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대의 '엘레나'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내 몸이 내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병. 약을 먹어야만 비로소 뇌가 보내는 신호가 나의 팔다리에 도착하는 그런 병이다. 그나마 약효의 지속도 몇시간 뿐인지라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내가 아무리 팔을 들어올리고 싶어도 내가 아무리 걷고 싶어도 다리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고개는 언제나 푹 숙여져 있어서, 앉아 있다면 상대의 다리만 볼 수 있고 서 있다면 상대와 눈을 마주칠 수가 없다. 약을 먹어도 고개는 들어올려지지 않는다. 화장실가서 소변을 보는 일도 어렵고 언제나 침을 흘리고 지낸다. 그런 그녀를 사십대의 딸 '리타'가 돌보아주고 있었다. 어머니의 약을 챙겨주고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챙겨주고 건강보험을 챙겨주고 … 그런 딸 리타가 어느 날 성당 종탑에 목을 매달고 죽었다. 경찰은 자살이라고 했다. 모두가 자살이라고 한다. 그러나 엄마 엘레나는 그걸 믿을 수가 없다. 아니, 걔가 비오는 날 성당에서 자살한다고? 그건 말도 안돼, 걔는 비오는 날에는 성당 근처에는 얼씬도 않는애야, 어릴 때 제아비로부터 비오는 날 성당의 종탑 밑에서 피뢰침 맞고 죽은 신부의 이야길 듣고 비오는 날이면 성당 근처로는 절대 안가는 애라고, 그런데 비오는 날 성당에서 자살했다고? 아니, 아니란 말야!


그녀는 경찰에게 이건 자살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하지만 경찰은 이미 사건을 종결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엘레나는 이제 자신의 딸에게 일어난 일을, 분명 자살이 아닐테니 딸을 죽인 범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파킨슨병은 그녀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게 해. 내가 생각도 하고 추리도 할건데, 그런데 이 몸으로는 안되겠다, 몸이 필요하다. 내 대신 조사해줄 몸, 육체가 필요해. 엘레나는 생각 끝에 이십년 전 인연을 소환한다. 그래, 맞아! 그 여자! 이십년전 리타가 구해준 여자, 리타에게 빚을 진 여자! 그녀는 우리에게 빚을 갚아야지, 그녀에게 사정을 얘기하자, 리타가 죽었다고 얘기하자, 그러면 그녀는 나를 도와줄거야! 지금 시급해진 일은 일단 그녀를 찾아가는 일이다. 약을 먹고 약효가 돌기를 기다리고, 자 이제 한 다리를 들어 올릴 수 있다, 다음 다리도. 남들보다 몇 배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간 맞춰 기차를 타러 가자. 간신히 기차를 타면 어느 역에서 내려야 할지를 알고, 거기서는 택시를 타야겠다, 나는 그녀의 집을 알아, 일단 가서 얘기만 하면, 그 다음은 그녀가 도와줄거야.



엘레나에겐 가족이라곤 리타 뿐이었다. 게다가 엘레나의 몸은 어떤 몸인가. 움직일 수 없는 몸이다.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이다. 뇌의 신호를 전달하는 도파민에 오류가 생긴 몸이다. 그런 그녀를 리타가 수족처럼 도와줬는데, 돌봐줬는데, 그런 리타가 없다. 앞으로 그녀의 삶은 어떻게 될까. 그 몸으로 혼자 살아야 할 엘레나는 딸의 죽음이 비극이지만, 혼자 남은 삶도 힘겨울텐데. 


그런 한편 나는 리타의 죽어감을 생각했다. 그녀가 어떤 식으로 죽었든, 죽기 직전 그녀가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죽기 싫다'일 수 있겠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강하게 '우리 엄마 어떡하지?' 가 아니었을까. 나 아니면 밥도 약도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사람, 나의 돌봄이 강렬히 요구되는 사람, 내가 아니면 나처럼 돌볼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는 우리 엄마. 그런 엄마를 두고 죽어가는 리타의 마음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죽기 직전까지도 마음이 아프지 않았을까. 나는 책이 막 시작된 부분에서, 엘레나가 약효가 돌기를 기다리다가 가까스로 다리를 움직이기도 전부터, 리타의 죽음을 생각했다. 죽어가는 그 마음을. 고개를 들지 못하는 우리 엄마, 를 두고 죽어가는 그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엘레나의 처방전은 이제 누가 받아다주나.


그렇게, 기어코 엘레나가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몸이 되어줄 상대를 찾아갔다면, 그렇다면, 그녀는 그녀가 원하는대로 딸을 살해한 범인을 잡아낼 수 있을까? 


처음 몇장만으로 이 책은 파킨슨병에 걸린 육십대 여자가 딸의 살인범을 찾는 추리소설로 읽힌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몸이, 그런 엄마의 옆에 있을수밖에 없는 리타의 돌봄이 드러난다. 어라, 이것봐라? 종국에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가까스로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너 내 딸에게 빚이 있잖아, 이제 그걸 갚을 때야. 그런데 상대가 말하는거다. 내가 네 딸에게 빚이 있다고? 무슨 소리야? 난 그런 적 없어! 그리고 다시, 몸의 이야기. 여자의 몸이 놓인 상황에 대한 이야기. 책의 마지막에 이르면 아픈 몸, 갇힌 몸, 살고자 몸부림치는 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난 이 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한 물음은 단순히 아픈 몸이어서가 아니라, 건강한 몸이어도 마찬가지다. 내 몸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건, 파킨슨 병이 그렇게 만든 것이기도 하지만 가부장제가 그렇게 만든 것이기도 하다. 엘레나의 몸은 파킨슨의 지배를 받고 있다면, 파킨슨을 만난적 없던 다른 여자의 몸은 남편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 몸은, 그렇다면 누구의 몸인가. 



와,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는데. 처음엔 리타를 죽인 범인을 찾아라! 그러나 몸이 불편한 엘레나가 찾을 수 있을까? 했다가 책장을 덮을 때면, 왜 나의 몸, 나라는 이 여자의 몸을, 그러나 내가 원하는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인가, 생각하게 되고,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상황에서 내 의지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피해자로만 두어야 하는가, 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나는 억압받는 몸이기만 했나, 억압받는 내 몸으로 타인의 몸을 다른 식으로 억압하지 않았나. 



이 책은 아르헨티나 작가의 책이다. 분량도 적어서 금세 읽히는데, 그러자 나는 이 이야기가 원서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너무 궁금해지는 거다. 번역서와 나란히 놓고 본다면 이 이야기가 더 깊게 들어오지 않을까 했던 것. 그러나 아르헨티나 작가라서 원서는 스페인어였고, 나는 스페인어는 el beso 밖에 모릅니다.

















왼쪽의 <Elena Sabe> 는 스페인어, 오른쪽의 <Elena Knows>는 영어책이다. 아무튼 그래서 원서도 영어책도 안샀다는 이야기. 그런데 엘레나 사베 표지 너무 좋지 않나요? 비록 표지속의 여자는 걸음이 자유로워 보이지만 말입니다.



일요일에 이 책을 읽고 전형적인 표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좋은 책을 읽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그 책을 권할 때 쓰는 클리셰.


'일독을 권한다'


여러분,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

번역된 이 작가의 책은 이거 한 권 뿐이던데 다른 책들의 번역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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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6-13 08: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포일 안 하려고 애쓰신 게 느껴지고 ㅎㅎ 궁금하네요. 추리물로 시작된 소설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세상에 재미난 책 왜이리 많은가요 기쁘고 슬픕니다 ㅠㅠ

다락방 2023-06-13 08:47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스포일 안하려고 엄청 애를 썼어요. 그걸 느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책이었어요, 독서괭 님. 아 정말 책읽는 거 너무 즐겁지 않나요? 전 너무나 좋습니다!! 꺄울 >.<

건수하 2023-06-13 09: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서 급박해집니다.

El beso 가 뭔지 몰라서 찾아보았어요. 전 El Nino를 압니다! ^^

다락방 2023-06-13 11:20   좋아요 3 | URL
저 지금 또 급박해져서 책 사러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맹의 섹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6-13 13:05   좋아요 0 | URL
그게 뭐죠... 동맹속의 섹스???

다락방 2023-06-13 14:14   좋아요 3 | URL
네, 동맹 속의 섹스! 정희진 오디오 매거진 듣는데 쌤이 언급하시더라고요. 뭐 그런 제목의 책이 있어? 검색했더니 있길래 잽싸게 장바구니로 고고!! ㅋㅋ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1853

잠자냥 2023-06-13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el beso ㅋㅋㅋㅋㅋ 유일하게 아는 스페인어가 그렇게 쓰였군요!
아휴 이 급박자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13 11:56   좋아요 1 | URL
관심있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엇보다 절절하게 온몸과 마음을 다해 생각하게 되는 순간중 하나가 바로 사랑이 괴로운 날인 것 같다. 우리가 연애와 사랑 때문에 삽질하는 시간은 누구나 철학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깊이 생각하고, 생각을 잘 정리하며 확장하는 힘은 연애에 아주 큰 힘이 된다. 그리고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서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 이제부터 함께 생각해보자. - P7















본격적으로 사랑에 대해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된 건 2017년 이었다. 5월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니, 4월이었는지도. 그즈음의 나는 그 당시의 연애 때문에, 정확히는 내 사랑 때문에 지독하게 괴로웠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내 사랑은 내 뜻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그 때 어떤 일이 발생했고 그 일은 나를 침몰시켰다. 나는 그게 너무나, 너무나 괴로워서 숨쉬기도 힘들었고, 이에 대해 누군가로부터 명쾌한 어떤 해결책 혹은 방법에 대해 듣고 싶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나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를 밝혀야 했고, 그러나 그 일을 밝히는 것은 내 자신 스스로가 허락하질 않았다. 너무 괴로워서, 정말이지 너무 괴로워서, 나는 내가 그토록이나 좋아하던 상대에게 '우리 잠깐 시간을 갖자' 고 말했다. 지금의 이 폭발적인 괴로움은 관계를 더 엉망으로 만들 것 같았고, 나의 못난 모습을 한꺼번에 튀어나오게 할 것 같았다. 그런 한편, 어떻게든 그가 나를 잡아주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게 그게 아니라고, 그걸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말라는 말들이 필요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며칠간을 힘들게 보내면서, 왜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이렇게나 힘이 든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힘든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나는 그가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길 바랐지만 그는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는 것. 내가 바란 걸 그는 다 충족시켜주지 않았고, 그건 그가 바라는 바와 내가 바라는 바가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를 좋아했고 그도 역시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지만, 그러나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은 같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건 너무나 자명한 일이었다. 그 문제를 맞닥뜨린 일이 괴로운 이유는,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다는 걸 확인하는 것이어서, 우리 앞에 이별이 너무 당면한 문제여서, 그래서 나는 그토록이나 괴로웠던 것 같다.


사랑을 공부해야지, 사랑을 공부하면 나는 어쩌면 이 괴로움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도 몰라. 사랑을 공부하다보면 내 앞에 다른 길이 열릴지도 모르고, 사랑을 공부하다보면 내 마음은 안정될지도 몰라. 에바 일루즈도 그 후에 만난것일테다. 


그러나 사랑에 대해 내가 더 많이 알게 되고 우리의 문제를 인식하게 되고 내가 괴로웠던 이유를 알게된 건, 사랑에 대한 책들을 읽어서 가능해진 게 아니었다. 끊임없이 내가 나에게 물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왜 괴로운가, 그는 왜 그렇게 행동했는가, 그것은 그렇게나 화가 날 일이었는가. 


아주 시간이 오래 지난 후에야, 그 때 그 일이 그렇게 화낼 일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때 화가 났던 것, 그렇게나 힘들었던 건, 바로 그 때 그런 식으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불안을 건드리는 일이었던 것이다. 만약 다른 상대와 그 때 혹은 그 상대와 다른 때 일어났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정말이지 뒤늦게 들었다.



이 책, 《나는 너와의 연애를 후회한다》의 저자 '허유선'은 철학하는 사람이다. 일전에 팟캐스트를 듣고 관심있어 메모해두었던 작가이고 그렇게 책도 두어권 사두었던것 같다. 제목만 보면, 아무리 사랑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라 해도 결코 사지 않을듯한 제목인데, 그런데 이런 제목의 책을 쓴 사람이 철학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연애와 사랑으로부터 오는 철학적 사유가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고개를 끄덕인다. 사랑하면, 연애를 하면, 누구나 철학을 하게 된다. 아, 물론 그 연애와 사랑으로부터 끊임없는 생각을 해야 가능한 것이다. 생각없이는 철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허유선이 이 책을 통해 들려주고자 하는 말들은 내가 모르는 바가 하나도 없는 것들이었다. 이미 나의 그동안 삶에서, 작게는 연애와 이별과 사랑에서 깨달은 부분들이었다. 상대를 나와 같은 인간으로 바라보는 것,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 나만큼이나 상대도 외롭다는 것-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상대에게 나의 보호처가 되기만을 원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상대를 숭배해서도 안된다는 것, 우리 사이는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을 사랑하느냐는 나의 결핍이 드러나는 일이라는 것. 


평등에 대해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우리 사이는 평등해야 한다. 이 당연한 일이 연애에서 무너지는 일이 허다하다. 상대를 자신보다 낮추는 일도 평등하지 못함에서 오는 일이지만, 상대를 자신보다 높이는 일도 마찬가지다. 나를 높여주는 게 왜 문제냐고? 나를 높이는 순간 너는 낮아지기 때문이고, 그것은 수평적이지 못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자신보다 낮추는 사람을 만난 일은 없지만, 나를 자신보다 높이는 일을 더러 경험했고, 이 일은 정말이지 몹시도 피로하고 지옥같다. 도망치고 싶어진다. 

