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언론이 주목한 책 이야기 (11/ 8-11/13)  
 

지난 한 주간 언론이 주목한 책 이야기입니다. 지난주 언론이 주목한 신간은 황소자리에서 나온 「홍위병」(션판 지음, 이상원 옮김)입니다. 이 책은 중국의 현대사의 격랑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으로 문화대혁명을 경험한 홍위병의 최초의 기록을 통해 현재 중국의 토대와 중국을 이끌어가는 세대들이 그려내는 청사진의 실체가 담겨 있는 책입니다. 거대한 피의 역사를 하이 코미디 수준의 유머와 위트로 녹여내는 저자는 역사의 격동 속에서 성장해가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홍위병이 경험한 암울한 시대상을 되짚어 보고 있습니다.

이다미디어에서 출간된 「우키요에의 미」(고바야시 다다시 지음, 이세경 옮김)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우키요에는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향을 준 미술로, ‘서양 근대 미술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일등공신’으로 극찬 받으며, 지금도 전 세계의 수많은 애호가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 최고의 우키요에 권위자 고바야시 다다시 교수가 쓴 이 책은 우키요에의 거장 12인 및 그들의 대표작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는 우키요에 입문서입니다.

새물결에서 펴낸 「아름다운 소년 보이」(저메인 그리어 지음, 문영혜 옮김)는 놓칠 수 없는 소년의 아름다운 한 때를 담은 책입니다. 관능적이고 천진스러우며 쉽게 상처받는 소년들의 모습을 만끽하도록 하는 이 책의 저자는 큐피드나 다윗의 조각상이든 카라바조나 반 데이크의 그림이든 혹은 낸 골딘이나 샐리 맨의 사진이든, 아름다운 소년의 이상적 도상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두 권의 책도 언론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미학사가, 기호학자, 문학 비평가이자 인기 있는 소설가이기도 한 움베르토 에코의 세계를 조망한「움베르트 에코 평전」(다니엘 살바토레 시페르 지은이, 임호경 옮김)과 움베르트 에코의 에세이집「작은 일기」(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현경 옮김)입니다. 「움베르트 에코 평전」은 '평전'이라는 제목을 하고 있지만 한 인물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주요한 사건을 다루는 일반적인 전기가 아니라 그의 학문적, 정신적 세계를 탐구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작은 일기」는 이탈리아의 유력한 문학잡지 '일 베리'에 실렸던 글들을 모아 놓은 것으로 늘 보고 익숙하게 여겨왔던 물상을 전혀 낯선 가치 판단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책갈피에서 출간된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의 중앙위원이며, <사회주의 노동자>의 편집자인 크리스 하먼이 민중을 중심으로 다시 쓴 세계사「민중의 세계사」(크리스 하먼 지음, 천경록 옮김 )도 언론이 주목했습니다. 이 책은 인간이 어떻게 해서 특정 사회에 살게 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들 자신의 행동으로 사회를 변혁하고 결국 오늘에 이르게 됐는지를 고찰하는데 중점을 두었으며 또한 동시에 사회 밑바닥 인민 대중의 일상적 투쟁과 역사책에 기록되지 않은 영웅주의가 어떻게 해서 거듭거듭 사회를 변화시켰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밖에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에 2003년 봄부터 1년 동안 연재된 시리즈 <경제탐험>과 칼럼 <숫자로 읽는 유행>을 엮은 책「10년 불황 그러나 HIT는 있다」(용오름刊), 오늘날 활동하고 있는 최고의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로 손꼽히는 에릭 홉스봄이 그린 사회저항과 의적의 역사서「밴디트」(민음사刊), 할리우드 배우로, 사진작가로, 혁명가로 살다간 미국 여성 티나 모도티(1896∼1942)의 화려한 남성 편력과 격정적인 사회활동을 기록한 평전「티나 모도티」(해냄刊), 윤성희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거기, 당신」(문학동네刊)등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끝으로, 지방신문에서는 필맥에서 출간된 동아시아의 국제 관계와 외교를 중심으로 살펴본 고려사 연구서인「역동적 고려사」(이윤섭 지음)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고려의 역사를 일국사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동아시아라는 큰 틀에서 파악하여 고려인들의 불굴의 기상과 뛰어난 전투력, 능란한 외교술을 동아시아 국가들 간의 역동적 관계 속에서 생동감 있게 그려냈습니다.

