 위해서, 페이퍼를 더 즐겁게 쓰기 위해서, 친구들과 오래오래 웃으며 만나기 위해서, 맛있는 걸 더 잘 먹기 위해서도 건강해야 한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 건강을 위해서 모두가 노력 하는건 아니다. 비타민이며 각종 영양제를 챙겨먹는 것도 물론 도움이 되지만, 나는 건강을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무언가 먹을때도 즐겁게 먹고 산책도 하고 산에도 오르고 하면서 그들의 건강을 지켜냈으면 좋겠다. 친구 중에 몸에 좋다는 건 뭐든 다 잘 사먹는 친구가 있는데 체력이 엄청 약하다. 그 친구가 몸에 좋다는 무언가를 사 먹고 있다는 말을 들을때마다, 얼른 헬스장이나 수영장이나 뭐나 암튼 등록을 좀 해서 운동을 좀 하지, 하는 마음이 들지만, 이렇게 다섯번 마음 먹으면 한 번 밖에 말을 못한다. 미친 오지랖과 잔소리로 느껴질것 같아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뭐, 이렇게 말하는 나조차도 운동을 즐기며 열심히 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나를 보고 저절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 


여튼, 건강하자는 거다. 건강을 잘 유지해서 우리가 모두 즐겁게 오래오래 책도 읽고 술도 마시고 수다도 떨고 연애도 하고, 뭐 그러자는 거다, 내 말은. 




어제는 다섯살 조카의 손을 잡고 투표를 하러 갔었다. 우리 투표하러 가는거야, 라고 말하고 조카의 손을 잡고 투표소로 향하는데 어찌나 뿌듯하던지! 투표의 현장을 내가 이렇게 보여주다니. 넌 참 좋은 이모를 뒀구나, 조카야. 바르고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렴! 줄을 서서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줄 서계신 어른들이 저마다 조카를 보며 한마디씩 던졌다. 예쁘게 생겼다고. 으흐흐흐흐흐흐흐흐. 내 조카다. 여튼 투표를 마치고 조카를 데리고 놀이터에 가서 한참동안 그네를 밀어주고, 그네 위에 앉아서 '이모, 바람이 부니까 참 좋아' 라고 말하는 조카에게 무한 애정을 느끼며 집에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한숨자고 저녁에는 여동생과 조카와 함께 잠실 교보엘 갔다. 아직 큰 서점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던 조카를 위해 특별히 기획한 이벤트인데(응?), 조카의 손을 잡고 서점을 향하면서 '거기엔 책이 아주 많아'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카가 환호하며 그림책을 이것도 들었다 놓고 저것도 들었다 놓고 그런다면 그 중에 두 권쯤은 내가 사줘야지, 라고 생각도 했다. 자기가 직접 고른 그림책은 더한 애착이 가지 않을까? 하고 여동생하고 대화해가며.


그러나 나는 나의 조카를 잘못알았다. 아직 다섯살인 이 아이는, 책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여기는 서점이고 책이 많고 책을 보러 온 거라고 했지만, 조카는 유아책 옆코너의 장난감에 큰 흥미를 보였다. 당장 그리로 달려가서는 퍼즐을 맞추고 이것저것 만져보고 옮겨보고.. 사실 얘가 애기때부터 크게 책을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보다는 제 아빠를 닮은건지, 볼펜 같은거 분해하고 다시 끼워맞추고 하는 것에 큰 흥미를 보였던 것. 아아-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구나, 하며 실망하고 있는데, 흑흑, 한 쪽에 모여 책을 보는 어른들과 아이들을 보더니 자기도 책을 읽겠다고 그림책 앞으로 가 고른다. 그리고는 제 엄마에게 읽어달라고 한다. 





코딱지 파는 고릴라 얘기를 읽고 다른 책을 또 가져오겠다고 그림책 코너로 가서 그림책을 고르길래 저걸 가지고 제 엄마에게 다시 가겠구나, 싶어 나는 내가 읽고 싶었던 그림책을 골랐다. 그리고 아까 그 자리에 가니 여동생만 있고 조카가 안보이는거다. 화들짝 놀란 나는 "야, 타미는?" 하고 물으니 여동생이 "몰라, 안왔는데?"하는거다. 둘다 식겁해서 여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나 역시 아이 찾으러 돌아다녀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어느 책장 틈에서 타미가 쪼로로 달려나오더니


"타미 여깄는데?" 