언젠가 친한 친구 D 가 나를 만나면서 '우리 사이는 평등해서 편안하다'고 말을 했는데, 그때까지 친구든 연인이든 평등에 대해 기본전제라고 생각하던 터라 놀라운 말이었고(아니, 그건 당연한 거 아니야?), 그러다 시간이 지나니 그것이 당연하지 않았던 관계들이 떠올랐다. 내가 힘들었던 관계들이. 



사랑을 하지 않고 살아도 별 상관없지만, 그러나 사랑을 한다면 '잘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난 관계들에서 나를 힘들게 했던 일들을 나에게 묻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그 다음 연애를 할 때에는 그 전보다 나은 연애를 해야하지 않겠나. 



우리, 진짜 좋은 사랑을 하자. 그 사람이 없으면 죽어버릴 것 같아서 혼자서는 사는 법도 사는 맛도 모르는 미숙한 어린애로 멈춰선 사랑 말고, 안 그래도 고된 삶의 무게를 그 사람에게 더 얹어버리는 사랑 말고, 다른 사람의 생명력에 빌붙어서 업혀가는 사랑 말고, 같이 사는 맛을 느끼는 사랑을 하자. 그런 사랑은

‘난 너 없으면 안 돼, 너 없인 못살아‘에서 멈추지 않는 사랑이다.

자기 인생도 꾸리기 벅찬데 왜 남의 목숨까지 떠맡아야 하는가.

그 사람 없이도 당신은 숨 쉬고 밥 먹고 잠들며 계속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꼭 그 사람과 함께 인생의 씨실과 날실을 엮어가고 싶은 사랑으로 나아가자. 힘들고 고되어도 살아 있는 시간이 의미가 있고 감사한 일이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사랑을 하자. 씩씩하게 앞으로 다가올 사건과 관계들을 마주할 수 있도록 힘과 용기가 되는, 그런 사랑을 하자. -P.164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 때문에 괴로웠던 때가 떠올랐고, 그 때 내가 그렇게까지 화를 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또다시 괴로웠다. 내가 만약 그 때 힘들어하지 않았다면 우리 관계는 지금 좀 달라져있을까? 그러나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이 그렇게 달랐던 이상 필연적으로 이별은 왔었겠지. 그래서 그 사람은 원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행복해라, 아프지 말고.

누나는 요즘 자주 아프다.



책을 샀다.















《엘레나는 알고 있다》는 어제 읽었고 와 너무 좋았다. 여기에 대해서는 따로 페이퍼를 쓰고 싶은데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바뻐…


《도둑 맞은 집중력》은 읽고 조카들 주려고 사긴 했는데 사실 문제는 내게도 심각하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앱을(때로는 북플앱도) 삭제했다가 다시 깔았다가를 반복한다. 이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하릴없이 계속 보게 되어서… 문제다, 문제.


《더티 워크》너무 읽고 싶지 않나요?


《교만의 요새》는 마사 누스바움 책이고 계속 벼르고 있다가 이번에 샀다. 마사 누스바움 책장에 꽂아두었다.


《에블린 휴고의 일곱 남편》은 원서를 이미 가지고 있던 바, 번역서 나온거 알고 얼른 샀다. 그렇다면 내가 한 번 읽어보겠다! 하고. 그런데 왜 일곱 남편일까. 정말 남편 일곱인 부분? 어쩐지 싫어. 일곱이나 되어야 할 정도로 남편들이 다 구립니까?



금요일에 조금 일찍 퇴근해 병원에 갔다. 그리고 호흡기가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거라는 진단을 받고 약을 받아왔다. 약 때문인지 여하튼 내내 기분이 우울햇는데, 일요일엔 그 우울함이 극에 달해서 이런 나를 위해 뭘 어떻게 해야할까를 고심하다, 광화문에 가자, 광화문에 가서 원서를 사자! 이렇게 되었다. 왜 때문에 이런 흐름인지 …

이것은 그러니까 책을 너무 많이 사서 또 살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원서를 … 이라는 기괴한 흐름이기도 했고, 사실 허유선의 책을 읽고나니 그 당시 나를 괴롭혔던 남자 생각이 너무 나가지고, 그 남자는 대한민국에 있지도 않은데, 나의 망상 펼쳐지면서, 어쩌면 광화문 교보에 가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해괴망측한 생각을 해가지고 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연히 만날 수 없었고 그래서 여하튼 원서 코너에 가서 아무거나 하나 사들고 가자~ 하다가 이 책을 집어들었다.



번역본이 있는지 검색해보았는데 없어서, 아마도 읽지 못하겠지?

영어책 읽기는 지금 친구들과 잠정적 중단 상태인데, 영어책 읽기를 친구들과 같이 했기 때문에 그동안 열네권의 영어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정말로 친구들에게 고마워하는 부분이다. 그 친구들이 함께 읽기를 해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내 인생에 영어책 완독은 없었을 것


아무튼 그래서 혼자 읽어볼까 하고 사긴 했지만, 번역본 없어서 아마 또 책장에 넣어두고 먼지만 쌓이겠지.

대충보니 여자주인공의 언니가 스페인에서 결혼식을 올리게됐고, 그 결혼식에 갈 파트너를 여자는 찾아야 하는데, 그게 같은 회사에 다니는 어떤 남자인 것이었던 것인것 같다. 재밌겠쥬? 그 과정에서 아마도 사랑은 샤라라랑~ 따라오겠지.


아, 마음이 괴롭다. 왜이렇게 괴로운걸까. 일하기 싫어서 괴로운걸까.

아무튼 마음이 괴롭다.

어제는 너무 마음이 괴로워서 술을 마셨다. 

마치 괴롭지 않았을 때는 안마셨던 것처럼 


아, 나는 너와의 연애를 후회하지 않는다. 
















그 사람 곁에 있고 싶고, 그 사람과 함께 삶을 나누고싶다면 상처는 없을 수 없다. 물론 나와 공통점이 많아서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그 사람‘인 것은아니다. 나와 같지 않기 때문에 더욱 닿고 싶고 연결되고 싶어진다. 내가 나인 채로 족하다면 사랑에 빠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 P22

감정에 허우적거릴 때는 스스로 그 감정의 주인이수 없다. 감정이 이끄는 대로 속수무책 끌려갈 따름이다. 사랑에빠지는 것과 능숙하게 사랑을 잘하는 것이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길 바란다. 사랑에 빠지는 일은 확실히 내가 손을 쓸 수 없는 불가항력의 일이다.
하지만 사랑을 ‘하는 일은 다르다. 이미 사랑을 시작해버린 단계에서 바랄 수 있는 건 사랑을 ‘잘하는‘ 일이다. 특히 내가 상대방을 사랑하는 일을 잘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말로만 사랑한다고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상대방에게 사랑을 주는 일, 이제는 사랑을 주는 일을 잘할 차례다. - P24

그냥 같은 장소에 있는 것 말고, 육체의 접촉이든 생각의 교류든 감정을 공감하는 것이든 우리는 단지 ‘나란히‘를 넘어선 ‘연결’과 ‘함께‘라는 것을 체험하고 싶어 한다. 이틀에 걸쳐 한 병씩 소주를 마시는 것과 하룻밤에 소주 두 병을 연거푸 마시는 것이 전혀다른 일인 것처럼, 전체는 단지 부분들의 총합이 아니다. 그러니 어떤 종류의 외로움은 그저 많은 사람을 자주 만나는 것만으로는충족되지 않는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않아도 질적으로 충실한 연결을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 P36

지나친 외로움에 지친 마음은 때로 분노로 변하기도한다. 마음이 흐르지 못하고 한곳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고인물은 썩는다는 말처럼 외로움은 때로 나와 다른 사람이 함께하지못하도록 썩은 물로 나를 이끌기도 한다. - P40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많은 철학자들이 고통을 다룰 때 하는 말이다. "아프다고 해도 당신이 고통그 자체는 아니다." 치통때문에 너무 아파도 ‘나‘라는 사람이 곧치통은 아닌 것처럼, 외롭다고 해도 당신이 그 지독한 외로움 자체는 아니다.
자신을 외로움에 전부 내주고 외로움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면 당신이 느끼는 외로움과 깊은 고립감, 이해받지 못하는 기분,
념과 무력감 등을 당신을 마주하는 다른 사람들이 겪게 될 것이다. 당신이 느끼는 고통만큼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게 된다. - P41

당신이 누구든, 어떤 연애를 하고 있는 상관없다. 다만 자신이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상대방도 외롭다는 것을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 P57

외롭다고 해서 외로운 채로 멈춰 있을 수는 없다. 밀물과 썰물처럼, 외로움이 늘 나와 함께하는 만큼 외로움을 넘어서려는 시도 역시 늘 나와 함께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외롭고 부족한 사람들이지만, 서로의 부족함이 만나 함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간다.
완벽할 수는 없어도 지금과 다를 수는 있다. 나 혼자만 있던 세계에서, 너와 ‘함께 있는‘ 우리의 세계로. - P61

철저한 숙명론자였던 철학자 스피노자는 모든 것이 이미 정해져 있음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흘러가고 흩어지는 감정들에 나를 내맡기지 말고, 스스로가 그 감정의 주인이되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데 새삼스레 주인이 필요한가 싶기도 하지만, 일어나는 일들을 나의 몫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허우적거리며 그 일의 뒤치다꺼리를 하겠지만, 받아들이고 난후에는 침착하게 그 일을 마주하고, 정확히 무엇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 P81

"넋 빠진 놈." 한참 사랑에 겨운 사람은 심심찮게 타박을 듣는다.
"야, 정신 차려 완전 꿈속이네. 눈에 보이는 게 없구나?" 때로는비아냥이, 때로는 부러움과 질투 섞인 타박들이 쏟아진다.
심지어 플라톤은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일종의 접신 상태와 같다고 한다. 인간이면서 신의 세계에 닿아 있는 상태라고 반은 제정신이고 반은 정신이 나갔다고 할 수도 있겠다. 플라톤은 우리의인간적 정신에 여백이 생겼기 때문에 신적인 요소가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 채우려면 빈틈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 P101

‘도대체 저런 사람을 왜 만날까? 쟤가 뭐가 좋다고 저렇게 절절 매지?‘라고 생각되는 연애를 하는 친구가 주변에 꼭 한둘은 있다. 그들의 이해 못할 선택도 그 친구 나름으로는 합리적인 셈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정말 별로여도 그 친구에게만큼은 삶을 더풍요롭게 해주는 사람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가 연애로 진입하는 결정적인 요건은 일반적인 기대나 결핍이 아니라 바로 그사람의 기대와 결핍‘과 ‘나의 기대와 결핍‘이다. 이 2가지가 서로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성공적으로 연애라는 궤도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 P131

지금까지의 가르침 중 한 글자만 남기라면 어떤 글자를 남기겠냐는 제자의 물음에 공자는 ‘서‘를 남기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마음이 적극적으로 가다 보면 적당한 거리감을 잊을 수 있으니 경계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한쪽에서 무작정 많이 퍼준다고 다른 쪽에서 무조건 응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 P150

이런 관계에서 상대방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기보다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까지 알고 시작했으며 부족한 부분까지이해하고 품어주는 마음씨 좋은 엄마이고 아빠‘와 같다. 따라서상대방이 더 이상 그런 역할을 하지 않으면못하면 자신을 배신한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자신을 숨겨주는 빈방 같았기에 사랑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계속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대가 더 이상 자신을 품어주지 않으니 ‘너 역시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구나!‘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이런 걸 연애라고 볼 수 있을까? 베이비시터를 고용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 P186

이제는 제발 그러지 말자. 그런 건 사랑을 하는 것도아니고 심지어 사랑을 요구하는 태도도 아니다. 단지 상대방의 피를 말리는 일이다. 상대방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무엇으로만 느낀다면 그게 뱀파이어식 태도지 뭐겠는가. 상대방도 맨날 힘이 남아돌진 않는다. 자신의 괴로움과 슬픔은 자신밖에 모르는 것처럼 상대방에게도 자기만의 삶에서 오는 피로와 어려움이 있다. 그렇게 당신에게 다 줘버리면 어디서 기를 보충해다시 위로해주겠는가. 끝내 계속 유지될 수도 없는 관계다. - - P187

또 연인은 당신과 사랑하고 싶어서 만나는 것이지 이 세상을등지고 숨어 있고 싶어서, 당신에게 빈방을 내어주기 위해서 만나는 게 아니라는 점도 기억하자. 연인에게 보호와 변호만 원한다면 그 사람을 보호자나 변호사라고 부르지 왜 연인이라고 부르겠는가. 혹시 당신이 원하는 사랑은 보호와 변호뿐인가? 그러면 연애는 손잡고 뽀뽀하고 섹스도 하는 보호자나 변호사를 두는 일인가?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연애다. - P192

그러니까 우리, 진짜 좋은 사랑을 하자. 그 사람이 없으면 죽어버릴 것 같아서 혼자서는 사는 법도 사는 맛도 모르는 미숙한 어린애로 멈춰선 사랑 말고, 안 그래도 고된 삶의 무게를 그 사람에게더 얹어버리는 사랑 말고, 다른 사람의 생명력에 빌붙어서 업혀가는 사랑 말고, 같이 사는 맛을 느끼는 사랑을 하자. 그런 사랑은
‘난 너 없으면 안 돼, 너 없인 못살아‘에서 멈추지 않는 사랑이다.
자기 인생도 꾸리기 벅찬데 왜 남의 목숨까지 떠맡아야 하는가.
그 사람 없이도 당신은 숨 쉬고 밥 먹고 잠들며 계속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꼭 그 사람과 함께 인생의 씨실과 날실을 엮어가고싶은 사랑으로 나아가자. 힘들고 고되어도 살아 있는 시간이 의미가 있고 감사한 일이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사랑을 하자. 씩씩하게 앞으로 다가올 사건과 관계들을 마주할 수 있도록 힘과 용기가되는, 그런 사랑을 하자. - P194