11월 셋째주 한 주 어떤 책이 언론의 주목을 받을지 기대해봅니다.

북피알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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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의 설자리' 서계와 고민  [04/11/14]
 
'출판의 설자리' 서계와 고민

국내 출판계가 만성적인 불황을 헤쳐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출판물 제작ㆍ유통은 물론, 독서운동과 도서전 운영까지 출판산업ㆍ문화 전반의 세계적인 추세와 선진기술 등을 두루 소개하는 대형 국제포럼이 열린다.

출판유통진흥원(회장 최태경 두산동아 대표)은 18,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국제회의장에서 ‘멀티미디어 시대의 출판진흥방향과 선진유통기술’을 주제로 ‘한국출판포럼 2004’ 행사를 연다.

진흥원이 정례화를 목표로 올해 처음 마련한 이번 행사에서는 해외 출판전문가 10여 명이 발표한다.

기조연설자는 30년 동안 미국 판테온 출판사에서 편집을 지휘하다가 대자본의 출판산업 장악에 반기를 들고 독립한 원로 출판인 앙드레 쉬프랭. 최근 국내에 번역된 ‘열정의 편집’이라는 책에서 출판의 대자본화를 조목조목 비판한 쉬프랭은 미리 공개한 ‘세계화와 출판-장점과 단점’ 연설문에서 “(출판사) 소유권이 고수익 달성을 기대하는 대형 복합기업에 넘어갈 경우 종전보다 상업성이 훨씬 강한 출간물을 만드는 쪽으로 선회한다”며 대자본이 주도하는 출판계 세계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한국 독서운동의 현황과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는 김상욱 춘천교대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도 상상력은 언어를 통해, 그리고 책을 매개로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된다”고 전제한 뒤, 독서운동이 강제성을 띠거나 상업주의에 물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프랑스 ‘학교출판의 집’의 베르트랑 피렐 대표는 ‘독서와 교육-프랑스의 사례’ 발표를 통해 프랑스의 효과적인 독서지도 방안을 소개한다.

1973년부터 30년 가까이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시회사 대표를 맡아 이 도서전을 세계적인 행사로 키워낸 페터 바이트하스의 발표도 눈길을 끈다.

‘최근 출판동향과 도서전의 발전’이란 그의 발표문은 서울국제도서전이나 2005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 준비에도 도움될 것으로 보인다.

또 독일 출판서적상협회 베레나 지히 법률 고문이 완전 도서정가제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독일 도서정가제의 역사, 체계 및 영향’을 발표한다.

또 일본 ‘책과 컴퓨터’의 총괄편집장인 츠노 가이타로 와코(和光)대 교수는 ‘디지털 시대의 책과 도서’를, 백욱인 서울산업대 교수가 ‘디지털 복제시대의 출판’을, 이종국 한국출판학회장이 ‘다매체시대의 출판학 연구’를 발표해 디지털 시대 출판과 독서의 위상을 짚어본다.

이밖에 도서유통분야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 받는 영국 BIC의 피터 킬본 컨설턴트가 영국의 반품처리체제를, 역시 도서유통회사인 독일 KNV의 프랑크 투르만 대표가 독자가 주문하면 24시간 안에 책을 배달하는 차세대 유통시스템을 설명한다.

영국의 국제표준도서번호(ISBN) 전문가 브라이언 그린은 ‘ISBN 개정준비’라는 발표를 통해 2007년부터 시행되는 개정 ISBN이 전세계 문헌정보와 서지유통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지 전망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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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선도 괴팍도 좋다… 상식적인 글은 쓰지말라"  [04/11/14]
 
앉아서 자료 찾아선 안돼… 현장체험 뒤 써야
문체·주인공 설정 등 모범답안 연구해 보기도
상금받아 뒤풀이 하고나니 원피스 한벌값 남아

내년도 신춘문예 공고가 나오는 11월 초부터 마감일인 12월 초까지, 그 한 달 동안 우리 땅의 문학적 에너지는 최고조에 오른다.

