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인 이갑수씨의 ''헌책방 추억''  [2004. 12. 28]

[7080 그때 그시절엔]<21>출판인 이갑수씨의 '헌책방 추억'

처지를 바꾸어 남을 헤아려 본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 내 몸을 쪼였다가 튕겨 나간 빛을 구부려 나를 다시 바라본다는 회광반조(廻光返照). 내가 좋아하는 사자성어(四字成語)들이다. 그러나 그냥 좋아하는 것을 넘어 나를 변화시킨 네 글자가 있다. 꿈꿀 권리. 물론 나는 이것을 꿈속에서 발견한 것은 아니다. 우연히 들른 헌책방에서 만난 책 제목이었다. 이 네 글자는 그야말로 내 눈알을 뚫고 가슴에 꽂혔다.

나는 이 말이 방아쇠가 되어 전혀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호프집 문지방이나 뻔질나게 드나드는 것밖에 몰랐던 발걸음이 헌책방을 익숙하게 찾아들게 된 것이다. 요즈음엔 거의 사라졌지만 1980년대만 하더라도 웬만한 곳에선 헌책방이 쉽게 눈에 띄었다.

주말이면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도 가 보긴 했지만 정작 내 마음이 포식을 한 곳은 암사동 사거리였다. 지금은 전망 하나 없는 지하철 8호선이 씩씩거리며 달려드는 곳이지만 그때엔 제법 규모가 큰 헌책방이 두 군데나 들어서 있었다. 퇴근하면서 자연스레 지나는 곳이라 일주일에 서너 번은 꼭 그곳을 들렀다.

자주 드나들다 보니 요령도 생겼다. 내가 헌책방에서 책을 고르는 첫째 기준은 출판사를 보는 것이었다. 신뢰할 만한 출판사 명단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작성되었다. 당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출판사는 이름도 낭만스러운 일월서각(日月書閣)이었다. 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웬만하면 다 내 차지였다. 한문 원전을 별책부록으로 꾸민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구입했던 기억은 지금도 새롭다.

또 하나 생각나는 헌책방이 있다. 정부과천청사 입구에 있는 것으로, 넝마대장으로 유명한 윤팔병 씨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곳은 분위기부터 여느 헌책방과는 달랐다. 주인장의 호탕한 기운이 칸칸마다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커피라도 한잔 얻어 마시면서 묵은 책들의 향을 흠뻑 몸에 적시고 나오면 기분이 참 좋았다.

‘꿈꿀 권리’. 가스통 바슐라르 지음, 이가림 옮김, 열화당 발행. 이 책을 나는 읽어내지 못했다. ‘가방끈’도 짧았지만 ‘머리끈’은 더욱 형편없이 짧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아니 이 제목은 그 어떤 것보다도 심대히 나에게 영향을 미쳤다. 요즘 내가 너무 돈벌 궁리에만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라치면 한번씩 중얼거려 본다. 꿈꿀 권리!

(궁리출판사 대표 이갑수)=동아일보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4 문화계 결산-출판부문(경남도민일보) [04/12/27]
 
서점가 ‘악재’ 속 작가만남 ‘활발’

올해 출판계 상황은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매출 감소’로 대표될 만하다. 외환위기 원년에도 소폭 매출이 늘어 주목을 받았던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81년 문을 연 이래 23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한 것. ‘사상 최고의 불황’은 그저 하는 말이 아니었다.

사정이 이럴진대 지역의 영세한 서점들의 고통은 쉽게 짐작된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 후년이나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던 교보문고 창원점이 내년 5월 입점이 확정되면서 지역 서점계가 큰 시름에 빠졌다.

지난 2002년 부산 뿐 아니라 도내 서점업계가 총출동해 교보문고 부산점 진출을 막았으나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 때 맛보았던 패배감은 창원점 입점이라는 눈앞의 위기를 두고도 달리 투쟁할 힘을 빼앗아 갔다.

