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가장 처음 피자를 사준 사람은 막내이모였다. 국민학교 5학년 때였던것도 같고 중학교 1학년 때였는지도 모르겠다. 제과점에 들어가 팥빙수와 빵을 제일 처음 먹어보았을 때도 막내이모와 함께였다. 막내이모는 피자를, 팥빙수를, 제과점 빵을 사줬고 샤프와 노트를 사주기도 했다. 영화를 보러 극장에 데리고 가 준 사람도 막내이모였다. 나는 막내이모 덕에 극장에 가서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라는 영화를 봤다. 샤프와 노트를 사주는 건 우리 엄마도 해 준 일이었지만, 극장에 데리고 가고 제과점에 데리고 가고 피자를 사다 준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이모였다. 


가끔 내가 조르면 엄마도 책을 사 주셨지만, 나는 내가 골라서 읽는 책 보다 이모네 집에 갔을 때 이모 책장에 꽂힌 책을 빼내어 읽는게 더 좋았다. 내가 고른 책들은 기껏해야 어린이신문에 실린 책들이 전부였지만 이모네 집에 가면 어른들의 소설이 있었다. 지금은 기억나지도 않는 책들을 그 때는 빼내어 읽었다. 어떤 책이었더라, 밀크 초콜렛, 하얀 겨울, 겨울나그네, 뭐 이런 뉘앙스의 제목이었는데, 그 책을 읽을 때는 이모가 그건 아직 네가 읽으면 안될 것 같은데, 라고 했다. 그래도 나는 읽었고, 이모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모의 책장에 책은 결코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가 가면 언제나 꼭 읽고 싶은 책들은 있었다. 


잘 때는 주로 이모 옆에서 누워 잤는데, 그 때 이모가 조용히 틀어두었던 음악들을 기억한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건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 이었다. 그 뒤로 나오는 노래는 신승훈의 노래가 아니었던걸로 보아, 그 테입은 아마도 최신인기가요 테입이었던 것 같다. 이모는 나랑 고작해야 십년남짓 나이차이가 날 뿐이었고, 내가 어느 정도 자랐을 때는 이모에게 더티댄싱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 노래를 들려주기도 했다. 내 기억속의 이모는, 엄마가 내게 해주지 못한 부족한 것들을 채워주었던 사람이다. 지금은 딱히 그렇게 살갑거나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요즘의 나는 내 조카에게 그런 이모인 것 같다. 제 엄마가 채워주지 못하는 것들을 채워주는 환상의 존재. 아직 3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이 작은 아이가 내 모든 것을 따라하고 싶어한다. 샤워를 하고난 후의 내게 찰싹 달라붙어 화장품의 뚜껑을 열어준다. 외출하려는 나에게 이모 예쁘다, 라고 말하고 같이 외출하려하면 나에게 구두를 신으라고 말한다. 제 엄마는 그렇게 높은 구두를 신질 않으니까. 간혹 내 구두에 제 발을 쓰윽- 밀어넣고는 신발장에 달린 거울을 보기도 한다. 항상 책이 들어 있어 무거운 내 핸드백을 조카는 들어보려 한다. 아이쿠 무거워 들지마, 라고 말해도 기어코 한번 들어올린다. 며칠전 어린이집의 한 아이가 손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왔는가보다. 집에 돌아온 조카는 제 엄마에게 매니큐어를 발라달라 했단다. 여동생은 엄마는 매니큐어가 없어, 라고 말했고, 조카는 이모는 있어, 라고 말하고난 후 이모에게 발라달라 할거야, 라고 했단다. 우리집에 오면 내 방을 가장 좋아하는 조카는 내 화장대에 뭐가 있는지 깜찍하게 다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어제 우리집에 온 조카는 내 발에 칠해진 매니큐어를 보고는 자신이 매니큐어를 바르고 싶었단 걸 기억했다. 이모, 매니큐어 발라줘, 란다. 



조카는 내게 열 손가락을 내밀고 나는 거기에 차곡차곡 매니큐어를 칠해줬다. 조카는 이내 발도 내민다. 나는 조카의 발톱에도 차곡차곡 매니큐어를 발라줬다. 움직이면 안돼, 이거 다 마를 동안 가만히 있어야 돼, 라고 하니 조카는 이내 얌전해진다. 마치 짓궂은 사내아이처럼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소리지르고 노래부르고 구르는 조카인데, 손가락을 쫙 펼쳐서는 조심조심 걷는다. 조카야, 이제 다 말랐어, 손가락 움직여도 돼, 라는데도 굳이 쫙 펼치고는 조심조심한다. 여동생은 이 모습을 보고는 잘됐다고 한다. 얌전해졌다고. 



여동생과 조카와 내가 외출을 했다. 외출후에 돌아오니 온 몸이 끈적거린다. 여동생은 조카와 샤워를 하기 위해 들어갔는데 곧이어 조카의 벼락같은 울음소리가 들린다. 여동생은 계속해서 말한다. 안지워져, 안지워진다고, 이거봐 안지워져. 나는 똑똑 노크를 한 후 욕실에 얼굴을 빼꼼 들이민다. 왜그래, 무슨일이야? 조카는 자신의 열 손가락에 물이 닿자 울어대기 시작한거다. 매니큐어 지워진다고. 나는 조카에게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조카야, 지워지면 또 발라줄게, 라고 말했다. 그래도 조카는 좀처럼 울음을 멈추질 않는다. 



샤워를 하고난 조카가, 발톱의 매니큐어를 다시 칠해달라 한다. 내가 칠해준 매니큐어는 보라색 반짝이었는데, 아까 조카가 발라주자마자 움직여 이불에 묻었고 그에 연해졌던 것. 아마도 샤워후에 다시 보니 그게 보였는가보다. 나는 알았다고 다시 발라준다. 다시 발라준 매니큐어는 처음보다 좀 더 진해졌다. 조카도 이 사실을 알아챘다. 다시 열 손가락을 내민다. 손도 또 발라줘, 라고. 나는 조카의 손에 다시 매니큐어를 발라준다.



매니큐어를 바른 조카는 연신 자신의 손가락을 들여다보며 예뻐, 예쁘다, 한다. 아직 자신의 아이를 갖지 않은 이모는, 아직 누군가의 부모가 되지 않은 이모는, 여자조카에게 환상의 존재, 되고 싶은 존재가 아닐까, 꿈을 이뤄주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내 어린 조카를 보면서 한다. 나는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핸드백을 들고 다니며, 화장을 하고 외출하고, 매니큐어를 발톱에 바르는 이모다. 


아, 어제는 내 방 책장에서 책을 두 권 꺼내들고 와(예의 그 수키시리즈) 한 권을 내게 읽어보라며 내밀고는 자기도 펼쳐든다. 글을 읽지 못하는 조카는 중얼중얼하고 나는 글씨를 읽는다. 읽기를 멈추면 조카는 고개를 들고 나를 본다. 계속 읽어, 라고 말한다. 


