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대학 4 : 우주가 궁금해! - 어린이들을 위한 교양의 모든 것
울리히 얀센 외 지음, 유영미 옮김, 클라우스 엔지카트 그림, 박석재 감수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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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현재 존재하고 있거나 이미 존재했던 것들 중에서 아직까지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고 열광하는 분야 두 개를 고르라면, 많은 사람들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땅속에 묻혀 있는 '공룡시대'와 우리의 머리 위로 펼쳐진 '우주'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물론 바닷 속이나 고대 문명, 미지의 세계, 남극이나 북극, 히말라야 산맥의 꼭대기 등 마음 먹는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알고 싶다고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영역이 많긴 하지만, 공룡과 우주라는 영역만큼 아이들에게 광범위하게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분야는 없는 듯 합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하는 책의 종류만 뒤적여 보더라도 금방 관심의 정도를 짐작할 만 하지요..... 독일의 튀빙겐 대학에서 처음 시작된 어린이 대학의 강의를 책으로 다시 편집했다는 '어린이 대학 시리즈'의 1권 첫번째 이야기가 공룡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것도, 그리고 어린이 대학 강의 시간에 끝에서 두번째 줄에 앉아서 중력과 별 이야기를 관심있게 듣고 있던 열한 살짜리 소녀의 '우주에 끝이 있다면 그 끝은 어떻게 생겼을까요?'라는 질문을 마음에 두고 있던 어린이 대학 교수님들이, 그 소녀에게 이해하기 쉽게 제대로 대답해 주지 못한 빚진 마음을 풀기 위해 우주의 비밀에 대한 내용으로 어린이 대학 4번째인 이 책을 쓰기로 했다는 것도 어찌보면 아이들이 여기에 가지는 관심과 열정에 의한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이현령비현령식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표지 그림에서 한 소녀가 문을 열어 젖히자 바로 우주 공간의 문턱에 서있는 그림은 언뜻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아이들을 위해 썼던 우주에 대한 이야기인 '조지의 우주를 여는 비밀 열쇠'에서 주인공들이 우주를 드나들던 방법을 생각나게 합니다. 아직까지는 우주로 갈려면 지구의 무거운 중력을 벗어나기 위한 어마어마한 로켓의 힘을 이용해야 하지만, 인류가 진보한 어느 순간엔가, 아직까지는 어쩔수 없는 중력과 공간과 시간 등에 대한 획기적인 조작(?)기술이 발견(또는 발명)된다면 표지의 그림처럼 문 하나만 열거나 한 발짝만 옮기면 우주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아직까지는 망상에 가깝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그것이 결코 망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 강해집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주와 공간과 시간에 대한 개념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광대해지고, 흐물거리기도 하고, 굽어지기도 늘어나기도 또는 짧아지기도 하는 이상 야릇한 상상같은 현실속으로 들어가게 되니까요.

 우주의 끝은 있을까? 우주는 얼마나 클까? 왜 별에서는 빛이 날까? 우주에는 얼마나 많은 은하와 별과 행성들이 있을까? 우주에는 정말 다른 생명체가 있을까? 우리가 밤하늘에 보는 별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등등 무수한 호기심 어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이 책을 통해서 들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고 단순하게 옛날 이야기를 하듯이, 또는 구렁이가 담넘어가듯이 대강 이러니까 이렇다는 식의 이야기들은 아닙니다. 이 책을 쓴 우리 어린이 대학의 교수님은 공부를 많이 하고 천문학과 우주 물리학을 끼고 사는 분으로, 어린이들에게도 대학생들에게 가르쳤듯이 자신이 지금까지 알게된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기를 원하시는 분이니까요. 그래서 내용을 설명할 때면 빅뱅, 블랙홀, 암흑 물질, 암흑  에너지, 우주 배경 복사, 윔프, 중력파, 일반상대성 이론과 특수 상대성 이론, 초신성(슈퍼노바), 백색 왜성 등의 낯선 용어가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합니다. 