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1반 34번 - 종잡을 수 없는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주는 이야기
언줘 지음, 김하나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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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자라서 학교에 가게 된다는 것..... 부모를 포함한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분명 그것은 좋은 일입니다. 한 아이가 이제는 마냥 어리광을 부리던 철부지에서 어엿한 사회 구성원의 한사람으로서의 몫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즉 규칙을 배우고, 절제를 배우고, 함께 나누고 돕고 또한 경쟁하는 것도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 자기만 생각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시절을 지나서 이제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배워야 하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마냥 용서만 받는 것이 아니라 규율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은, 아이가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시작했다는 중요한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입장에서 본 시각이겠지요. 마냥 자유롭던 아이의 영혼을 교육이라는 틀에 들여보내 같이 살아갈 사회구성원으로서 길들인다는 것은, 분명 어른들이 원하는 방식에 의한 어른들이 원하는 인간형으로 아이의 영혼을 물들이는 것일테니까 말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는 그런 시간을 어찌 받아들일까요..... 많은 아이들은 아마도 무리없이 그런 교육의 틀안에서 자라갈 것입니다.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자신의 재능을 죽이고, 자신의 꿈을 사그러뜨리며 순응하고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는 많은 아이들의 상처와 절망과 고뇌가 가득하다는 것 또한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더 심한 아이들은 그러한 상처와 절망과 고뇌 속에서 영영 헤어나지 못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다행인 것은 많은 아이들이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정말 훌륭한 어른이 된다는 사실이 아닐는지...... 이 책은 바로 유난히 어려운 시절을 보낸 아이가 훌륭한 어른, 정말 어른이 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의 제도와 규칙 안에서 자신의 자유로운 영혼을 주체하지 못해서 방황하던 한 어린 영혼의 이야기, 그리고 그 어린 영혼이 쓰러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고 마음이 조금씩 자라서 어엿한 어른이 된 이야기.... 마지막으로 어른이 되어서는 '어린 영혼을 괴롭히지도 억압하지도 말고 그가 수렁에서 헤맬 때면 조용히 손 내밀어 붙들어 주고..... 그가 잘 해 낼 수 있으리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고백하는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1학년 1반 34번. 태양이 엉덩이 끝에 걸터앉을 때까지 잠을 자고, 집 안팎을 무대삼아 모험을 나서던 어린 영혼이 그러한 자유로움을 반납하고, 가방을 매고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서 받게 되는 새로운 이름입니다. 그러고 보면 나의 어린시절에도 선생님이 지적할 때면 이름보다는 몇 번하고 부르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주인공의 이름과 1학년 1반 34번.....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그 둘은 같은 아이를 부르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아이는 더이상 이름으로 불리기 보다는 아무 개성도 느낄 수 없는 숫자 34번이라고 불립니다. 이야기 속에서도 아이를 계속 34번이라고 부르는 것은, 학교가 어린 영혼들을 어떻게 천편일률적인 모습으로 물들여 가는지를 은연중에 나타내고자 작가가 의식적으로 그리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학교와 학생이라는 틀 안에서 그에 맞는 역할을 강요당하는 아이는 자유로운 영혼이기를 갈망하지만 매번 34번으로 살기를 강요당합니다. 그리고 그 틀안에서 벗어나 34번이 아닌 한 자유로운 영혼이 될려고 할 때마다 치뤄야 할 대가를 배워갑니다. 어른들이 바라는 바를 외면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장했을 때 받게되는 따돌림과 멸시, 잔소리와 체벌, 소중한 것을 잃고 세상의 한켠으로 밀려나게 되는 과정 속에서 34번은 여전히 자신들의 방식대로 행동하기를 바라고 사랑하기를 바라는 어른들을 원망하고 탓하며 자유를 갈구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아무도 -올챙이를 보며 친해졌던 친구들도, 그림 솜씨를 칭찬하며 격려하던 선생님도, 그리고 34번의 부모님도- 관심있게 바라보며 그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봐주지 않는 그러한 어두움 속에서도..... 시간이 흐르고..... 마음이 자라고..... 그리고 34번은 어른이 됩니다. '그러니 누구 때문에 안 되고 무엇 때문에 못 한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단다. 이제는 누구 탓도 안 돼. 모든 것은 34번 너의 책임이란다.'....는 마음 속의 목소리를 듣고 엄마를 그리워하며 뛰어가는 34번은 정말로 어른이 되기 시작한 거겠지요..... 

