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등 인터넷 서점들 베스트셀러 파격 할인  [04/12/30]
 
올해 베스트셀러 책을 사려면 지금이 ‘딱’이다. 내년 1월까지 베스트셀러 할인행사를 벌이는 인터넷 서점이 여러 곳이다. 할인율이 높은 곳은 적립금을 포함해 정가의 최고 65%까지 깎아 팔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www.kyobobook.co.kr)는 ‘2004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기획전’을 2005년 1월 12일까지 열고 있다. 올해 잘 팔린 책 1,200종을 적립금을 포함해 최고 65%까지 할인해주고, 구매고객에게 ‘서양미술 400년전’ ‘톨스토이전’ 초대권을 추첨해 경품으로 준다.

또 출판사별 주요 도서를 모은 ‘연말연시 선물 도서전’(400종ㆍ최고 35% 할인), 푸코, 데리다, 들뢰즈의 책을 모은 ‘위대한 사상가 저서전’(14종ㆍ최고 25% 할인)도 열고 있다.

인터파크(www.interpark.com)도 내년 1월 16일까지 베스트셀러를 적립금을 포함해 최고 50% 할인 판매한다. 2004년 베스트셀러 204종과 1999~2003년의 연도별 베스트셀러(사진)가 대상이다. 예스24(www.yes24.com)는 1월 17일까지 ‘대한민국 최초 최저가 보장’ 이벤트를 진행한다.

출판사에서 추천한 책 550종을 적립금을 포함해 최고 50%까지 할인판매하면서, 더 싸게 파는 인터넷서점을 신고하면 가격을 최저로 낮춰 판다.

알라딘(www.aladin.co.kr)은 1월 21일까지 ‘자기계발도서 특가할인전’을 열고, 리브로(www.libro.co.kr)는 1월 2일까지 ‘2004 리브로 독자들이 사랑한 책 기획전’을 통해 베스트셀러 500종(일반단행본 300종, 어린이책 200종)을 최고 35%까지 할인 판매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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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독자들이 본 '최고의 머니북스'  [04/12/30]
 
성공하는 자산관리자는 남의 경험을 나의 것으로 활용할 줄 안다. 책은 남의 경험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스승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정작 자산관리의 지표가 될 만한 실용적인 책들을 찾지 못해 목말라하고 있다. 물론, 해마다 셀수 없는 경제·경영 관련 책들이 쏟아지고 각종 '우수도서'가 선정된다. 하지만 두터운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는 실용서적들을 '추천'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은 자칫 '책은 고상한 것, 우아한 것'이라는 또다른 편견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마음의 양식뿐 아니라 실제 양식을 얻는 지혜를 얻고자 하는 독자들을 오히려 책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게 출판·금융권의 지적이다. '올해의 머니북스'는 이같은 현실인식에 따라 자산관리 자기계발 등 실용서의 저변을 확대하고 독자들이 합리적인 판단기준을 기르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선정했다.

◇ 금융권 전문가 232명 직접 평가...첫 도입

책의 가치는 1차적으로 독자들의 평가에서 어느 정도 가름할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 서점 선두업체 인터파크의 연초~12월10일 판매실적 및 추이를 평가자료로 삼았다. 금융·재테크 환경의 변화가 빠르고, 그만큼 새로운 컨텐츠에 대한 독자들의 욕구가 어느 분야보다 강하다는 점을 감안, 11월 이후 판매 데이터도 별도로 참고했다. 여기에 출판사들이 응모한 서적들을 포함, 총 70권의1차 후보작을 추렸다.

자산관리 현장에서 직접 고객을 접하는 프라이비트 뱅커(PB), 금융자산관리사(FP) 들은 머니북스의 최대 수요층이자, 최대 구전자들이다. 따라서 금융권 전문가들이 직접 우수 도서를 선정하는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설문조사 방식을 통해 9개은행(신한·국민·우리·하나·외환·조흥·제일·기업·씨티은행), 9개 증권사(한투·대투·대우·LG투자·동원·동양·동부·SK· 서울증권), 2개 보험사(교보·삼성생명보험)등 20개 금융기관 총 232명의 대규모 평가단으로부터 도서를 추천받았다.