상대성 이론을 통해 공간과 시간의 비밀을 말하며 변하지 않는 것은 빛의 속도 뿐이라는 사실을 설명하는 대목이나 커다란 중력이 작용하면 공간이 휘어진다는 대목, 블랙홀에서 '특이점'과 '사건의 지평선' 등에 대해서 설명하는 곳에 이르면 교수님의 말대로 머리에서 연기가 나는 듯도 하고, 어지럽게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어른들도 제대로 알지 못했을 내용들인데, 우리 교수님은 아이들에게 푸딩 위에 사과를 올려놓았을 때와 앵두를 올려놓았을 때의 차이에 대한 비유며, 풍선위의 진드기 두마리 이야기, 트램펄린 위에서 쥐를 보고 펄쩍 뛰는 음악 선생님과 그것을 즐기는(?) 과학선생님의 이야기, 우주선을 타고 가는 버찌 씨를 뱉는 사람의 이야기 등을 통해서 아주아주 쉽게 설명해 주실려고 애를 쓰시지만, 이해하기가 조금(?)..... 아니 많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읽고 나면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 깨닫게 된 스스로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시를 짓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별을 보며 가까왔던 사람들을 생각하거나 자신의 간절한 소원을 비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가 그리하는 것은 과학이라는 지식을 빌리지 않더라도 머리위로 펼쳐진 광활한 우주의 모습에서 신비롭고 오묘함을 은연중에 느끼기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러한 막연한 느낌으로가 아닌 실제로 머리를 싸매고 냉정하게 달려들어서 이리저리 궁리하고 분석하고 조합해서 논리적을 접근하는 과학의 눈으로 우주를 올려다 보았을 때도, 아무것도 모르고 보며 느꼈던 것 못지 않은 광활함과 오묘함 그리고 신비로움이 가득한 흥미로운 우주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니 알면 알수록 더 신비로운 구석을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요?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시간은, 지금까지 모르던 여러가지 사실들을 새로이 알고 이해하고 어떤 것은 너무 어려워 뒤로 밀어놓기도 하는 시간이 되겠지만, 여하튼 이전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그럼으로 인해서 더 많은 궁금증과 흥미를 쌓게 되는 기분좋은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많은 궁금증과 흥미를 푸는 것은 나중에 우리 아이들의 몫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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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파랑새 사과문고 64
김소연 지음, 김동성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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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그림에 나오는 소녀의 옷차림새를 보면서부터 무언가 색다른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뒤로는 탑과 건물, 그리고 기다란 돌담과 그 너머에는 가지에 흰눈이 쌓인 나무들이 보입니다. 눈 쌓인 너른 마당에는, 화려하다기 보다는 곱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소녀가 맑은 눈망울에서 곧 눈물이라도 줄줄 흘려버릴 듯한 애처러움을 얼굴 표정에 가득 담고 서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시간을 거슬러 역사속을 헤치고 지나간다면, 그 시간들 속 어디에선가 만날 우리의 누이나 어머니, 또는 할머니의 어릴적 모습이겠지요. 작가는 이 책속에 담긴 세가지 이야기 -꽃신, 방물고리, 다홍치마-를 조선시대의 역사 속에서 가지고 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묘사화와 보부상, 그리고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했던 실학자 정약용에 대한 일화가 직접적인 모티브가 되었고, 이러한 소재에 작가 고유의 감각과 상상으로 그려낸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긴 세 편의 동화라고 합니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의 겨울을 지나는 산고 끝에 이 동화들이 세상에 나왔고, 각각의 이야기는 그러한 긴 인내의 시간에 농익은 보물 하나씩을 지니고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제목이 되는 것들 -꽃신, 방물고리, 다홍치마-이 이야기속 주인공들에게는 귀한 보물인데, 주인공들이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고 발걸음을 내딪는 바탕이 되어주고 있다는 의미에서라고 합니다. 즉 마음이 자라고 키가 자라고 세상을 대하는 눈이 자라는 그러한 보물이라는 의미에서 말입니다.  

