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질 때마다 <운명> 이 들어있는 '여행스케치'의 앨범을 카세트 테이프로 상대에게 선물하곤 했었다. 한 번은 네가 운명을 준 남자가 몇이냐, 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때 나는 베시시 웃었고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은 나도 몇인지 세어본 적 없어서. 그러나 어쩌면 단 두 명 뿐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기억나는 사람은 단 두 명 뿐이니까. 그 둘 다, 내가 그의 차에서 내리기 전에 이 노래 듣고 가, 라고 말했었지. 나는 그 말이 그렇게나 좋았더랬다. 오롯이 둘이 앉아 조용히 그 음악을 감상하던 일. 더이상 운명을 선물하지 않은 것은 내가 더이상 사랑에 빠지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그 앨범을 구할 수 없어서였고 그 후에 만난 사람들은 테이프 대신 시디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윤선의 <천사>가 들어있는 앨범을 선물한 적도 있었다. 그건 시디 였는데, 그와 사랑에 빠져서 그 앨범을 선물한 게 아니라 그 앨범을 선물했는데 그와 사랑에 빠졌더랬다. 그에게 그 시디를 선물하고 난 다음날, 그를 만난 기억으로 하루를 온통 소비하고 있었을 때, 나윤선을 듣는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때 나는 아, 좋았던가. 



다,


지나간 일이다.




장갑의 밤



사랑에 빠질 때마다 장갑을 선물하는 경향이 있

어 그건 잃어버리기 쉬우니까 지금 난 장갑 한 짝을

찾으러 가는 길이야 검정색 모직 장갑 장식이 없는

낡은 그 장갑을 어디 떨어뜨렸는지 알아 오늘 난 아

주 잠시 외출했거든 부드러운 눈길을 걸어 저녁 모

서리 골목 끝 국숫집에 갔거든 바지락조개가 든 그

릇 바닥에는 모래가 있었어 반짝이는 보석도 있었지

 가는 길은 얼었고 없던 비탈이 생겼네 바람은 전

혀 불지 않아 국숫집 바닥에서 내 검은 장갑 한 짝

이 조금 젖어가겠지 하지만 어제가 아니었을까 오늘

나는 저녁을 거른 채 오래된 노래를 듣고 있지 않았

던가 골목 끝 국숫집은 사라졌네 이전했다는 안내

문조차 없어

 사랑에 빠질 때마다 나의 기억은 바뀌고 부드러웠

던 길은 파여가네 곁에 그가 걷네 보이지 않게 엉덩

이는 자꾸 신성해지려 하고 누가 만져도 흔들고 싶

지 않아 내 몸에 그을린 그가 내 손목을 흔들며 사

라지면 밤은 언 손처럼 나를 끼네




<겨울 휴관>같은 시가 한 편쯤 떠억- 하니 나타나주리라 기대하고 천천히(어쩌면 빨리) 시집을 넘겼지만 그런 시는 한 편도 만나볼 수 없었다. 웬걸, 어려워서 머리에 쥐가 날 것만 같더라. 무엇을 말하고 싶은건지, 어떤 상황에서 쓴건지를 모르겠고, 내가 이 시를 읽으면서 무엇을 그려야 하는지도 모르겠는거다. 무언가 장면이 펼쳐지다가도, 입에서 나온 한 줄기 담배 연기가 이내 공중에서 흩어지듯, 눈 앞에 내가 그린 풍경도 퍼지고 흩어지고 말아, 아, 시란 어떻게 읽어야 한단 말이냐, 자꾸만 답답해지는 거다. 내가 시인이 되어 읽어야 하는거냐, 시인이 말하는 걸 눈 앞에 그려가며 읽어야 하는 거냐, 소리 내어 읽어야 하는 거냐, 가만가만 조용히 읽어야 하는 거냐. 나는 그걸 알 수가 없어 이 시들을 모조리 다, 이해할 수가 없어. 그럴수록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게 든다. 시를 읽으면서 감탄하고, 이해하고, 외우고 싶다. 이해하지 못하니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지나치게 당연할 터. 하나의 시를 읽고, 다음장에 있는 또 하나의 시를 읽고, 나는 자꾸만 아 뭔말이야 뭔말이냐, 한다. 그나마 기억속의 나를 끄집어내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애쓰지 않고도 되는 일.


애쓰는 일은 내가 하기 싫어하는 일. 나는 무엇에도 애쓰고 싶지 않아. 며칠전 만난 친구가 '너는 연애할 때 애쓰지 않지' 라고 묻는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황했다. 애..써야 해?, 연애에? 연애에도 애를 쓰지 않는 내가 시를 읽는데는 애를 쓰고 있다. 이 피곤한 일을 그렇다면 그만두어야 할까, 아니, 계속 애써보아야 할까, 아니, 애쓰는 건 싫단 말이야. 나를 애쓰게 하지 마. 그저 적당한 온도의 물을 편안하게 삼키듯, 그렇게 이해되면 안되는 거야, 시는? 어쩐지 분해서 울고 싶기까지 하다. 알고 싶다고! 나도 시를 느끼고 싶다고! 왜 쓴 건지 이해하고 싶다고!





밤의 여행자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력으로



 밤의 노래가 나를 데리고 가리 내 귀고리가 숨어

우는 자리로


 마트 지하 피팅룸에도 없다 나무 깔개를 들춰봐도

없다 원양어선 밑바닥 궤짝 아래 같이 눈앞이 캄캄

하다 스포츠브라 사느라 벗고 입고 하느라 정작 스

포츠가 뭔지도 모르면서 난 분실물보관소 카운터 직

원에게 말했다 혹시 맡아둔 귀고리라도 ‥‥‥

 그거 비싼 거예요?



 대형마트 맨 위층 목욕탕에 갔다 하수구 뚜껑을

손으로 훑었다 네 잘못은 아니지 바닥과 타일이 다

독인다 침착 침착해 이미 난 아스파라거스가 닭고기

에 집착하듯 귀고리에 매달렸다 탈의실 바닥을 샅

샅이 살펴보았다 체중계와 거울 위를 손바닥으로 쓸

며 청소하는 아줌마에게 말했다 여기서 혹시 귀고리

하나 못 보셨어요? 물에 떠내려갔겠지 그거 눈에 띌

만큼 커요? 값비싼 거냐고요?



