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별로 좋아할 것 같지 않은데 왜 사뒀는지 모르겠다. 고양이 사료 받을라고 산거였나...여튼, 별로 좋지 않겠지, 그렇다면 빨리 읽고 중고샵으로 고고씽, 하며 책을 펼쳤는데, 아이쿠야, 나는 이 책에 밑줄을 긋고 있었다. 밑줄을 그은 이상 내보내지 않기로 결심했다.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 옆에 꽂아둘까 어쩔까 고민 좀 해보고. 


그러니까 내가 이 책에서 제일 처음 밑줄을 그은 건 바로 25페이지의 이런 문장이었다.




그러니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됐다고 해서, 모두에게 그렇게 살라고 희망적인 메세지만 던지려고 하지 않는 저자가 마음에 들었던 거다. '나봐요, 나는 이렇게 했잖아요, 이걸 진정 원했기 때문이에요, 당신들은 왜 못하죠?' 대부분의 꿈을 이뤘다는 멘토들이 해대는 멘트들이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웬디 웰치는 알고 있다. 모두가 다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음을.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그 무엇보다 먹고 살기에 전념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아주 힘든 일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그 점이 고마웠다. 꿈을 좇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의지박약아 취급하지 않아서. 


그런데 읽다보니 이 저자가, 유머감각도 넘치고 마음도 따뜻하다. 새로 정착해 중고서점을 열게 된 마을에 서서히 섞여들어가는 모습이 인상깊다. 헌책방이 단순히 책에 대한 애정만으로는 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실감했다. 헌책방은 책과 '사람'이 있는 곳이었다. 책과 사람이 아주 긴밀하게 연결된 곳이었다. 사람들은 이 중고서점에 들러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한다. 소개되는 사연들이 인상깊은데, 그 중 몇 개의 이야기에는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에세이가 이럴 수 있다니, 이 에세이는 내가 그간 읽어왔던 에세이들에 비하자면 아주 훌륭한 에세이로구나.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 나를 빨아들이다니.



어느 화창한 봄날, 잘생긴 청년이 들어오더니 제임스 패터슨의 책을 찾았다. '터커(라고 하자)'와 나는 교회에서 만나 아는 사이로, 나는 그가 좀더 고전적인 소설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게다가 터커는 이 지역 독서클럽 회원이었는데, 그 독서클럽 회원들은 사람 많은 곳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자기 혼자 욕조에 앉아 있을 때도 제임스 패터슨의 소설 같은 건 절대 손에 잡지 않을 사람이었다. 터커는 자기가 찾는 책의 제목조차 몰랐다(패터슨 군단이 출판한 책이 일흔두 권이나 되는데 제목을 모르면 어쩌라는 건가). 그게 "처음에 나온 책"이라는 것만 알았다.

"혹시 《스파이더 게임Along Came A Spider》을 말하는 건가요?"

"그런 것 같아요." 터커가 쭈뼛거리며 대답했다.

"어쩌다가 이 작가한테 재미 붙였어요?" 터커를 미스터리 및 스릴러 방으로 안내하면서 물었지만, 사실 대답을 듣기도 전에 짐작할 수 있었다.

쑥스러운 표정으로 그가 대답했다. "어떤 아가씨를 만났거든요."

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계산한 페이퍼백을 건넸다. 물론 둘이 잘 안 될 거라고 그 자리에서 말해줄 수도 있었지만, 내 일이 아니라서 그냥 입 다물었다.

터커는 그 뒤로도 패터슨의 소설을 두 권 더 사 가더니 여자친구와 헤어졌음을 알렸다. 그리고 나중에 리 스미스를 좋아하는 멋진 여자를 만나 결혼했다. 우리는 두 사람에게 결혼 선물로 《결혼은 살인이다Marrige Is Murder》《사랑하고 소멸하고 To Love and To Perish》같은 코지 미스터리 열댓 권을 선물했다(코지 미스터리가 뭔지 모르는 독자들은, '주인공들이 새로운 요리법이나 섬세한 수공예에 푹 빠져, 옆에서 누가 죽어다고 콧방귀도 안 뀌는 범죄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pp.229-231)




터커가 고전 취향인데, 좋아하는 여자가 전혀 다른 취향의 책을 읽는다고 해서 그 둘이 '잘 안 될 거' 라고 생각하는 게 내게는 좀 낯설었다. 나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책을 좋아하는 취향은 전혀 다를 수 있는게 아닌가. 나는 오히려 전혀 다른 취향의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는 게 너무 예뻤다. 물론, 저자가 예상한대로 그 둘이 깨지긴 했지만. 이 일화는 '책방 안에서 일어난 일은 책방 안에서만 머문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 소개한건데, 뒷 얘기 때문이다. 뒷 얘기가 더 재밌다. 나는 이 뒷 얘기를 하기 위해 저 긴 걸 옮겼다능...



터커와 그의 아내 '비키(라고 하자)'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갈 때까지 우리 책방을 자주 찾았다. 한번은 내가 비키에게 제임스 패터슨의 소설을 읽어보라고 권한 적이 있었다.

비키는 뒷표지의 소개글을 읽더니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글쎄요. 저는 두어 권 읽어봤는데, 터커는 한 권도 안 읽어봤대요."

머릿속의 생각보다 먼저 내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아니에요. 전에 우리 가게에 와서 몇 권 ‥‥‥" 여기까지 말했을 때 아차 싶었다.

터커의 아내가 썩은 미소라고밖에 묘사할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러더니, 의미를 해석할 수 없는 윙크를 내게 날리고는, 남편이 고전문학을 고르고 있는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듣는 귀가 그렇게 많은데 신경도 안 쓰고 패터슨의 책을 남편 얼굴 앞에 휘두르며 소리쳤다. "거짓말쟁이! 그년하고 데이트한 적 없다며!" (p.231)



하하하하. 어쨌든 이 일로 저자인 웬디 웰치는 교훈을 깨닫게 된건데, 서점을 차리고 정착하기까지 그리고 그 서점의 매출이 안정권에 접어들게 될 때까지, 무모한 도전이었던 만큼, 무계획의 도전이었던 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된다. 


사실,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특히나 마을 주민 한 명이 고양이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는 이야기는 눈물이 핑 고여서 얘기하고 싶은데, 내가 이것저것 다 얘기하다 보면 타자 치느라 팔목이 아플 것 같으니, 다 생략하고, 하나만 더 이야기 해야겠다. 팔목이 두껍다고 더 많은 타자를 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하루는 글을 읽을 수 없는 남자가 서점에 찾아와 '글을 읽는 법'에 대한 책을 사고 싶다고 한다. 웬디 웰치는, 그런 책들이 몇 권 있지만, 이건 글을 아는 누군가가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 혹시 도와줄 사람이 있느냐, 라고 묻는다. 남자는 없다고, 혼자 산다고 한다. 그러자 웬디는 도와줄 사람이 필요할 거라고, 이 동네에도 읽기 강좌가 있을 거라고 하며, 그런 강좌에 대해 알고 있을지도 모를 사람들 세 명에게 급하게 이메일을 보낸다. 



그리고 이 분도 안 되어 전화벨이 울렸다. 제시카가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스티브(라고 하자)'를 어디로 보내면 되는지 알려주었다.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또 전화가 울렸다.

"전화하라더니 통화 중이야?" 이사벨이 뿌루퉁하게 꾸짖었다. "설명해주게 전화 바꿔봐."

그렇게 해서 알아낸 수업 장소로 잭이 스티브를 직접 데려다 주었는데, 알고 보니 스티브의 집에서 몇 블록 안 떨어진 곳이었다(스티브가 이정표와 설명만으로는 못 찾아갈 듯해 일부러 데려다준 것이었다). 두 사람이 나가자마자 또 전화벨이 울렸다. 청소년 단체 관계자가 읽기 강좌를 진행하는 선생님에게 연락해서, 그 선생님이 다시 내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집에 돌아온 잭이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음료가 담긴 잔을 만지작거리다가-밖의 기온이 32도는 됐을 것이다-한마디했다. "대단했어."

"나도 얼떨떨해요." 내가 대꾸했다. "쉰네 살이나 됐는데 자기 이름밖에 못 읽는다니, 믿겨요?"

잭이 손사래쳤다. "내 말은, 우리가 몇 분 만에 네트워크를 가동시킨 게 대단했다는 거야. 그 사람, 겨우 ‥‥‥얼마였더라, 십 분만에 도와줄 사람들이 생겼잖아."