 <꽃신>은 집안이 순식간에 역모에 휩싸여 유모와 함께 절에 머물게 된 소녀와 전염병으로 부모를 잃고 거칠게 자라고 있는 소녀 사이의 이야기입니다. 대감집 따님으로서 따스한 버선과 귀한 꽃신을 당연한 것을 여겼을 소녀와 부모를 잃고 무엇이든 먹을 것이 있고 걸칠 옷이 있고 누울 곳이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소녀, 그래서 한 겨울에 짚신만을 발에 걸치고 활동할 수 있는 것으로도 부족하다하지 않는 소녀, 두 소녀가 살아온 삶의 귀천이나 양과 음의 차이는 이리 뭐라 말할 수 없을만큼 크지만, 결국 둘의 마음이 통하고 이해하고 서로를 존중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이내 그러한 차이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립니다. 단지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 속에 담긴 아픔의 깊이를 잠시 가늠하고 나누는 것으로, 그리고 마주 보며 빙그레 웃을 수 있는 것만으로 두 사람은 이미 서로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나누었습니다. <방물고리>는 병든 홀어머니와 함께 주어진 삶을 억척같이 살아내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억척같다는 의미는 난폭하다거나 거칠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다부지다는 의미에서의 표현입니다. 병든 어머니의 병간호와 약값을 위해 직접 시장에 나가 달걀을 팔고 닭을 파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소녀, 어렵게 마련한 돼지를 키우고 새끼를 내어서 어머니 병을 고치고자 하는 소녀에게 닥치는 삶의 현실은 그리 만만치가 않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되고, 친척이라는 사람들은 소녀에게 아무 도움도 되질 않습니다. 오히려 변변치 못한 재산마저 가로채고 소녀를 낯선 곳에 시집보내려고나 하니 말입니다. 그런 소녀에게 등기댈 곳이 되어주는 이는 장터와 주막에서 부딪히곤 하던 보부상 아저씨와 그를 따르던 청년입니다. 자신들의 삶의 애처러움만큼 소녀의 삶의 애처러움에 마음을 열고 받아들인 연유에서겠지요. 소녀는 자신의 돼지들을 팔아서 방물고리를 마련하고 보부상을 따라 나섭니다. 새로운 삶을 향해서 말입니다. <다홍치마>는 천주교도라는 이유로 귀양살이에 처해진 올곧은 선비와 도망친 종을 아버지로 둔 화전민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종살이를 하면서 주인으로부터의 정당하지 못한 폭력에 인생이 일그러진 아버지의 이야기와 신분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부잣집 아들의 화풀이 상대가 된 경험으로 인한 양반에 대한 적대감이 가득한 소년에게 귀양살이에 처해진 선비는 그러한 일그러진 인간관계가 아닌 참다운 사람과 사람으로서의 관계에 대한 진한 일깨움을 선사합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중요하고 귀하다는 것이 무엇이고, 또한 그런 관계를 표현하고 가꾸어 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해주는 내용입니다.  

 세 편의 이야기에는 하나같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아름다운 마음들이 담겨 있습니다. 어려움에 처하고, 아픔에 마음 속마저 생채기 자국이 선명한 사람들에게 결국 그 상처를 치료하고 이겨내게 하는 것은 상처를 냈던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들의 따뜻한 손길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들려주고 있습니다. 욕심과 이기심에 못이겨 다른 사람을 대하면 그것이 곧 날선 칼을 휘둘러 상처를 내는 일이고, 한걸음 물러서서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손내밀어 아픈 상처를 치유할 만한 귀한 보물을 모두의 가슴속에 품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말입니다. 꽃신을 신고 세상으로 나서는 신예, 방물고리를 당당히 이고 보부상을 따라나서는 덕님이, 그리고 다홍치마를 봇짐에 꾸리고 다시금 북쪽으로 길을 나서는 큰돌이..... 또한 꽃신을 만들어서 신예에게 전해준 달이, 덕님이를 도와 방물고리를 마련해 주고 챙겨주는 보부상 김 행수와 홍석이, 큰돌이에게 사람의 큰 모습을, 스승의 참모습을 보여준 선비..... 이들이 바로 우리의 조상이었고 부모였고, 형제 자매였으며 이웃과 친구들이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바로 지금의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 책을 읽을 이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이 알고 배우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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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대학 1 - 어린이들을 위한 교양의 모든 것