 나는 7층부터 지하까지 뛰어다녔다 왜 엘리베이터

는 타려 하면 올라가나 나오지 않는 잔뇨로 전율하

며 다시 내 방까지 뛰어가보고 뛰다가 거북이 알을

품듯 큰 돌덩이를 붙잡고 쉬는데 돌 안에서 돌이 나

왔다 상추에 달팽이가 죽어 있는 야채 코너 트렁크

사이 머리를 넣어보았다 가지 않았던 곳도 가보았다

약속도 깨고 나는 잃어버린 한쪽 귀고리를 찾아 너

무 빠지지 마 왜 이렇게 말이 많아 그래봤자 심금을

안 울리잖아 인생을 즐겨봐 섹스테크닉이나 배워



 이 아무것도 아닌 저질의 빛이 곱지도 않은 삐뚤

어진 속악한 누군가 보다가 구역질이나 할 나는 가

짜라고 분류될 그 아무 가치도 없는 누군가 주워 갔

다가 던져버릴걸 그 전에 내가 찾아서 없애버려야 해



 목탄으로 그린 그림 같아 나는 내가 지워지기 전

에 스프레이를 뿌려주세요 안개와 해초가 일렁인다

마트는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고래가 등장하는 재

미없는 아이스쇼 같아 헤이 헤엄치며 놀자 신경 끊

어누가 수상쇼 하든 트로피를 받든 감격은 없어 소

통이라니 깊이 들어가봤자 그거 고작 몇 센티잖아





비가 내리고 귀고리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나는 또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귀고리를 잃어버렸는지도 알지 못했는데 그는 내게 뭐 잃어버린 거 없냐고 물었고, 나는 그가 무얼 말하는 지 몰라 모른다고 했다. 내가 무얼 잃어버렸다는 거지? 그러자 그는 주먹 쥔 손을 펴 내 은색 링 귀고리를 보여주었다. 차 안에 떨어진 걸 주워왔다고 했다. 아 그랬나 나는 잃어버린 줄도 몰랐네, 하고 그의 손바닥에서 귀고리를 가져가려고 손을 뻗는데, 그는 다시 주먹을 쥐었다. 내가 며칠 가지고 있을게. 왜? 그러고 싶어. 그럼 그렇게 해. 다음날과 다다음날 나는 그에게 물었다. 내 귀고리 어쨌냐고. 그는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고 했다. 이 바지를 입을 땐 이 바지 주머니에, 저 바지를 입을 땐 저 바지 주머니에. 내 물건을 지니고 있으려는 게 애틋해 나는 살짝 웃었지만 사실 그 귀고리는 내가 당시에 가장 좋아하던 귀고리라 빨리 찾아와 귀에 걸고 싶었다. 잃어버린 것도 몰랐으면서. 나는 그에게 이제 그만 돌려달라 말했고 그는 그렇게 했다. 내가 그의 차 안에 두고 내리고, 두고 내렸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린 건 귀고리 뿐만은 아니었다. 스카프도 있었다. 그는 다음에 만날 때 곱게 접은 스카프를 내게 내밀었다. 너 이거 두고 갔다고. 




이런 기억들 틈틈이, 이것이 내가 시를 감상하는 방법인가 싶어 스스로 폭발해버리고 싶어진다. 이렇게 감상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물론 옳은 감상 방법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 그러다가 내가 중국집에 가 짜장면을 주문했는데 내 앞에 놓인 게 삼선짜장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저는 그냥 짜장면을 주문했는데 왜 삼선짜장이 나온거죠? 라고 일단 물을 것이고 만약 주인이 삼선짜장 주문하셨습니다 라며 거칠게 나온다면, 나는 잔인해 지리라. 거침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카운터로 가 계산해달라고 할 것이다. 내가 시켰다니 계산해주세요. 그러나 먹지는 않겠어요. 저는 해물을 일절 먹지 못하니까요, 라고 말하고 나와야지. 그러면 내가 삼선짜장을 시키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해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다가 씨양, 시를 이렇게 읽으면 안되는 거잖아, 했다. 혼자서. 




사과 없어요



아 어쩐다, 다른 게 나왔으니, 주문한 음식보다 비

싼 게 나왔으니, 아 어쩐다, 짜장면 시켰는데 삼선짜

장면이 나왔으니, 이봐요, 그냥 짜장면 시켰는데요,

아뇨, 손님이 삼선짜장면이라고 말했잖아요, 아 어

쩐다, 주인을 불러 바꿔다라고 할까, 아 어쩐다, 그러

면 이 종업원이 꾸지람 듣겠지, 어쩌면 급료에서 삼

선짜장면 값만큼 깎이겠지, 급기야 쫓겨날지도 몰

라, 아아 어쩐다, 미안하다고 하면 이대로 먹을 텐데,

단무지도 갖다 주지 않고, 아아 사과하면 괜찮다고

할 텐데, 아아 미안하다 말해서 용서받기는커녕 몽

땅 뒤집어쓴 적 있는 나로서는, 아아, 아아, 싸우기

귀찮아서 잘못했다고 말하고는 제거되고 추방된 나

로서는, 아아 어쩐다, 쟤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고,

그래 내가 잘못 발음했을지 몰라, 아아 어쩐다, 전복

도 다진 야채도 싫은데





이해할 수도 없는 시들로 가득찬 시집을, 제대로 감상할 줄도 모르니, 나는 기꺼이 내 소유로 하지 않으리라, 시집의 마지막 시까지 읽으며 생각하고 책장을 덮다가, 그런데도 무언가가 자꾸만 꿈틀꿈틀 남아 있는 것 같아서 아아, 내치지 못하겠어, 라는 생각을 한다. 이것은 다른 시집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던 현상인데, 그러니까, 어쩌면 시인의 말투 랄까 문체 랄까 마음가짐 이랄까 하는 것들이 내 마음속에서 지렁이 기어가듯 미미한 움직임을 갖는 것이다. 부드러운 눈길을 걸어, 라고 말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 전에 내가 찾아서 없애버려야 해, 라고 말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전복도 다진 야채도 싫은데 종업원의 급료가 깎일까봐 염려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눈이 내리는 날 다시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나는 시집을 책장에 꽂아 두는 것으로 결정한다. 지렁이는 징그럽고 손에 잡을 수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서 지렁이가 조금씩 꿈틀대는 미끄덩한 움직임이 어쩐지 싫지 않아. 이걸 어떻게 살릴까 싶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비오는 날에는 지렁이가 땅 속에서 나온다. 비를 맞으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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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1 09: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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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1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21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22 0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21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22 0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이버 TV  어플을 깔면 굿 다운로더 영화를 스마트폰에서 검색, 바로 다운 받아 볼 수 있다. 안드로이드는 이 어플 하나로 검색과 다운이 가능하지만 아이폰은 검색은 네이버 어플로 시청은 네이버 TV 어플로 가능하다. 알라딘 도서 검색 따로, 전자책 뷰어 따로 되어 있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검색은 여기서 하고 시청은 저기서 하는 게 좀 빡치지만 (-_-), 그래도 피씨로 다운 받아 아이폰용 파일로 변환하고 아이폰에 넣는 것 보다야 이만배쯤 편하다. 아이폰으로 바꾸고 제일 불편하게 아이튠즈를 사용해야만 음악이며 사진을 왔다갔다 옮길 수 있다는 거였다. 아..나같은 컴맹은 초기에 어찌나 스트레스 받는지 집어 던질 뻔 했어. 지금도 아이폰으로 바꾼 초창기를 생각하면 갑자기 열이 뻗친다. 으윽... 어쨌든 그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고.