방금 일어난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잭의 말을 듣는 순간 따스한 감동이 밀려왔다. 먼저, 한 남자가 비웃음이나 놀림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외지 출신인 우리 책방에 들어와 도움을 청했다. 둘째, 내가 도움을 청할 사람을 세 명이나 떠올린 것도 새삼 놀라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락을 취한 세 명 모두 거의 곧바로 전화를 해주었다.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pp.302-303)



글을 읽지 못하는 당사자인 스티브에게, 그 사실을 입 밖으로 내서 도움을 요청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당연히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가 용기를 내기 전에 누군가가 먼저 강의 얘기를 했다면, 자칫 스티브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수도 있다. 어떤 이들에겐 자존심이 가장 중요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는 도와달라고 자기 사정을 얘기했고, 이에 웬디는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생각해내고 연락한다. 그리고 그들은 바로 도움의 손길을 맞잡아 응대한다. 그들이 거절하지 않고 도와주려고 했기 때문에, 스티브는, 쉰넷의 나이에 비로소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아흑.



게다가 웬디는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자신이 인정하지 않았던 분야의 책들에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모든 사람들의 책에 대한 취향이 다른것처럼.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나이든 여자가 '딘 쿤츠'의 책을 찾는걸 보고, 그녀의 취향이 이해되지 않았던(전혀 다른 취향의 책도 찾는 여자니까) 웬디는, 그녀로부터 이런 말을 듣게 된다.



"나는 딘 쿤츠의 소설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온갖 시름을 싹 잊게 해주거든요. 이 양반 책의 등장인물들이 겪는 일들에 비하면 나한테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요." (p.377)




아주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헌책방을 운영하고 싶다는 나의 바람은 이 책을 읽으면서 좀 희미해졌다. 그녀의 헌책방이 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그곳을 마을회관처럼 찾는 사람들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이 단골이 되고, 그들과 좋은 친구가 되고, 웬디의 책방을 사랑방처럼 찾는 건 물론 의미있고 뜻깊은 일이지만, 내가 해낼 수는 없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일하는 장소에서, 내가 일하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뜨개질을 하고 독서모임을 하고 글쓰기 수업을 하는 일. 그 일을 내가 좋다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나는 아마도 처음부터 그런 모임을 가지려 하질 않았을 것이고, 추진도 하지 않거니와, 설사 제안이 들어와도 '다른곳에서' 하라며 거절하게 됐을 것 같다. 지역공동체가 살아가는 건 바로 그런 끈끈함이 바탕이 되기 때문일텐데, 나는 그보다는 이방인이기를 더 즐겨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 서점에 가서 책을 구경하고 고르고 사는 일까지는 즐겨할 수 있지만, 자리잡고 앉아 그들의 모임에 참석하는 건 못할 것 같은, 나는 그런 사람인거다. 어딘가에 소속이 된다는 건, 내게는 그다지 달갑지가 않다. 학교도 싫었고 회사도 끔찍한데...쩝. 어딘가에 소속되는 건 이것만으로 정말이지 완전 충분하다.



이 책을 읽다보니 당연히 몰랐던 책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데, 제일 기가찼던 건, 새뮤얼 리처드슨의 [클래리사] 라는 작품. 이 작품은 웬디와 친구들이 '싫어하는 작품'에 대해 얘기하며 언급한 작품인데, 뭐길래 그렇게 싫어하지? 하고 검색해봤다. 호기심에 읽어볼라고. 그런데 헐. 여덟권이나 되는 게 아닌가! 윽.











'보디스 리퍼'라는 장르에 대해서도 알게됐다. '남자가 여자 주인공의 속옷을 찢는 장면이 자주 등장해 붙여진 로맨스소설의 별칭' 이라는데, 아흑, 이런게 어딨단 말이냐, 대체. 보디스 리퍼 장르의 소설 아시는 분들은 제게 추천 좀 해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꾸벅) 읽고싶다 읽고싶다 읽어보고싶다...



밑줄 그은 문장들이 제법 되는데, 그건 봐서 마음이 내키면 옮기던가 해야겠다.




오늘 이 책방에 대한 영상을 찾았는데, 하하하하, 잭과 웬디 모두 내가 상상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reamout 2013-11-13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근하고 들어왔는데, 베트남 쌀국수.. 제목이 반갑네요. 지난주 토욜에 괜찮게 먹었는데.. 다시 생각나네요. Pho....

다락방 2013-11-13 09:12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퇴근하면서 베트남 쌀국수 먹었어요. 국물이 너무 좋아서 그만...소주를 시켜버리고 말았습니다. 하핫. 음주후의 베트남 쌀국수는 정말 좋거든요. 하하핫

에르고숨 2013-11-13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잭과 웬디의 실제 모습 되도록이면 보지 않으려고 책소개에 실린 사진도 애써 외면했던 기억이 나네요. 읽으면서 상상하려고요. 제가 이상한 건지, 때로는 책에 실린 저자 사진도 독서에 거슬릴 때가 있더라고요.
보관함이 또 쑥 커지겠네요, (실례가 아니라면) 지금 몇 권이나 들어있어요?

다락방 2013-11-13 09:17   좋아요 0 | URL
ㅎㅎ 맞아요. 수키시리즈의 '샬레인 해리스' 사진을 보고 책 안의 남자들 멘트에 계속 고개를 갸웃했었던 기억이 나요. 아니, 이 정신나가는 달콤한 멘트들이 어디서 나온걸까. 설마, 설마 다 그녀의 경험에서 나온것인가? 하면서 말이지요. 물론 그보다 더 큰 멘붕은 <아웃랜더>의 '다이애너 개벌든' 이었어요. 저자 사진을 보면 정말이지 ..어..음.....암튼 엄청난 여자가 딱- 보이는데, 그녀가 그려내는 여주인공이 '글래머' 이며 모든 남자들의 정신을 빼놓는 '큰 엉덩이'의 소유자로 나오거든요. 그 때마다 주인공을 매력적인 모습으로 상상하려다가 탁탁 걸려요. 저자 자신이...모델인가. 저자는 자신을..글래머로 생각하는건가, 글래머란 이런 것인가, 하면서 말이지요. 하하하하.

어제 벌써 '샬롯의 거미줄'을 주문 넣었고요, <분노의 포도>도 사야겠고, <성 안의 카산드라>와 <벌들의 비밀생활>도 장바구니에 들어있고. 하아- 의미는 없지만 일단 보관함에 들어있는 책의 권수를 말씀드리자면 '745'권이네요. -0-

아무개 2013-11-13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보디스 리퍼 장르 좀 있음 누군가 댓글 달아주실껍니다. 암요....
터보레이터도 다들 알고 계시는데. 보디스 리퍼 장르 소설쯤이야!!!

2.저도 이 사람들처럼 헌책방 운영하라고 하면 흠...솔직히 자신없어요. 아니 싫다고 해야하나..
이렇게 사람들과 개인적인 접촉을 많이 해야한다는건 생각만해도 손에 땀이... ㅜ..ㅜ

3.저는 오늘 점심에 굴짬뽕 먹으러 갑니다. 회사근처 뽕생뽕사 체인점이 있는데 요근래 먹었던 어떤 짬뽕보다 맛나요 ㅎㅎ

다락방 2013-11-13 09:20   좋아요 0 | URL
1. 보디스 리퍼 장르 제발 좀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읽고싶단 말입니다. 아니, 근데 속옷을 왜 찢는담? 돈 아깝게...전 남자가 제 속옷 찢으면 싸다구 날릴 거에요.

2. 저도 친절한 마음으로 손님을 응대하는건 엄청 자신있는데요, 그들과 개인적 친분을 맺는 건 좀 꺼려져요. 그 많은 사람들과 친밀해지다니. 어휴. 전 때로는 남자친구 하나도 감당이 힘든 사람이라...orz

3. 움화화화핫. 저는 굴짬뽕 싫어하지롱요~ 하나도 안부럽지요~ 움화화화핫

아무개 2013-11-13 10:10   좋아요 0 | URL
오호..... 현빈이 찢으면???? @..@

다락방 2013-11-13 10:11   좋아요 0 | URL
흐음. 흐음. 흐음. 흐음. 이런 곤란한 질문을 하시면 정말 곤란합니다 아무개님.
그럼....어.....

"너 자꾸 이럴거면 니네 집에 내 속옷 많이 사다놔." 라고 해야겠지요. 킁킁.