울리히 얀센.울라 슈토이어나겔 엮음, 클라우스 엔지카트 그림, 김서정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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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인터넷 서점을 돌아다니다가 '어린이 대학'이라는 책을 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적부터 책을 골라 주고 있는지라, 아마 그때도 그러한 목적으로 여기 저기를 뒤적이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쯤만 되었어도 두툼하고 학구적(?)인 이 책소개를 보면 단박에 달려 들었을텐데..... 당시에는 아직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너무 두껍고 어렵겠다는 생각에 책제목하고 페이지 수를 보고 단박에(?) 다른 쇼핑거리를 찾아서 지나쳤던 듯 합니다. 이번에 이렇게 책소개를 보면서 '그런 책이 있었지!'하는 기억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아마 그때 지나쳐버리기는 했지만 '나중에...'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에는  담아 주었던 듯 합니다. 어린이 대학..... 어린이들을 위한 대학..... 어린이들이 다니는 대학..... 대학이라는 말이 분명 어린이들에게 어울리는 말은 아니지만 -물론 신동들 중 어떤 이는 어린 나이에도 대학에 들어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습니다만.....^^- 왠지 그래도 멋져 보이는 말입니다. '어린이 대학'이라..... 괜히 아이들에게 학문의 짐을 지우는 또다른 올가미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움도 생기지만, 왠지 대학이라는 학문적 권위에 어울리는 어린이를 위한 알찬 것들이 준비되어 있으리라는 기대도 함께  하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이 책의 모태가 된 '어린이 대학'은 독일의 튀빙겐 대학에서 2002년 여름, 매주 화요일, 어린이들을 위해 개최한 일련의 강의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어린이들은 진짜 대학생처럼 학생증을 보여주고, 교재를 가지고 강의실에 당당히 들어가서, 강의 도장을 받고, 진지하게 강의를 청강하였는데, 아마 아이들이나 부모들의 관심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대단하였나 봅니다. 강의를 듣기 위해 1시간전에 온 아이들도 있었고, 강의실이 꽉 차서 한 걸상에 두명이 앉은 경우도 많아서, 그 다음해에 진행된 어린이 대학은 더 큰 강의실로 옮겨야 했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외적인 관심만큼이나 아이들의 강의 내용에 대한 관심도 대단했던 듯 합니다. 강의에 대한 아이들의 기발한 질문과 대답, 그리고 손을 번쩍번쩍 올려대며 자신의 궁금증을 쏟아내는 아이들의 모습에, 진지한 대학생들을 다루던 교수님들도 때론 놀라고 때론 감탄했다고 하니 말입니다. 정말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손을 들어 질문을 하거나 대답을 하는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에 감동이 밀려오는 짜릿함을 느끼게 만듭니다. 바로 그런 실제 강의와 열기가 바탕이 되어 책으로 만들어 진 것이 이 책이라고 합니다. 교수님들은 자신이 가진 전문지식들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자 노력하였고, 아이들은 자신들도 이런 진지한 학문의 장에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멋진 모습이 어우러진 강의였고, 그러한 결과가 이리 책으로 출판된 것이라고 하니, 이 책에 담긴 가치를 미루어 짐작할 만 합니다.

