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못찾은 자아가 인도 간다고 찾아지냐'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나 역시 여기서 찾지 못한 걸 다른 곳에서 찾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게 진실이나 진리 혹은 참이라기 보다는 내 생각 역시 그러했다는 거다. 그러나 나는 그것에 자아 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여기서 못찾은 걸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나의 생각이 바뀌게 된 건, 내가 스스로 그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여행다녀온 후의 내가 여행 전의 나와 다를까? 나는 당연히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여행의 시간에서만큼 이곳에 머물면서 흘렀다면 마찬가지로 나는 그 시간만큼의 차이가 나는 사람이 되어 있겠지만, 그러나 공간이 달라졌을 때 내가 만나게 되는 사람과 만나게 되는 일상은 다르고, 그로 인해 나는 생각지 못했던 방향으로 가기도 하는 거다.


어떤 극적인 변화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달라지길 기대하고 여행을 간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그전에 알지 못했던 걸 지금은 아는 사람이 된거다. 거창한 변화를 말하는 게 아니라 아주 작은 변화이지만, 나는 이 변화가 즐겁다. 그러니까,


영어에 대해 말해보자.


나는 알파벳도 모르는채로, 대문자와 소문자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채로 중학교에 진학했다. 한글은 누구보다 빨리 떼고 초등학교에 진학해서 60명 이상되는 아이들 중에서 독보적인 아이었지만, 그러나 영어는 A, B, C, D 도 모르고 갔던 거다. 언젠가 이곳에서 글을 쓴 적도 있지만, 나는 I am Insu. 라는 문장을 앞에 놓고 눈물을 뚝뚝 흘렸었다. 아이 엠 인수가 나는 왜 인수라는 건지를 도대체 모르겠는거다.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봐도 아이 엠 인수가 '나는 인수다' 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나에게 영어는 공포였다. 무서움이었다. 영어는 주요과목이라 수업 시간도 많은데, 영어 때문에 학교가 지옥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영어 선생님은 어찌나 무서운지, 수업 시작하자마자 아무나 불러세워 나는 너의 친구다, 같은거 영작해보라고 시키는 거다. 다 교과서에 나오는건데 나는 friend 를 왜 프렌드라고 읽는지에 대한 기초가 완전히 전무했던 사람이라서 이 모든 순간들이 무섭고 긴장됐다.


국민학교 때도 전과 없이 숙제를 했고 모르는 건 다 엄마가 알려줬더랬다. 그러나 6학년이었던가 5학년이었던가, 어느 순간 엄마는 내가 묻는 것에 답해줄 수 없게 되었고, 그제야 나를 헌책방에 데려가 전과를 사주셨더랬다. 중학교 1학년때도 헌책방에 가 영어 참고서를 사주셨는데, 표지도 없는 헌참고서를 앞에 두고 나는 울었다. 영어 수업은 계속 돌아오고 아이 엠 인수는 왜 나는 인수라는 건지 모르겠고. 그리고 내겐 이 물음에 답을 줄 사람이 없었다. 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리 반에 영어 선생님이 묻는 모든 질문에 앞서 대답하는 똑똑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에게 철자 수업이나 발음 수업은 어려움이 없었고 그래서인지 수업 시간을 무서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어느 쉬는 시간에 그 아이에게 가서 '너 어쩜 그렇게 영어를 잘해?' 물어보았더니, 그 아이는 과외를 한다고 했다. 아, 그렇구나. 나는 그 길로 집에 돌아가 엄마에게 나도 영어 과외 하면 안되겠냐, 학원 다니면 안되겠냐 물어보았는데, 엄마는 혼자 해보면 안되겠냐고 했다. 그렇게 나는 영어를 모르고, 못하는 중학교 생활을 시작한거다.


엄마는 나름 어디서 팁을 듣고 오셔서 '팝송을 많이 들으면 영어를 잘한대' 같은 말을 전달해 주셨지만, 영어를 모르는 내게 팝송이 즐거울 리도 없고 듣고자 하는 의욕이 있을 리도 없었다. 나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friend 를 프렌드로 발음해주면, 그걸 잽싸게 교과서에 프 렌 드 라고 받아 적기 바빴다. 안그러면 읽을 수 없었으니까. 나는 숫제 '발음기호'라는 말 자체를 이해를 못했더랬다. 그런데 그 무서운 영어 선생님이 전근을 가셨다.


1학기를 채 마치지 못했는데 선생님은 의사 남편을 따라 지방으로 간다 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선생님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갓 부임한 아주 젊은 여자선생님이었다. 당시 기억하기로 25세 였던 것 같다. ㅋ ㅑ 꼬꼬마네. 이 선생님은 처음인만큼 전혀 무섭지 않았고 대답하지 못한다고 혼내지도 않았고 그렇게 내 영어점수는 더 바닥을 친다. 선생님 무섭고 혼나기 싫어서-나는 선생님한테 혼나본 적이 없어서 혼난다는 걸 견딜 수 없었다- 교과서 달달 외워 영어 수업을 준비했던 터라, 무섭지 않은 선생님앞에서 긴장이 풀어진거다. 선생님은 대답 못하는 아이들에게 딱히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은 당시 유행하던 '장국영' 의 <to you>가사를 칠판 가득 적으셨고, 그걸 들려주시며 우리에게 따라 부르게 시키셨다. 수업시간이라 어쩔 수 없이 따라했지만, 어느 순간 어느 부분이라도 따라 할 수 있는 내가 좀 좋더라. 신났다. 그리고 1학년 겨울방학. 방학이면 으레 외할머니 댁에 갔고 거기엔 외삼촌과 이모가 있었다. 어느 밤, 발음기호를 모른다는 나에게 충격받은 외삼촌이 나를 앉혀놓고 새벽 두시까지 발음기호에 대해 알려주었다. 나는 그 날밤, 발음기호를 모두 외웠다. 삼촌은 사전의 아무데나 펼쳐놓고 읽어봐, 읽어봐 했고. 그때마다 번번이 나는 발음기호를 보며 다 읽었더니 삼촌이 폭풍칭찬을 해주었다. 다음날 삼촌은 우리 락방이는 보통 천재가 아니라고, 하루만에 발음기호를 마스터했다고 모두 앞에서 얘기했다. 그러자 이모는 '그건 그냥 다 외우는 거 아녀?' 했고 …


그때부터 나의 팝송 라이프가 시작됐다. 엄마에게 부탁하면 엄마는 리어카에서 파는 싸구려 카셋트 테입을 사다주셨고 나는 열심히 들었다. 친구 오빠의 팝송 테이프도 복사해서 열심히 들었다. 가사가 있는 건 가사를 외우고 해석하면서 즐거웠다. 영어 듣기평가 만점의 시대가 열렸고 어휘력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영어선생님으로부터 '너 영어 선생님 해라 '라는 말까지 듣게 된 것이다. 할렐루야!!


그러나 나는 그때까지 문법책을 본 적이 없었다. 성문 기초영어? 맨투맨 기초영어? 공부 못하는 애들도 한 번씩 다 본다는 그 문법책을 나는 본 적이 없었다. 볼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거 보는 애들보다 내가 영어를 더 잘했다고 나는 당시에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 아이들이 어학 연수를 다녀온다는 걸 알게 되면서, 시간이 흘러 어떤 아이들은 외국인 친구들을 만들기도 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나는 급격히 위축되고 어느 순간 나는 다시 영어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잘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졌으나 포기해버린, 영어 못하는 나.



그런 내가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water 가 물인 거 알고 danger 가 위험인것도 알고. 여행을 못할게 뭐람. 나는 내가 아는 단어들을 동원해서 여행을 다녔다. 버스 정류장이 어디인지 묻는 것쯤은 할 수 있으니까,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 노 프라블럼. 그렇게 뉴욕을, 홍콩을, 싱가포르를, 중국을, 마카오를, 베트남을, 괌을, 체코를, 영국을, 포르투갈을, 네덜란드를, 벨기에를, 러시아를, 룩셈부르크를, 말레이시아를 갔다. 영어를 잘해서 간 게 아니라 영어를 못하지만 갔고, 영어를 못하지만 갔더니, 어떤 영어들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호텔 조식의 오믈렛은 내가 좋아하는 메뉴인데, 야채들과 햄과 치즈들이 놓여있고, 셰프는 뭘 넣어줄까? 묻는다. 나는 다 넣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all"


이라고 말하자 셰프가 고쳐주었다.


"everything?"



나는 그 때 알았다. 아, 이럴 때는 에브리씽이라고 하는구나.



레스토랑에 식사하러 갔을 때 주문을 마쳤다 싶으면 직원이 물었다.



"That's all?"



나는 그렇다고 말하며 그 다음부터 레스토랑에 가 주문을 마치면 댓츠 올, 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럽의 어느 나라들에서는 댓스 올 이라고 말하면 내게 'That's it?" 하고 되물었다. 아, 어느 곳에서는 댓츠 잇이라고 하는구나. 작년 네덜란드 에서는 댓츠 잇을 많이들 하길래 이번 네덜란드에서 댓츠 잇을 써야지, 하고 잘 써오다가 어느 레스토랑에서 나도 모르게 댓츠 올을 했는데 직원이 댓츠 올? 하고 내 주문을 받고 가더라. 아, 댓츠 올도 통하는구나. 그렇게 하나 또 쌓였다.