Mephistopheles 2013-11-13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은 베트남 쌀국수로...저녁엔.....히레사케에 오뎅탕....

다락방 2013-11-13 09:42   좋아요 0 | URL
하앍- 히레사케 오뎅탕..좋다...하잉. 좋으네. 그치만 일단 매운족발 먼저 해결해야겠어요. 매운족발이 급히 땡기네요. 크-

유부만두 2013-11-13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재밌는 동영상이네요.
전 중고서점 경영의 꿈은 갖고 있지 않았지만 이 책을 재밌게 읽었어요. 중간 중간, 제가 좋아한 책에대한 험담이 나올 땐 분노도 하고 애정하는 책에대한 찬사에는 같이 침을 튀기면서(?) 격하게 공감도 하고요. ... 제일 끝 부분의 비추천 리스트와 그 이유 보셨어요? 재밌다니까요! (안나 카레리나가 너무 길어서 비추래요! ㅎㅎ)

다락방 2013-11-13 09:47   좋아요 0 | URL
전 그 비추목록 보고 아 이 사람이랑 나랑은 취향이 정말 다르구나, 안맞겠어, 라고 생각했어요. 세상에 안나 카레니나 비추라니. 그 불륜이야기는 세 장으로 끝낼 수 있다니. 톨스토이 편을 들어줄 수가 없다니. 전 마음 상했어요. 흥!!

그래도 샬롯의 거미줄 궁금해서 주문했어요. 샬롯의 거미줄이 그런 내용(비극)인줄 몰랐거든요.

자작나무 2013-11-13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책 안읽어 주시나요? 낭독도 잘 하시던뎅.

다락방 2013-11-13 10:12   좋아요 0 | URL
요즘엔 매일 술 먹고 잠드는 게 일상이라...쿨럭.

레와 2013-11-13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보겠어요!!!

다락방 2013-11-13 15:12   좋아요 0 | URL
네네, 읽어봐요 레와님!!

프레이야 2013-11-13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트남쌀국수가 급 먹고싶어지는 페이퍼^^ 이 책도 소문 자자하던데 역시 다락방님 페이퍼가 지름신 하강에는 최고에요.

다락방 2013-11-14 08:54   좋아요 0 | URL
저도 베트남쌀국수 먹고 싶어서, 생각하면서 페이퍼 썼다가, 결국 이 날 쌀국수를 먹지 않았겠습니까. 하핫.
 

우리는 그와 헤어진 후 요기를 하러 새거모어 요트 정박장으로 갔다. 잡화상과 우편엽서 가게가 나란한 작은 항만이었다. 화창한 날씨에, 강렬한 색의 풍경과 거대한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거의 닿을 정도로 물가에 인접한 색색의 작은 집들이 잘 손질된 작은 정원과 함께 눈에 띄었다. 우리는 말뚝을 박아 바닷물 위로 테라스를 만들어놓은 식당으로 들어가 스테이크와 맥주를 주문했다. (2권, p.163)

















뭘 준다고 했더라, 여튼 뭘 준다고 해서 이 책의 1권을 사두고 있었다. 근데 뭐였지?... 여튼 1권 읽으며 2권을 살지말지 결정하자, 라고 생각하며 시작했는데, 와- 엄청 빨려들어가는거다. 재미있고 뒷 이야기가 궁금해 빨리 책장을 넘기고 싶어지는거다. 마구 속도가 붙고. 나는 마음이 급해져서 1권의 절반도 채 읽지 않았을 때 당일 배송으로 2권을 주문했다. 


이 책은 재미있다. 팍팍팍팍 책장이 잘도 넘어간다. '조정래'의 <정글만리>도 그랬고, '스콧 스미스'의 <폐허>도 재미있게 팍팍팍팍 넘어갔다. 그러나 이 책,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포함해서 이들 모두를 내가 사랑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누가 물으면 재미있다고 답할것이고, 재미있는 책을 추천해달라면 이 책들을 추천해주기도 하겠지만, 누가 그 작품들을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고민없이 '아니' 라고 말할 것이다. 내가 그 작품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사건'이 필요한 게 아니라, '허를 찌르는 반전'이 있는게 아니라, '엄청난 속도감'이 있는게 아니라,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우아한 문장' 이 필요하다. '줌파 라히리'의 소설에서처럼 대단한 사건은 없어도, 그 인물이 되어 그 감정을 느껴볼 수있게 하는게 내게는 더 중요하다. 나는 그런 작품들을 사랑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보기 보다는 '나였다면' 할 수 있는게 더 중요하다. 아, 그런데 내가 뭘 사랑하는지 얘기하려고 한 게 아니니까 이쯤하고.


위의 인용한 문장을 보며 나름대로 그 풍경을 상상하다가, 너무 좋아서 자지러질뻔 했다. 요트정박장과, 우편엽서 가게를 떠올려보니 너무 좋은거다. 현 빈같은 남자랑 손을 잡고 요트정박장 앞에 멈추어 한껏 요트와 바다를 바라보다가 우편엽서 가게로 들어가 엽서 몇 장을 고르는거다. 이거 좋지? 이건 어때? 이거 살까? 그리고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스테이크와 와인을 주문하고...홍홍홍. 완전 좋아. 나는 이곳의 풍경이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인지 궁금해져서, 새거모어 항만이 있는 뉴잉글랜드의 이미지를 검색해봤다.





밑에 사진은 출처를 모르겠고, 위에 사진은 출처가 써있는데, 저기에 써있는 대로라면, 뉴잉글랜드는 '대서양에 면한 미국에서 제일 작은 주' 란다. 아..좋다. 내가 떠올린 풍경은 위의 사진에 더 가깝다. 레스토랑에 들어가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천천히 꼭꼭 씹어 육즙을 느끼고, 그것을 와인으로 삼키고...아 쓰읍. 침나온다. 굉장히 행복한 그림이 떠올라서, 내가 살면서 언젠가는, 기필코, 꼭 한 번은, 단 며칠이라도 뉴잉글랜드에 가보겠다고 결심했다. 새거모어 항만으로 가서 레스토랑에 들어가야지. 불끈!




"내 조카 중에 보스턴에 사는 애가 있는데, 금융 쪽 일을 하지. 매달 엄청난 돈을 벌고, 결혼을 해서 자식도 셋이고, 아름다운 아내와 멋진 차가 있고, 이를테면 이상적인 삶이었어. 그런데 그애가 어느 날  자기 아내에게 떠나겠다고 선언한 거야. 사랑을 찾았다고, 강연회에서 만난 딸 또래의 하버드 대학생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이야. 다들 정신이 나갔느냐고 펄쩍 뛰었지. 청춘에 대한 회한으로 이성을 잃었다고. 하지만 난 그냥 사랑을 찾은 거라고 생각해. 사람들은 보통 서로 사랑한다고 생각하면 결혼을 하잖아. 그런데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사랑이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찾아오고, 그렇게 진짜 사랑을 만나게 되지. 주위에서는 욕을 하고 난리가 나고 말이야. 수소가 공기와 섞이는 순간처럼,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면서 모두 휩쓸려 가지. 30년의 결혼 생활이 한순간 날아가버리는 거야. 거대한 분뇨 정화조가 끓어오르다가 폭발해 주위 사람들한테 오물을 튀기듯이 말이야. 사십대의 위기, 중년에 찾아오는 육신의 유혹이라는 건 결국 사랑의 중요성을 너무 늦게 깨닫는 사람들, 그로 인해 삶이 완전히 뒤집어지는 사람들 얘기인 거야." (2권, p.190)



오래전에. 짧은 연애가 끝났을 때,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슬펐다. 다시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나타날 것 같지 않아서, 내 삶에 사랑이 이게 마지막일 것 같아서. 그 연애 전에도 그랬다. 이제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거야. 그 생각이 차오르면, 그게 슬펐다. 그러나 그 뒤로도 나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거나 내가 사랑을 느끼는 사람들은 나타났고, 그 뒤로도 연애는 이어졌고 헤어짐은 반복됐다. 이제는 앞으로 내 남은 삶에 얼마나 다른 남자가 나타나고, 얼마나 다양한 사랑의 감정을 경험하게 될까를 기대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설렌다. 정착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랑은 한가지 종류가 아니고, 상대가 바뀔때마다 그 사랑의 빛깔도 달랐다. 아직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랑들이 많다고 생각하면, 나는 어느 남자도 놓치고 싶지 않아지는거다. 그 다양한 남자들을 만나서 숱하게 사랑 고백을 주고받고, 또 내가 그들에게 미칠듯한 사랑을 느껴 뒤로 넘어가고도 싶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어느 날에는, 그게 당장 내일이든 일흔넷이 되었을 때건간에, '엄청난 폭발' 이라고 느껴지는 사랑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내가 그 때 그 순간, 어디서 무엇을 하고있건간에, 모든걸 뒤로 내팽개치고 그 사랑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주변 누군가가 뜯어말릴지도 모르고, 손가락질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도, 다 감당하며 그 폭발속으로 걸어들어갈지도 모른다. 이건, 진짜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만약 내가 그 때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로 묶여있다면?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정을 지키고 내 사랑을 포기하겠다'고 감히 단언할 수가 없다. 만약 그게 진짜, 진짜, 진짜 사랑을 찾은거면 어떡해. 그런데 어떻게 이를 악물고 남편 옆에 있기로 할 수 있느냐고. 아이까지 낳은 상황이라면 결정은 더 힘들어지겠지만, 나는 내가 어떻게 할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지금은 정말이지 확실하게 말할 수가 없다. 


