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현암사 ‘지성의 불’ 60년  [05/01/25]

'법전(法典)’과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시리즈로 널리 알려진 출판사 현암사가 올해로 창설 60주년을 맞았다. 이 출판사의 창업자인 조상원(2001년 타계)이 쓴 ‘책과 30년’을 보면 그가 대구일보 영업부에서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과 함께 근무하다가 광복이 되자 호암(湖巖·이병철의 호)은 삼성물산으로 가고, 현암(玄巖·조상원의 호)은 종합잡지사인 ‘건국공론’ 사를 차린다. 건국공론사는 5년 후 ‘현암사’로 이름을 바꿨다. 현암은 시인 박목월이 지어준 것으로 ‘이끼가 가득 낀 바위’라는 뜻이다.

현재 이 출판사를 이끌고 있는 이는 현암의 아들인 조근태 사장(사진·63)과 숙명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전문 편집인인 형난옥 전무(47). 두 사람의 공동 대표 체제다.

조 사장은 “60주년을 맞아 독자들을 위한 계획을 몇 가지 세우고 있다”며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에 작은 천문대를 열고, 미술 전시회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어느 해이든 출판사는 책 내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현암사가 그간 방향을 잡아온 한국학과 환경서 출판이 올해에도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학을 위해 현암사가 1997년 시작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시리즈가 벌써 50종을 넘어섰다”며 “지난해 펴낸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단청’에는 정말 애착이 많이 간다. 이 책을 구술한 단청의 대가 한석성 선생이 2003년 타계했지만 그에 앞서서 책 내용을 마무리지어놓은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시리즈의 첫 책인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꽃 100 가지’는 벌써 30만 권이 팔렸다.

현암사는 매년 1월 처음 펴내는 책이 정해져 있다. 바로 ‘법전’이다. 창업주인 조상원은 ‘육법전서’란 책에 왜색이 짙다며 몇 년 간의 고투 끝에 1959년 처음으로 ‘법전’이라는 이름의 책을 펴냈으며, 현암사가 수십 년째 이를 개정해오고 있다. 연세대 철학과 출신인 조 사장은 “다른 외서들은 번역이 많이 돼 나오는데 ‘사서삼경’만은 그렇지 않은 걸 철학도로서 이상하게 여겨 1965년부터 ‘논어’ ‘맹자’ 등의 번역본을 처음 펴내 큰 호응을 받았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책의 시대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문제는 미래지향적인 컨텐츠를 어떻게 만들어나갈까 궁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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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책장 넘기는 바그다드 [05/01/25]
 

테러·포성 속 책방 운영 압바스
"지성에 목마른 젊은이들 몰려"

“삶이 계속되듯 책을 덮을 수는 없지요. 아직 암울한 터널엔 빛이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누렇게 바랜 책장을 넘기노라면 빛이, 희미한 빛이 느껴져요.”

쾅 하는 포탄 소리와 따따따따 하는 총소리가 난무하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도 책방은 있다. 책방 ‘이크라아(독서라는 뜻의 아랍어)’ 주인인 모하메드 압바스(41ㆍ오른쪽)씨는 24일 찾아온 AP 통신 기자에게 작금의 정국에 대해 이야기하다 “책방은 희망을 읽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좁은 공간에는 서가는 물론 통로마다 먼지 낀 책이 가득 쌓여 있다. 손님 몇 명만 책을 들어도 꽉 찬다. 바깥 세상은 저항과 진압과 테러로 전쟁터이지만 서점 안은 평온하다. 도서관도 다 무너진 도시에 이크라아는 평화와 지식을 갈망하는 이들의 안식처다.

전쟁 때문에 책 살 돈이 없는 가난한 학생들에게는 빌려주기도 한다. 1주일 대여료는 한국 돈으로 약 200원. 덕분에 이 책방은 지성의 메카가 됐다.

25년째인 이 서점이 새삼 서방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라크 총선(30일)이 며칠 안 남았기 때문이다. 각국 기자들이 이라크의 여론을 듣기 위해 이 서점으로 몰려온다. 이곳엔 고전과 전문서적에서 지혜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드나들고 선거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가난한 학생들은 오로지 책을 읽을 요량으로 멀리 시리아 국경이나 여기서 남쪽으로 90㎞나 떨어진 힐라에서 와요. 검문이 지겹도록 계속되고 연료 부족으로 택시비가 비싸졌기 때문에 독서를 위한 그들의 노력은 정말 대단한 것이지요. 지금 학생들은 ‘잃어버린 세대’입니다. 그들도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로 된 셰익스피어, 헤밍웨이 같은 고전을 읽을 권리가 있습니다.”