마지막으로, 밀어내기 대량 매출, 자가주문을 통한 베스트셀러 만들기 등 비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내용보다 과대포장된 책들을 추려내기 위해 머니투데이 재테크부의 평가를 보탰다.

◇ '상식' 알기쉽게 풀이한 책들 호평

'2004 올해의 머니북스' 수상작들은 대부분 고도의 자산관리 지식이 아니라 흔히들 잊고 사는 '상식'을 알기 쉽게 깨우쳐주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지난달 출간된 가 대표적인 경우. 저금리시대 자산관리의 고민을 반영, 출간한 지 얼마 안됐음에도 각 분야를 통털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특히 보험 증권 등 비은행권 전문가들의 선호도가 두드러졌다.

분야가 광범위한 '자기계발'부분과, 여전히 고수익 투자대상 1순위로 꼽히는 부동산부문의 후보작이 가장 많았고 경쟁도 심해 복수 선정됐다. '(김영사)가 선정된 자기계발부문에서는 '성공하는 한국인의 7가지 습관'(한스미디어), '실행에 집중하라'(21세기북스) 등이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다. ''(아라크네)가 뽑힌 부동산 부문에서는 '한국형 땅부자들'(한국경제), '돈 되는 땅 따로 있다'(한국경제)가 수상작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팜파스)도 고령화시대의 불안감을 반영, 보험 은행권 전문가들이 주식부문에서 가장 선호하는 책으로 꼽혔다. 투자교육 부문은 심사대상 작품이 많지 않고 대중성이 떨어져 고심했으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분야라는 판단에 따라 ''(올벼)를 수상작으로 뽑았다. 창업부문은 출간된 책들이 대부분 프렌차이즈 업체 소개 이상의 수준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70권 선정 대상에 오르지조차 못했다.

늘어만가는 세금에 대한 조세저항 심리를 잘 반영한, ''(더난)은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는 '부자신드롬'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머니북스'의 특성상 과거에 대한 평가 뿐 아니라 새로운 추세를 제시하는게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난해 발행된 책은 올해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해도 '2004머니북스' 선정 후보에서 제외했다. 메모의 기술(해바라기), 펄떡이는 물고기처럼(한언), 내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 이같은 책들이다. 아울러 평가가 비슷할 경우 가급적 출간시기가 오래 되지 않은 책에 비중을 뒀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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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소설가 되기 가장 쉬운 나라”  [04/12/30]
 
“위기의 한국문학, 재생의 처방이 있을까?”시작도 끝도 없을 해묵은 질문에 누군들 똑 부러지는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부단히 그 해답의 실마리를 더듬어야 하는 것이 문학인들의 소명일 터.‘문학사상’ 1월호는 ‘한국문학의 위기, 전환점 오는가’란 주제의 신춘방담을 실었다. 문학평론가 이태동(서강대 영문과 명예교수)·김성곤(문학사상 주간), 소설가 윤후명, 시인 최동호(고려대 국문과 교수) 등 4인이 ‘문학의 살 길’을 놓고 단소리, 쓴소리를 뱉었다.

책을 읽지 않는 독자들만큼이나 작가들의 역량 부족이 무엇보다 먼저 반성해야 할 점으로 꼽혔다. 개인사에 치중하거나 이야기 자체에 천착하는 한국소설들은 문학소재의 다양성 면에서 치명적 약점을 가졌다는 것이다.

●“작가들 역량부족 반성해야”

윤후명씨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수식어는 작가에게 더 이상 칭찬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이야기는 문학의 한 요소에 불과하며, 이야기만을 중시하는 태도가 문학의 세계화를 저해한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넘어 철학을 담는 문학이 절실하다는 데 견해들이 일치했다. 이태동 교수는 “우리문학의 해외진출이 더딘 것은 세계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세계적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 ‘연금술사’처럼 보편성 있는 주제를 이슬람·기독교 사상으로 전하는 식의 범세계적 문학관을 가져야 할 때”라고 짚었다.