수백만 명이 신춘문예의 열병과 추억을 떠올릴 것이며, 그중 몇 십만 명은 지금부터 응모 원고에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세계 어떤 나라에도 없는, 80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만의 문화적 콘텐츠’다.

지금 한창 원고를 다듬고 있을 미래의 작가들을 위해 신춘문예 출신 소설가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였다. 멀리는 40년 전부터 가깝게는 4년 전까지, 이 시기 가슴 두근대며 원고를 고치고 또 고쳤던 이들이다.

글쓰기의 먼 길을 출발하기 위해 신발끈을 여미는 이름 모를 후배들을 위해 소설가 최인호(1966·‘견습환자’·조선일보), 하성란(1996·‘풀’·서울신문), 윤성희(1999·‘레고로 만든 집’·동아일보)씨는 “독선도 괴팍도 좋다. 상식적인 일은 하지 말라” “신춘문예는 당선자 몇 명보다 응모자 수십만 명을 위한 축전(祝典)” “고교 3학년 때부터 투고를 시작, 내리 여덟 번을 떨어진 다음에 당선됐다”고 말했다.

▲최인호=당시 상금이 10만원이었다. 그걸로 어머니 틀니를 해드렸다. 지금도 신춘문예가 가까이 오면 가슴이 설렌다. 나는 당선되던 1966년 한 해에만 작품 10개를 써서 모든 신문에 응모했고 소감까지 미리 써두었다가 건방지단 소리를 듣기도 했다. 11월까지 놀다가 벼락공부하듯 열흘 만에 집중적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도 나무랄 일은 아니다.

▲윤성희=떨어지고 나면 ‘심사위원의 취향이 구닥다리였다’고 욕하는 사람이 있지만, 시류에 편승할 것 없이 자기 목소리를 내서 쓰면 된다.

(해마다 ‘신춘문예용 작품이 있다’는 비판이 높다. 특정 신문사와 심사위원 취향에 맞춰 소재·주제·문체를 택하는 작품이 적지 않고, 그중 당선작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하성란=상금으로 뒤풀이를 하고 나니 원피스 한 벌 값이 남았다. 작품에서 비가 오는 것보다 눈이 오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나는 모범답안이 있다고 생각하고 10년을 공부했으며 주제, 문체, 끝마무리, 주인공 설정까지 모두 통계를 내기도 했다. 자신만의 문학을 하는 것은 이러한 관문을 통과하고 난 다음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윤성희=사람의 능력이 얼마나 좋으면 신춘문예용을 따로 쓰겠느냐. 다만 작품의 앞부분이 재미없으면 아예 안 읽는다는 건 맞다.

▲최인호=(나도) 심사 때 첫 장만 보면 금방 알 수 있었다. 소설의 중요한 테크닉은 주제가 앞을 리드하는 것이다(시작이 중요하다).

▲하성란·윤성희=‘신춘문예에도 유행이 있다’고 수군거리며 ‘올해의 트렌드’를 점치는 응모자들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자료를 앉아서 구하지 않고 현장에서 체험을 한 뒤 쓰는 것이다. 그런 작품이 당선된다.

▲최인호=신춘문예는 신성한 제사를 집전하는 문학적 사제를 키우는 작업이다. 신춘문예를 광범위하게 심화시키고 이 땅의 문학 청년들의 가슴을 뜨겁게 흥분시켜 달라. 그래서 내 밥그릇을 빼앗길 것 같은, 질투심 나는, 패기 만만하게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가 나왔으면 좋겠다.

