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집시 - 미지의 세상으로 뛰어든 한 가족의 짜릿한 세계일주 방랑기
다카하시 아유무 지음, 최윤영 옮김 / 에이지21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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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기 특유의 오글거리는 감성이 싫어서 여행기 읽기를 별로 즐겨하지 않는다. 여행기의 대부분이 사진에 곁들인 짧은 글들이라 영 내 취향이 아니다. 아마도 여행지에서는 발끝에 숨겨져있던 감정까지 다 불러내게 되니 그런 글들이 나오는가본데, 나는 다른 사람이 여행지에 가서 느낀 발끝의 감정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간혹 내가 여행기를 읽게되는 건, 사실 여행기의 가장 큰 자랑거리인 '낯선 곳의 풍경'을 사진으로 보기 위해서이다. 그 사진들이 때로 보고싶은 마음이 들어 여행기를 덥썩 손에 들게되고, 그러다 글을 읽으며 아 역시 난 여행기 취향이 아니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내가 마음에 드는 여행기를 찾기란,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다.


《패밀리 집시》의 저자 '다카하시 아유무'는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LOVE & FREE》의 저자이다. 몇년전에 이 책이 베스트셀러란 사실을 알고는 오오, 나도 한 번 볼까, 하고 펼쳐 들었다가 멘붕이 왔었다. 읭? 이게 뭐지? 이게 왜 베스트셀러야? 그때 나의 혼돈을 나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이 혹여라도 또 나온다면 보게 되진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그가 자신의 가족과 함께 돌아왔다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표지의 저 아이는 베리베리 사랑스럽지 않은가. 어디, 가족과 함께 여행하고 돌아온 그의 글을 읽어볼까, 했다가 또 당황했다.


대체 이 사람의 책은 왜 베스트셀러일까? 아아- 난 역시 이사람 취향이 아니야...사진이 여행기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면, 이 책은 기본에 있어서는 충실했으며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글은.....난 사진 옆에 간략히 몇 줄 쓰는 그런 글들이....진짜 싫다. 대체 다른 사람들은,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이 책의 어디가 좋은걸까? 어디가????????????????????? 


여튼 그 많은 사람들을 움직인 그 무엇이 나를 움직이지 못했음에 틀림없다. 나를 건드리지조차 못해. 이런 비교가 적절치 않다는 건 알지만, 꼭 말하고 싶다. 이 사람의 이 책보다 나를 움직이는 글들은 알라딘에 더 많다. 알라딘 서재 글들이 더 훌륭하다.


알라딘은 제발 별점에 반 개도 만들어라. 2.5개 주고 싶은데 이를 악물고 셋에 칠했다. '캠핑카'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오오, 캠핑카? 이거 나도 한 번 생각해봐? 하는 긍정적 마인드가 2.5에서 2로 내리느냐 3으로 올리느냐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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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4-07-14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다락방 2014-07-15 08:12   좋아요 0 | URL
드림아웃님은 혹시 이 사람의 책을 좋아하시나요? 재미있게 읽지 못해 민망합니다. ㅠㅠ

2014-07-17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8 0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14-07-14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갑자기.. 예전에 다락방님이 드시고 싶다던 포르투갈 음식이 생각나는데요.. 프란세시냐? 프란체시카?
아..
이름도 외우기 힘든 그 음식이 떠오릅니다.

잘 지내시죠?^^

다락방 2014-07-15 08:13   좋아요 0 | URL
프란세시냐! 맞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홍대에 포르투갈 레스토랑이 생겼어요. 이제는 마카오나 포르투갈까지 가지 않아도 홍대 근처에서 프란세시냐를 먹을 수 있습니다. 이긍. 조금만 더 일찍 생겼다면 제가 마카오까지 가지 않아도 됐잖아요..그쵸? ㅜㅜ

꼬마요정님이야말로 잘 지내십니까.
 