 내용과 함께 곁들여진 따뜻한 그림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그런대로 학교라는 단체생활을 마치고 어른이 된 이들에게도 대부분 추억으로만 남아 있을 법한 34번의 모습 중 일부분은 분명 과거 어느 땐가 자신의 모습을 생생하게 닮아 있다고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어른들은 자신이 34번이 대하며 절망하던 어른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기 싫을 것 같습니다. 부모로서 나 자신도 솔직히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솔직해지면.....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것이 나의 방식대로 아이가 살아주기를 바라는 욕심의 표현은 아니었는지, 내 삶속에 그런 이기적인 욕심이 다분히 숨겨져 있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쑥쓰러움이 생깁니다. 34번이 원하던 것처럼 아이를 그냥 사랑해 주는 것으로만 만족하지 못하고 아무 의심도 없이 내 자신의 방식대로 아이를 사랑했던 것은 아닌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고나 할까요..... 다행인 것은 그래도 아이들의 영혼은 맑고 무한한 가능성을 담고 있는 탓인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어엿하게 자라곤 하는 것 같습니다. 34번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조금 더 적게 말하고 조용히 손 내밀어 잡아 주는, 그리고 조용히 그 영혼을 위해 기도하며 조금 더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 이것이 자신의 34번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나같은 어른들이 배워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지 않을까 합니다. 작가가 말하는 완전한 어른,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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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지도 강력추천 세계 교양 지도 1
재미있는 지리학회 지음, 박유진 그림, 박영난 옮김, 류재명 감수, 오기세 추천 / 북스토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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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 믿고 손에 들었다가는 속았다는 느낌이 들기에  딱인 책.....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책을 펼칠 때면 뭔가 색다르고 독특한 지도책을 생각할 것입니다. 멋진 지도를 기대하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기대는 이내 허탈한 웃음으로 바뀌고, 책 날개를 제외한 내용에는 제대로 된 지도 하나 없는데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지도'라고 제목을 만들어 낸 출판사의 배짱에 고개를 기웃거린 사람이 한 둘이 아닐 듯 합니다. 정말로 내용에는 우리가 배우던 지도를 제대로 흉내낸 것이 하나도 없고, 온통 이야기 글들로 가득 메꾸어져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제목을 보고 책을 사서 미처 읽어보지 않고 책을 판단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반응입니다..... ^^ 조금만 더 참고 책 내용을 읽어가다 보면, 제목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지도'라고 한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게 될   테니 말입니다..... ^^ 

 이 책은 단순히 세계지도를 그려놓고, 세계의 여러나라들이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있는지 보여주는 단순한 지도 책이 아닙니다. 지도라기 보다는 이야기 책이고, 이야기 중에서도 지도책 속에 담긴 여러 비밀과 의문들을 풀어주는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즉 책속에 담긴 이야기라는 것이 우리가 지도나 지형을 들여다 보며 가지게 될 여러가지 궁금증이나 숨겨진 내용과 사건들을 소개하고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지도와 지리에 대한 수수께끼 풀이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국경과 경계선의 수수께끼에서 시작하여, 마을과 도시의 수수께끼, 지형과 지리의 수수께끼, 지명과 국명의 수수께끼, 기후와 기상의 수수께끼, 지도와 국기의 수수께끼, 그리고 명소와 명품의 수수께끼에 이르기 까지 일곱가지 분야에 대한 여러 궁금증과 이에 대한 대답을 통하여 미처 생각지도 못한 호기심과 흥미에까지 이르게 만드는 매력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날짜 변경선은 왜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지, 중동이란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일컫는 것인지, 아프리카에 분쟁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지, 왜 할리우드가 영화의 도시가 되고 하와이는 미국 땅이 되었는지, 사막 사이를 흐르는 나일강의 물이 어디서 오는지, 7대양이란 어느 바다를 말하고 태평양은 언제부터 태평양으로 불렸는지, 왜 런던에 안개가 많고 고비 사막에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면 홍수 피해가 많은지, 세계 여러나라 국기중 삼색기가 많은 이유는 무엇이고 의미는 무엇인지, 아프리카에서 어업이 발전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등..... 