▲하성란=어떤 사람이 우체국에 가서 대신 부쳐 주면 당선작이 나온다더라는 징크스도 있었다. 정작 그 본인은 아직 등단을 못했다. 셸리의 시처럼 ‘늦가을에 서서 겨울을 건너뛰고 봄을 생각하는’ 등단 양식이 신춘문예라고 생각한다. 우리 땐 친구끼리 장난으로 당선통보 전화를 걸기도 해서 나는 거꾸로 신문사에 재확인했다. 소설은 모방하면서 배운다.

▲윤성희=신춘문예에 응모하면 한 살 더 먹는게 아니라 두세 살을 더 먹는 것 같다. 우체국에 가서 응모작을 부치던 일, 1월 1일, 쓰레기가 날리는 것 같은 분위기 속에 (다른 사람의) 당선작이 실린 신문뭉치를 사들고 쓸쓸하게 들어오던 일, 그리고 당선 통지를 받았을 때의 행복한 기억은 지금도 나에게 소설을 쓰게 하는 가장 귀중한 힘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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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지식인들은 다 어디로?  [04/11/14]
 
[편집자레터] 그 많던 지식인들은 다 어디로?

몇 개월 전에 독자 한 분이 북리뷰 담당 기자의 일과가 궁금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온 적이 있습니다. 저의 일과는 출근길 전철 안에서 시작합니다. 책을 읽고 계시는 분들의 손에는 과연 어떤 책이 들려 있나 살피는 거지요. 그래야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북섹션을 내놓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드물게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면 꼭 책 제목을 확인한답니다.

요 며칠 사이에는 인생이 뭔지, 죽음이 뭔지를 곱씹게 하는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읽는 아주머니를 보며 가을에 아주 잘 어울리는 책을 잡았다고 생각했고, 회사원처럼 보이는 사람의 손에 『필리핀의 정치변동과 정치과정』(정영국 지음)이 들린 것을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같은 소설을 원서로 읽는 사람도 부쩍 눈에 띕니다. 이번 주 편집자 레터의 제목은 어떤 사람이 읽는 영어책 제목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Where Have All the Intellectuals Gone?』이라고.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박완서씨의 소설 덕에 제목이 쉽게 외워졌습니다. 인터넷을 뒤졌더니 작가는 영국의 좌파 지식인 프랭크 푸레디였고, 천박해진 지식계를 질타한 이 책을 놓고 영국 지식인들 사이에 논쟁이 뜨겁다는 기사도 떴습니다.

영국도 한국과 상황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푸레디는 지식계와 문화계가 실용적인 면만 좇다 보니 예전에 비해 많이 천박해졌고, 그 결과 토론문화가 쇠퇴하고 정치 무관심이 팽배하게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인터넷 시대 시민들의 ‘참여’라는 것도 실은 우리로 치면 민주화운동처럼 몸과 맘을 바친 노력이 전제되지 않은 것이어서 자칫 ‘체제순응주의(conformism)’로 빠질 위험이 있다는 분석도 눈길을 끕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긴 안목으로 사회의 흐름을 앞서 볼 줄 아는 지식인들이 설 땅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현실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지요.

영국에서 9월 초에 출간된 책을 11월 서울의 전철 안에서 읽는 그 독자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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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코드’ 80만부 대박암호는?  [04/11/14]
 
[주말화제]‘다빈치코드’ 80만부 대박암호는?

“베스트셀러가 될 것으로 확신했느냐고요? 처음에는 ‘3만부 정도나 나갈까.’하고 걱정부터 했어요.”

●“한국인, 역사인물 등장 지적 스릴러 선호” 소설 ‘다빈치 코드’의 한국 출간을 이끈 베텔스만 코리아의 채영희(41·여) 편집팀장은 아직도 80만부 ‘대박’이 믿기지 않는다.

그녀는 “스릴러물의 고정 독자들이 모두 읽고 파급효과가 생긴다고 해도 20만부면 엄청난 성공이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채 팀장은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출간된 ‘다빈치 코드’가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해 봤다.