동굴 밖에서 연인을 만나는 일은 연인과 함께 숨을 쉬고, 밥을20먹고, 거리를 걷고, 영화를 보고, 생일을 보내고, 계속해서 움직이고, 변화하고, 마주하는 일이다. 매일 움직이고 매일 만나고, 그래서 때로는 매일 아플 수도 있다. 하지만 살아 있기에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이 과거의 어느 한곳에 멈춰 머무르지 않고 이곳까지 왔기 때문에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도망쳐 멈춰버리고싶은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여기까지 조금씩 달라져왔기 때문에,
달라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상대를 만났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 P195

머리카락이 길고, 몸무게가 들쑥날쑥하고, 좋아하는 연예인이달라지는 것처럼 우리는 계속 변한다. 당신이 아는 것은 그때 시간에서의 한 가지 정보일 뿐, 앞으로의 시간까지 전부 포함하는변하지 않는 무언가는 아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본래 이런 사람이고, 우리 관계는 원래 이러했다고 전체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될 수 없다. 그냥 그때는 그랬던 것뿐이다. - P223

마투라나는 처칠과 히틀러를 예시로 든다. 히틀러는 자서전『나의 투쟁』을 통해서 자기 행동의 목적과 전체주의의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의 슬로건을 들고 나타난 신사들(영국의 기존 정치가)은 차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며 히틀러를 자세히 보지 않았다. 그러나 처칠은 당시 영국 정치가들과 달리 부드러운 관용의 탈을 쓰지 않고 제대로 히틀러를 보고 들었다. 그 덕분에 히틀러의 의도와 행동의 방향을 정확하게 알고 히틀러를 막을 수 있었다. - P230

만일 당신이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면 괴로움과 실의에 빠져 있을 때도 당신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만일 당신이 사랑이 부족한 채로 자라났다면 어떨까? 당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야지만 그 허기짐과 구멍 뚫린 공간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자신을 잘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 꿈꾸는 사랑은 다른한쪽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 한쪽이 다른 쪽을 떠맡아 대신 멀쩡해야 한다는 부담이다. 상대방을 좋아하고 아끼는 건 상대방도 어쩌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마음을 대신 떠맡아주는 일과는 다른데 말이다. 나도 한계가 있는 보통 사람인데, 사람들은 종종 사랑이라는 이유로 그 모든 것을 당연히 감당해주기를 요구한다. 아무리 사랑해도, 힘이 달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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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6-12 10: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누나는 요즘 자주 아프다 ㅠㅠㅠㅠ

책을 너무 많이 사서 또 살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원서를… 이라는 기괴한 흐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이렇게 공감돼죠 ㅋㅋㅋㅋㅋ
우울하면 책을 사는 이 건전함 뭐죠. 마치 우울하지 않았을 때는 안 샀던 것처럼??
오늘은 우울하지 않기 힘든 월요일이지만 저녁에는 마음이 나아지시길 바랍니다. 오늘 아무도 다락방님 괴롭히지 마랏!!

잠자냥 2023-06-12 11:14   좋아요 2 | URL
다정괭

다락방 2023-06-12 11:34   좋아요 3 | URL
다정한 독서괭님 애정합니다 ♡

저는 만약 루틴이 없는 삶을 산다면 한없이 늘어지는 사람일 것 같아요. 게으름의 정점을 찍지 않을까 합니다. 아마 몸무게도 200KG 이 넘어갈 것 같고요.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어쨌든 매일 회사에 출근을 해야 하고, 출근한 이상 맡은바 일을 해야 하고, 그 와중에 취미생활(책읽기 글쓰기 술마시기)도 해야하니 우울함에 침몰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직장생활은 대부분 피로하고 고달프지만, 그러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 때가 종종 듭니다.

오늘은 저녁 맛있는 것 먹고 술도 마시면서 기분이 나아질 예정입니다. 언제는 안마셨던것처럼 …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6-12 12:0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취미 술마시기 좋으다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저는 오늘은 안 마실 생각이지만.. <사이렌> 남은 회차 보다 보면 아마도 또 맥주를 딸 것 같은데...

다락방 2023-06-12 12:11   좋아요 2 | URL
취미가 맞는 사람들과 다정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이렌 심장이 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6-12 12:55   좋아요 0 | URL
다정괭은 요즘 술마시면 너무 졸려서 잘 못마시지만.. 좋은 사람들과의 술자리는 좋아합니다 ㅋㅋ
다락방님 맛난 거 많이 드세요!!

다락방 2023-06-12 14:13   좋아요 1 | URL
전 그냥 점심 먹고 왔을 뿐인데 왜 졸리죠? ㅜㅜ 자고싶다.. ㅠㅠ

새파랑 2023-06-12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괴로울때는 술마시기 보다는 책! 이 좋은거 같아요~!

다락방 2023-06-13 07:56   좋아요 0 | URL
언제나 그런건 아니지만, 좋은 문장을 만날 때면 마음이 풀어지는 걸 느낄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울할 때 ‘아 좋은 문장을 읽고 싶다‘하는 기분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어제는 술도 잔뜩 마시고 수다도 떨었습니다! ㅋㅋ

헬가 2023-06-13 0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지나가는 행인이지만(실은 너무 자주 지나가는 ㅋ) 이번 글에는 그냥 지나갈 수가 없네요 이런 글은 좋아요보다 리스펙트! 를 날리고 싶어요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23-06-13 07:57   좋아요 0 | URL
어느 지점에서 리스펙 일까요. 연애를 후회하지 않는 지점일까요, 읽지 않을 원서를 사는 지점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6-13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몸이 힘드셔서 더 괴로우신가봐요😭 토닥토닥
저 토요일 늦은 오후쯤 광화문 교보에 있었는데!! 원서 코너도 들렸는데!!! 혹시 다락방님 스쳤을까요???
저는 저와 의사결정과정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 덜 힘들더라고요ㅠㅠ 무언가를 결정할 때마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혹은
하고 싶은지)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데 또 상대가 그걸 이해 못하면 매번 둘 중 누군가가 (혹은 둘 다) 양보해야 하고.. 그게 누적되면 너무 지치더라고요ㅠㅠ 반대로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 뭐라 말한 적도 없는데 서로 생각한 방향이 비슷해서 합이 착착 맞아 들어가면 아무리 큰일이 생겨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래서 으른들이 만나는 사람이랑 같이 여행다녀 와보라고 말하는 것인가!!!

다락방 2023-06-13 15:53   좋아요 1 | URL
책먼지 님, 저는 일요일 오후에 광화문 교보에 갔었습니다. 저는 광화문에 자주 가는 건 아니지만 광화문에 가면 대부분 교보를 들르긴 하거든요. 어쩌면 우리는 언젠가 스쳤을 수도 있고 또 앞으로 스칠 수도 있겠네요, 책먼지 님. 샤라라랑~

저는 그간의 연애를 거치면서 저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는데요. 그건 제가 연애를 재미있어 하지만, 그러나 연애 맞춤형 인간은 아니라는 거였어요. 저는 상대가 누가 됐든, 상대에게 서운함을 줄 것 같아요. 너무 나자신 맞춤형 인간이라 … 그리고 차가운 도시여자 … 미래의 연인들이여, 안녕 … ㅋㅋㅋㅋㅋ
 

6월호 <정희진의 오디오 매거진>을 듣는데, 쌤이 아줌마로 불렸던 일에 대해 언급하셨다. 쓰레기를 버리러 갔는데 '아줌마'라고 누군가 세 번이나 불렀고, 그동안 그것이 본인을 칭하는 말인지 알지 못했다는 것. '저 부르신 거예요?' 했더니 상대는 '여기 아줌마 말고 누가 또 있어요?' 했다는 거다. 쌤은 세 번이나 아줌마로 불리는 동안 그것이 자신을 칭하는 말임을 알지 못한 것은, 본인이 스스로를 아줌마로 정체화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선생님의 이 에피소드에 크게 동의했다.


2주전이었나, 주말에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데 누군가 내게 길을 묻기 위해 부른 호칭이 '아줌마' 였다. 아줌마, 하는데 나 역시도 그게 나를 부르는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두 번이나 더 불린 다음에야 쳐다봤고 그것이 나를 칭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 물음에 답을 해주고 집에 와서 엄마에게 이 일을 얘기하며, '그런데 엄마, 나 아줌마 맞지 뭐' 했더랬다. 엄마도 '그치, 너 아줌마지' 라고 하셨다. 아줌마는 '아주머니'를 낮추어 부르는 말인데 어느 정도 나이 있는 여성을 대부분 아줌마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내가 어느 정도 나이 있는 여성인만큼 나 스스로를 아줌마로 정체화하는 것도 이상할 일이 아니건만, 나는 나를 그렇게 생각해본 적도 없고 누가 나를 그렇게 부를 거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거다. 그것은 내가 겉보기에 20대로 보인다거나 해서가 아니라, 아가씨로 불리고 싶다거나 해서가 아니라(아저씨처럼 보임), 내가 아줌마로 불릴 일이 그동안 없었기 때문이다. 아줌마로 불릴만한 상황에 내가 놓였던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 평일에 나는 직장에서 직급으로 불린다. 직장에서 아무도 나를 아줌마로 부르지 않는다. 친구들을 만나면 나는 이름으로 불린다. 아무도 나를 아줌마로 부르지 않는다. 가족들을 만나도 마찬가지. 나는 이름으로 불리거나 언니, 누나, 이모, 고모가 된다. 나는 아줌마로 불릴 일이 별로 없는 시간들을 보내왔다. 그러니 그 호칭은 내게 익숙하지 않다. 만약 내가 직장을 그만둔다면, 그러면 나는 더이상 직급으로 불리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 때는 평생 들었던 말보다 더 많이 아줌마라는 호칭을 듣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길을 지나가면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알게 뭔가. 한 직장에서 어떤 직급을 가진 사람인지, 누군가의 고모인지 이모인지, 그걸 알게 뭐야. 그냥 아줌마 1 이겠지. 아니면 아기엄마 1 이거나. 한 번은 거래처에서 아이는 어떡하고 출근하시냐는 물음을 듣기도 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비혼이에요' 라고 답했더랬다. 상대가 크게 당황했다. 



요즘은 회사가 새로운 일로 크게 바빠 나 역시도 정신없이 일하고 있고 그러는 틈틈이 자꾸 새로운 사람들과 명함을 주고 받으며 미팅을 해야한다. 어제 오전에도 그렇게 미팅을 하나 끝냈는데, 오후에 다른 부서의 팀장이 전화를 걸었다. 안바쁘시면 잠깐 내려와달라는 거였다. 무슨 일이세요? 물으니 거래처에서 직원이 왔는데 나한테 인사하고 싶다고 했다는 거다. 평소 나 역시도 그 거래처 직원과 통화를 자주 했던 바, 그렇다면 나 역시도 인사를 하러 가야지, 하고는 명함을 챙겨 들고 갔다. 그런데,


앗!!


거기엔 내가 아까 '저 사람은 누굴까?' 했던, 바로 그 사람이 있었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다른층의 접견실에서 주로 미팅이나 회의가 이뤄지고 나 역시도 오전에 거기서 미팅을 했던 바다. 그런데 오후에 내려갔더니 거기에 헬스 트레이너로 짐작될만한 훈남이 혼자 앉아있는 게 아닌가. 저렇게 젊은 훈남이 누굴 만나러 여길 온걸까? 갸웃하며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갔던 터다. 그런데 내가 늘 통화하던 바로 그 사람이었고, 나한테 인사를 하고 가겠다는 사람이 그 사람이었던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 나는 접견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며 그분의 이름과 직함을 불렀고, 그 분과 반갑게 인사했다. 사실,


그동안 통화하면서 딱히 막 기분 좋았던 적은 별로 없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 별로야 … 늘 생각했던 사람인데, 막상 만나서 인사를 하고 보니 앞으로 통화를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ㅋㅋ 내가 어제 쓴 것처럼, 내가 말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합'이란 것은 실체로 만났을 때를 전제한다(미아가 고개를 옆으로 휙 돌리면 공기의 움직임이 느껴져요. 저는 미아를 보고, 듣고, 만지고, 그녀의 체취를 맡는 것,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할 수 있어요. 미아는 실체예요.). 글로만 보는게 아니라, 통화로만 보는게 아니라, 실체로서의 너와 나. 그래야 너의 에너지와 나의 에너지의 합을 알아볼 수 있는 거다. 아, 그렇다고 내가 그 잠깐 동안 뭐 그 사람과 합이 조화를 이뤘다던가 하는 건 결코 아니고, 만나고 나니까 그동안 통화를 하면서 품었던 어떤 부정적인 느낌이 좀 사라지는 것 같았다. 역시 사람은, 만나야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이 직장에서 이토록 오래 근무하면서 같은 직장에 들고나는 사람들과 외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런 트레이너 체형 처음 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둔지는 오래된 터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읽을 수 업을 것 같아서 미루기만 했던 책. 그런데 며칠전에 트윗에서 이런 걸 본 거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미국에서 한 프로그램의 열혈 시청자가 뜬금없이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에 대한 트윗을 했는데, 어쩐 일인지 그게 이슈가 되어 신간도 아닌 이 책이 아마존 전체 순위 3위까지 올랐고, 작가도 그 트윗 유저에게 감사하고 있으며, 이걸 번역한 위의 국내 트윗 때문에 알라딘에서도 순위가 올랐다는 것. 