Humans of New York (Hardcover)
Brandon Stanton / St Martins Pr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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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의 첫사랑이었어요. 우리가 매우 젊었을 때, 우리는 열흘간 데이트를 했죠. 그러나 나의 엄마는 우리의 관계를 허락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내게 말했죠. "그는 미국인이고 배우야. 그는 자신의 것을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거야."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죠. "이 세상에 남자는 많지만 너의 엄마는 오직 나뿐이야." 그녀는 내게 그를 다시는 만나지 말라고 말했고, 나는 그녀의 말대로 했어요. 그녀는 나를 몇년간 한국에 데려갔고, 돌아왔을 때에도 나는 그에게 연락하려는 시도조차 하질 않았죠. 나는 그에게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어요. 그게 이십년도 더 전의 일이죠.


최근에, 나는 구글을 통해 그가 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나는 그에게 그간의 모든 것들을 담은 아주 긴 편지를 보냈어요. 우리는 결혼을 했었고 아이도 있었죠. 그러나 지금 우리는 여기에 있어요. 결국 이렇게 함께 하게 됐죠.




어떤 책은 신간이라 너무 읽고 싶어서, 어떤 책은 다시 한 번 훑어보고 싶어서, 어떤 책은 가만히 책장을 넘겨 보고 싶어서. 세 권의 책을 챙겨들고 집 근처의 까페로 갔다. 자, 이 세 권중 무엇을 먼저 펼쳐볼까, 하고 선택한 책이 바로 이 책이었는데, 이 책 속의 사진과 글들에 빨려들어 몇 장만 보고 덮으리라는 나의 결심과는 달리 끝까지 다 보고 말았다. 이 책이 일요일에 읽기에 적당한 이유는, 지난 한 주를 마무리 하는 좋은 휴식이 될 것 같아서이고, 다음 한 주를 시작하려는 상황에서 여유를 선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아내는 몇 년전에 죽었어요. 그녀이 이름은 바바라였고, 나는 그녀를 '바' 라고 부르곤 했어요. 나의 이름은 로렌스인데, 그녀는 나를 '라' 라고 부르곤 했죠. 그녀가 죽고나서 나는 나의 이름을 '바라' 라고 바꾸었어요.







-나는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공부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공중그네 예술을 배우고 있어요.

-당신의 부모는 그런 당신의 결정에 실망하지 않던가요?

-아뇨, 그들은 행복해하고 있어요. 내가 이제는 더이상 매일밤 울며 전화하지 않으니까요.







내가 이 소녀를 만났을 때는 할로윈이 되기 며칠 전이었다. 나는 그녀의 아버지에게 물었다.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후라 그녀에게 사탕을 줄 이웃이 아무도 없는데 왜 그녀는 양동이를 들고 다니는 거냐고. 그러자 그가 말했다.


"그녀는 낙천주의자 거든요."





-엄마의 유골은 그녀의 시에 있어요.

-당신 엄마에 대해 좀 더 말해줘요.

-그녀는 대단한 시인이었어요. 그녀는 아무에게도 그녀가 쓴 시를 보여주지 않았어요. 우리는 그녀가 시를 썼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우리에게 그것들을 읽게 하지 않았죠. 그런데 그녀가 죽은 후에 나는 그녀의 컴퓨터에서 그녀가 쓴 시들을 찾아냈어요. 그것들은 무척 아름다웠고, 나는 그녀가 그 시들을 썼다는 걸 믿을 수 없었어요!






그녀는 손글씨로 빼곡하게 채워진 편지를 읽고 있어 내 주의를 끌었다. 나는 그녀에게 그 편지가 행복한 편지인지 혹은 슬픈 편지인지 물었다. 그녀는 매우 행복한 편지라고 대답했다.


감옥에 있는 내 남자친구로부터 온 편지거든요.





나는 정말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어요. 이 음영들은 매초마다 변하고 있거든요.








나는 자라면서 한 번도 가족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그렇지만 여전히 매일 학교에 갔죠. 하루는, 내가 11학년이었을 때, 나의 영어선생님이 내게 이렇게 말했어요. "네가 졸업을 한다면, 나는 너를 양자로 삼을거야. 나는 너에게 삶을 보여줄거야. 너는 니가 꿈꾸지 못했던 것들을 하게 될거야." 그리고 그는 약속을 지켰어요. 그는 법적인 것과 모든것을 처리했고, 내가 졸업하고나자 그가 나의 유일한 가족이 되었어요. 그 후로 그는 어디든 나를 데리고 다녔고, 나는 가족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할 수 있었어요.