쉽게 예로 들자면,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가 그렇다.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연인이 되었다고 했을 때, 우아- 만날 사람들이 만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브래드 피트는 결혼한 상태였고, 졸리를 만나면서 이혼해야 했다. 그 이혼은 그의 아내에게 상처를 주었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졸리의 가족 역시 마찬가지. 가정이 있는 남자를 사랑했다는 사실 때문에 속상했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피트와 졸리가 서로 '사랑을 찾은'거라면, 거기다대고, 바람을 핀 나쁜놈이라고 무조건 욕하기가 너무 어려운 게 아닌가 싶어지는거다. 그래도 되나.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남편과 아내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지 않고 살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가정을 지키고 살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 쉽게 비난해도 될까. 나는 이걸 잘 모르겠는거다. 물론 가정을 저버리는 사람들이 저마다 '사랑을 찾았다'는 이유로 가버리는 건 아니니까, 대부분은 순간적인 욕망이나 욕심 때문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외도는 나쁜짓이 되어버리긴 하지만, 그래도 어떤이들은, 정말 어떤이들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랑을 맞닥뜨린 게 아닐까. 아, 이런게 사랑이구나, 이게 사랑이야, 하는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면. 그러면 어떡해. 할 수 없지 우리는 이어질 수 없는 운명이야, 이렇게 늦게 만나면 안되는 거였어, 하고 뒤돌아 가야하나. 아, 젠장. 뭘 어째야하는거야!!




가족 때문에 너무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어, 언젠가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젊은 남자랑 바람도 피고 연애도 하고 그러면서 살어. 뭐라고 안그럴게. 엄마도 새로운 남자가 있고 새로운 사랑이 있다는 걸 알아야지. 많은 남자를 만나봐야 할 거 아냐. 그러자 엄마가 내게 말했다.


미친소리 하지말고 너나 잘해.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도 남자 없었는데 엄마한테 남자 생기라고 그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해놓고 웃겨서 웃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니. 사랑이 도대체 뭐니. 사랑이 뭘까. 모든일의 이유가 되고 변명이 되기도 하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쑤셔놓기도 하는, 대체 그 사랑이 뭘까.



"사실 전 별로 소심하지 않은 편인데, 이상하게 제니만 보면 말문이 막혀요. 왜 이러는지 저도 ‥‥‥"

"사랑이지."

"그럴까요?"

"그럼."

"제니는 너무 멋져요. 부드럽고, 똑똑하고, 아름답죠! 이런 얘기까지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전 이따금 제니를 보려고 일부러 클락스 앞을 지나가요. 그냥 보기만 하죠‥‥‥ 제니를 보고 있으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요. 사랑인 거죠?"

"그렇다니까." (1권, p.337)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으면 어떡해야할까. 그 사랑을 드러내고 숨통을 트이게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럴 때면 차에서 내려 클락스에 들어가서 인사를 건네고 싶고, 혹시 일 끝나고 같이 극장에 가지 않겠느냐고 물어보고 싶어요. 하지만 용기가 안 나요. 이것도 사랑일까요?"

"아니, 그건 바보라서 그래. 그런 식으로 했다간 사랑하는 여자를 놓쳐버리지. 소심하게 굴면 안 돼. 넌 젊고 잘생겼고 능력도 뛰어나잖아." (1권, p.337)



나는 많은 순간 바보였고, 바보가 아닌 용기를 택했을 때 절망을 맛보았던 적이 있다. 그것은 내 인생의 쓰라린 실패로 기억되는데, 그러니 나는 어쩌면 앞으로도 몇 번이고 또 바보가 될런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뒤늦게 '이거구나!' 하는게 찾아왔을 때도, 바보가 되어 바이, 사요나라~ 할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내 자신을 찔러댈지도 모른다.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사랑이 오지 않는 것보다는 오는 게 나을 것 같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와 2013-11-0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을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는거 참 쉽죠.
예전엔 가정을 버리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내가 뭐라고.
똑같은 고민을 해봤어요. 다른 사람이 생겼는데 하필 그 사람이 내가 기다려온 바로 '그'사람이였을때, 끝까지 가정을 지켜야 하는건지 마음이 가는대로 해야 하는건지. 어느쪽으로든 선택을 하겠지만 제3자가 그 선택을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건 잘못된거죠.
무튼 아직도 모르겠어요. 지켜야 하는건지, 마음가는대로 해야하는 건지.


현빈같은 남자랑 같이 있다면 마산앞바다 어시장이라도 좋겠수..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3-11-07 12:20   좋아요 0 | URL
마산앞바다 어시장 ㅋㅋㅋㅋㅋㅋㅋㅋ 빵터졌음. 광어회 먹고 싶네요. 크- 차디찬 소주랑 먹으면 정말 좋겠다.
그러게 현빈같은 남자라면 어디든 안좋겠습니까!! ㅎㅎ

아무개 2013-11-07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젊을 적에 죽을것 같은 싸랑 한번 하고 나면
나머지는 다 고만고만해서
어차피 어떤 놈이랑 살아도 그게 그거인 삶이란 생각이 들꺼고
손해보고 산다는 생각은 안해도 되겠지만......

그래도 그러다가도 심장이 터질것 같은 사람을 늙으막에라도 만난다면
쫒아가야죠 ㅎㅎㅎㅎ

다락방 2013-11-08 08:53   좋아요 0 | URL
저는 곰곰 생각해보니 제가 그 사람을 따라서 여정을 함께할 것 같진 않아요. 아마 저는 정말 사랑하는, 가슴 뜨거워지는 사람이라면 소울메이트로 지내면서 옆에 둘듯. 헤어지기 싫으니까요. 하하하하. 모르죠 뭐. 성적 매력이 폭발해서 소울메이트는 얼어죽을, 하면서 매일 붙어 있을지도. ( ")

아주아주 늙어서까지도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헤헷
말씀하신대로, 결국 다 그놈이 그놈이지만 말이죠.

단발머리 2013-11-07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이 페이퍼 진짜 좋아요. 진짜 사랑이란 뭘까요? 사랑이란 건..... 참....

사실 저도 생각 바뀐지 얼마 안 됐는데요 (웬, 커밍아웃?) 뒤늦게 사랑을 찾아서 사랑을 지키겠다는 사람들을 욕할 수만은 없더라구요. 가정을 깬다는 점에서, 아이들에게 무한상처를 준다는 점에서 일단, 욕은 좀 먹어야겠구요.
하지만, 어떻게요. 찾았는데요. 사랑을요.
인제서야 눈이 떠졌는데 어떡해요? 사랑을 잡아야지요. (엥? 잡아?)

근데.... 어떤 사람과 느끼는 사랑이라는 것도. 사람들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느낌, 감정, 이런 것들도 사실 그렇게 오래가는 거 아니잖아요. 그 사람하고도 언젠가는, 짧게는 3개월, 길게 3년 안에는 시들해지는 거잖아요. 그 때, 또! 아, 이 사람이이야! 하면 또 그건 아닌거 같구요.

결론은 나두 잘 모르겠다는건데.
그래서, 결혼 앞둔 후배들에겐 얘기하죠.
죽도록 좋은 사람, 없으면 안 되겠는 사람하고 결혼해. 그래두 맨날 싸워.