《해피니스 네버 컴즈 얼론》은, 소피 마르소 때문에 보고 싶어진 영화이고, 당연히 로맨틱 코메디라고 생각해 선택한 영화인데, 완전 로맨틱 코메디라 당황했다. 아- 아무리 이게 로맨틱 무비라지만, 아, 그들은 정말이지 완전 러브러브해. 러브 최고, 러브가 짱이야, 러브면 다 돼! 랄까. 여튼 싱글인 남주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아이들' 이고 그냥 아이들이 싫은데, 아이가 무려 셋이나 딸린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니가 그 아이들을 감당할 수 있겠냐는 친구의 물음에, '그 여자를 선택하면 아이들이 딸려오는 게 아니라, 그 여자가 아이들이고 아이들이 그 여자다' 라는 낭만적 멘트를 팍팍 날려주시는데, 하하하하, 뭐랄까, 사랑 때문에 변화하는 건 물론 가능한 일이지만, 너무나 순순하게 변하는 게 역시나 영화 같았달까. 지나치게 예쁘고 지나치게 부자여서 도무지 여자주인공에게 공감할 수가 없다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여튼 그래도 영화는 재미있었다. 말 그대로 '재미' 있었는데, 소피 마르소가 자꾸 넘어지고 구르고 떨어지고 뭐 그런 몸개그를 많이 보여주기 때문이랄까. 이런 걸 뭐라고 하지? 여튼 그래서 빵빵 터져서 웃었음.


남주는 피아니스트이다. 피아노를 어찌나 현란하게 잘 치는지..아 또 피아노 배우고 싶어졌어. 일전에도 무슨 영화 보다가 피아노 배우고 싶어져서 학원에 문의해보고 금액만 듣고 걍 포기했는데. ㅎㅎㅎㅎㅎ 아..나도 피아노 잘치고 싶다. 피아노는 정말 완벽한 악기인 것 같다!! >.<


















어제 퇴근길. 양재역까지 걸어가다가 길에서 변태를 만났다. 하아- '지금 멘스중이냐'라고 묻는 나이든 아저씨한테서 나는 잽싸게 피했지만, 마침 내가 지나던 길이 놀이터 근처라는 생각이 났고, 혹여나 아이들에게 저렇게 다가가면 어쩌나 싶어 조금 더 걸어가 파출소를 향했다. 문앞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안에 있던 폴리스랑 눈이 마주쳐서 용기를 내어 들어갔고, 나는 놀이터에 순찰 좀 나가달라 부탁하며 그 남자의 인상착의를 설명했다. 나에게 어떤 말을 했냐고 묻는데 '지금 멘스중이냐' 라고 물었다는 말을 하는 게 그렇게나 힘들더라. 지금 저랑 같이 가보실래요? 라고 묻는 폴리스에게 싫다고 했다. 거길 다시 가서 그 사람이 나를 보는 게 끔찍하게 느껴졌다. 아직도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는데 그 사람을 다시 보면 ...아. 아니다, 순찰 좀 해달라, 거기 아이들 있는 놀이터가 아니냐, 부탁드린다, 라고 했다. 폴리스는 걱정말라며, 그곳은 자신들이 관심을 가지고 순찰하는 지역이라고 했다. 방금 전에도 다녀왔다고. 그리고 또 가겠다고 했다.


집에 와서 이 일을 엄마에게 얘기하다가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폴리스를 따라가서 누구라고 콕 집어 (계속 거기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얘기해주는 편이 좋았을텐데. 그 편이 아이들에게 더 안전했을텐데. 그런데 나는 그 당시에 나 가슴 떨리는 것 밖에 생각을 못했네...위로를 받고 싶어 얘기했다가 괜히 더 찜찜해지고 말았다. 


가뜩이나 무기력한 하루였고, 그러다가 그런 변태를 만나 기분이 뻐킹 쉿이고...하아-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일전에 다운 받아두었던 영화 《양과자점 코안도르》를 보기 시작했다. 아 그런데 이 영화, 좋다! 처음 시작부터 케익 만드는 게 나오는데, 초콜렛과 크림, 버터.. 게다가 그걸 잘라서 입에 넣는 사람들까지. 무서워 두근거렸던 마음에 초콜렛이, 버터가, 크림이 녹아들고 있었다. 나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보는 것도 좋아하는 구나! 뭔가 가슴속에 포시식 포시식 소리가 날 것 같은 기분이랄까. 








게다가 여자주인공은 얼마나 예쁜지! 활짝 웃을 때 굉장히 순수해 보인다고 할까. 사실 극중 역할의 성격은 내 마음에 안들었지만;; -그런 성격은 좀 별로...-, 와 웃을 때랑 울 때 너무 예쁘더라. '젊음'이 그녀에게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녀가 활짝 웃는 걸 보노라니 나 역시 젊어지고 싶어지는 거다. 다시 젊어진다면, 저렇게 활짝 웃고 통통 뛰면서 다니고 싶다!! 뭐, 젊었을 때로 돌아간다고 해서 내가 저렇게 생기는 건 아니지만..


케익 만드는 걸 보면서 집에 갔더니 집에 가는 길에 너무 케익을 먹고 싶어지는 거다. 흐음. 그렇지만 어디에서 저런 조각 케익들을 먹을 수 있단 말인가! 초콜렛을 입 안 가득 먹고 싶은데. 그 달콤함을 입 안에 화악-퍼지게 하고 싶은데! 아쉬운 마음에 집에 가서 열무김치와 콩나물, 고추장을 넣어 밥을 비벼 먹고 엄마가 부쳐주신 부추 부침개를 먹었다. 그렇지만 초코 케익을 먹지 못해 여전히 어딘가 빈 것 같은 느낌...냉장고를 뒤적이다 밸큐브 치즈를 하나 꺼내 먹었는데, 오오, 마침 전주초코파이가 눈에 띈다. 잽싸게 꺼내가지고 이것이 마치 케익인 것처럼 먹었다. 초콜렛과 크림이 들어있잖아! >.<



나는 약속 있으면 약속 있어서 많이 먹고 약속 없으면 집에 가서도 많이 먹는구나...밖에서 먹나 집밥을 먹나 뭐 다른 게 없네..Orz


여튼 음식 만드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음식 만드는 영화를 또 찾아봐야겠다. 디저트는 충분히 봤으니 이번엔 메인 요리로다가. 이왕이면 프란세시냐 만드는 장면이 나오면 좋을텐데. 아...《그 숲에는 남자로 가득했네》가 영화로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토요일에 남동생의 차에 타고 둘이서 안산 여동생 집엘 갔다. 가는 길에 쓰잘데기 없는 얘기부터 진지한 얘기까지 하게 되었는데, 거기엔 어떤 사랑 때문에 많이 흔들리고 아팠던 얘기들과, 섹스 때문에 난감한 이야기들도 섞여 있었다. 서로의 얘기에 공감하고 웃다가 나는 문득 '나랑 이토록 많은 얘기를 또 이토록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시간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졌다. 내가 이 나이 먹도록 가족들과 함께 사는 건, 그 누구보다 내가 원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틈틈이(심지어 그 날 밤에도) 가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들 때문에 늘 옆에 있게 되는 것 같다.