하는거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울뻔했잖아 이지지배야. 그래도 겁먹은 이모의 큰 목소리 덕에 자기 위치를 알려주려는 조카를 보니 또 막 예쁘고 고맙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튼 책을 사주고 싶었는데 조카는 그림책 코너의 그 많은 책들 중에서 공주가 그려진 스티커북을 골라가지고... -_- 어쩔수없이 그걸 사줬다. 이제 집에 가자, 하고 손을 잡고 계산대로 가는데 '이모는 여기서 책을 어떻게 읽어?'앉아서 읽어?' 하고 묻는다. 그래서 나는 '아니 서서 읽어' 라고 말했다. 그러자 조카는 '어떻게 하는지 보여줘' 라고 하는거다. 그래서 소설 코너로 가 아무거나 한 권을 집고 서서 읽는 걸 보여주었다. 그러자마자 제대로 보지도 않고 흑흑 배고프다고 하는거다. 그래서 여동생이 '집에 가서 밥먹자' 하니까 '이모가 맛있는거 사줄건데' 하는거다.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내가 알았다고, 뭐 먹고 싶냐고 물으니 햄버거 먹고 싶다길래 교보앞의 롯데리아에 가서 햄버거를 시켰는데, 하하하하하하 조카가 먹은건 감자튀김과 아이스크림이었고, 햄버거는 한 입도 안먹었다. 그냥 으레 이모랑 나오면 뭐 맛있는 거 먹고 가려니, 하는 것 같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암튼 햄버거는 내가...




엊그제 알라딘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마일리지를 10점 이상부터 적립금으로 바꿔쓸 수 있다는 거였다. 오! 마침 마일리지에 4,950점이 있었고, 50점이 모자라 적립금으로 바꾸지 못하고 있었는데, 얼씨구나 좋구나, 하고 잽싸게 적립금으로 바꿨다. 그리고 보관함의 수많은 책들중에서 무얼사지, 무얼사지 내내 고민을 했는데, 아무래도 6월중에 제레미 아이언스 주연으로 영화 개봉한다는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살까 싶다. 뭐, 좀 더 고민해보겠지만. 므흣.



조금전에 미용실에 간다는 여동생으로 부터 문자가 왔다. 책 가져가고 싶다고. 나는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을 들고 가 제일 먼저 <사사롭지만 도움이 되는 일>을 읽어보라고 했다.







나는 싸워서 얻는 것이 있는 인생이 바람직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기고 싸우고 얻으면서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정치가도 되고 군인도 되고 혁명가도 되어서 자신이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믿을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은 그런 사람 때문에 변하는 게 아니다. 그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사고를 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 덕분에 세상은 그나마 괜찮은 지경으로 지켜진다. 도무지 벗어날 길 없는 궁지로 스스로를 몰아넣는 것이 더 근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자기가 아니면 이 위대한 일을 해낼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믿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 나름의 인생이 있을 테니까 꼭 그러겠다면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자면 나 또한 유치하고 피곤한 인생을 살아야 하니까. (p.128-129)

그와 나는 오늘도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앉았다. 계약 이후로 우리는 제법 비싼 식당만을 드나들고 있다. 나는 먹는 데 입는 데 신경 쓰면서 사는 부류가 아니다. 그런 즐거움을 모르는 것으느 아니나 그런 것을 누릴 만큼의 여유는 아직 내게 없고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다. 인생에는 우선순위라는 것이 있다. 포기할 수 없는 것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포기할 수 있는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다. 언제나 내 인생은 그런 식으로 구성되어 왔다. (p.235-236)

어쩌면 유희(주인공의 친구 이름)는 실패할지도 모르고, 이대로는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주저앉지는 않을 것이다. 서두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평생 해야 할 일이고 평생 즐겨야 할 일이다. 조급해한다면 계속할 수도 없고 이 일의 참다운 의미를 잃어버리는 게 될 것이다. 어차피 미래 따윈 현재보다 중요한 적 없었다. 쓰고 있는 지금 행복하다면, 읽고 있느느 지금 행복하다면 그걸로도 완벽한 것 아닐까. (p.280)

그 책들은 당신과 함께 있어서 찬란히 빛날 거요. 어쩌면 당신이 그 책들을 다 읽었을 즈음에 돌아갈지도 모르오. 그래도 되겠소?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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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4-06-05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책 2탄 빨리 쓰세요.

