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회 한국일보문학상 후보작 점검 <1>  [04/11/15]
 
한국일보문학상 예심 위원들이 올해 후보작으로 뽑은 9편의 단편소설 가운데 3편씩을 나누어 맡아 3회에 걸쳐 선정 의미를 밝힌다.

김형중(강영숙 박민규 천운영), 김동식(김경욱 김영하 윤대녕), 방민호(김연수 정지아 한강)씨의 순서로 이어진다.

세 사람의 예심 위원들 공히 장편의 흉작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바가 컸다.

작년 한국일보 문학상 수상작이었던 배수아의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이나 김영하의 ‘검은 꽃’ 등에 필적할 만한 묵직한 장편은 눈에 띄지 않았다.

몇몇 작품이 거론되었으나 결국 올해의 예심통과작들은 모두 중·단편들이 되고 말아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중·단편의 경우는 스펙트럼도 다양했고, 작품들의 수준 역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수준작들이 많았다.

게다가 아직 그 새로움의 전모를 파악하기 힘든 독창적인 신인들의 작품도 적지 않았다.

애초에 다섯 편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 심사가 그 배에 가까운 아홉 편을 골라내는 선에서 마무리된 것도 그런 이유였다.

덕분에 심사는 다소 난항을 겪었지만 아주 기분 좋은 난항이었다.

일차로 강영숙, 박민규, 천운영의 작품 선정 경위를 밝힌다.

다국적 자본주의 시대, 우울한 내면풍경
▲ 강영숙 '태국풍의 상아색 샌들'‘태국풍의 상아색 샌들’은 그간 작가 강영숙이 일구어 온 소설세계를 집약하고 있는 작품으로 읽혔다.

은유적 계열체를 형성하지 않으면서 끝없이 환유적으로 쇄도하는 문체, 서울이면서 동시에 현대 도시 일반이기도 한 무국적 도시의 전망 없는 주체들, 그리고 화려한 외관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모르게 불길하고 그로테스크한 축제 분위기 등이 그렇다.

최근 우리 소설들이 반응하기를 게을리 하고 있거나, 불충분하게만 반응하고 있는 다국적 자본주의 시대 주체들의 암울한 내면풍경을 이 작품처럼 냉혹하고 담담하게 묘사한 작품은 찾기 힘들다.

심사위원들 모두, 불모이자 동시에 인공낙원인 강영숙의 도시가 우리 문학이 아직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하고 있는 다국적 후기 자본주의와의 싸움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기대가 컸다.

'B급 문화의 전복적 상상력' 창작법 엿보여
▲ 박민규 '카스테라'박민규는 강영숙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 소설 문학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작가다.

그는 그간 한국 소설을 지배해 왔던 엄숙주의를 조롱하면서 소위 B급 문화의 상상력을 대대적으로 차용한다.

작품 ‘카스테라’는 바로 그러한 소설 쓰기에 대한 일종의 선언문으로 읽히는 데가 있다.

그가 ‘카스텔라’를 의도적으로 ‘카스테라’로 오기(誤記)한 것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지상에서 가장 못마땅한 것들과 가장 소중한 것들을 닥치는 대로 모두 냉장고에 집어넣어서는, 그로부터 오롯한 ‘카스테라’ 하나(한 편)를 얻어낸다는 발상이 박민규답다.

게다가 그렇게 얻어진 작품이 엄숙하고 정연한 ‘카스텔라’가 아니라 표기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B급 ‘카스테라’라고 하는 발상 또한 전복적이다.

‘대왕오징어의 기습’과 ‘갑을고시원 체류기’를 포함한 다른 몇 작품도 눈에 들었으나 굳이 ‘카스테라’를 예심 통과작으로 정한 사정도 이와 같다.

이 작품은 박민규가 누설한 박민규의 소설 작법이다.

'모계 공동체의 가족 판타지' 변화 징후
▲ 천운영의 '명랑'천운영은 언제나 평균 이상의 작품을 써내는 작가다.

그리고 그 저력 너머에는 취재를 통해 ‘생산된’ 직접 체험이 놓여 있었다.

그러던 작가가 최근작들에서는 체험의 직접성을 다소 누그러뜨리는 대신 환상성, 특히 변형된 가족 판타지를 도입하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출간된 창작집 ‘명랑’에 실린 ‘늑대가 왔다’가 그 전형적인 경우다.

‘명랑’의 경우도 가족 판타지의 변형으로 읽혔다.

그러나 이 작품의 가족 판타지는 부친이 개입하지 않는 가족 판타지, 삼대에 걸친 모계 공동체의 가족 판타지, 그래서 오이디푸스 서사를 허용하지 않는 여성형 가족 판타지다.

게다가 천운영 작품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생활의 곤경과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했다.