나는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핸드백을 들고 다니며, 화장을 하고 외출하고, 매니큐어를 발톱에 바르고, 책을 읽는 이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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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6-07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의 성별이 궁금합니다.

다락방 2013-06-07 17:07   좋아요 0 | URL
조카의 성별은 제 성별과 같습니다. ㅎㅎ

2013-06-07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1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3-06-07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쁘다~ 신발 신어보려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귀여워요^^
어제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울 언니 만나 이야기 했는데, 어린이집에서 일하지만
애들 절대 어린이집 보내면 안된다고 강조하더군요. 울 언니는 애들 이뻐해요. 그래서 안아주고 달래주려고 하면
원장이 너무 싫어해서 눈치 많이 본다고, 어제 원장 욕을 한웅큼 했어요.
정말 원장은 아이들 하나 하나가 돈으로만 보인다고..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울 언니도 굉장히 회의적으로 어린이집 원장 바라보던데,
다락방님 조카는 엄마랑 이모의 사랑 듬뿍 받으니 얼마나 좋아요~

간만에 컴 켜고 들어오니 댓글도 길게 달고 좋네요. 모바일로는 덧글 진짜 안 달게 되더라구요~

다락방 2013-06-11 17:52   좋아요 0 | URL
저는 서운하기도 해요, 기억의집님. 너무 빨리 자라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지금 너무 예쁜데, 이 예쁘고 순수한 모습이 사라지고 어른이 되어갈 거란 걸 생각하면 좀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다 싶고 그래요.

조카도 지금 어린이집 다니고 있는데, 처음엔 적응 안되서 가기 싫어 하더니 이제는 어린이집 가는거 되게 좋아해요. 게다가 좋아하는 친구까지 생겼나봐요. 이성으로...orz
빨리 가고 싶다고 하고 막 그래요. 어린이집에서 잘 지내는건지 어쩐건지 하루종일 어떻게 노나 지켜보고 싶기도 해요. 조카 보고싶네요, 기억의집님. 흑흑.

레와 2013-06-07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다.... ^^

다락방 2013-06-11 17:52   좋아요 0 | URL
나도. 히히 :)

비로그인 2013-06-08 0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가끔씩 우리 집에 와서 이모 좀 해주세요~ㅎㅎ

다락방 2013-06-11 17:52   좋아요 0 | URL
저 여기 대기하고 있다가 둘째조카 나오면 또 힘 센(응?) 이모 되어주어야 해요. 둘째 조카가 여동생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답니다. 흣.

자작나무 2013-06-08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기억 속의 이모는 만날 때마다 만원을 주셨지요.

다락방 2013-06-11 17:53   좋아요 0 | URL
오! 완전 좋은 이모네요. 이모가 부자셨나봐요. 만원 씩이나....부럽........습니다.

치니 2013-06-08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이 포스팅 눈물나게 좋네요.

다락방 2013-06-11 17:53   좋아요 0 | URL
눈물까지나;; 히히.
아 조카가 너무 좋아서 미치겠어요 치니님 ㅠㅠ

오로라 2013-06-1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이모가 저한테 딱 그런 존재였어요.예쁘고 엄마보다 더 다정한! ㅎㅎ 이모가 보고싶어져 문자 한번 보내야겠네요~

다락방 2013-06-11 17:54   좋아요 0 | URL
흐음. 예쁜거로 치자면 저는 조카의 엄마에게 밀려요. 하하하핫
다정한거로도 밀리는 건 아닐까...
저는 그저 회사다니는 이모일 뿐이네요. 하하하하

이모님께 문자는 보내셨나요, 오로라님?
 


'필립 베송'은 자신의 책 『포기의 순간』의 사인회를 하면서 이렇게 말을 했었다고 했다.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쩌면 불의의 사건을 겪어야 하는 건 아닐까요?'  



모두에게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불의의 사건이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그 불의의 사건이 '나'라는 사람 하나에게만 불의의 사건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이 영화, 『앤젤스 셰어』를 보고 했다. 그러니까 이 영화속의 남자 주인공은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고 자신안의 폭력성을 주체하지 못한다. 만나면 으르렁거리며 상대를 잡아먹기에 안달하는 원수같은 놈도 있는데, 폭력전과가 있는 그로서는 이제 한 번만 더 폭력을 휘두르면 감옥에서 오랫동안 살다 나와야 한다. 이런 그에게 아들이 태어나고, 그는 그 아들에게 자신의 삶과 같은 삶을 살지 않게 하기 위해 '정신을 차린다'.


그러나 그가 정신을 차리기까지, 그가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또 좋은 남편과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 까지, 그 전에 그에게는 불의의 사건이 있었다. 코카인 중독으로 묻지마 폭력을 저지른 게 바로 그것인데, 피해자는 갑자기 길 한바닥에서 무지막지한 폭력을 당했다. 한 쪽 눈은 실명했고 대인기피증에 걸렸으며 직업도 여자친구도 잃고 집에만 갇혀 있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런 피해자를 보는 가족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피해자와 가해자가 만나는 만남의 날, 그는 자신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피해자와 피해자의 어머니를 보며 자신도 눈물을 흘린다.


그가 잘못을 깨달았다는 걸, 뉘우쳤다는 걸, 그리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래야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이전의 사건은 돌이킬 수가 없다. 그는 앞으로 혹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지도 모르겠지만, 그가 한 가족을 우울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살면서 커다란 실수 혹은 실패는 찾아오고, 시간이 흘러 그것이 큰 후회로 가슴에 남게 될 지도 모른다. 내게도 그런 일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앞으로 해피엔딩, 이라고 하면 다 끝나는 일이 될까? 별로 그럴 것 같진 않다.


이 영화는 분명 재미있고 따뜻하다. 남자친구가 끊임없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데도 그 때마다 옆에 있어주는 여자친구의 존재는 감히 내가 따를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하게 느껴진다. 켄 로치 감독이 분명히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의 앞으로의 밝은 삶 보다는, 그렇게 되기 위해 누군가에게 상처 입혔던 기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자유로운 세계』에서도 그랬으니까. 그 영화속에서도 여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대신, 자신의 처지와 같았던 자들을 지옥으로 밀어넣었으니까. 



한 사람은 몇 가지의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몇 개의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기억될까. 그는 자신에게 위스키를 알려준 해리에게 천사의 몫인 위스키를 선물해서 감동을 안겨주지만, 그러나 분명 다른 곳의 다른 사람에겐 한 가정을 파멸시킨 폭력범이고 가해자이다. 앞으로 잘 살려고 최선을 다해도 불쑥불쑥 시력을 잃고 내 앞에서 울던 피해자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까. 따뜻하고 행복하지만 아픈 영화다. 






어제 아침에 라디오를 듣다가 나오는 노래가 좋아서 오, 좋네, 하면서 음악검색으로 찾아보니 져스틴 팀버레이크의 노래였다. 저녁에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으면서 식당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가 좋길래 오 좋네, 하면서 찾아보니 아침의 그 노래였다. 이 자식, 새 노래 냈나, 여기저기서 나오는구나, 했다.

