예상하지 못한 흥미진진한 질문과 대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지도라고 하면 땅의 경계를 나누고, 주요한 지명과 산과 하천, 도로 등이 표시된 그림을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실용적인 면과 현실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그러한 것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첫 지도책으로 나온 책들을 보면 갖가지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하여 어린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한 책들이 보이는 노력에 비하면 이 책은 세계지도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글자들만이 빽빽하게 담긴 책일 뿐입니다. 하지만.... 지도의 가치가 단순한 위치와 지역에 대한 정보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이 책에 담긴 지도속에 숨겨진 여러 사건들과 지도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세계지도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한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서, 지도안에 담긴 여러 궁금증이나 비밀들을 알아내는 시간을 통해서, 지도를 통해서 세상을 더 폭넓게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과 그러한 시각의 확대가 곧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세상을 살고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에까지 생각이 이르면 왜 이 책이 지도 한 장 없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지도'가 될 수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됩니다. 조금 더 칭찬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도 가치있는 세계지도'..... 이리 말해도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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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 바꿔 주세요! 책이 좋아 1단계 1
노경실 지음, 이형진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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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한달에 한번씩 짝꿍을 바꿉니다. 그래서 짝꿍을 바꾼 날이면 아이는 집에 와서 재잘대곤 합니다. 저번에는 누가 짝꿍이었는데 이번에는 누가 되었다느니, 누구와 누가 짝꿍이 되었다느니, 자기는 누가 되었으면 했는데 안되었다느니, 그리고 이번 짝꿍은 어떻다느니..... 딱히 자신의 짝꿍을 내어놓고 싫어하는 내색을 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아이는 자신의 호불호를 내비추기는 했던 듯 합니다. 누가 더 좋다는 식으로 또는 누구는 어떤 점이 어떻다며 흉(?)을 보는 식으로 말입니다. 아이가 학교 생활을 시작하면서 -유치원이나 어린이 집부터 시작되는 것일수도 있지만 엄격한 규율이 적용되기 시작한다는 면에서는 초등학교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어찌보면 부모의 품을 벗어나 진정한 단체생활 -또는 작은 규모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반이 나뉘고 모둠이 나뉘고 또한 짝꿍이 정해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다양한 관계 맺기의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기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 경지는 2학년에 올라가는 여학생입니다. 1학년때는 노효돌이라는 <플랜더스의 개>에 나오는 네로처럼 착하고 파워레인저 보다 용감한 짝꿍과 함께 행복한 1년을 보낸 기억때문인지 몰라도 새로운 짝꿍에 대한 기대가 무척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새로 짝꿍이 된 김준수는 경지의 꿈을 조각내는 아이입니다. 꼬딱지를 마구 파대고, 말소리도 크고 행동도 거칠고..... 거기다가 싫다는데도 자꾸 따라 다니고, 절대 헤어지지 않는 약을 발명하겠다고 큰소리 치던 준수는 꿈속에까지 나타나 경지를 괴롭힙니다. -실제로는 경지가 그만큼 준수를 싫어한다는 이야기이겠지만.....^^ 그래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짝꿍을 바꿔보려고 하지만 친구들도, 선생님도, 어머니도 도통 경지의 꾀에 넘어가질 않습니다. 