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손자병법 [04/11/11]
 
[출판사 이책]`소설 손자병법`/정비석 지음

경영ㆍ정치학 지침서 `스테디셀러`

스테디셀러를 내는 것은 모든 출판사의 바람이다. 스테디셀러는 독자들이 인정하는 좋은 책이라는 증거이자 시기를 타지 않는 꾸준한 판매로 출판사의 안정적인 경영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 스테디셀러의 종수를 좋은 출판사의 기준으로 삼는 이도 있고 보면 실로 한 권의 베스트셀러가 부럽지 않다. 나 역시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스테디셀러가 될 만한 원고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답을 고전에서 찾았다. 내 기획방식 중 하나는 5년 전, 10년 전 목록을 검토하는 것이다. 그러다 눈에 띈 소설 `손자병법`. 당시 정비석 선생이 작고한 상태였기 때문에 유족과 계약을 했다. 재교정, 편집, 표지디자인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고전이 그렇듯이 손자병법 역시 원문으로는 읽어내기 어렵다. 소설 손자병법의 저자인 정비석 선생도 손자병법이 단순히 병서인 줄로만 알고 쉰살이 넘어서야 처음 원전을 읽었는데 한문의 문장이 난삽해 그 내용을 알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해설서를 20여권 이상 읽은 후에야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비로소 손자병법이 단순한 병서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이 가능한 기업경영의 지침서이자 정치학의 교과서로 세계의 리더들이 애독하는 불멸의 명저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점에 착안해 춘추전국시대의 명장 손무와 손빈을 주인공으로 삼아 일반 독자를 위한 소설을 쓰게 되었다.

전4권으로 구성된 소설 손자병법은 3권까지가 계, 작전, 모공 등 13편으로 이뤄진 원전을 소설화했으며, 4권은 한무희 교수의 해설편이다. 원문의 유명한 고사성어를 그대로 실었다든지 순우리말을 풍부하게 사용해 재미있게 쓴 점 등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더 돋보이는 것은 해설편이다. 원문과 해설, 요점 그리고 소설과의 연계성 및 색인을 일일이 정리해 놓은 것은 요즘에도 보기드문 독자를 위한 배려라는 평이 많다.

이미 1984년 출간 당시 300만부 이상이 판매돼 한국 출판 역사상 10대 베스트셀러에 꼽히던 소설 손자병법은 재출간 이후에도 쇄를 거듭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비석 선생의 나머지 작품들도 재출간키로 결정, 올해 여름에는 `삼국지`(전6권)를 출간했다. 삼국지는 판본이 워낙 많아 판매가 손자병법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재미로는 역시 정비석 삼국지`라는 반응이 고맙기만 할 뿐이다.

`밤새워 읽느라 새벽이 오는 줄도 몰랐다` `21세기 조직경영 방식을 배울 수 있었다`는 내용 등 많은 독자의 편지에 비록 재출간이지만 저자 정비석 선생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더 없는 보람을 느낀다. 소설 손자병법은 은행나무가 튼실한 뿌리를 내리는 데 밑거름이 된 대표 책이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헤럴드경제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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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학상 수상자 서정윤 시인  [04/11/11]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태 가슴 적시는 사랑 담고파"

“고맙습니다. ”

대구문인협회가 제정한 2004년 대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홀로서기’의 시인 서정윤(47·영신고 교사)씨는 고향에서 자신의 문학성을 인정받는 것에 대해 새삼 가슴 뿌듯해했다. 대구 출생으로 198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그는 첫 시집 ‘홀로서기’(1987년) 출간 이래 지금까지 300만부 판매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수립했던 화제의 시인.

영남대 재학시절 김춘수 시인의 지도를 받았으며, 1980년대의 사회적 격변기에도 개인의 심성문제를 다루는 시들을 썼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인간성 회복 또는 휴머니즘이 그가 추구해온 시적 화두였다.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곧 시의 주제였던 것이다. 간혹 보이는 종교적인 천착조차 인간의 삶에 근간을 두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시적 뿌리는 한마디로 ‘사랑’이라는 말로 압축된다.