아...또 노래 부르는 져스틴을 보니 포르투갈의 인적이 드문 한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우연히 마주치고 싶어진다. 나는 그를 알아보지만 거기에 있든 말든 흥, 하며 심드렁하게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그는 몇 번이나 까페에서 나를 보고 말을 걸고...우리는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자유롭게.............암튼 시디 살까? 어뜨카지... 근데 시디를 내면 하나만 내지 뭘 저렇게 다른 버젼으로 두 개나 내고 난리야...뭘 고르라는 거야...져스틴 팀버레이크랑 술을 마시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다가, 뭔가 그는 방탕하게 놀 것 같아서 내 취향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포르투갈의 까페에서 우연히 만나기엔 좋은 상대는 아닌걸까. 내가 그에 비해 너무 순진한 건 아닐까..그는 내게 불의의 사건이 되지는 않을까. 관두자..



커피를 마시고 있다. 너무 뜨거워서 얼음을 두 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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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6-04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좋아하는 캔 로치 감독의 새로운 영화네요...엔젤스 셰어...
위스키 주조 후 저장과정에서 공기 중에 증발하는 알콜을 "천사의 몫"이라는 표현이 낭만스러워 보이네요.

그래도 영감님의 옛날 영화에 비하면 정말 많이 유해지신 것 같아요.

다락방 2013-06-05 12:50   좋아요 0 | URL
영화속에서도 주인공의 천사의 몫에 대한 설명을 듣고 꽤 예쁘다고 감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메피스토님도 감탄 하셨군요. ㅎㅎ

전 켄 로치 감독의 [자유로운 세계]를 아주 인상깊게 봤는데, 그에 비해서 많이 유해진걸까, 라고 생각하다가도 딱히 그렇진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유없는 폭력과 그로 인한 피해는 계속해서 남아 있으니까요. 이 영화 본 사람들은 열이면 열, 다들 감독이 따뜻하고 유쾌해졌다고 하던데..저는 별로 그런 생각이 들질 않아요. ㅠㅠ

프레이야 2013-06-04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 영화 보셨군요. 반가워라. 유쾌하면서도 뭉클했어요. 입장에 따라 관점에 따라 우리의 모습은 좀 달라지는 것 같아요. 딜레마이기도 하고. 인용하신 서두의 문장에 확 눈이 뜨이네요. 저에게 기회를 줘서 감사드린다는 메모가 기억나요. ~~^^

다락방 2013-06-05 12:4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유쾌하지만 아프기도 하더라고요. 그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을 도무지 외면할 수가 없어요. 앞으로 가해자가 바뀌고 잘 산다고 해서 이게 끝나는 일이 될까, 싶으면 그럴것 같지도 않아서 유쾌함보다 아픈 게 더 많이 저에게 다가온 것 같아요.

네, 우리의 모습은 참 많이 달라지죠. 극단적으로 저는 누군가에게 좀처럼 웃지 않는 사람인 반면에 누군가는 제게 자주 웃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분명 하나인데 제 안에는 여러 모습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모습은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할테구요. 프레이야님도 이 영화 보셔서 좋아요. 히힛

아무개 2013-06-04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침에 커피 타는데 정수기에 물이 조금밖에 없어서 얼음을 넣었어요. 아침엔 쌀쌀해서 따뜻한 커피가 마시고 싶었는데.....

불의의 사건으로 인하여 내 삶이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건 좋겠지만
그 불의의 화살을 맞은 불특정한 어느 누군가의 삶이 망가지는건 누가 보상해줄까요.
그런일들을 생각해보면 '부조리'란 단어만큼 맞는게 없는거 같기도 해요.

엊그제 저는 조인성과 데이트하는 꿈을 꾸었어요. 아주 토나올 정도로 알콩달콩한 꿈이였는데
별로 뭐....전 조인성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하필 조인성인지 거참....
하긴 뭐 꿈이니까 ...그래도 기왕 꿈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오면 안되나? 그죠? ^^

다락방 2013-06-05 12:47   좋아요 0 | URL
그런데요 아무개님, 꿈에 나오면 관심 없던 사람도 좋아지질 않던가요? ㅎㅎ뭔가 특별하게 느껴지던데...저는 꿈에 나온 남자 연예인들 엄청 많아요. 대부분 다 관심도 없는 남자들인데 꾸고 나면 뭔가 므흣해지는게..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또 그 감정이 사라지네요. 순간적인 감정이었나봐요. 그나저나 토나올 정도로 알콩달콩한 꿈이라니...어떤 꿈인지 좀 자세하게...

저도 이왕 꿈에 나올거라면 현빈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왕이면 음, 음, 어..그러니까....(생략)


의도적으로든 혹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누군가의 삶을 망가뜨리고 비극으로 이끌었다면, 아무리 반성을 한다고 해도 지울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삶이 한 번 뿐이고 또 각자에게 자신의 삶은 소중하니까요. 가슴 아픈 일이죠.

자작나무 2013-06-05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의의 사건: 다락방의 블로그를 방문하다

다락방 2013-06-05 12:45   좋아요 0 | URL
자작나무님, 제 블로그엔 어떻게 방문하게 되신거에요?

자작나무 2013-06-05 16:4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말그대로 불의의 사건.
족발을 요리하고 나면 원재료 상태의 족발보다 양이 조금 줄어드는데요
영어로 Racbang's share 라고 부른데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락방 2013-06-05 16:58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2013-06-05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5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3-06-0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사인에 저 영화 리뷰가 소개 되어 읽어봤는데, 보고 싶은 영화였어요. 켄로치의 영화가 따스하긴 하죠. 현실적으론 냉정한 세계도 그의 세계에선 따스하더군요. 전 그런 그가 좋아요. 영화의 남 주인공이 실제 자신이 겪었던 일을 켄로치에게 말하고 켄감독이 그의 인생역정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그를 캐스팅했다는데요. 나쁘지 않는 운을 타고난 주인공 같아요~

