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애인과 이별한 친구에게 '너는 미래에 그녀와 함께 있는 모습을 그릴 수 있었냐' 고 물은 적이 있었다. 친구는 '그렇다'고 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들었다. 간혹 내가 그리는 나의 미래에는 나의 애인들 중 누구도 없었으니까. 이상하게도 앞으로의 그림을 그려볼라치면, 거기엔 나는 늘 혼자였다. 혼자라고 해서 외로워하거나 슬퍼하진 않지만, 혼자 있는 집이 그려졌다. 다만, 예순이 되고 일흔이 되어도 바깥으로 누군가를 만나러 가기는 할 것 같았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을 하진 않을거라 생각했다. 친구에게 그리 물었을 때, 나는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에 누군가와 함께 하는 모습을 그리는 지를.


물론 영화속에서도 드라마 속에서도 '나는 너와 함께 남은 생을 보내고 싶어' 라든가 '너와 함께 늙어가는 모습을 보며 살고 싶어' 라는 말을 숱하게 들어오긴 했었다. 그러나 그 말들은 그 당시 그 커플들에게 낭만적인 말이었을지언정, 나를 유혹하는 어떤 멘트도 되지는 못했다. 그 말은 내게 다가와 닿지 못했고, 그것은 아마도 내가 바라는 것이 그것이 아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한, 실질적으로 누군가와 함께 늙어간다는 것이 내게는 구체적인 상상으로 그려지지도 않았고. 내가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하면 나는 그와 앞으로 함께 하는 삶을 꿈꾸기 보다는 지금 즐거운 것을 더 많이 추구하곤 했다. 심하게 열병을 앓을 정도로 사랑했던 사람에 대해서도 미래를 그리기 보다는 '그는 어떤 어린이었을까, 어떤 학생이었을까, 학생때 어떤 모습이었을까' 를 생각해보는 일이 더 많았다. 내게 '누군가와 함께하는 미래'는 마치 공상과학영화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매일 밤마다 아빠와 엄마가 한 방에서 잠들고, 아침에 함께 눈뜨고, 자기 전이나 일어나서 투닥대는 모습을 볼 때조차도 그것은 '내 부모의 삶' 이었지, '언젠가 나의 것이 될 수도 있을것' 이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그건, 내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당신과 함께 남은 삶을 살고 싶다'는 말에 진정성이 있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다. 그것은 내게 일종의 '그냥 하는 말' 같은 거였다. 이 책,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읽기 전까지는. 정확히, 그의 이런 문장을 읽기 전까지는.



우리는 30년을 함께했다.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서른두살이었고, 그녀가 죽었을 때는 쉰여섯 살이었다. 그녀는 내 삶의 심장이었다. 내 심장의 생명이었다. 그녀는 늙는다는 개념을 증오했다. 이십대부터 자신이 마흔을 넘기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우리 둘이 함께 이어나갈 삶을 기쁜 마음으로 고대했다. 모든 것이 느려지고 고요해지기를, 함께하는 옛 추억들이 늘어나기를 고대했다. (p.111)




이 문장들을 천천히 읽는데, 그의 말이 거짓일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문장 한 문장에 그의 마음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것 같아 나는 아주 꼭꼭 단단하게 읽었다. 아, 그럴 수 있는거구나, 했다. 앞으로 함께 이어나갈 삶을 고대할 수 있는거구나, 함께하는 추억이 늘어나기를 바랄 수가 있는거구나, 그런 걸 고대할 수 있는거구나! 내게 이것은 사랑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주었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는 나의 확신에, '어쩌면 그렇지 않은 사랑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심어 주었다. 결혼 생활이 결국은 의리와 정으로 지탱되는 거라는 생각 앞에, 꼭 그런것만은 아니라는 일종의 가능성을 열어두게 해주는 문장이었다. 그러자 이내 근사해졌다. 아, 나와 함께 하는 삶을 고대하는 사람이라니. 아니, 내가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을 고대할 수 있다니! 이것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만나 꿈꿀 수 있는 어떤 최대치가 아닐까. 




그렇기에, 모든 사랑은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라는 그의 말이 옳다. 우리는 언젠가 죽고, 함께 산다면 누군가가 반드시 먼저 죽을 수밖에 없다. 사랑하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함께 산다고 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이별의 순간이 다가온다. 그것이 우주의 순리이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약하디 약한 존재이니까. 사랑이 끝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리고 그때마다 언제나 아프고 쓰라리겠지만, 그것이 반드시 사랑의 절정에 있었던 젊은 시절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켜켜이 쌓인 시간이 더 늘어가고, 그래서 이제는 '이제껏 하나인 적 없었던 두 가지'가 '온전히 하나'가 되었을 때, 그때 찾아오는 이별이야말로 비탄과 고통속으로 우리를 몰아넣는다.




우리는 평지에, 편편한 면 위에 발을 딛고 산다. 그렇지만, 혹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열망한다. 땅의 자식인 우리는 대로 신 못지않게 멀리 가 닿을 수 있다. 누군가는 예술로, 누군가는 종교로 날아오른다. 대개의 경우는 사랑으로 날아오른다. 그러나 날아오를 때, 우리는 추락할 수 있다. 푹신한 착륙지는 결코 많지 않다. 우리는 다리를 부러뜨리기에 충분한 힘에 의해 바닥에서 이리저리 튕기다가 외국의 어느 철로를 향해 질질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아니었대도, 결국 그렇게 된다. 누군가는 예외였다해도, 다른 사람에겐 어김없다. 때로는 둘 모두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p.60-61)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좋아한 문장이다. 사랑으로 훌쩍 날아오르지만, 우리는 추락할 수 있다. 이 얼마나 자명한 이치인가. 또한 푹신한 착륙지가 많지 않을 뿐더러 철로를 향해 질질 끌려가게 되는 고통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명백한 사실인가. 모든 사랑 이야기가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당신과 함께 살고 당신이 죽는 모습을 보는 것도 고통이지만, 그것이 싫어 지금 당신과 헤어지는 것 역시 추락이니까. 이렇게든 저렇게든 어떻든 우리는 둘이 함께 영원할 수가 없으니까. 아내를 잃은 줄리언 반스의 조용한 회고 앞에, 나는 먹먹해진다. 그에게도 역시, 사랑은 비탄의 이야기였다. 그녀의 빈자리를 느껴야 했으니까. 




전에는 함께였던 적이 없는 두 사람을 하나가 되게 해보라. 어떤 때는 최초로 수소 기구와 열기구를 견인줄로 함께 묶었던 것과 비슷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추락한 다음 불에 타는 것과, 불에 탄 다음 추락하는 것, 당신은 둘 중 어느쪽이 낫겠는가? 그러나 어떤 때는 일이 잘 돌아가서 새로운 뭔가가 이루어지고, 그렇게 세상은 변한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머지않아 이런저런 이유로 그들 중 하나가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빈자리는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의 총합보다 크다. 이는 수학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가능하다. (p.109)




차곡차곡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로 결심하고 그렇게 이 책을 써나갈 때, 일단은 비상의 죄로부터 시작해 결국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될 때, 그는 차분하게 이 글의 구성을 하였을지도 모르지만, 결국은 109쪽의 저 문장을 쓰다가 무너지지 않았을까, 다시 오열하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보았다. 그는 맨부커상을 받은 작가답게, 무척이나 유려하게 이 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추슬렀던 감정이, '그렇게 사라진 빈자리는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의 총합보다 크다'는 문장을 쓰면서, 폭발해버리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그가 아프게 이 글을 썼다는 거야 충분히 짐작 가능하지만, 결국 저 문장에 이르서야 나는, 함께 엉엉 울고 싶어졌으니까. 극도의 사랑 앞에서 그렇듯 극도의 고통 앞에서 역시, 우리가 깨닫는 사실은 굉장히 단순하다. 네가 가버리고 난 뒤, 그 자리는 너무나 크다. 이것만큼 상실의 고통을 잘 표현할 만한 말이, 대체 무어란 말인가.



아내를 잃은 그에게 친구들이 건네는 위로는 대체적으로 다 쓸모가 없다. 그는 자신 나름의 기준으로 그들을 친구명단에서 제외시킨다. 그는 지금 아내를 잃기 전과는 다르니까. 비탄에 빠져 있으니까. 그들이 위로라고 건넨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 앞에서 조심하려는 걸 알지만, 그에겐 그 모든 것들이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하물며 무신론자인 그가, 종교적 위로 앞에 어떻게 감사해할 수 있겠는가.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기독교도 중 한 사람에게 아내가 중병을 앓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내 아내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다. 나는 마다하지는 않았지만 충격적이게도 곧바로, 얼마간은 씁쓸한 태도로 그의 하느님이 크게 소용이 된 적은 없엇던 것 같다고 일러주고 말았다. 그는 대답했다.