식사를 마치면 피니쉬 라고 말한다는 것도 알게 됐고, 비단 레스토랑 뿐만 아니라 여러 상황에서 사람들은 에브리씽 이즈 오케이?를 묻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처음 뉴욕에 가 지하철 티켓을 사면서 "two people" 이라고 말했는데 직원은 내게 "two persons?" 라고 되물어주었다. 아, 이럴 때 쓰는 건 피플이 아니라 퍼슨스 구나. 나는 외출 후 객실 청소를 부탁할 때 make up room 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이런것들을 알게 된 게 너무나 좋다. 정말 사소한, 모르고 살아도 삶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을 것들이지만, 그런데 이런걸 모르는 것보다 아는 내가 되어 있는게 좋다. 나는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여행을 한 게 아니었는데, 여행을 했더니 영어 공부가 되어 있었다. 내겐 독서도 그랬다. 공부하기 위해 독서를 한 게 아니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을 읽었는데, 왜냐하면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게 나에게 공부가 되어있었던 거다. 정말 재미있어서 책을 읽었는데, 책을 읽는 행위자체가 나에게 모르던 걸 알려주는 게 아닌가. 책속의 많은 것들을 내가 다 기억하지 못해도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책을 읽은 후의 나는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던 거다. 여행이 내게 책읽기처럼 그걸 해준거다.



오래전 친구들을 만나 얘기하면서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아'라고 말했었다. 그 때 친구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무슨 소리야, 너 여행 좋아해!' 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아니야, 나는 호텔에 가는게 좋고, 호텔 조식이 좋고, 낯선 데 가는게 좋은거야 했더니 그때 친구들이 말했다.



"그게 여행이잖아!!"



아? 나는 대체 여행을 뭐라고 생각했던 걸까? 여행을 뭐라고 생각했기에 늘 여행을 다니면서도 내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걸까? 나는 친구들과의 대화 후에 이제는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나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항상 여행을 갈 때면 혼자든 친구랑 함께든 '유명하다는 어딜 가보자' 보다는 '그곳의 거리를 무작정 걸어보자' 쪽인데, 내가 원하는 건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사람들이 걷고 먹고 마시고 생활하는 걸 보는 거였고, 그곳에 나를 두는 거였다. 얼마전에 넷플릭스에서 본 영화에서 가이드가 '관광객이 되지 말고 여행자가 돼라'는 말을 했더랬다.


'관광객은 삶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여행자는 삶을 경험하길 원하죠.'


확실히 나는 관광객 보다는 여행자였고, 그래서 내게는 완전히 다른 곳으로 가서 레스토랑엘 가고 거리를 걷고 서점에 가고 마트에 가고 우체국에 가는게 기쁨이었다. 새롭고 낯선 곳에서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만 가득한 곳에서, 혹시라도 내가 뭘 몰라서 실수하진 않을지, 제대로 못하진 않을지 번번이 긴장하고 쫄긴 하지만, 그래봤자 사람 사는곳인데 어떻게든 물어서 해낼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 여행을 함께한 이모도 '너는 그냥 어디에 데려다놔도 잘 살겠네'라고 내게 말했다. 정말 사소하고 누가 들으면 '그게 뭐야' 라고 야유할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완전히 낯선 나라에서 버스를 타보았다는 게, 지하철을 타보았다는 게, 기차를 타보고 트램을 타보았다는 게 좋다. 지도를 보고 길을 찾고 그러다 막히면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어떻게든 목적지에 닿았다는 게, 목적지에 닿기까지 멈춰서며 주변을 둘러보고 그러다 흥미로우면 들어가보곤 했던 것이 좋다. 시간이 지나면 이 모든게 다 기억속에서 희미해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그런것들을 해본 사람이라는 것이 내게 남는다.



나는 확실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아니 완전히 변해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게 아니다.


낯선 곳에 다녀오기 전의 나와 다녀온 후의 내가 아주 조금은 달라졌다는 거다.


그 달라짐은 아주 작고 사소하고 미미하고 그래서 다른 사람의 눈에는 결코 띄지 않으며 다른 사람은 알아챌 수도 없을테지만, 그러나 내가 안다. 나에게 낯선 곳으로 잠시나마 다녀온 경험은 순간의 긴장과 두려움을 당연히 감당하고서라도 최종적으로 기쁨과 행복으로, 그리고 그전보다 뭔가를 더 아는 경험과 습득으로 남아 있다. 내가 뭘 얻기 위해 구체적 목표를 가지고 떠난 건 아니었지만, 다녀오고 나면 무언가 더 가진 기분이 된다. 나는 내가 낯선 곳에 다녀오고 싶어했으며, 그래서 다녀왔다는 것이, 다녀온 후에 내가 그전보다 알게된 아주 작은 것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자지러지게 좋다. 세상에, 이번에 이런 것들을 알고 경험하고 왔는데, 다음에 다른 곳에 가면 나는 또 무엇을 경험하고 알게 될까? 너무 기대가 되어서 얼른 또 떠나고 싶어진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여행으로부터 뭔가 듬뿍 담아오는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오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렇게 결국 달라지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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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23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수야~ 너는 천재 락방이잖아~ ㅋㅋㅋ
즐기는 자를 누구도이길 수 없다고 하더구나~ 락방이는 뭐든지 참 잘 즐겨...ㅋㅋㅋ
그나저나 인수야 나는 끝까지 사진이 없어서 급당황했다....


다락방 2023-08-23 11:04   좋아요 2 | URL
앗 ㅋㅋ 너무 썰렁해서 방금 사진 두 장 넣었고요, 책을 링크하고 싶은데 뭘 할까 생각중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8-23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 보자마자 😍😍😍 온 세상에 오케이라고 말하고 싶은 비주얼… 저도… 저도 사람들이 유명하다는 장소보다는 거리를 걷는 여행을 좋아해요. 하지만 저에게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전 유명 스팟 여행을, 패키지 여행을 선택할 거 같아요. 그니까 제가 그런 여헹을 덜 좋아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곳을 헤메이고 묻고 돌아가는 그 수고와 경험을 저는 더 두려워하고 더 귀찮아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여행 만랩 락방님이 많이 부럽습니다.
그러나 락방님만큼 걸을 자신은 없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23 13:49   좋아요 1 | URL
저는 여행을 혼자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하면서 알게된건데요, 제 여행 타입대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혼자가 제일 맞춤하다는 것입니다. 저도 유명 스팟을 안가는 건 아니고요, 도착한 후에 와 이래서 사람들이 여길 와보라고 하는구나 감탄하기도 해요. 다 좋은데, 저는 그곳에 도착한 것 보다는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을 더 즐겨하는 것 같아요. 아무튼 그걸 하다보니 제 속도와 제 체력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저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좋자고 제 식대로 여행하면 저랑 함께 하는 파트너에게 민폐를 끼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더라고요. 특히 땡볕에 걸을 때는 나나 좋지, 다른 이들은 힘들어하는 것을 … ㅠㅠ

단발머리 님, 건강하게 지냅시다. 건강하게 지내면서 하고 싶은 여행을 하십시다. 가고 싶은데 가고 먹고 싶은거 먹으면서 살도록 해요!!

독서괭 2023-08-23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 다락방님, 이 글 너무 좋네요! 다락방님의 영어 분투기.. 중학 때 하룻밤만에 발음기호 마스터?! 고등학생 때는 영어선생님 하란 말을 듣고??!! 역시 다락방님 천재였다... 지금도 다시 원서 읽고 여행 다니며 직접 영어로 말해보고, 배우고 깨닫고 기억하고.. 그 모든 과정이 참 멋져요.
여행에 대해서 저는 여행 간다고 꼭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여행 안 간다고 안 달라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어떤 여행을 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는지에 따라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여행 안 다니는 사람에게 세상을 모른다고 하거나, 여행 많이 다니는 사람에게 그래봤자 얻는 거 없다고 하는 거 모두 오만한 단정인 것 같고요. 다락방님은 여행을 가면 가는대로, 안 가면 안 가는대로 계속 배우고 깨닫는 분인 것 같습니다. 아, 그래도 영어는 역시 가서 써보는 것이 최고겠죠!!^^

다락방 2023-08-24 08:56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독서괭 님. 저도 독서괭님처럼 생각합니다. 여행간다고 모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안간다고 견문이 좁은 것도 아니죠. 누군가는 움직이지 않고도 많은 것들을 배우고 습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여행을 가는 사람의 본래 태도에 달린 거겠죠. 여행가서 뭔가 배울 사람들은 여기서도 배울 사람들이라고 저 역시도 생각합니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고요. 책 읽고 무언가 깨닫는 사람들이 있고 아무리 수천권의 책을 읽어도 전혀 성장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죠. 그 사람의 태도가 그 사람의 변화와 성장을 만드는 거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여행이 이렇다 독서가 저렇다 하는 단정은 해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저에게 영어는 참 너무나 각인된 무엇입니다. 저는 어릴때부터 뭘 못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가 못할 수 있다는 걸 처음 깨달은 게 영어였어요. 저는 제가 잘난줄 알았다가 못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게 영어였어요. 그게 처음이었고, 그 뒤로 저는 저의 못남과 못함을 여러가지로 수시로 깨닫게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3-08-23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영어 공부하신 과정에서 저랑 공통점 발견^^저도 노래로 공부한 케이스인데요ㅋㅋㅋ영어권 가수를 좋아하는 바람에 인터뷰 읽고 가사 외우고 또 그 가수가 글을 좀 써서 그거 읽느라 영어 사전 들이파고 그랬었죠 저도 문법책을 끝까지 봐본적 없었고요ㅋㅋㅋㅋㅋ뭐든 좋아해서 하는게 제일 효과적인거 같습니다😍

다락방 2023-08-24 08:58   좋아요 0 | URL
저는 인터뷰까진 읽진 않았는데, 제가 인터뷰를 안읽어서 영어가 아직 이모양인가 봅니다. 더 열심히 해야겟어요. 망고님 댓글 읽고나니 갑자기 영어 공부에 대한 욕망이 피어오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저에게 맞기도 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영어공부하기에 팝송만큼 좋은게 없는 것 같아요. 최고입니다. 일단 소설처럼 긴 것도 아니고 짧은 문장들 안에 스토리가 담겨 있잖아요? 크-

you call it love

너는 그것을 사랑이라 불렀지.