처음 트윗은 이것.




이 책 읽어본 사람들은 다들 극찬한다는데, 그래 그렇다면 나도 한 번 읽어볼까? 하고 꺼내들었다.















작가는 두 명인데, 언제나 그렇듯 작가 소개를 읽다가 '아말 엘모흐타르'의 소개에서 이런 구절을 본다.


현재는 남편과 함께 오타와시에 거주하며 소설을 쓰고 있고, 드물게 여가 시간이 생기면 차를 마시거나 역기를 들거나 친구들에게 손 편지를 쓴다. -작가소개 中


네? 여가 시간에 역기요? 오!! 멋진데?

문득 나도 작가소개에 저런 걸 넣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물게 여가 시간이 생기면 술을 마시거나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를 한다.

드물게 여가 시간이 생기면 술을 마시거나 머리서기를 한다.

드물게 여가 시간이 생기면 술을 마시거나 까마귀 자세를 취한다.

드물게 여가 시간이 생기면 술을 마시거나 메뚜기 자세를 한다.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 머리서기, 까마귀 자세, 메뚜기 자세 … 다 못하는 거라 한 번 넣어봤다.



아,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일단 장르가 SF 다. 저는 SF 랑 심리적 장벽이 있기도 하지만 아이큐 장벽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시간의 실 위와 아래, 잡고 전쟁을 일으키고 역사를 바꾸고 … 그래서 몇 장 안읽고 포기할까? 하다가, 아니 남들 다 읽는데 내가 왜 못읽어! 하고 여하튼 가까스로 절반 가량 읽고 있다. 그런데 읽으면서 점차 나아진다. 상황 자체를 내가 이해한 건 아닌데, 어쨌든 서로 적인 '레드'와 '블루'가 각자의 방식으로 상대에게 편지를 쓰면서 관계가 좀 달라지는 거다. 둘다 '그녀'라고 칭해지는데, 편지는 좀 더 길어지고 편지가 진행될수록 그 사이에 상대에 대한 애정도 깃든다. 그러면서 편지가 아름다워져. 아, 사람에 대한 애정의 감정은 문장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내가 이해를 못해도 끝까지 읽어보기는 하겠다. 





끝에 막 열나 아름다울까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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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6-09 09: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크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저씨처럼 보인다는 말에 전철에서 웃다 쓰러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09 09:03   좋아요 4 | URL
오늘도 잠자냥 님을 웃기면서 시작하는 상큼한 하루. 샤라라랑~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6-09 11:50   좋아요 1 | URL
전 아이큐 장벽 에 웃다 쓰러짐요 ㅋㅋㅋ

다락방 2023-06-09 11:57   좋아요 0 | URL
SF 쪽으로는 제 아이큐가 심각하게 낮은듯 해요. 하하하하하

잠자냥 2023-06-09 12:32   좋아요 1 | URL
웃다가 쓰러져서 지금 다시 일어나서 마저 읽음.....

거리의화가 2023-06-09 1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혼녀이지만 아줌마라는 호칭이 어색하고 심지어 싫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40대 넘고 주름도 생기고 군살도 붙고 이러니 누가 보면 아줌마라고 보겠구나 싶으면서도 그 말 듣는 건 역시 싫어. 그렇다고 아가씨 소리를 듣는다면 간지럽겠지만요. 불특정 다수가 보기에는 그저 일반인일 뿐이고 그럼 ˝저기요!˝라는 호칭 말고는 딱히 없구나 싶기도 합니다만 복잡하네요. 아무튼 옆지기가 그렇게 부를때조차도 싫더라구요. 아줌마라고 부르지마!!! 했다는^^;;;
제가 요즘 보는 중드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데 아이가 엄마에게 이름을 불러주더라구요. 그게 참 좋더군요. 엄마도 그저 엄마가 아니라 이름이 불리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다락방 2023-06-10 19:45   좋아요 1 | URL
아줌마라는 호칭이 저도 참 싫은데요 그런데 그게 왜 싫은걸까요. 이미 어떤 부정적 이미지로 굳어져서 그런 것 같아요. 멸칭으로 들리잖아요. 뭔가 무시하고 비하하는 것 같은. 그러고보면 저는 나이든 여성을 부를 때 아줌마 라고 안하는데요. 요즘엔 ‘선생님‘ 이란 호칭을 여성에게도 남성에게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낯설었는데 쓰다보니 익숙해지더라고요.
엄마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저는 나쁘지 않아 보여요. 실제로 제가 본 적은 없지만요. 저도 한 번 보고 싶네요.

햇살과함께 2023-06-09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SF 소설이었군요!
제목만 보면 시간관리에 관한 자기계발서인 줄요...
아줌마도 싫고, 어머니도 싫고(내가 왜 당신 어머니야?), 사모님도 싫어요(남자는 사장, 여자는 사모라는 이분법) 진짜...

다락방 2023-06-10 19:47   좋아요 1 | URL
제가 이 책을 오늘 다 읽었는데요 이 책은 SF 의 탈을 쓴 로맨스입니다! 사랑 이야기였어요! 하하하하하.
저도 병원 갔을 때 어머니란 호칭 들었는데, 아이들이 많이 오는 이비인후과 였던 만큼 당연히 저를 누군가의 어머니로 상정하고 부르더라고요. 고쳐줄까 하다 말았어요. 아 정말 피곤합니다 ㅠㅠ 내가 누구의 어머니라고 왜 자기 마음대로 생각을 하나요 ㅠㅠ

은오 2023-06-09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사진을 제가 봤는데 아저씨라니 아저씨들이 다락방님 같았으면 전 아저씨들 따라다녔습니다 헐 ㅋㅋㅋ
아니 근데 그냥 아줌마라는 호칭 쓰는 거 자체가 무례하지 않습니까 정말?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으면 저기....나 저기요!를 하라고요 인간들아. 사장님 아닌 거 알아도 사장님 하는 좋은 문화도 있잖아. 아가씨도 별로라고!!

근데 제가 아까 합 페이퍼를 읽고 왔는데 또 합이 나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이게 합이라기보단.... 그 사람이 훈남이라 아니 근데 훈남이면 합 맞기가 쉽기도 한데.... 뭔지 알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6-09 12:3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세상 아저씨들 다락방님처럼 생긴 걸로 상상하니까 웃겨서 다시 쓰러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10 19:48   좋아요 1 | URL
제가 그나마 아저씨가 아닐 수 있는건 큰 가슴 때문입니다. 저는 이 큰 가슴만 아니었으면 진짜 딱 아저씨에요 ㅋㅋㅋㅋㅋ 그나마 가슴이 아저씨 때신 아줌마로 보이게 하는것 같습니다. 아짜증나 ・・・ㅋㅋㅋㅋㅋㅋㅋ

네네, 훈남이면 일단 합이 맞을 가능성이 더 높긴하지만, 진지한 버젼으로 가자면, 그것은 또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 페이퍼에서 말하고자 했던 바는, 보지 않으면 합을 알 수 없다, 봐야 알수 있다, 봤을 때 훈남이면 잘 맞을 확률은 더 높다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털보형 2023-07-16 19:02   좋아요 0 | URL
근데 아줌마나 아저씨가 아니면 나이가 적당히 드신 분들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아줌마가 무례한 호칭이라고는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요. 이름도 모르고 직급도 모르고
신분을 모르면 아줌마가 제일 적당한 호칭 아닌가???
음식점의 젊은 여성이 아가씨라고 불렀다고 화를 냈다는 신문기사가 있었지요.
사회적 합의를 이룬 호칭이 없으면 통상적인 호칭이 제일 무난한건 아닌가 생각됩니다.
댓글이 토론장은 아니지만 은오님 생각엔 선뜻 동의하기 어려워서요.

다락방 2023-07-16 20:06   좋아요 1 | URL
제 경우엔 ‘선생님’ 으로 호칭합니다.

은오 2023-07-16 20:17   좋아요 2 | URL
일단 성별과 세대에 따라 호칭에 대한 느낌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20대 여성으로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아줌마‘라는 호칭이 무례하지 않은 중립적인 호칭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사전에도 ’아줌마‘는 ’아주머니‘를 낮춰 부르는 말이라고 명시되어 있고요. ’아줌마‘라는 호칭이 무례하게 사용되는 상황을 그렇지 않은 상황보다 더 많이 접한 것도 제가 그 호칭을 무례하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되고요.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훨씬 자주 직업과 역할에 대한 존중 없이 ’아줌마‘나 ’아가씨‘로 불리기 때문에(병원에서 간호사들을 아가씨라고 부르는 걸 얼마나 많이 봤는지) 그런 호칭을 지양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아가씨’는 그리고 이미 너무나 오염됐죠. 성매매를 경험한 성인 남성이 50%인(이것도 사실 설문 주제상 경험이 있음에도 없다고 답한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나라에서 특정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아가씨’라고 부르고 거기서 그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다 아는데, 젊은 여성들이 ‘아가씨’라는 호칭을 들으면서 기분이 좋을 수 있을까요? 식당에서 직원을 부르려면 ”사장님“이나 ”직원분“ 아니면 그냥 ”여기요“ 하면 되지 않을지.
신분을 모르는 사람을 부를 일이 딱히 많지는 않아서 보통 뭐 식당에서는 “사장님” 택시에서는 “기사님” 하고 딱히 호칭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는데, 가까이 가서 호칭을 생략하고 말하거나 불러야 한다면 ”저기요“ 하거나 “선생님” 합니다. “아저씨”도 써본 적이 없네요. 제 또래들은 거의 저랑 비슷한 것 같아요. 상대의 직업을 안다 -> 직업에 ‘님’ 붙여서, 모른다 -> ‘저기요’, 모르는데 나보다 나이가 많다 -> ‘선생님’ 이런 식입니다.

물감 2023-06-09 1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은 스무살 때부터 아저씨 소리 듣고 산다는 위로 아닌 위로를 해봅니다 ㅠㅠ

감은빛 2023-06-09 12:44   좋아요 1 | URL
어, 저 20대 때부터 아저씨 소리 들었다는 얘기 하려고 했어요. 심지어 30대 중반 이전의 저는 엄청 동안이었거든요. 성인 남성은 그냥 무조건 아저씨가 되나봐요. 나이에 관계없이.

감은빛 2023-06-09 12:46   좋아요 1 | URL
그런데 ˝드물게 여가 시간이 생기면 술을 마시는˝ 것이 사실과 어긋나는 것 같네요. ㅎㅎㅎㅎ

물감 2023-06-09 14:23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근데 또 아저씨 소리에 발끈해하면 미친넘 취급받는 게 현실이죠. 그런 사회적 분위기(?)때문에 존잘들도 아저씨 소리 들으면 반박을 못합니다. 제 주변에 존잘이 몇 있어서 잘 압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3-06-09 17:50   좋아요 1 | URL
물감 아재! ㅋㅋㅋㅋㅋ

물감 2023-06-09 18:20   좋아요 1 | URL
발끈ㅋㅋㅋㅋ

다락방 2023-06-10 19:4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녕 물감아저씨? 안녕 감은빛 아저씨? 아저씨들이 넘쳐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6-09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진쌤 저 방송은 아직 못 들었는데, 그런 이야기가 있었군요.
아줌마라..... 저도 아줌마로 정체성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아줌마 소리 들으면(이제까지 살면서 딱 두번 들어봄, 몇 년전까지만 해도 학생 소리 들었는데..... 주르륵. ㅠㅠㅋㅋㅋㅋㅋㅋ ) 주변을 둘러보게 되더라고요.
한 번은 어린 조카 데리고 놀이터 나가서 벤치에 앉아 있는데 왠 꼬마가 달려오더니 ˝아줌마, 누구 엄마에요? 쟤 엄마에요?˝ 이래서 2번 놀람. 아줌마와 엄마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 꼬마가 손으로 가리킨 곳을 보니 제 조카는 아닌데 저랑 존똑으로 닮은 꼬마가 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빵터짐. 꼬마들이 아줌마, 엄마라고 부르는 건 뭐 애들 눈에는 다 그렇게 보이겠거니 싶어서 그냥 넘어갔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10 19:51   좋아요 1 | URL
꼬마들이 아줌마나 엄마라고 부르는 건 밉지 않잖아요. 아이들 세계에서는 아직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건 아이들일 때의 이야기이고 사람이말이야 자라면서, 성장하면서,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렇게 막 아무 호칭이나 갖다 붙인다고 되는게 아니라는 걸 좀 알아야 하지않습니까? 자신을 높이는 방법으로 상대를 낮추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대체로 그런 사람들이 멸칭을 사용하는 것 같아요. 사실 아줌마가 비하의 호칭이 된 것 부터가 짜증나지만・・・ 아무튼 아줌마란 호칭은 이래저래 충격이에요. 정체성이란 뭘까 싶기도 하고요・・・

치니 2023-06-09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줌마도 괜찮고 저기요 여기요 뭐 대충 다 괜찮은데, 어머니...이게 너무 싫어요. 나는 너의 어머니가 아닌데 왜? 물론 그런 뜻으로 부르는 게 아닌 줄 너무 잘 알지만, 결혼 안했을 수도 아이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전제가 1도 없는 호칭이라서 너무 싫어요. ㅠ (하지만 최근에는 항상 어디 가면 주로 이렇게 불립니다...)

