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3. 11.
어제는 참 오랜만에 여유로운 생활을 해봤다.
야근을 하려다 머리가 지끈거려 7시쯤 회사를 나서 집으로 향했다.
동네에 있는 비디오와 만화를 함께 대여하는 곳에 가서
[유리가면] 1, 2권과 [스캔들]을 빌렸다.
[디스] 3권도 있으면 빌리려했는데 아저씨는 처음 들어보는 만화라고 했다.
98년에 나온 세 권짜리 만화인데... 여기 없으면 왠지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유리가면]을 드디어, 집어 들었다는 생각에,
또 오랜만화 영화 한 편을 맛있게 먹어볼 작정이었으므로
개의치 않았다.
컴퓨터 앞에 앉아 오랜만에 맛본 영화, [스캔들]
[대장금]을 하지 않는 날이면, 집에 가서 할 일이 없는냥
이레저레 낙이 없던 차였는데,
왜 영화를 볼 생각을 못했었는지...
오랜만이어서 더욱, 즐겁게 또 맛있게 영화를 봤다.
"그대를 알고도 사랑하지 않는 것, 사랑한 뒤에 그것을 거두는 것, 이 두 가지는 내게 불가능한 것이오."
시대의 바람둥이 배용준이 하는 이 말이 꽂히고,
전도연의 지고지순한 사랑에 잠시 순정만화를 보듯,
즐거웠다.
거기에 너무도 부드러워 보이는 정사 씬도.. 으흐흐흐
그리고 오늘 아침. 잡아든 [유리가면]
지하철에서 너덜너덜하여 곧 찢어질 듯한 1권을 간신히, 조심조심 넘기며 힘들여 보며 왔다.
또 오랜만에 접하는 주인공의 몰입과 열정.
나도 이럴 수 있었으면 싶은 주인공에 대한 동경이 물씬 솟는다.
이래서 만화는 참 좋다.
지루한 내 일상에 또 하나 새로운 빛을 선사하니까.
계속 읽고 싶은 충동이 일고 있지만,
어쩌냐, 회사에 메인 몸인 것을...
얼는 일을 끝내고 집에 가는 길.. 조심 또 조심 책장을 넘겨야지..
참.. 어제 그런 책도 잠시 봤다.. [위대한 남자들도 자식 때문에 울었다]는. 첫장에 실린 케네디 가의 남자들.. 그중 변변찮은 막내 아들 이야기를 읽었는데, 정치계 비화 같이 읽히는 것이, 꽤 재미있었다.. 흔히 인물을 다룬 책들이 공을 과하게 평가하면서 미화시키기 일쑤인데, 이 책은 오히려 음모론의 시각에서 모든 일들이 엮이고 설키는 식이어서 꽤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