"아내 분이 훨신 더 고통스러워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나는 생각했다. 아, 그 정도가 당신의 핏기 없는 갈릴리 남자와 그의 아빠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거군? (p.155)  




하물며, 그녀와의 헤어짐이 우주의 할 일이라고 한들, 그가 우주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 것인가. 우주가 제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한들, 그것은 그저 그 자신을 위로하기위한 수단에 다름아닌가 말이다.




나는 차를 운전해 병원에서 집까지 다녔는데, 철도교가 나타나기 직전의 어느 길목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나는 소리 내어 몇 번이나 되풀이해 말하곤 했다.

"이건 그냥 우주가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야."

바로 '이것', 이토록 거대하고 강렬한 '이것'이 '모든 것'의 이유일 뿐이었다. 그 말엔 어떤 위안도 담겨 있지 않았다. 어쩌면 그 말은 가짜 위안에 저항하는 대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주가 다만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라면 우주 자신에게도 똑같이 할 수 있을 터이니, 우주 따윈 될 대로 되라지. 세상이 그녀를 구할 수도 없고 구하려 하지도 않는다면, 도대체 내가 뭣 때문에 세상을 살리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단 말인가? (p.121-122)




결국 그가 잃은 건, 종교보다 큰 무엇, 우주 따위보다 더 대단한 무엇이었음을, 그의 큰 고통을 담은 잔잔한 고백 앞에 깨닫는다. 섣부른 위로가 고통에 빠진 사람에게 얼마나 무용한가를 깨닫는다. 어설픈 격려의 말이 그들에게 닿을 수가 없다는 사실도 역시 깨닫는다. 나는 그에게 섣부른 위로 대신, 어설픈 격려의 말 대신 무엇이 좋을까 생각해보지만, 설사 내가 좋다고 생각한 것을 시도해봤자 그것이 그에게도 좋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은 없다. 어쩌면 나는 그저 먼 곳의 그의 독자임을 스스로 다행히 여겨야 할런지도 모르겠다. 



줄리언 반스의 책은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 과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어본 게 전부이고, 그 두 권은 모두 내게 그렇게 크게 재미있거나 좋진 않았다. 그러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그 두 권을 합친것보다 더 좋다. 이 책이라면, 한 번 더 읽어도 좋겠다.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p.11)는 그의 말을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본다. 어쩌면 하나인 적 없었던 두 가지가 하나가 되었을 때, 그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좋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악몽에 시달리고난 아침, 그런 생각이 더 깊어졌다. 누군가와 함께 되짚을 추억을 만들어내는 걸 고대하는 삶은, 마치 줄리언 반스의 글처럼 근사할 수도 있겠다. 그의 고통 앞에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 모두가 명치를 맞은 듯이 충격을 받은 건 단연코 지구가 솟아오르는 광경이었다‥‥‥우리는 우리가 살고있는 행성을, 우리가 진화한 곳을 되돌아본 것이었다. 거칠고 우툴두툴하고 낡아빠진데다 따분하기까지 한 달 표면에 비하면 우리의 지구는 참으로 알록달록하고 예쁘고 섬세했다. 아마도 거기 있었던 우리 모두는 달을 보려고 386242.56킬로미터나 왔는데, 정작 절대 놓쳐선 안 될 장관이 지구였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p.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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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4-08-13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언 반스의 소설에서는.. (화자가) 몰래 감쳐둔 감정 같은 것을 불현듯, 일순간에 느낄 때가 꼭 있었어요.
그래서, 이 책은 아직 못 읽고 있습니다. 그 일순간에 느낄 감정에 대해 제가 이미 너무 준비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요..

다락방 2014-08-14 10:10   좋아요 0 | URL
저는 줄리언 반스의 매력을 이 책에서 처음 느끼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미 팔아버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다시 읽어봐야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지 뭡니까. 저는 그게 그렇게 좋진 않았거든요. 그렇지만 이 책은 정말 좋습니다, 드림아웃님. 드림아웃님도 읽어보시면 참 좋아하실 것 같아요. 차분하고 매력적인 글이에요. 천천히 읽기에 참 좋은 글입니다.

몰래 감쳐둔 감정을 불현듯 느낄 때, 그걸 제가 이 책에서 느꼈네요.

2014-08-18 0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8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봐봐 2014-08-18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내 말 좀 들어봐, 를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내 말 좀 들어봐,를 읽고 줄리안 반즈의 팬이 되어 이후 플로베르의 앵무새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로 읽었죠.

다락방의 포스팅을 열심히 읽고 있는(덧글은 첨) 독자인데, 분명히 그 책을 좋아하시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14-08-18 18:01   좋아요 0 | URL
댓글 읽자마자 후다닥 <내 말 좀 들어봐>를 검색했는데요, 봐봐님, 이게 품절이네요? ㅜㅜ 그래서 알라딘중고알림등록 신청해두었습니다. 중고 등록 문자 오는대로 후다닥 결제해서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궁금하네요.
추천 고맙습니다!
:)

봐봐 2014-08-22 17:4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하.. 중고도 없다니.. 제 책이라도 빌려드리고 싶네요.

택배로 빌려드릴까요? ^______^

다락방 2014-08-25 14:11   좋아요 0 | URL
ㅎㅎ 중고알림등록 해두었으니 문자오기를 기다려보겠습니다~~
 

어제는 월요일. 양재에서 근무하는 남동생과 시간이 맞아 떨어지면 남동생은 차를 끌고 우리 회사 앞으로 온다. 나도 약속이 없고 녀석도 약속이 없으면 나는 남동생 차를 타고 집으로 슝- 간다. 내가 대중교통을 타고 집에 도착하는 것보다 무려 한 시간이나 빠르게 집에 도착할 수 있다. 게다가 남동생 차를 타고 가면 그간 집에 가져가지 못했던 책들을 한꺼번에 가져갈 수도 있다. 마침 지난주에 도착한 책이 여러권이라 가방에 쑤셔넣고 남동생 차에 탔다. 집에 도착하니 역시나 일곱 시가 안 된 시간, 배고프니까 밥 달라고 엄마한테 꽥꽥거리며 가방에서 가져온 책들을 꺼내 방바닥에 두었다. 그런데 아뿔싸, 가방 안에 당연히 있어야 할 지갑이 없다!! 읭? 곰곰 생각해봤다. 사무실 책상에 지갑이 있던가? 눈을 감고 장면을 떠올려 보았지만 책상 위의 지갑은 떠올려지지 않았다. 아 이게 뭐지. 분명 오후 어느때, 지갑을 열고 돈을 꺼내고 넣는 일이 있었는데. 그러니 회사에 있기는 있을텐데.....


저녁을 먹으며 이런 나의 초조함을 얘기하니 엄마도 남동생도 모두 회사 책상 서랍에 넣어둔 게 아니냐고 했고, '나는 서랍에 지갑을 넣어두지 않아' 라고 대꾸하며 자꾸 마지막 기억을 떠올려보려고 했다. 기억나지 않았다. 젠장. 

사무실에 있다는 것만 확실하면 괜찮다. 그 다음날 출근이야 식구들중 누구의 카드를 빌리거나 돈을 빌려서 가면 되니까. 문제는 사무실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었다. 쉬바. 그럼 많은게 복잡해지잖아? 안되겠다. 나는 저녁을 먹고 회사를 다시 다녀오겠다고 말했고 교통카드를 빌려달라 말했다. 엄마도 엄마의 것을 아빠도 아빠의 것을 빌려주려고 했는데 나는 남동생이 빌려주는 걸 받았다. 굳이 왜 자신의 것을 가져가려느냐는 남동생의 말에 '니 건 신용카드 잖아' 라고 말했다. 근데 왜? 어, 올 때 이걸로 닭(치킨)좀 긁을게. 그러자 남동생은 이렇게 말했다.


긁기만 해봐. 아주 그냥 닭다리로 맞을 줄 알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통통한 닭다리로 볼을 맞는 장면 상상하고 혼자 키득거리다가 어쨌든, 결국,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 하아- 엄마가 같이가줄까? 하는데 됐다고 하고 현관문을 나섰다가, 다시 들어가 뒷부분이 조금 남은 책,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꺼내들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안에서 책을 다 읽고 꾸벅꾸벅 졸다가 양재역에서 내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늘상 내가 타던 버스들은 9분, 11분을 기다려야 한단다. 마침 한 번도 타 보진 않았지만 보기는 많이 봤던 버스가 도착해서 그 버스에 무조건 탔다. 지가 가봤자 울 회사 근처 말고 어디를 가겠어? 그러나 그 버스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갔고, 단 한 정거장만 가서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멀고도 먼 길을 나는 돌아서 회사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야했다. 택시를 타려면 반대쪽으로 건너가야 하는데 제기랄, 횡단보도도 안보여서...이 버스를 왜 탔을까. 난 병신인가...대학때도 길음역에서였나..회기역에서였나...아무 버스나 집어타고 지가 가면 어딜가겠어 우리 학교 가겠지, 했다가 낯설게도 서울여대 앞에서 내린 기억이 나면서....내 스스로가 무척이나 힘들어졌다.