덧붙임: 1. 위 글의 모든 직역, 의역, 오역, 억지로 만든 문장은 모두 다락방의 것입니다.

           2. 이 책은 번역본으로도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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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4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4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4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4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4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4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4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4-07-14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본 제목은 뭐예요? 저자 이름으로는 국내 도서가 같이 안 뜨네요.

다락방 2014-07-14 13:45   좋아요 0 | URL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756946

이건 이상하게 번역본이 더 저렴해요!
 
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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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3.5 입니다.

별점에 반 개도 표시되면 좋겠다.

"나도 말이야, 너와 똑같았단다. 네 아버지와는 피를 나눈 남매인데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어. 딱히 언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잠깐이지만 벽을 느꼈다고 해야 하나. 나한테 뭔가를 숨기는 것 같았거든." 아야코가 창을 등지고 소타를 바라봤다. "하지만 소타, 그건 말이야, 건드리면 안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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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사이 2014-07-08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얼마 전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었거든요.
읽은 사람들의 평이 재미있다, 감동적이다.. 하도 좋아서 읽었는데
저는 별로 그렇게 썩 좋다, 는 느낌이 없었어요.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가 글을 참 잘 쓴다, 는 생각도 안 들거든요.
뭐, 그 사람의 책을 다 읽어본 건 아니라서 제가 잘 몰라서 그런 건지도...
그냥 순간, 다락방님이 별 세개 반이라니까,
나만 그런 게 아닌가 보다, 하는 반가움에.. 횡설수설 댓글을 달고 가요. ^^;;

다락방 2014-07-09 12:06   좋아요 0 | URL
아우..저 어제 섬사이님 페이퍼를 읽고 정말 좋았어요! 한 달에 한 번 먼 외출, 콩다방에서의 기다림..다 좋더라고요. 오랜만에 오셔서 아름다운 글 올려주시는 섬사이님. 후훗 :)

히가시노 게이고가 글을 참 잘쓴다 라는 생각은 저도 들질 않고요, 그의 어떤 책들은 재미있게 보았기에 작품들이 나오면 오, 이런 책이 나왔구나 하고 한 번 더 들여다보기는 해요. 그렇지만 그의 모든 책을 다 읽고싶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한동안 히가시노 게이고를 끊었는데(!) 이번 몽환화는 재미있다는 말에 그래, 어디 한 번, 하고 읽었거든요. 재미있고 책장도 팔랑팔랑 잘도 넘어가고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도 있고..괜찮았지만 좋다고 감탄할 만큼은 아니었어요. ㅎㅎㅎㅎㅎ 알라딘에 별점 반 개도 표시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진짜!!
 
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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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와 매운족발을 먹으러 갔다. 우리는 매운족발과 보쌈이 절반씩 나오는 메뉴를 시켜놓고서는 좋다고 건배를 했다. 그런데 몇 점 먹다보니 상추가 없다는 게 무척 안타까운거다. 보통 족발이면 상추쌈은 기본으로 주는데, 이건 매운족발과 보쌍이라 그런지 보쌈을 싸먹을 김치를 주었고 새우젓과 마늘, 쌈장을 준 것이다. 


상추 있으면 더 좋겠네, 보쌈싸먹게.

그러게.

보쌈이라 안준건가?

그런것 같아.

달라고해볼까?


그런뒤에 나는 벨을 눌러 종업원에게 혹시 상추를 좀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종업원은 흔쾌히 알겠다며 상추를 가져다주었고, 그래서 나는 보쌈을 상추에 싸먹을 수도 있게 되었다.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어제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란 책을 읽었는데, 거기에서 랜디 포시가 그런 말을 하거든. 안될거라고 혼자 생각하지말고 무조건 물어보라고. 지금과 같은 경우에 써먹는 거지. 보쌈엔 상추를 안 줄거라고 생각해서 가만 있으면 우린 상추를 먹을 수 없었을테지만 물어보니까 상추를 먹을 수 있잖아.



그랬다. 랜디 포시는 혼자서 안되겠지, 안될거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가서 부딪치고 물어보는 사람이었다. 



