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진 글쓰기 후퇴한 문학성"-조선일보 신춘문예 [04/12/16]
 
신춘문예 단편소설 응모작 608편 예비심사
명퇴등 소재다양… "문체구성보다 이야깃거리 중시"

“글쓰기는 나아졌지만, 문학은 뒤로 물러섰다.”

2005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한 단편소설 608편을 읽은 소설가 박상우·은희경씨, 문학평론가 서영채·김미현씨 4명의 예심위원은 “스토리 텔링으로서의 서사성이 강화되고 소재도 다양화되었지만, 자기만의 문체와 이야기를 엮어내는 문학성은 현격하게 떨어졌다”고 평했다.

현실과 맨살을 맞대는 소설 장르의 특성이 올 응모작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카드 돌려막기나 빈부격차, 명예퇴직 등 최근 경제난을 반영하거나 교내 ‘왕따’, 기러기 아빠, 이라크 전쟁 등 최근의 현실을 담은 작품이 많았다. ‘피박’ ‘쓰리고’ 등이 등장인물로 등장해 ‘로또식 한탕주의’를 풍자하기도 하고, 엽기적인 성매매를 다룬 작품도 눈에 띄었다.

서영채씨는 “지난 시대 소설 문학을 규정했던 역사의식이 사라지면서 문체나 주제의식 등 소설 형상화 과정도 뒷전으로 밀렸다”면서도 “그동안 경계 밖으로 밀어냈던 것들이 소설 재료로 복권되고, ‘어떠한 것도 소설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상상력의 빅뱅’이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체의 맛이나 구성의 묘미보다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중시하는 쪽으로 독자의 취향이나 문학의 흐름이 바뀌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은희경씨는 “쥐나 독수리 등 동물이 등장인물로 나오거나 ‘삼국지’ ‘주홍글씨’ 등 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등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도 많았다. 이야기를 엮어가는 수준도 상향 평준화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김미현씨는 “현실에 대해 할 말이 많은 것은 좋은데, 감정이 생경하게 분출되고 ‘날것’인 이야기를 피상적으로 드러낸 작품이 많았다”고 했고, 박상우씨는 “현실을 즉물적으로 드러내다 보니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는 대신 거꾸로 거기에 끌려가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심사위원들은 “20대에서 7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이 응모해 글쓰기의 대중화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편소설 본심과 시 등 다른 7개 분야 응모작에 대한 심사는 다음주 계속된다.

시 6175편을 비롯, 시조·동시·동화·희곡·문학평론·미술평론 등 8개 분야에서 모두 8485편이 응모됐다. 약진이 두드러진 분야는 동화와 단편소설. 동화는 최근 어린이 도서출판이 크게 늘어난 것을 반영하듯 작년(198편)보다 33%나 늘어난 265편이 들어왔다. 단편소설도 작년보다 80여편이 더 많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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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출판계 결산]불황속 '다빈치코드' 돌풍-헤럴드경제  [04/12/16]
 
역사+허구 팩션소설ㆍ평전 인기몰이
김춘수ㆍ김상옥시인 등 '큰별' 지기도

올해 출판계는 경기침체로 극심한 불황을 면치 못했다. 좀체 경기를 타지 않는다는 아동서 시장까지 침체된 가운데 역사와 허구가 결합된 '팩션(faction)형' 소설과 평전이 인기를 끌었다. 100만부를 돌파한 '다빈치코드'와 '단테클럽' '진주귀고리 소녀' '4의 규칙' '임프리마투르' 등은 팩션형 지식소설의 대표적인 예. 이순신과 우륵의 삶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류가 한국문학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문학시장의 경우 '다빈치코드' '연금술사' 등 외국 소설이 베스트셀러 수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김훈 박완서 전경린 공지영씨의 작품이 잇따랐다. 30대 초반 소설가인 김경욱 천운영 윤성희, 시인 문태준씨가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허리로 부상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70대의 소설가 박완서 서정인씨도 장편을 계속 발표, 건재를 과시했다.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영하씨가 한국예술종합학교, 평론가 남진우씨가 명지대 교수로 임용됐고, 시인 김춘수, 시조시인 김상옥씨가 세상을 떴다.

평전의 성행은 리더십부재의 현실을 대변하는 듯했다. 5000부 판매를 예상했던 '덩샤오핑 평전'은 5만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출판사 황금가지측은 "먹고 사는 문제를 제일선에 내세웠던 등소평이 현정권과 대비된 듯하다"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후진타오평전, 빌 클린턴의 '마이라이프', 체게바라 평전 등 여느해보다 평전이 풍성했다.

2003년 탁닛한의 '화'에 이어 2004년엔 달라이 라마의 '용서'가 교양서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좌절감을 내면화하려는 경향이 시대의 흐름을 보여준다.

경제경영서중에선 땅테크 책이 많이 팔렸다. 실용서 부문에선 학습만화 '마법의 천자문'이 2백만부를 돌파했다.