여튼 결국 회사에 도착했는데 이미 빌딩 자체의 불이 다 꺼지고 문도 잠긴 상황. 지문을 대고 어두컴컴한 나의 사무실을 향해 가는데 어흑 무서웠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불을 있는대로 다 켜고, 내 자리로 와서 책상 위를 보았는데 지갑은


없. 었. 다.


하아- 혹시나 싶어 내가 서랍에 넣어두었나, 서랍을 열어 보았지만, 나는 지갑을 서랍에 넣어두는 류의 사람이 아니다. 그게 뭐든 죄다 책상위에 꺼내놓고 쓰는 스타일. 그래서 책상 위가 쓰레기통 처럼 느껴지는, 그런 사람인데, 아니나다를까, 서랍 속에도 지갑은 없었다. 내 지갑아, 너는 어디로 갔니.


아무도 없어 무섭고, 지갑은 없고...등 뒤로 식은땀이 나고 지쳐갈즈음, 나는 그럴 리는 없지만, 하며 서류들을 넣어두는 캐비넷을 슬쩍 열어보았다. 거기는 내가 평소에 잘 여는 캐비넷도 아니고, 그러니 당연히 그래, 여긴 없지, 하며 문을 닫을거라 생각했는데, 어쩔? 거기에 지갑이 있네????????????????왜????????????????????왜 거기있지??????????????????????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지갑을 찾아들고는 다 읽은 책을 사무실에 두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면서 치킨을 사가고 싶었는데 집에 도착하면 열시가 될텐데, 치킨은 언제 먹나 싶어 관두고, 집에 돌아가 샤워를 했다. 열 시가 넘었고, 오, 나는 진짜 완전 지쳐서 곧 쓰러질 것만 같은거다. 오늘 하루 나는 무얼 했는가? 회사에 갔다왔다 갔다왔다..이것의 나의 전부인가?? 그런차에 남동생은 집에 누나책 있냐? 고 물었다. 독서공감을 말하는 것인데, 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두 권을 사야겠다며 지마켓에도 팔겠지? 란다. 회사 동료 두 명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거다. 아니..책을..지마켓에서 산다고????? 


야, 내가 사줄게 나한테 돈 줘. 


나는 그렇게 말했고 남동생은 뭐 그러라고 했다. 인터넷서점 아이디가 없는 동생은 책을 다른 물건 사듯 똑같이 사는데, 나는 교보에서 사면 포인트를 쓸 수 있고 알라딘에서 사면 땡투도 할 수 있고..여튼 내가 사는 게 훨씬 유리하지 않은가. 교보에서 내 책 잘 팔린다는 걸 보여주자 싶어 나는 일단 스맛폰으로 교보에 들어갔다. 그리고 두 권을 주문하려다가 퍼뜩, 아, 신한카드 사이트 통하면 할인되겠지? 싶어 굳이 피씨 앞에 앉았다. 그리고 신한카드 사이트를 들어갔는데, 오오, 지금 8월 한 달 행사라고 <반디앤루니스>는 7프로를 즉시 할인 해준다는 거다. 좋다, 반디앤루니스에서 사자! 그렇지만 회원가입이 필요해. 회원가입을 열심히 하다가, 아 조낸 피곤하다, 쓰러질 것 같아, 4프로의 차이로 내 정보를 반디에 넘기는 게 과연 이득인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회원가입 창을 닫고, 다시 교보로 들어갔다. 그리고 교보에서 두 권을 주문했는데, 1권을 주문할 땐 12일 배송으로 뜨던것이 2권을 결제하고 나니 14일 배송으로 뜨는 게 아닌가! 이게 뭐야. 니네 재고 한 권 밖에 안가지고 있어? 부르르- 살이 떨렸다. 이 고약한 것들. 괘씸하다. 흥, 알라딘에서 해주겠어!! 나는 교보를 취소하고 알라딘으로 갔다. 14일에 집으로 배송되면 남동생이 다음주에 주게 될텐데, 12일에 배송되면 이번주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동료들에게 줄 수 있잖아? 흥. 역시 알라딘이 짱이군. 그렇게 나는 알라딘으로 갔다. 그런데.


알라딘에서 결제를 마치고 나니 얼라리여, 여기도 14일 배송으로 뜨는거다. 분명 결제전에 '내일배송'으로 봤는데?????



















아 괘씸하다 알라딘. 알라딘 네가 어떻게 ... 감히... 네가 나를.... Orz (혼불의 효원 버젼)



나는 다시 취소했다. 남동생은 14일에 받아도 괜찮다고 했는데, 나는 연휴전에 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취소를 했다. 결제하자마자 취소를 하고 다시 한 권을 결제했다. 그러자 12일 배송으로 떴다. 그리고 다시 교보로 가서 또 한 권을 주문했다. 12일로 배송 날짜가 떴다. 그리고 남동생에게 돈을 받아가지고 내 방으로 돌아간 시간은 열한 시가 다 된 무렵. 어휴...진짜 떡실신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아빠가 창문 닫고 자라고 말씀하신다. 아빠가 닫아, 난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어, 하고 침대에 드러누워 버렸고, 아빠는 궁시렁궁시렁 거리시면서 내 방의 창문을 닫아주러 오셨다. 나는 기절해버렸다. 그런데,



밤새 꿈에 시달렸다. 꿈에서는 나와 내 가족을 제외한 세상 모두가 살인마였다. 서로가 서로를 토막내서 죽이곤 했다. 나는 그 장면을 눈 앞에서 봤다. 여자가 여자를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서로 쫓아가서 죽였다. 같이 밥먹다가도 죽였는데, 반드시 토막을 냈다. 사지가 잘리고 피가 튀기는데, 나랑 밥먹던 여자도 하얀 소복을 입은채 나를 죽이겠다고 쫓아와 한번은 가만 있기도 했다. 계속 도망다니느니 차라리 죽자, 하고. 그런데 어떤 일 때문인지 여튼 나는 다시 살았고, 우리 가족은 집에 콕 처박혀서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앞집도 옆집도 노숙자도 식당 주인도 개그맨도 모두 살인자였다. 그러다 잠깐 누군가 볼 일이 있어 나가야 했고, 문을 연 찰나 조카가 바깥으로 튀어나가 미친듯이 뛰어나가 소리지르며 조카를 데리고 집에 들어왔고, 나갔던 가족이 또 살인마에게 쫓겨 집으로 다시 피신시키고.....



깨보니 새벽 세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고, 몸은 자기전보다 훨씬 더 무거워져 있었다. 아 힘들어...아직 조금 더 잘 수 있으니 남은 시간이라도 좀 편하게 자자 싶어 다시 누웠는데, 이번엔 꿈에서 아빠랑 어마어마하게 싸웠다. 어휴..생각하니 또 지쳐..여하튼 결정적으로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나는 잠을 한 숨도 못잔것 같은 몸상태. 아 너무 힘들어. 엄마 한 번 끌어안고, 엄마가 갈아준 토마토 쥬스를 마시고, 돼지고기고추장 찌개에 밥을 먹고 회사를 향했는데, 아 너무 지쳐서 회사에 그냥 못가겠어. 쉬다갈테야!! 나는 회사 근처 스벅에 들렀다. 그리고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시켰다. 생일 선물로 무얼줄까, 묻는 친구들에게 스벅카드를 달라고 말해서 스벅 카드에 잔액도 짱짱하다!!






그렇지만 밥도 먹었고 토마토 쥬스도 먹었는데 샌드위치 까지 먹으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ㅠㅠ 내가 왜그랬지. 숨도 못 쉬겠어...그리고 스벅 카드 잔액을 보노라니 너무 줄어있어...어제도 먹고 오늘도 먹어서 그런가봐. 이제는 매일 먹는 걸 자제해야지. 매주 월요일에만 스벅에 들러야지. 이러다 잔액 금세 사라지겠어. ㅠㅠ 그래도 헤밍웨이 보틀에다가 커피 받아 마시면 삼백원 할인................( ")



샌드위치를 다 먹고 숨도 잘 안 쉬어진다고 짜증내고 바깥으로 나오면서, 아, 나는 스르테스를 먹는 걸로 푸는 경향이 있구나, 하고 새삼 깨달았다. 지치고 힘들면 먹는 걸로 나를 달래~~♪ 지난주 토요일에도 친구들과 술 잘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너무나 외로운 생각이 들어 기사식당으로 들어가 배가 터지도록 우동을 먹지 않았던가....아..이러지말자. 이게 나한테 좋을 게 하나 없지 않은가. 나는 대체 왜이러는가!!




