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9. 2.

교육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세 가지 화두, 직업/미디어 리터러시(독서교육을 포함한)/생태. 공교육이 이 세 가지의 교육만 제대로 할 수 있어도 학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건 물론, 교육의 공공성과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으리가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어떤 꿈을 갖게 할지, 미디어를 통해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어 내고 다양한 삶과 상상력을 경험하며, 나 아닌 다른 것을 이해하고 서로 살려나갈 수 있는 교육을 고민할 수 있다면, 이 사회에서 교육은 제몫을 다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 세 가지 화두 중 직업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래서 집어들게 된 책, 을파소에서 나온 주니어를 위한 직업 시리즈 <나도 멋진 프로가 될거야>와 청년사에서 나온 <될 수 있다> 시리즈.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추천하기에 딱 알맞다. 개인이 사기에 부담된다면 학교를 비롯한 공공도서관에 비치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이런 책을 많이 접하다 보면 아이들의 꿈도 그만큼 다양해질 것 같다. 괜찮은 기획,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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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 테오
디터 콘제크 글 그림, 김라합 옮김 / 웅진북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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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야기를 무진장 잘하던 주인공 테오는 언제부턴가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이야기를 잃어버린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해 고통스러워한다. 아이들이 놀려대는 마을에도 가기 싫고... 테오는 고민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날 테오는 난장이를 만나고 그에게서 요술 단추를 선물받는다. 이 단추만 있으면 이야기를 술술 잘할 수 있을 거라 말하는 난장이. 그 단추를 손에 쥐고 테오는 다시 예전처럼 이야기를 잘하게 된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는 뭐 이런 단순한 그림책이 다 있나, 정말 재미없군, 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어느날 테오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니, 그 요술 단추가 없어진게 아닌가. 테오가 허둥지둥하고 있는데 난장이가 나타나서 말한다. 당신에게 준 단추는 그냥 평범한 단추라고. 그 단추 때문에 당신이 예전처럼 이야기를 잘할 수 있게 된게 아니라, 당신 스스로 한 일이라고. 정말? 정말! 그래서 테오는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졸라대는 아이들 속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꽤 단순한 스토리라인을 지녔지만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떠올리게 하는 책인 것 같다. 주인공 '테오'보다도 잠깐 등장한 '난장이'가 참 매력적인데, 작가는 어쩌면 어른의 역할을, 가르치는자의 역할을,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남들을 도와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스스로를 바꾸는 것은 자신일 수밖에 없는 것,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도움이 필요한 자들이 스스로에게 눈뜰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주는 일일 것이다. 또 문제를 가진 내겐, 자기 최면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평범한 단추는 스스로의 능력에 눈뜨게 하나 보다.
p.s. 독일 그림책답게(?) 그림이 독특하다. 꽤 굵은 선과 탁한 색채로 나타낸 그림들이 참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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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가끔 엉뚱한 이야기를 하십니다
시몽 크루 그림, 마리 부샨 글, 함정임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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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기도 하고 평범하기도 한 어느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일상을 그린 책. 언제나 과거를 회상하며, 혹은 일상에서, 아니면 꿈 속에서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꿈, 하고 싶은 것들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할머니와 현실적인 잣대로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힘들다고 말하는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할머니는 유년 시절 몽상에 가까운 바람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닮았고, 할아버지는 현실이 무엇인지, 가능한 게 무엇인지를 꼼꼼히 따지고 드는 고리타분한 어르신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땐, 대비되는 두 인물을 통해 작가가 뭘 말하려나 잠시 의아했는데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두 사람의 현재와 과거 삶의 모습이 그려졌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두 노인, 비슷한 조건의 사람들의 다른 삶의 방식이 참 낭만적이다 싶었다.
나도 이 책에 나오는 할머니처럼 30~40년 뒤에도 꿈을 꾸며 살 수 있을까? 경험한 것이 많은 만큼, 현실을 알 만큼 알고 나서도 꿈을 꾸며 살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할머니의 입을 통해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영감, 영감은 무슨 꿈을 꿔요?"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그건 바로 현실성, 가능성을 떠나서 무엇인가를 바랄 수 있는 꿈이 아닐까.
p.s. 내겐 잔잔한 감동이 있었는데, 역시 아이들에겐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옮긴이의 말.
(이책의 옮긴이 함정임은 옮긴이의 말을 통해 유년기와 노년기는 서로 많이 닮아 있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둘 다 꿈을 꾼다는 점에서 그렇답니다. 유년기는 무한히 펼쳐진 순백의 세상을 향해 꿈을 꾸고, 노년기는 무수히 밟고 지나온 날들의 삶을 돌이켜 꿈을 꾸지요. 여러분의 꿈은 미래를 향한 설렘이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꿈은 과거를 향한 추억입니다.
꿈은 누구의 것이든, 마음 설레게 하고 아련한 것입니다. 잡고 싶은 설렘과 잡을 수 없는 아련함이지요. 하지만 꿈은 뭐니뭐니 해도 우리 마음을 깨끗하게 해 주고,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마술 같은 것입니다. 꿈을 꾸는 한 우리는 자신의 여러 모습을, 그리하여 인생의 여러 시기를 다시 살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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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지식과 정보가 있는 북오디세이 7
스펜서 존슨 지음, 스티브 필레기 그림, 박지원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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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승리의 길로 안내하는 멋진 모험의 길'이란 부제가 붙었다. 어린이용 경제서라고나 할까,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던 원작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대상만 바꿔 어린이용으로 만든 책이다. 작가는 원작 같은 스펜서 존슨인데, 사람들이 어렸을 때 그 책을 봤다면 더 좋았겠다는 말에 힘입어, 그리고 사랑하는 자식들을 위해 이 책을 만들었단다.
그림책으로 편집됐는데, 음... 좀 단순한 감이 있다. 그림이 너무 설명적이어서 삽화 이상의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용이야 시각에 따라 살아가는데 지침으로, 혹은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겠다 싶지만 나는 후자쪽이다.
인간에게 돈으로 치환되는 '치즈'를 찾아 떠나는 컨셉부터가 마음에 안 들고, 그 과정을 즐기는 데 의미를 두고 강조할 수도 있었을 텐데, 결과물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치즈가 상징할 수 있는 다양한 세계를 놓치고 있다.
치즈는 돈일 뿐인가? 결국은 원작의 문제로 다가가게 되지만 어린이용 책인데 이런 부분에서는 좀더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물론 이를 읽는이의 상상력에 따라 다른 것으로 치환 가능하긴 하지만.)
돈으로 상징되는 '치즈'를 찾는 문제를 개인의 성향 탓으로 돌리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른 일들(왜 꼭 치즈를 찾아야 하나? 모든 인간이, 아니 쥐들이 적극적이고 대범하고 두려움없이 치즈를 찾아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을 찾아가고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치즈를 갖지 않은 사람에 대해 어떤 편견을 준다. 그들은 변화를 두려워한 나머지, 혹은 나태해서 새로운 치즈를 찾지 못한 자들이고, 그런 자들에게 어떤 도움도 주지 않으면서(그뿐인가, 그 많은 치즈를 나눠 줄 생각도 안한다.) 삐딱한고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낸다.
혹시나 해서 봤는데 역시나. 그림책 치고는 별로 주목을 받지는 못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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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9-0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 책으로 베스트셀러라고 어린이 책까지 만드는 것은 너무 싫어욧..