서점을 채운 책의 대부분은 미군이 버린 것들이다. 청소원들은 미군이 쓰레기통에 버린 책을 박스에 담아 이곳에 넘긴다. 압바스씨는 꿈이 많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하잖아요. 우린 수만 명을 잃었어요. 이제 다른 사람들처럼 살고 싶어요. 여유롭게 책 읽는 분위기도 널리 퍼져야지요. 이번 총선이 그 시작이기를 바랍니다.”

옆에 있던 동업자인 제이단(39)씨가 덧붙였다. “가게도 넓히고 압바스도 결혼을 해야지요!”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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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문화지형도]-출판-경향신문 [05/01/25]
 
올해도 독자들의 인기를 끄는 책은 ‘아침형 인간’이나 ‘다빈치코드’류가 될 것 같다. 단순명쾌한 지침을 주는 자기계발서가 여전히 강세이고 대중소설의 재미를 즐기는 수요가 늘어났다.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는 책들도 부쩍 많아졌다. 반면 인문사회과학을 비롯한 교양서 출판은 여전히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출판계 내부는 어느 때보다 어지럽다. 당장 2월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선거를 두고 사분오열의 혼란상이 빚어지고 있다. 10월 열리는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 준비도 미덥지 않다. 판매부진, 유통구조 붕괴, 거대자본 진출, 빈익빈부익부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잔뜩 쌓여 있다.

◇어떤 책이 나올까=‘나눠라’ ‘웃어라’ ‘열정을 가져라’ ‘긍정적으로 사고하라’는 식의 자기계발서 열풍이 식지 않는다. 이는 ‘미래예측리포트’(박영숙), ‘10년후 세계’(공병호), ‘2010 대한민국트렌드’(LG경제연구원) 같은 미래서와 함께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삶의 지침을 준다. 장기불황,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쉽게 선택하는 책들이다.

지난주 제레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이 민음사에서 나온 것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저술가들의 신작도 출간될 예정이다. 다음달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8가지 습관’이 김영사에서 출간되며 앨빈 토플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 켄블렌차드의 신작이 출간과 동시에 번역돼 독자를 찾아간다.

20주 넘게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는 ‘다빈치코드’(댄 브라운)와 지난해 내내 호응을 얻은 ‘연금술사’(파올로 코엘료)가 소설시장을 넓혀놓았다. 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카타야마 쿄이치)도 잘 팔리는 일본소설이다. ‘그 남자네 집’(박완서), ‘황진이’(전경린) 등 국내소설도 모처럼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이같은 바람을 타고, 교양과 재미를 함께 주는 외국소설의 판권계약이 활발하다. 댄 브라운의 소설 ‘디지털 포트리스’가 5월에 나온다.

심각한 불황을 호소하면서도 대부분 출판사들이 출간 종수를 늘려잡고 있다. 한류바람을 타고 드라마의 원작뿐 아니라 귀여니 등의 대중소설과 경제경영서, 어린이책, 교재 등의 해외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동아시아담론이 강화되면서 교양서의 경우 중국 또는 일본과의 동시출간을 염두에 둔 기획이 늘어나며, 유명세가 없더라도 신선하고 맛깔스러운 글을 쓰는 무명 또는 아마추어 필자를 발굴하려는 노력도 국내물과 해외물에 공통된 현상이다.

◇출판계 화합할까=어느해보다 출판계의 화합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10월 19~24일)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 인문교양서를 살리고 유통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려고 해도 단일 협상창구가 필요하다. 랜덤하우스중앙, 베텔스만 등 다국적 출판사의 공격경영에 맞서 소형출판사들의 공동인프라 구축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연초부터 들리는 소식은 불길하다. 다음달 대한출판문화협회 제45대 회장 선거를 놓고 전집류 출판사와 단행본 출판사로 쪼개졌던 분열상이 재연되고 있다. 단행본 쪽을 대표하는 이정일 현 회장(일진사 대표)이 재선결심을 굳힌 가운데 민음사·한길사·열화당·지식산업사 등 대표적인 단행본 출판사의 원로·중견 사장들이 현 회장체제를 불신하는 성명서까지 발표하면서 박맹호 민음사 회장을 단일후보로 추대하기로 결의했다. 이 와중에 성명서에 동의했다고 발표한 일부 출판사 사장들이 “그런 사실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박맹호 회장측은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그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이정일 회장이 재선될 경우 집단적으로 출협을 탈퇴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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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과 보편성  [2005. 1. 25]