다락방 2013-07-03 10:31   좋아요 0 | URL
아, 그렇다면 이 영화는 실화로군요! 저 남자주인공이 직접 겪은 실화요.
되게 신기하더라고요. 한 모금 마셔보고 그 안의 재료를 알아맞힐 수 있다는 게 말이에요. 저는 빨간건 고추장 갈색은 간장, 딱 이 정도가 전부인데 말이지요. 액체(위스키)를 마셔보고 재료를 짐작하다니 정말 다른 세계의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존 하트'의 작품은 『라스트 차일드』도 그랬지만, 대중적인 소재를 우아하게 다루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문학적'이라 표현할 수 밖에 없는데, 이것만으로는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제대로 설명이 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는 이번 책 『아이언 하우스』에서도 '킬러'와 '살인' 그리고 '아동학대'를 얘기하는데 작품이 자극적으로만 흐르질 않는다. 어떻게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아마도 문장의 힘이 아닐까 한다. 소설을 '가공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을 때, 그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며 결국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물론 중요하지만, 그 소설을 '더 아름답고 완벽하고 우아하게' 다듬어 주는 건 역시 '문장'이다. 아, 너무 거창하게 말했는데, 여튼 그러니까 결론은 이 소설은 좋다는거다. 거대 폭력단 소속 킬러가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여자와 보통의 가족을 만들기 위해 폭력단으로부터 빠져나오려고 한다. 그러나 폭력단의 다른 조직원들은 그걸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이런 과정에서 살인과 납치가 일어난다. 여기까지만 보면 사실 국내 소설중에 그 뭐지, 조직폭력배 나오는, 남자...뭐더라, 남자의 향기? 뭐 여튼 그게 생각나면서 흐음, 그냥 킬러 얘긴가, 하게 되는데, 그 뒤에 아주 끔찍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는 게 나중에 드러난다. 읽기 힘들만큼의 이야기. 중간 과정에서 눈물이 핑- 고이기도 하고. 뒤로 갈수록 오타가 무지하게 나와서 좀 짜증나는데, 그걸 제외하면 이 소설은 좋았다. 무엇보다 남자 주인공이 완전히 마음에 들어서. 이 냉혹하고 차분한 킬러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자신이 사랑하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송두리째 던지는데, 아, 나는 원래 강한 남자를 좋아하고 그 강한 남자가 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완전 쑝가서 이 남자가 좋았다. 그런데 한 가지, 자꾸 거슬리는 표현이 있다. 남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부르는 호칭. 원서에서 그 단어가 어떻게 표현될까 생각해봤다. honey, baby, darling 뭐 이것들 밖에 생각안나긴 하지만, 어쨌든 이 강하고 침착한 킬러가 자꾸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자기야' 라고 하는거다. 아놔...


그 표현이 나올때마다 나는 자꾸 멘붕에...



"물론이지, 자기야." (p.461)


"나잖아, 자기야."(p.460)


"악몽을 꿨어, 자기."(p.11)



아놔 .. 진짜 적응이 안 돼서리... 그러니까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을 완벽히 알 수는 없다. 근육이 우락부락하고 터프해 보인다고 해도, 그 사람이 실제 자신의 여자에게 어떤 연인일지는 내가 그 사람의 연인이 아닌 이상 알 수 없는거다. 냉혹한 킬러라고 해도 자신의 여자에게 살갑게 자기야~ 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나는 이게 머릿속에서 매치가 되질 않는거다. 그래, 나는 그를 잘 몰라, 그가 그의 여자에게 어떻게 대하는 지 내가 알 수가 없지, 그리고 터프한 남자라고 자기야, 라는 호칭을 쓰지 말란 법은 없잖아, 라고 아무리 스스로 달래보아도 자기, 가 튀어나올 때마다 아니, 근데 이노믄 시키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를 달링이나 허니로 바꿔봤다. 베이비로도 바꿔봤다. 그랬더니 나름 괜찮은거다. 물론이지, 달링. 이건 좀 괜찮은거다. 나는 번역을 모르지만 만약 허니나 베이비 달링이라고 써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번역 했을까? 흐음, 역시 '자기' 밖에 없나. 여튼 이건 순수하게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자기'는 내가 감당하기엔 좀 어려운 단어다. 물론 가장 감당하기 힘든 연인의 호칭은 '애기' 지만. 이건 진짜 최악이야. 


이 호칭에 대한 문제를 빼면 이 책속의 남자 주인공인 마이클은 진짜 최고다. 내가 해줄게, 내가 있잖아, 나랑 있으면 안전해, 내가 당신을 지켜줄거야, 라는 말들은 사실 나는 '사랑해'라는 말보다 듣기가 좋다. 흐음. 나는 무슨 트라우마 있나? 여튼. 이 남자는 끝까지 매력있다. 그녀에게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는 그 묵묵한 성정이, 진짜 완전 딱 어휴...




주말엔 매력적인 남자들로 가득찼으니, 마이클 말고도 나는 개츠비, 사실은 디카프리오를 만났다.



 




처음엔 영화 음악도 낯설고 뭐랄까, 여튼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은 마음에 좀 뾰로퉁했는데, 중간부터 달라졌다. 디카프리오가 과거에 장교로서 데이지를 만나 사랑하던 장면, 차 안에서 데이지를 쳐다보며 웃던 장면, 그 장면이 확- 내 마음속에 스민 탓이다. 아, 정말 근사했다. 그 표정과 눈빛이 정말 끝내줘서, 아, 나도 저 남자랑 사귀고 싶다, 하는 마음이 절로 든거다. 저렇게 나를 봐주는 남자랑, 저렇게 나를 보고 웃는 남자랑 뜨겁게 사랑하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든거다. 여자로 태어나서 한 번쯤은 저런 남자랑 사귀어봐야 되는거 아닌가, 비록 짧게 사귀다 헤어진다한들 평생 내가 추억해야 할 남자가 저런 남자라면, 오 그 인생은 멋진 인생이 아닌가 싶어진거다. '피츠제럴드의 개츠비'가 아니라 '또 하나의 개츠비'로 본다면 이 영화는 괜찮다. 나쁘지 않다. 그리고 일단, 디카프리오가 엄청 괜찮다. 세상에 디카프리오같은 남자가 존재하다니, 뭔가 엄청 다행스럽다. 스크린으로만 보지만, 그렇게라도 이런 남자가 존재함을 알게 되다니, 지구상의 어딘가에서 같이 숨쉬고 있어....


영화를 다 보고 친구랑 나오는데 친구가 디카프리오는 모델들만 사귄다고 했다. 


그건 동양의 검은머리 노처녀를 본 적이 없어서가 아닐까요? 이젠 동양의 나이많은 여자를 한 번쯤 사귈때도 되지 않았나?


이런 시덥잖은 대화를 해가면서 극장을 나섰다.






어제는 남동생과 뒷동산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니 케이블에서는 오, 내가 사랑하는 남자 '재이슨 스태덤' 주연의 영화 『익스펜더블 2』가 나오고 있었다. 마침 아빠가 보고 계셨던 터라, 오, 저게 개봉한지도 몰랐는데 벌써 케이블에서 하네? 하고 주저앉아서 봤다.


 

 


참..영화가...진짜...욕나온다. 부끄러울 지경. 이들에게는 영웅이 되는게 지상최대의 목표이고 목적인가, 여튼 그 목적을 충실히 받을어 이 몇 명 안되는 올드한 남자들이 한 마을을 적의 손아귀로부터 구하고, 에헤라, 그 과정에서 다 죽여버린다. 아니, 적들이라도 그렇지 그렇게 무자비한 총질이라니..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이슨 스태덤의 맨 손 액션은 세계최강, 짱멋있어, 나를 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막 흥분해서 보고 있다가 재이슨 스태덤이 신부(priest)로 분해 액션을 할 때, 아, 나는 저 남자가 너무 좋아, 완전 멋져, 하니까 엄마가 나에게 물었다.