자, 이제 음식 영화 검색이나 하러 가자.

(육덕진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 추천 받습니다. 한국 영화는 말고요..안육덕져..)



그리고,

'슈퍼숏포스팅'을 한 당신. 미리 물어주어 고마워요. 나는 당신의 조심스러움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당신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으니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게요. 무엇보다, 

내가 거기 들른다는 거, 

알고 있었네요? :)


난 이 노래를 골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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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8-20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고파요. ㅠ_ㅠ


그 변태노무새끼, 아오 빡쳐. 팔다리를 다 짤라버려야해욧!!! 집 밖으로 못 나오게!!!!!!!!!!!!!!!!!!!!!!!!!!!!!

다락방 2014-08-22 08:21   좋아요 0 | URL
아 너무 싫어요 변태놈들. 짜증나. 어휴.
지나고나면 그때 왜 한마디도 못했을까 싶은데 막상 그 자리에선 너무 무섭고 떨리기만 해. 이런 내가 더 싫어요. 아오마메처럼 고환을 발로 걷어차 버려야 되는건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책읽는여름 2014-08-20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날이 꾸물거리니 미친넘들이 ㅜㅜ 파출소까지 간 다락방님이라! 그 신고 정신, 저도 배워야겠어요!!!

다락방 2014-08-22 08:22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경찰에 신고 잘해요. ㅎㅎㅎㅎㅎ 해결은 해야겠고, 그걸 제가 하지는 못하겠고. 저는 경찰들의 힘을 빌립니다!!
 
둘런과 모리스의 컬렉션
린 섀프턴 지음, 김이선 옮김 / 민음사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한 커플의 경매 물품으로 꾸며진 책이라고 해서 대체 그게 무슨말인가, 어떤 책이란 말인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아니 '읽는'다기 보다는 '보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이 책에 쓰여진 글자들은 경매물품들에 대한 설명에 불과하니까. 물론, 그 경매 물품들 중에는 엽서나 메모, 편지가 있고 그에 대한 해석도 있으니 엄밀히 따지자면 '이야기'를 읽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20대의 음식칼럼니스트인 여자와 30대의 사진작가 남자가 만나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에서 함께 공유했던 물건들을 경매로 내놓는 데서 시작했다. 그들의 경매 물품에 대한 브로셔, 카탈로그 라고 보면 딱 맞을 것이다.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전시회에 가서 한 커플의 물건을 직접 보고 엽서나 편지를 읽고 그들의 사진을 보는 일들이 흥미로울 수는 있으나, 딱히 그것들을 '보고싶다'는 욕망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이 책 역시 호기심에서 읽기 시작했으나 책장을 덮을 때 만족할만한 책은 아니랄까. 이 책은 다시 말하지만, 책이라기 보다는 경매물품 안내책자에 가깝다. 


그래도 책장을 넘기며 피식피식 웃었는데, 케이크 서버와 자몽 껍질 벗기는 칼을 봤을 때 그랬다. 그들의 귀여운 소품. 손수건, 티셔츠, 모자, 스커프, 시디, 책, 사진 등의 일상적인 물건들. 그리고 해마다 여자가 일기를 써서 손 때묻은 '스미슨 오브 본드 스트리트'의 다이어리. 아, 그 다이어리는 어찌나 갖고싶던지. 검색창에 쳐봤지만 국내에서 파는 다이어리가 아닌 것 같다. 약간 몰스킨 비슷하게 생겼는데. Irish Countryhouse Cooking은 요리책인데, 하하, 이것도 갖고 싶어서 알라딘에 외국도서로 검색해보니 이 책에 실린 사진과는 커버가 다르다. 다른책인지 같은 책인지를 모르겠어. 


The Voyeur

케이크 서버

존 업다이크, 커플

irish Countryhouse Cooking

Edna O'brien


아마도 그들은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면서 수시로 상대를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위의 사진은 정말 사랑스러운데 1052번의 사진은 남자가 여자에게 자신의 22살때의 사진을 준 것이고, 밑에 사진은 여자가 그런 남자에게 답장으로 보낸 사진이다. "당신이 스물두 살일 때 난 아홉 살이었어. 키스허그.L." (p.28) ㅎㅎㅎㅎㅎ 이런건 나중에 써먹어도 좋을 것 같은 러블리한 대화다. 




파티의 좌석배정표와 동전이 가득 든 양념 병 세 개도 경매물품으로 나와있다. 



이게 내가 책장을 넘기다가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다이어리. '스미슨 오브 본드 스트리트'의 제품.




책에 껴져있던 '둘런(여자)'의 전 남자친구 다섯 명의 사진. 하하하하하.





시디들. 내 방 어딘가에 나도 누군가 복사해준 시디가 있는데. 




2003년에서 2006년 사이에 구매한 속옷들.




내가 갖고 싶다고 생각한 책. Irish Countryhouse Cooking





나는 개인적으로 와인 선물을 엄청 좋아하는데, 이 와인 두 병은 모리스(남자)가 밸런타인데이에 '둘런'에게 보낸 것이라고 한다. 이런 설명이 적혀있다.



모리스가 2005년 밸런타인데이에 이 와인 한 상자를 둘런에게 보냈다. 메모지가 붙어 있었는데(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그녀에게 동거를 제안했다. (p.76)



와- 완전 좋아. 와인 한 박스라니!! 와인 한 박스 선물하는 남자라니. 아..동거할 만 하다!! 뭔가 엄청나게 낭만적으로 느껴져서, 와인 한 박스를 선물하며 동거하자고 하면 어쩐지 예스라고 말하게 될 것 같다. 대신 조건이 있어. 와인이 다 떨어지기 전에 꼭 다시 한 박스씩 채워놔야 해!!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매해 쓰는 다이어리에, 둘런은 2005년 8월 13일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핼을 미워하는 것 같다." (p.103)


이런 메모도 메모장에 쓰기도 했다.

"권위적으로 좀 굴지 마/ 당신 스트레스를 내게 풀지 마/젠장, 제발 좀!" (p.103)


2003년에 핼은 둘런을 '버터 타르트' 라고 불렀는데. 



이런 것이다. 이 책이, 그리고 그와 그녀의 관계가, 혹은 당신과 나의 감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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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solo 2014-08-19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ㅡ,.ㅡ 좋은 추억을 경매로 ㅠㅠ 작가 마니 나쁘네 쩝 둘런과 모리스가 헤어진 다음에 정리한건가???
글이 좋아 여길 와서리 좋은 글에 댓글이라도 달아야 하기에 걍 적어봅니다.
다락방님!!!