참고로 전 싸우진 않습니다^^ 이게 뭐죠?

다락방 2013-11-08 08:57   좋아요 0 | URL
나는 내 사랑과 감정을 희생해서 이 가족을 지키는데 너는 그러면 안되는거 아니냐, 왜 못하냐, 하며 비난의 눈빛과 손길은 무서운 것 같아요. 더 커지고요. 자신은 포기했으니 말이죠.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나는 못했는데 너는 왜그래' 라는 속상함이 아니라, 내가 저걸 포기한 대신 이걸 꽉 쥐었지, 하는 수긍과 확신일 것 같아요.

뭐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저도 잘 못할 것 같긴해요. 이런 문제 말고 여러가지 문제들에 있어서 말이지요. 어휴.

아마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제가 뭘 어떻게 결정할지도 모르겠을 뿐더러 앞으로도 모를것 같아요. (이게 뭔 말인지, 원..)

자작나무 2013-11-08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스는 내 안에 결핍된 것에 대한 갈구지요.
상대방을 원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내 안의 무언가를 상대방에게 투영하고, 그것을 충족시키고자 하지만, 대부분은 실패하는 것.
심장이 터질 듯한 느낌이 괴로우면서도 그것을 다시 느끼고 싶어하는 건 그것이 젊었던 옛날을 상기시켜주기 때문일 거예요.

다락방 2013-11-08 09:00   좋아요 0 | URL
자작나무님의 이 댓글은 뭐랄까...좀 추상적이에요. 현실적으로 확 손에 잡히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어떤 개념에 대한 뭐 그런거요.

'젊었던 옛날' 이라니. 하윽- 네, 벌써 그런걸 떠올릴 때가 되어버렸나보네요.

자작나무 2013-11-08 10:3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내가 락방 님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 안에 결핍된 현실감과 생동감 때문이지요~

네꼬 2013-11-08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 너무 쿨싴 ㅋㅋㅋㅋ
사랑이라고 하면 언제나 뜨거운 여자 다락님. 나는 그래서 다락님이 좋아요. (너무 단순한가!)

다락방 2013-11-11 17:08   좋아요 0 | URL
울 어머니 쿨싴? ㅋㅋㅋㅋㅋ
나는 요즘 네꼬님이 리뷰를 올려줘서 너무 좋아요! >.<
 
추운 날

줌파 라히리의 소설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을 보면요, 미국에 살고 있는 주인공 아시마가 고향인 캘커타를 방문하기 위해 쇼핑을 하는 장면이 있어요. 할머니를 위해 엄마를 위해 이것저것 쇼핑을 하죠.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서요. 고향에 가서 그들이 선물을 받고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정성스레 이것저것 골라요.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는데 누군가 자리를 양보해줘서 고맙게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는데 아시마는 그만 졸아버리고 말아요.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시마가 내려야할 역에 지하철이 정차해있고 문이 열려있는거에요. 아시마는 화들짝 놀라서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내려요. 내리고서야 지하철안에 있던 승객이 자신에게 짐을 놓고 갔다고 말하는 걸 듣고, 아, 쇼핑한 걸 놓고 내렸구나, 라는걸 알아챘을 땐 지하철 문이 닫혀버렸죠. 결국 아시마는 펑펑 울어요. 다시 쇼핑한다고 해도 처음의 그 마음과 그 정성 같지 않을테고, 오늘 쏟아부은 정성이 너무나 허탈하고 허무하고 속상해서요.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남편에게 이 일을 말하니, 남편이 지하철 유실물센터에 전화를 하는거에요. 그리고 잃었던 물건을 찾게되죠. 하나도 없어지지 않은채로. 



네꼬님의 이 페이퍼를 읽으니 아시마 생각이 났어요. 아시마에게 그 순간 지하철유실물센터에 전화해주는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네꼬님에게 그 지친 하루의 위로가 되는 짜장면을 사주는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또있어요. '최은영'의 [오래된 거짓말]요. 그 책에서 여자는 자신이 대학시절 짝사랑했던 남자를 결혼한 후 오랜만에 만나게 되요. 설레는 마음을 안고 그를 만나러 갔는데, 대학시절 그녀의 영웅은 자동차세일즈맨이 되어있었어요. 대학시절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리고 지금의 그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고, 그녀는 그 선배에게 차를 한 대 뽑기로 하죠. 그와의 만남이 파한 뒤, 그녀는 자신의 남편에게 전화를 해요. 평소 남편에게 살갑게 전화하던 여자가 아니어서 남자는 뜻밖이라 생각하고 전화를 받죠. 여자는 남편에게 짜장면을 사달라고 해요. 남편은 아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와 아내와 마주앉아 짜장면을 먹어요. 넥타이를 와이셔츠 의 단추와 단추 사이에 꽂아넣고.


그 장면이 생각나네요.















참고로, 오래된 거짓말의 남자 주인공은, 젓가락질을 잘해요.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먹기전 탁탁, 젓가락을 바로 쥐죠.



이 대리는 테이블 한켠에 있는 플라스틱 수저통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꺼내어 내 앞과 자신의 앞에 열 맞춰 놓았다. 칼날 같은 인상과는 지나치게 동떨어진 행동이라 의외다 싶어서 몰래 남자를 훔쳐보았다. 뜨끈한 국수 국물을 들이켜더니 쇠 젓가락을 식탁 위에다 탁탁 작게 두드리며 키를 맞췄다. 그리고는 도시락 안에 담겨 있던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내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지만 난 그 평범한 행동에 이상하게도 시선을 빼앗겼다.
지난번 식사 때는 정신이 없어서 보지 못했지만 이 대리의 손놀림은 근사했다. 단지 젓가락질을 하는 것뿐인데도 무기를 갖추어 든 병사처럼 날렵하고 우아하게 움직이는 손놀림은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했다. 
(p.67) 




남편과 짜장면이라면, 충분한 것 같아요, 네꼬님.

:)


댓글(8)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꼬 2013-11-06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어제 페이퍼가 너무 길어져서 못다 쓴 말이 있어요. 원래 남편은 음식 많이 시키는 걸 걱정하는 사람이라, 평소 같았으면 고추잡채 + 짜장면 한 그릇, 이렇게 주문하자고 했을 텐데, 어제는 제가 그러자고 해도 안 된다고, 오늘은 남기는 한이 있어도 요리 따로 식사 따로 양껏 먹자는 거예요. 진심으로 감동 받았음.

다락님 이러니까 내가 다락님 좋아할 수밖에 없잖아요. 여기서도 감동받았어요.(아시마 사연 조마조마 ㅠㅠ)
저 책들 다 읽어볼게요. 고마워요. (네꼬남도! 고마워요!!)

* 이 페이퍼 근데, 트랙백을 떠나서도 정말 좋아요.

웽스북스 2013-11-06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앙. 이런 댓글이라니....!!!

치니 2013-11-06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참 다정해요. 대놓고 어제 고생 많았구나 위로하는 게 아닌데도 참 따스하고요. 네꼬님은 행복한 사람. :)

자작나무 2013-11-06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한테도 이런 댓글 달아주세요~

단발머리 2013-11-07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네꼬님 완전 부러워요~~ 이런 댓글이라니~~
네꼬님, 좋으시겠당! (네꼬님, 완전 고생하셨는데, 쏘리~~)

레와 2013-11-07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다.. ^^

turnleft 2013-11-07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줌파 라히리 신작 "The Lowland"를 읽고 있는데, 등장 인물 한 명의 선택이 영 공감이 가지 않아서 좀 답답하네요.
제가 여성이 아니라서, 혹은 여성의 삶에 대해 마음이 열려 있지 않아서 그런가 싶어 빨리 다락방님한테 읽혀 보고 싶어요.

절대 먼저 읽는다고 자랑하는거 아닙니다. :p

다락방 2013-11-08 09:07   좋아요 0 | URL
쳇.
저도 빨리 읽고 싶단 말입니다. ㅠㅠ
미쳐서 원서 살 뻔 했어요. 읽지도 못하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방통대 영문과 다시 들어갈까요? ( ")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평소에 회사에 일찍 도착하는 편이니 지각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급해서 서둘러 움직였다. 밥을 먹고 방에 들어와 어제 배달온 기모스타킹의 포장을 뜯으려 했는데 잘 안 뜯어지는거다. 난 이렇게 언제나 닥쳐셔야 행동하는 기질이 있다. 어제 뜯어 놓았으면 좀 좋아.. -_- 여튼, 그래서 칼을 가지고 포장을 뜯으면서, 설마 병신같이 스타킹을 찢어버리진 않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포장과 함께 스타킹이 찢어졌다. 