"저 빡빡이?"


나는 응, 저 빡빡이, 라고 했다. 나는 저 남자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라고. 그러자 엄마가 또 물었다.


"엄마보다 더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거침없이 응! 이라고 대답했다. 옆에서 아빠가 듣고 계시다가 참, 물어보는 엄마나 그렇다고 대답하는 딸년이나....라고 혀를 차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토요일 원래 계획은 이랬다. 『위대한 개츠비』를 보고 저녁을 먹고 『앤젤스 셰어』를 보고 집으로 귀가. 원래는 영화를 보고 마지막에 저녁과 술을 함께 하는 편인데, 토요일에는 이래저래 시간이 안맞아서 어쩔 수 없이 저런 계획으로 예매를 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 위대한 개츠비를 보고 친구랑 배고프다고 서로 찡얼대다 레스토랑에 들어갔는데, 저녁 여섯시부터는 생맥주 한 잔을 시키면 한 잔을 더 준다는 게 아닌가. 얼씨구나, 더워 미치겠는데 일단 생맥주 한 잔씩 하자, 하고 우리 배고프니까 많이 먹자, 하고서는 수제버거와 스파게티와 케이준치킬샐러드를 시켰다. 허겁지겁 나온 음식들을 차례대로 먹다가 스파게티를 한 입 먹고서는 이건 와인하고 먹어야 한다며, 맥주를 마시지도 않았는데 또 와인을 한 잔씩 시켰다. 결국 마치 설거지한듯 모든 접시들이 깨끗하게 비워지고 와인잔과 맥주잔도 텅 비었을 때는, 우리가 레스토랑을 들어간 지 막 한 시간쯤 됐을 때였다. 우린 나른해졌다. 졸렸다. 이대로 영화를 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를 취소하고, 결국 앤젤스 셰어를 다음에 보기로 미루고,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다. 이 길 걸으면 헤어진다는데, 하고 친구가 말하고 나는 깔깔깔 웃고, 여기 걷는거 엄청 좋다고 막 이러다가 서소문청사인가, 거기 마당에 들어가서 잠깐 앉아 친구가 내려서 텀블러에 포장해 온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집에 돌아왔다. 이 모든 순간들이 행복했다. 영화를 보고 걷고 커피를 마시고 배터지게 밥을 먹는 순간 순간들이. 





아, 그러고보니, 『아이언 하우스』에서 마이클이 사랑하는 여자 '엘레나'는 나를 닮았다.(읭?)



엘레나는 흠 잡을 곳이 없는 미인이었지만 마이클이 그녀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모 때문이 아니었다. 엘레나는 작은 것들, 뽀송뽀송하고 서늘한 시트 사이로 들어가 눕거나, 새로운 음식을 맛보거나, 매번 기대에 찬 마음으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것 같은 일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선하다고 믿으며, 그래서 색깔을 잃어버린 우중충한 무색의 세상에서 화려한 색깔로 빛나는 사람이었다.(p.17)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뭔가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자신들 눈 앞에 가장 가까이 보이는 사물을 들고 나에게 던질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어쩐지 엘레나의 저런 면은 나같잖아? 움화화화화화화핫. 그렇지만 마이클이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가 정말 저래서일까? 그렇다면 왜 내가 아니라 엘레나지? 나도 저런 성격인데? 그건 그녀가 '흠 잡을 곳 없는 미인'이어서 그런거 아니야? 하여간..구라쟁이들.........




세상에 멋진 남자들이 많아서 신난다. 나는 멋진 남자가 등장할 때마다, 멋진 남자를 발견할 때마다 다 좋아할 수 있다. 이건 더 신나는 일이다. 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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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6-0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월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2013-06-03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06-03 17:46   좋아요 0 | URL
우앙 고맙습니다! 저 현충일날 영화 한 편 보러 가려고요. 희희.

2013-06-03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3-06-03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커"라는 영화를 보면 빡빡이 제이슨 스타뎀이 초반에 변장을 하고 나옵니다.
은발(!)의 가발을 쓰고 신부복장을 입고 총질을 해대죠.

그 빡빡이가 아닌 줄 알았습니다.

(자기...라는 단어 대신 "임자"를 넣었다면 아주 입에 착착 감길 것 같군요.)

다락방 2013-06-03 17:47   좋아요 0 | URL
읭? 영화 검색해보니 여자주인공이 무려 제니퍼 로페즈네요?!!!!!!!!!!!!! 하아- 이번에도 내가졌다..orz 제니퍼 로페즈라니.... orz
암튼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빡빡이에요. 희희

아놔, 임자, 라고 하니까 빵빵터지는데요? 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3-06-04 00:21   좋아요 0 | URL
그런데 영화 내용을 보면 제니퍼 로페즈는 엄청 껄떡거리는데 제임스 스타뎀은 눈 하나 깜짝 않하더군요.

다락방 2013-06-04 09:33   좋아요 0 | URL
어머! 완전 짱 멋지네요. 진정한 남자는 글래머의 유혹에 굴하지 말아야죠!! 꺅 >.<

Mephistopheles 2013-06-05 10:27   좋아요 0 | URL
영화 속에서 더 이쁘고 젊은 여자랑 이미 그렇고 그런 사이....라서....ㅋㅋ

다락방 2013-06-05 11:27   좋아요 0 | URL
아! 제가 그렇게나 영화속에서 사랑하지 말라고 말했거늘...사랑..하고 마는군요, 다른 여자를. 하아- 잔인한 여름이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LAYLA 2013-06-03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자들도 고생이겠다 싶지만 저 자기야는 정말 닭살 돋네요 킬러가 아니라 마마보이 같은...ㅎㅎ

다락방 2013-06-03 17:48   좋아요 0 | URL
네네 다정함과 자상함이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좀처럼 그렇게 생각되어지지가 않고, 아니 이놈아, 왜 자기라고 부르는거야, 이런 생각이 들면서 ㅠㅠ

가연 2013-06-04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개츠뷔봤지요, 쿡.
저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던데요, 다만.. 너무 화면이 확 날아다녀서, 그건 좀 적응하기가 힘들었어요. 특수 효과가 장난아니던데요ㅋ

다락방 2013-06-04 09:2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나쁘지 않았어요. 괜찮았어요. 딱히 좋지도 않았지만 말이죠. 그래도 디카프리오는 좀 짱이에요. 희희.
데이지 예뻤죠, 가연님? ㅋㅋ

조선인 2013-06-04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랑구가 위대한 개츠비를 '소년소녀명작다이제스트'로 읽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딴 거 보고 '위대한 개츠비' 봤다고 하지 말라고 한소리 했습니다. ㅋㅎ

다락방 2013-06-04 09:29   좋아요 0 | URL
소년소녀명작다이제스트...에 개츠비가 있나요? 그렇게 요약하기엔 굉장히 섬세한 이야기인데..흐음..