윤후명씨는 소설가의 한 사람으로서 신랄한 자기반성을 하기도 했다.“우리나라는 소설가가 되기 가장 쉬운 나라란 이야기를 듣는데, 그만큼 작가들이 공부를 안 한다는 지적일 것”이라면서 작가들의 자성이 앞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동호 시인도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쓰면서 시대의 문제, 세계의 문제까지 나아갈 수 있는 시인이 몇 명이나 있을까 생각해봤다.”고 작가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보편적 주제 지닌 작품탄생 절실

문학을 지원하려는 제도에도 허점이 많다는 게 공통견해. 정부의 문예진흥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기초예술로서의 문학에 양적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들이다. 정부가 해마다 발표하는 문화예산지원액의 대부분이 관광예산으로 쏠리는 것도 재고돼야 할 문제(윤후명)라는 것.

●정부 문학지원 예산 확대 시급

‘문학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는 작가들이 문학의 공동현상을 부추겼다는 반성은 거듭된다.“독자들은 디지털 코드를 선호하는데, 작가들은 활자문화 코드를 갖고 있다.”(최동호)

대중문화의 한류열풍을 발빠르게 문학 발전에 접목시킬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성곤 주간은 “한류 덕분에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이 분위기를 본격문학이 따라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후명씨는 ‘문화의 북방정책’이라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차제에 적극적인 번역작업 등으로 서양보다는 중국·러시아를 집중공략하자는 견해다.“경제성장 속도는 빠르지만 ‘문화적 공황’에 빠진 중국을 제치고 동남아권의 문화 헤게모니를 잡을 때”라고 그는 강조했다.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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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천 너울거리는 굿판처럼 만들것”  [04/12/30]
 
중견 건축가 김원이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건물로 풀었다.

김씨는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 들어서는 ‘태백산맥 문학관’ 설계를 최근 끝냈다. 한국전쟁 전후 격동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태백산맥’을 기념하는 문학관은 내년 2월 착공 예정이다. 위치는 읍내가 내려다보이는 벌교 회정리 언덕. 보성군이 40억원의 예산을 들여 세우는 태백산맥 문학관은 대지 3500평에 건물은 연면적 500평 규모다.

국립국악원·통일연구원·영화진흥공사 종합촬영소·러시아 대사관·남산 빙 갤러리 등을 설계한 김원씨는 유난히 역사와 문화 유산 보존에 관심이 많은 건축가다.

그는 ‘태백산맥’을 읽은 적이 없다. 1943년생 동갑인 소설가 조정래씨와는 지난 6월 평양 어린이병원 준공식에 함께 참석하면서 처음 알게 됐다. 지난 11월 중순, 조씨가 ‘태백산맥 문학관 설계를 맡아 달라’며 김씨가 소장으로 있는 서울 동숭동 ‘광장 건축’ 사무실을 찾아왔다. 이틀 뒤 김씨는 ‘태백산맥’의 무대인 벌교를 찾아갔다. 직원을 전부 끌고 갔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소설에 대해 토론했다. “젊은이들은 다 읽었더군요. 달달 외다시피 하는 직원도 있었어요.”

벌교 전답, 뻘, 중도 방죽, 얼마 전 복원된 현부잣집 등을 둘러본 건축가는 설계의 뼈대를 다음과 같이 잡았다고 한다. “우리 현대사가 엄청난 질곡의 터널을 지나왔구나. 작가란 손전등을 들고 터널로 들어가 묻혀버린 역사를 긁어낸 뒤 그 조각조각을 꿰어 밝은 햇빛 위에 드러내는 사람 아닌가. 살풀이 굿판을 벌이자.”

건축가는 동굴과 굿판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일 생각이다. 땅을 10m 정도 파고 들어가 긴 터널을 만든다. 그 끝은 넓은 홀이다. 관객이 마주 서게 될 높이 10m·폭 40m 벽에는 대형 벽화를 그릴 예정이다. “제한된 빛이 들어오는 텅 빈 홀에 김소희 명창의 구음이 흐르면 어떨까 합니다.” 어두운 방을 지나서는 높이 18m의 유리탑으로 올라가게 된다. 문학관 한쪽에는 억새밭을, 반대쪽에는 대나무 숲을 조성한다.