대형서점 창원 입점 확정…지역영세서점 타격 ‘불보듯’

지역 서점 업체들은 창원점 입점이 ‘더 작은 규모의 도시 공략을 위한 발판’인 점과 ‘교보가 들어오면 영풍·리브로가 따라온다’는 설을 대며 앞으로의 파장을 걱정했다. 지역서점 매출은 30% 정도 급감할 것이고, 올해 말과 내년 초가 되면 마산 창원 합해 110개 남짓한 서점 중 적어도 30개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유명 작가들의 도내 강연이 매우 잦았던 한 해였다. 창원에서 열린 ‘책문화축제’와 노동문학회 참글이 주최한 ‘함께 꿈꾸는 문학세상’을 비롯해 각 지자체와 크고 작은 단체들이 작가와 도민의 만남을 주선했다. 통영시는 <칼의 노래>의 김훈씨를 초대해 통영과 이순신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고, <불멸의 이순신>의 김탁환씨도 책문화축제 강연을 다녀갔다. 시인 백무산·신경림, <바람의 파이터>의 방학기·<실상사>의 정도상씨, 그 외 ‘수수팥떡’ 운영자 최민희씨, 동화작가 소중애씨, 한길 출판사의 김언호씨와 <고래가 그랬어>의 김규항씨도 독자들의 주목을 한껏 받으며 마산과 창원을 다녀갔다.

김훈 등 유명작가 강연 성황…출판계 ‘팩션’ 신조어 붐

올해 3회째를 맞은 ‘창원 책문화축제’는 작은 도서관 만들기 운동 10년을 맞아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된 창원시가 1억 원을 들인, 창원시가 주최하는 행사로 바뀌었다는 데서 안정된 자리를 꿰찼다고 평가된다. 행사가 너무 많아 집중력이 떨어졌고, 장소 또한 여기 저기 떨어져 있어서 산만했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베스트셀러를 보면 세상이 읽힌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했다. 욘사마 열풍으로 대변되는 한류 붐은 유례 없는 한국소설 판매 실적을 남겼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대장금> <겨울연가> 등 드라마의 부속품으로 출판계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중국의 존재가 여러모로 부담스럽게 다가온 한 해였다. 한자 학습열기가 주로 학습만화와 연계돼 붐을 일으켰다. <마법천자문> <살아있는 한자교과서> 등이 그것.

중국과 관련해 또 하나 떠오른 단어는 ‘고구려’.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우리 역사 왜곡에 눈을 뜬 독자들이 ‘고구려를 바로 알자’ 혹은 ‘우리 역사를 바로 알자’는 데 동참했다. 최근 거시적 관점의 역사서에 비해 어깨에 힘을 뺀 일상사·생활사를 다룬 책들도 역사서 호황에 한 몫 거들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경기침체에 개점이래 첫 매출 감소

역사 속 인물이 유난히 주목을 받은 한 해였다. 출판가에 ‘이순신 붐’이 일었다. 인물평전도 줄을 이었다. 난세 영웅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컸다. 사람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 속에서 희망을 갖고 싶어했다.

이보다 매우 구체적인 희망을 원하는 사람이 많았다. 경제·경영서들은 개인의 경제적인 마인드를 제고하는 책이 많았던 반면 올해는 주로 ‘땅테크’로 집약된 방안·실용서들이 주류를 이뤘다.

무엇보다 ‘팩션’이라는 신조어가 주목을 받았다. 사실(팩트)과 허구(픽션)가 결합된 소설과 평전 혹은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 1·2위를 다퉜다. 연초 <아침형 인간>, 연말 <다빈치코드>는 소설이라는 장르가 갖고 있는 매력으로 독자를 끌어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형태로 출판계 장기불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코드로까지 인정받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기술' '~의 힘'이 눈길끈다  [04/12/27]
 
책의 운명을 절반 이상 좌우한다는 제목.불황일수록 튀는 제목이 눈길을 끌게 마련이다.

단순히 흥미만 불러일으키는 과장.엄포형 제목은 별로 효험이 없다. 반짝 효과를 보더라도 약발이 오래 가지 못한다.

대신 책의 내용을 간결하게 뽑아내면서 집중된 이미지를 주는 제목은 힘이 세다.

요즘은 무엇을 하라는 지시.명령형 제목보다 무엇이 필요한가를 일깨워주는 제시.활용형 제목이 인기다.

"00형 인간""00법칙"에 이어 최근에는 "00의 기술""00의 힘"이라는 제목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기술"의 경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메모의 기술"을 필두로 "발표의 기술""논리의 기술""대화의 기술""여행의 기술""독서 기술"등이 잇달아 나오더니 트렌드예측서인 "미래를 읽는 기술"까지 선보였다. ".의 힘"은 "생각의 힘""말의 힘""직관의 힘"등 포괄적인 자기계발 영역에서 시작해 "질문의 힘""절차의 힘""습관의 힘""질책의 힘"등 구제적인 활용 영역으로 세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출판기획자나 편집자들은 매순간 제목과의 전쟁을 벌인다. 어떤 제목이 독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할까. 어떤 표현이 트렌드와 딱 맞아떨어질까.