다락방 2023-06-10 19:53   좋아요 0 | URL
저도 어머니란 호칭을 병원에서 들어본 적 있어가지고 기분이 너무 나빴는데, 치니님 말씀대로 아줌마 보다 더 나빴어요. 그런데 따지지도 못했네요. 너무 욱하는 바람에 ・・・ 에휴. 다 큰 성인이 알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상대가 나이가 있어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결혼을 했으리란 보장도 없고 아이가 있으리란 보장도 없다는 것을. 왜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고 어머니라고 불러요 ㅠㅠ

댄스는 맨홀 2023-06-09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 괜찮은데 치니님 말씀처럼 어머님은 정말 아닌듯, 딱봐도 저랑 나이차이도 별로 안나는데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뭘까요? 그냥 넘어갑니다. 호칭 따져서 뭐하나 싶고 스쳐지나가는 사이에 뭘~ 그러고 맙니다.

다락방 2023-06-10 19:54   좋아요 0 | URL
저도 아줌마 보다 어머니란 호칭에 더 열받았었는데 그 때 갑자기 욱 하고 올라오는 바람에 이를 악물고 참았네요. 내가 왜 어머니냐, 나는 누구의 어머니냐. 그렇게 누군가를 어떻게 호칭하느냐에 따라서 자기자신이 더 후져 보인다는 걸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것 같습니다.

바람돌이 2023-06-09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 저도 읽고 싶다고 넣어뒀다가 까먹었네요. 저는 sf 좋하는데말입니다. ㅎㅎ
저는 다락방님 작가 소개에 드물게 여가 시간이 생기면 술을 마시거나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를 한다. 요 구절 추천입니다. 뭔가 알아들을 수 없으면서 멋져보여서요. 적어도 메뚜기 자세보다는 좋잖아요. ^^

사람은 만나봐야 안다는데도 동감입니다. 더더구나 헬스 트레이너삘이라니.... 부럽습니다. ㅎㅎ
저는 요즘 일 하나를 크게 처리하면서 사람들의 그 보고싶지 않은 면을 자꾸 보게 돼서 실망과 짜증과 에휴 인간이 뭐 원래 그렇지 이런 넋두리를 무한반복하고 있습니다. 길게 얘기하면 인간들 욕을 계속 퍼부어야 하기 때문에 그냥 생략입니다. ㅎㅎ
결론은 훈남을 만나신 다락방님이 부럽다는..... ^^

다락방 2023-06-10 19:56   좋아요 0 | URL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는우리 말로 바꾸면 ‘거꾸로 하는 활자세‘ 이고요, 영화 엑소시스트에서 악마 들린 꼬마 아이가 이 자세로 게단을 내려오는 장면이 아주 유명합니다. ㅋㅋ 메뚜기 자세는 제가 아사나 이름을 외우지 못해서 메뚜기 자세라고 했어요. 지금 검색해보니 ‘살라바아사나‘ 이네요 ㅋㅋㅋㅋㅋ 이렇게 썼으면 이것도 있어보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직장생활 하면서 훈남을 만날 일이 거의 없었는데 또 이런 일도 있네요? 역시 직장생활은 오래하고 볼 일이고 사람은 많이 만나고 볼 일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6-09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수리 냄새 나는 아저씨들 틈바구니에서 잭 리처같은 헬스트레이너 체형의 남성을 만나다니!!!
일단 몸매가 다락방 님 이상형에 적합하군요.
앞으로의 이야기에 기대를 해봐도 되나요?ㅋㅋㅋ

아줌마 소리를 요즘 들어봤던가? 헤아려 봅니다.
요즘은 그 단어가 실례가 될 것이란 생각에 잘 쓰지 않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 말입니다. 보통 ˝저기요~~˝ 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어린 학생들은 한 번씩 아주 큰 소리로 아줌마라고 부르긴 하더군요. 이젠 뭐...아줌마라고 부르면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몹쓸 고개를 가졌네요! ㅋㅋㅋ
옛날엔 아무리 나이 어린 애들이라도 아줌마라고 부르면 속으로 분노하여 눈으로 욕하던 나였었는데 말입니다ㅋㅋㅋ
저는 몇 년전 지하철에서였던가? 백팩을 메고 있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길을 물어보신다고 뒤에서 학생이라고 부르셨는데 나는 못알아듣고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ㅋㅋㅋ
나랑 눈 마주치니까 그 할아버지 흠칫 놀라시고 나도 민망했던 적 있었네요. 아...적고 보니 좀 슬프네요.ㅋㅋㅋ
또 한 번은 모자 쓰고 츄리닝 입고 마스크까지 쓰고 동네 언니랑 산책하다가 쓰레기를 좀 줍고 있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아가씨들이 좋은 일을 한다며 가까이 와서 보시더니 눈가에 주름이 보였던 걸까요? 어 아가씨가 아닌가 보네? 하시더군요...그 언니랑 둘이서 모자 쓰고 마스크를 써도 아가씨랑 아줌마를 구별할 수 있나 보다? 하며 좀 씁쓸하게 웃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어떤 할머니는 지나가시면서 좋은 일 한다며, 우리 아파트 주민이냐고 물으시던데...지금 생각해보니 차라리 그 호칭이 더 나았던 것 같네요.^^

다락방 2023-06-10 19:59   좋아요 1 | URL
앞으로의 이야기는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제가 그 훈남 청년보다 스무살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줌마 소리를 들을 일이 좀처럼 없던 터라 아주 낯설고 그리고 이렇게나 오래 기억에 남네요.마침 정희진 선생님도 같은 일을 겪었다 하니 또 생각이나기도 했고요. 사람이 자신이 존중 받고 싶다면 자신 역시도 상대를 존중하면 되는 것인데 그런걸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일방적으로 상대를 하대하고 또 비하하면 자신이 그와 동시에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아주 멍청한 생각이죠.

뭐 아줌마든 아저씨든 뭐든, 누가 저를 어떻게 호칭하든간에 저라는 사람은 저라는 사람이니 저는 저대로 살아가겠습니다. ㅋㅋㅋ 아 토요일이 지나고 있어서 너무나 슬퍼요. 꽈배기 먹고 있습니다.껄껄.

DYDADDY 2023-06-14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간 바쁜 사이에 놓친 페이퍼가 있어 이제야 읽었어요. 갑자기 SF를 읽으신다 하셔서 의아했는데 이제야 알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호칭격은 결국 타자가 나를 누구로 규정하느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에 대한 부름의 목적은 어떤 단어를 써도 달성이 가능하지만 호명의 대상이 된 사람의 입장에서 어떤 호칭으로 불리느냐는 정체성과 관계되는거죠. 그렇기에 부정적인 느낌의 단어로 호칭됐을 때 정체성과 충돌이 있어 불쾌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더 넓게 보면 국가 혹은 사회와 나의 관계도 그런 것부터 시작하겠지요.
거래처의 그 분이 책도 좋아하시면 다락방님의 호감도는 더 상승하겠지요. 서로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 언젠가 업무를 빙자한 티타임이라도 가져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다락방 2023-06-14 09:44   좋아요 1 | URL
SF 영역은 제 뇌에서 발달이 덜되어 있어서 읽기가 매우 난해합니다. 읽으면서도 내용 파악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의심하게 돼요. 어렵습니다. 흑흑.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 소설의 경우, 로맨스 여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한 번도 마주한 적 없고 같이 지내지도 못했지만, 그러나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건 무척 흥미롭지 않습니까. 안타깝고 응원하게 되면서 또 이해도 하게 되는.

저는 페미니즘을 알고 나서부터, 제가 페미니스트라고 저를 정체화했더니 그 점에 대해 저에게 무언가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부터, 타인이 나를 규정하게 두지 말자, 나는 내가 옳다는 방향으로 나아가자 고 생각했고 또 결심하고 있습니다. 타인들이 만들려는 내가 너무 피로해요. 저는 저인데 말입니다.
 

요즘의 나는 한 인간과 다른 한 인간의 '합'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합'을 국어사전에 넣어 검색해보면 '여럿을 한 데 모음' 이라고 나오고 또 '개개의 관념 개념 따위를 결합시켜 새로운 개념을 구성하는 일'이라고 나온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합은 후자에 가까운데, 이것은 아마도 요즘 말로 케미라고 해도 많이 다르진 않을 것같다. 사실 그보다는 아마 사주명리학 쪽에서 더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분명 명리학에는 내가 생각하는 합을 설명하는 단어가 있을거야. 혹은 합을 제대로 설명해줄 문장이라든가.


그러니까 처음은 '까닭 모를 미움'에서 시작했다. 나는 어떤 일에 대한 답을 찾고 싶은 사람이고, 그래서 답이 나올 때까지 계속 생각해야 하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경우 답은 구해진다. 나는 어떤 미움을 갖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그 사람을 왜 미워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거다. 왜 미운가, 나에게 잘못을 했는가? 나에게 해를 입혔는가?

이를테면 범죄자의 경우, 남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아마 다들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상해를 입힌게 아닌게 밉다면, 그것은 왜그런가.

왜, 우리 살면서 그런 말들을 종종 하지 않나. '주는 거 없이 미워' 라든가, '목소리도 듣기 싫어' 같은 말들. 그렇다면, 왜?



자, 내가 만약, 'A 너무 싫어, 입술 잡아뜯는 거 으 너무 싫어' 라고 했을 때, 내가 싫어하는 건,

'입술을 잡아뜯는 행위'인가? 그렇다면 B 가 입술을 잡아 뜯으면 나는 그럴 때에도 역시 '으 B 싫어' 할것인가, 라고 하면 그게 아닌 것이다. 내가 이걸 얻어내기까지 얼마나 많이 머릿속에서 사람과 상황을 대입시켰었는지 모른다.

한 사람의 어떤 행위가 싫었을 때, 그래서 그 행위 때문에 그 사람을 싫어한다고 했을 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 행위를 머릿속에서 똑같이 대입시켜 보았다. 그러자 답이 나왔다.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 행위를 한다고 그 사람이 싫어지진 않았다. 그렇다면 그 행위, 내가 A 를 싫다고 말하게 되는 그 행위는 나에게 '절대적으로 싫은 행위'가 아니었던 거고, 그렇다면 '그 행위 때문에' A가 싫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면 그것은 단지 애정의 크기 때문일까? 이를테면 A 는 별 애정이 없고 B 는 애정이 크기 때문에 A 를 그 행위로 싫다고 말한 것인가? 라고 보면 그것도 아니었다.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이 그 행위를 해도 나는 그 사람을 싫다거나 말하지 않으니까.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에너지를 쓰는 일이어서, 나는 이 일에 대한 답을 얻고 싶었다. 미워하고 싶지 않았다. 도대체 왜 미운걸까, 왜 예쁘질 않은걸까. 묻고 묻고 또 물었다.


나에게 잘못을 했나? 아니.

나에게 해를 입혔나? 아니.


그래서 이건 매력의 탓인가도 생각해보았다. 그 사람에게 매력이 부족한가? 그러나 그 사람은 나름대로 누군가에게는 사랑 받는 사람일 것이었고 나름의 친구도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 사람의 매력은 내게 매력으로 다가오지 못했나? 이게 단순히 매력의 문제일까? 그렇다면 내가 문제인가? 그런 사소한 걸 미워하는 나의 탓인가? 그렇지만 나는 다른 사람을 그렇게 미워하지 않는데?


이 이유, 저 이유를 다 대보아도 그 사람을 미워할 만한 딱히 어떤 정확한 답, '이거다' 하는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 사람이 내가 뭘 했는가 혹은 뭘 안했는가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 거다.


그러다 나는 작년에 《미 비포 유》를 재독했다.

왜 루이자에게 6년간 연인이었던 남자는 루이자의 상처를 치료해주지도 못하고, 루이자를 세상 밖으로 꺼내놓지도 못했나.

왜 윌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루이자로 하여금 안하던 외국 영화를 보게 하고, 안하던 클래식을 듣게 했나. 

루이자의 애인이 루이자를 사랑하지 않았나? 루이자의 애인이 루이자를 사랑한 시간은 더 길지 않았나? 그런데 왜 루이자는 연인이 같이 하자는 걸 해본 적은 없으면서 윌이 같이하자는 건 다 같이 했는가. 이게 왜, 어떻게 가능해지는가.


종국에 나는 '합'이라는 답을 얻어냈다. 너와 내가 일으키는 합.


일례로, 거래처 직원과 통화를 할 때마다 우리는 말이 꼬였다. 그 직원은 아주 젠틀하고 친절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인상도 좋았는데, 이상하게 대화를 할라치면 대화가 매끈하지 못한것 같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향한 표정이나 말투는 공손했는데, 그러나 뭔가 명쾌하진 않았다. 그 직원의 후임으로 들어온 직원은 그 전직원에 비해 젠틀함도 친절함도 덜했다. 그러나 대화가 아주 잘됐다. 업무 처리하는 시간이 더 짧아지고 대화를 마쳤을 때는 에너지 소모를 느끼지 않았다. 호감도로 치자면 나는 전직원에게 더 호감이 있었는데 대화하고나면 기분이 좋은건 그 후임이었다. 이건 내가 누구를 더 좋아해서 일어난 일도 아니고, 누가 내게 잘못해서 일어난 일도 아니었다. 