어제 보건소에 갑상선 검사하러 갔다가 검사실이 2층이란 말을 듣고 으응, 계단으로 가면 되겠군, 했는데 계단 옆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걸 보았다. 저걸 탈까? 하다 다시 계단을 보는데, 오, 계단 출입구에 저렇게 떡 하니 <비만탈출구>라고 붙여져있는 게 아닌가!!





그래, 비만을 탈출하자. 나는 비만탈출구로 가겠어! 그렇게 2층을 계단으로 오르락내리락했고, 사무실에 돌아왔을 때는 그 삘을 이어받아 5층을 계단으로 올라왔더랬다...여튼,



영혼이 지치거나 피폐해졌을 때, 악몽에 시달리고난 후에, 먹는 걸로 나를 달래는 대신 다른 방법을 좀 찾아봐야겠다. 그림을 본다든가...하는 그런 우아한 방법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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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앗!!
    from 마지막 키스 2014-08-12 12:05 
    이런 걸 찾아냈다!'다락방' 그녀의 소설 이야기작년 연말에 나는 시사인을 사서 이미 읽었었는데, 이게 온라인에 떡- 하니 있을 줄은 내가 또 미처 몰랐네!! >.<
 
 
다락방 2014-08-12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하나 쓸라고 했는데 페이퍼 쓰고 났더니 진이 다 빠지는구나..ㅠㅠ

세실 2014-08-12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시간에 아무도 없는 회사에 갈수 있는 다락방님은 용감해!
지갑 찾아서 다행이어요~~~ 오늘은 치맥? ㅎㅎ

다락방 2014-08-12 10:57   좋아요 0 | URL
가기 전에는 괜찮았는데 막상 사무실에 도착하니 무섭더라고요. ㅠㅠ
아...위로의 방법을 다른 데서 찾아보자고 결심했건만, 세실님 댓글에 치맥으로 넘어가야겠네요. ㅋㅋㅋ

hnine 2014-08-12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내용이 아주 다이내믹 합니다 ^^
지갑 두고 오는건 저도 종종 그런답니다. 마트에 다녀온 후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결국 마트에 신고까지 하고 여기 어디 떨어져 있을테니 찾아달라고 했는데 며칠 후 결국 제 자동차 의자 밑에서 찾았어요. 차에서 내리다가 주머니에서 떨어져 의자 아래로 들어간거죠.
저 샌드위치 빵은 치아바타 맞나요? 넙쩍한 신발짝 처럼 생겼다고 제가 '신발빵'이라고 부르는 빵, 제가 정말 좋아하는 빵! 빵! 빵!

다락방 2014-08-12 10:59   좋아요 0 | URL
저 빵은 치아바타는 아니고요 약간 구멍 숭숭 뚫린 빵인데 뭐라고 부르는 지는 모르겠어요. 저 샌드위치 맛있어요. ㅎㅎ 제가 스벅에서 제일 좋아하는 샌드위치에요. 아 근데 아직까지도 배부르네요. 이러다가 잠시후 다시 배고파 지겠뇨.. -0-

제 얘기를 들은 직장 동료가 자기 인생의 8할은 무얼 찾느라 허비했다고 하는데, 아, 지갑 찾으러 한 번 회사 다시 온 걸로 기죽지말자, 생각하고 있어요. ㅠㅠ

건조기후 2014-08-12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학교 앞.. 가뜩이나 아~~~무 것도 없는 황량한 곳에 내렸으니 정말 낯설고 두려웠을 듯 ;; 지금은 좀 변했으려나..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아주 안팎에서 몰아친 하루였네요 아후. 페이퍼 읽기만 해도 등줄기에 땀이 쭉. 흘러요.

다락방 2014-08-12 14:2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니가 어디 가겠냐 우리 학교 앞에 가겠지..같은 생각을 했을까요? 하아- 사람이 참 자기 중심적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너무 힘들었는데 벌써 그 날이 지나고 오늘이 되었으며 심지어 오늘 조차 반나절이 훌쩍 넘어가버렸습니다. 시간은 참 빨리도 가지요. 그래서 좀 무섭기도 해요. ㅠㅠ 너무 막 가요 시간이 ㅠㅠㅠ

icaru 2014-08-12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쨍- 하니 재밌는 콩트 한 편 읽은 느낌예요~ 아... 닭다리로 맞는다, 부분 ㅋㅋㅋ 좀 다른 이야기..
에드가 수상집에서 얼린 닭다리가 살인 흉기로 쓰인 단편이 있는데,, 급 생각이 났네요

다락방 2014-08-12 15:51   좋아요 0 | URL
오옷. 닭다리가 살인 흉기로 쓰였단 말입니까? 그게 가능하단 말입니까!!!!!!!!!!!!!!!!!!!!!!!!!!!!!!!

버벌 2014-08-12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내내 락방님 모습이 상상이 되서 ㅋㅋ 즐거웠어요. 날도 덥고, 얼마전에 다녀온 휴가 여파로 지금 머리와 가슴은 붕~ 뜬 상태인지라 날마다 근무 나오기가 싫어 징징거리는 버벌입니다.

다락방 2014-08-13 11:41   좋아요 0 | URL
휴가는 어디로 다녀왔어요, 버벌님? 재미있게 잘 놀고 재충전 하는 시간이었나요? ㅎㅎ
저는 이미 지난주에 휴가가 끝났고, 뭐 휴가가 끝났든 안끝났든 일하기 싫어서 미추워버리겠습니다. ㅠㅠ

무스탕 2014-08-12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두 번 출근하고 두 번 퇴근하는거 정말 실허효 ㅠㅠ
제 출장기관중 한 군데가 집에서 5분거리인데 거기 출장가는건 꼭 하루에 두 번 출근하는 느낌이라서 싫어한다는..;;

근데 다락방님 꿈은 왜 글케 다양하고 다이나믹하고 다발적인겁니까? 응?응?
읽다 보면 나도 벌벌 떨릴때가 있고 내가 근질거릴때가 있다니까요? ㅎㅎㅎ

다락방 2014-08-13 11:42   좋아요 0 | URL
두 번 출근에 두 번 퇴근. 어휴 그냥 만신창이가 됐어요. 녹초가 됐어요. 너덜너덜 ㅠㅠ

저도 제 꿈은 왜 늘 총천연컬러이며 다양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직 애...라서 그런걸까요? 네? 더 커야 되는걸까요? ( ")

책읽는여름 2014-08-14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옴.마.나!!! 다락방님은 책도 내신 분이셨군요!!! 와우~~~
뒷북인거 알지만 어떻튼 저는 지금 알았으니까요 ㅎㅎ 멋져요!

다락방 2014-08-14 16:31   좋아요 0 | URL
오! 올린 보람이 있네요. 이렇게 한 분 더 알게 되셨으니?? ㅋㅋㅋㅋㅋㅋㅋ 멋지긴요, 뭘. ㅎㅎㅎㅎㅎ 부끄럽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4-08-16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7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7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8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7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8-18 12:03   좋아요 0 | URL
우앙- 숫자 좋다요! ㅎㅎㅎㅎㅎ 좋은 사람은 좋은 숫자와 함께 오네요. 로또살까..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4-08-18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죠!! 진짜 혼내줘야겠군요!!!
너무 애쓰셨어요. 지갑 찾아서 다행이구요.

저기, 위에.... 내가 진짜 좋아하는 사진 있잖아요.
책 옆에 스벅 샌드위치, 자주자주 올려주시어요. 부탁드려요~~~~*^^*

다락방 2014-08-18 12:04   좋아요 0 | URL
알라딘 나빠요, 그쵸? ㅎㅎ

책 옆에 스벅 샌드위치 뿐만 아니라 다른 곳의 샌드위치도, 샌드위치가 아니라 다른 음식 사진도 곁들여서 종종 올리겠습니다. 독서도 먹으면서 해야 하니깐요. 우하하하하
 
혼불 1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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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다섯, 직장에 다니던 그때. 내가 일하던 부서의 팀장은 여자였다. 나보다 나이가 훌쩍 많은 여자. 어떤 대화중에 나는 '무섭다' , '겁난다'는 등의 단어를 내뱉게 됐는데, 그 때 팀장님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넌 덩치는 산(mountain)만한 애가 왜 그리 겁이 많니?"

 

나는 그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너무 기분이 나빴는데도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대체 덩치가 크다고 겁이 없어야 된다는 건 무슨 개같은 말인가. 덩치가 커도 겁날 수 있고 덩치가 커도 아플 수 있다. 덩치가 커도 슬픔을 느끼고, 덩치가 커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도 한다. 그 날 그 말을 듣고 나는 친구들을 불러내 술을 마시면서 분노를 터뜨렸다. 술과 안주가 놓여진 테이블을 두드리면서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니네, 나만한 산 본 적 있냐?"