옥상은 굿판처럼 꾸민다. ‘태백산맥’을 영화로 만든 임권택 감독과도 만났다는 김씨는 “임 감독이 ‘문학관이 흰 천 너울거리는 굿판 같았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내 생각도 그렇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고 절제된 건축 스타일로 유명한 김씨는 이번에도 한 발 물러선 듯한 건물, 멀리서 보면 그저 언덕에 유리탑 하나 서 있는 듯한 디자인을 펼칠 예정이다.

“‘어때 놀랐지’ 식의 과장은 피할 생각입니다.” “살아 있는 작가의 작품이 주제라 좀 어려웠다”는 그는 이념에 예민한 세대부터 ‘라면이 맛있어서 먹는’ 젊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장 문학적인 건축가’상을 받기도 한 김씨는 전북 고창 질마재의 미당 시문학관도 설계했다. 시인 서정주를 기리는 문학관은 키워드를 ‘바람’으로 잡고 폐교를 살리는 한편 소박한 탑을 세웠다.

김원씨는 ‘태백산맥 문학관’이 들어서는 벌교가 “개발이 비껴간 동네, 옛 상처와 추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동네라 착잡하면서도 다행이었다”고 말한다.

김수근 문화재단을 설득해 시인 이상이 살던 서울 통의동 집을 사들이게 한 그는 그곳에 이상이 운영했던 ‘제비다방’을 부활시키는 것이 꿈이다. 미당 서정주 시인이 살던 서울 남현동 ‘봉산산방’의 리모델링을 맡기도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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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정담] '을유문화사' 이끄는 할아버지와 손자  [05/01/02]
 

'해방 60년, 출판 60년'의 새해를 맞는 정진숙(93) 을유문화사 회장의 감회가 남다르다. 1945년 을유년, 문화 입국의 정신으로 창립한 출판사가 '회갑'을 맞았기 때문이다. 창업자가 현역으로 경영 60년을 맞는 기업은 우리 재계에서도 유례가 드문 일. 그 출판계 산 증인이 '을유 21세기'를 이끌고 있는 손자인 정상준(37)상무와 함께 출판 문화를 짚어봤다. [편집자]

▶ 정진숙 회장=지난해 6월 위암 수술을 한 걸 가지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 괜찮아. 지금도 꼬박꼬박 반주를 해도 멀쩡한 거 보면 몰라. 맥주 한 잔 마시는 게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어.

▶ 정상준 상무=100년, 200년이 넘도록 '을유'브랜드를 살려가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지난 세월 아쉬웠던 점은 없습니까.

▶ 정 회장=인연을 맺은 모든 이들에게 고맙다는 생각만 들어. 참 고생 많이 했지. 힘들었던 일들도 90이 넘어 생각해 보니 다 괜찮았다고 생각해. 앞으로도 괜찮을 거야. 한국전쟁 당시 종로2가 YMCA 건너편 옛 영보빌딩에 있던 사무실을 인민군들이 점령했었지. 을유 식구들은 숨어서 피해 다닐 수밖에 없었어. 그들이 우리 책들을 바리케이드로 사용하다가 철수할 때 모조리 태워버려 초창기 책 일부가 없어진 게 좀 아쉽다 할까?

▶ 정 상무=민병도 전 한국은행 총재, 아동문학가 윤석중 선생님, 작가 조풍연 선생님과 할아버지 이렇게 4명이 의기투합해 을유를 창립했지요? 그러면 그분들이 창업동인이시군요.

▶ 정 회장=1945년 12월 1일 을유년의 '을유'를 따서 출판사를 차렸지. 내가 34세 때 일이야. 나는 전무를 맡았고, 민병도씨가 사장, 주간이 윤석중, 편집국장은 조풍연씨였어. 해방 직후엔 출판사가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45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만에 45개가 새로 등록했지. 46년의 출판사 수는 150개였고, 47년엔 584개사로 급증했어. 억눌렸던 민족 문화를 회복시키려는 사회적 열망이 출판이란 형식으로 분출한 거라고 봐. 우리 4명 역시 '건국 사업'을 목표로 내걸고 출판을 시작한 거야. 그런데 이제 내가 '골동품'이 된 것 아닐까.

▶ 정 상무=지금까지 5000여 종을 펴냈는데요. 할아버지께서 특히 기억에 남는 책은 무엇입니까.