.........스바...



이것을 신을것인가 말것인가 오래 갈등하고 싶었지만, 난 지금 몹시 바쁘니 오래 갈등할 시간이 없다. 다행히도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뜯어졌으니 걍 신자, 라고 생각하고 신었다. 집을 나와 엘레베이터를 타면서 버스가 오는 시간을 조회해보니 앞으로 이 분 뒤. 앗, 이거 타야돼! 나는 아파트 입구를 나가면서 다다다다닥 뛰었다. 그리고 버스정류장으로 가기 위해 무단횡단을 하면서 또 다다다닥 뛰었다. 내가 뛰어 버스정류장으로 도착하는 그 즈음, 버스도 저 쪽에서 오고 있었다. 다행. 탑승.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다리가 포근하고 따뜻하다. 캬. 역시 기모스타킹이 짱이야. 이건 바지보다 따뜻해. 지상 최고의 발명품이야. 크. 따뜻해. 이러면서 만족만족 하고 있다가 지하철 역에 내려서 또 다다다닥 뛰었는데 지하철이 막 출발해버리고 말았다. 할 수 없이 책을 꺼내들고 다음 지하철을 기다렸다. 그리고 지하철이 와서 탔는데, 사람들이 몇 없는 지하철안, 내가 앉은 자리의 맞은편 자리는 비어 있었고, 여성용 지갑이 떨어져 있는게 보였다. 헐.



나는 책을 읽으려다 틈틈이 그 지갑을 노려봤다. 분명 지금 이 안에 저 지갑의 주인은 없다. 누군가 주인을 찾아줬으면 좋겠는데, 지금 누군가 저 지갑을 들고 간다고 해도 저 지갑의 주인을 찾아줄 거란 걸 보장할 순 없다. 그래, 내가 내릴 때까지 아무도 저 지갑을 들고 가지 않으면 내가 들고가자, 내가 들고가서 지갑의 주인을 찾아주자,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정직하지 않을거야, 나만이 저 지갑안의 물건을 건드리지 않은채로 주인에게 돌려줄 사람일거야,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지갑 안의 현금은 빼겠지, 그래, 내가 하자, 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내리는 오금역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고 아무도 그 지갑을 건드리지 않더라. 할 수 없이 내가 그 지갑을 주워 들었다. 내가 그 지갑을 줍는 걸 어떤 할머니 한 분이 보셨는데, 그 눈길이 도둑을 보는 것 같았는지는 모르겠다. 주인 찾아줄거예요,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 말을 하는 순간 내가 더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것 같아 걍 아무말도 안하고 그 지갑을 들고 서 있었고, 그 할머니는 자꾸 나를 쳐다봤다. 아씨...줍지 말걸...괜히 주웠나...이제와서 다시 제자리로 갖다 놓자니 그게 더 이상하고.



그리고 오금역에서 3호선을 타고 자리에 앉았는데 너무 찜찜하고 걱정이 쌓이는거다. 지갑을 뒤져서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낸 뒤 어떻게든 연락을 취해 나에게 받으러 오라고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좋을 것 같은데, 그랬다가 괜히 뭔가 나를 의심하면 어쩌나 싶으니 찜찜하고....그래, 경찰서에 갖다 주자. 라고 생각하다 보니 마침 양재역에서 내려 5번출구로 나가면 지척에 파출소가 있지 않은가. 그래, 바로 거기야, 거기다 가져다 주자. 그러면 주인을 잘 찾아주겠지, 경찰아저씨들은 그 지갑안의 내용물을 가져가지 않겠지, 그래, 바로 그거야! 라고 생각하고 안심한것도 잠시, 그렇지만 내가 양재역까지 가는 동안엔 그 지갑이, 남의 지갑이 내 가방 안에 있다. 나는 주인을 찾아줄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만약 지갑 주인이나 혹은 다른 사람이 지금의 나에게 남의 지갑이 있다는 걸 알고 내 가방에서 그것을 꺼내면, 나는 그 물건을 훔친 게 되는건가? 이런 걱정이 또 생겨버리는거다. 그러니까 나는 어쨌든 그 파출소에 가서 지갑을 제출할 때까지는, 훔친...뇬 인건가. 만약 지금 누가 내 가방에서 그 지갑을 꺼내어 '이건 네 지갑도 아닌데 왜 가지고 있지?' 라고 캐묻고, 내가 '경찰서에 가져다 주려고 했어요, 주인 찾아주려고 했어요' 라고 했을 때 과연 상대는 내 말을 믿을것인가, 를 생각해보니 아무도 안 믿을 것 같은거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갑자기........김기덕의 <나쁜 남자> 가 생각났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무서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스바. 이 미친 오지랖. 괜히 주웠어. 이제와서 그렇다고 꺼내어 버릴 수도 없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안주웠다면, 다른 사람이 주워서 그녀의 신분증이 타인에게 노출된다면, 지갑 주인이 험난한 미래를 맞이할 수도 있을테니 잘한거라고 생각하려고 했지만, 그 때마다 자꾸 김기덕의 나쁜 남자가 생각나서 ㅠㅠ 그 여자가 서점에서 남의 지갑을 주웠던 게, 그러다 결국 나쁜놈들에게 끌려가버렸던 게, 자꾸 생각나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책을 읽으려고 펼쳤지만 활자가 눈에 들어오질 않아, 이 재미있는 책이 눈에 들어오질 않아. 나는 자꾸만 지금 도착한 역이 어디인가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리고 드디어 양재역. 내가 양재역에서 내려 파출소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에게도 잡히지 않으면 돼, 그러면 돼. 라고 바쁘게 걸음을 옮겨 파출소로 향했다. 파출소로 가는 길의 버스정류장 안내판을 보니 내가 타야할 버스가 앞으로 3분 뒤에 도착한다고 한다.



그래. 파출소에 가서 이 지갑을 주고 돌아나오는 데에는 2분정도면 충분하다, 저 버스 탈 수 있어. 



그리고 파출소에 도착해 지갑을 주웠다고 하며 경찰의 손에 건넸다. 경찰 아저씨들이 많았고 젊고 잘생긴 경찰은 그들중 아무도 없었다. 저 이제 가도 되나요? 라고 돌아서 가려는데 경찰아저씨 한 분이 내용물을 같이 확인하자고 했고, 한 분이 내게 아가씨 연락처를 적으라며 무슨 노트를 내밀었다. 거기엔 어디서 주웠는지를 써야했다. 그 과정을 마치고 가도 될까요? 저 출근해야 해요, 라고 물으니, 아 출근하시는 중이구나 네 가셔도 돼요, 라고 한다. 나는 바쁘게 움직여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마침 버스가 온다. 꺄울. 나이쓰. 버스를 탔다. 그런데 기분이 좋은거다. 그건 지갑의 주인을 찾아주게 되어서가 아니라 경찰아저씨가 '아가씨' 라고 했기 때문. 지난 주말에 산에 가다가 어떤 할머니 한 분이 내게 '아줌마 길 좀 물읍시다' 라고 했었는데, 그 상처가 아직 지워지지 않고 깊이 깊이 남아있어서.........그랬는데...............아가씨라고 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회사에 도착했는데 타부서의 직원 한 명이 모카번이라며 빵을 준다. 나는 그 직원에게 말했다.



내가 우리회사에서 당신을 제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나요? 라고.






나도 눈동자 이런 색이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이런 색이거나.





댓글(31)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유부만두 2013-11-05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동자만요???

다락방 2013-11-05 09:01   좋아요 0 | URL
네?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작나무 2013-11-05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좋은일 하셨으니 나중에 복 받을거예요 근데 찢어진 스타킹이라니...웬지....

다락방 2013-11-05 14:00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로또 한 번 사볼까요.. 찢어진 스타킹이 왜요. 아무도 몰라요. ㅎㅎ

세실 2013-11-05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스바~~~ 시원해라!
스타킹만 찢어져서 다행이예요~~~~
참 착하고 반듯한 다락방님^^
그나저나 '내가 우리회사에서 당신을 제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나요?' 라는 멘트를 받은 그 분 하루종일 행복했겠다.