사람에겐 그 사람 고유의 성향이 있다. 거기엔 체취도 있을 것이고 소리도 있을 것이다. 다들 좋아하는 목소리를 나는 안좋다고 할 수도 있는 것처럼, 어떤 사람 근처에 가면 그 사람이 풍기는 냄새가 싫을 수도 있고,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그 냄새가 좋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나의 에너지와 상대의 에너지와 맞을 때, 그 사람의 어떤 행동들은 이해할만한 것이 되고 또 받아들일만한 것이 된다. 일전에 친구를 만나 얘기했을 때, 친구가 연인으로부터 들었던 감동깊었던 말이, 나 역시 연인으로부터 듣고 짜증났던 말이었던 적이 있다. 어떤 말이 누구를 통해 나오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에겐 다르게 들린다. 이건 좋아하고 싫어하고보다 더 이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좋아하고 싫어하고도 바로 이 합으로부터 도출되는 것 같다. 합이 맞으면 좋아하기가 더 쉬워지는 것이고 합이 맞지 않으면 끝내 좋아할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아 너무 좋아' 할 수는 없게 된달까. 내가 누군가를 이유없이 미워하는 것 같아서 그게 못내 찜찜했더랬다. 아무리 내게 수없이 이유를 물어도 마땅한 답을 내릴 수 없었고, 심지어는 내가 그 사람 입장에서의 변명이나 핑계조차도 댈 수 있었던 거다. 그러니 내가 미워하는 일이 몹시 마음에 걸릴 수밖에. 그러다 합이라는 답을 얻어내자 좀 평안해졌다. 나는 그 사람을 싫어하는 게 아니고,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게 아니다. 그 사람과 내가 단지 맞지 않는 것 뿐이다. 그 사람의 에너지와 나의 에너지는 서로 제대로 섞여내지 못하고 밀어낸다. 그것은 나의 잘못도 아니고 그 사람의 잘못도 아니다.



누군가 별 이유없이 나를 미워할 수도 있다. 실제로 누가 나를 미워한다는 말을 듣기도 여러번이고, 거기에는 그 사람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기도 하고 또 이유가 없을 것이기도 하다. 그저 내 존재 자체가 거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쟤는 이유없이 싫어, 으, 그냥 꼴도 보기 싫어,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고 또 당신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우리는 우리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서로 충돌할 뿐이다. 이건 미움도 아니고 싫은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가 맞지 않을 뿐. 맞지 않는 상대를 만나고나면, 아무리 나처럼 다른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받는 사람이어도 모든 에너지가 빨리고 만다. 이런 일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일전에 좋아하는 친구 D를 만나 이야기를 했다. 결국은 합의 문제인 것 같다고. 모든게 정리된 상황에서 말을 했다.

그 사람의 이런 행동이 싫어, 라는 나의 말에 D는 나도 그런 행동 했잖아, 라고 답했다. 


응 그래서 이제 알게 됐어. 나는 그 행동이 싫은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나랑 맞지 않으니까 뭐든 잘 흡수가 안돼, 라고. 놀랍게도 D의 경우에는 '강헌'의 <사주명리학>을 봤을 때 나랑 조화를 이루는 사람이었다.


일간(日干)이 기토(己)인 사람과 일간이 무토(戊)인 사람은 함께 있어야 한다. 물론 둘 사이는 좋지 않다. 그러나 함께 있어야 조화를 이룬다. 기토(己)는 우물 안의 개구리다. 세상을 넓게 보지 못하고, 자신이 경험하고 본 대로만 세상을 바라본다. 무토(戊)인 사람이 옆에서 "네가 경헙하지 못한 이런 세계도 있다"고 말해주며 다른 세상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거꾸로 무토(戊)인 사람에게는, 아무리 세계를 호령할 기질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일단 호령할 세상으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서의 근거지를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을지를 알려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기토(己)인 사람은 그런 컨트롤에 매우 능하다. -'강헌' 의 《명리》中


내가 무토(戊)의 사람이다. D와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르다.그런데도 주기적으로 함께 있고 싶어진다. 나는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하는 만큼이나 D 와 호캉스를 하고 싶어진다. 같이 있으면 서로 많은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호텔 침대에 나란히 누워 티비를 보기만 할 때도 있는데, 그건 그런대로 너무 좋다. 이 친구가 내 옆에서 쉬고 있는게 좋고, 내가 그 친구 옆에서 자고 있는 게 편안하다. 친구가 말을 해도 편안하고 말을 안해도 편안하다. 나는 이게 그 친구와 나의 합인 것 같다. 조화를 이루는 합.


여러분, 누군가 미워진다면 밉다, 싫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우린 합이 안맞는구나' 생각하세요. 평안이 찾아옵니다.



내가 왜 이 아침부터 합에 대해 긴 얘기를 했냐면, 결국 누군가와 합이 맞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게 누구냐, 사강이다!! 나는 사강하고 안맞아!! 아오 안맞아!! 일전에도 사강 책 두 권인가 읽고 으 사강 안읽어 하고 밀어뒀다가 최근에 시간도 흘렀으니 어디 다시 한 번, 하고 사강의 책 《패배의 신호》읽었는데, 읽는 내내 나는 증맬루 프랑스 영화랑 프랑스 책이랑 사강이랑 안맞는다, 했다. 사강 다시 시도하지 않아도 되겠어. 으 안맞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되어 법정에 섰던 프랑수아즈 사강은 이후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런 말을 남겼다. 그녀의 소설을 읽어보 지 않은 사람들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책머리에 中



그렇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사강의 말은 틀리지 않다. 자기가 자기 파괴를 한다는데 누가 뭐랄 것이냐. 그러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과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을 좋아라 할 순 없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결국 타인을 사랑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보면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하는 사람이 타인을 파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건 참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아무리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이고 또 자기 선택이라 할지라도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하는 사람을 딱히 가까이 하고 싶진 않다.


'루실'은 서른살의 여성이며 직업 없이 한가하게 보낸다. 그녀에겐 아주 부유한 오십살의 남성 애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루실이 서른 살의 직장인 남성 '앙투안'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앙투안 역시 마흔살의 부유한 여성 애인을 갖고 있었다. 루실도 앙투안도 자신들의 애인을 딱히 사랑하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애인으로 지내면서 그들의 파티에 참석하고 연주회에 함께 가고 연회에 참석하고 뭐 그런다. 그러다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어서 결국 부유한 애인 버리고 자기들끼리 살게 되는데, 루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즐기는 사람이고 그러므로 노동도 하지 않고 수입도 없다. 얼마 안되는 연봉을 벌고 있는 출판사 직원 앙투안은, 돈도 돈이지만 그래도 언제까지고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 아닌가 해서 일자리를 소개시켜주지만, 그런데 루실은 한달도 못버티고 튀어나온다. 난 역시 일을 못하겠다고! 하면서. 



"말했었잖아, 난 일을 하게 생겨먹질 않았어 …. 못하겠어. 그만두지 않았으면 난 죽거나 추해졌을 거야. 난 불행했어, 앙투안. 네가 날 비난할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야." -P.222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내가 진짜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을 루실이 했다. 내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 '나는 조직생활이 안맞아', '나는 규칙적인 생활이 안맞아', '나는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게 안맞아', 그리고 '나는 일을 하게 생겨먹질 않았어'.


장난하냐?

그러면 나는? 나는? 나는 일을 하게 생겨먹었냐? 나는 남의 밑에서 일하기 위해 태어났냐? 태어날때부터 나는 노동자 자질 뿜뿜이었냐? 어디 노동하는 사람 앞에서 일을 하게 생겨먹질 않았어 같은 말을 운운하는거지? 그래, 진심으로 자기 자신이 일을 하게 생겨먹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도저히 도무지 죽어도 안되겠다 생각할 수도 있지. 그러나 그 사람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먹고 자고 옷을 입고 마시기 위해서, 게다가 영화도 보고 책도 보고 전시도 보잖아?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노동으로 인한 돈이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닌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루실의 부자 남자애인은 그런 루실이, 그러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원하는, 순전히 자기의 자유만을 원하는 루실을 알고 이해하고 사랑한다. 그리고 지원해준다. 아낌없는 지원과 사랑을 뿜뿜 준다. 루실은 이 부자 남자 애인하고라면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침대에서 자면서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차려주는 밥을 먹을 수 있다. 세상엔 그런 팔자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손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누군가 다 해다 바치는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타고난건지 모르지만 그럴 수 있고, 그런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빛나 보일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뭐 고생을 했어야 시들기를 하지. 어쨌든 사강 책 읽는데 내가 공감할 수 있거나 이입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이야기 바깥에서 타인이 되어 짜증만 난다. 루실도 싫고 앙투안도 싫고 ㅋㅋㅋㅋ 그 부자 애인들도 다 싫고, 그 중간의 조연인 게이 늙은 남자도 싫다. 이 돈많은 사람들의 연회 분위기도 싫고 가십 만드는 것도 싫고, 그러다가 우리둘만 있는 세상 이러면서 좁은 원룸 침대에서 섹스하는 것도 싫다. 아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나랑 안맞아. 읽으면서 도대체 이 책의 의미는 무엇인가? 했다. 세상엔 무위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거? 모르겠다. 한나 아렌트 생각만 났다.


인간의 태어남이 인간의 파멸을 구하는 기적이라고 말하는 한나 아렌트.















이 위협에 직면해서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The HumanCondition에서 삶에 대한 맹렬한 방어를 구축한다. 소비주의의 생기론적 결정론과 ‘생명 활동‘ vital process에 대한 현대 과학기술의 헌신 속에서 단지 틀에 박힌 듯이 재생산되는 삶에 대한 정반대 극단에서 아렌트는 그녀가 기꺼이 ‘삶의 기적‘ the miracleof life 이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 각각의, 그리고 모든 탄생의 고유함에 대해 찬양을 올린다.


세계, 인간사 영역을 그 통상적이고, ‘자연적인‘ 파멸로부터 구하는 기적은 궁극적으로 탄생성이라는 사실인데, 그 안에 행위능력이 존재론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그것은 다시 말해 새로운 인간의 탄생이고 새로운 시작이며, 그들이 태어남으로 인해서 가능해지는 행위인 것이다. - P15



아무것도 하지 않음도 일단 태어난 이상 그 사람이 선택한 행위 그 자체일 수 있을 것이지만, 그냥 난 … 사강이 별로입니다.


사강,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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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먼지 2023-06-08 10: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이 페이퍼 읽으면서 너무너무 웃었어요!! 체력 바닥나서 거의 기어서 출근했는데 너무 기분 좋아져 버렸습니다!! 가만가만 주변인들 떠올리면서 다락방님 이야기 쫓아가고 있었는데 이게 사강과의 이별을 위한 초석이었다니!!! 저는 <패배의 신호> 읽다 너무 답답하고 짜증나서 중간에 포기했거든요.. 인용해주신 “일을 하게 생겨먹질 않았어” 부분까지는 가지도 못했는데 읽었으면 화병날 뻔.. 본인이 저렇게 사는 건 상관 없는데 어떤 식으로든 주변에 민폐를 끼치니까 루실 같은 인물이 더 싫은 것 같아요ㅠㅠ

잠자냥 2023-06-08 11:01   좋아요 4 | URL
굿바이를 이렇게까지 웃기게 쓸 일인가......

다락방 2023-06-08 11:05   좋아요 3 | URL
제가 사강이 그려놓는 그 부자들의 연회 장면 같은거 보면서 으 너무싫어 너무 싫어 했는데, 그렇다면 부자들이 모여 밥먹는게 싫은가 하면 그게 아니더라고요. 수많은 사교파티 장면 등장하는 외국 소설이나 영화가 얼마나 많습니까? 아 역시 사강과 뭔가 안맞아요. 등장인물이 별로라고 꼭 작가가 별로가 되리란 법은 결코 없지만, 그런데 저는 루실도 싫고 사강도 이제 그만 만나고 싶습니다. 이 부자 늙은 애인들과 가난한 젊은 애인들과 그들이 얽히면서 그려내는 신경전과 사랑한다 생각하면 언제나 격렬한 섹스로 이어지는 이 총체적 분위기가 그냥 죄다 저랑 안맞아요. 으.. 저는 대한민국 사람인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뼛속까지 대한민국 유교중년 …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6-08 11: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부장님은 제가 입술 너덜너덜 뜯어도 좋아할걸요?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제가 프랑스 영화 많이 보는데도 좋아하면서....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저도 이 <패배의 신호>에 패배하고 말았어요.
도서관에서 두 번이나 빌렸다가 결국 두 번 다 읽다가 포기하고 반납.....
사강도 그만 읽어야겠다 뭐 이런 생각하게 해준 책이라능.
녹색광선 이 시리즈 중 (현재까지는) 유일하게 안 읽은 책이 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이 책 좋아하는 물감 님하고 우리의 합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08 11:57   좋아요 4 | URL
예시를 입술 뜯는 걸로 들긴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입술 뜯는 행위에 대해 별 생각은 없습니다.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당연히 차이가 발생할텐데, 왜 제가 잠자냥 님은 좋아할거라 생각하시죠? 왜죠? ㅋㅋㅋ

저는 이 합이라는 것은 이렇게 글만으로는 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만나서 실체의 우리가 뿜어내는 에너지를 확인해야 가능해지는 것 같아요. 보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들리는 것과 냄새 맡는 것까지. 그 사람의 실체가 가진 에너지가 나의 에너지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인데, 서로 좋아하는 책 취향이 같아도 이 합은 어긋날 수 있고 서로 책에 대한 취향이 달라도 합은 샤라라랑 거릴 수 있고요. 그렇다고 보면 물감님과 저희의 합은 어떨것이냐,

‘이렇게는 알 수 없다‘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만 총총.