  '어린이 대학 1'은 8개의 강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번째는 어린이들의 너무너무 좋아하는 공룡에 대한 내용입니다. '공룡은 왜 멸종됐어요?' 제목은 멸망에 대한 것이지만, 공룡의 멸망에 대한 것만 다룬 것이 아니고, 공룡의 출현에서 부터 시작하여, 번성하고 멸종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흥미로운 사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지금 우리 주위에 있는 공룡의 후손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화석을 통해서 공룡을 알듯이 미래에는 현재 우리의 모습을 코카콜라병이 묻힌 지층을 통해서 추정할지도 모른다는 설명은 참 신선한 부분입니다. 두번째 강의 제목은 '화산은 왜 불을 뿜어요?'인데, 화산과 마그마, 용암 등을 통해서 우리 지구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대륙들이 쪼개지고 부딪히고 있다는 사실 등에 대해서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지진이 일어나고 화산이 폭발하기도 한다는 이야기인데, 아이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배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번째 강의는 '왜 어떤 사람은 가난하고 어떤 사람은 부자예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데, 가난과 부라는 현상을 통해서 화폐와 경제의 발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물교환의 불편을 해소한 돈의 경제적인 의미,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 빈부의 차이를 없애려 했던 사회주의의 실패, 상대적인 빈곤, 그리고 지역이나 사람마다 부에 대한 기준이 다를 수 있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네번째는 웃음에 대한 내용인데, 제목은 '우리는 왜 우스갯소리에 웃어요?'입니다. 웃음의 가치, 우스개 소리에 담긴 사회적인 합의와 의미 등에 대한 재미있는 강의입니다. 다섯번째 강의는 죽음에 대한 내용입니다. '사람은 왜 죽어요?' 물론 아무도 이 대답에 직접적으로 대답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강의도 이에 대한 대답이라기 보다는 죽음에 대한 의학적인 접근을 기본으로 하여, 죽음이 가지는 다양한 모습과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여섯번째 강의는 '사람은 정말 원숭이에서 진화했어요?'라는 주제입니다. 진화론의 바탕위에서 인류의 시작에서부터 이동, 그리고 현재에 이르게 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와 진화한다는 것의 의미, 그리고 진화하게 한 이유 등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시간입니다. 일곱번째는 아이들에게 특히 신선하고 흥미로운 주제인 것 같습니다. 강의 제목은 '학교는 왜 그렇게 지겨워요?'입니다. 학교라는 제도가 '어떻게?, 왜? 생겨났는가'에서 시작하여 현재에까지 이르는 과정을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방학이 되면 학교와 친구들이 그리워지듯이, '학교는 지겹지 않은 곳, 남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자기 능력을 재미있게 계발하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학교가 지겨워진 것은 그런 굉장한 장소를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나 주는 곳으로 전락시킨 어른들의 잘못이라나요.... 마지막 강의는 제목이 '이슬람교도들은 왜 양탄자 위에서 기도해요?'인데, 크게는 종교에 대한, 그리고 범위를 좁히면 이슬람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이슬람교의 시작과 여러가지 특성, 관심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막연한 편견 -9.11사태, 각종 폭탄테러 등으로 인해....-을 가지기 쉬운 이슬람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각각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어른들도 제시된 질문에 나름대로의 길을 찾아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것들인데, 읽고 나면 참 쉽고 재미있게 그러한 내용들을 소화해 냈다는 감탄이 나옵니다. 그만큼 강의를 하고 책을 엮은 이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많이 고민하고 가다듬었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내용도 어린이에게 어떤 사실을 알려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읽고 나면 그 내용에 대해서 더 눈을 반짝이며 흥미를 갖고 질문을 품고 생각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매력이 담겨 있습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대답들..... 상당한 수준이지만 결코 어렵지 않은 이야기들..... 그리고 들을수록 더 눈을 반짝이며 깊이 알고 싶게 유혹하는 매력이 담긴 이 책을 아이들의 가슴에 꼭 안겨 주어야겠습니다. 아이들이 읽기만 할 것이 아니라, 내용에 푹 빠져서 허우적거려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강의를 해 주는 대학이 있다면 아이들을 꼭 보내서, 1시간 전부터 가서라도 제일 앞 자리에 앉아 같이 들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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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사랑한 산
앨리스 맥레런 지음, 김동미 옮김, 최효애 그림 / 꽃삽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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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로만 이루어진 메마른 산. 어떤 식물도, 동물도, 새도, 벌레조차도 살지 못하는 외로운 산. 오로지 해와 달과 별과 구름, 그리고 비와 눈과 바람만이 스치고 지나가는 산. 누가 보아도 아무런 생명에의 기대를 가질 수 없는 모습입니다. 황량하고 거칠어서 외면당하고, 그러한 외면이 다시 황량함과 거친 모습으로 순환하는 그러한 산에 작은 새 한마리가 날아옵니다. 이름은 '조이'.... 산은 조이가 자신과 함께 머물기를 원하지만 이내 자신의 모습속에는 조이가 깃들만한 보금자리와 먹이들이 없음을 알게 됩니다. '여기서 살 수 없다면 언젠가 다시 와 줄 수 있겠니?'라는 산의 물음에 조이는 대답합니다. '.....그 동안 많은 산에서 쉬었지. 하지만 그 산들은 내가 오는지 가는지 관심조차 없었어. 꼭 다시 돌아올게. .....네겐 먹을 것이나 마실 것이 없으니 너랑은 몇 시간밖에 지낼 수가 없겠구나.' .... '몇 시간이라도 좋아. 너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난 정말 행복할 거야.' 조이는 산의 관심에 산을 위해서 봄마다 찾아 올 것을, 따뜻하게 인사를 하고, 그 위를 날아주고,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또 딸의 이름을 조이라고 짓고 자신이 죽는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조이가 영원히 산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함께 합니다. 메마르고 외로운 산의 생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서로의 관심과 사랑으로 발전한 순간입니다.  '네가 나랑 같이 있으면 좋겠어. 하지만..... 돌아오기만 해도 난 기쁠거야.'