다락방 2013-11-05 14:01   좋아요 0 | URL
전 별로 착하지도 않고 반듯하지도 않습니다, 세실님. 착하고 반듯하면 스바- 이런걸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쓰겠습니까. ㅋㅋㅋㅋㅋ 불량한 여자사람인 겁니다. ㅋㅋㅋㅋㅋ

그 동료직원은 조만간 다른 빵도 또 사와서 준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게 일 년뒤가 될 지도 모른대요. 므흐흐흐

레와 2013-11-05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고프겠다.
(모카번 하나로는 부족할텐데... ( ") ㅋㅋㅋㅋㅋㅋ)

난 니콜 키드먼 같은 사파이어+블루로다가..ㅎㅎㅎㅎㅎ

다락방 2013-11-05 14:02   좋아요 0 | URL
님하..왜 하나일거라고 생각해요. 두 개 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두 개 번개같이 흡입! 동료가 커피 내려준다고 했는데 내리는중에 이미 흡입완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3-11-05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05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3-11-05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이렇게 험난한 출근길이라니요. 오늘 점심은 고기를 꼭 드셔야 겠습니다.
가능하다면 낮술도 한잔 곁들어서요.^^

2.저는 지갑을 가끔 줍는데 내용물이 아무것도 없는것만 줏었어요.
아마 볼일 보신 분들이 다 끝나고 그냥 휙~버린 지갑들인듯. 아쉽게도!

3.이제야 <참을수 없는~>읽기 시작했어요. 첫 문장부터 니체의 영원회귀라뇨.
이건 기대하던 바가 아닌데요. ㅜ..ㅜ

4.너무 투명한 눈동자는 제가 촌스러워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좀 징그럽드만요.
저는 따뜻해 보이는 다락방님의 갈색 눈동자가 좋던걸요*^^*

5.참...모카번 따위로 회사에서 제일 좋아하는 직원이라면...
저는??????

다락방 2013-11-05 14:07   좋아요 0 | URL
1. 점심은 잡채밥 먹었는데 오늘 잡채가 다 불어있어서 별로 맛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살아야 하니까 싹싹 긁어 말끔하게 다 먹었습니다.

2. 지갑을 줍는다는 건 선의로 하기 참 껄끄러운 행동인 것 같아요. 아마도 김기덕 감독의 영향 탓이겠지만-_- 참..또 이런일이 생기면 또 이래야 하나...고민스럽네요. 에휴.. orz

3. 아, 그 책의 첫 문장에 그런 말이 나오나요? 전 읽던 도중 베토벤에 대한 얘기 나왔던 게 기억나네요. <꼭 그래야만 했나?> 라는 그 문장요. 거기에 대해서도 쿤데라가 아주 길게 말했던 것 같은 기억이....나중에 제가 다시 읽게 되면 또 다시 얘기해요.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쿨럭.

4. 아무개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부끄럽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잉 몰라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 아무개님은 제가 일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기대하는 분입니다. 앞으로 엄청 크게 되실 거에요. 그정도를 통크게 쏘시는 분이시라면(!!) 크게 되실 게 분명해요!!!!!!!!!!!!!!!!!!!!!!!!! >.<

에르고숨 2013-11-05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으로는 무슨 범죄물의 후기인줄 알았어요. 파출소와 눈동자의 이런 조합은 정말 다락방 님밖에 쓸 수 없는 따듯한 페이퍼, 에긔! 좋아요. (댓글 아직 20개 아니지요..? 아임인.)

다락방 2013-11-05 14:08   좋아요 0 | URL
파출소와 눈동자......라니 생뚱맞네요(라고 마치 내가 쓴 게 아닌것처럼 외면한다).
에르고숨님은 다락방의 페이퍼를 좋아하고 다락방은 에르고숨님을 좋아하고.
므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흣

관찰자 2013-11-05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이 버스 잡으러 뛰는 내내,

'저러다 스타킹 올이 계속 밑으로 내려가서 결국 다 보이는 위치까지 내려오지 않을까'

괜히 조마조마 했네요.

그치만 이야기는 해피엔딩. ^^V

다락방 2013-11-05 14:09   좋아요 0 | URL
이게 기모스타킹이라서 그런지 올이 풀려서 밑으로 내려오고 그러진 않네요, 다행스럽게도. 사실 저도 그 부분을 약간 걱정했었거든요. 희희희희. 집에가서 꾸매가지고 신어야겠어요. 기모니까 가능하겠죠? 홍홍홍.

네꼬 2013-11-05 23:31   좋아요 0 | URL
꼬매는 게 더 위험하지 않을까요? 실 무게 때문에... (근거는 없습니다만..)

단발머리 2013-11-05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입니당 ㅋㅎㅎㅎㅎ

오늘은 11월 5일입니다.

다락방 2013-11-05 14:22   좋아요 0 | URL
일단 제 댓글은 갯수에서 빼야되는 거고요,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 ")

단발머리 2013-11-05 14:29   좋아요 0 | URL
아? 그러는 거예요?
11월은 30일뿐이란거 잊지 마세요~~~~~ *^^*

다락방 2013-11-05 14:30   좋아요 0 | URL
네? ( ") 네...............( __)

네꼬 2013-11-05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헝 다락님, 나도 오늘 힘든 하루였어요. 으헝헝헝헝.

다락방 2013-11-07 12:22   좋아요 0 | URL
으응. 그래도 짜장면하고 탕수육이 있었으니까. 같이 먹어줄 사람도 있고. 따뜻해져요, 네꼬님.

2013-11-06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11-07 12:22   좋아요 0 | URL
므흐흐흐흣
네네 좋아요, 좋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3-11-06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같아요.
대사도 들리고 졸리가 막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여요 ㅎㅎㅎ

다락방 2013-11-07 12:22   좋아요 0 | URL
하아- 실제로 보면 졸리가 아니라 돼지가 뛰어다니는 걸텐데...하아-

아지라엘 2013-11-09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일이 와서 우연히 들어왔다 갑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다른글도 읽다갈게요~~~

다락방 2013-11-11 17:09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게 잘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포오브 2013-11-10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일이 와서 첫대목이 평소에 출근-지각 어쩌고 하는 말에 호기심이 와닿아서 클릭해봤다가 읽게 되었네요.. *_~
(제가 소시적에 지각대장이였던 관계로;;)
후훗.. 다락방님, 글 잼나게 자알~ 읽었어요.. 착한 일 하셨네요.. 복 받으실 거예요.. 짝짝짝 ))))) ^^*
글 잼있게, 실감나게, 잘 쓰셨네요 ㅎㅎ 남의 서재에다가 댓글 달아보기는 알라딘을 따랑하면서도 첨이네요..^^*
언제나 일이 닥쳐야 행동하는 기질이 있다는 거 어쩜 저하고 똑같으세요..^^; ㅋ_ㅋ
(아.. 나도 찔려..ㅋ 그래서 언제나 일상생활에서 정신없이 허둥댈때가 많지요?! 긁'적')
아만다 사이프리드 좋아하시나 보네요.. ㅎㅎ 사진도 잘 보고 가요.. ~_~

다락방 2013-11-11 17:10   좋아요 0 | URL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 눈동자 색깔이 좀 특이하고 예쁜 색깔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그만.. ㅎㅎ
 










'니콜 모니스'의 <칸지의 부엌>을 읽으면서 중국이란 나라에 대해 아주 조금, 정말이지 아주 조금 알게 됐었다. 이를테면 그들은 자신들의 음식에 대해 엄청나게 자부심을 가진다는 것. 작가는 중국에서 오랜 기간 사업하며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했으니 전혀 엉뚱한 내용을 쓰진 않았겠지만, 중간에 매춘하는 여자에 다룬 부분에 대해서는 '흐음' 하며 약간 찜찜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서양인들이 보기에 동양인들이 매춘을 하는 약자 혹은 수동적 인간으로만 보이는건가 해서. 그러니까 중국의 매춘을 다룬 것 자체가 편견과 어긋난 시선, 그런걸로 보인 탓이다.


