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7.16
제목 : 브루스 올마이티 (Bruce Almighty, 2003)
감독 : 톰 새디악
출연 : 짐 캐리, 제니퍼 애니스톤, 모건 프리먼, 리사 앤 월터, 마크 아다이르-리오스
기타 : 2003-07-11 개봉 / 12세 이상 / 100분 / 코미디
새끼 지 4개월쯤 된 지은이와 씨네코아에서 봤다.
잘 만들었단 생각보단, 나쁘지 않았다거나 괜찮다의 느낌.
헐리우드 영화에 대해 내가 너무 인색한 건가, 하는 자기검열에 잠시 빠져들기도 했다.
줄거리는 꽤 낯이 익는데, 몬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머피의 법칙에라도 걸린 듯, 하는 일마다 안 되는 짐캐리..
주님을 믿으며 성실하고 착한 여친..
"도대체 왜 나만~" 병에 걸린 짐캐리가 신을 빈정대며 저주하자
신이 쨘~ 하고 등장하여... 짐캐리에게 전지전능한 능력을 주고 신의 일을 보라고 맡겨두고 휴가를 간다. (역시 모건 프리먼은 이런 소박하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
단 조건은 자유의지에 반하여 능력을 사용하지 말 것. (한 가지가 더 있었는데 까먹었다.. 까먹은 걸 보면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항상 가먹는 나로서는 중요도와는 무관하게 까먹지.. 근데 왠지 느낌상 별로 중요치 않았던 것 같긴 해)
결국 여차저차해서 신의 능력을 얻게 된 짐캐리는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데 며칠을 사용하고, 휴가간 신의 조언으로 남들의 기도를 업무로서 처리하려고 하는데... 귀찮아서, 그들의 소원을 모두 들어주게 되고.. 그래서 각기 다른 소원들이 충돌을 일으켜 세상은 날리 부르스를 추고... 하다가...
결국 알아서 잘 수습이 된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신의 개입없는 자유의지를 한편으로 강조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신은 그조차도 계획하고 있었다며 신의 완전함을 다시 확인시켜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좀 아리까리하긴 한데..
아무튼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들이 처음엔 자신들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졌을 때, 잠시간 혼란스럽다가 제자리를 찾게 되는 것으로 보아서는 인간의 자정 능력에, 그리고 선한 존재로서의 인간에 한 표를 던져 준 것 같기도 하다..
& 모건 프리만이 연기한 신의 말을 빌면..(물론 대사는 기억에 나지 않지) 인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 보기도 전에 '기도'로서 신에게 바란다는 것, 사실 그것이 이루어지는 것의 여부는 결국 자신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는 건데, 마치 기도를 열심히 하면 뭔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여기거나 이와 반대되는 상황의 경우 신을 저주하거나 운명을 탓하는 우를 범하는 것들을 이야기 할 땐, 약간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 생각 나기도 했다..
너무 철학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고...
코미디인데도 여전히 데카르트의 자유의지를 가지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이들의 철학을 바라보고 다루는 눈에, 잠시나마 부러움을 느꼈다..
우리는 고작해야 번역투에 비문이 와장창 섞인 철학 개론서에서나 만날 이야기를, 이들은 너무나도 가벼운 터치로 철학을 한다는 것에... 샘난다..ㅠ.ㅠ.
암튼간..
이 영화는 한편으로 이런 질문을 하게 만든다...
"전지전능한 신의 능력과 역할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나의 대답은... 음... 짐캐리가 자기 자신의 주변을 업그레이드 시켰던 것처럼, 나 또한 내 욕망을 채운 후, 그 능력을 신에게 돌려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