아니, 이런거 너무 좋지 않습니까?

everything i do i do it for you

내가 하는 모든 건 다 너를 위해서야.

아니 너무 최고되지 않나요? 팝송은 영어공부의 최고 수단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빠샤!!

망고 2023-08-24 10:56   좋아요 0 | URL
아니 다락방님ㅋㅋㅋㅋ적어 놓으신 가사가 너무 옛날...아 아니 추억의팝송ㅋㅋㅋㅋㅋㅋ근데 읽으면서 부르고 있는 제가 더 싫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24 13:58   좋아요 0 | URL
전 추억의 팝송 세대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Tell me how am I suppose to live without you~~

달자 2023-08-23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너무 좋아요 다락방님 !! 아무래도 낯선 장소에서 지내는 짧은 순간 일상과는 다르게 듣고 행동하고 말해야 하다보니 감각이 예민해지게 되니까 사소한 내 변화도 더 잘 감지하게 되는 것 같아요. 비슷한 상황에서 조금씩 다르게 반응하는 달라진 내 자신을 알게 되는 것도 여행의 묘미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근데 뜬금없는 얘기긴 한데 다락방님은 여행지에서 호텔과 식당 선정을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해졌어요 진짜 완전 상관 없는 얘기지만...

다락방 2023-08-24 09:0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달자 님.
제가 어느날 제주의 호텔에 친구랑 갔는데요, 너무 편안하고 편하더라고요. 좋은 호텔에 왔는데, 뭔가 묻고 싶으면 그걸 한국말로 물어도 된다는게 너무 좋은 거예요. 친구랑 연신 아 너무 편하다, 역시 한국 호텔이 편해 ㅠㅠ 이러면서 막 감동했어요. 외국에 나가면 아무리 기쁘고 즐겁고 행복해도 긴장한 채로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이번 여행에서는 영어를 듣고 말하기가 모두 저 혼자만의 몫이어서 더 긴장을 많이 했어요. 휴. 그래서 혼자가 될 때면 그렇게나 행복했는가 봅니다.


아, 저는 일단 호텔 선정은요, 뚜벅이 여행자이기 때문에 시내에 있는 곳에서 객실 사진 같은 거 보고 결정해요. 딱히 어떤 특별한 기준 같은 건 없고요. 혼자가 아니라 둘 이상이 가는 여행이라면 일단 최대한 넓은 곳으로 찾아보려고 합니다. 호텔은 다 너무 좁잖아요. 이게 혼자면 좁아도 괜찮은데(물론 넓은게 좋죠), 둘이상이면 좁은 게 너무 답답하게 느껴져서요. 아고다 들어가서 도시 검색하고 가격과 호텔 사진 보다가 괜찮다 싶으면 지도로 위치 확인해보고(여기서 거기까지 걸으면 얼마나 걸리나), 그렇게 결정해요. 특별한 건 없습니다.

식당도 여기서부터 정하고 갈 때는, 뭔가 특별히 먹고 싶은게 있을 때에요. 이를테면 영국 갈 때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먹고 싶었는데, 그게 티비에서 보고 먹고 싶었던 거거든요. 그럴 경우에는 그 식당을 찾아서 정해놓고요, 태국 갈 때도 백종원이 길에서 아침 뷔페 먹는 거 보고 찜해두고 갔었습니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낯선 땅에 도착한 뒤에 스테이크 먹을까? 하고 구글에 스테이크 넣어보고, 아까 올 때 피자 보이던데 피자나 먹을까? 하고 봐뒀던 식당 가거나 합니다. 이번 룩셈부르크는 아무 정보도 없었기 때문에 룩셈부르크로 가는 기차 안에서 ‘룩셈부르크 맛집‘ 검색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증맬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거 갖고 싶은 내가 싫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둔 책이나 읽어라, 나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욕심이 똥구멍까지 차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치 독일을 다룬 최초의 통사이자 대표적인 대중 역사서 《제3제국사》가 초판 발행 63년 만에 처음으로 정식 완역되었다. 이 책은 초판 출간(1960) 1년 만에 양장본과 보급판 각각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축약판으로 연재되어 1200만 독자에게 읽혔다. 20세기 말까지 100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2011년 《타임》이 100대 논픽션에 선정하기도 했다. 이 분야의 수많은 저작을 제치고 여전히 제3제국 통사를 찾는 독자들에게 제1순위로 선택받고 있다. 한국에서 정식으로 완역된 것은 초판 출간 63년 만인 이번이 처음이다.


1920년대부터 2차 세계대전 초기까지 유럽에서 나치를 직접 취재한 기자인 지은이 샤이러는 1950년대에 막 공개된 1차 사료를 바탕으로 제3제국 시대라는 드라마의 주연들과 조연들, 단역들로 하여금 스스로 말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리하여 당대의 인물들이 눈앞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듯한 생동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는 단순히 인용을 많이 하기 때문에 생기는 효과가 아니다. 샤이러가 7년간 독일에 주재하면서 실제 인물들을 매일같이 관찰하고, 그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말을 (엿)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결코 실감할 수 없는 전체주의 사회의 분위기에 둘러싸여 지냈기 때문이며, 히틀러가 최면을 걸듯이 불러일으키는 집단 히스테리 상태를 목도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유럽 통신원으로서의 특별한 경험에 저널리스트로서의 단련된 필력과 서사를 엮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이 더해진 결과, 이 책은 오래도록 읽히는 현대의 고전이 되었다.  -알라딘 책소개 中



점심, 점심 메뉴를 생각하자! 오늘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 아직 메뉴도 못골랐어. 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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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8-22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직접 취재라니 오... 구미 당기실 만도 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만 당장의 밥이 더 중요합니다!! 잊고 메뉴를 고민하세요!!

다락방 2023-08-22 12:37   좋아요 0 | URL
어휴 일하느라 정신 없어가지고 아직도 메뉴 선택을 못했네요. 초조합니다. 하아-

독서괭 2023-08-22 11: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네권짜리 잊으시려면 오늘은 메뉴 네개…

은오 2023-08-22 11:5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책값을 밥값으로

다락방 2023-08-22 12:37   좋아요 1 | URL
제가 아무리 그래도 네 개 까지는 못먹지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현실적인 캐릭터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23-08-22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칼국수 먹었어요. ㅋㅋㅋ

건수하 2023-08-22 13:19   좋아요 1 | URL
저도 칼국수! 백합 칼국수 먹었습니다 :)

다락방 2023-08-22 13:50   좋아요 0 | URL
저는 시뻘건 오징어제육볶음 먹었는데요, 공기밥 하나 더 주문해서 동료랑 반씩 나눠 먹었습니다. 아 배터져요 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22 13:52   좋아요 0 | URL
하나???

잠자냥 2023-08-22 13:53   좋아요 0 | URL
부장님 하나 다 먹고 하나 더 주문해사 반띵한 거죠?

잠자냥 2023-08-22 14:03   좋아요 0 | URL
아아 역시 ˝하나 더˝였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22 14:06   좋아요 1 | URL
네네. 하나 더 입니다, 하나 더!!

잠자냥 2023-08-22 1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둔 책이나 읽어라 너여........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22 13:5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말입니다. 독서랑 담쌓고 지내면서 무슨 책만 자꾸 사대는건지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22 13: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욕심 많은 편입니다만 이건 별로 안 땡기네요. 다행...

근데 욕심이 어디서부터 똥구멍까지 찬 건가요? 아래쪽부터 차는 게 아닌가...? ㅋㅋㅋ

잠자냥 2023-08-22 13:38   좋아요 2 | URL
저 인간 위엔 먹을 걸로 가득 찼거든요.

미미 2023-08-22 13:43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다락방님이랑 너튜브 찍으시면 (자냥님 안찍으실테지만)대박 날 것 같아요.ㅋㅋㅋ수하님 건조한 찬조 출연!ㅋㅋ

잠자냥 2023-08-22 13:49   좋아요 2 | URL
저와 다락방 목소리는… 김혜리 기자와 정희진 선생님 조합인가요? ㅋㅋㅋㅋ 물론 제가 김기자쪽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게스트로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다락방 2023-08-22 13:5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위에서부터 똥구멍까지면 딱히 뭐 많이 찬 건 아닌것 같은데 말입니다. 음. 발가락에서부터 똥구멍으로 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잠자냥 님, 김기자 님과 정희진 쌤이라면, 목소리는 제가 김기자 님 쪽일것 같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희진 쌤 서로 아니라고 우기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22 13:54   좋아요 1 | URL
우리가 같이 너튜브 찍으면 순댓국집에서 알콜 흡입하다가 처음엔 김기자 목소리에서 점차 희진쌤 빙의로…. ㅋㅋㅋㅋ

다락방 2023-08-22 14:06   좋아요 0 | URL
중간중간 제가 우렁찬 목소리로 ˝여기 소주 한 병 더요!˝ 하겠지요. 후훗.

