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9. 7.

점점 좋아하는 작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읽고 있으면 너무 행복하고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줄어드는 책장의 두께가 아깝게 느껴지는 걸 보니 분명 좋아하는 거다.
얼마전엔 베빗 콜의 <따로 따로 행복하게>라는 그림책을 읽고, 이혼 문제를 어쩜 이렇게 유쾌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하며 감탄에 감탄을 했다. 출퇴근길 사이사이 읽고 있는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도 너무 좋다. 광고 효과 때문인지 이름은 그리 낯설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을 읽어 볼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정보를 찾아보니 어린이 책을 많이 쓴 작가였다. 부담없이 그의 책도 더 읽어봐야겠다.
무라까미 류, 무라까미 하루끼, 파트리크 쥐스킨트, 장 자크 쌍뻬, 아멜리 노통, 카를링 봉그랑, 니체, 러셀, 베르베르, 그리고 한때의 강준만....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명 한명 늘어나는 게 참 좋다.
낱말 하나하나를 아주 천천히 읽으며 글쓴이의 생각 가까이 다가가는 그 순간이 참 좋다. 한동안은 너무 행복하게 지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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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번이나 산 고양이
요코사노 / 종이나라 / 199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현덕의 <고양이>, 에릭 바튀의 <빨간 고양이 마투>에 이어 요코 사노의 고양이 그림책을 읽었다. 우리 삶과 친숙한 고양이를 끌어들여 이야기를 풀어내는 건 동서양이 모두 비슷한 것 같다. 오늘 읽은 요코 사노의 그림책은 음... 잘 모르겠다. 전쟁을 좋아하는 왕이든, 서커스단 마술사에게, 그냥 여자아이든, 도둑이든 언제나 누군가에게 속해 있으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고양이. 처음엔 고양이를 소유한 사람들의 죽음을 예견하는가 싶었는데, 아니다. 각기 다른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전쟁을 좋아하는 왕과 함께 있던 고양이는 화살에 맞아 죽고, 마술사와 함께 있던 고양이는 마술사의 실수로 죽는다. 도둑과 함께 있을 땐 털러 간 집을 지키고 있던 개에게 물려 죽고.... 100만 번이나 죽어 죽음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또 다시 태어난 고양이는 누군가에게 속해 있는 고양이가 아니라 그냥 스스로의 주인인 멋진 도둑 고양이로 태어나고 제 짝을 만나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나이가 들어 제짝의 죽음을 처음으로 대하면서 슬픔을 느끼고 결국 자신도 진정한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흐음...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여전히 아리송하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보다, 누군가를 소중하게 여기는 존재가 더 아름답다는 건가? 아니면 세상에는 다양한 죽음이 있고, 누군가 그의 죽음을 슬퍼해 줄 때 행복하다는 건가, 그것도 아니면.... 역시나 잘 모르겠다. 요코 사노의 명성은 꽤나 높고 이 책도 일본 전국학교 도서관 선정 도서라고 나와 있는데, 어려운 것인지 작가의 의도가 불명확한 것인지...
아무튼 죽는 방식은 다양하고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슬프게 받아들인다는 것만 확인하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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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배선숙 원더우먼 2024-02-12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자기로 사는건 나답게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고 사는것의 중요성을 말하는고 있는것이 아닐까요?
 
빨간 고양이 마투
에릭 바튀 글 그림,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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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새의 친구가 된 빨강 고양이 마투
얼마전 자료실 책장에서 현덕의 <고양이>를 꺼내들며, 고양이 관련 그림책을 몇 권 더 뽑아 두었다. 오늘 읽은 책은 <빨간 고양이 마투>. 너무나 평화로운 일상에서 새알과 마주친 마투가 처음에는 그 새알을 먹을거리로 보다가 나중에 새알이 부화되어 생명이 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소중한 친구로 거듭나는 모습을 담았다. 지금 내 나이에 보기에는 꽤 평범한 이야기 같은데, 왜 알퐁스 도데 어린이 문학상까지 받았을까 곰곰 생각했다. 그림도 고양이와 전혀 어울리지 않고 투박하고.... 아마도 이 책에 담긴 철학 때문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와 내 시간을 나누기 이전에는 모두 하나의 의미없는 물질이었다가 무언가를 나눈 이후 소중한 무엇이 되는 그 과정. 그래서 이 책은 <어린왕자>를 닮았다. 그래서 빨간이 중요한 색깔로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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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따로 행복하게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35
배빗 콜 지음 / 보림 / 1999년 9월
평점 :
일시품절


이혼 가정 이야기를 다룬 <따로 따로 행복하게>는 참 유쾌한 책이다.(뭐? 이혼이 유쾌하다고?)
성격이 달라 만날 으르렁거리는 부모가 아이들의 주선으로 '끝혼'에 이르고, 엄마 아빠는 물론, 아이들까지도 모두 따로 따로 행복하게 살게 됐다는 이야기를 허황되지 않게, 우울하지도 않게 풀어내고 있다. 특히나 이혼에 이르게 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많은 책들이 음울하고 심한 갈등을 겪게 되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상처를 받고, 배제되기 쉽상인데 반해 이 책은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끝혼'식을 열어 줄 만큼 열린 자세로, 주체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도 특이하다.
영국의 그림책 작가 배빗 콜은 매우 현대적이며 고정관념을 깨는 독창적인 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단다. 생활습관, 예이야기, 성교육, 이혼, 죽음 등 다양한 소재를 어린이의 시각으로 정면 도전하며, 역설과 웃음으로 사물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작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작가라면 죽음을 어떤 방식으로 다뤘을까, 또 다른 문제들은 어떻게 그려냈을까 정말 궁금하다.

책 끝머리에 아동문학 연구가 김세희 씨가 이혼 문제를 다룬 그림책을 내며 쓴 글도 의미가 깊다. 이혼을 주제로 한 어린이 문학 작품을 기획하거나 선택할 때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할 점에 관한 것이다.
1. 이혼을 격하하거나 나쁘게 말해서는 안 된다.
2. 어린이가 부모의 이혼에 대해 죄책감을 갖도록 해서는 안 된다.
3. 어린이가 이혼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잘 표현되어야 하며, 그런 감정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하여야 한다.
4. 어린이의 감정이 긍정적으로 수용되어야 한다.
5. 어린이의 행동에 의해 부모가 재결합하는 식의 상투적인 '행복한 결말'은 피해야 한다.
6. 이혼과 관련된 사람들 모두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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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민들레 그림책 4
현덕 글, 이형진 그림 / 길벗어린이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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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문학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현덕의 그림책을 처음으로 읽었다.
고양이를 다룬 그림책이 여러 권 있어서 함께 읽어볼까 했는데 여의치 않아 일단 이것만 읽고 주절거린다. 이 책에서는 고양이의 몸짓과 소리짓을 흉내내며 노는 아이들, 그러다 어머니께 야단맞는 아이들 모습을 그렸는데, 그냥 그렇다. 수동태 문장이 많고 높임말 쓰임새가 바르지 않아 실망스럽다.
다만 이형진의 그림은 재밌다. 처음에는 그냥 그랬는데 아이들이 고양이를 흉내낸 몸짓과 실제 고양이의 모습을 한 컷에 담아 그 다음부터는 고양이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아도 아이들 모습만으로 고양이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게 했다.
서양 그림책엔 돼지가, 우리 그림책엔 고양이가 종종 등장하는데, 왜 그런지 궁금하다. 이들이 상징하는 게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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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디엠k 2004-09-0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런 책도 있었구나 ^^ 아주 흥미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