요컨대 이 작품은 전작들에서 천운영이 보여준 성역할의 전도라고 하는 주제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지금 작가가 시도하고 있는 어떤 변화의 징후로도 읽혔다.

‘늑대가 왔다’가 가진 여러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명랑’을 본심에 올리기로 합의한 저간의 사정도 이와 같다.


(김형중 문학평론가)=한국일보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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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문학--그것은 자유·민주를 향한 투쟁입니다  [04/11/15]
 

이시영·김형수·신용복 시인에게 듣는
민족문학작가회의 어제·오늘·내일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첫술에 배부르랴 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없어라 많지 않아라/
모래알 하나로 적의 성벽에/ 입히는 상처 그런 일 작은 일에/ 자기의 모든 것을 던지는 사람은

-김남주 ‘모래 알 하나로’-

모래 알 하나로 시작한 지 오는 18일이면 꼬박 30년째이다. 1974년 11월 18일 서울 광화문 의사회관 앞. 고은 시인을 비롯한 30여 문인들의 외침이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문학인 101인 선언’은 김지하 시인 석방 요구와 함께 창작 신앙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외침으로 시작됐다. 유신 시절 ‘인간 본연의 진실함’을 외친 그들의 목소리는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자실)란 이름으로, 1987년 6월항쟁 이후 ‘민족문학작가회의’(작가회의)로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2일 찾은 서울 마포구 아현동 작가회의 사무실. 30년이란 시간은 작가회의의 모습에도 변화를 줬다. 20평 남짓한 사무실이 70여평의 공간으로, 문학인 101인은 이제 1100여명으로 늘어났다. 그들의 외침을 필요로 하는 곳도 바뀌었다. 강산이 세 번 바뀔 만큼 기나긴 시간을 앞만 보고 달려온 지금 창립 30돌은 그들에게 숨고르기를 권한다. 30년이란 시간이 남긴 기억을 이시영(55), 김형수(45), 신용목(30) 시인으로부터 들어본다.

74년 ‘문학인 101인 선언’의 떨림을 기억하는 이시영 시인은 작가회의의 태동을 4·19혁명에서 발견한다. “1960년 3·15 부정선거로 폭발한 4·19혁명은 근대 시민사회의 성숙을 가져왔습니다. 60년대 김수영 신동엽 시인에 이어 축적된 문학 운동이 70년대 유신체제에 들어서면서 자유실천문인협의회란 이름으로 극명하게 세상 밖으로 드러난 셈이죠.”

◆30년이란 시간이 남긴 흔적을 찾아=세 시인의 공통점은 작가회의에 굵직한 일이 있을 때 젊은 시인으로 참여했거나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어린 나이로 ‘문학인 101인 선언’에 참여한 이시영 시인은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고은 시인이 그 전날 동대문에서 떠가지고 온 천에 ‘우리는 중단하지 않는다’를 써내려 갔습니다. 80년대까지 30명이 넘는 구속자를 내면서도 끊임없는 투쟁을 벌였습니다. 민주주의를 향한 열정을 그대로 지켜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죠. 하지만 자유실천만 했다면 여기까지 이어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투쟁을 통해 자기 문학을 꾸준히 변화시켰기에 가능했습니다. 74년 당시에도 황석영의 ‘객지’와 신경림의 ‘농무’라는 거대한 재산을 이미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 뒤 살아있는 문학을 생산하는 문인들이 끊임없이 중심에 서 있었고, 지금도 작가회의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문학 생산자란 위치가 가장 큰 자부심이죠.”

1980년 정부의 탄압 속에 활동을 멈춘 자실은 84년 재창립을 가졌다. 이때 자실에 가입한 김형수 시인은 자실의 의미를 ‘문학인들의 창작실천, 운동 조직, 이론이 함께 성장’한 데서 찾는다.

“5·18을 겪으면서 제가 가졌던 문학에 대한 관심이 전면 수정됐습니다. 이후 자실의 행동에 관심을 가졌고 등단 이후 이곳에서 활동하게 됐습니다. 포스터를 붙이고 농성을 하면서 현실이란 것이 얼마나 삼엄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죠. 사회의 부조리에 대항해 젊은 에너지를 쏟아부은 선배들과 함께 하면서 화려한 과거를 갖게 됐습니다. 이제 남은 걱정은 화려한 과거들이 우리를 통과하면서 초라한 미래로 바뀌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것입니다.”