준수는 경지에게 사사건건 사고뭉치가 되고, 심하게 놀려서 경지를 울리기까지 하고..... '방귀대장'이라는 놀림에 마음이 단단히 상한 경지가 교회도 못나가고-안나간건지도 모르죠^^- 집에 박혀 있는 일요일에 준수 엄마가 경지 어머니를 찾아와 준수의 사정을 이야기합니다. 준수가 그리 소리치고, 거칠고, 씻지 않고, 밥을 조금 먹고 하는 이유를 말하며 경지 어머니에게 경지가 준수를 좀 더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는 부탁을 합니다. 그 이야기를 옅들은 경지는 이제야 준수를 이해하게 됩니다. 단순히 싫기만 하던 준수가 아닌 아픔을 가지고 그 아픔을 견디며 살아가고자 하는 친구의 모습을 알게 된 순간, 경지의 마음 속에서는 따뜻하고 훈훈한 짝꿍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감싸안을 만한 포용이 자라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도 '헤어지지 않는 약'을 만들겠다고 한 준수의 말속에 담긴 진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하여 준수에 대한 싫음이 어느새 준수를 이해하고 돕고자하는 마음, 그리고 깨어진 조각에 불과하던 좋은 짝꿍을 얻고자 하던 꿈이 더 좋은 짝꿍이 되어주고자 하는 넓고 깊은 마음으로 변하게 됩니다.  '김준수 내가 너를 도와줄께!!!!!'

 작가는 어린 아이들의 단순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 짝꿍과 갈등을 겪는 순전한 마음을 지닌  경지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준수와 같은 아이를 통해서, 이해와 배려, 그리고 포용이라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데 정말로 귀중한 가치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단순히 나타나는 말과 행동으로 단순히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에 있는 생각과 환경, 그리고 삶의 아픔과 상처까지도 미루어 보고 나서 신중하게 행해야 한다는 사실과 모든 사람의 이면에 있는 것들을 이해하고 포용하게 된다면 우리의 시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 또한 그러한 성숙함을 통해서 우리 삶이 단순히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남을 돕고 선한 가치를 위해 노력할 때 훨씬 가치있고 의미있는 삶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주고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아마도 아이들이 이 동화를 읽는다면, 말로 다 표현하지는 못하더라도 작가가 말하는 이런 속깊은 이야기를 마음 속으로는 깊이 느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고, 한편으로는 지금은 어려서 온전히 그것들을 다 새기지 못할지라도 키가 자라고 마음이 자라면서 더 깊이 있는 생각들을 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퍼올릴 수 있는 멋진 아이들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함께 합니다..... 이 책을 읽은 내 아이들도 경지처럼 자신의 옆에 앉은 친구에게 멋진 짝꿍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며, 또한 모든 아이들이 '내 짝꿍 바꿔주세요'라고 외치기 보다는 '내가 좋은 짝꿍이 되어줄게'라는 속깊은 생각으로 새로운 학기를 시작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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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우주지도 강력추천 세계 교양 지도 2
아가타 히데히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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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는 것은 여전히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그리며 꿈을 꿀 수 있다는 설레임을 가슴에 안깁니다. 과학이 발전하고, 또한 천문관측 기술과 기기들이 진보하였다고 하지만 여전히 아는 것보다는 알지 못하는 것이 훨씬 많은 곳, 그리고 세상과 우리 인간과 천하만물의 처음을 생각하게 하고, 지나온 과정과 그 마지막을 생각하게 하는 우주는 여전히 알고 있다기 보다는 신비로운 곳이고,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 볼 수 밖에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호기심과 신비로움이 어린아이들이라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겠지요..... 나중에 시간이 흘러 이 아이들이 지금의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우주에 대한 지식을 쌓을지라도, 그때에도 역시 광활한 우주공간에는 숨겨진 것들이 여전히 더 많고, 탐구해야 할 것들이 수다히 널려있는 그런 곳일테니 말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달, 태양과 여러 행성들, 우리 은하......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과 신화속의 상상력과 어우러진 여러 별자리들..... 우주선, 우주 정거장, 아폴로호의 달 탐사, 무인 탐사선의 화성 및 그외 행성의 탐사, 우리나라의 첫 우주인 이소연, 무궁화 위성, 아리랑 위성...... 블랙홀과 빅뱅, 다른 은하, 외계 생명체..... 