베스트셀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가 초판 제목인 "You Excellent"를 과감히 버리고 지금의 제목으로 바꾼 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도 제목의 힘을 입증한 사례다.

지난해말부터 올해까지 "아침 열풍"을 몰고온 "아침형 인간"의 경우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라"등의 지시형 제목이 아니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자기경쟁력을 키우는데 유리하다는 진리를 일깨워주는 제시형 제목으로 큰 재미를 본 케이스다.

장기불황의 여진을 딛고 경제회생의 출구를 모색하는 내년 출판계의 제목 트렌드는 어떨지 궁금하다.


(한국경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지난 한 주간 언론이 주목한 책 이야기 (12/20-12/25)

안녕하세요.~ ^*^ 크리스마스를 맞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북섹션이 발행되지 않는 가운데 지난주 홍보베스트 집계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번 주에도 북섹션 발행이 되지 않는 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만, 언제나 변화무쌍한 언론가의 소식인지라 각 출판사에서 알맞은 판단을 내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답사여행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 여행정보서 「답사여행의 길잡이」(돌베개刊)가 11년 만에 15권으로 완간되어 지난 주 언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이 책은 한국문화유산답사회가 지난 10여 년 동안 문화유산의 현장을 답사하면서 삶의 체취와 역사를 담은 책으로 1993년 전북 편을 시작으로 경주, 동해·설악, 충남, 전남, 지리산 자락, 경기 남부와 남한강, 팔공산 자락, 경기 북부와 북한강, 경북 북부, 한려수도와 제주도, 충북, 가야산과 덕유산, 경남에 이어 서울 편이 마지막으로 나왔습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대지》의 작가 펄 벅의 평전이 국내 최초로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미국 여성작가이자 여권운동가, 박애주의자, 극동 전문가로 활동하며 아동복지와 인종 간 이해를 도모하는 십여 가지 사업을 추진해나간 위대한 여성 펄 벅의 새로운 모습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더북컴퍼니에서 출간된 「만화 태백산맥」(조정래 지음, 박산하 그림)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작가 조정래와 만화가 박산하는 지난 봄 부터 '태백산맥'의 무대가 된 지리산과 벌교 일대를 함께 둘러보며 세심하고도 치열하게 작품의 틀을 만들어왔으며, 원작 소설은 방대한 분량인데다 복잡하게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만화에선 어린 독자에 맞게 재구성하였습니다.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자인 천명관의 '특별한' 장편소설「고래」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신화적, 설화적 세계에 가까운 시·공간을 배경으로, 1부와 2부는 산골 소녀에서 소도시의 기업가로 성공하는 금복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그녀를 둘러싼 갖가지 인물 사이에서 빚어지는 천태만상, 우여곡절을 숨가쁘게 그려냈으며, 3부는 감옥을 나온 뒤 폐허가 된 벽돌공장에 돌아온 금복의 딸이자 정신박약아인 춘희의 생존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한길사에서 펴낸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프랑스 요리를 집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간단한 레시피 위주로 소개한 요리책「두 남자 프랑스 요리로 말을 걸어오다」도 눈길을 모았습니다. 이 책은 한국을 좋아하는 프랑스 남자 둘이 프랑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비스트로(바를 겸한 작은 식당)을 2000년에 연 후, 한국 사람들이 어렵게만 생각하는 프랑스 음식을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는 하버드 졸업생들이 부정한 거래나 불법 행위에 연루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학교 차원에서 ‘윤리적 사유’를 교육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1980년 대 초 하버드대학교는 학부에 '윤리적 사유'분과를 신설하였으며, 이 분과의 강좌로 개설돼, 20여 년이 넘도록 학생들의 호응을 받아온 '예수와 윤리적 삶' 이라는 강의의 내용을 총괄하여 책으로 옮긴 「예수 하버드에 오다」가 문예출판사에서 출간되어 언론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의 윤리적 모범과 가르침으로부터 현대를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윤리적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을 찾고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밖에 1983년부터 모두 580권의 총서를 펴낸 대우재단이 독립재단으로 거듭난 2000년 이후 5년간의 성과를 담은「대우학술총서」(아카넷 刊), 마케팅의 작은 날갯짓으로 시장에 폭풍을 일으키는 나비효과, 디지털 마케팅을 구현하기 위한 개념과 사례 및 방법을 일반인과 전문가를 막론하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집필한「나비효과 디지털 마케팅」(미래의창 刊), 2004년 5월부터 미디어 다음(www.mediadaum.net)에 연재되며 많은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았던 강풀의 "미스테리심리썰렁물"로 반전과 기발한 상상력이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공포의 여운을 남게 만드는 책「아파트」(문학세계사 刊)등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끝으로 12월 넷째주 중앙 일간지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강의」(돌베개刊)가 지난주 지방신문에서도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북피알미디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소비도 경기 따라 '실용'에 올인  [04/12/26]
 
