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는 알고 있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비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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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 병으로 자신의 몸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육십대의 여자가 사십대 딸의 죽음을 어떻게 파헤칠 수 있을까, 그게 과연 가능할까 흥미롭게 읽어가다가 뜻밖의 내용들을 마주하게 된다. 추리소설인줄 알았는데 여성의 몸과 성역할, 그리고 가부장제를 만난다. 세련되고 여운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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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분명한 것부터 말하자면, 넌 나를 구해줬어. 네가 시간 타래를 내려오는 기척은 나도 느꼈어. 내생각에, 살아있는 사람 가운데 가장 예민하게 너의 발소리를 알아차리는 사람은 나일 거야. - P113

블루는 도시를 사랑한다. 도시의 익명성과 냄새와 소리를 사랑하지만, 숲 또한 사랑한다. 다른 이들은 조용한 곳으로 여기지만 결코 조용하지 않은 장소인 숲을 블루는 어치나 딱따구리,
찌르레기 따위의 울음소리를 가만히 듣기도 하고, 자그마한 날개를 열심히 파닥이며 결투하는 벌새들을 보고 소리 내어 웃기도 한다. 손을 뻗어 동고비와 박새와 알락솔새에게 내밀면 새들은 포르르 날아와 그녀의 손가락을 나뭇가지 삼아 앉는다. 오색딱따구리의 머리 깃을 다독이며 그녀는 그 깃의 색깔을 떠올리지 않는다. 그 대신 그것을 만질 때 느낀 짜릿한 긴장감을 바늘로 또 실로 삼아서, 가든이 보기에 그녀가 숲에서 느낄 법한즐거움으로 엮어 낸다. - P131

나는 이미 내 안에 너를 하나 만든 거야. 아니면 네가 네 안에 나를 하나 만들었거나 난 네 안의 내가나의 어딜 닮았는지 궁금해. - P133

나는 네가 나오는 꿈을 꿔 내 머릿속에서 네 자리가 자꾸만 커져 가 나의 물리적인, 사적인, 감상적인 의식 속에서, - P156

너의 자리는 다른 어떤 세계나 시대보다 더 커다래, 꿈속에서 나는 네가 이 사이에 문 씨앗이거나, 네가 대롱을 꽂은 나무야 내 꿈속에는 가시나무와 정원이 나와 홍차가나올 때도 있고. - P157

하지만 너를 떠올리면 나는 함께 고독해지고 싶어. 나는 맞서 다투면서도 한편으로는 얻으려고 애쓸 상대가 필요해.
나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살고 싶어. 나는 너에게 하나의 맥락이 되고 싶어. 너도 나한테 그런 존재가 돼 주면 좋겠어.
난 너를 사랑하고, 또 사랑해. 그리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둘이서 함께 알아내고 싶어. - P181

레드, 난 널 사랑해. 레드, 난 그렇게 적은 편지를 매 순간너에게 보낼 거야. 딱 한 마디만 적힌 편지, 네뺨을 쓰다듬고 네 머리카락을 거머쥘 편지, 너를 깨물 편지, 너에게 흔적을 남길 편지를 나는 독개미와 대모벌로 너에게 편지를쓸 거야. 상어 이빨과 가리비 껍데기로 편지를 쓸 거야. 바이러스와 너의 폐 속에 들이치는 아홉 번째 파도의 소금기로 편지를 쓸 거야. 나는...………
그만, 이제 그만, 그만할게. 이런 일을 이런 식으로 하면 안될 것 같아. 나는 케팔로스에 피는 꽃과 해왕성에서 나는다이아몬드를 원해. 그리고 우리 사이에 있는 지구 1000개를 불태우고 그 재에서 뭐가 피어나는지 보고 싶어. 우리가 나란히 손을 잡고 맥락 속에 숨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오로지 우리 둘만 알아볼 수 있는 의미들을 난 내가사랑했던 모든 장소에서 너를 만나고 싶어.
우리 같은 사이는 어떤 식으로 맺어져야 하는지 난 모르겠어, 레드. 하지만 너와 함께 그 답을 알아보고 싶어서 더는기다릴 수가 없어. - P195

그들이 지닌 유일한 미래는 따로 함께인 시간이다. 둘은 너무도 오랫동안 서로를 모른 채 살았고, 시간을 누비며 전쟁을 벌였다. 그들은 따로였고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모습을 빚었고 그러는동안 서로에 의해 모습이 빚어졌다.
그러니 그 이전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왜 안 된단 말인가?
아플 것이다. 그들은 전에도 아팠던 적이 있다. 상대의 목숨을 구하려고.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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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맥스 글래드스턴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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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미래를 상상한 이야기, 그 안에서 전쟁과 파괴를 일삼지만, 그러나 아주 오래전부터 연락수단이던 편지는 당신과 나 사이에 다리를 놓고 그 다리 위로 감정이 쌓인다. 마주한 적 없지만 사랑을 한다.
이거봐, 편지가 이렇게나 좋은 것이다. 역시 편지가 짱이다. 편지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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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속살해(parricide)‘라는 단어는 모친 살해와 부친 살해를 모두 지칭하지만, 엘렌식수는 역사, 문화, 학문적으로 후자에 비해/의해 전자가 가려졌음을 꼬집는다. 이러한생각은 픽션 『오스나브뤼크』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이 소설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있다. "사실상 모든 가정에는 모친 살해밖에 없지만, 모친을 더 살해하고자 그 누구도존속살해를 모친 살해라 부르지 않는다."(엘렌 식수, 오스나브뤼크(Osnabrück)』,
데 팜므(Des Femmes], 1999, 22쪽) 식수의 문제 제기는 정신분석학의 오이디푸스콤플렉스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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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이! 문학의 비명 제안들 32
엘렌 식수 지음, 이혜인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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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말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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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6-10 0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6-10 04:45   좋아요 2 | URL
제목부터 난해하다 난해해....

잠자냥 2023-06-10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100자평은 나중에도 기억할 듯ㅋㅋㅋㅋ

다락방 2023-06-10 19:25   좋아요 0 | URL
쓰여진 글자들을 다 읽긴 했는데 이건 읽은건지아닌건지.. 저는 엘렌 식수를읽었다고 해도 되는걸까요?

잠자냥 2023-06-10 0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 책 잘못 만나면 좀 뭔말인가 싶은 게 종종 있더라고요. (책은) 예쁘지만 난해하다…. 글자 포인트도 넘 작아 …..

다락방 2023-06-10 19:26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서 빌려 봤는데 오늘 당장 갖다 주고 왔습니다. ㅎㅎ 엘렌 식수・・・ 어려울 줄 알았지만 정말 어렵더라고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