건수하 2023-08-22 14:19   좋아요 1 | URL
미미님 저에게 너무 과한 요구이십니다. 이 두 분이랑 유튜브라니...
(두 분은 술 마시고 저는 건조하게 헛소리 하나요?)

잠자냥 2023-08-22 14:34   좋아요 2 | URL
수하 님은 건조하게 먹태를 찢습니다.

건수하 2023-08-22 14:37   좋아요 2 | URL
저도 술 마실 줄 압니다!! 소주를 별로 안 좋아할 뿐. 소주는 한라산 21 좋아하..

미미 2023-08-22 13: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솔직히 다락방님 댓글은 잠자냥님 뭐라고 쓰셨나 다락방님과의 티키타카 땜 보게 되는데요
수하님 떠오르는 신예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22 13:38   좋아요 2 | URL
신예는 건조하게 웃김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22 13:52   좋아요 2 | URL
저랑 티키타카라뇨,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지 않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22 14:20   좋아요 0 | URL
두 분의 웃음코드가 예사롭지 않군요..

바람돌이 2023-08-22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급식먹어서 매일 뭐 먹을지 고민 안하는거 진짜 좋네요. 물론 저녁에 뭐 먹을지는 또 고민해야 하지만.... 점심 한끼라도 고민 안하는게 어디예요.
저 책도 매우 탐나지만 바로 어젯밤에; 남편과 약속했어요. 거실에 쌓아놓은 책 다 읽기 전에는 책 안사기로....ㅠ.ㅠ 그래도 슬그머니 일단은 보관함에....

다락방 2023-08-22 16:03   좋아요 1 | URL
저도 저 책은 일단 사둔 책 다 읽은 후에 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렇다면, 못사는 걸지도 …

저도 아까부터 저녁은 뭐 먹지 고민하고 있어요. 아이참 ㅋㅋㅋ 뭐 먹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자 2023-08-22 17:48   좋아요 1 | URL
사둔 책 다 읽고 나서 다음 책 사면... 영원히 못살 것 같은데여ㅠㅠㅠㅠㅋㅋㅋ 아 근데 저 책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지금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읽고 있는데 같이 딱 병렬독서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쩝...

다락방 2023-08-22 18:13   좋아요 2 | URL
그렇지요, 달자 님? 너무 재미있을 것 같지요? 아무래도 사야겠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08-22 21: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치 제3제국 직전의 바이마르 공화국 역사 책이 (한권짜리) 얼마전에 나왔어요. 추천합니다. <바이마르 문화> 두 세계대전 흐름이 아떻게 히틀러에 힘을 실어줬는지 나오는데 문화사 중심이라 흥미로웠어요….. 근데 저도 이 제3제국 책에 낚인거 같아요. 일단 장바구니에…

다락방 2023-08-23 08:58   좋아요 1 | URL
만두 님도 정말 다양한 분야의 책을 엄청 많이 읽으시네요. 검색해보니 너무 읽고 싶게 생겨서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두었습니다. (넣지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ransient-guest 2023-10-11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완역이 처음인지는 모르겠지만 90년대에 나왔고 제가 고등학교 때 구해서 읽고 지금도 갖고 있습니다. 어쩌면 copyright없이 가져다 번역해서 판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낚여서 갖고 싶어졌습니다. ㅎ

다락방 2023-10-11 07:28   좋아요 1 | URL
그게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고 싶다는 거요! 아, 저 이 책 잊고 살다가 트랜님 덕에 다시 이 글 보고 또 갖고 싶어졌네요 ㅋㅋㅋㅋㅋ 미래는 예측불허 ㅋㅋㅋㅋㅋ

NamGiKim 2023-12-11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당히 욕심 생기는 책이더군요. 도서관에서 보니까 구매 욕구가 폭증합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
 

지난 주 목요일 밤에는 할머니를 응급실에 모셔야 했다. 2주전 퇴원한 할머니를 엄마는 매일 저녁 가서 보살피시고 다음날 새벽에 돌아오셨다가 본인 일정을 진행하고 다시 저녁에 할머니댁으로 가는 일을 반복하다가, 목요일 밤, 할머니의 다리가 심상치 않고 좀처럼 잠에서 깨질 않으셔서 급한 마음에 아빠와 나에게도 전화했던 거다. 엄마는 할머니가 이제 곧 돌아가실 것 같다고 했고 할머니는 움직이질 못하시고 할머니 계신 곳을 엘리베이터 없는 4층 이고 … 아무튼 복잡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우리 엄마 옆에 나라도 있어야겠다 싶어서 자려고 침대에 들어갔다가 다시 벌떡 일어나 다음날 출근할 옷까지 다 챙겨 가방에 넣고 얼른 택시를 잡고 할머니댁으로 향했다.


할머니댁에 도착하니 할머니의 다리가 정말 끔찍해 보였다. 엄마는 괴사를 의심하셨고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나는 119를 불렀다. 119 대원들이 도착해 할머니를 들것에 실어 이동하려는데, 아마 장기간 입원일테니(혹은 돌아가실테니) 서울 병원으로 갔으면 한다고 우리가 희망했으나 그건 연결이 힘든것 같았다. 2주전에도 같은 상황으로 남양주 병원에 옮겼다가 병원 찾아가기도 힘들고 할머니도 더 안좋아지신 것 같아 우린 서울 병원을 희망했고 안되겠다 싶어 택시를 불러 일단 우리 집으로 가기로 했다. 119대원분들은 함께 기다려주었다가 할머니를 택시에 태워주었다. 다시 택시를 타고 서울 우리집으로 와서 우리는 119를 다시 불렀다. 이번에 도착한 분들은 어느 병원 희망하세요 물었고 우리가 희망하는 병원으로 곧바로 이동할 수 있었다. 같은 서울 지역이라 가능한 것 같았다. 그렇게 할머니는 입원하셨다.



입원한 할머니는 온갖 피검사며 호르몬 검사를 다 했고 결과는 노환이라는 거였다. 아무 약도 쓸 것도 없고 그저 노환이라고. 물론 우리도 짐작했던 바다. 다리는 괴사가 아니라 지나친 스테로이드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했다. 허리에 통증이 있을때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던 것. 나쁘다는 거 알면서도 고통을 잠재울 수 있으니 맞았던 것이 이렇게 돌아왔다. 할머니는 의식을 찾으셨고 이제 걷기도 하시며 식사도 잘하신다. 남동생과 나는 웃으면서 할머니 또 부활했네, 예수님보다 더 많이 부활하는 할머니야, 라고 농담했고 퇴원하시면 이런 일이 재차 반복될거라는 병원의 말에 요양병원에 당분간 모시기로 해, 할머니 댁에 가 할머니 짐을 챙기는 주말이었다.



엄마가 할머니를 모시면 엄마의 자식인 나에게도 그 영향을 미친다. 물론 내 동생들도 마찬가지. 우리는 할머니 짐도 챙기고 할머니를 병원에도 모시고 이렇게 엄마의 부모 돌봄에 참여해야 하는 것.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가도 불쑥불쑥 지치고 힘들기도 하다. 토요일에도 엄마가 짐 좀 챙겨달라 해 짐을 챙기면서 또 불쑥 치밀어 올랐지만, 나보다 엄마는 더 힘들겠지 싶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식으로 내 지침은 쌓여가는 것 같았다.



할머니의 경과는 예상보다 더 좋아져서 다음주로 예정했던 퇴원을 오늘 해도 된다고 해 이모가 와 퇴원을 시켜드리고 요양병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어제 할머니 짐 챙겨 병원으로 갖다 드렸는데 엄마는 그 길에 엄마가 가져온 짐을 내게 다시 집으로 가져다 놓으라 하셨다. 알겠다고 하면서 또 답답함이 커졌다. 나는 이 길로 곧장 외출할 예정이었는데 엄마의 부탁 때문에 다시 집에 들러야 하는 거다. 답답했다. 아주 답답했다. 너무나 답답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는 돈을 열심히 벌어서 실버타운에 들어가야겠다고. 실버타운 돈 많이 필요하다는데, 나는 어차피 비혼이고 나를 돌보아줄 사람 아무도 없으니 실버타운 가야겠다. 그렇게 집에 짐을 부려놓고 나는 다시 외출했다. 외출이 꼭 필요했다. 갈 곳이 있어서가 아니라 바깥으로 튀어 나가 온전히 혼자가 되어야 했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그렇게 서점으로 갔다. (응?)



걸어갈 수 있는 곳-이지만, 사람들이 그 정도 거리를 다 걸어갈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있어서 일단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 실컷 둘러보았는데 딱히 사고 싶은 책은 없었다. 그러면 교보문고 갈까, 하고 근처의 교보문고에 갔다. 꼭 사지 않아도 되지만, 내게는 매장 사용 가능한 생일 쿠폰이 있었다. 10프로 할인이 된다고 했다. 후훗 그러면 한 권 사야지. 이런 쿠폰은 써 줘야 해~ 이 책 살까 저 책 살까 망설이다가 한 권 골라잡아서 계산대로 갔다. 생일 쿠폰 써주시고요, 포인트도 써주세요 했다. 그렇게 책을 한 권 샀다.