그러나 그 찜찜함이 '조정래'의 <정글만리>를 읽으면서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작가는 얼마나 오랜시간을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내가 알지 못하는 중국이 그 책 안에 있었다. 가난하고 후지고 짝퉁만 만들어낸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정말이지 그건 중국에 대한 극히 일부이며 편견이었다. 짝퉁을 만들어낸 것 자체가 중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닌데 왜 그걸 그렇게 죽일듯이 생각하냐는 중국 대학생들의 토론 장면은 인상 깊었다. 중국에서 먼저 만들고 다른 나라들이 따라한 것도 많은데. 게다가 중국의 역사는 깊고도 깊었고, 그 인구는 실로 방대해서, 성매매에 나선 여성만도 1억이 넘는다고 되어 있었다. 이것이 중국의 현실이라고 봤을 때, 니콜 모니스가 본 자신의 남편과 원나잇을 한 상대는-그 여자가 성매매에 나선것도- 드문것도 아니었고, 편견에 의한 것도 아니었다. 중국에서 오랜 시간 살아오며 봐왔다면 그런 여자들을 보는 것도 역시 어렵지 않았을터다. <정글만리>를 읽으면서, 내가 <정글만리>를 먼저 읽고나서 <칸지의 부엌>을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샤오루 궈'의 <연인들을 위한 외국어사전>을 읽으면서 <정글만리>가 도움이 되었다. 연결된 독서란 이런것일까, <정글만리>에서 몇 번이나 언급되던 '마오주석'의 '하늘의 절반을 떠받치는 건 여자' 라는 말이 <연인을 위한 외국어사전>에도 나왔고, 당에 소속된다는 것, 거기에서 개인은 사라진다는 것 등을 이해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는거다. 크~ 이것이야말로 연결된 독서로구나. 알면 알수록 더 많이 보이는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게 훨씬 많아진다. 이해도 쉬워진다. 멋진 경험이었다. 



그러다 중국 여성들의 성매매에 대해서 생각했다. 정글만리에서도 언급이 되는데, 대학까지 졸업한 여자들이 부자 남자들의 '얼나이'(첩)가 되는 걸 마다하지 않는게 어딘가 모르게 안타까웠다. 그러나 그것을 그저 손가락질 한다고 그만일까, 하면 그것도 아닌것이, 애초에 '대학까지 가서 학업을 하는 이유'가 뭘까. 더 나은 직장을 얻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닌가. 그런데 부자 남자의 얼나이가 되어 자신들이 먹고 싶은 걸 먹고 입고 싶은 걸 입고 산다는 데, 거기에 대해서 그건 옳지 못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애초에 인생의 목표 자체가 '어떻게든 잘 먹고 잘 사는 것' 이었다면, 누군가의 얼나이가 되어 노동하지 않고 부유하게 사는 게, 그 사람에게는 목표의 달성이 아닌가 말이다. 남자들은 자신들의 얼나이가 대학까지 나왔다는 사실을 자랑스레 떠벌린다. 그것은 그들에게 힘을 준다. 열심히 공부해서 누군가의 얼나이로 안착하며 살아간다는 것, 그렇게 사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것에 대해 어딘가 삐끗한 느낌을 주는데, 그걸 과연 비난하는 게 옳은가 하면, 대체 그 비난은 누가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도 잘 모르겠다. 흐음..역시..잘 모르겠다.






금요일에는 H를 만나 종로에서 술을 마셨다. 2차로 간 술집에서 우리는 돈까스 안주를 주문했는데, 15,000원이나 하는 돈까스는 이런 모양새로 나왔다.



헐. H와 나는 이걸 보고 깜짝 놀랐다. 설마...이 하얀거, 잔뜩 위에 뿌려진 이 하얀 게... 마요네즈...는 아니겠지? 설마 돈까스 위에 마요네즈를 뿌리진 않겠지? 에이, 말도 안돼. 그리고 포크로 살짝 찍어 먹어 보았다. 헐. 마요네즈였다. 우린 당황했다. 아니..돈까스에 이렇게 잔뜩 마요네즈를 뿌리다니, 이게 뭐지? 왜 돈까스에 마요네즈를 뿌리지? 도무지 이걸 먹을 자신이 없었다. 우리는 종업원을 불렀다. 마요네즈를 먹을 수 없으니 바꿔달라고 했다. 종업원은 몹시 꺼리는 표정으로 가져가면서, 이건 사장님께 말씀드려야 한다고 했고, H 는 그러라고, 사장한테 말하라고 했다. 그런데 잠시후,


무섭게 생긴 남자가 우리 테이블로 왔다. 나는 겁이 났다. 그는 뭐라해야하나, 깡패같은 포즈로, 돈까스에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었다. 아..완전 무서웠다. 우리를 한 대 칠 것 같았......벌렁벌렁하는 가슴으로 앉아있는데 내 앞에 앉은 H는 '그렇다, 마요네즈 뿌려진 돈까스를 먹을 수 없다, 바꿔다오 '라고 했다. 그러자 사장은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다, 소스를 따로 드리면 되겠냐' 고 묻는거다. 우리는 그렇다고 했다. 그랬더니 사장은 '미리 말을 하면 따로 줬을것이다' 라고 한다. 에라이, 모르겠다. 나는 말했다. '돈까스에 마요네즈를 뿌려 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라고. 나는 아직 한 번도 돈까스에 마요네즈 뿌려주는 음식점(혹은 술집)을 가본 적이 없는데, 이게 참... 어쨌든 잠시후 소스를 따로 덜어서 돈까스를 새로 나왔다. 아 깜짝이야. 완전 두근두근했어. 너무 무서워서 닥치고 먹어야 되나 잠깐 생각했는데, H는 본인도 무서웠을 것 같은데, 쫄지 않았...어휴...무서워... 혹시 모르니 다음엔 H 한테 싸움 잘하냐고 물어봐야겠다. 쿨럭.




어제 일요일엔 김치부침개가 먹고 싶었다. 남동생은 하지 말라고 했다. 엄마가 팔 아픈데 무슨 부침개냐고. 나와 엄마는 동시에 말했다.


"내가 하면 되지."

"누나가 하면 되지." (이건 엄마가 한 말)


그러자 남동생이 말했다.


"그럼 맛이 없잖아!"


하하하하하하하하. 우린 다들 빵터졌고, 결국 부침개를 해먹지 않았는데, 그래도 내가 요리란 걸 해본답시고, 어제 한 계란말이. 그게 이런 꼴이었다.



이게 (계란)말이야 덩어리야....쩝. 나는 왜 뭘 해도 이모양이냐...

어릴 적에는, 내가 뭐든 잘하는 아이인 줄로만 알았다. 못하는 게 없는 아이.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해서 도대체 뭘 더 잘하는지 모르겠는 그런 아이. 그러나 그건 대!단!한! 착각이었다. 니미. 현실의 어른인 나는, 아무것도 잘 하는 게 없는 사람이다. 심지어 계란말이조차 저렇게 지저분한 덩어리로 만들어버리는 사람. 쩝..피아노도 못치고 요리도 못하고 그림도 못그리고 게으르고....




아침엔 김치와 시금치된장국 고추장아찌등를 반찬으로 해서 밥 한그릇을 뚝딱 비워냈는데, 어제 남동생이 저녁에 포장해 온 피자를 먹지 않았던 게 생각나, 그걸 한 조각 데워달라고 엄마에게 부탁했다. 엄마는 데워줬고, 나는 그 한조각을 또 말끔히 먹어 치웠다. 와...배가 터져버리는 줄 알았어. 분명 오늘 아침 출근길엔 뒤뚱거렸을거다. 그런데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소화가 다 되어버리고 말았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슬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배고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책 살까? ㅠㅠ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3-11-04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04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작나무 2013-11-04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지한 책감상에서 소소한 일상생활로 쉬프팅후 먹거리로 마무리되는 포스팅이 가히 천의무봉의 경지로다!

다락방 2013-11-04 17:06   좋아요 0 | URL
천의무봉: 하늘나라 사람의 옷은 바느질 자국이 없다는 뜻으로, 시문 등이 일부러 꾸민 데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면서 완전무결하여 흠잡을 데가 없음을 이르는 말, 일부러 꾸민 데가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면서 완전무결하여 흠 잡을 데가 없다.

천의무봉 사전 찾아봤네요. ㅎㅎㅎㅎㅎ

가연 2013-11-04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앙.. 돈까스... 저는 어제 피자 1판을 몽땅먹어버렸습죠. 덕분에 오늘저녁은 굶었는데.. 슬슬 라면이 먹고 싶네요

다락방 2013-11-05 09:01   좋아요 0 | URL
으악 저도 라면 먹고 싶네요. 지금 배가 터지는데 ㅋㅋㅋㅋㅋ 라면은 너무 매력적이에요 ㅠㅠ 이 세상에 모든 몸에 나쁜 음식은 전부 매력적인 듯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쁜 남자가 매력적이듯이...(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