 

분노는 곧 웃음으로 바뀌어 우리는 그날 나의 말에 왁자지껄 웃음을 터뜨렸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산보다는 작거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에서의 올리브도 덩치가 컸고, '천명관'의 《고래》에서 '춘희'도 어마어마하게 컸다. 《슬픈 카페의 노래》에서의 여자도 덩치가 컸지. 그러나 이렇게 기억할 수 있을 만큼 소설속에서 덩치 큰 여자들이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 여자들은 대체적으로 작고 가냘프거나, 안작아도 말랐거나, 마르지 않으면 육감적으로 통통하거나 아름답다. 그런데 이 혼불에서, 아아, 나는 또 만나고야 만것이다. 덩치가 큰 여자를! 나는 덩치 큰 이 여자에게 순간적으로 공감이 되어 부들부들 떨리고야 말았다. 그녀가 시집간 첫날, 그녀의 덩치에 겁을 먹은 신랑이 그녀와 첫날밤을 치르지도 않기 때문에. 아니, 겁을 먹긴 대체 왜 먹어. 너 그럴래, 응?

 

 

밤이 깊을 대로 깊은 모양이다.

그러나 방안의 두 사람은 아직도 말이 없다.

오직 밀촛불만이 촛대 앞에 놓인 작은 술상과 그 술상 위의 흰 술병, 술잔, 그리고 밤, 대추, 등을 비추면서, 신부의 등뒤로 펼쳐진 백수백복(百壽百福) 병풍에 그네의 그림자를 드리워 주고 있다.

신랑 강모(康模)는 미동도 하지 않고 그림자처럼 앉아 있기만 한다.

얼마 동안이나 지금 이렇게 마주 앉아 있는 것일까.

(크다 ‥‥‥.) (p.26)

 

 

강모는 그네가 태산 같기만 하다. (p.28)

 

 

아...슬퍼..슬프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물론 강모가 단순히 그녀의 덩치때문에 그녀랑 잠을 자지 않은 건 아니다. 강모의 마음속엔 이미 강실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강실이 역시 수줍고 여리여리한 처자가 아닌가. 왜 가슴속에 여리여리한 여자를 품고 태산같은-정말 태산 같을 리가 없잖아!- 여자를 제대로 보아주지 않는가. 이 태산만큼 큰 여자는 분하다. 자신이라고 이 어린 소년을 신랑으로 두고 싶었던 게 아닌데. 그런데 이런 모욕을 당해야 하다니. 그녀는 첫날밤 신랑이 풀어주지 않은 옷고름을 자신이 스스로 푼다.

 

 

두 손으로 발을 감싸며 주무른 뒤, 그네는 다시 새 버선을 챙긴다.

초록 저고리와 붉은 치마로 갈아입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큰비녀를 뽑더니 머리를 풀어 내린다.

숱이 많고 칠흑 같은 머리채다.

그네는 잠시 그러고 앉아만 있다.

네가 나를 어찌 알고 ‥‥‥나를. (p.41)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던 때가 시대적 배경인데, 나는 현재가 아닌 아주 오래전의 배경을 접하게 되면 그저 막막해진다. 만약 내가 그때 태어났다면 어떤 역할이었을까, 그 신분제 사회에서 나는 어떤 신분으로 살아갔을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내가 양반이었을까? 내가 양반이었다면 하인을 막대하는 그런 양반이었을까? 나는 노비였을까? 누군가의 몸종이 되어 종종걸음치며 시키는대로 일하는 몸종이었을까? 만약 내가 몸종이었다면 그것을 현실이라 받아들이며 묵묵히 일했을까, 아니면 신분제는 인간에게 옳은 게 아니라며 이를 가는 사람이었을까?

 

그리고 결혼은?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알지도 못하는 남자를 신랑으로 맞이해 내 옷고름을 풀어주기를 기다려야 하는, 그런 삶이라니? 게다가 이 책에도 여러차례 등장하지만, 남편하고 몇 번 만나지도 못한 상황에서 청상과부가 된다면? 심지어 이 책에는 죽은 남편을 따라 자결해 열녀라 칭송되며 열녀문까지 받게 된 여자도 등장하는데, 와, 지금의 나는 대체 그 열녀가 뭔가 싶은거다. 아니, 열녀가 뭐라고, 남편이 죽었다고 내 삶까지 포기해야 하지?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삶을, 대체 왜 그들은 칭송했던걸까? 결국은 그게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은 열녀 라는 말을 쓰지 않게 된걸까?

 

 

물론 이 책에도 열녀를 칭송하기 보다는 대체 왜 그래야 하는지를 알 수 없어 하는 여자도 나온다. 내가 왜 남편 따라 죽냐? 안그러겠다! 하는 여자.

 

"허엉. 열녀? 니가 멋으로 열녀를 했능가는 모리겄다마느은, 너도 참말로 불쌍헌 헛세상을 살다가 갔다. 인생이 한번 왔다가 죽고 말먼 그거뿐인디 어디 눈에 맞는 머심 등짝에라도 엡헤서 밤도망을 갔다먼 또 말도 않겄다. 속저없이 죽어간 것은 누구 보라고 헌 짓이냐고오. 너도 매급시 넘으 비우 맞출라고 애간장 녹게 아까운 목심을 덜컥, 끊었겄지마는, 그거이 무신 지랄이냐. 나는 지발도 먼저 죽은 서방 따러 죽었다고 누가 열녀라고 해 주도 않지마는, 내가 죽도 안헌다. 내가 왜 죽겄냐. 나느은 살란다아. 나는 살라안다아." (p.268)

 

 

열녀가 숭고하다 칭송받았을지언정, 나는 이렇게 말하는 옹구네에게 기립 박수를 쳐주고 싶은 심정이다. 옹구네, 당신 말이 맞소. 삽시다. 우린 살아갑시다!

 

 

 

혼례잔치의 음식들에 대한 묘사부터 시작해서 이 책은 재미있다. 1권만 우선 구입했다가 2,3권을 내처 구입할만큼 재미있다. 게다가 진득한 사투리의 대화는 어쩐지 따라해보고 싶어져서, 지하철안에서도 나는 입을 들썩이며 속으로 읽으며 따라해보는 것이다. 또한, 창씨개명에 대해 양반인 청암부인이 분노를 하는 것을 당연히 이해했지만, 상놈인 남자가 창씨개명이든 뭐든 우리가 언제는 인간답게 살았던가, 하고 한탄할 적에는, 아, 이름을 바꾸라는 것만이 모욕적인 게 아니구나, 하는 뒤늦은 생각도 했다. 창씨 개명이 억울하고 분한 까닭은 내가 지켜야 할 이름이나 성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애초에 지킬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라면, 거기에 분노할 힘이 남아있지 않은 건 아닌가. 그들이 체념했다고 그들을 원망할 자격이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 이 분노는 슬픔이다. 분노와 슬픔은 한끗차이다.

 

 

"아, 창씬가 머인가 허능 것도 그렇제, 우리덜 쌍놈이 머 언지는 성씨 갖꼬 이름 갖꼬 살었간디요? 성짜가 있다고 빤듯이 써 볼 일이 있능교오, 이름짜가 있다고 어따 대고 떳떳허게 불러 볼 일이 있능교. 양반들이나 그렁 거 챙기제 우리가 멋 땀세 속이 상헌다요? 말이사 바로 말이제, 우리들 이름이랑 거이 맹랑허다고요. 달구새끼, 뒤야지, 퇴깽이 이름이나 머 매한가지 아닝교?" (p.250)

 

 

 

청암부인은 자꾸만 《토지》의 서희를 떠올리게 한다. 기개와 위엄이 그렇다. 이 책은 재미있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토지 만큼은 아니다. 그러나 효원이 궁금하다. 그 큰 덩치로 남편과 합방한 적이 없는데 아들을 낳으라는 시어머니의 구박을 받으며 대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궁금하고, 강실이를 품은채로 종가집의 종손인게 싫어 어디로든 도망가려는 강모의 삶도 어찌될지 궁금하다. 한사람 한사람의 삶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소중하다. 누군가의 삶을 책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퍽이나 흥미로운 일이며 고맙지만 간혹 미안하기도 하다. 많은 부분들이 달라졌다고 해도, 사람 사는 건 어디나 같아, 그때나 지금이나 돈을 제대로 쓰는 부자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는다. 책속의 오래전 사람들에게 나는 배우고 또 배운다. 이렇게 배우면서 나는 오늘 하루를 또 살아간다.