길었는데, 월요일 책탑 올리겠다는 뜻이다. 일단, 지난주에도 다정한 알라디너들의 선물이 도착했다.





둘 다 사려고 찜해두었던 책인데 마침 딱 도착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도착한 책탑이다.

물론, 나머진 다 내가 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왜 샀는지 잘 모르겠다.


《여행하는 말들》은 트윗에서 누군가 인용한 구절을 보고 사게 되었다. 사고 보니 내가 읽었던 책, 《개 신랑 들이기》의 작가더라. 몇해전만 해도 내가 읽은 책들의 작가는 기억할만큼 총명했었는데, 이제는 그런거 기억을 잘 못하게 되었다. 이것이 나의 노화의 증상인가 …

아시아 여성이 유럽에나 미국으로 가 살아가는 일, 그 과정에서 겪어가는 것들에 대해서는 이곳에서만 살았던 내가 다 짐작하지 못할 견딤이 있었을 것이고, 그 견딤에서 오는 성찰 또한 클 것이다. 자연스레 미국에서 살고 있는 내 친구인 아시아 여성이 떠올랐다. 잘 지내고 있나요?


《서점 탐정 유동인》은 진짜 내가 안사게 생긴 표지인데, 이거 약간 비블리아 고서당 삘인가? 싶어서 샀다. 읽고 괜찮으면 타미 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ㅋㅋㅋㅋㅋ

















8월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도서였던 《우리는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다》를 읽노라면 마지막 옮긴이의 후기에 '조정환'의 《증언 혐오》가 언급된다. 적절한 불러오기 였다고 생각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옮긴이의 후기가 좀 과했다는 생각을 했다. 책의 본문이 워낙 적은데 옮긴이 후기는 굉장히 길었던 거다. 뭔가 하고자 하는 말을 후기에 다 쏟아낸 것 같은데, 그 내용이 적절하고 또 좋았다고 해도 그 정도는 본인이 새로 글을 써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다른 책의 옮긴이 후기로 드러낼 것이 아니라. 뭐 내 생각이고, 여하튼 거기에 조정환의 책이 언급되어 반가웠다. 나는 몇 해전에 윤지오에 대한 마녀사냥에 너무 깜짝 놀라 증언 혐오를 읽었고 그 책의 일독을 권한 바 있다. 그 책의 셋트인 《까판의 문법》은 여태 읽지 않고 미뤄두었는데, 이번에 읽어야지 싶어 샀다.



《움직임의 뇌과학》은 내가 잘 움직이는 사람이라 샀다.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내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건 내가 많이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이것도 혼자일 때는 내가 잘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걸 몰랐다가, 다른 이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깨닫게 되었다. 같은 거리를 걸을 때 나는 먼저 걷기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교통수단을 생각하는 것. 또 함께 걸으면 나보다 다른 사람이 항상 먼저 지치는 거였다. 그제야 내가 남들보다 잘 움직이는 구나 싶었다. 기차든 비행기든 잘 타고 또 걷는 것도 잘 걷는 사람이었어. (버스는 잘 못탄다) 그런 깨달음을 최근에 얻었고, 결국 이 잘 움직임이 나의 역마살을 건드리는 게 아닌가 싶었다. 여튼 뇌과학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두번 죽은 남자》는 일전에 읽었던 《목요일 살인 클럽》의 두번째 시리즈이자, 실버타운에서 살아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이 한 팀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것. 이 실버타운은 좀 규모도 있고 럭셔리해서 오 이런 데에서 살면 정말 좋겠구나 싶어진다. 나도 돈 많이 벌어서 이런데서 살고 싶은데, 그런데 그 돈 '많이'번다는 것이 기준이 어느 만큼인지를 모르겠다. 지금 나정도로도 안될 뿐더러 내가 혹여라도 일을 그만두고 이제 좀 쉬면서 일하자 싶어서 버는 돈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그런데 내 살 길은 실버타운인데 … 이왕이면 좋은 실버타운 가고 싶은데 …

















《종이학 살인사건》은 어제 내가 교보문고에 들러 사온 책이다. 사실 《순전한 기독교》를 사려고 들고 다니다가 막판에 바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목 너무나 유치한데, 아니 종이학 이라뇨!, 그런데 한 번 사봤다. ㅋㅋㅋ 내가 이 나라의 출판계를 먹여살린다!!


《명탐점의 제물》은 책탑에 없는데, 내가 다 읽기도 전에 주말에 온 남동생 손에 들려 보냈기 때문이다. 남동생이 누난 다 읽었어? 묻는데 아니, 아직 읽다 말았어.


-왜, 재미없어?

-아니, 너 빌려주기 전에 다 읽을라고 했는데 바빴어.


이래서 지금 남동생에게 가있다. 얼른 종이학 살인사건 읽고 남동생 빌려줘야겠다. 아 기운 딸려 ㅋㅋㅋㅋㅋㅋㅋㅋ

















《전쟁 같은 맛》은 알라딘 책소개를 가져와보도록 하겠다.


1986년. 열다섯 살 되던 해, 그레이스는 세상 가장 중요한 이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과정을 목도한다. 그 사람은 ‘군자’, 1941년 한국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고 기지촌에서 일하다 미국으로 이주해 험하고 치열한 삶을 살아낸 생존자이자, 이 책의 저자 그레이스 M. 조를 낳고 기른 여성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야성미와 카리스마가 넘쳤던 군자, 동포를 보살피고 마을을 먹여 살렸던 그는 어느 날 ‘목소리’를 듣기 시작하더니 세상에 문을 닫고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채 소파에 틀어박혀버렸다. 모든 것을 바꿔버린 군자의 사회적 죽음은 조현병이란 이름으로 찾아왔다.

트라우마를 안고 명문대에 입학해 자유와 지성의 세계에서 학자가 된 그레이스는 ‘군자’로 대표되는 전후 한인 이주여성의 기구한 삶의 궤적과 지독한 병의 뿌리를 연구했다. 그리고 2008년 갑작스레 찾아온 모친의 물리적 죽음 이후, 다시 그 생애를 새롭게 복기하기 시작했다. ‘그레이스야, 나 기억나지?’ 군자는 오래전에 잃어버린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고, 거기에 귀를 기울이자 스스로 침묵을 깨고 이야기가 된 한 생애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알라딘 책소개 中



너무 읽고 싶지 않나요, 여러분?


나머진 다 읽고 남동생 줄라고 산 책들 ㅋㅋㅋ(나머지 취급) 흑뢰성은 지금 여기에 링크를 안했는데 귀찮으니까 패쓰 ㅋㅋㅋㅋㅋㅋㅋ(이제 링크도 패쓰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이렇게 많은 책들을 산 지난주에, 아니 글쎄, 애나 칭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었던 것이었다.
















아마도 도나 해러웨이 책 읽다가 애나 칭의 존재를 알게 된것 같은데, 그 때 읽으면서, 아니 세상에 반려견 얘기하면서 인간의 삶에 대한 얘기를 하더니, 그런 도나 해러웨이가 끝이 아니라고? 이 세상의 어딘가에서는 버섯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얘기를 한다고? 하면서 놀라고 궁금해 했더랬다. 그래서 어디 나도 한 번 그 책 읽어보게쒀!! 했지만 당시 국내에 애나 칭의 저서가 번역된 건 없었고, 《21세가 사상 최전선》에 애나 칭의 짧은 글이 있다는 정보를 알라디너를 통해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책은 이미 가지고 있었다. 오 아쉽지만 그렇게 달래야겠군, 했는데, 아니 세상에 그런 애나 칭의 버섯 책이 나와버린 것입니다. 맙소사. 이건 사야해! (다른건?)


책값도 비싸지만, 그래도 질렀다는 훈훈한 소식을 전하며 마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책이 포함된 책탑은 다음주 먼데이에. 샤라라랑~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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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8-21 08: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다락방님.. 고생 많이 하셨군요 ㅜㅜ 토닥토닥 사실 책탑 높이에 살짝 당황했는데.. 다락방님의 고됨을 생각하면 끄덕끄덕.... 앞으로 책탑 없다는 말씀은 왜 하셨던건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아무튼 끄덕끄덕.. ㅋㅋㅋㅋ
다락방님은 근데 운전은 안하십니까?! 출근도 지하철로 하시던데 궁금하네요!

다락방 2023-08-21 08:47   좋아요 2 | URL
저 이십대 중반에 1종 면허 따놨는데요(뭐가 됐든 먹고 살만한 걸로 따보자!!), 운전 면허 따면서 운전은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어요. ㅋㅋㅋ 운전 하면 잘하겠지 싶어 딴건데 막상 차 몰아보니까 아주 그냥 제 타입 아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서울에서라면 출퇴근은 대중교통이 짱입니다. 아침 출근길의 독서를 저는 포기할 수가 없어요. 운전에 대한 욕망이 없는데, 자가용을 뽑을까 운전을 할까 생각하게 될 때는 인천공항에 갈 때입니다. 리무진 버스 편하게 타고 가지만 버스라서 저는 좀 쫄리거든요. 지하철 타고 이동하기도 하는데, 인천 공항 왔다갔다 할 때면 운전할까 …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는 합니다.