[시대의 흐름에 서서] 노벨문학상과 보편성

그전에도 더러 받은 질문이지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시회의 일에 참여하면서 다시 한번 자주 받는 질문이 노벨문학상 수상의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도서전의 주요 행사를 통해 한국문학이 독일과 유럽에 크게 진출할 것이고 그와 관련해 노벨상 수상의 가능성이 크게 커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 배경에 있는 것은 이제 한국도 세계 국가 공동체의 떳떳한 일원이 되었고, 그 사실에 대해 세계적인 인정이 있어야 마땅하다는 느낌일 것이다.

-서구적 가치부합 수상 유리-

노벨상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농담 비슷하게 도대체 그것이 받을 만한 상인가 하고 거리를 두고 생각할 정도로 여유가 생길 때 받을 것이라고 말해 왔다. 또는 시카고 대학의 심리학자 칙센티미하이 교수가 노벨상 수상자에 대한 연구서에서, 노벨상 수상자들이 상보다는 계속되는 연구가 보람있고 의미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한 보고를 들어, 중요한 것은 외적인 인정이 아니라 자기 충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의 여러 정황으로 보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불원간에 나오고 말 것이다. 여기에 대해 조급하게 묻고 답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문제를 잠깐 생각해보는 것은 우리의 문화적 상황을 되돌아보는 의미는 가질 것이다.

노벨상을 수상할 만한 문학작품은 세계 여러 사회 여러 층의 독자에게 또는 여러 배경의 심사원에게 호소력을 가져야 하는 만큼, 세계문학으로서의 보편성을 지녀야 한다-흔히 말하여지는 이러한 생각은 과히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다만 이 보편성은 여러 가지로 생각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현실에 기초하지 않은 보편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주의적 입장이 있다. 그 관점에서 보편성이란 오늘 세계의 패권적 질서를 반영하는 어떤 기준을 말할 뿐이다. 수상에 로비와 판촉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은 이 현실주의를 조금 더 냉소적으로 취하는 또 다른 하나의 입장을 나타낸다.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현대적 세계를 만들어낸 것이 서구라고 할 때, 문학에 있어서도 서구 전통에 서 있거나 서구적 모범을 채택한 작품들이 문학의 보다 보편적인 기준에 맞는 것으로 생각되기 쉬운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현실에 있어서 비슷하게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나 작가가 경합이 되는 경우 더 유리한 것은 서구나 미국의 작가이기보다는 비서구의 작가일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보다 넓은 시각으로 오늘의 문학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패권의 세계에도 존재한다는 증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각 안에서도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문제의식은 구미의 관점에서 정리된 것일 수 있다. 그것은 그 나름의 세계 의제를 가지고 있다. 보편적이란 그 의제에 맞아 들어간다는 것을 말한다.

-인간존재 자발성 호소력 커-

물론 문학의 우열이 반드시 어떤 의제의 범위 안에 있는 주제에 의하여서만 결정된다는 말은 아니다. 많은 것은 이야기와 표현의 절실함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표현의 수범에도 서구적 관점은 작용한다. 이러한 의제에 관계되는 것일 때 보다 보편적 내용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쉽다. 인권의 문제나, 인종적·정치적·종교적 분쟁 등을 주제로 가진 작가들이 상을 받은 예를 우리는 상당수 떠올릴 수 있다. 오늘날 어떤 사회가 부딪친 문제를 분석하는 데에 흔히 사용되는 개념적 도구인 계급, 인종, 성, 종교, 빈곤, 환경 파괴 등의 개념들도 서구적 발상에 이어져 있다. 이러한 개념들의 힘은 그 보편적 타당성에서 온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도 타당한 사회 이해의 수단이 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서구적인 가치 체계 속에서 쉽게 공명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것은, 시대적 편향성을 피하기는 어렵지만, 문학의 세계적 평가 기준에 참다운 보편성이 작용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는 하나 보편성의 처방에 따라 쓰인 작품이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문학의 진정성은 처방이나 의식적 고안을 넘어가는 데에서 발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인위적 구성을 넘어가는 인간 존재의 자발성을 보여줌으로써 참다운 호소력을 갖는다. 자폐적 심성이 천재의 특징의 하나라는 심리학의 연구가 있지만, 진정한 작가도 대체로 자신만의 관심과 표현에 자폐적으로 집착하는 면이 있다.