세실 2013-06-04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개츠비 보셨구나 ㅎㅎ
데이지를 간절히 원하는 디카프리오의 눈빛!!!!! 꺅^^
저 두번 봤어요~~

다락방 2013-06-04 17:56   좋아요 0 | URL
세실님도 나비님도 팜므님도 두 번 보신거 알고 있습니다. ㅎㅎ
영화 괜찮았는데 전 특히 디카프리오가 좋더라고요. 장교복 입고 사랑하는 여자한테 차 안에서 웃어주던 그 장면이요. 어우..미치는 줄 알았네요. ㅎㅎㅎㅎㅎ

2013-06-06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7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3-06-07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부분만 살짝 봤는데 sweetheart~ gorgeous~막 이러네요~ㅎㅎ
강한 남자가 What are you smiling at, gorgeous~ 그런다면 쑝~가버릴듯~ㅎ
확실히 느낌이 다르긴해요
터프남이 말끝에 스윗핥~고ㄹ져스~하는 건 상상하기에 크게 거부감이 없는데
자기야는 또 너무 아기자기하게 다가오죠~ㅎ

다락방 2013-06-07 13:01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좋은데요? 스윗헐트, 막 이렇게 부르는 거 상상하니까..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그의 여자가 되고 싶어지네요. ㅎㅎㅎㅎ 그치만 이 책속의 여자주인공처럼 그의 여자가 된다면, 납치당할테니까...다리도 부러지고.....안돼안돼. 전 여기 이땅에서 저 혼자 잘 살아봐야겠어요. 후훗

그나저나 오랜만입니다, 아른님?????

단발머리 2013-06-12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개츠비' 봤어요. 지난 주 화요일이던가.
우리 동네 영화관에서 '위대한 개츠비' 내리는 날, 언니들이랑 같이 봤죠.
안 봤음 어쩔뻔했어요.

<타이타닉>, <로미오와 줄리엣>의 그 레오나르도는 아니지만서도, 남성미는 정말 물씬 풍기던데요.
내친김에 <위대한 개츠비> 다시 읽고 있어요. 재미있어요.

인생, 참 즐거워요. ㅍㅎㅎ

다락방 2013-06-12 11:12   좋아요 0 | URL
아우 디카프리오 너무 좋아요 ㅎㅎㅎㅎㅎ 중년의 디카프리오는 좀 후덕해졌지만 그래도 너무 좋아요. ㅎㅎㅎㅎ 그 미소, 눈빛, 이런게 진짜 압권인 듯. 디카프리오한테 사랑받고 싶습니다, 단발머리님 ㅠㅠ

저도 위대한 개츠비 다시 읽어볼라고 몇 장 읽었는데 다른 책들 읽느라 밀려났네요. 다시 읽어볼거에요, 꼭!!
 

점심을 먹고 여직원들과 사무실을 향해 걸어가던 중, 앞에서 달려오던 트럭의 운전기사와 눈이 마주쳤다. 얼핏 어디서 본 사람 같다, 하고 생각하고 여전히 다른 여직원들과 걸어가고 있는데 그 트럭이 나를 조금 지나쳐 멈추더니 갑자기 이런 말이 들렸다.




반품할 거 있지 않으세요, 다락방씨? (실제로는 내 이름을 부름)



헐. 점심시간이라 길에는 점심을 먹고(혹은 먹으러 가는걸지도)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갑자기 길 한 복판에서 불리는 내 이름이라니. 그런데 맞다, 나, 중고샵에 책 등록했다. 나는 멈춰서서 대답했다.



네, 있어요.



그러자 택배기사님이 큰소리로 말씀하셨다.



얼른 들어가있어요!




아놔 ㅠㅠ 네, 라고 대답하니, 아니 내일 갈 테니까 내일 준비해주세요, 하신다 그래서 또 네, 라고 대답했는데 여직원들 다 빵터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러니까 양재동으로 이사와서 저 택배 기사님 세 번 봤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근데 내 이름을 길 한복판에서 부를 정도로 외우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직원 한 명이 나에게 그랬다.




저 아저씨 이상해요. 과장님 좋아하는것 같아요.



내가 생각해도 그런것 같아..........또 한 직원은 저 기사님 나이도 과장님 또래인것 같아요, 라고 한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큰일이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현빈만 바라보는데 어떡하나 이거야 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예쁜건 본의아니게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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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9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9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30 0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30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3-05-29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마음 모두 네게 줄게~~~~ 오와우오오~~~
차가운 나를 움직이는 너의 미소~~~~

BGM으로 끝내주겠죠..?? ㅋㅋㅋ

그나저나 길거리에서 "고춘자"를 외쳐 부르다니...그 기사님 참 매너 없.....

다락방 2013-05-29 15:5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그렇게 큰소리로 말이죠. 아놔...부끄러워서 이거야 원. 분명 그 길바닥에 있던 남자들 몇은 또 이름을 외웠을 거 아녜요...어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피곤해질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네요.

=3=3=3=3=3=3=3=3=3=3=3=3=3=3=3=3=3

Forgettable. 2013-05-29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로나 댓글로나 여러모로 빵터짐ㅋ

다락방 2013-05-29 15:51   좋아요 0 | URL
난 어딜가나 남자들 마음을 들쑤셔요...( ")

레와 2013-05-29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차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ㄷㅊ라는 말을 못 하겠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3-05-29 15:51   좋아요 0 | URL
레와님은 이런 피곤함....이해 못하겠지..........

=3=3=3=3=3=3=3=3=3=3=3=3=3=3=3=3=3

당고 2013-05-29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치겠어요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마성의 여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3-05-29 16:4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예쁜건 제 뜻이 아니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작나무 2013-05-29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난 다락방님 이름 아는데

다락방 2013-05-29 17:48   좋아요 0 | URL
헉. 제 이름을 어떻게 아세요? 네?

자작나무 2013-05-29 22:34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님이 알려줬어요 하하하하

다락방 2013-05-30 17:04   좋아요 0 | URL
아 메피스토님이 발설하셨군요. 고춘자, 제 이름을.. 하아-

비연 2013-05-29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름이 급 궁금해지는 시점.............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무스탕 2013-05-29 22:44   좋아요 0 | URL
메피님이 적어주셨어요. '고춘자' 라고요. ㅋㅋㅋㅋ

비연 2013-05-30 16:2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3-05-30 17:04   좋아요 0 | URL
너무 크게 제 이름을 부르진 마세요, 비연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연 2013-05-29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하나는 제가.. 마지막 말에 공감합니다. 저도 가끔 거울을 보면서 잘생긴 모습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락방 2013-05-30 17:05   좋아요 0 | URL
아, 가연님도 그런 거 알아요? 그거 아는 사람 얼마 없는데............... ( ")

무스탕 2013-05-29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쁘면 무죄라는 말이 적용 안될때도 있군요.
이뻐서 유죄십니다, 다락방님은 :)

다락방 2013-05-30 18:35   좋아요 0 | URL
아우..아저씨 오늘 왔다가셨어요. 아우 뻘쭘해.. ㅠㅠ
들어오시면서 "제가 오늘 온다고 했잖아요" 하시는데 다른 직원 보기 뻘쭘해서.. ㅠㅠ

다크아이즈 2013-05-29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 더 이상 상처는 안 돼요.
낼부터는 화장 금지, 하이힐 금지, 미소도 금물 ㅋ
그 택배기사 제가 아끼는 동생이란 말여욧~~

다락방 2013-05-30 18:36   좋아요 0 | URL
역시 미소가 문제군요. 미소를 좀 아껴야겠어요. ㅎㅎ
동생분께 미안하다고, 그렇지만 제 마음이 현빈을 향해 있어서 어쩔 수가 없다고 꼭 좀 전해주세요. 죄송해요. 흑흑.