아무튼 책탑 없다는 말은 앞으로도 또 할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나 책탑 없다는 말 했다가 왜 다음주 먼데이에~ 이러고 있지? 어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건수하 2023-08-21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모님의 부모님에 대한 돌봄 노동을 돕는 것이 가까이에 사는 자식의 몫이 되지요. 저는 자주 못하고 있지만 그게 또 마음에 걸리고 ㅠㅠ 고생 많으십니다. 요즘 읽는 책에 딸이 엄마로부터 독립하는 길은 멀리 사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그 말 정말 맞고 근데 전 도움을 받고 있어서 할 말이 없고..

<전쟁같은 맛> 저도 책 소개 보고 넘 궁금했어요. 다락방님이 얼른 읽으시면 좋겠..
애나 칭 책은 일단 담았는데 비싸기도 하고 다른 사고싶은 책도 넘 많고. 안 읽은 책 몇 권 읽으면 저에게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

다락방 2023-08-21 10:08   좋아요 2 | URL
저도 최근에 진작 독립했어야 했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함께 사니까 제가 돌보아야 할 일들이 눈에 보이고 그래서 안할 수 없고. 차라리 멀리 살았으면, 진작에 내가 따로 살았으면 어떻게든 부모님들이 스스로 해나가지 않았을까 싶고 말이지요. 이제 내 눈에 내 부모의 노화와 병듦이 너무 선명하게 보이는데 어떻게 나가나 싶어요. 감당하고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지요. 저는 결혼과 출산, 육아를 선택하지 않았으니 자유로운 영혼일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제 부모님이 제 옆에 돌봄을 기다리고 있어요. 어쩌면 인간에게는 저마다 할당된 돌봄 노동이 있는게 아닌가 싶어집니다. 제게 그것은 늙어가는 부모이고요. 살면서 누구나 타인의 몸을 돌보아야 하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인간의 삶은 연속되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지요.

애나 칭 비싸서 저도 보자마자 사야지! 했다가 잠깐만! 했다가 어제 결국 샀습니다. 저는 또!! 저에게 선물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21 10:41   좋아요 1 | URL
제가 서른에 독립해서 같은 서울에 살면서도 엄마하고는 좀 떨어져서 지내는 편인데 엄마가 아직 운전도 하시고 이동이 불편하거나 건강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무튼 저희 자매 중 제가 돌봄 노동에서 가장 자유롭기는 합니다...(그래서 신은 저에게 괭이 여섯마리를....) 동생아 미안;;

다락방 2023-08-22 13:54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에게는 여섯마리의 고양이가 돌봄으로 할당된 게 아닐까 합니다. 제 친구도 부모님과 멀리 살고 동생들과도 떨어져 살지만 고양이를 세 마리 키우고 있거든요. 아플 때면 병원 데려가고 화장실 청소해주고 장난감 사주고 그러는 걸 보면, 이 친구의 돌봄 할당은 고양이로구나 싶어져요. 뭐가 됐든 인간은 돌봄을 수행하는 순간을 맞닥뜨리게 되지 않아 싶습니다.

blanca 2023-08-21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모님의 부모 돌봄 노동...읽으며 많은 생각이 지나가고 부모님도 생각하게 되고 나의 늙음도 생각하게 되고..또렷한 답도 없고, 다락방님의 힘듦에 공감도 가고...그러나 여전히 걸어 서점 가서 책 사고 읽고 그러면 또 사는 게 좋고...그렇습니다.

다락방 2023-08-22 13:56   좋아요 1 | URL
저는 언제나 영생을 꿈꿔왔는데요, 나의 의식이 있는데 내가 배변활동을 컨트럴 할 수 없다는 거, 나의 정신이 있는데 내 다리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거, 이런 것들을 감당해야 한다면 영생은 어떤 의미가 잇을까 싶더라고요. 죽음은 언제나 제게 가장 두려운 것이었는데, 늙고 병들어가는 몸도 너무나 무섭고 두렵네요. 당사자가 되는 것은 두렵고 주변인으로서는 고생스러운 것이 인생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도대체 왜 태어났나, 하고 말이지요.

오늘은 어제보다 더 늙었어도 어쨌든 열심히 걸어보겠습니다. 화이팅!!

거리의화가 2023-08-21 1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걷는 걸 좋아하셔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소리치고 싶은 순간이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고함을 지를 수는 없으니까 혼자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이 스트레스의 해소법이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도 다락방님은 운전면허를 따셨었군요!ㅋㅋ 저는 아예 딸 생각도 없었네요.
이제는 부모님과 떨어져서 살아서 상대적으로 매일 부딪쳐야 할 일은 없지만 그럼에도 부모님께서 병이나 아픔에 점차 취약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건 저에게도 해당되는 것이지요. 나이 든 자가 더 나이든 자를 돌보아야 하는 상황. 점점 고민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딱히 무슨 타개책이 떠오르진 않네요. 생각하면 답답하고요ㅜㅜ 다락방님의 고생이 전해져서 저도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랄게요!

다락방 2023-08-22 13:59   좋아요 0 | URL
맞아요, 거리의화가 님. 저도 제가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게 너무 좋아요. 걷는 걸 좋아해서 열심히 걸어왔고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잘 걸을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소리 지르고 싶을 때 무작정 나가 걸을 수 있다는 건, 확실히 저에게 도움이 됩니다. 저에게 걷기는 스트레스 해소가 되는게 틀림없어요.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걸으면서 여러가지 생각도 하게 되어서 저에게 걷기는 계속 해나가야 할 일상이 되었어요. 저는 이런 지금이 참 만족스럽 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걸으면서 지내고 싶어요.

저는 제가 운전을 되게 잘할 것 같아서 딴거였는데, 주행 연습하는 과정에서 아 나랑 안맞는구나 싶더라고요. 일단 따긴 따지만 운전은 하지 말자 싶어졌는데, 사실 서울에서 살면서는 운전을 할 필요를 전혀 못느끼기도 해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제가 가지 못할 곳이 없으니까요. 저는 서울 내에서도 잘 돌아다니고 지방으로도 잘 돌아다니고 외국까지, 운전하지 않아도 운전하는 사람들보다 더 잘 다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

댓글 감사드려요, 거리의화가 님! 우리 건강 잘 챙기면서 이곳에서 계속 다정하게 지내도록 합시다, 거리의화가 님!

잠자냥 2023-08-21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습니다.
다락방님이 주말에 좀 많이 조용하셔서(원래도 주말은 조용하시긴 하지만...특히 이번주는 더) 할머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했는데.. 그랬군요. 그렇지만 그래도 다행입니다.
아무튼 책을 사고 걸어요~

다락방 2023-08-22 14:00   좋아요 1 | URL
주말에 하루종일 바쁘고 우울했어요. 그 와중에 아가 조카가 큰 기쁨이었지요. 어찌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신이 나를 사랑하셔서 이 조카를 내게 주셨구나 싶더라고요. 제 성향을 파악하고 자식 대신 조카를 주신 것이었어, 라는 생각을 수차례 했습니다. ㅎㅎ

책을 사고 걸읍시다. 그러니까 오늘은 네 권 셋트를 … (먼 산)

얄라알라 2023-08-21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왕! 다락방님 <전쟁 같은 맛> 맛 보시겠네요.

저, 글 초반부 조마조마 했어요. ˝부활˝을 분위기 부드럽게 하시려 농담하시면서도 얼마나 마음이 조마조마 불안하고 힘드셨을까요? 그래도 참 다행이고, 아무쪼록 할머님의 만수무강 기원에 힘을 얹어봅니다.

허리 아프실 때...˝** 주사˝라는 이름의 주사가, 스테로이드 데 주사인가요? 뼈주사라고 하는? 부작용이 그렇게 무섭게 올라오다니...그래도 다시금 다행이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락방님의 어머님께서도 건강 잘 챙기시기를요..

다락방 2023-08-22 14:02   좋아요 1 | URL
허리아플 때 맞는게 근육 주사라고 했던가 통증 주사 라고 했던가, 그게 다 스테로이드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통증이 심하면 그걸 안맞을 수가 없다고. 그게 이렇게 나이든 지금 부작용으로 찾아오네요 ㅠㅠ 저도 피하고 싶지만, 그런데 큰 통증이 찾아온다면 저도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싶어요.

할머니가 편찮으시지만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는데, 지금 이 모든 증상들이 다 노환으로 인한 것이라니, 그렇다면 이젠 남은게 무엇일까 싶더라고요. 그리고 그 모습이 내 엄마의 모습 또 내 모습이겠지 싶고요. 늙어가는 할머니를 옆에 두고 생각이 많아집니다. 걱정도 많아지고요. 무엇보다 저에게 앞으로 닥쳐올 저 혼자의 생활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더 고민해봐야겠어요.