그녀는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이건 된다.”고 직감했다고 한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지적 스릴러에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물인 다빈치와 예수를 중심 코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한국인은 책에서 재미와 동시에 정보를 얻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면서 “예술과 역사, 종교를 풍부하게 아우르고 있어 한국인에게 통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작가 댄 브라운은 국내시장에서는 ‘무명 신인’이었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가도 한두주일만에 사라지는 반짝 스타가 많은 출판시장에서 ‘다빈치 코드’의 한국 출판을 추진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웠다.

게다가 작가측은 ‘다빈치 코드’를 출판하려면 전작까지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투 북 딜(Two Book Deal)’을 조건으로 달았다.

환란위기 이후 독자층이 재테크와 자기계발 등을 주제로 하는 비소설로 몰려 소설시장은 완전히 죽어있는 상황에서는 엄청난 위험부담이 따르는 일이었다.

경쟁출판사들은 이 제의에 모두 손을 들고 말았다.

하지만 채 팀장은 오히려 출간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한달 만에 구두계약을 성사시키고 번역작업을 시작해 지난해 7월 정식 계약을 맺었다.

작품에 확신이 있었던 데다, 존 그리샴이나 시드니 셸던 등 대형 작가가 국내 다른 출판사와 손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작가 발굴은 절실한 문제였다.

‘다빈치 코드’를 일찌감치 계약한 것은 행운이었다.

이후 댄 브라운의 몸값이 2∼3배로 뛰었다.

전작 ‘천사와 악마’도 당시에는 ‘혹’이었지만 지금은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하는 등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출판권을 따낸 뒤 베텔스만 코리아는 전사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출판팀은 ‘다빈치 뉴스’라는 소식지를 만들어 출판 진행상황을 시시각각으로 알렸고, 직원들은 ‘다빈치 코드’ 티셔츠까지 만들어 입는 등 적극 참여했다.

●280권 먼저 풀어 시판전부터 홍보 책을 읽고 난 뒤 다른 사람과 돌려보는 ‘북크로싱’기법도 이용했다.

출간하기 두어달 전부터 140명의 전 직원에게 ‘다빈치 코드’를 두권씩 주어 자주 가는 백화점·카페·미용실 등의 공공장소에 한권씩 놓아두게 했다.

‘북크로싱’은 독특한 소재를 가진 ‘다빈치 코드’가 출간 전부터 입소문을 타는 원동력이 됐다.

채 팀장은 ‘다빈치 코드’의 성공을 “직감과 뚝심, 정보수집력이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그녀는 “해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영국 런던 등에서 열리는 세계 도서전을 찾았다.”면서 “운좋게 똑똑한 작품을 발굴한 것이 아니라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트렌드를 앞서 읽고 꾸준히 연구한 결과 ‘다빈치 코드’라는 대어를 낚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스릴러물 기획하면 늦어” 채 팀장은 “우리 출판업계는 소설시장이 침체에 빠져들자 비소설에 몰렸고,‘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이 성공했을 때는 무작정 팬터지류에 집중했다.”면서 “이제 ‘다빈치 코드’가 성공하니 다시 스릴러물에 몰리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트렌드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를 앞서 읽을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채 팀장은 “외국 책의 번역출간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한국 출판업계는 다소 무기력한 부분이 있다.”면서 “분위기에 휩쓸려 엇비슷한 책들만 출간하는 것보다는 책 자체를 꼼꼼히 검토하는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베텔스만은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 미디어그룹.1999년 한국에 지사를 세우고 회원제 서적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외국계 출판사의 성공한 외국소설 ‘수입’이 국내 소설시장을 고사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채 팀장은 “오히려 ‘다빈치 코드’의 성공이 국내 소설의 부활을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다.

그녀는 “소설류가 다시 붐을 타기 시작하면서 국내작가의 작품 출간도 활기를 띠고 있다.”면서 “‘다빈치 코드’가 촉매제로 작용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외국계 회사에서 관리직으로 일하다 9년 전 출판계에 뛰어든 채 팀장은 1998년 베텔스만 코리아에 입사, 영국 DK출판사의 ‘어린이세계지도책’ 등을 냈다.


(베텔스만 코리아 채영희 편집장)=서울신문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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