▶ 정 회장=첫 책은 46년 2월 1일에 펴낸 '가정글씨체첩'(이각경 지음, 글쓰기 교육서)이었지. 가격이 4원이었는데 하도 잘 팔리니까 광주에서 해적판이 나돌기도 했어. 홍명희의 '임꺽정', 청록파 시인들의 '청록집' 등이 초기에 낸 책이었어. 하지만 무엇보다 애착이 가는 것은 '우리말 큰 사전'(전 6권)과 '한국사'(전 7권)야. 각각 10년간의 공을 들여 만들었거든. 아마 50대 이상으로 책 좀 읽었다는 사람들은 '을유 문고'시리즈를 많이 기억할 거야. 75년에 100권을 완간한 '세계문학전집'도 당시로선 국내 처음이었어.

▶ 정 상무=기억나는 필자들은 누구입니까.

▶ 정 회장=해방 이후 70년대까지 당대를 풍미한 지식인들에게 을유는 일종의 사랑방이었어. 이상백 전 서울대 교수가 특히 생각나네. 강의 끝나면 거의 내 사무실에 들렀고 필자들을 많이 소개해 줬지.

▶ 정 상무=80년대 이후엔 을유의 활약상이 좀 뜸했는데요.

▶ 정 회장=그 부분이 마음에 걸려. 대한출판협회 회장을 14년 동안 지냈고, 한국출판금고를 만들어 30년 동안 이사장을 지내면서 출판사 일을 좀 등한히 해서 그런 거 아닐까. 그래도 다른 출판사들이 잘 안 내는 책들을 꾸준히 펴냈어.

▶ 정 상무=파주출판문화단지에 가면 할아버지 아호를 딴 '은석교'란 다리가 있고, 또 출판계에선 '을유 창사 화갑기념준비위원회'를 결성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아마 그런 점을 기억하기 때문이겠지요.

▶ 정 회장='뒷방 늙은이'를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니 참 고맙지. 내가 한 게 뭘 있다고….

▶ 정 상무=교보문고 설립(1980년)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 회장=절친하게 지냈던 신용호 전 교보생명 회장이 광화문 네거리에 빌딩을 짓는다는 말을 듣고 나서 '서점을 만들어 달라'고 거의 3년 동안 만나기만 하면 부탁했어. 내가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을 맡고 있을 때야. 교보문고의 탄생 비화지.

▶ 정 상무=올해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석합니다.

▶ 정 회장=한국 출판이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야. 요즘 출판계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옛날에 비하면 정말 많이 발전했어. 우리 세대에선 생각도 못했던 별의별 책들이 쏟아져 나오잖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은 세계에 우리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야. 하지만 기대는 큰 데 반해 준비가 부족한 것 같아 걱정이다. 국가적 망신 당하지 않으려면 내일 네일 따지지 말고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해. 한만년 전 일조각 대표가 너무 일찍 갔어(2004년 79세를 일기로 타계). 출판계를 위해 크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 정 상무=출판 철학을 말씀해 주세요.

▶ 정 회장=해방 직후 어느 날인가 찾아 뵌 위당 정인보 선생이 내게 "출판은 새 나라 교육.문화발전의 초석이 되는 건국사업이다"고 하신 말씀이 큰 자극이 됐지. 출범 당시 일제에 말살된 우리 문화.역사.문자와 말을 다시 찾아 소생시킨다는 거창한 목표를 세운 것은 그 때문이야. 요즘 세대들은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지. 우리 세대는 출판과 민족문화 창달을 분리해 보지 않았어. 돈이 안 되는 책이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펴냈었지. 지금은 그런 소박한 생각으로 출판하는 이들은 별로 없는 거 같아.

▶ 정 상무=그렇습니다. 아무리 다매체.다채널 시대라지만 읽기와 쓰기는 문화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조계사 옆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현 사옥은 언제 세우신 겁니까.

▶ 정 회장=원래 우리 가족이 살던 2층 적산가옥을 헐고 74년에 건물을 지은 거야. 이 터에 있던 집 2층에서 네가 태어났단다.

▶ 정 상무=출판계 후배들에게 해 주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 정 회장=다른 사람이 낸 책을 베껴내는 일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스스로 계획해 연구하고 새로운 것을 창안해 내는 게 중요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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