독서괭 2023-08-21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 다락방님, 힘든 주말을 보내셨네요. 어머님 입장에서는 맏딸의 존재가 더 고맙고 든든하게 느껴지셨겠지요. 하지만 이래저래 아픈 가족들 챙기느라 제일 많이 소환되시는 것 같아 지치실 것 같습니다. ㅠㅠ
거기 알라딘 중고서점 생긴 거 저도 봤습니다!! 한번 가보고 싶은데요. 조만간..
그나저나 이번 책탑 어마어마한걸요 ㅋㅋ 최근 조금 자제하신 것 같은데 반작용입니까!! 가볍게 처리하실 수 있는 <그책은>부터 시작하시길 추천드립니다 ㅋㅋ(저는 이미 읽었지롱요)

다락방 2023-08-22 14:04   좋아요 0 | URL
독서괭 님, 지난 주말은 생각하지도 못하게 바쁘고 고생스럽게 흘러갔고,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그나마 제가 밖으로 나가 걸을 수 있는 사람이어서, 그렇게 땀 흘리는 사람이어서 다행이다 싶어요. 그리고 저는 서점으로 가 책을 살 수도 있는 사람이지요. 이런 저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 책은> 어제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읽었는데, 뭐 백자평 쓸 것도 없더라고요, 저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08-22 0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고생하셨네요ㅠㅠ 할머니 좋아지셔서 다행이에요. 얼마나 맘 졸이셨을지... 저도 나이 들면 실버 타운 가고 싶어요. 전 돌봐 줄 사람도 없어요 ㅋㅋ 남편이랑 저랑 서로 먼저 죽겠다고 그럽니다. 돌봄은 어려운 일입니다. 마음은 짠하고 몸은 고되니까요. 힘 내세요 다락방 님!!!

책탑 보면서 아주 많은 반성을 합니다. 지금도 제 주변엔 책들이 널부러져 있는데, 심지어 다락방 님 책탑보다 쉬운 책들인데 다 언제 읽죠?

다락방 2023-08-22 14:09   좋아요 2 | URL
안타까운 마음에 병원에 모시고 치료를 받아 지금 다시 좋아지셨지만, 그러다 또 이렇게 당황하고 응급실가고 마음 졸이고 하는 일들의 반복만이 남아있는 것 같아서, 이젠 돌아가셔도 되지 않나 생각도 해요. 그렇지만 막상 병든 육체가 눈앞에 놓여있는데, 그게 내 가족인데 어떻게 가만 있나 싶고요. 생각도 감정도 복잡해집니다. 이렇게 나이 들고 약한 노인이 가족 중에 있다면 수시로 병원에 갈 일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고요. 제가 짜증내지 않고 번번이 대응할 수 있을지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ㅠㅠ

저야말로 이제 사둔 책을 좀 읽어야 할 때입니다. 이제 진짜 책 그만 사야겠어요. 불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비아 페데리치는 이 책에서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마녀사냥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이 항의하지 않는 것을 원망하고 있다. 분연히 맞서 싸워야 하는데 왜 다들 가만있는거죠? 라고 울부짖는다. 


나는 페데리치의 이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건 내 눈 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다고 생각하는 다른 한심한 논리들과 같은 것이 아닌가 싶었던 거다. 어떤 성범죄 사안에 대해서 '여성단체들은 대체 뭐하느냐' 라는 장엄한 꾸짖음 같은 것이었달까. 실상 여성단체를 포함한 여성 개인들이 자신들이 힘닿는 데에서 발언하고 행동하고 있었는데도 자기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너넨 뭐하는거야, 이럴 때 나서야지' 하는 일을 목격하게 될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니 눈앞에 안보이면 없는거냐? 니 눈앞에는 왜 안보일까? 다 너같은 놈만 있기 때문이다, 라고 답해주고 싶은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데 페데리치가 그런 생각을 혹은 행동을 한다고? 페데리치의 전작들을 읽어오고 이 책의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그런데 설마 페미니스트들이 마녀사냥에 대해 항의하지 않는다고? 그건 페데리치가 못봤다고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라고 생각한 거다. 그런데 나는 실제로 페미니스트들이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마녀사냥에 항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아프리카의 마녀사냥이 여성에게 위협이 되고 고통을 부여하며 여성의 신체와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데도 페미니스트들은 이에 맞서서 목소리를 높이거나 힘을 모으지 않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우리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따름이다. 누군가는 이 이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전쟁, 전 지구적 부채, 환경 같은 더 광범위한 정치 사안들로부터 부차적인 문제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프리카 사람들은 후진적이라는 식민주의적 이미지를 더 확산시키게 될까 봐 이 주제를 다루기를 주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이러한 박해를 분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언론인과 학자들이었고, 이는 분석의 탈정치화로 귀결되었다. 대개 설명은 관찰자의 입장에서 작성되어 있고, 고발당한 그 많은 사람이 감내해야 했던 끔찍한 사태에 분노를 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내가 읽은 문헌 중에서도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마녀사냥 피해자를 대변하는 입장에서 쓰인 것이나 이 학살에 대한 국내외 기관의 무관심에 항의하는 것을 찾기는 어려웠다. 대부분의 인류학적 분석은 이 새로운 마녀사냥이 전통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근대성’이 유발하는 과제들을 아프리카인들이 해결하려는 방식임을 입증하는 데만 천착하고 있다. -p.151



페데리치가 추측하는 이유도 있지만 누군가의 말을 가져온 것도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후진적이라는 식민주의적 이미지를 더 확산시키게 될까봐 주저'한다는 이유. 이 이유는 말이 된다. 그러니까 이 이유가 합당하다, 합리적이라서 말이 된다는 게 아니라, 이 이유로 여성이 죽어가는 걸 내버려둘 수 있는 사람들은 있을 수 있다는 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걸 지향하고 또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만, 그 중에 또 숱한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기도 한다. 보이고자 하는 면이 너무 강해 무조건 '더 약자'의 편에 서려고 하고, 그것이 자신의 정치적으로 올바름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더 약자'는 어떤 기준이냐는 것이며, 그렇다면 그 사람이 생각하는 '덜 약자'는 뒤로 밀려도 되냐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이미지가 더 나빠질까봐 죽어가는 여성들에 대해 눈 돌리는 것, 그것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인가? 나는 여성의 몸을 아기 낳는 도구로 사용하는 대리모 찬성론자들이 생각났다. 







나는 2014년 대리모 우호 회담의 티타임에서 대리모로 인해 여성과 아동에게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서 어떤 여성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내게 동의했지만 착석 종이 울릴 때쯤 곧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가엾은 게이 남성들이 아이를 그토록 원하는데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다른 이들의 감정을 해치는 데 대한 긴장감과 겁, 특히 이 경우 우리 사회에 너무나 만연한 동성애 혐오로 보일 수 있다는 이 두려움은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팽배하다. 겁은 많은 사회 정의 쟁점들과 결부된 근본적인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 용감하게 '안 된다'고 말하지 못하게 만든다. (p.116)






왜 게이들은 가여운가.


동성애 혐오자로 여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여성의 신체를 착취하는 것에 대해 침묵하게 만든다. 장애인 혐오로 보일까봐 여성의 신체를 착취하는 것에 대해 침묵하게 만들고,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걸로 보일까봐 여성의 공간을 차지하는 일에 등을 돌리고, 가난을 혐오하는 걸로 보일까봐 여성의 편을 드는 것을 주저하고, 인종차별하는 걸로 보일까봐 여성에 대한 폭력에 눈을 감고 …



나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지만 동시에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한다는 것도 안다. 나는 그게 징글징글하다. 내가 혐오자로 불리는 것이 두려워서, 혐오자로 보이는 것이 두려워서 어떤 폭력에 입을 다무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다. 인권은 줄세우기가 아니고 약자는 누가 더 약자인가 경쟁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떤 경우에 '너는 나중에'라고 말하게 되는 일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나고, 나는 그런 경우에 여성에게 나중에를 말하는 경우를 숱하게 봐왔다. 왜 여성은 자꾸만 나중에가 될까. 왜 다른 어떤 사안이 끼어들면 그 다음이 될까. 나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람으로 '보이기를' 거부하는 쪽을 택하겠다고 생각한다. 종종, 혐오자로 불리우는 것을 각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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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8-16 08: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엾은 게이 남성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페미니스트한테 페미니스트라면서 왜 ㅇㅇ은 안챙겨? ㅇㅇ은? ㅇㅇ도 같은 약자잖아? 하는 거에 신물나요 거 좀 들이밀지좀 마쇼 여혐하는 티라도 내지 말든지

다락방 2023-08-16 09:00   좋아요 3 | URL
은오님, 저도 그거 너무 싫어요. 페미니스트한테 바라는 게 뭐 그리 많은가요. 페미니스트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들한테 이것 저것 요구할거면 그냥 자기들이 하면 되잖아요. 아주 웃기고들 있어요. 남한테 외주 주지 말고 자기가 지향하는 바는 자기가 행동으로 보여주면 되는겁니다. 어우 빡쳐.

건수하 2023-08-16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것...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존중은 하겠지만 양보는.. 각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위해 노력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락방님 글 읽으며 의지를 다집니다.

다락방 2023-08-16 12:03   좋아요 1 | URL
저는 보이고 싶어하는 스스로의 욕망만 잘 다스려도 덜 혼란스러울 거란 생각을 합니다만, 그렇다고 싸움이 줄어들 것 같진 않아요. 각자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다를테니까요. 저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위해 행동하고자 합니다.

열심히 읽고 씁시다, 수하 님! 빠샤!!

독서괭 2023-08-16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치적 올바름 신경쓰다가 막상 해야할 말도 다 못하는!! 그런 일이 허다할 것 같습니다. 맞아요.. 뭣이 중헌디? 마녀사냥에 대해 써주신 그런 이유로 제대로 비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저도 놀라웠어요. 참 어렵습니다.