물감 2023-06-08 1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그럴수 있죠. 사강은 싫어할 수가 있는 사람이에요ㅋㅋㅋㅋ저도 작품이 주는 인사이트가 좋은거지, 작품이 좋진 않아요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09 08:27   좋아요 1 | URL
제가 대체적으로 프랑스 쪽하고 안맞는 것 같아요. 프랑스 영화도 별로 안좋아하고 책도 별로 안좋아하고 그래서 사강도 별로 … ㅋㅋㅋㅋㅋ 그리고 저는 기본적으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별로 안좋아합니다. 하핫.

책읽는나무 2023-06-08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사강, 굿바이....ㅋㅋㅋ
근데 왜 또 훗날 사강 책을 또 읽고 있을 것 같은 다락방 님 모습이 연상되죠?^^

사강의 세계는 조금 높은 벽을 타고 넘어가야 합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직 몇 권 읽어보진 못했는데 어??? 하면서 물음표가 생기긴 했었어요. 그래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구요.
이 책은 좀 더 긴장하며 읽어야겠구나! 싶군요.
‘합‘이란 건 말씀처럼 누군가 끌리는 사람이 하는 행동과 그냥 싫은 사람이 하는 각각의 두 행동이 완전 다른 체감으로 다가오는데 전자의 경우가 편애가 아닌 나와 그 사람의 ‘조화로운 합‘이었단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오네요.
어제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학창 시절 나와 단짝였던 친구얘기가 나와서 잠깐 기억을 떠올렸는데 그 친구와 전 정말 성격이 정반대여서 어떻게 친하게 지냈을까? 갸웃해지더군요. 지금도 서로의 삶이 이해가 안되어 때때로 ‘넌 왜 그렇게 사니?‘하고 충고를 대놓고 얘길 하는데도 또 만나면 편하고 좋아요.
이 마음은 뭘까? 편애인가? 생각했었는데 오늘 다락방 님 글을 읽으면서 깨닫네요.
조화를 이루는 합이었단 것을요!!!!
감사하네요^^

다락방 2023-06-09 08:29   좋아요 2 | URL
저는 사강을 앞으로도 좋아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이건 문화 차이도 있을 것이지만 인간 기본적인 성향 차이가 저랑 어긋나는 것 같아요. 글을 잘 쓰고 못쓰고 이런 개념이 아니라, 사강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과 또 그 사람이 살아온 문화가 저와 아무것도 접점을 이루지 못하고, 그렇다면 공감하거나 동의를 해야하는데 그도 안되고 … 어떤 거부반응 드는 그런 식의 기운이 있습니다, 사강에게는. 하핫.

좋아하는 작가의 책만 읽어도 시간이 부족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나고 살아도 시간이 부족한데, 우리 좋아하는 것을 잔뜩 취하면서 살기로 합시다, 책나무 님. 조화를 이루는 사람들과 더 자주 만나고요!!

Falstaff 2023-06-08 16: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자주 했던 말이고요, 지금도 백수로 돌아온 둘째 새끼한테 아주 가끔 하는 말입니다.
˝그러면 나는? 나는? 나는 일을 하게 생겨먹었냐? 나는 남의 밑에서 일하기 위해 태어났냐?˝

다락방 2023-06-09 08:30   좋아요 2 | URL
전 진짜 그런 말 듣는게 너무 싫더라고요. 이건 아마 너무 오래 노동자로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조직생활이 안맞아‘ 이런 말 들으면 나는 그러면 조직 생활 겁나 잘 맞아서 돈 벌고 있냐 싶고 말이지요. 욱 하는 마음이 생겨버립니다. ㅠㅠ

은오 2023-06-09 07: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안그래도 이거 읽으려고 했는데 다락방님이 이렇게 사강한테 굿바이 인사까지 하시는거 보니까 궁금해서 빨리 읽어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저는 슬픔이여 안녕 좋았어서 패배의 신호도 좋게 느낄 가능성이 더 큰데 암튼 읽어보고 오겠습니다!

다락방 2023-06-09 08:31   좋아요 2 | URL
저도 은오 님은 사강을 좋아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저는 은오 님이 좋지만, 좋은건 좋은 거고 은오 님과 저는 아주 다른 성향의 사람이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걸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싫어할 수도 있고, 제가 싫어하는 걸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할 수도 있고, 그런게 인생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런 점을 이해하고 있는 바, 은오 님이 누구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이 은오 님이 예쁩니다. 흠흠.

읽고 감상 써주세요, 은오 님!

은오 2023-06-11 03:1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랑 저 그렇게 다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주 다른 성향의 사람ㅋㅋㅋㅋㅋㅋ네.... 다른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서로 좋아한다은 점은 같으니 다행입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3-06-11 12:02   좋아요 0 | URL
은오 님이 지금 제 책상을 보신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실 겁니다. 이렇게까지 지저분할 일인가, 하고 말이지요. 하하하하하.
책상인데 정작 읽을 책 놓을 자리가 없는 건 왜일까요? 껄껄.

꼬마요정 2023-06-09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강이랑 안 맞아요 ㅋㅋ 커피 마시면서 읽다가 웃겨서 뿜을 뻔 했어요 ㅋㅋ 나는? 나는? 거기서 왜 심하게 이입이 되는거죠? ㅋㅋㅋ 커피를 뿜어서 서류가 다 젖어서 다시 일을 해야 한대도, 다락방 님이 웃겨서 그래가 아니라 내가 칠칠치 못해서 그래 할만큼 다락방 님이 좋네요 ㅋㅋ 아, 물론 커피를 뿜지는 않았어요 ㅎㅎㅎ

꼬마요정 2023-06-09 10:08   좋아요 0 | URL
아 맞다 다락방 님!! 저도 무토예요 ㅎㅎ

다락방 2023-06-10 20:02   좋아요 1 | URL
오오 꼬마요정 님도 무토세요? 반갑습니다! 혹시 일간은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무술일주 입니다! 으하하하. 이것도 저랑 맞으시려나요? 어쩐자 같았으면 좋겠다.ㅋㅋㅋㅋㅋ 그런데 아닐 것 같아요.

저는 사강 뿐만 아니라 프랑스적인 것들하고 좀 안맞아요. 소피 마르소 주연 프랑스 영화 보다가도 아오 이게뭐야 막 이랬어요. ㅋㅋ 그들의 연애에 대한 태도랄까 이런것도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렇습니다. 사강은 이제 작별인사 하고 보내드리는 걸로. 안녕~

꼬마요정 2023-06-10 21:34   좋아요 0 | URL
전 무신일주랍니다. 쪼끔 다르네요 ㅎㅎ 사강 안녕~
 

쉬는날은 가만있질 못하고 어디로든 나갔다오곤 했는데, 어제는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으니 집에서 꼼짝 않기로 하자, 하고는 아침 먹고 책 읽고 점심 먹고 책을 읽었다. 참다 못해 저녁에는 샤워도 하고 저녁도 먹고나서 시장을 한바퀴 돌고왔지만, 어제 외출은 시장을 돌고 한시간 가량 걷고온 게 전부였다. 


시장에 나간 건 산책(걷기)이 가장 큰 목표이긴 했지만, 사실 꽈배기를 사고 싶어서였다. 시장에서 파는 꽈배기, 따뜻한 꽈배기가 먹고 싶었다. 저녁을 먹었지만 꽈배기 간식으로 먹어야지. 그렇게 나갔는데 시장의 꽈배기집이 문을 닫았더라. 아뿔싸.. 괜찮아 다른 곳에 꽈배기 가게가 또 있으니까. 그리고 그곳까지 도착했는데 휴일이라 그런지 거기도 문을 닫았더라. 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꽈배기 가게가 저쪽에 또 있었지. 나는 왔던 길을 얼마간 되돌아 다른 골목으로 꺾어서 기억에 의지하며 꽈배기집을 드디어 찾아냈는데, 그 꽈배기집도 문을 닫았다. 이쯤되니 오기가 생겨서 꽈배기를 꼭, 반드시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꼭 시장표 꽈배기가 먹고 싶었지만 하는수없지, 양보하자, 그래서 동네 뚜레쥬르로 갔다. 꽈배기를 팔았던 것 같아. 그런데 내 앞에 들어간 손님이 마지막 남은 하나의 꽈배기를 손에 들고 놓지 않으시며 다른 빵을 둘러보셨다. 왜죠? 나는 터벅터벅 빵집을 나왔다. 이렇게 네 곳이나 들렀는데 꽈배기 하나 못 가지고 가는 삶이라니, 이것은 실패한 산책인가. SPC 불매를 오래 이어오고 있었지만, 파리바게트 한 번 가볼까, 망설이다 파리바게트를 들어갔다. 딱 하나의 꽈배기가 남아 있었다. 나는 불매를 이렇게 깨버릴 것인가, 살것인가, 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돌아 나오려는데 흑흑 아니야 사자, 하고 다시 꽈배기를 먹겠다는 욕망에 굴복하며 그걸 사가지고 나왔다. 집에 와서 꽈배기를 먹는데 절반쯤 먹고 나니까 더 안먹어도 되겠더라. 역시 모든 것은 갖고 싶을 때 가장 욕망이 절실하고, 손에 쥐자마자 사라져버리는 것 같아. 어쩌면 갖지 않는 것이 더 열정적 삶을 살게 되는 방법 아닌가 … 하는 철학적 생각을 하며 다시 책을 펼쳐 들었다.



















주디스 헌은 혼자다. 식구도 없고 친구도 없다. 아니 친구가 없다고 할 순 없고 일요일마다 방문하는 가족이 있는데, 사실 그 가족도 주디스 헌을 별로 반기질 않는다. 남자는 주디스 헌이 올 시간이면 서재로 숨어버리고 아이들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그 자리를 피하고자 한다. 여자는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지만, 반가운 것이 본마음은 아니다.


주디스 헌은 살고 있는 집은 우리식으로 보면 예전 하숙집 같은건데, 각자의 방을 내어주고 아침을 같이 먹는다. 아침이면 하숙집 주인 식구들과 다른 하숙인들이 함께 만나 밥을 먹는거다. 그들 모두 근근이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며 다들 뭐 다정하거나 살갑지 않은데, 그 하숙집에 하숙집 주인 '라이스 부인'의 오빠 '제임스 매든'이 찾아온다. 못생기고 늙고 매력적이지 못한 주디스는 항상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남자만 만났는데, 제임스는 그녀에게 살갑다. 그녀의 망상은 그가 자신에게 빠져있고 그가 자신과 결혼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는 걸로 이어지는데, 제임스로서는 그녀의 손목에 있는 시계가 비싸 보여서 돈이 좀 있는 여자인가 싶은 것이고, 그렇다면 그녀에게 나랑 사업을 같이 하자고 하자 …는 속셈이었기에 주디스 헌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고 싶어진다. 정신차려, 이 여자야! 


그런데 내가 지금 하려는 얘기는 이 가련한 영혼에 대한 얘기가 아니고, 이 하숙집 주인 '라이스 부인'의 아들 '버나드'에 대한 것이다.


버나드는 대학까지 들어갔지만 중퇴했다. 시를 쓴단다. 집에서도 시를 쓰고 있단다. 집에 가만 앉아서 엄마가 차려주는, 아니 하녀가 차려주는 밥을 먹는다. 다른 하숙생들에게는 식빵과 버터만 내어주는 라이스 부인이지만, 자신의 아들, 가만히 앉아서 주는 거나 쳐먹는 아들에게는 베이컨과 계란 요리를 내어준다. 왜냐하면 시를 쓰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니까. 그러면 그가 시를 써서 돈이나 벌어다 주느냐, 하면 아직 시를 써서 뭔가 이룬 건 없다. 제대로 된 시를 써냈는지도 모르겠다. 버나드는 살이 찌고 배가 나오고, 그냥 길에서 만난다면 비호감인 아저씨 1일 뿐인데, 자신의 힘으로 하는 건 하나도 없는 라이스 부인의 귀한 아들이다. 그뿐인가. 심지어 그 집에서 일하는 열여섯 하녀 메리를 침대로 자꾸 끌어들인다. 메리로 하여금 결혼할 수도 있을거란 착각을 하게 하면서.



언젠가 SNS 에서 남자들의 하찮은 욕망에 대한 언급을 본적이 있다. 아무리 큰 재벌이어도, 큰 종교집단의 교주여도, 결국 그 커다란 권력과 재산을 가지고 하는 짓이 여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것이라니. 그렇게 큰 힘을 가지고 하는게 고작해야 없는 남자들도 하는 그런 여성에 대한 성매매 혹은 성학대라니. 너무 하찮지 않나, 남자들의 욕망은 그냥 고작 그정도란 말인가. 힘이 있으나 없으나 돈이 있으나 없으나 고작 그뿐이란 말인가. 버나드 역시 마찬가지. 집에서 차려주는 밥이나 가만히 앉아 받아먹는 돼지여도, 임금 노동도 가사노동도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아도, 일하는 여자를 침대로 끌어들인다. 너무 징그럽기 짝이 없다. 오히려 뺀질뺀질 거짓말하며 어떻게 돈을 벌어볼까, 어쩌면 돈있지 않나 하고 주디스에게 접근하는 제임스 매든이 더 나아 보인다. 아, 그것도 아니네. 제임스 매든도 '그러면 안되는거지, 아직 어린데!' 라고 하면서도 열여섯 하녀의 육체를 매일 생각하다 결국 '딱 한 번만!' 이라고 하면서 그녀를 강간하니까. 여기서 잠깐. 


주디스 헌은 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외롭고 누구도 돌보아주지 않는다.