자실이 탄생할 무렵 태어난 신용목 시인은 2000년 등단하면서 회원 활동을 시작했다. “90년 거대한 사회 이슈의 끝자락만을 맛본 저에게 선배들의 경험은 미학이 사회학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기회였습니다. 이제는 사회현상들을 하나의 큰 맥락에서 보기는 힘들어졌습니다. 대신 사안별 반응을 해야 하죠. 달라지지 않은 점은 인간에 대한 애정, 사회에 대한 애정을 저변에 깔고 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민족이란 개념은 여전히 유효한가=30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민족’은 낡은 틀로 혹은 미래의 걸림돌로 지적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민족문학이 여전히 유효함을 강조한다. 김형수 시인은 “민족문학이 열린 공간임”을 주목한다. “한 시대의 미학적 기준은 지배자의 용모란 말이 있습니다. 거기에 문제의식을 담고 저항해 자연의 용모를 기준으로 가져왔습니다. 그것을 제국주의 국가는 문학으로 지칭하고 침탈당한 사람은 민족문학으로 내세운 것이죠. 그 가치의 유효성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일제시대와 함께 시작한 근대문학은 우리 공동체를 네 개로 갈라 놓았습니다. 일제와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들, 그들에게 협조한 친일파, 평범한 삶을 살다 징발당한 사람들, 결국 이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자신이 살던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죠. 마지막으로 남은 이들이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입니다. 그렇게 나누어진 갈래가 다시 모일 기회도 찾지 못한 채 산업화를 거쳐 지금에 이른 것이죠. 돌아간 고향은 이미 예전 모습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삶의 뿌리를 찾지 못한 채 2대, 3대가 살고 있는 것이죠. 문학도 같은 상황입니다. 우리의 근원을 확보해야 민족문학을 버릴 것 아닙니까.”

신용목 시인은 “민족문학의 새로운 개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세계문학을 지향해 쓴다고 해도 민족을 토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은 더 복잡한 얼개 속에서 민족문학이란 개념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죠. 자본주의가 전 세계적인 물결을 이루면서 민족이란 개념이 희미해진 경향도 있지만, 더 넓은 각도에서 바라보면 여전히 삶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시영 시인은 분단이 지속되는 한 민족문학은 여전히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로 본다. “한번도 제대로 된 민족국가를 이뤄보지도 못한 채 민족문학의 의미를 축소해서는 안 됩니다. 민족문학이 젊은 세대에게는 버거운 짐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결코 쉽게 버릴 수 있는 짐도 아닙니다.”

◆민족문학작가회의의 미래는=신용목 시인은 18일 열릴 30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민작의 시련과 환희의 순간을 회고할 선언문을 이영주 시인과 함께 작성할 계획이다.

이시영 시인은 “평화 생태 보편적 규제를 향한 목소리”에서 민작의 미래를 엿본다. 특히 그러한 목소리에 힘을 싣기 위해 살아있는 문학 생산자라는 본연의 위치를 견고하게 지켜나갈 것을 주문한다. 범아시아 작가들과의 연대 구축, 남북민족작가대회 등 네트워크 형성에 힘쓰고 있는 김형수 시인은 “민작 30주년을 맞아 한국 문학이 발전하면서 파생된 문학적 칸막이의 해소”를 바람으로 꼽았다. “그 자리에 자연의 용모를 기준으로 한 미학을 통해 전 세계를 이끌어가는 구심점 역할에 우리 문학이 서 주었으면 하는 것이 소망입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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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피아, YES24와 제휴..책 검색서비스  [04/11/15]
 
넷피아, YES24와 제휴..책 검색서비스

자국어(한글)인터넷 주소를 개발한 넷피아(대표이사 이판정 http://넷피아)는 인터넷서점 YES24(대표이사 정상우 http://www.yes24.com)가 손잡고 책 검색서비스를 시작한다고 15일 밝혔다.

이 서비스는 인터넷주소창에 책 제목만 입력하면 곧바로 출판사, 저자, 목차등의 기본 정보와 미디어 리뷰, 독자리뷰등의 관련 자료들이 검색되고 곧바로 구매까지 할 수 있다.

책 제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검색할 단어에 ”책?”, “도서?” 를 붙여서 입력하면 검색어와 관련된 검색결과가 한눈에 들어오게 된다. 예를 들어, 저자나 출판사 이름만 기억나는 경우에는 인터넷 주소창에 “박경리책?”, 또는 “해냄책?” 이라고 입력하면 박경리씨의 책이나 해냄출판사의 책들이 신간/베스트셀러 등으로 구분되어 나열된다.

한편 넷피아와 예스24는 한글인터넷주소 도서정보 서비스 오픈기념으로 11월 한달동안 주소창에 도서명을 입력하는 50번째 이용자들이나 추천도서명을 입력하는 이용자들을 추첨, 푸짐한 경품을 주는 공동 이벤트를 진행한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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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한그루 우지형 사장  [04/11/15]
 
[인터뷰] 나무한그루 우지형 사장

“대박을 기대하기 보다 직장인들의 지식창출에 필요한 양서를 만들겠습니다.

”지난 6월 문을 연 출판사 나무한그루의 우지형 사장은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직장인들의 자기계발 욕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 프리챌 사장자리를 그만두고 책 만들기에 뛰어들었다.