출판사들은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됐다. 랜덤하우스 중앙은 300억원 매출목표를 초과 달성했으며 민음사, 넥서스, 김영사, 시공사, 21세기북스, 웅진닷컴, 베텔스만 코리아 문학수첩, 영진닷컴, 대교 등이 1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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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불황 선배님 힘내세요!  [04/12/17]
 
[기자수첩] 출판계 불황 선배님 힘내세요!

김 선배,선배가 새로 만든 책을 어제 받아보았습니다. 산뜻한 디자인에 튼튼한 제본,깔끔한 편집과 문장까지 만든 이들의 땀과 정성이 느껴지는 책이더군요. 책이 좋아서,정말 좋은 책을 만들고 싶어서 출판사를 차리는 게 꿈이라던 선배의 대학시절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9월 동문들이 모인 자리에서 ‘땅테크’ 책으로 몇억원대의 돈을 단번에 벌었다는 선배에게 부동산 투기나 부추기려고 출판사 시작했냐고 비난했던 기억이 납니다. 선배는 그래도 앞으로 10권 정도는 책을 더 낼 수 있게 됐다며 낮은 목소리로 자신을 변호했지요.

선배네 출판사가 잇따른 실패로 폐업위기에 몰렸고 고육지책으로 재테크 붐을 겨냥한 책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그 뒤의 일입니다. 저는 사정도 모르고 핏대만 올렸던 셈이지요. 이번에 나온 책에서 선배가 초심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참 부끄러웠습니다.

이제는 선배의 그 뚝심이 오히려 걱정되더군요. 하드커버에 두툼한 분량의 정통 인문서가 얼마나 팔릴까요? 인기없는 인문학의 전문서적인데다 대학 교양과목의 교재가 될만한 책도 아니라면 계산기를 두드려보는 건 무의미한 일이겠지요.

아무런 걱정없이 좋은 책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선배가 어서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하면 출판인으로서 양식과 자존심은 지키는 방법으로 말입니다. 벼랑끝까지 몰렸으면서도 선배는 불황을 탓하지도,독자에게 책임을 미루지도 않았다더군요. 좋은 책을 내지 못한 책임이라며 스스로를 질책했다던 선배에게서 저는 희망을 읽습니다. 선배의 건강과 무운을 빕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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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을 팽개친…문학은 끝장났다” [04/11/26]
 
일본 평론가 가라타니 고진
‘근대문학의 종말’선언

‘문학이 죽었다’는 말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오래 전에 확인된 사실이라는 뜻이 아니다. 문학의 의연한 생존을 확신하는 이들에게 그런 선언은 양치기 소년의 되풀이되는 거짓말과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심지어는 문학의 죽음에 관한 풍문이야말로 거꾸로 문학의 생존 근거이자 양식이라는 주장조차 나오는 판이다.

그렇다면 문학은 살아 있는가. 여기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선언하는 글이 있다. <문학동네> 겨울호에 실린 일본의 문학평론가 겸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63)의 <근대문학의 종말>이 그것이다. 이 글은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행한 강연을 풀어 쓴 것이다.

가라타니의 논리는 ‘문학이란 한마디로 말하면 영구혁명중에 있는 사회의 주체성(주관성)’이라는 사르트르의 정의에서 출발한다. 쉽게 말하자면 정치가 감당하지 못하는 혁명의 핵심을 문학이 담당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해체적 비평과 포스트모던 문학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근대문학’은 이런 혁명적 역할을 담당했지만, 그것은 일본의 경우에 ‘1980년대에 끝났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미국은 더 일러서 1950년대로 시점이 올라간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가라타니 고진은 지난 2000년 서울에서 열린 한 문학행사에 참석해 ‘일본에서 문학은 죽었다’고 발언해 충격을 준 바 있다. 그는 문학평론가인 자신이 평론을 그만둔 이유를 설명하면서 그런 발언을 했던 것인데, 그러면서도 한국에서만은 문학의 역할이 점점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해 대조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글에서 그는 한국에서도, 미국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문학은 끝장이 났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문학이 사소해졌다는 것이 그 근거로 제시된다.

가라타니는 문학은 자신에게 부여되는 지적·도덕적 요구를 감당할 수 있을 때만 문학으로서 존립할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러한 과제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워진다면, 문학은 단지 오락이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어떤 ‘문학’은 오락이 될 수도 있다. 그는 나아가 일본 만화처럼 세계적인 상품으로 팔리는 문학을 권장하기조차 한다. 다만, 거기에다 본디 의미의 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이지는 말자는 것이다.

본디 의미의 문학에 충실한 사례로서 그는 역설적이게도 ‘문학을 그만둔’ 두 사람의 사례를 든다. 부커상 수상작인 <작은 것들의 신>의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 그리고 <녹색평론> 발행인인 ‘전직’ 평론가 김종철씨가 그들이다. “위기의 시대에 한가롭게 소설 따위를 쓸 수는 없다”는 로이, 그리고 “어느 사이엔가 문학이 지극히 협소한 것만 다루게 되었”기 때문에 문학을 그만두었다는 김종철씨야말로 “‘문학’을 정통적으로 물려받았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반대로, “순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밖에는 읽히지 못할 통속적인 작품을 쓰고 있는 작가”나 “그 존재가 문학의 죽음을 역력하게 증명할 뿐인 패거리”는 문학의 생존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그는 일갈한다.