좋은 책 내신 것 축하 드리고용. 작가가 의도 하지 않은 것을 걍 자기 일상화 시킨 것을 존경 ㅡㅡ?
음 어렵다 단어 선택 우쨋든 대~~~단합니다. 감수성이 남다르시네여.. 저도 EQ는 최고라고 자부 했는데
좋은 글 좋은 책 마니 보여 주세여. 책읽기가 두려워 지는 계절입니다.

다락방 2014-08-22 08:25   좋아요 0 | URL
음 작가가 아이디어를 내긴 했지만 둘런과 모리스가 사랑하고 이별하고 경매한 것은 그들의 의도였으므로 작가가 나쁜것 같진 않고요. 누군가에게는 꽤 재미있는 책이 되었을 법도 한데, 저는 좀 별로였어요. 다만, 세상의 모든 커플들이 사랑하고 헤어지는 과정들을 다들 비슷하게 겪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퇴색되는가 봐요. 어쩌면 그래서 이 세상이 재미있는 건지도 모르고요. ㅎㅎ

yssolo 2014-08-19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어지는 과정에 깨끗한 정리군요 흠

dreamout 2014-08-19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훑어만 봤는데, 책들이 주로 눈에 들어오더군요. 멋진 책표지가 많던데요. ㅋ

다락방 2014-08-22 08:25   좋아요 0 | URL
역시..드림아웃님은 벌써 보셨군요! 전 아이리쉬 쿠킹책 너무 궁금해요!! 보고싶어.. ㅠㅠ 음식 사진 많겠죠? ㅜㅜ
 














강모에게 '종손'이라는 역할이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 충분히 짐작한다. 자신이 온전히 자신의 소유인 적 없음을 생각하며 울부짖는 강모를 역시 이해한다. 나였어도 종손의 자리는 거대하게 느껴지고 도망치고 싶다고 언제나 생각했을 것이다. '음악'을 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기보다는 '떠나고 싶어서' 음악 공부를 하러 간다고 말했을 때, 그 말을 듣고 강모의 아버지가 바이올린을 부숴 버렸을 때, 그때 강모는 얼마나 비참하고 불행했을지도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강실이를 마음에 품고, 강실이의 이름을 속으로 불러대는 강모에게 뜻한 바 아닌 여자와의 혼인은 또 얼마나 암담하였을까. 게다가 그 여자 역시 그토록 거대하게 느껴지지 않았던가. 



나는 비겁한 사람. 허깨비. 어느 것 한 가지도 떳떳하게 행하지 못하고 누리지도 못한다. 나는 왜 살고 있는가. 누군가는 한 사람이 능히 열 가지 일을 하건만, 나는 한 가지도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나에게 바라는 바는, 백 가지 천 가지가 넘는다. 이 무슨 고달픈 운명인가. 그저 나 하나 소리 없이, 내 생긴 대로, 막힌데 없이, 걸린 데 없이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p.179)



시대적 배경이 그러했으므로 그에겐 벅찬 상황이 태어날 때부터 주어졌다. 그것은 불공평하다고 아무리 부르짖어 보아봤자 그의 정해진 자리가 바뀔 리가 없다. 바뀔 리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 그렇다고 주어진 역할을 해낼 수도 없으니 그의 마음이 오죽 답답했으랴. 안다. 다 안다. 세상 무엇 하나도 자기 뜻대로 되는 바가 없음을, 그래서 절망의 끝에 서 있음을 다 안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제대로 도망도 못 칠거면서, 아버지가 바이올린을 부수어버리는 바람에 음악에의 꿈을 그렇게 접을 거면서, 종손의 역할을 제대로 저버리지도 못하고, 아내에게 제대로 신랑이 되어주지도 못하고, 자신의 마음속 사랑을 표현하지도 지키지도 못할거면서, 그런건 하나도 못했으면서, 



아내를 겁간하고, 마음속 사랑을 능멸하여 기구한 팔자를 만들어 버리고, 마음에 담았던 울분을 기녀에게 폭력을 휘둘러 표현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내가 아무리 강모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한다고 해도, 그 행동들이 결코 용서되지는 않는다. 종손이 싫지만 집안의 돈을 쓰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지 맘대로 했으면서, 그 돈을 자기 돈인줄 알고, 자기에게 언제나 갚을 돈은 있으니 그렇게 정신 잃고 개념없이 공금을 써대면서, 그러면서 허깨비인 자신을 탓하는 강모가 지긋지긋했다. 싫었다. 어제 늦은밤까지 《혼불2》 를 읽으면서, 너무 화딱지가 나서 이제 그만 읽을까, 10권까지 다 읽지 말까, 하는 생각을 했다. 3권까지는 준비해두었으니 3권까지만 읽고 그만 읽을까, 하고. 10권에 이르기까지 강모가 새로운 사람이 될지, 강한 인간이 될지, 모두에게 용서를 빌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아무리 새로운 사람이 된다 한들, 그 치욕적이고 폭력적인 과거는 그의 것이다. 그것들을 없앨 수가 없다. 내가 그런 강모를 과연 그대로 보고 넘길 수 있을 것인가 싶어지는거다. 



내가 그 당시에 살았다면, 내가 강모가 건드린 여자들 중 하나였다면, 나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입을 꾹 다물고 그저 이것이 운명이려니 하며 조용히 살아갔을런지도 모르겠다. 당시의 사회적 배경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러나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 상황에서 '그럴수도 있지' 하게 될 순 없는 게 아닐까. 내가 그를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나를 어떻게 대해도 나는 참아낼 수 있는걸까? 조또 파워풀한 사랑에서는 그게 가능한걸까? 아니, 그건 차라리 체념에 가깝겠지? 어차피 이 남자에게 버려진 몸, 내가 더 무얼 할 수 있으랴, 하는. 대체 얻어 터지면서도 피하지 않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도망가지 왜 밤새도록 맞었느냐."

강모는 가까스로 오유끼에게 묻는다. 목이 잠긴 소리다. 그는 몹시도 무안하였다.

"우시길래."

"많이 울더냐?"

오유끼는 대답 대신 누이처럼 강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럽고 따뜻하게, 오히려 밤새도록 맞은 쪽은 강모였던 것같이.

강모는 그네를 와락 끌어안는다. 끌어안은 그의 팔에 눈물이 돈다.