아마도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그려져 있는 우주에 대한 지식의 지도들에는 이런 정도의 지식들이 담겨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좀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이들도 있겠고, 빛의 빠르기나 지구의 크기, 태양의 크기나 다른 별까지의 거리 등에 대한 특별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런 저런 지식들이 뒤섞여있는 일반인들의 머릿속에는 크게 다르지 않은 우주에 대한 지식의 지도가 그려져 있겠지요..... 이 책은 그런 엉성한 지식의 지도를 좀더 세밀하고 정확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내용입니다. 어찌보면 토막 상식처럼 우주에 대한 여러가지 궁금증과 신비로움에 대한 질문과 길지 않은 답으로 이루어져 있는 형식이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어렵지 않게 우주에 대한 많은 것들을 바로 알게 도와 주니까요. 또한 여러 내용을 쉽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과 우주에 대한 다양한 호기심 어린 질문들-지구에서 우주끝까지와 그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여러 의문들- 을 담고 있다는 사실도 장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책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러한 단순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깊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저자의 절제의 미덕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처음 지도를 배우게 될 때는 전문가들이 쓰는 세밀한 지도를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집이나 학교 주위의 모습을 자신들이 직접 만들어 보고, 중요한 것들만 기록되어 있는 지도를 먼저 대하게 되지요. 다른 학문적인 것들을 접하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의 방식일거고, 우주에 대한 것도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알 수 있는 정도의 안내서라면 우주로 향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길잡이로서의 역할은 충분할 테니까 말입니다. 꿈 많고 호기심 많은 어린이를 위한 우주여행의 첫 길잡이로서, 아이들의 손에 들려줄 만한 좋은 안내서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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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전쟁 생각하는 책이 좋아 5
게리 D. 슈미트 지음, 김영선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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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밀로 중학교 7학년인 우리의 주인공 홀링은 수요일마다 전쟁을 치룹니다. 외부적으로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의 분위기가 팽배하고,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이 암살당하는 음울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는 우리 주인공은, 수요일 오후마다 자신의 전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상대는 자신의 담임 선생님인 베이커 선생님..... 다른 아이들은 수요일 오후가 되면 유대교의   '베델(벧엘) 성전'의 유대인 학교와 카톨릭의 '성 아델버트 성당'으로 교리 문답을 위해 가버리는데, 반에서 유일한 장로교 신자인 자신은 선생님과 얼굴을 마주 대하며 남아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서 지레 짐작으로 선생님이 자신을 이글이글, 지글지글 미워할 것이라고 단정해 버립니다. 베이커 선생님이 아마도 '너만 아니면 수요일 오후는 자유를 얻는 건데, 너 때문에.....'라고 생각하며, 그 시간들만이 아니라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서 원망과 미움을 표현하게 될거라는 청소년기의 과민함을 발휘한 홀링의 감수성 덕분이겠지만, 하여간 사사건건 우리 홀링에게는 선생님의 행동이나 말이 자신을 음해하려는 음모와 술수로만 생각될 뿐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쳐다보는 눈길에서도, 운동장에서 뛰놀며 주변으로 다가오는 학생들의 행동속에서도, 선생님의 심부름이나 무관심 속에서도 매번 선생님의 음모를 느끼고 방어막을 치곤 합니다. 더더욱 수요일 오후에 남아서 선생님이 시키는 일들과 세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읽으며 지내는 시간들도 자신을 지루하게 만들고 질리게 만드는 선생님의 음모로만 느껴질 뿐입니다. 그렇게 성장해가는 청소년들이 겪게 되는 고도의(?) 감수성과 상상력이 발휘되어 시작된 자신만의 전쟁을 치루어 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말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홀링은 그 전쟁을 즐기고, 어느 덧 사랑해 가고 있습니다.