그는 “역사적 이념도 지적·도덕적인 내용도 없이 공허한 형식적 게임에 목숨을 거는” ‘일본적 스노비즘’이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면서 “문학을 떠나서 생각하라”고 결론 삼아 제안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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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앙드레 쉬프랭의 충고 [2004. 11. 26]

미국 출판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지식인 사회의 존경받는 원로 앙드레 쉬프랭(69)이 지난주 한국을 다녀갔다. 그는 ‘역사란 무엇인가’로 잘 알려진 E. H. 카, 세계적 언어학자이며 비판적 지식인 놈 촘스키, 노벨상을 받은 스웨덴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 등 수많은 저자들을 발굴해 무명의 지식인에서 세계적 유명 인사로 키운 장본인이다.

프랑스 출신 판테온사 대표 쉬프랭이 서울에 온 건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회사 대표인 페터 바이트하스, 출판유통 변호사 베레나 지히, 출판인 프랑크 투르만(KNV 사장), 영국의 피터 킬본, 브라이언 그린, 일본의 마에다 간지 등 거물 출판인들과 함께 한국 출판유통진흥원이 주최한 ‘한국출판포럼 2004’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세계화에 따른 출판계의 득실과 인류 미래의 향방에 관한 이 포럼은 양질의 책보다는 팔리는 책만 내고 있는 세계 출판계가 인수·합병을 거듭하면서 연예·오락·영상물과 연계된 다국적 복합출판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와 독립계 서점들의 급감, 책방 네트워크의 소멸, 책 안 읽는 사회 등 역경 속에서 출판유통의 활로 등에 대해 이틀 동안 스터디했다.

본격적인 토론은 인사동 뒷골목에 마련된 주최측과 외국 초청인사들의 저녁 식탁에서 더 활발하게 이어졌다. 쉬프랭은 미국출판 50년의 추이를 지켜본 세계 지성계의 리더답게, 세계화로 인한 영미 출판계의 위기와 미국 내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세계 다른 나라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었다.

“내가 최초로 낸 책이 카프카의 첫 책이었어요. 처음 600권을 찍고, 다시 800권을 찍었죠. 요즘 같으면 불가능한 일이죠. 대형 출판사들은 수익성 계산서를 미리 뽑아보고 등급이 낮은 책은 아예 중소업체로 미루거나 기획을 폐기하니 문화다양성 측면에서도 가치 있는 책들이 죽어버리죠. 학술서적을 내는 대학출판사도 마찬가지예요. 예전엔 컬럼비아대 출판부에서 유일하게 한국 책을 냈었지만 이젠 안 해요. 옥스퍼드대 출판부도 출판환경이 변했다며 현대시 출판을 중단했고, 학술적으로 중요한 ‘오푸스’와 ‘모던 마스터스’ 시리즈, 가치 있는 계열출판사 클라렌든프레스도 아예 없앴죠.”

책이 안 팔리니 팔리는 책 발굴에 혈안이 되고, 더 많은 종류의 책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양이 늘었다고 내용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전파매체와 인터넷에 빼앗긴 독자들은 엄청난 쓰레기 정보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강대국 위주 정보의 오버플로(overflow) 현상이 심해질수록 그 정보의 질을 변별하는 판단력과 새로운 창의력을 길러줄 독서·출판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실제론 책이 더 많이 출간될수록 더욱 더 서로를 열심히 베끼고 있을 뿐, 적지만 가치 있는 책들의 출간은 점점사라지고 있다는 게 쉬프랭의 분석이다.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열린 마음과 비판적 사고력의 원천인 인문학적 교양의 부재는 독서 부족 때문이다. 나 역시 한국의 현실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문제는 복합미디어의 등장과 ‘대중 취향에 맞추는 눈치보기’가 세계를 지배하게 됐다는 점이다. 쉬프랭은 이라크전쟁 발발 후 2년간 미국의 65개 방송국이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제대로 된 비판서적이 한 권도 못 나온 점을 예로 들었다. 모두 미국인 75%가 “이라크 내 무기사찰은 옳은 일”이라고 응답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뒤의 일이다. 쉬프랭은 촘스키의 비판서를 7000부 찍었지만 신문들이 실어 주지도 않았다고 했다. 지적인 작은 출판사와 의미 있는 이견(異見)들이 실종된 이후의 세계엔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문학 역사 철학 신화의 복원을 꿈꾸며 가시밭길을 가고 있는 한국의 출판인들을 위해 쉬프랭은 대기업 위주의 출판사 인수·합병 방지와 정부의 직접 지원, 인터넷을 통한 저자들의 다양한 출판 콘텐츠 전달과 소량 고급 출판의 활성화를 제안했다. 모두 국가가 출판의 중요성을 인식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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