홀로서기 5권 이후 시집 ‘가끔 절망하면 황홀하다’와 ‘슬픈사랑’에 이어 300만부 돌파기념으로 홀로서기 시선집도 발간했던 서 시인은 최근 탈고한 첫 동화집도 내년쯤 신작 시집과 함께 엮어낼 예정이다. 이번 수상의 동인이 된 ‘가로수의 마음을 읽다’와 ‘10월 어느날을 보내며’, ‘달팽이는 강을 건너’ 등의 작품들에 대해 문단에서는 “기존의 시들에 비해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는 더 완숙미가 담긴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 큰 강물이 소리없이 흐르면서도 그 힘을 지니고 있듯이, 은은하고 잔잔하면서도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이는….

“각박한 세태일수록 따스한 삶의 이야기가 절실합니다. 가슴을 고즈넉이 적시는 사랑을 담고 싶습니다."

(대구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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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5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공모

5개부문 11월 30일까지 접수

한국일보사가 제정한 국내 최고 전통과 권위의 한국백상출판문화상 응모 도서를 30일(화)까지 접수합니다. 올해로 제45회를 맞는 한국백상출판문화상은 한 해 출판계를 총결산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잔치입니다. 불황에도 움츠리지 않고 애써서 좋은 책을 낸 출판인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 응모 부문 및 시상 내용

◇저술(학술, 교양 두 부문으로 나누어 저자에게 각 500만원) ◇번역(번역자에게 500만원) ◇편집(기획ㆍ편집ㆍ디자인 등을 평가해 출판사에 500만원) ◇어린이ㆍ청소년(출판사에 500만원) 등 총 5개 부문의 해당 도서로 2003년 11월 1일~2004년 10월 31일 발행한 것(개정판 포함, 전집ㆍ시리즈물은 이 기간 완간 도서)

■ 응모 요령

인터넷(hankooki.com)으로 응모신청서 작성해 한 부를 출력, 응모도서(단행본은 1권, 전집ㆍ시리즈물 1질)와 함께 직접 방문 또는 우편으로 제출.

☞ 인터넷 응모신청서 페이지 가기


■ 보낼 곳

서울 종로구 중학동 14번지 한국일보 편집국 문화부 한국백상출판문화상 담당자 앞(우편번호 110-792)

※문의(02)724-2319~2320 이메일 qna@hk.co.kr

주최:한국일보사 / 후원:두산

(한국일보 편집국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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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같은 古書,세상에 내놓습니다 [04/11/10]
 
“자식같은 古書,세상에 내놓습니다”…여승구 화봉문고 대표

서울 세종로사거리에서 신문로를 따라 걷다 서울역사박물관과 구세군 빌딩 사잇길로 꺾어 100m쯤 들어가면 오른쪽에 아담한 2층 건물 한 채가 나온다. 겉으로 보기에는 조금 아름답게 단장한 평범한 서양식 주택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각종 진기한 책들로 가득 차 있는 책 박물관이다. “고서는 나의 생명이자 나의 분신이며, 내 인생의 모든 것”이라는 철학을 가진 국내 최고의 고서 수집가 화봉 여승구씨(69·화봉문고 대표)가 그간 수집한 13만 여점의 고서와 그림들을 모아 최근 ‘화봉책박물관’을 연 것이다.

“고서가 학자나 애서가들의 전유물이 되거나 창고와 도서관에 갇혀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때로는 사람들이 고서를 팔면 한 밑천 단단히 챙길 수 있을 거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하지만, 저는 고서를 팔 생각이 전혀 없어요. 고서가 그림이나 도자기 못지 않게 소중한 우리의 문화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여씨가 고서 수집에 뛰어든 건 지금으로부터 23년전인 1982년. 국내 최초로 국제 규모의 도서박람회인 ‘서울 북페어’를 개최하던 중 유명 학원 국어강사였던 윤석창씨가 그를 찾아와 ‘님의 침묵’ 등 현대시와 소설 초판본 200여권을 팔아달라고 부탁했다. 여씨는 처음에는 몽땅 사들인 그 책으로 북페어 안에 ‘한국문학작품 초판본’ 소전시회를 개최한 후 북페어가 끝나면 경매에 부치려고 했다. 애당초 고서수집 같은 것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획대로 경매가 성사될 무렵 언론사 문화부장단과 식사를 하면서 한 언론인이 “여 사장, 그것을 왜 팝니까. 이 기회에 고서수집을 시작해서 나중에 박물관 하나 만드시죠”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책 박물관’은 듣기만 해도 흥분 그 자체였고, 이때부터 꿈에조차 생각지도 못했던 고서수집의 길에 뛰어들었다.