"내가 망령이 씌었던가 보다." (2권, p.186-187)



어쩌면 그럴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 나를 때리는 이 남자가 제정신이 아니다, 라는 생각. 이 사람은 지금 마음이 혹은 머리가 몹시 아프다, 이 남자는 자신이 아파서 어쩔 줄을 모르고 이러고 있다, 이 남자는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이 남자는 지금 약한 상태이므로 내가 감싸줘야 한다. 그래,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전에 '김려령'의 《너를 봤어》에서도 사랑하는 여자에게 거부당한 남자가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있었고, 그에게 맞으면서 여자는 지금 그는 그가 아님을 깨닫는 장면이 있었다. 이것이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나 사랑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것이 '순간 망령에 씌었던' 것이라 해도, 그 망령이 다음에 또 찾아온다면..그때마다 번번이 견딜 수는 없지 않은가. 대체 어떻게 그런 남자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이해하며 감쌀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여자의 존재가 말도 안된다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런 여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믿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결코 그렇게 될 수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내 사랑은, 그렇게까지 깊지 않을 것 같다. 혹여라도 그게 사랑이라면 말이다. 오유끼를 밤새 때린것도 재수없고, 강실이를 그지경으로 만든것도 재수없으며, 아내를 그런 상황으로 밀어 넣었던 것도 재수없다. 한마디로 강모는 재수없는 놈이다. 강할 곳에서 강하지 못하고 참고 참았다가 엉뚱한데서 폭발해버리는 데야 그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종손이라는 그의 역할, 그 시대의 사회적 배경이 그를 억눌렀다한들, 그렇게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 그가 벌인 짓은, 내게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 혼불 계속 읽기를 주저할 정도로. 그러나 혼불에 강모만 있는 게 아니니까. 



춘복이, 춘복이가 있다. 입을 함부로 열어 주위 사람들을 식겁하게 하지만, 지금 처한 상황이 몹시도 부조리하다고 분노하는 옹구네와 춘복이. 예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미워할 수만은 없는 옹구네와 춘복이. 사실 춘복이가 3권에서 무슨 짓을 저지르게 될지 조마조마하다. 그저 그의 빗나간 욕망이 시작은 비뚤어지더라도 과정과 결과에서 다른 식의 이야기를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어쨌든 춘복이는 칼을 품은 사람이다. 이 상황이 답답하다고 울고 짜다가 자신보다 더 약한 자들에게 폭력으로 풀어버리려는 자가 아니라, 어떻게든 이 상황을 바꿔보려고 이를 악 무는 그런 남자.



"아앗따아, 아재는 징그럽도 안허요? 그만치 참고 살았으먼 원 쇠심줄 창사라도 썩어 부리고, 그 창사가 구리라도 녹아 부렀겄소. 무신 노무 한 시상을 참을라고 산다요? 시상으 나왔으먼 머 시름을 허든지 농사를 짓든지 산을 헐든지, 조께 본때 있게 살다가 죽어야제. 이노무 시상은 멋 헐라고 사는 노무 거이간디, 오나가나 참으라는 소리뿐이여어. 참으먼 뱃속에 똥만 차지 무신 삐쭉헌 꼬라지가 있냐고요. 에레서 애비 죽고, 죽은 애비 뒷산마루 묏동에다 파묻어 내비리고는, 자식 새끼도 팽개치고 밤도망 가 부린 에미는 낯바닥도 모리겄고‥‥‥키워 주신 아재한테는 헐 소리 아니지만, 이런 신세가 될지 알었으먼 차라리 내가 동냥아치가 되는 거이 천만번 속시언헐 뻔했오. 이노무 신세는 머 생기는 것도 없이 참을 것만 산데미맹이로 첩첩허니‥‥‥사방팔방 걸리는 거 없이 얻어 먹고 댕기는 신세가 못될 바에는, 내가 헐 수 있는 거이 머엇이겄소? 그저 내 몸뗑이 달린 것 갖고 헐 수 있는 것은 말배끼 더 있냐고요. 낵 속터져 죽는 꼴을 보시는 것보담 말이라도 퍼내고, 이렇게 사는 거이 안낫겄소?" (2권, p.277-278) 



나는 춘복이를 응원하고 싶지만, 과연 춘복이는 내가 응원해도 될만한 일을 벌일 것인가. 혹여라도 그 역시 다른 방식으로 다른 이들에게 해를 입히고 폭력을 일삼게 되진 않을까. 그것이 두렵구나. 



상황이 상황이고 시대적 배경이 시대적 배경이어도, 그러니까 같은 것들을 겪고 있다해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조금 정이 가는 캐릭터가 효원인데, 효원 역시 부모가 정해준 결혼을 했고 신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며 심지어 멸시당하기까지 했지만, 그녀는 아주 강하게 버티어가고 있다. 지금으로보면 말도 안되는 품위를 지키기 위해 가슴 아파하지만, 사실 그녀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행하고, 그것을 누구에게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용기를 가지고 있는 여자다. 그녀가 결혼한 개똥같은 남편보다 훨씬 나은 여자다. 물론 그 남편은 아내의 기개에 밀려 더 찌질하게 되어버렸는지도 모르지만.



"어머님. 놉이 누군가요? 놉은 남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집 농사를 지어 주는 우리 손이요, 우리 발 아닌가요? 놉을 남이라고 생각하면 놉도 우리를 남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의 일에 제 몸을 부릴 때 누가 성심을 다 허겠어요. 눈치보고 꾀부리고 한눈 파는 게 당연하지요. 우리가 놉한테 주는 밥그릇을 애끼면, 놉도 우리한테 주는 힘을 애끼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 아닌가요? 아무리 종이라도 신분이 낮아 천한 대접을 받을 뿐, 사지에 오장육부는 똑같이 타고 났고, 그 속에 마음이 있는 것은 양반이나 무에 다르겠습니까? 마음에서 우러나야 몸이 움직여지는 법인데, 배를 곯리고 마음을 상하게 한 뒤에 무슨 정성을 바랄 수 있을까요? 많이 먹고 즐거워서 힘이 나면 결국은 내 집 일을 그만큼 흥겹게 할 터이니, 한 그릇의 밥을 더 주고 한 섬지기 쌀을 얻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낄 것이 따로 있지 밥심으로 일하는 일꾼들한테나 몇 숟가락 밥을 아낀다고, 그것이 쌓여 노적가리가 되어 주겠습니까‥‥‥." (2권, p.76)



아. 정말이지 이 부분 읽는데 효원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실존 인물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재해서, 우리 회사로 와주었으면. 그리고 회사의 경영진들 불러 모아 이렇게 강의를 좀 해줬으면...뭐, 강의한다고 바뀔 인물들이 아님을 잘 알지만, 답답해서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많이 답답했다. 물론 지금의 내가 사는 현실도 답답한 부분이 한 둘이 아니지만, 그 옛날에 여자들이 살던 삶이 너무나 답답해서 한숨이 다났다. 남편을 잃고 혼자 살아가며 베틀에 앉는 게 하루일의 전부인 인월댁을 보는것도 답답하고, 오랜만에 만난 부모인데도 반가움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효원을 보는 것도 답답했다. '한' 이라는 게 괜히 생긴 것이 아니라는 걸, 이 책을 보면서 새삼 생각하게 된다. 상황이 빡치게 하고, 남자들이 빡치게 하는구나.