 

 

 

 

 

 

문득 강실이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하기야 '문득'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네는 그저 습기처럼, 모습도 보이지 않으면서 무심코 느껴 보면 언제나 촉촉히 강모를 적시우고 있었으므로. (p.127)

"실제로는 어때? 토지 없는 농민이 대다수다. 실제로 땅바닥에 엎드려서 고개 들 날이 없는 사람은 제 땅이라고는 한 뼘도 없는데, 하얀 주먹 쥐고 앉아 소출을 고스란히 받아먹고 있는 몇몇 사람은 아무 일도 안하고 불로소득이야. 손가락 까딱 않고 앉은 자리에서 받아들이는 재산이 얼만 줄 알어? 이게 모순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단 말이냐?"
강모가 무어라고 미처 하기도 전에 강태는 손바닥으로 밀어내듯 빈정거리는 투로 말을 던진다.
"강모 너도 나면서부터 가진 게 너무 많아. 그러니 부르조아 맛이 너무 들어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까?"
"형."
"그렇게 해서 자연히 인간 사회에 계급이 생길 수밖에. 서로가 서로에게 적대심을 품고서 말야. 낡은 부르조아지 사회의 근원적인 모순이지. 있는 자는 없는 자를 경멸하고, 그러면서도 노동력을 착취한다. 반면에 없는 자는 있는 자를 증오하고, 그러면서도 생존을 위하여 노동력을 바친다. 이게 얼마나 야비하고 비굴한 상태냐. 이런 체제는 반드시‥‥‥무너져야 한다. 무너뜨려야 한다." (p.140-141)

"형이 가진 생각은, 혼자서 하게 된 건가요? 아니면 강호형‥‥‥."
"배우기도 하고 책도 읽지. 또 나 혼자서 골똘히 생각하던 일들이기도 하고. 무릇 사상은, 제 속에 그런 소양이 있을 때 급진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니까." (p.141-142)

"사람들은 나라가 망했다, 망했다 하지만, 내가 망하지 않는 한 결코 나라는 망하지 않는 것이다. 가령 비유하자면 나라와 백성의 관계는 콩꼬투리와 콩알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비록 콩껍질이 말라서 비틀어져 시든다 해도, 그 속에 콩알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콩은 잠시 어둠 속에 떨어져 새 숨을 기르다가, 다시 싹터 무수한 열매를 조롱조롱 콩밭 가득 맺게 하나니." (p.155)

"네 말이 맞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사람은 자기 몫을 스스로 알아야 한다. 한 섬지기 농사를 짓는 사람은 근면하게 일하고 절약하여 자기 가솔을 굶기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열 섬지기 짓는 사람은 이웃에 배 곯는 자 있으면 거두어 먹여야 하ㅑ느니라. 백 섬지기 짓는 사람은 고을을 염려하고, 그보다 다른 또 어떤 몫이 있겠지. 우리 집은, 집이라도 그냥 집이 아니라 종가다. 장차로 내려온 핏줄만 가지고 종가라고 한다면, 그게 무에 그리 대단하겠느냐? 그 핏줄이 지닌 책임이 있는 게야. 장자란 누구냐? 아버지의 맞잡이가 되는 사람 아니냐? 아버지를 여의면 장자가 아버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장자는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지. 그렇다면 그런 장자로만 이어져 내려온 종가란 문중의 장자인 셈이다. 어른인 게지. 어른 노릇처럼 어려운 게 어디 있겠느냐? 제대로 할라치면,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어려운 것이 어른 노릇이니라." (p.147-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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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0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1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4-08-1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올해 휴가때는 도서관에 딱 자리잡고
토지나 읽어볼까 생각중이에요.
과연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

2.저는 지극히 안정적인 '종형' 몸매의 소유자다 보니.
앉아 있을때와 서있을때가 차이가 많아
상대방들이 놀라곤 했어요.
이젠 뭐 태산에 가까워진 몸매라 놀랄일도 없지만서도... ㅠ..ㅠ



다락방 2014-08-11 16:23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토지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것은 소설이라기보다 실제 살아있는 인물들의 삶을 옆에서 보고 상세히 묘사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게다가 캐릭터마다 어찌나 다른 성격들을 잘 살려냈는지! 휴가때 토지 도전, 응원합니다!!

저는 항아리 같은 몸인데 아무개님은 종 같은 몸 ^^

blanca 2014-08-11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 이것 최명희 작가가 완간 못 하고 죽었잖아요. 마지막 대목에서 정말 너무 너무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어요. 정말 눈물나는 소설... 다락방님이 읽는다니 제가 다 흥분되네요.

다락방 2014-08-11 16:37   좋아요 0 | URL
아...저는 완간을 하고 죽었다고 생각했는데..........그럼 10권까지 다 읽어도 결말은......모르는건가요? ㅜㅜ
안그래도 섬사이님의 5권 페이퍼 읽고 궁금해서 미치겠어요. 효원이는 어떻게 될지, 강모는 어떻게 될지...하아-

무스탕 2014-08-12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옛날에 읽었는데, 지금 집에도 구판으로 다 있는데 내용이 생각이 안나요 ㅠㅠ
강모는 생각나고 강실이도 생각나고 청암부인도 생각나고 허약했던 남편도 생각나는데 내용이 생각이 안나요 ㅠㅠ

다락방 2014-08-13 11:43   좋아요 0 | URL
저는 2권 시작했다가 지금 잠시 멈춘 상태입니다. 제가 줄거리를 말씀드릴 순 없지만, 여튼, 저는 강모 스타일이 질색팔색입니다. 남자가 너무 유약해요. 흥!! ㅜㅜ
 

 

 

 

영화 《어떤 만남》은 소피 마르소 주연이라 무척 보고 싶었는데 트위터에 올라오는 감상들을 보면 하나같이 칭찬을 하고 있었다. 오호라. 소피 마르소가 나오는데 게다가 영화가 좋기까지 하다니! 신나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지만 극장을 나오면서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이게..뭐야?

 

 

소피 마르소는 무척 예뻤다. 정말 예뻤다. 사랑은 물론 저마다의 것이니 상대에게 매력을 발견하는 것 역시 자신의 고유한 영역이겠지만, 사실 '도대체 왜 저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걸까' 싶을 정도로 남자 주인공에 대해서는 영...그러니까 '나라면 저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특히나 남자의 입술..아..진짜 짱 싫어하는 얇은 입술. 입술이 없는 그런 입술인 것이다. 그러고보면 유독 외국영화 주인공 중에 입술 없는 남자들이 많은듯? 뭐 어쨌든간에 소피 마르소는 내가 아니고 나는 소피 마르소가 아니니 우리가 서로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 터. 그녀가 그런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면 나는 그렇구나 하고 말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극중 소피 마르소는 자식을 셋 둔 이혼녀이고, 남자는 자식이 둘인 '유부남' 이다. 이 둘은 우연히 소피 마르소가 쓴 책의 출간 파티에서 만나게 되서 아주 강하게 서로에게 끌리게 되는데, 남자는 '전화번호 교환 따위는 하지말자' 며 그 만남에서 그녀와 안녕을 고한다. 그 후로 우연히 다시 마주치게 되고 그렇게 그들을 서로를 향한 마음을 점점 더 키워가는데, 남자는 자신이 아내가 있고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그녀와 관계를 시작하지 못한다. 그런데,

 

소피 마르소의 친구들도 그렇고 남자의 친구들도 그렇고, 모두들 한결같이 그 강한 끌림을 터뜨리라고, 마음을 따라가라고, 그 사랑을 시작하라고 말한다. 너희들은 서로를 향한 눈빛이 사랑으로 이글거리던데 대체 왜 시작을 하지 않냐며 시작하라고 부추키는거다. 여기에서 나는 당황스러웠다. 프랑스 사람들에겐... 역시나 '사랑'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 가정이나 관계, 의리나 책임감 보다는 '사랑', 그것이 최고인 것인가?

 

물론 나는 기혼자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나랑 친한 누군가가 그렇다고 한다면, 아마 나는 그의 말을 들어주며 그렇구나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대체 뭐가 있겠는가. 그러나 아직 그 사랑이 시작되기 전, 내가 한 눈에 반한 상대가 유부남(녀)야, 라는 친구의 말을 듣게 된다면, 글쎄, 상황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긴 하겠지만 '와우- 한 눈에 반했다니 대단한 걸, 사귀어버려!' 하지는 못할 것 같은거다. '니 마음을 따라가', '니 사랑에 충실해' 라는 말을, 그 상황에서 당연하다는 듯 내뱉을 수는 없을 것 같은 거다. 영화속에서는 남자의 친구들도 여자의 친구들도, 그들 중 누구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시는 그 사람을 만나지 마!' 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것이 '사랑' 이라면, 어떤 형태이든 단지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 응원해야 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나는 '차마 응원할 수는 없는' 사랑이란 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는 결론을 나 스스로 내렸다. 어떤 사랑은 그저 말없이 지켜보기만 하는 게 최선일 수 있다고.