이것은 옹고집의 자기중심주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 집착이란 주어진 주제에 집중하는 능력과 훈련을 말하는 것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다. 그러면서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주제를 보다 넓고 많은 가능성 속에서 검토하는 일이다. 작가가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경우 그는 보편적인 세계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는 사회의 문제에 전념하지만, 단지 그것을 보다 보편적인 문제의 지평에서 살피는 것이다. 이 지평은 오늘의 세계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많은 범례들이 구성하고 동시에, 골똘한 생각 또는 창조적 상상력이 열어 놓을 수 있는 삶의 가능성 일체를 말한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의 주어진 삶의 현실 속에 그대로 들어 있는 가능성이다.

-다원화사회 성숙 이후에-

이것은 작가가 적어도 그 마음의 한쪽에서 사유의 보편성에 스스로를 맡기고 그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정해진 선악의 구도나 이념의 틀에 사로잡힌 작품이 진정한 보편성을 가진 작품으로서 성공하기 어려운 것은 그것이 이러한 사유의 모험을 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일체의 선악의 기준, 현실 이해의 추상적 체계가 없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러한 것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구체적인 상황의 열린 가능성에 부딪칠 때, 해체되고 재구성됨으로써 다시 태어난다. 물론 이러한 재구성의 실험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세상에는 관점에 따라서 얼마나 많은 선이 있을 수 있는가. 또 관점은 얼마나 많을 수 있는가. 헤겔은 두 개의 선이 양립할 수 없는 모순 속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상황을 비극의 정의로 삼았다. 또는 그의 생각을 다시 빌려, 구체적인 현실의 과정에서, “최대의 정의는 최대의 해”를 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관용과 동정 그리고 결단의 필요에 대한 실존적 진리는 확인된다.

이러한 생각의 모험은 모든 깊은 사상에는 물론 문학적 성취에도 들어 있는 것이지만, 이것은 유독 서구와 현대의 산물로 볼 수도 있다. 서구의 근대적 발달이 가져온 사회의 다원화가 삶과 그 표현의 다원성을 생각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한국에도 노벨상이 돌아올 때가 됐다는 느낌은 우리가 서양이 만들어 놓은 현대 세계에 진입하였다는 느낌에 병행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당면한 문제들을 현실의 넓은 변증법 속에서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것은 사회와 정치에서도 그러하지만, 문학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이런 점으로 판단하건대, 노벨상이 우리 차례에 돌아오는 것은 조금은 더, 그러나 너무 오래는 아니게, 기다려야 할 것이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경향신문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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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개정’ 논란 본격화-무등일보 [05/01/24]
 
광주시내 오프라인 서점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8년 사이 폐업을 선택한 곳이 100여군데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광주광역시서점조합(회장 류명호·이하 서점조합)에 따르면 지난 1998년 340여곳에 이르던 서점이 2002년 254곳으로 90여곳이, 2003년과 지난해에는 232곳으로 22곳이 폐업하는 등 매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폐업이 증가한 요인으로는 IMF 이후 극심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대여점과 인터넷 서점 개설 및 운영, 시내 할인마트의 매장 설치 등 서적판매 창구가 다양화되고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 등이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서점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도서정가제 개정법안에 희망을 걸고 있는 상태로 온라인 서점들에도 도서정가 적용을 오프라인과 똑같은 기준으로 적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도서정가제 재정립을 위해서는 지난 2003년 6월께부터 실시되고 있는 도서정가제를 온오프라인 공동 10% 할인판매 가능 등으로의 개정을 주문하고 있다. 서점조합측은 현재 온라인 서점들에는 1년 이내 발행된 도서들에 대해 10% 할인판매가 가능하도록 하고 서점들에는 정가를 지키도록 한 점은 불공정 시스템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에 반해 네티즌들은 이러한 서점측의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의 특성이 고도의 유통비용을 줄여 이를 소비자들에게 환원하는 방식으로 저가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온라인 서점에 대한 할인제재는 반소비자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은 “유통구조를 개선해서 발생하는 이윤이 소비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당연하다”며 “따라서 인터넷 서점의 할인율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연석 서점조합 상무는 “도서판매 창구가 확대된데다 1년 이내 발행된 도서들을 인터넷 서점들이 암암리에 최대 40% 전후로 할인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별한 대책이 없을 경우 많은 서점들이 고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 서점 관계자는 “도서정가제 시행전에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법안으로 인식했었다”면서 “법안이 통과된 뒤 실정법이기 때문에 준수하고 있다”며 “계류중인 개정법안에 대해서는 현재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


(무등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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