지그시 가슴을 누르고, 가까운 곳에 와 계시는 밧어버이 훈김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득 차, 일상에 흐트러짐이 없는 자세는 위선이 아니라 품위였던 것이다. 

그것은 사돈댁을 방문한 친정 쪽에서도 출가한 여식을 대하여 지켜야 할 은연중의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심정도 그러했으랴.

효원은 돌덩어리를 삼키듯, 복받치는 반가움과 설움을 함께 삼켰다. (2권, p.51)



하아-품위 따위, 송골매에게나 주라지. 이런 부조리한 상황 때문에 으휴 답답해, 하며 읽다가 강모 때문에 분노로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독서였다. 3권을 어젯밤과 오늘 출근길에 조금 읽었는데, 3권까지 읽고나면 일단 좀 쉬어야겠다. 강모 이 쉐키...만주로 도망갔어. 쉐키... 아놔..차라리 도망가서 혼자 살아라. 거기서도 이 여자 저 여자 불행하게 만들지 말고. 


여자의 순결이 중시되던 시대에 순결을 잃은 여자는 갈 곳이, 설 자리가 없었다. 세상이 미친듯이 욕을 하니까. 그보다 자유로워진 지금 상황이 어찌됐고 또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든, 중요한 건 자신이 자신에게 당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만이 자신이 잘 살 수 있는 길이다. 내가 성경험이 없다면 없는 채로, 있다면 있는 채로, 많다면 많은 채로, 나는 어쨌든 나인 것이다. 세상이 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수가 없다. 그러니 내가 이런 나인 것을 당당히 여기고 남자 때문에 불행의 나락으로 빠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연애한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그저 연애의 기쁨으로 생각하고, 개새끼들을 만나 엮이게 된다면 거침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 당당하게 혼자 설 수 있어야 한다. 참는다고 개같은 연애가 천국으로 향하진 않으니까. 돈 없고 능력 없는 남자가 못난 남자인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자신이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채로 요리조리 피해 다니면서 그 길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불행을 건네는 남자가 못난 남자인 거다. 이런 남자를 피해야 해!! 효원이랑 강실이랑 오유끼는 그럴 수 없었지만, 지금을 사는 우리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개같은 연애에서는 빠져나오자!! 유약하고 흔들흔들 하는 남자는 집어치워!!




꿈에 변기 가득 똥이 담긴걸 보고 내렸다. 누가 똥을 쌌는데 변기를 돌리지 않아, 이걸 왜 돌리지 않냐며 내가 돌렸던 것. 꿈에서 깨고는 변기 안에 있던 똥이 눈 앞에 생생해, 오호라, 이건  로또로구나, 했는데, 제기랄, 숫자는 하나도 맞질 않았다. 그냥 똥 꿈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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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사이 2014-08-18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6권 들어가요.
강모는 여전히 찌질하고 춘복이는 여전히 조마조마하고, 강실이는 여전히 애처롭고...
하지만 저는 이 책을 놓을 수가 없어요.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을 계속 응원하고 지켜봐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서요. ^^
물론 강모는 저도 정말 짜증나요!!!




다락방 2014-08-18 17:08   좋아요 0 | URL
저는 춘복이가 2권에서 결심한대로 강실이를 신부로 맞이하게 될 지 궁금해서 미치겠어요. 그래서 3권을 시작했어요. 춘복이가 강실이한테 어떤 사람이 될 지가 궁금한데, 효원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 지도 궁금한데, 그런데.. 아, 강모가 용서가 안돼요. 나약해빠진 남자는 오히려 나약한 자신보다 타인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히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싫어요 ㅠㅠ

2014-08-18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8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14-08-19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요즘 드라마에도 비슷한 얘기가 많은 것 같던데, 하물며 이 소설 연재되던 80년대 초라면 뭐... ^^
그나저나 꿈은 제대로 꾸셨는데 혹시 오늘 꿈 꾼날 쓰신 이 페이퍼가 <이달의 페이퍼>라도 뽑힐 줄 아나요? ㅋㅋ

다락방 2014-08-19 08:22   좋아요 0 | URL
아, 그럴수도 있겠네요 야클님. 그 꿈에 대해서라면 이미 지나갔다 생각지 말고 좀 더 기다려봐야겠어요. 이 페이퍼가 이달의 페이퍼에 뽑히는지 ㅋㅋㅋㅋㅋ

아니 그런데 자정이 넘은 시간에 주무시질 않고 왜 여기 들어와 계셨던 겁니까! 전 그 시간에 완전 쿨쿨 자고 있었네요. ㅋㅋㅋㅋㅋ

yssolo 2014-08-19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걍 읽어봐야겠다 간만에 책을... 긍데영 주인장님 건모 노래 좋아하는 사람이 한 마디만....
입장 바꿔 생각을 해 봐 니가~~
강모 나쁘지만 사람은 안 죽였으니 살인자보단 낫고, 지금의 어느 분들도 돈으로 강모 같은 짓을 하는데
강모에게는 마음의 아픔과 종손이라는 책임감, 잘나지 못한 자기에 대한 자괴감(음 정신병자 맞나 현대적 의미에서)에서
비롯된 것들을 개에새끼라뇨 ㅠㅠ
강모보다 더 한 짓 많이 하는 놈들도 지금 수두룩한뎅 킁
강모<강실<춘복<효원? 강모가 처란 현실과 효원과 강실이가 처한 현실이 바뀐다면? 춘복이 종손이고 강모가 유약한 걍 종이라면?
이 소설 제미가 있어서 댓글을 달아 봅니다. 간만에 읽을 책 하나 찾은 거 같아서
긍데 왜~~~ 저희 나라 소설은 기승전결이 비스무리 할까용 쩝
요것도 드라마로 나오려나 킁

다락방 2014-08-19 08:52   좋아요 0 | URL
yssolo님과 저에겐 약간의 입장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저는 살인보다 죄질이 나쁜 게 강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모가 처한 상황이 자괴감을 갖는다는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 자괴감으로 여자를 겁탈하는 건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단지 할머니 돈을 펑펑 써대기만 한거라면, 그거라면 그저 쯧쯧거리고 말겠지만, 강모는 자신의 나약함으로 자괴감을 핑계삼아 두 명의 여자를 겁탈하고(한 명은 아내입니다만, 아내는 그것을 겁간이라 느낍니다), 다른 한 명의 여자를 밤새 두드려 팹니다. 강모보다 더한짓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강모가 개새끼가 아닌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한 욕을 해주고 싶지만 그나마도 글이라 참는겁니다. 여자를 강간해놓고 자괴감이라뇨. 아뇨, 그건 말이 안돼죠. 강간 당한 여자는 평생을 지옥에서 사는데요. 게다가 저 당시는 1930년대, 여성의 순결이 중요시 생각되던 때에요. 겁탈 당한 소문이 난 강실이에게는 들어오던 혼처마저 취소되고 나이는 들어가는데 혼처가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이에 '더럽혀진 양반이니 내가 결혼해보자' 라고 노비가 생각하게 되고요. 그래서 저는 이것을 그냥 '나약한 종' 이라고 생각하며 이해만 할 수가 없어요.