 

 

게다가 이 영화가 지금의 나와 완전히 겉도는 이유는 소피 마르소의 극중 역할이 지나치게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 실상 그다지 작업에 열중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물론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니 로맨스에 치중하겠지만!!), 완전 울트라초특급 미모로운데 돈도 많은 베스트셀러 작가인거다. 친구들하고 늘상 파티하며 술 마시는 게 일인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의 '그레이'가 떠오른다. 그의 나의 스물 여섯. 매일 여자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문자를 보내고 헬리콥터를 보내 여자애 데리고 와서 허구헌날 섹스만 하는데 회사는 점점 더 커가고 피아노도 수준급으로 치다니.. 다시 말하지만 나는 스물다섯에 힙합 바지에 박스티 입고 회사 다녔다...그때의 내겐, 그게 내가 한 일의 전부였다.

 

 

 

 

 

 

 

 

 

 

 

 

반면에, 굳 다운로더를 통해 감상한 《사랑은 소설처럼》은 매우 좋은 영화였다. 재미있었고 의미도 있었다. 주인공인 여자는 이십대 초반인데 가장이다. 그녀의 남동생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사회활동이 어렵고 그녀의 여동생은 마약을 하며 자학해서 몸에 상처를 낸다. 부모님은 몇해전 '우리는 더이상 부모 노릇을 할 수가 없다' 며 도망가 버린 상황.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꿈이나 이상을 포기하고 그저 묵묵히 부업을 해가며 동생들을 돌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혼자 술을 마시던 바에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남자와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그녀에게 남자는 기쁨이었다. 동생들과의 일상이 지치기만 했는데 다른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혹여라도 그가 떠날까봐 걱정하고, 혹여라도 그가 자신과 함께 계속 이 상황에 갇혀 답답한 일상을 보내야 할까 겁이 나기도 한다. 그녀는 남자를 통해 자신의 집을, 동생들을 떠나고 싶기도 했다. 나도 가고싶어, 나도 해변에 가서 모래를 밟아보고 싶어. 그녀도 그런것을 소망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녀의 발목을 잡고, 그녀가 큰 마음을 먹고 폭발해버려서 남자의 차를 몰고 집을 나가긴 했지만, 그녀는 하루만에 다시 자신을 기다리는 동생들에게로, 자신이 요리를 하고 동생을 돌봐야 하는 그 지긋지긋하고 우울한 집으로 돌아온다.

 

그렇지만 이제는 '나는 가족을 갖고 싶어' 라고 말했던 남자 때문에, '나는 내가 늘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알게됐어' 라고 말한 남자 때문에, 어쩌면 삶이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를 지도 모르겠다. 조금 나아질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어깨에 지워져있던 그 무거운 것을 남자와 함께 나눠지게 됐으니까. 그것들을 탈탈 털어내 아주 가벼워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렇게 될 리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조금 더 가벼워졌다면,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면, 지금보다 더 버티기 쉬워지지 않을까.

 

남동생은 여전히 머리가 아프겠지만 대화를 할 수 있는 슈퍼마켓 아저씨를 만났고, 여동생은 언니 말 잘 들으며 자학하기를 멈추겠다고 결심했으니,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여자는 요리를 하고 남자는 고장난 집을 고치며 맥주를 마시면서, 그들은 잘 해낼 것이다.

 

어쩌면 사랑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상대의 짐을 덜어내는 일, 나의 짐을 덜어내는 일. 그건 다시말해 이런 뜻이 될 것이다. 당신의 짐을 덜어낼 수 없다면 우리는 사랑하지 않는 쪽이 낫다, 는.

 

 

그녀에게는 책을 빌려 읽는 것이 기쁨이었다. 그녀가 가만히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보는 것은, 내게도 기쁨이었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것은 못내 서운했다.

 

 

 

 

그리고 《어떤 만남》에서의 남자보다 《사랑은 소설처럼》의 남자가 더 나았던 것도 사실이다. 아 그렇지만 앞의 남자는 능력이 있고 뒤의 남자는 백수인데....흐음.......역시 다 가진 남자는 없는것인가? 돈 많고 입술이 없거나, 돈 없고 입술이 있거나....아아....내적 갈등 생긴다, 또.

 

 

그나저나 일요일의 시간은 참으로 빨리도 가는구나. 금요일에 썼던 페이퍼를 다시 보니 마지막에 시간아 '가라' 를 엄청 간절하게 써놨던데, 아 지금은 시간아 가지 말아라, 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일요일의 시간아, 가 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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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4-08-10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모든 말보다... 마지막 문장이 가슴에 꽂힘다... 일요일의 시간아. (제발) 가지마!!!!! ㅡ.ㅡ

다락방 2014-08-10 21:34   좋아요 0 | URL
이 순간에도 시간은 가고 있습니다. 째깍째깍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책읽는여름 2014-08-1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소피 마르소 영화 저도 찜해 놓은 거였는데 다락방님처럼 똑~같이 느꼈을 듯해요.
근데 이건 뭐죠...다락방님도 잘 모르고 영화는 더구나 보지도 않았는데 백퍼 공감되는 이것은 ㅎㅎ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다락방 2014-08-11 16:4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그렇지만 다른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매력적이라 생각하고 계십니다. 영화도 물론 취향을 따르니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낄 수밖에 없겠지요. 어쩌면 달콤한 책님께는 신선하고 짜릿한 영화가 될지도 몰라요! ㅎㅎㅎ

blanca 2014-08-11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콜잇러브> 남자 주인공도 그래요. 꼭 그래요. 소피마르소 상대역은 라붐 빼고는 몰입을 방해할 수준이에요. 완전 공감가네요 ㅋㅋ

다락방 2014-08-11 16:4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유콜잇 러브 남자 주인공도 별로였어..케이블카에서 초코바 먹을 때...생각나네요. 소피 마르소도 저처럼 남자 외모는 안보고 사랑하나봐요. 물론 영화에서 말이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로 맛깔스런 글을 보여줬던 바로 그 한창훈이 세상에나, 무려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란 산문집을 냈단다. 아이쿠야. '한창훈'+'술상' 이라니...아...미치겠다. 완전 입에 쩍쩍 달라붙을 것만 같아! 퇴근 시간 기다리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졸음이 확 달아나는 신간 소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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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물고기는 바닷속에서 말없이 살고, 사람은 말 못할 일이 있을 때 바다로 가서 술을 마신다. 작가 한창훈이 살면서 가장 가깝게 지낸 두 가지 액체는 바다와 술이었다. 그가 바닷가에서 술잔을 들며 만난 무수한 물고기와 사람들의 생. 푸른 물방울의 행성의 가여운 종족, 지금 바다로 달려가 소주 마시며 울고 싶은 당신에게 건네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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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는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의 개정판이란다. 다행이다. 저건 안 사도 된다. 으흐흐흐흐. 나는 어패류를 좋아하진 않는데 .. 아 그렇지만 한창훈과 술과 글이라니..완전 진짜 대박 기대된다 ㅠㅠ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은 지독하게 매력적이다. 나와 남동생은 문과지만 이과출신인 여동생이 부전공으로 수학을 공부하는 걸 보면서 꽤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아니, 저게 뭔 말인지 어떻게 알고 또 저렇게 뭔가를 풀어대는걸까...연습장에 샤프로 좌르르륵 문제를 풀어내는 걸 보면서 나는 얼마나 내 여동생을 존경했던가! 여동생은 현재 지금 생물교사 자격증과 수학교사 자격증을 다 가지고 있다. 나로서는 참으로 신기하기만 해..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는 나도 수학 좀 했는데...수학 점수 잘 나왔었는데.....도대체 어디서부터 어긋난걸까. 도대체 무얼 배우다가 나는 수학과 작별인사를 한걸까...집합..은 중학교 때 것인가? 벤다이어그램도? 아..모르겠다. 여튼.


그러니 이 《수학자들》은 사실 내 관심을 벗어난 책이긴 한데, 이 책의 부제가 마음을 잡아끈다. '세계적 수학자 54인이 쓴 수학 에세이'. 이 부제에서 나는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를 떠올린 것이다. 그래서 읽고 싶어졌다. 혹시 알아? 읽다가 수학의 매력에 푹- 빠져서 뒤늦게 다시 대학간다고 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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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세계적 수학자 54인이 쓴 수학 에세이집. 수학과 이론물리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들부터 필즈 상 수상자, 젊은 박사논문 준비생들까지, ‘수를 해독하는 자들’이 직접 털어놓는 진솔한 일상의 모습과 삶의 철학, 그리고 그들 각각이 저마다 생각하는 수학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오롯이 담고 있는 책이다. 총 54장의 수학 에세이와 7막의 쉬어가는 페이지로 구성된 본문은 어려운 수학의 공식이나 정리가 아닌 수학자 개개인의 진솔한 경험담과 생각으로 이어지고 있기에, 마치 한편의 뮤지컬을 보듯 즐겁고 재미있다. 