다락방 2014-06-05 11:39   좋아요 0 | URL
네? ( ")
2탄 나오면 사실거에요?

자작나무 2014-06-05 12:31   좋아요 0 | URL
네 이번에는 부록으로 낭독CD도 끼워주세요

하루 2014-06-05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정말 멋져요!

다락방 2014-06-05 13:54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구매 후보에 있었는데 때마침 하루님의 페이퍼를 읽은 바람에 당첨되었습니다. ㅎㅎ 방금 주문완료했어요!

무스탕 2014-06-05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사랑 대충하고 얼른 다락방주니어 사랑편을 보여주세요!!

다락방 2014-06-05 13:54   좋아요 0 | URL
네? 뭐라구요? ( ")
ㅎㅎ

dreamout 2014-06-05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실 교보. 아동용 도서 자리. ㅋㅋ 저도 작년에 그곳을 친구와 친구 딸아이와 갔었어요. 그 아이는 무려(?) 초등 2학년였지만, 고른 책은 스티커북. ㅎㅎㅎㅎ 친구들에게 보낼 엽서를 꾸밀수 있는 스티커북이었는데...제가 사서 선물하자마자, 자리에 앉아 열심히 작업하더니 첫번째 엽서를 제게 줬답니다. 므흣 ^^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정말 멋져요 2...

다락방 2014-06-09 12:03   좋아요 0 | URL
읽거나 볼 수 있는 그림책을 좋아할 거라는건 순전히 지금의 제 기준이었던 것 같아요. 아마 그러길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아이를 잘 몰랐던거죠. 하핫.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주말에 읽을 생각이었는데 책 배송이 아직 안됐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이번 주에는 꼭 읽고 싶은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태우스 2014-06-05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독서에 대한 강의를 할 때마다 다락방님 책을 겁나 자주 인용했었어요. 근데 "소설은 결론으로 나아가도록 생각하는 법을 몸에 배게 해준다" 요 말도 인용할 때 추가해야겠네요. 뭔가 있어 보이는 구절이어요^^ 글구 다섯살부터 책 읽으면 안좋습니다. 스스로 왕따를 자초하게 되는데다 나중에 좌파가 되는 지름길이어요. 울나라에서 좌파는 곧 왕따일 수도 있다니깐요... 이렇게 좋게 생각하시길.

다락방 2014-06-09 12:05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제 책을 겁나 자주 인용해주시다니, 마태우스님 정말 고맙습니다. 한편 부끄럽기도 하고요. 아니.. 내 책에 인용할만한 게 뭐가 있나..싶어서 말이지요. 므흣.

안그래도 이번 마태우스님 책을 보면서 책을 읽을수록 좌파가 된다는 문장을 봤는데, 그 문장 읽으면서 끄덕였어요. 확실히 제 경우에도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제 조카를 비롯해서 세상의 많은 아이들이, 자신이 원할 때 책을 읽는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그 책이 자기 것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지금 별 흥미가 없다면, 그대로 둬야할 것 같아요. 흥미를 보이는 다른 것들을 더 즐길 수 있게 해줘야죠. 헤헷

건조기후 2014-06-09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 정강이에 멍 든 거예요? 아이쿠 어쩌다..

맞아요 건강해야 돼요. 좋아하는 거 먹고 좋아하는 거 하고 또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오래오래 함께 하려면... 몸이 안 따라줘서 하고 싶은 것도 못 하면 얼마나 억울해요. 건강은 오로지 나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지킬 수 있는 건데. 그러니까 주기적으로 다이어트도 하고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하는데... 에잇. ㅎㅎ

다락방 2014-06-10 10:29   좋아요 0 | URL
으응? 저건 멍 아닌 것 같은데?? 멍들긴 했는데 그건 무릎 근처에 작게 들은거거든요. 저것도 멍인가? 기억이 잘..하여간 엄청 뛰어다니고 엄청 넘어져요. 늘 다칠까봐 조마조마 ㅠㅠ 팔도 잘 빠지고 ㅠㅠㅠ

주기적으로 다이어트, 라고 하시니까 어제 저녁에 과식했던것, 엊그제 저녁에 과식했던 것, 그전에 계속 과식했던 것들이 떠오르네요. 아, 그래 오늘부터 다시 다이어트 하자..라고 새사 결심해보지만..잘 될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전 이제 우리집 식구들을 통틀어서 제가 제일 몸무게 많이 나갈 것 같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