소설은 재미있어요. 일단 청암부인은 어쩐지 토지의 서희를 생각나게 하지만, 앞으로 진행될 내용에서는 아마도 효원이가 서희를 생각나게 하지 않을까 싶어요. 춘복이는 길상이를 떠올리게 하지만 아주 잠깐이었어요. 양반으로서 일제 치하를 살아가는 분노, 신분이 낮은 사람으로서 아무리 일을 해도 결코 유복할 수 없는 분노 같은 것들이 수시로 나와 그들과 같이 속상해하며 읽고 있습니다. 10권까지 있지만, 읽기에 크게 부담이 없을 것 같아요.

yssolo 2014-08-19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쿵 ㅡ,.ㅡ 전 살인과 강간을 말한게 아닌데요 ㅠㅠ 강간범이 더 나쁜 건 공감하는데요... 음 그 밑에 글을 보심 이해 할련지...
식민지 하에서 강모와 지금 현실에서 우아 ㅡ,.ㅡ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하냐 우띠!,,,
그렇지 ㅡ,.ㅡ 성을 노리개 삼는 인간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 하는데 왜 강모보다 더 한 넘들도 있는뎅
강모 좀 불쌍하지 않나영? 자기가 원한 결혼이 아니고 자기보다 더 나이 든 여성에게 자기가 원하는 사랑이 아닌 사람에게
왜 가고 싶지 않은 길을 가는데... (나 이러다 돌에 맞아 죽긋당 강모야!!!)
완간되지 않은 소설이자만, 걍 읽어 보려고요.
변명은 안하겠으나 강간범과 살인범의 입장을 ㅡ,.ㅡ 내 말이 그렇게 받아 들여지나 쿵 우엿든 읽어 보렵니당.
질문:영화와 소설과 드라마와 만화 중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 것은 ??(한 가지 소재로 같은 이야기를 만들 때)

다락방 2014-08-19 09:25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대로 상황이 바뀌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건 알아요. 그러니 강모가 얼마나 답답했을지 안다는 거고요. 강모에겐 벅찬 상황이란 걸 압니다. 그러나 원치 않는 결혼인건 효원도 마찬가지였어요.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는데, 그러나 그런 상황이라고 해서 강모가 한 짓에 변명의 여지가 있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저는. 불쌍한데, 불쌍하다고 나쁜 짓 한게 좀 수그러드는 게 아니잖아요. 강모보다 더한놈들 당연히 있는데요, 그런 놈들 때문에 강모가 나쁜놈이 아닌 건 아니잖아요. 더한놈들은 더 나쁜 놈들이고 강모도 나쁜놈이라고 생각해요, 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불쌍하지만, 해서는 안될 짓을 한 나쁜놈'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일단 저의 경우에 만화는 기억을 못해요. 그림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림이 머리에 팍 들어오지도 않기 때문인데요, 음, 아무래도 저는 소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그건 아마도 소설이 가장 디테일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제게는 그림보다는 글자가 더 익숙해서 그런 것도 같고요. 만화나 드라마 보다는 소설 쪽이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이 높아요. 영화라면..음...이건 좀 생각해봐야 될것 같은데요. 어떤 영화의 경우에는 미친듯이 폭풍 공감하기도 하니까...그래도 ..같은 소재라면...음.... 역시 소설이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yssolo 2014-08-19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질문에 대한 답 감사하고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책장을 넘기는 맛을 아는 사람만이 책을 사는 현실에서 좋은 책 소개 해 주신 것 감사하고요.
가을에 읽을 책이 생겨서 다행요. 아! 로그인 안하면 비밀글 쓰게 만드는구낭 ㅠㅠ

다락방 2014-08-19 11:24   좋아요 0 | URL
완간되지 않은 소설이라 10권까지 다 읽고나면 오히려 더 갈증나지 않을까 싶어져서 저는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읽기 시작할 때는 완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ㅠㅠ 끝인줄 알았어요 ㅠㅠㅠㅠㅠ 지금 3권까지만 가지고 있는데 4,5권을 살까 어쩔까....머리에 쥐가 나네요. Orz

yssolo 2014-08-19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쥐나면 고양이 야옹 야옹 ~~ 어려운 문제는 걍 패쓰... 그게 수학 선생님이 학력고사에서 고득점을 받는 방법이라고 했다....
인생사 다 머리 아프게 생각하면 답 안 나옴요. Pass!!! Pass!,!

섬사이 2014-08-20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쓰러지는 빛》이 당선된 직후부터 쓰기 시작해 이듬해 동아일보 창간 60주년기념 2000만 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에 《혼불》 제1부가 당선되었고, 1988년부터 1995년까지 월간 《신동아》에 제2∼5부를 연재한 뒤 1996년 17년 만에 전10권(5부)으로 완간된 최명희의 작품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혼불 [魂─] (두산백과)

작가는 지병인 암이 악화되어 투병하던 중에도 제5부 이후 부분을 구상하고 자료를 정리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끝내 집필하지 못하고 타계하여, 1996년에 간행된 판이 최종본이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혼불 [魂─]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진정한 완간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작가에게서 들을 수 있는 혼불은,
그러니까 10권까지가 끝이에요, 다락방님. ^^

다락방 2014-08-21 09:44   좋아요 0 | URL
아, 완간이네요, 섬사이님. 애초에 완간이 되었는데 그 뒤에 더 쓰고 싶었던 거였어요. 그쵸? 후훗. 전 이제 막 3권을 마쳤는데 조금 쉬려고요. 다른 책들 읽다가 다시 4권을 시작해야겠어요. 아직 주문도 안했는데 다음달 쯤에나 주문할까 생각해요. 다음달쯤에 주문해도 흐음, 올해안에 혼불 10권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요? 올해 안에 다 읽고 싶은데 말이지요.
완간된 소식 전해주셔서 고마워요. 읽을 힘이 나네요. 헤헷 :)
 
혼불 2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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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빌어먹을 강모. 유약한 남자는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해를 입힌다. 강한 존재에게는 반항도 제대로 못하고 약한 존재에게 휘두르는 폭력이라니. 아오..강모 때문에 빡쳐. 이해한다고 용서되는 건 아니다. 강모 너는 나쁜 머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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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8-18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새끼..

레와 2014-08-18 14:08   좋아요 0 | URL
백자평이라 머저리로 순화했군요.ㅎㅎㅎㅎㅎ

다락방 2014-08-18 14:11   좋아요 0 | URL
ㅇㅇ 원래 백자평에 개새끼라고 썼다가 진정하고 지웠음. 근데 개새끼란 말을 꼭 하고 싶어서 댓글에다가..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