 백년이나 반복되는 조이의 방문..... 그리고 산은 매번 물어봅니다. '나랑 같이 있으면 안 되겠니?' 조이나 언제나처럼 대답합니다. '미안하지만 안 돼. 내년에 또 올게.' 떠나는 조이를 보며 산은 가슴이 무너지고 메말랐던 곳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그 눈물은 개울을 이루고, 이제는 조이가 찾아와도 울기만 하고, 조이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고는 인사말과 함께 다시 날아가 버립니다. 산의 사랑은 간절하기만 한데, 아직도 일년의 몇시간만 살아있는 생물과 마주할 수 있을 뿐입니다.

 어느 해, 조이는 씨앗 하나를 물고 산을 방문합니다. 여전히 울고만 있는 산은 그 조그만 씨앗의 의미를 알지 못하지만, 여전히 잘 참아내고 있습니다. 씨앗이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조그맣게 자라나기 시작하는 때도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산에 조이는 매년 씨앗을 날라오고, 나무가 자라고 곤충이 바람에 실려 나무들 사이에 머물게 됩니다. 이제는 산은 자신에게 무슨 변화가 생겼는지 알았겠지요. 그래서 이제는 기뻐서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조이에게 묻습니다. '나랑 같이 있으면 안 되겠니?' 한결같은 조이의 대답은 '미안하지만 안 된단다. 내년에 다시 올께.'......

 시간이 지나고 이젠 산은 온갖 생물들이 깃들 수 있는 숲을 이루고, 먹을 것과 쉴 곳을 제공해 줍니다. 이젠 외롭고 황량함이 아니라 온갖 생명이 깃든 희망을 간직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이가 찾아 왔을 때..... 조이는 나뭇가지 하나를 물고 옵니다. 맨 처음 씨가 자란 나무에 나뭇가지를 내려놓은 조이는 말합니다. '..... 이제 너랑 영원히 함께 하려고 왔단다.'..... 