 올림픽 400미터 여자 계주의 동메달리스트이며, 남편이 베트남전에 참전중인 베이커 선생님은 학기 처음 자신의 반 아이들을 대하면서 특이한 사실을 하나 알게 됩니다. 수요일 오후 종교활동 시간이면 다른 아이들은 모두 성당이나 유대인 회당으로 가게 되는데 '홀링 후드후드'라는 학생만 남아 있어야 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 아이만 해결되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건데' 라는 생각이 들어 부족한 수학실력을 보충할 겸, 6학년 반 수학시간에 슬쩍 밀어넣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내 무산되고 나니 조금은 쑥쓰러워지기도 하고, 혼자 남아 있을 홀링이 안 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간단한 청소부터 시키기 시작하는데, 귀여운 녀석이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거리를 두고 눈치를 보는 듯 하지만 제법 의젓하게 제 몫을 잘 처리하곤 합니다. 그래서 홀링에게 1년간 세익스피어 작품을 읽혀 볼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관여하고 있는 극단에도 마침 공연을 위해 배역을 맡을 아이가 하나 필요하기도 한데, 혹시 일이 어찌 잘 풀릴지도 모르고, 홀링에게도 자신이 자라는데 많은 도움이 될테니까요. 그래서 자신만의 철학이 녹아있는 읽기 교육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조심스럽게 시작하게 됩니다. 조금은 어려울 텐데..... 이 대견한 녀석은 한 작품 한 작품 끝낼 때마다 훌쩍훌쩍 자라는 모습을 보입니다. 롱아일랜드 셰익스피어 극단의 크리스마스 특집 희가극 <템페스트>에서 요정 아리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남편이 베트남 정글에서 실종된 뒤로 정신이 없었을 때도,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한줄기 빛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정도로 성실하게 자신을 따르며, 작품들을 소화해 내고 있는 모습이 고맙기도 합니다. 결국 그러한 인내와 노력이 장학사들 앞에서의 수업에서 열매를 맺고, 홀링은 달리기 등 여러 분야에서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여, 베이커 선생님은 자신의 가르침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마 위의 두가지 이야기가 홀링이 말하는 전쟁의 정체입니다. 앞의 홀링의 입장에서 풀어낸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이야기이고, 뒤의 베이커 선생님의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들은 이 책의 이면에 담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세심한 배려 속에 진행된 가르침이 주인공 홀링에게는 베트남전이라는 시대의 분위기에 맞춘 전쟁의 의미로 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베트남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홀링의 전쟁은 사람이 죽어넘어지고, 피와 눈물과 아픔이 쌓여가는 그러한 전쟁이 아니라, 한 아이가 마음과 생각이 자라고 세상을 이해하는 눈높이가 자라기 위해서 치루는 내적전쟁이고, 그러한 과정에서 쌓이는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확인, 더 견고해지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친밀한 관계 등 세상을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기분좋은 것들이라는 사실일 것 같습니다. 바로 저자가 자라는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바로 그러한 기분좋은 그리고 생산적인 전쟁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이러한 이야기를 제외하더라도, 내용 속에는 다양한 현실의 묵직한 주제들이 담겨 있습니다. 베트남전이라는 참혹한 전쟁과 반전과 관련된 히피 문화, 전쟁을 종결하고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던 로버트 케네디의 암살, 민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암살과 흑인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은 이야기 전체에 녹아서 내용과 딱 맞아 떨어지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의 적절한 인용과 이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저자의 이야기의 진행 방식과 전개 속도 등이 처음 시작하면 이야기의 끝까지 내달리지 않고는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드는 뛰어난 솜씨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덧붙여야 겠습니다. 어른인 내게도 이리 흥미로웠으니, 저자가 정말로 읽고 자라기를 바랐을 청소년들에게는, 홀링을 안보이게 인도했던 베이커 선생님처럼, 자신들과 눈높이를 딱 맞추어 인도하는 교사를 한 사람 만난 기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조금 두툼하긴 하여도, 아이들도 한번 손에 들면 쉽게 놓지 못할 듯 하니, 급한 시험을 앞둔 학생들은 열어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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