회사 일이 끝나면 인사동 고서점으로 달려가 곰팡내 나는 고서들을 한권 한권 뒤지기 시작했고, 청계천 헌 책방도 샅샅이 훑었다. 공치는 날도 많았지만, 어쩌다가 ‘물건’을 만나면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같은 열락(悅樂)의 기쁨을 누렸다.

이렇게 해서 수집한 고서 가운데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고서는 ‘춘향전’과 ‘천로역정’. ‘춘향전’은 옥중화, 옥중가인, 춘몽록, 춘향가, 성춘향전, 열녀 춘향 수절가를 비롯해, 현대식으로 코믹하게 각색한 나이론 춘향전과 춘향의 재판 과정을 법률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법률춘향전과 같은 다양한 내용의 춘향전 판본 300여점이 박물관의 한 서가를 빼곡히 채우고도 남는다.

이와 함께 서양에서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 ‘천로역정’ 100권도 그의 수집 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보물 중의 보물이다. 고서 수집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1983년, 일본 오사카를 여행하던 중 기차역 앞에 있는 한큐 지하상가의 고서점가를 들렀다가 우연히 한국판 ‘천로역정’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그는 적법 절차를 밟지 않고 문화재를 들여왔다는 이유로 김포세관에서 밀수업자로 몰리기까지 했다.

“참 억울했지요. 우리나라 책을 외국에서 가져오는데, 왜 그것이 밀수가 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어요. 책을 통관시키지 않고 오사카로 돌려보낸 뒤 일본여행에서 돌아올 때 구입해서 세관에 신고하지 말고 그냥 여행 가방에 넣어 들어오는 편법(?)을 그때 알게 됐지요.”

그후 오기가 발동한 여씨는 ‘천로역정’을 모으기 시작했고, 세계 각국에서 발간된 초판본을 수집해 나갔다. 세계 각국에서 발간된 ‘천로역정’을 꼼꼼히 살펴보면 재미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천로역정’ 속에 그려진 삽화가 나라마다 달라서 내용은 같지만 전혀 느낌이 다른 책을 만나는 것이다.

내년 2월 28일까지 갖는 개관기념전에 출품된 ‘세상에서 제일 큰 책’과 ‘세상에서 제일 작은 책’도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장품이다. 세상에서 제일 큰 책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한 ‘부탄(BHUTAN)’은 히말라야에 있는 특별한 왕국 부탄에 관한 이야기로, 가로 152.4㎝, 세로 213.36㎝에, 책 무게가 무려 48.896㎏이나 나간다.

또 일명 ‘좁쌀책’으로 불리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책은 가로 1㎜, 세로 1㎜의 ‘Old King Cole’로, 현미경으로만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에서 5년간에 걸쳐 종이, 잉크, 디자인 방법에 관한 테스트를 거쳐 제작됐으며, 스코틀랜드의 전통 자장가가 총 12페이지에 고스란히 인쇄돼 있다.

여씨가 이처럼 지금까지 모은 전 재산을 투입하면서까지 화봉책박물관을 세운 데는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서양에서 ‘세계 역사를 바꾼 지난 1000년 최고의 사건’으로 칭송된 ‘구텐베르크 금속활자 발명’ 보다 무려 100년을 앞서는 우리나라의 금속활자 인쇄문화가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브랜드로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다.

지금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직지심경’(1234년)을 제외하더라도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로 인쇄했다는 ‘42행 성서’(1450∼1455년)보다 훨씬 이전에 금속활자로 인쇄한 계미자(1403년), 경자자(1420년), 초주 갑인자(1434년), 병진자(1436년), 을해자(1455년) 등이 1000여권이나 남아 있는 것을 볼 때 한국이야말로 세계의 인쇄 종주국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금속활자 인쇄술은 오늘날 첨단산업의 상징인 ‘반도체’와도 일맥 상통한다. 시간과 자금이 많이 소요되는 목판활자 인쇄술과는 달리 금속활자 인쇄술은 활자를 부수고 다시 조립해서 찍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당대 최고의 첨단기술을 응용한 창조적 작업이었다고 해도 손색이 없다. 철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제련기술과 목판이 아닌 금속에 잉크가 먹혀들게 하는 인쇄잉크기술, 그리고 1000년을 견디고도 전혀 손상이 없는 제지술의 총체가 바로 금속활자 인쇄술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독일의 구텐베르그를 누르고 세계에 당당히 인정받게 된다면 한국의 이미지와 한국의 상품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학자들도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세계 학계에 자랑스럽게 논문을 발표하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해 금속활자 인쇄술을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브랜드로 키워 나가야 합니다.”