아버지의 마지막 디즈니월드 여행 때, 그와 나는 네 살이었던 딜런과 함께 모노레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딜런은 열차의 앞쪽, 멋있게 생긴 원추형 머리 부분에 운전사와 함께 앉고 싶어 했다. 나의 놀이공원 애호가 아버지도 대단한 스릴을 느낄 것이라며 딜런에게 동의했다.

"하지만 일반 관객들은 거기에 앉지 못한다는구나." 그가 말했다.

"흐음." 내가 나섰다. "사실 말이에요 아버지, 이매지니어를 해보니까, 이런 일에는 요령이 필요하더군요. 한번 보시겠어요?"

그는 물론이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미소 짓고 있는 디즈니 모노레일 안내원에게 다가가 말했다. "실례합니다. 우리 세 명이 첫 번째 칸에 앉을 수 있도록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손님." 안내원이 말했다.  그는 게이트를 열었고, 우리는 운전석 옆에 자리를 잡았다. 내 인생에서 아버지가 이렇게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본 건 그때가 유일했다. 우리가 매직 킹덤을 향해 속력을 내고 있을 때 내가 말했다. "요령이 있다고만 했지, 어려운 요령이라고 말한 적은 없어요."

가끔씩, 당신은 그저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 (p.242-243)



모노레일의 운전석 옆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이 랜디 포시가 '물어봤기' 때문이듯, 그는 물어보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 모든 일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는데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책 전반에 걸쳐 그의 말들은 버릴 게 별로 없다(물론 고개를 갸웃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어쨌든 넘어가고). 췌장암 선고를 받고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으니 살아있는 동안 사는것처럼 즐겁게 살자는 그의 모토는 당연히 본받을만 하다. 암이란 사실을 알기 전에도 그는 인생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했던 사람이니, 그의 이런 태도가 그가 암을 앓는 환자이면서도 우울증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줬을거라 믿는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자식들에게 전하기 위해 이것저것 생각해보고 시도해내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눈물이 고이기도 한다. 그는 분명 자식들에게 좋은 아버지로 기억되거나 떠올려질 것이라 확신한다. 게다가 그는 동료로서도 친구로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본받을 만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시도를 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도우려고 하는 그의 자세는 '잘 사는 법'의 롤모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어쩐지 약간 찜찜해진다. 이렇게 좋은 생각, 좋은 자세를 가지고 앞으로 쭉쭉 나아가는 사람인데, 그렇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왜 이 책을 '좋다'고 말할 수 없는걸까. 왜그럴까. 죽음을 앞에 두고 자신의 병을 인정하며 남아있는 삶을 즐기기 위해 노력하는 이사람, 왜 이 사람을 나는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가 없는걸까.  


이 책은 자기계발서의 느낌이 강하다. 어떻게 해야 인생을 즐겁고 보람있게 살 수 있는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느낀바를 써서 얘기해주려는 자기계발서. 실제로 이 책을 읽는다면 많은 사람들의 그의 태도와 생각에 매혹되어 자신의 삶에 있어서 조언으로 삼을거란 생각이 들었으니까. 실용적인 자기계발서의 느낌인데, 어떻게 이 느낌을 잘 설명할 수 있을까를 곰곰 생각해보다가 찾았다. 정확히 어느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이 내게 주는 느낌은 '착하고 예의바른 새누리당 지지자'의 느낌인거다.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지만 나와 함께 가기에는 무리가 있고 불편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거다. 나는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자꾸 나에게 삐걱대는듯 느껴지는 거다. 어디에서 그런걸 느꼈냐, 라고 말하면 어느 부분이라고 콕 짚어 얘기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인상이 그렇다는거다. 응, 저기에 저런 사람이 저렇게 최선을 다해 잘 살려고 노력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내가 즐겨 만나며 우정을 나눌 사람과는 좀 거리가 먼 것 같은 느낌. 



책을 다 읽어갈수록 나는 랜디 포시가 기적처럼 살아있기를 바랐다. 그는 6개월정도를 살 수 있을거라 닥터로부터 들었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여전히 잘 살고있다, 로 책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그러나 옮긴이의 말까지 다 읽고나면 이런 문장을 읽게 된다.