 사랑은 요란스러운 것도, 거창한 것도,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사랑은 빨리 이루지 못해서 안달하는 것도,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토라지는 것도, 불쌍하다고 마냥 받아주는 것도 아닙니다. 사랑의 시작은 산이 조이에게 보였던 작은 관심과 같은 것일 수 있고, 조이와 같은 관심에 대한 정성스런 반응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은 그러한 처음 마음을 이어가며, 언제나 모든 것을 참고, 믿고, 바라며 견디는 것이지 않을까 합니다. 사랑은 산과 같은 변함없는 관심과 자신의 마음을 여는 마음과 기다림, 그리고 조이와 같은 묵묵한 방문과 씨앗을 뿌리고 노래를 불러주는 것 안에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열매는 산에 번성한 모든 나무와 벌레와 짐승들, 그리고 조이와 산의 앞날에 담긴 희망이겠지요..... 또 중요한 것 하나는, 그러한 사랑의 씨앗이 나와 아이들과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온전히 담겨 있다는 것일지 않을까요..... 덧붙여, 이야기 속에 담긴 의미만큼이나 그림이 예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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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철학자 50
夢 프로젝트 지음, 박시진 옮김, 배일영 감수 / 삼양미디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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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어떤 책을 처음 손에 들게 되면, 거기서 뭔가를 얻게 될 거라는 기대감에 충만하게 됩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것들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물론 이 책도 그런 기대감 -실제로는 나보다는 나의 아이들에게 들려줄 가치가 있을까 하는 판단을 위한 책읽기가 먼저이기도 하지만- 을 가지고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세계의 철학자 50명의 사상을 꿰뚫을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순진한 생각이 우선이었고, 내가 읽고 나면 나중에 아이들에게도 자신있게 들려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뒤따랐던 시간이었지요. 그리고 많은 책들을 읽고 나면, 한편으로 뭔가 얻은 것이 있지만, 허전함이 더 많이 남았던 기억만큼이나 이 책도 그런 허전함, 나의 부족함을 더 느끼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4-6페이로 방대한 철학자의 일생에서부터 각자의 독자적이고 깊이 있는 사상을 파헤치고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나 기대 자체가 어찌보면 우스운 일이었겠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이 책에 대해서 할 수 있는 말은, 철학 개론서나 철학 소개서라기 보다는 그동안 인류의 역사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긴 철학자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서라고 생각할 수 있는 책이라는 말입니다.

 저자가 소개한 철학자들은 이미 교과서나 다른 매체들을 통해서 귀에 익은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최초로 철학을 시작한 탈레스를 비롯한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에서 시작하여, 소피스트,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쳐서 아우구스티누스, 토머스 아퀴나스로 이어지고, 다시 근세 (프란시스 베이컨, 데카르트, 토머스 홉스, 파스칼, 루소 등)와 근대 (칸트, 헤겔,쇼펜하우, 키르케고르, 벤담 등)의 철학자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철학을 뛰어넘은 마르크스, 프로이드, 니체 등의 사상의 선구자들이 소개되고, 자크 라강,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등으로 대표되는 포스트모던의 사상가들에 대한 소개가 뒤따릅니다. 마지막장에는 동양의 철학자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지는데, 석가모니에서 시작하여 공자와 노자, 장자, 맹자, 순자, 원효, 이황과 이이, 사이쵸와 구카이에 대해 소개되고 있습니다. 어떤 이의 이름은 귀에 익은 만큼 그들의 사상에 대한 친밀감을 느끼게 만드는 이도 있고, 아마도 이 쪽에 한번이라도 심취했던 사람이라면 이 중의 한두 사람의 저작은 한 번쯤 파고들며 읽었을 것입니다. 물론 막연히 들어 알고 있거나, 교과서로 배웠던 이들에 대해서는 그만한 친밀함도 그들에 대한 앎의 깊이가 없음도 사실이구요. 다만 이 책을 통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던 이름들에 대한 좀더 지식거리를 늘릴 수 있었다는 것은 이러한 책이 주는 장점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어찌보면 이 책은 제목처럼 우리가 살아갈 때 품고 갈 상식 몇가지를 늘려 주는 것으로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거기서 더 바란다는 것은 욕심이겠구요. 이 책을 읽고  철학자체에 대해 깊이를 더하게 된다거나 철학하는 방법이나 욕구를 채울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철학자들이 자신들의 일생을 걸고 추구했던 것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듣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잘 모르던 철학자들의 사상에 대해서는 그들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일생 씨름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간단하나마 몇가지 지식 꾸러미를 챙길 수 있기도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한 철학자의 일생에 걸친 작업을 단 몇페이지로 깔끔하게 정리해 낼 수는 없는 일이겠기에, 이 책에는 그만큼의 역할만 기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청소년들에게도 전체 철학사를 관통하는 인물들에 대한, 그리고 그들의 사상에 대한 간결한 소개서 정도로 권장될 만한 책이 될 듯합니다. 더 바라는 것은 책을 읽은 이들이 이만큼의 상식으로 만족하여 철학을 아는 듯이 떠들지 말고, 좀더 깊이 있는, 자신과 자신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는 시작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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