자작나무 2013-05-31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마력에 걸려든 사람 명단:
L대리
택배 아저씨
그리고 여기 오는 모든 사람들

다락방 2013-05-31 14:07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이제 매력 좀 그만 발산하고 다녀야겠네요. 하하하하.

비로그인 2013-06-07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른 들어가있어요~라니요
진짜 아무데나 막 얼른 들어가 있고 싶어지는데요~ㅎㅎ
이렇게 얼른 들어왔는데 그냥 가기만 해봐~ 하면서~ㅋ

다락방 2013-06-07 13:01   좋아요 0 | URL
저 그 아저씨 보는게 부담스러워서 어제 책 주문할 때는 집으로 배송시켰구요(이제 회사로 배송 안시키려고요), 중고매입은 편의점으로 할까 생각중이에요. ㅠㅠ
 
케이트 쇼팽의 책이 번역되어 나왔으면.















오늘 아침 출근길엔 이 책을 읽겠다며 들고왔는데 지하철안에서 읽다가 웃겨서 미치는 줄 알았다. ㅠㅠ 이 책의 주인공은 전직 야구선수였는데 이제는 방에 앉아 하루종일 책을 읽으며 책 속에 야구에 대한 부분이 나오면 그걸 옮겨 적는 일을 한다. 물론 그게 돈이 되는 일이라거나 한 건 아니다. 자신이 야구에서 멀어지면서 야구에 대해 아주 많이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작하게 된 것. 어쨌든 그가 옮겨 적은 부분 중에 이런 글이 나온다.




제1장 텍사스 주 훠트워즈, 1901년 여름


부치는 안락의자에 기대어 정부인 큰 코(빅 노즈) 리리가 매니큐어를 칠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왼손 엄지손가락에서 시작한 큰 코(빅 노즈) 리리의 매니큐어 칠하기는 겨우 오른손 검지손가락에 이른 참이었다.

"있잖아, 부치" 큰 코(빅 노즈) 리리는 코에 걸린 듯하나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당신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네가 오른손 검지손가락에 매니큐어를 칠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

이 사람은 언제나 이래, 하고 큰 코(빅 노즈) 리리는 생각했다. 사실은 틀림없이 내 몸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을 거야. 어제는 오른손으로 왼쪽 젖가슴을 만지기 시작했으니까 오늘은 왼손으로 오른쪽 젖가슴을 만지기 시작해야지라든가.

"색골." 큰 코(빅 노즈) 리리는 부치에게 위읔를 하면서 말했다.

"무슨 소리야."

큰 코(빅 노즈) 리리가 매니큐어를 칠하는 것을 구경하는 것에도 싫증이 난 부치는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을 바라보기로 했다. 그림 속에는 부치가 아직 가본 적이 없는 아프리카 초원이 있었다. 그 끝없이 펼쳐진 대초원을 분홍색 기린이 코끼리 모양의 숄더백을 메고 걷고 있었다.

"있잖아, 부치." 매니큐어를 다 칠하자 큰 코(빅 노즈) 리리는 말했다.

"뭐야?"

"지금 무슨 생각해?"

"나도." 부치는 열심히 그림을 보면서 대답했다.

"코끼리 모양의 숄더백을 가지고 싶구나 생각하고 있었어."

"거짓말쟁이."

정말은 오늘 밤 내 팬티를 어느 쪽에서부터 벗길까 하고 생각했으면서. 앞에서부터 벗길까,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팬티 끝에 걸쳐서 뒤에서부터 한꺼번에 벗길까, 아니면 두 손으로 둘둘 말아 벗겨 갈까 하고. 그렇지만 부치, 당신, 내게 허를 찔리고 말걸. 왜냐하면 난 팬티 따위는 안 입을 거니까. 큰 코(빅 노즈) 리리는 그 장면을 상상하자 몹시 흥분됐다.

"호색한."

"무슨 소리야."

큰 코(빅 노즈) 리리는 부치의 뒤편으로 돌아 양손으로 부치의 목을 감싸안았다.

"당신이란 사람은 좀처럼 본심을 얘기하지 않잖아."

"그렇지는 않아."

물론 그건 큰 코(빅 노즈) 리리가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부치 캐시디는 큰 코(빅 노즈) 리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사려 깊지도 않았고 색골도 아니었다. 부치 캐시디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남자였다. (pp.31-33)



아놔ㅋㅋㅋㅋ 이여자 왜이래 ㅋㅋㅋㅋㅋㅋㅋ왜 자기 마음대로 남자가 그런 생각을 할거라고 가정하고, 응?, 왜 색골에다 호색한이라고 몰아붙이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여자 때문에 웃겨가지고 지하철안에서 졸린데 잘까, 하다가 책장을 계속 넘겼다. 그러다 더 빵터지는 부분이 나왔다.



제 2장 호텔 '흰 종마(화이트 스탤리온)' , 뺄셈


그즈음 호텔 '흰 종마(화이트 스탤리온)'의 한 방에는 선댄스 키드와 그의 애인 에타 플레이스가 침대 속에 있었다. 둘 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키드." 선댄스 키드의 가슴에 머리를 올려놓은 채 작은 목소리로 에타 플레이스는 속삭였다. 사랑을 나눈 뒤였기에 뭔가 말하고 싶어졌던 것이다.

"키드."

대답은 없었다. 에타 플레이스느느 아주 잠시 실망을 했다. 하지만 할 수 없다. 선댄스 키드는 일 년 내내 사색에 잠겨 있기로 유명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사랑을 나눌 때조차 그랬다. 조금 전만 해도 사랑을 나누면서 뺄셈만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에타." 무거운 목소리로 선댄스 키드가 말했다.

"키드, 뭐?"

"아까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선댄스 키드는 주의 깊게, 말을 고르면서 말했다. "여덟 개의 사과에서 세 개의 사과를 빼면 남는 것은 다섯 개의 사과야. 8 빼기 3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라고 옛날에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어. 그럼, 여덟 마리의 생쥐로부터 세 마리의 너구리를 빼면 뭐가 남을까? 요전에 부치에게 물어보았더니 부치는 '아무것도 안 남는 것 아냐? 그것보다는 내게 잼을 좀 집어 줘' 라고 하던데,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다른 종류의 것들은 뺄 수가 없어."