버나드와 제임스는 죄를 저지르고 사는 한심한 인간들이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식구도 있고 갈 곳도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자, 다시. 나는 버나드 얘기를 하고 싶다. 왜냐하면 버나드 얘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잘 몰라요." 그가 말했다. "하지만 헌 양은 분별력이 있으시니까 잘 아실 거예요. 전 마음이 평온해야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제임스 삼촌이 그걸 다 무너뜨렸죠. 삼촌이 온 이후로 엄마는 딴사람이 됐어요. 삼촌한테 돈이 많은 줄 알고 그 돈을 탐내고 있거든요. 엄마는 탐욕스러운 인간이에요,

불쌍하신 분이죠. 물론 제가 엄마를 탓할 입장은 아니긴 해요. 아시다시피 위대한 시를 쓰는 작업은 돈을 벌지 못하잖아요."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일은 언제든 구할 수 있어요. 아무리 시인이라고 해도 일은 해야죠."

"아뇨, 아뇨, 이해를 못 하시네요. 제 작품은 서사시에요. 위대한 서사시. 지금은 그 첫 단계를 작업중이고요. 5년이 걸릴 수도 있어요. 제가 왜 제 재능을 썩혀야 하죠?"

돌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 버나드는 방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대체 왜요?" 그가 불평했다. "왜 우리 엄마는 불멸의 작품에 투자하지 않는 거죠? 명색이 엄마라면 그렇게 해야죠."

정말 웃긴 놈이네. 반쯤 미쳤나 봐. 제딴엔 예술가라는 거지. 그녀가 술병을 건네자 버나드가 술 두잔을 따랐다. 이제는 이 자식이 두렵지 않아. 해를 끼칠 만한 놈도 아니고. 그냥 웃긴 녀석일 뿐이야. - P303




위대한 서사시를 쓸 거기 때문에 엄마가 자기 뒷바라지를 당연히 해줘야 하는데, 그게 엄마가 해야 할 당연한 일인데, 그런데 삼촌의 돈을 탐내느라 자기 마음이 평온하지 못하다는 거다. 이 날, 삼촌과 함께 떠나라는 얘기를 하기 위해 버나드가 헌의 방에 온거였는데, 자기에게 썩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위대한 시를 쓸 것이라는 것,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것을 자랑스레 말하는 것이 정말 꼴보기 싫었다. 주디스 헌의 말대로, 아무리 시인이라고 해도 일은 해야 하는데, 어떻게 가만 앉아서 엄마가 주는 밥이나 받아 쳐먹고 있냔 말이다. 다 큰 성인이. 서른이랬나. 그렇게 배 두드리면서 하녀나 건드리고. 진짜 너무 꼴보기 싫다. 위대한 서사시래. 하아 - 마틴 에덴 생각 났지만, 마틴 에덴은 정말 재능이 있었고 사람들이 알아주지 못했고, 그리고 마틴 에덴은 노동을 했던 사람이야. 마틴의 머릿속엔 정말 재능과 철학이 있었다고. 그리고 노동자의 육체미가 … 그런데 남들 다 식빵만 먹을 때 베이컨과 계란 먹으면서 배나 뿔룩 나오고 ㅠㅠ 엄마나 하녀를 부르기만 하는 삶 ㅠㅠ 아 너무 꼴보기 싫어서 미치겠는거다. 그리고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 위대한 서사시의 첫 단계를 작업중이냐. 사람은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다. 가만 집에 앉아서 도대체 무슨 위대한 시가 탄생한다는 거냐. 산책을 하면서 걷거나 자연을 보거나 사람을 만나거나 해야 뭔가 머릿속에 영감이나 생각이 떠오르지. 가만 앉아서 주는 밥이나 먹으며 미성년자나 건드리는 새끼가 도대체 무슨 위대한 서사시를 쓴다는 거야. 딥빡이 오는 것이다. 새끼야, 정신차려라. 넌 그러다 고지혈증 고혈압 기타등등으로 일찍 죽을겨 … 나가서 일을 하라 젊은 청년이여!! 일을 하면 그 과정에서 시적 영감이 파바박 떠오른다니까?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 진짜 너무 싫다 너무 싫어. 그런데 열여섯 우리 하녀 메리는 이런 버나드를 좋게 본다. 다정하대, 결혼도 생각한대. 메리야, 그 남자랑 결혼하면 너 평생 뒷바라지만 하면서 살아야 돼 ㅠㅠㅠ 



그런데 왜, 어째서, 어째서 주디스 헌이 외로운거죠, 네? 주디스 헌이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거, 믿음이 스러져가는 거, 너무나 자연스런 수순 아닌가요? 휴 …




어제 동생들과 톡을 하는데 여동생은 '언니는 뭐해?' 하고 물었다. 나는 이런 사진을 보내주었다.



책을 읽고 있다고. 너무 행복하다고. 조문영의 《빈곤 과정》읽다가 《하틀랜드》언급되길래 살려고 잠깐 알라딘 들어갔던 때에 찍었다. 나 이거 있지 않나? 하고 산책앱 봤더니 없던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조문영의 빈곤 과정 읽으면서, 종종 생각했던 공부 총량의 법칙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한 사람에게는 공부를 해야 하는 총량이 정해져있고, 그것이 어릴 때 발현되면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 취업하는 거고, 그것이 늦게 발현되면 나처럼 되는 거다. 학창 시절 공부 못하고 그럭저럭 살다가 나이 들어서 머리가 따라가지 못하는데 이것도 알고 싶고 저것도 알고 싶고 그래서 막 이 책도 보고 저 책도 보고 … 몇해전에는 퇴근하면 강의 들으러 다니느라 육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엄마는 누가 시켰으면 절대 안했을 것을 니가 원하니까 막 하러 다니네~ 했더랬다. 이번에도 '허영선'의《제주 4·3을 묻는 너에게》읽으면서 아이패드에 얼마나 메모를 했는지 … 

조문영의 책 읽으면서, 아 내가 어릴 때 이미 공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면, 그래서 조문영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조문영은 대학에서 <빈곤의 인류학>강의를 한다고 했는데(정확한 기억이 맞나?) 그런 거 들을 수 있었으면 나는 또 얼마나 달라졌을까. 좀 더 성숙한 인간이 되어 있지 않을까? 막 그런 생각 하면서, 지금 그런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학생들이 부러웠다. 물론 지금 학생들이라고 모두 그 강의를 알고 수강 신청을 하진 않을 것이며, 알아도 들으려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내가 보기에는 이런 강의를 듣는다면 확실히 인생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은 거다. 삶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고. 내가 어릴 때 공부를 잘했다면 인생의 어느 순간 마리 루티 강의 들으러 하버드에 갔을 수도 있을텐데 …


부질없다, 이런 얘기.



어제 남긴 꽈배기나 먹어야겠다.


이게 종교였다. 종교란 숙취로 입이 바싹 마르고, 하녀와 있었던 어젯밤 일을 생각만 해도 괴로운 이런 아침에 하느님께 용서를 비는 것이었다. 그래서 1년에 한 번 부활절 의무를 다하고 일요일 아침 미사에 참석하는 것이다. 게다가 종교는 일종의 보험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훗날 구원을 받을 거라는 뜻이다. 그러니언제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삶의 최후를 맞기 전에 완벽히 회개하기만 하면 모든 준비가 끝나는 것이다. 매든 씨는 연옥이나 속죄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고해와 그에 따른 용서가 그의 신앙을 지탱하는 기둥이었다. 그는 되도록 자주 과거를 잊고 새롭고 희망찬미래를 시작하는 게 위안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P111

노란 액체가 잔 속에서 천천히 맴돌았다. 향이풍부하고 기름진, 만족으로 이끄는 이 열쇠. 그녀는단숨에 삼켰다. 배 속이 데워지며 술기운이 서서히 몸에 퍼졌다. 떨리는 손이 가라앉았고, 알 수 없는 힘이그녀를 가득 채웠다. 따뜻하고, 편안했다. 세상 하나뿐인 연인. 그녀는 손을 뻗어 잔 가득 술을 따랐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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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6-07 1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들어와서 다락방님 글 읽는 즐거움이란 저희 동네 꽈배기 맛집의 금방 만든 꽈배기맛입니다. 아, 저도 꽈배기 먹고 싶네요. 팥도너츠도 맛있어요. 아, 찹쌀 도너츠도요 ㅋㅋㅋㅋㅋㅋㅋ

새 책 담아갑니다. <빈곤 과정>이 제일 관심가네요. 저도 찾아서 읽어보려고요. 그러나 퇴근하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빨래 후 건조대에 안 널고 구석에 처박아둔 빨래 같은 나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6-07 13:26   좋아요 2 | URL
구석에 처박아둔 빨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상상됩니다.
기운 차리시고, 다시 햇볕에 그 빨래 널어놓을 날이 오기를 간절히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3-06-07 13:51   좋아요 2 | URL
아니, 단발머리 님. 이게 얼마만입니까! 자주 자주 좀 오셔서 흔적 좀 남겨주세요. 단발머리 님 글 읽은게 대체 언제란 말입니까. 흑흑. 저의 꽈배기 맛집이 되어주셔야죠!! ㅠㅠ

빈곤과정 읽다보면 막 답답하거든요. 뭐랄까, 오늘 정희진 오디오매거진에서 ‘학습된 무기력‘에 대해 들었는데, 빈곤이야말로 학습된 무기력으로 분노만 남게 되는건 아닌가 하면서요. 우리가 빈곤을 안다고 말할 때, 그건 정말 ‘아는‘게 맞는 건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게 아닌가 하고요. 그런 한편 박완서의 <도둑 맞은 가난>도 읽어야겠고 말이지요. 아, 책 사러 가야겠어요.

아무튼 건조대에 빨래 널어놓으세요!!

독서괭 2023-06-07 14:40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빨래라니 ㅠㅠㅠㅠㅠㅠㅠ

잠자냥 2023-06-07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부장님이 <주디스 헌> 읽으면 저 아기 라이스인지 버나드인지의 끔찍함에 대해 구구절절 욕해줄 줄 알았어요. 아 속시원해.......... 근데 넘 징그럽죠?! ㅠㅠ 우엑.......

무튼 꽈배기... 파바에서 욕망에 굴복하신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나 인간적이라 정이 가네 이 인간.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07 13:53   좋아요 2 | URL
저 아기 라이스 진짜 너무 싫어요 엄청 싫어요. 제가 싫어하는 인간의 총집합체예요. 저는 어떻게 저런 인간이 다른 인간과 섹스를 할 수 있는지 그것도 너무 신기해요. 저는 옆에 있기만 해도 혐오감으로 도망치고 싶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옷을 벗고 저 남자랑 섹스를.. 으 너무 싫다. 그리고 그 엄마도 미치겠어요. 그 아들이 그렇게 살 수 있는건, 그 삶을 그 엄마가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죠. 도대체 왜 때문에 이런 한심한 돼지가 아니라 주디스 헌이 외로워야 되는건지. 아 너무 싫어요.

파바에서 욕망에 무릎 꿇은 제 자신이 싫어요. 흑흑 ㅠㅠ

DYDADDY 2023-06-07 14:23   좋아요 0 | URL
불매운동이 좀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특정 기업의 제품은 사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할 때 그 것 외의 다른 대안이 없으면 살 수 밖에 없는 것이잖아요. 욕망을 위한 소비이지만 더 도덕적이기 위한 것뿐이니 자책하지 않으시면 좋겠어요. 환경을 걱정하는 모든 사람이 파타고니아를 입을 수 없는 것 처럼요. ㅎㅎㅎ

다락방 2023-06-07 14:37   좋아요 1 | URL
뭐랄까, 사실 그거 안먹는다고 큰일나는 것도 아닌데 너무 식탐에 굴복해버린 것 같아서 그 점이 제 스스로 좀 실망스럽더라고요. 실망스럽다고 해도 이미 제가 그 행위를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지만요. 식탐은 너무 힘이 세네요. 하아-

독서괭 2023-06-07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워 버나드 ㅋㅋㅋㅋ 서사시 ㅋㅋㅋㅋ 그 서사시는 대체 뭘까요. 포르노 대서사시??
근데 주디스 헌이 속으로 까는 거 되게 시원한데요. ㅋㅋㅋ
아무튼 이 글의 주제는 꽈배기인 거죠? 저도 꽈배기 좋아하는데.. 그 맘 압니다. 그렇게 애썼는데 빠바에 들어가고 만 그 마음 안타깝네요 ㅠㅠㅠ 그래도 남은 꽈배기는 맛있게 드세요!

다락방 2023-06-08 08:59   좋아요 1 | URL
그런데 저렇게 멀쩡한 주디스 헌은 왜 외로울까요. 왜 그 외로움이 그녀를 병들게 할까요. 세상은 정말 어찌 돌아가는건지. 세상이 원망스럽습니다. 하아-

제가 사실 특별히 꽈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데, 토요일에 남동생이 시장에서 꽈배기를 사왔는데 따뜻해서 너무 맛있더라고요. 그 뒤로 자꾸 생각이 나는 바람에 그만 … ㅋㅋㅋㅋㅋ
남은 꽈배기는 어제 흡입했습니다. 빠샤!

새파랑 2023-06-07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꽈배기 하나에 저런 철학적 깨달음을 얻으시다니~!! 역시 이작가님~!!

SPC가 그런거지 꽈베기가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ㅋㅋ

다락방 2023-06-08 09:00   좋아요 1 | URL
무릇 철학이란 꽈배기에서도 붕어빵에서도 얻을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생각만 한다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으하하하하.
음 또 출출하네요. 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3-06-07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낚여서...^^

다락방 2023-06-08 09:02   좋아요 1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