지갑이 얇아지면 얇아질수록 지적인 욕구는 고개 숙이는 걸까. 지난 한해 국내 출판계는 책의 분야를 불문하고 ‘실용’이라는 한 지 코드로 수렴했다. 출판사들은 경제경영서를 앞세운 실용서, 교양서 만들기에 바빴고, 독자들도 처세나 가벼운 읽을 거리를 주로 찾았다.

학습서 시장에서 ‘마법천자문’ 등 만화 형식을 통해 교양전달이나 학습효과를 노리는 스토리 만화가 인기를 끌고, 문학에서 ‘정통 문학’보다는 역사적 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결합한 이른바 ‘팩션(faction)’이 주도한 현상도 따지고 보면 좀더 가볍고, 달콤하게 맛나는 읽을 거리를 찾는 독자 취향의 산물이다. 인문학쪽의 베스트셀러인 ‘미쳐야 미친다’도 넓은 의미에서 실용 코드가 접목된 고전 다시 읽기라고 할 수 있다.

교보문고 2004년 연간 베스트셀러 집계를 보면 불황이 아무리 깊어도 여전히 사람들은 소설을 가장 많이 사서 읽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연금술사’ ‘다빈치 코드’ ‘칼의 노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잘 팔린 책의 거의 절반이 국내외 중, 장편 소설이다.

이중에서 주목할 것은 ‘다빈치 코드’와 ‘칼의 노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진가를 국내에서도 유감 없이 입증한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는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결혼이라는 기독교에 대한 도발적인 해석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과 연관시킨 상상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팩션’ ‘지식소설’ 등으로 불리는 이런 유형의 소설들은 이후 ‘천사와 악마’ ‘단테클럽’ ‘진주 귀고리 소녀’ ‘4의 규칙’ ‘임프리마투르’ ‘곤두박질’ 등으로 줄줄이 이어졌다. ‘칼의 노래’의 성공은 올 한해 내내 이어진 ‘이순신 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TV 드라마 방영이 촉매역할을 하긴 했지만, 믿음직한 지도자에 대한 사회적인 갈망이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저변에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선물’ ‘설득의 심리학’ ‘아침형 인간’ 등 자기계발서가 연중 계속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킨 것은 그만큼 경제경영서 시장의 입지가 두터워졌다는 증거다. 경제경영분야의 책들은 ‘폭증’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한해 계속 쏟아져 나왔고, 분야별 판매량으로 따지면 아마도 최고가 아닐까 싶다. 특히 올해는 리더십과 자기계발 서적에 더불어 주요 재테크 수단의 하나로 떠오른 부동산 투자관련서들이 관심을 끌었다. ‘집 없어도 땅은 사라’ ‘한국의 땅부자들’ ‘돈 되는 땅 따로 있다’ 등이 꾸준히 팔렸다.

‘중국 대망론’이 갈수록 힘을 얻어가면서 중국을 알자는 책이 적잖게 출간되고, 한자공부 관련서들이 많아진 것도 눈에 띈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정도는 못 되지만 만화로 한자공부를 돕는 ‘마법천자문’ 시리즈는 지난해 11월 첫 출간 이후 지금까지 200만 부 이상 팔리는 대박상품이 됐다.

이밖에 출판계 소식으로는 불황의 여파로 할인율을 높여 변칙적으로 책을 공급하는 서점 도매상들이 줄줄이 부도난 것이나, 해외 대형출판사의 국내 진출 신호탄으로 볼 수 있는 랜덤하우스중앙의 설립,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회의 출범과 준비작업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일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