전에 교사였던 에타 플레이스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럼, 세 개의 크레용에서 한 개의 크레용을 빼면 어떻게 돼?"

"두 개 남지."

"빨강과 노랑과 녹색의 크레용에서 빨간 크레용을 빼면?"

"노랑과 녹색의 크레용이 남지. 키드, 나 좋아해?"

"대답이 다르잖아!"

"빨강이든 노랑이든 녹색이든 크레용은 다 크레용이지."

"카페오레로부터 커피를 빼면 어떻게 되는 거야? 에타, 하나 빼기 하나는 영인가?"

"카페오레로부터 커피를 빼면 남는 것은 우유야. 키드, 생각은 나중에 하고 맥주라도 마시지 않을래?"

"어떻게 빼는 거야, 에타?"

선댄스 키드는 미간에 주름을 잡고 말했다.

"카페오레로부터 커피는 못 뺄 거라고 생각해. 커피에다 우유를 더해 카페오레를 만들 수는 있어도 그 반대는 무리일 거라고 생각해, 에타." (pp.33-35)



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에타가 불쌍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런 대화 틈 사이로 소심하게 키드, 나 좋아해? 라고 물어야만 한다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러니까 침대에서 왜 이런대화를 하는거야, 이 남자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뒤에도 웃긴 부분이 더 있는데 힘들어서 다 못옮기겠고, 아직 40쪽까지밖에 안읽었는데 이 책 재미있다. 뒤에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흥미진진.




아, 그리고 케이트 쇼팽!! 그러니까 나는 알라딘 통합검색에 Kate Chopin 을 넣고 검색하고서는 좌르륵 원서들이 검색되자 번역본이 없다며 아쉬워했던 것이다. 그런데 비밀댓글로도, 트윗으로도, 공개댓글로도, 이미 그녀의 책은 번역된 작품이 있음을 알려주신 알라디너들. 짱이다. ㅎㅎ 고맙습니다!! 내가 왜 영어로 넣고 검색했지? 그래서 한글로 케이트 쇼팽이라고 검색하니 번역된 책이 쫙 뜬다. 하아- 난 도대체 왜이렇게 검색을 못하는걸까.



 


근데...이건..좀 아니지 않나? 표지가..참...읽기 싫게 생겼다;; 자극하려고 덧붙인 부제 같은데, 오히려 더 멀어지게 만든다고 할까. 아니, 이 명박한 세상을 여자가 느껴 깨칠 때, 라니. 이게 뭐야. ㅠㅠ 문학작품의 장르를 뒤바꿔버리는 제목이잖아. ㅠㅠ 누가 이걸 보고 그 각성(Awakening) 이라고 생각하겠어. ㅠㅠ











이건 표지 그림은 좋은데 제목이..여튼 아마도 사게 된다면 이 책으로 사게 될 것 같다.














이브가 깨어날 때.....라니;;

이 책은 어차피 절판이라 살 수 없지만, 아니, 이브가 깨어날 때            라니, 나는 왜 선정적인 생각만 하게 되는가. 쿨럭.













맨 위에 올린 책,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는 현재 품절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싶어서 알라딘 중고샵을 들락날락 거리다가 드디어 알라딘판매로 등록되자마자 잽싸게 구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구하고 싶어도 구하기 힘들겠다. 이 책,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쏠랑쏠랑 병맥주나 들이켜며 한가한 까페에 앉아 슬렁슬렁 발을 흔들면서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나 읽으면서 오늘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맨날 이런 희망만 갖고 있는게 어쩐지 안쓰럽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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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5-29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결론은 책자랑.=3=3=3=3
(구하지 못한다면 다락방님이 읽어주는 수밖에 없죠. 콧소리 뿅뿅 강하게 읽어주세요)

다락방 2013-05-29 09:35   좋아요 0 | URL
아잉~ 저렇게 19금 단어 나오는데 제가 어떻게 읽어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수줍음 많은 여자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yrus 2013-05-29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제목이 마음에 안 들어요. 원제 그대로 '각성'이라고 제목으로 썼으면 검색이 용이할텐데 아예 제목을 바꿔서 나오니까 독자 입장에서는 번역되어 있는지 모를 수 밖에 없는거 같아요. 우스갯소리지만 '이 명박한 세상을 여자가 느껴 깨칠 때'라는 제목을 본 순간에 왜 MB가 먼저 떠오르는지... ^^;;

다락방 2013-05-29 11:20   좋아요 0 | URL
그렇게 떠오르라고 일부러 제목을 저렇게 지은 것 같은데요, 그게 오히려 더 역효과였던 것 같아요;; 저런 제목의 책..읽고 싶지 않아요. 그나마 저 셋 중에서는 [내 영혼이 깨어나는 순간]이 가장 나은 것 같아요. 하핫. 보관함에 저 책으로 넣어뒀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9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갠이치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본 작가입니다. 이 사람 책 참 좋습니다. 대단한 작가예요....

전 이 명박한 세상을... 이거 한국 풍자 작가가 쓴 한국 책인 줄 알았어요.
이명박한 세상이라길래 각하 정권 비판하는 에세이인 줄 알았습니다.

다락방 2013-05-29 13:14   좋아요 0 | URL
이 책의 서문에 자기 장편이 외국에서 번역된 건 지금 한국이 처음이다, 라고 쓰여져 있었거든요. 그런데 곰발님의 댓글을 읽고 검색해보니 오, 책 많이 나왔군요! 저도 이 책 다 읽고 다른 책도 한 권 읽어봐야겠어요. 대단한 작가라고 하시니 궁금하네요. 그런데 지금 이 책도 되게 재미있더라고요. 40쪽까지밖에 안읽었긴 했지만 말예요. 히히. 그런데 이 재미있는 책이 왜 품절일까요? 계속 판매되면 좋을텐데 말이죠.

아무래도 각하 정권 비판으로 보이려고 부제를 저렇게 붙여놓은 것 같은데, 그래서 오히려 문학작품이 아니라 정권 비판 에세이로 보여서 제대로 안읽힌게 아닌가 싶어요. 전 읽고 싶은 의욕마저 떨어지더라고요, 저 제목은. -_-

감은빛 2013-05-29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명박한~'에서 각하를 떠올렸어요.
아마 대부분은 다 그럴듯 싶네요.
책 보다 제목을 저렇게 정한 사람이 누군지 더 궁금해지네요.

'쏠랑쏠랑 병맥주나 들이켜며 한가한 까페에 앉아 슬렁슬렁 발을 흔들면서~'
이 부분 읽고 나니, 일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집에가서 맥주 마시면서 책이나 읽고 싶어지네요.

다락방 2013-05-29 15:5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왜 저 문학작품에 저런 부제를 붙여가지고...아놔 orz

벌써 네 시가 다 되었어요, 감은빛님. 상사 없는 직장은 천국이라 시간이 참 빨리도 흐르네요. 저는 퇴근후에 맥주 일 병 하러 갑니다. 하하하하핫. 부러우시죠? 희희희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