다락방 2023-08-16 14:25   좋아요 2 | URL
정치적 올바름은 마땅히 지향해야 할 것이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은 그릇된 판단을 내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옳다고 믿는 바를 바라보며 행동하기를 멈추지 않도록 해야겠어요. 독서괭 님 말씀대로, 뭣이 중헌디?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8-16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일어나는 일 어느 하나도 한가지의 원인으로 일어나는건 없고 그 사이사이에 얽혀있는 수많은 관계들 때문에 복잡하게 보이면서 거기서 자신의 정치적 위치나 나에게 필요한거 좋은거 이런거 생각하다보면 진짜 올바른게 뭔지 못찾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요. 세상의 대부분의 일들은 아주 복잡해보이지만 또 무엇이 옳은가를 판단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한데 인간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욕망들이 그 올바름을 가리고 있다고 싶고요.

다락방 2023-08-16 16:33   좋아요 3 | URL
맞습니다. 또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 나는 내 기준이 있다고 생각해도, 그런데 그게 정말 누구에게나 옳을것인가 라고 하면 그렇지도 않을테고요. 며칠전에 이나영 주연의 <박하경 여행기> 보는데, 거기서 이나영이 그러더라고요. ˝그게 민주주의다˝ 라고요. 시끄러운 게 민주주의라고, 조용한 게 더 무서운 거라고요. 다양한 사람이 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 그로 인한 충돌은 너무 당연하겠지요. 그렇다고 생각하고 알고 있으면서도 제 기준과 충돌되는 의견을 보면 또 가슴 답답해지고 그렇네요.

달자 2023-08-16 2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피씨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깊은 탐구와 공부 없이, 어디서 대충 들어본 소위 ‘진보적‘인 사안에 대해 오케이 오케이 하는 분위기 아 정말 너무 뭔지 알고 싫어요... 프랑스에서도 고학력, 중산층(이거나 그 이상)의 소위 진보의 젊은 Bobo족들 너무 많고... 더 나아가서 피씨한 사람이 ‘쿨‘한 거기 때문에 자잘한 차별에 분노하기 보단 더 큰 대의를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이런 주의로 흘러가는 거 정말 많죠. 자신들은 절대로 차별받을 일 없는 문제 - 이를테면 성차별이나 인종차별-는 지방방송이니 끄고, 더 큰 대의를 위해 다같이 집중하자, 이런 주의....

다락방 2023-08-17 09:06   좋아요 2 | URL
맞아요, 달자 님. 자기 생각 없이 진보적으로 보이고 싶고 피씨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누군가의 혹은 어딘가의 편에 서는 건 실제로 다른 식으로 타인에게 해를 입히기도 하는 것 같아요. 여성인권은 특히나 대의에 눌려버리는 것 같아요. 저에게는 여성인권이 대의인데 말입니다. 아오 ㅠㅠ

감은빛 2023-08-18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가 더 강한지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남들에게 올바른 사람인것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것과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

이를테면 4대강 사업이 홍수를 예방한다고 주장했던 학자는
정말로 그렇게 믿은 걸까요?
아니면 돈과 권력에 굴복한 것일까요?
아니면 권력자들의 편인것처럼 보이고 싶어서 였을까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먹어도 된다고 말하는 인간은
정말로 그렇게 믿는 걸까요?
남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고 믿어주길 바라는 것일까요?

가끔 저는 저들이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무서워요!
 















한 여자를 마녀로 몰아세우며 죽이는 일에 사람들이 동조했다는 것, 그리고 아직도 아프리카에선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한나 아렌트의 말을 다시 새기게 한다. 사유하지 않는 것은 악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그런 악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린다. 왜 그래야 할까, 정말 그런가, 그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일인가, 등등을 생각하다보면 그렇게 한 여자를 죽음으로 밀어내는 일에 동조하지 않을 수 있을텐데 우르르 몰려다니며 저 여자가 마녀다! 하고 한 생명을 꺼뜨리는 일, 거기에 주도자가 되거나 참여자가 되는 일은 자기 머리로 생각을 멈춘 일이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악으로 발현된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죽이는 일에 가담한다는 것은 악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여자를 마녀로 몰아세우고 죽이는 것이 이 세상이 한 일이었지만, 그러나 어디 세상이 마녀만 죽였던가. 성녀도 죽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숱한 페미사이드의 사례가 생각났는데, 사티도 예외가 아니다.




어제, 정부의 금지조치가 내려졌음에도 엄청난 수의 인도인 군중이 죽은 남편과 함께 화장되는 신부이게 찾아와 경의를 표했다. 18세의 신부는 화장용 장작더미 위에서 남편의 머리를 무릎에 뉘고 조용히 앉은 채로  불태워졌다.

지난 9월 4일, 결혼한 지 8개월 된 신부 칸와르Roop Kanwar는 무늬를 넣은 비단으로 지은 결혼예복 사리를 입고 불타는 장작더미 위에 앉아 사티를 거행했다. 이 분신자살은 예부터 인도에서 정절을 드러내는 궁극적 행위로 여겨진 관습이지만, 이미 몇 세기 전부터 불법화되었다. 

이 젋은 신부의 행동 덕분에 라자스탄 주의 서부에 위치한, 자이푸르에서 80킬로미터가량 떨어져 있는 이 사막 마을은 순례객들의 성지가 되었다. (p.238)




사티를 보았다고 인정한 20세의 학생 라진데르 싱Rajinder Singh은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녀에겐 아우라가 있었어요. 불꽃이 그녀를 감쌀 때도 그녀는 고요했습니다.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그녀의 몸은 반쯤 타 있었어요. 화장용 장작더미 위에 두 손을 모으고 앉아 있었는데, 얼굴에 공포의 기색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녀는 만트라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p.239)




마녀라서, 맞을 짓을 해서, 나쁜 영향을 끼쳐서 죽이는 거라는 헛소리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성녀는 왜 죽이냐. 왜 성지로 만들면서 무고한 여자를 남편과 태워죽이냐. 그리고 뭐? 아우라? 놀고 있다 진짜. 그럼 너도 네 몸을 스스로 불태워봐라, 내가 아우라 있다고 해줄게. 죽지 않았어야 할 사람이 죽어가는 걸 보면서 아우라 운운하는 걸 보면 저 남자의 삶과 미래는 뭔가 싶고, 그런 광경을 보고 아우라 느끼고 와서 저 스무살의 청년은 여자 만나서 결혼했는지, 그 여자랑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죽이면서 말이 많다. 옛날에도 지금도 죽이면서 무슨 할 말이 있을까.

끝까지 살아남자는 생각이 들었다. 페데리치의 이 책속에는 여자들이 말을 하지 못하도록 재갈을 채우는 얘기가 나오는데, 끝까지 살아남아서 계속 시끄럽게 떠들어야 겠다고 새삼 결심하게 됐다. 계속 읽고 계속 말해야 한다. 계속 시끄럽게 떠들어야 한다. 계속 글을 써야한다. 널리 널리 퍼지게 전달하고 또 전달하자.


여러분, 계속 씁시다. 계속 써요. 계속 쓰고 말합시다.

입을 다물게 만드려는 것에 반항하고 죽이려는 것에 반항하자.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면서 하고 싶은 말 다 하면서 살자. 해야 할 말도 다 하면서 살자. 아주 화딱지가 나 미치겠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죽이면서 이래서 죽인다 저래서 죽인다 말짱 개소리 하는 새끼들 다 불구덩이에 밀어넣고 싶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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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8-15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티...아 울분이 일어납니다.
세계 주요뉴스는 온통 유럽에 집중 되어서 마치 사각지대처럼
여성살해가 만연한 곳들을 가리네요. 그러나 페데리치의 책을 읽고 보니 모든 억압의 문제가 사실상 연결되어 있군요. 힘 빠질때 다락방님의 이 글을 읽어야겠어요!!

다락방 2023-08-16 08:02   좋아요 0 | URL
저는 사티도 화딱지가 나지만 그걸 관람한 후에 감동받은 남자도 짜증납니다. 여자의 입장에서 내 남자가 사티에 감동하는 남자라는 걸 알면 그 남자랑 살고 싶을까요? 너무 징그러워요. 아 너무 빡칩니다 ㅠㅠ

독서괭 2023-08-16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라...있었겠지요?? 그 정도 고요히 이 억울한 사태를 받아들이려면 얼마나 강해야 할지. (망할) 종교적 신념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저 여성이 속으로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죽이면서 이래서 죽인다 저래서 죽인다 말짱 개소리˝!! 공감 백만개요^^

다락방 2023-08-16 14:26   좋아요 1 | URL
아 너무 짜증나요. 남편 따라서 죽는 여자 보고 아우라 운운하는 사람이라니. 뛰어들어가 그 여자를 데려오지는 못할 망정 구경하면서 아우라 라뇨. 아 너무 짜증나요 독서괭님. 너무 화딱지가 납니다 ㅠㅠ

달자 2023-08-16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 감동은 무슨 .... 걍 다 타 죽여야해........ 죄송합니다 너무 화가 나서 그만...

다락방 2023-08-17 09:02   좋아요 0 | URL
아우라 봐줄테니 숭고한 감정 느끼는 놈들이나 다 타죽었으면 좋겠어요. 아오 빡쳐. ㅠㅠ

감은빛 2023-08-18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끔찍하네요!
세상에서 제일 큰 고통이 불에 타는 고통이라고 들었어요.

저 인간은 아마 거짓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자신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겠지요.

다락방 2023-08-22 14:13   좋아요 0 | URL
아오 함께 불타는 여자는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진짜 생각도 하기 싫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