*2008년 7월 25일 새벽, 랜디 포시 교수는 많은 이들의 간절한 기원에도 불구하고 버지니아 주에 있는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편집자



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책날개에서 그가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님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서 그의 생존을 바랐던 것이다.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기적을 바랐고, 생을 마감했다는 구절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내가 그를 친구로 삼고 싶어하든 아니든, 그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쪼록 그의 아이들이 자라서 이 책을 읽고 아버지가 자신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의 나라는 독자도, 그에 대한 친근감이나 호오와는 별개로 그로부터 어떤 것들을 배웠으니까.



그나저나 족발과 보쌈을 먹으면서 읽은 책을 인용할 수 있는 나란 인간은 역시 좀 멋진 인간인 것이다.





정직함은 도덕적으로만 옳은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기도 한 것이다. 모두들 진실을 말하는 세상에 산다면 재확인하느라 허비하는 많은 시간을 줄일 수 있다. (p.223)

장벽에는 다 이유가 있다. 장벽은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절실하게 원하는지 깨달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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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7-0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제목에 반댈세!
'착하고 예의바른 새누리당 지지자 같은 책' 이라고 했어야지요!!!!!


다락방 2014-07-03 13:4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유 제목을 뭘로 해야되나 한참을 고심하다가 결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4-07-03 16:59   좋아요 0 | URL
저도 '착하고 예의바른 새누리당 지지자 같은 책'에 한표 던집니다~~~

루쉰P 2014-07-0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보쌈과 마지막 강의라 글을 읽는내내 좋았어요 생활 속에 글이 들어오고...글이 있고 생활이 있고 흠
마치 보쌈에 상추를 싸먹는 듯 한 느낌 ㅋ
아무래도 다락방님은 궁극의 경지로 올라가시고 있는 것 같아요
잡문의 마왕은 루쉰 선생이신 데 다락방님 거 읽다보면 그런 느낌 받는 듯 ㅎ

다락방 2014-07-07 16:43   좋아요 0 | URL
궁극의 경지 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제가 궁극의 경지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듣기 좋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가지 확실한건 이 [마지막 강의]에 대한 리뷰에 그 누구도 보쌈과 족발 얘기를 끼워넣진 않을거란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벌 2014-07-04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요 여기요. '착하고 예의바른 새누리당 지지자 같은 책' 한표.
저 말입니다. 잠시 파산 중이어서 알라딘 꽤나 안 들어왔어요. 들어오면 막막 지르게 되니까. ㅠㅠ
락방님 보고 싶었어요~~~~

다락방 2014-07-07 16:44   좋아요 0 | URL
아니, 버벌님은 왜이렇게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겁니까! 가끔씩 들여다보면서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글도 쓰고 쫌 그래봐욧!!

Ralph 2014-07-31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사람이짜증도내고, 실망하기도하고, 좌절하기도 하고, 자포자기 하기도 해야하는데.. 사실 그래야 맛인데.. 그야말로 바른생활의 교수님이라, 돌아가신 분이지만, 좀 매력이 없을 수도 있군요.. 그래도..죽음을 앞두고 이토록 바른 생활을 보여준다는 것은.. 새누리당 지지자라도 쉽지 않겠죠.. 아마도 죽음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새누리당 지지자 일듯...

다락방 2014-08-01 08:32   좋아요 0 | URL
매력이 없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제게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인물은 아닌 것 같아요. 배울점은 많지만 말예요. 그렇지만 그의 주변인물들에게 그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매우 매력적인 인물이었을 겁니다. 현재도 계속 그를 생각하며 존경하는 분도 많을 겁니다. 매력은 개개인에게 다른 식으로 작용하니까요.
랄프님 말씀대로, 죽음을 앞두고 이토록 성실하게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거에요. 전...글쎄요 전 그럴 수 있을까요? 어휴. 저는 아마 마지막날까지 생을 붙잡기 위해 발악할 것 같아요. ㅠㅠ

Ralph 2014-08-02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젊은 분들은 심각하기 고민않해도 되지만,, 후반전이 시작된 분들은 고민이 필요할 듯합니다.
 