또한 홀로 연구실에 틀어박혀 연구에 몰두하는 수학자, 대강당의 대형 칠판 앞에서 승천을 시도하는 수학자, 분필이나 연필 끝에서 교류하는 수학자, 동료의 설명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는 수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상적 면모를 잘 포착한 장 프랑수아 다르스가 찍은 160여 장의 사진이 글과 함께 더해져, 수학이라는 학문에 관한 고찰, 수학자의 흥미로운 추억과 일화, 수학자들이 직접 털어놓는 그들의 헌신과 열정, 희열과 좌절에 관한 이야기를 더욱더 생생히 살펴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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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매달 월중고사를 봤다. 월중고사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와 달리 국,영,수,과 이렇게 네 과목만 보는 시험이었는데, 제일 처음에 월중고사를 보고 나는 내 과학점수에 충격을 받았다. 72점을 받았던 것. 70점대가 나에게 있을 수 있다는 게, 그 당시에는 엄청난 충격이어서 스스로에게 쪽팔릴 지경이었다. 게다가 과학선생님을 좋아했다. 그래서 다음 과학시험 점수는 잘 받자, 다른 과목들처럼 받자 싶어, 계속 과학 공부만 했다. 뭔 말인지 잘 모르겠는 상태로 달달 외웠더니, 그 다음 시험에서는 과학이 92점이 나온거다. 좋았어!! 과학 선생님은 내 이름을 부르고 칭찬을 해줬다. 20점이나 올랐다고. 


사실 나는 과학을 잘 할만한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이게 무슨 말이냐 -_-) 그러나 다행히도 중학교 2학년때도 과학 선생님이 좋아서 흥미를 붙였고, 그래서 그 당시에 과학 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국어,영어,일어,한문 등은 선생님이 좋든 말든 그냥 잘했는데 과학은 선생님이 좋아서 '억지로' 잘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세계사,국사,세계지리,한국지리,정치경제..등은 선생님이 좋든말든 무조건 못했다. ㅠㅠ)


중학교 3학년때는 과학선생님이 별로였고...고등학교 물리랑 화학이었나 여튼 과학선생님이 진짜 아우...자기 혼자 말을 입 속에서 웅얼대는 사람이어서 나는 그냥 손을 놔버렸다. 뭔 말인지 그 선생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거다. 그러면서 그 선생님이 항상 주장하는 게 똑똑하고 많이 아는 사람일수록 작게 말한다는 거였다. 아오..빡쳐.. 그 선생님은 똑똑한 사람이었을 수 있지만, 결코 좋은 선생님은 아니었다. 크게 말해달라고 애들이 몇 번이나 말했는데도 절대 바뀌지 않았다. 뭐, 그래도 과학 점수가 높은 아이는 분명 있었지만...



여튼 못 읽을 게 너무나 분명해서 사지는 않겠지만...안살거지만...진짜 안살거지만.....그래도 기억의집 님 덕에 알게 된 이 책도 관심이 ...아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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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에너지는 질량과 빛의 속도의 제곱을 곱한 것과 같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아름다운 방정식 E=mc². 1905년, 이제 막 20세기가 시작했을 때, 스물여섯 살 무명 과학자였던 아인슈타인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 짤막한 방정식이 어떻게 세계를 뒤흔들게 되었을까? E=mc²은 수십 년의 시간 동안 여러 과학자의 손을 거쳐 인류 역사를 송두리째 바꾼 가장 유명한 방정식이 된다. 

금세기 최고의 과학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보더니스는 상대성 이론의 해설서나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쓰는 대신 이 방정식의 일생을 따라가는 특별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E 에너지, = 등호, m 질량, c 빛의 속도, ² 제곱에 담긴 의미와 유래를 하나하나 추리소설처럼 추적한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들의 놀라운 과학적 발견과 그들의 열정, 사랑, 복수로 뒤섞인 일생을 촘촘하게 복원하고, 제2차 세계대전 속 원폭의 비극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또한 태양의 따뜻함과 블랙홀의 깊은 어둠, 영화관 비상구 표시등과 같은 재미있는 과학 상식까지 알려주며 흥미를 더한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 교사들이 입을 모아 추천한 책이자 교양 과학서의 고전이 된 《E=mc²》은 과학의 기초를 잡아주는 동시에 과학사의 가장 흥미로운 순간을 집중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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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소개 만으로도 내 흥미를 끌지 않는데, 기억의집 님은 이 책의 서문을 옮겨주셨고, 나는 그 서문에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이건 지난주에 경향신문에서 보고 알게 된건데, 뭔가 우리나라에서 드라마로 만들면 막장이 될 것 같은 스토리..인듯 하지만(주인공은 이유리가 하게 될지도..), 막장이라 느끼지 않을 글솜씨를 기대해보며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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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그녀 없는 비행기Un avion sans elle>라는 제목으로 2012년 프랑스에서 출판된 미셸 뷔시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출간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올해 최고의 추리소설이라는 평단의 찬사와 함께 2012 메종 드 라 프레스 상, 2012 대중소설 상, 2012 프랑스 최고 추리소설 상, 2013 NVN 독자가 뽑은 최고의 추리소설 상, 2014 뒤퓌 상 등 수많은 추리문학상을 휩쓸었다. 

그녀는 과연 리즈로즈인가? 에밀리인가? 소설의 시작점은 '비행기 추락'이다. 전원이 사망한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3개월 된 아기만 살아남는다. 아기는 부유하고 명망 높은 집의 손녀이거나 가난한 집안의 손녀. DNA 검사가 전무하던 시절, 두 집안은 언론이 '잠자리'라고 이름 붙인 이 아기의 핏줄을 증명하려 하는데….

부유한 집안의 의뢰를 받아 18년 간 이 사건을 조사하던 탐정은 결국 사건의 실마리를 발견하지만 그 직후 살해당한다. 남은 건 그동안 자신의 조사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방대한 양의 노트뿐. 운명을 만든 건 우발적인 사건들과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이 비극을 주도한 누군가의 음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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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집에 가고 싶다. 생일날 약속이 있다고 했더니, 여동생 가족들이 오늘 같이 밥먹자고 우리집에 도착했단다. 아...집에 가면 술과 고기를 먹을 수 있다!! >.< 고기 먹고나면 제부가 회도 떠가지고 온댄다. 앗싸~



시간아, 어서 가라!! 가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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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벌 2014-08-08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내 술상위의 자산어보. 자산어보. 죄송해요 한창훈님은 몰랐어요. 하지만 전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된 어린 시절에 목민심서를 읽고 난 후부터 내내 정약전을 좋아했어요. 너무나도 좋아헀어요. 자산어보라니. 책 사야겠네요. 주말 잘 보내세요 다락방님 . 정약전과 상관이 있든 없는 그 자산어보가 제목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살 이유가 된다는....

다락방 2014-08-10 12:4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술상 위의 자산어보라니. 저는 상상만으로도 이미 취한듯 합니다. ㅋㅋㅋㅋㅋ 저는 목민심서를 읽지 않았고 정약전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지만 한창훈이라면 정말이지 믿고 보는 작가입니다. 그가 술안주를 말하는거라면 기꺼이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ㅎㅎ

기억의집 2014-08-09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동생분 부러워요. 저도 요즘 수학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들어요. 아인슈타인 책 찾아 읽으면서 점점 범위가 넓어져 저 오늘 X의 즐거움이란 책 구입했어요~ 게다가 지난달에는 신기한 수학 나라의 알렉스도 사고.. 읽어도 잘 알아먹지도 못하면서 욕심은 많아가지고, 덥석 사고 봐요. 여동생분 너무 부러워요. 생물학에 수학까지... 근데 저도 수학자들 보니 땡기네요. 하~

회, 맛있게 드삼!

다락방 2014-08-10 12:44   좋아요 0 | URL
회도 맛있게 먹었고 족발과 보쌈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게다가 어제는 무려 삼겹살을 먹지 않았겠어요? 오늘 저녁엔 갈비를 먹자고 아버지랑 이미 말 맞춰 놓았습니다. ㅋㅋㅋㅋㅋ

수학에 생물이라니..저는 둘 중에 하나도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러우면서 신기하고 그래요. ㅎㅎ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는데 이토록 극과 극으로 다르다는 것도 신기하고요.
기억의집님의 글은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저는 과학책에 대해 접근하는 건 아직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요. ㅠㅠ 대신 기억의집 님 글을 읽을래요.

그래도 수학자들...은 사게 될 듯하지만 ㅋㅋㅋㅋㅋ

자작나무 2014-08-09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어패류를 좋아하진 않는데 ..
제부가 회도 떠가지고 온댄다. 앗싸~
진실은 무엇이란 말인가!

다락방 2014-08-10 12:45   좋아요 0 | URL
어패류를 좋아하진 않지만 어 ..음... 먹기는 합니다. 심지어 광어회는 잘 먹습니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