찬타 2004-09-01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저도요! 혹시나 어린이 책은 어떻게 좀 각색을 했을까 싶어 봤는데, 흑... 원작의 한계를 여과없이 보여주더군요..ㅠ.ㅠ. 사서 본 책은 아니어서 다행...
 
할머니가 남긴 선물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8
마거릿 와일드 지음, 론 브룩스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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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이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책.
아이들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 할아버지>에 이어 죽음을 다룬 그림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답이 쉽지 않다. 다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면 죽음에 대해 너무 극화시켜 미화시키거나 왜곡시키는 것은 별로 좋지 않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헌데 이 책에서 말하는 죽음은 평화로운 일상 가운데 하나이다. 존재의 부재로 인해, 관계의 단절로 인해 어느 정도는 슬프기도, 안타깝기도 하겠지만, 나쁘지 않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묘한 힘이 있다. 상처를 받아들이게 하는 힘, 그 바탕 또한 일상의 교육으로부터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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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8-31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담하게라...
어린이들 책을 많이 읽으시는군요.^^
잘 읽고 갑니다.

찬타 2004-08-31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섯살 두살 먹은 조카 아이 둘이 있는데, 지난해 아빠를 잃었거든요.. 그 아이들은 아빠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까,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 그 상처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를 고민하다 보니, 자꾸만 그림책으로 손이 가네요.. 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