영국 정원 산책 -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의
오경아 지음, 임종기 사진 / 디자인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내 생애 몇 해쯤은 뚝 떼어내어 세상의 모든 정원을 산책하는 걸로 채워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다운 사람과 초록 풀밭을 거닐고, 화려한 꽃들에 둘러싸이고, 나뭇가지로 드러나는 햇살들을 쳐다보며 눈을 찡그리면서, 사이사이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게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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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곳 에 가 고 싶 다
    from 마지막 키스 2014-09-04 10:14 
    아이러니는 이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이는 정원엔 자연스러움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영국의 풍경식 정원은 '자연스럽게'가 아니라 기존의 정형화된 패턴을 깨고 싶어 탄생시킨 또 다른 스타일이었다. 구불거리는 호수는 수천 명의 인부가 삽으로 땅을 파서 만든 인공 호수이고, 우거진 숲의 조화로움은 인간의 힘이 아니면 결코 나란히 설 수 없는 낙엽수와 상록수가 자연보다 더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만든 조합일 뿐이다. 그래서 이 정원을 두고 훗날 사람들은 '자연스러움'
 
 
heima 2014-06-26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군요. 아 나쁘지 않으셨던 것 같아 다행 :) 별 몇 개 주셨을까 맘 약간 졸이며 들어왔어요. 다락방님 마음을 아주 약간 이해했네요 ^^
저는 아침부터 아랫글 때문에/덕분에 장바구니를 채웠다 비웠다 하고 있어요. 트위터 알라딘 MD보다 더 책뽐뿌를 주시는 다락방님 ㅋㅋ

다락방 2014-06-26 11:44   좋아요 0 | URL
저 일단 글은 제쳐두고 사진을 한장한장 넘겨가며 보았거든요. 아..가고 싶더라고요. 나도 가고 싶다 정원에..하고 말이지요. 제가 사진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진을 더 잘 찍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요. 물론 이 책에 실린 사진들 그 자체만으로도 저는 정원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만 말입니다. 마음이 시끄러울 때 다시 넘기면서 천천히 글도 봐야겠어요. 헤헷 :)

heima 2014-06-26 12:15   좋아요 0 | URL
그쵸. 사진 정말 본인이 작업하면서 찍으셨나? 싶었어요. 요즘같이 휘황찬란하게 멋진 사진책들 사이에서 ㅎㅎ
글은 음.. 사실 마음에 꽂히는 글들은 아니었는데, 하던 일 접고 꿈 찾아 떠났다는게 부럽고 멋있어보이더라구요. 우리나라에도 공원이나 정원이 작더라도 많이많이 있으면 참 좋을텐데..

다락방 2014-06-26 12:45   좋아요 0 | URL
머리말에 보니까 사진은 남편이 찍었다고 하더라고요. 사진작가에 비해 솜씨가 부족하지만 마음에 담는 장면을 찍기 위해 애썼다고 ㅎㅎ
전 공원을 참 좋아하거든요. 공원 데이트도 좋고 :)
이 책에 실린 정원 사진들을 보니 죄다 찾아가서 데이트하고 싶어졌어요. 조카랑 가도 좋을거란 생각도 들고요. 이토록 아름다운 곳은 아름다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과 함께 천천히 걷는게 좋을것 같아요. 좋아요.. 흣

레와 2014-06-26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랑도 몇일.. 걸읍시다! ^^

다락방 2014-06-26 16:01   좋아요 0 | URL
콜콜!!
중간마다 낮술은 필수죠? ㅋㅋ

푸른기침 2014-06-26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다운 사람'에 방점을 찍고 싶습니다. ^^
소박하지만 멋진 다락방님의 소원이 꼭 이루어지길 응원요.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

다락방 2014-06-27 12:32   좋아요 0 | URL
푸른기침님은 정다운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

무해한모리군 2014-06-27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아침에 눈떠서 산책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다락방 2014-06-27 12:32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말입니다, 휘모리님. 아침 산책은...제겐 넘볼 수 없는 저 너머에 있어요. ㅠㅠ

페크pek0501 2014-06-2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동네 숲 속의 아름다움에 빠져 지냅니다.
다락방 님과 같은 마음... ^^

다락방 2014-06-27 12:33   좋아요 0 | URL
저는 주말이면 집근처 아주 작은 산에 가는데 가면 되게 좋더라고요. 뭐가 좋은지 모르겠는데 그냥 막 좋아요. 특히나 산에서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감사의 마음까지 생긴답니다. 훗.

2014-06-30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30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