7월에 나온 첫 책 ‘운 좋은 놈이 성공한다’는 1만권 이상 판매됐으며, 그 뒤를 이어 10월에 나온 ‘성공한 사람들의 독서습관’도 서점가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 사장은 “출판사업은 유일하게 동종업계 친구의 성공을 진정으로 축하할 수 있는 업종”이라며 “친구의 책이 잘 팔린다고 내가 만든 책이 안 팔리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통인 그는 당분간 일본책 번역에 주력할 계획이다.

조만간 일본 직장인들에게 인기 있는 MBA시리즈를 국내에 소개할 예정이다.

그는 “MBA시리즈는 바쁜 직장인들이 쉽게 배울 수 있게 요약, 정리돼 일본 서점의 효자상품”이라며 “마케팅, 재무, 회계 등 회사에 필요한 정보로 일본 기업에서는 신입사원 연수나 직장교육 교재로 쓸 만큼 인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물산 시절 8년간 일본 주재원으로 오사카, 나고야 등의 지점장을 지낸 경력을 살려 일본 서점을 꼼꼼하게 둘러보고 책을 골라 읽고 난 후자신이 감동 받았던 책들을 직접 고른다.

지금까지 나무한그루에서 나온 책들의 공통점은 일본 최고의 상인으로 불리는 사이토 히토리와 관련이 있다.

첫번째 책은 사이토씨가 직접 쓴 것이며, 두 번째 책은 사이토씨가 자주 찾는 서점 주인이 사이토씨에게 영향을 받아 쓴 책이다.

사이토 히토리는 일본의 개인납세자로는 유일하게 최근 10년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의 수익은 부동산과 주식이 아닌 순수하게 사업으로 만 벌어들여 일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언론에는 절대 나타나지 않는 ‘괴짜부자’로도 일본에서 유명하다.

사이토씨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그의 독특한 경영철학에 매료된 우사장은 언론에도 등장하지 않는 사이토씨를 수소문 끝에 직접 만나 그의 사업 철학에 대해 듣기도 했다.

그는 “사이토씨가 주장하는 사업의 기본은 의리와 인정”이라며 “돈벌이에 급급한 장사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앞서 좋은 상품을 만들기 때문에 큰 돈을 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이토시의 상도처럼 좋은 책 만들기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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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책의 운명

전통적인 독서의 계절로 꼽히는 10,11월을 맞았는데도 올해는 출판계의 형편이 말이 아니다. ‘단군 이래의 불황’이라는 표현이 어제 오늘의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난해까지는 책이 판매되는 커다란 흐름은 살아 있었다. 올해는 ‘대박’도 없고 ‘반짝 상품’도 없다. 인문·사회출판은 1990년대 중반 잘 나가던 때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문학과 아동도서는 매기가 끊긴지 꽤 된다.

책을 주인공으로 한 두 권의 소설이 신간으로 나와 있다. 유고슬라비아 작가 조란 지브코비치의 ‘책 죽이기’와 이탈리아 작가 안드레아 케르베이커의 ‘책의 자서전’은 책의 우울한 종말을 예견한다.

‘책 죽이기’는 세상을 빛내온 지적 생명체인 책이 멸종 위기로 치닫는 과정을 유머와 재채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책 읽기가 얼마나 불편하고 성가신지를 조목조목 들춰낸다. ‘책의 자서전’은 60세 된 책이 자신의 지나온 과정을 돌이켜보는 내용이다. 태어날 당시에는 ‘걸작 중의 걸작’으로 인기를 모았고 여러 작가들에게 지적 영양분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영화와 인터넷에 자리를 빼앗기고나서 자신의 가치를 후세에 전하고 싶다고 외치지만 애서가의 서가 한 귀퉁이에 갇힐 뿐이다.

이 두 권의 책은 디지털 시대의 책의 종말을 말하고 있지만 책이 외면당해가는 과정을 통해 오히려 책이 인간사회에서 얼마나 가치있는 발명품인지를 강조한다. 책을 통하지 않고서는 세상 사람들이 각자의 앞에 펼쳐져 있는 산을 넘을 수 없음을 웅변한다.

책 읽는 힘은 사회의 활력을 보여주는 일종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미국 출판 통계사 보커가 발표한 통계보고에 의하면 2003년 미국의 도서출판은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역사·종교서 등이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였고 특히 청소년 도서의 출판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도 2003년에 12%의 증가율을 보였다. 중국은 특히 사상 서적과 항공·우주과학도서의 성장이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전에 없는 출판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몇 백만부의 베스트셀러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보급률이 가장 높은 한국사회에서 출판이 가장 급속하게 쇠락해가고 있음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문자 매체의 지성적 성찰력과 논리력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는 사회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처세술 분야의 책만 명맥을 유지하는 사회의 병적 징후에 대한 처방이 나와야 한다. 책의 죽음을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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