고서 수집 동기와 화봉책박물관 설립 경위를 잔잔하게 설명하던 여승구 대표는 이 부분에서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세계에서 인정받게 되면 한국의 경제력도 지금보다 2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때문이다.

“‘책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세상과의 약속을 저는 지켰습니다. 하지만 막상 책 박물관을 열고 보니 이건 장난이 아니에요. 박물관 유지비도 유지비이거니와 지금까지 피땀 흘리며 모아놓은 고서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선 뛰어난 연구자들이 있어야 해요.”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이 화봉책박물관을 키워 나가겠다면 흔쾌히 바치겠다고 밝히는 화봉 여승구씨. 정부와 기업이 운영하는 책박물관의 한 모퉁이에 앉아 고서를 통해 우리의 잃어버린 역사를 정리하는 책장이가 되는 게 일흔을 앞둔 그의 마지막 소원이다.


(파이낸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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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편식' 유감  [04/11/10]
 
[책장을 펼치며] 베스트셀러 '편식' 유감

낯선 곳을 여행하거나 방문했을 때, 허기를 달래려 음식점에 들어갈라치면 무엇을 주문할 것인가에 대해 적잖은 고민을 하는 수가 많습니다.

그냥 아무 음식이나 먹을 생각이라면 별 문제는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이왕 먹는거 조금이나마 괜찮은 것을 선택하려고 하면 뭐가 맛있는지를 통 모르는 까닭입니다.

이럴 때는 주위를 한번 슬그머니 둘러본 뒤 많은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적어도 선택에 대해 실망은 하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책을 고르는 것도 그렇습니다.

하루에 수십종씩 쏟아져 나오는 책 중에 어느 것이 진짜 좋은 책인지를 가리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비슷비슷한 내용이 많은데다 미사여구로 포장해 놓은 겉만 봐서는 헷갈리기 십상입니다.

이때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보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공식이 적용됩니다. 이른바 잘 팔리는 책, 바로 베스트 셀러를 찾는 것입니다.

익명의 대중들로부터 '볼만한 책'이라는 최소한의 검증을 받은 것이기에 어느 정도는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긍정적인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베스트 셀러가 과연 좋은 책인가' 하는 질문에는 즉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용이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하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베스트 셀러 탄생에는 '계획된 마케팅'이나 '미디어 활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출판사들이 책이 나오면 서점측에 고객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해 주기를 요청하는 것은 고전에 속하는 것이고, 한때는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해 며칠동안 특정 책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잘 팔리는 책'으로 만드는 편법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에는 미디어가 적극 활용됩니다. 인맥을 동원해 신문이나 방송의 서평을 이용하기도 하고 독자 사인회 등 대중의 눈을 끌 만한 이벤트도 수시로 엽니다.

특히 어떤 식으로든 방송매체에 책이 거론되면 이른바 '대박'이 터집니다. 지난 5월 막을 내린 모 방송사의 책 관련 프로그램의 경우 방송 중에 추천할 만한 책으로 거론되기만 하면 그날부터 서점에서는 물건이 동이 나 버린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 책은 졸지에 베스트 셀러가 되어 버립니다.

물론 책의 내용이 담보돼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출판사가 어떤 행동을 취하든 나무랄 것이 못됩니다. 많이 팔린다는 것은 그만큼 독자가 많다는 뜻이 되니까요.

하지만 책은 '낯선 곳에서의 음식 주문'처럼 주위의 분위기에 따라 무작정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 만난 한 서점관계자는 매장을 한번 둘러보는 여유도 없이 대뜸 직원들에게 "요즘 베스트셀러가 뭐에요"라고 물은 뒤 그 책을 구입해 나가는 고객들을 보면 허탈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아마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을 읽지 못하면 친구나 직장동료간 대화에 낄 수 없다는 강박감이 작용한 탓일 겁니다.

서점관계자들은 고객들이 책을 고를 때 주위의 소문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책의 머리말이나 후기, 또는 단 몇쪽이라도 찬찬히 넘겨보기를 권합니다.

헤아릴 수 없이 나오는 책의 홍수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것, 그건 온전히 독자들의 책무입니다.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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