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9. 17.

아, 따끈따끈한 책이 배달되어 왔다.
또 퇴근 시간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일은 계속 쌓여가는데 읽고 싶은 건 왜 이리 많누...
슬프고도 설레는 이 시간이 좋다.
오늘 산 책은 얼마전 누구 님의 리뷰를 보고 감동받아 사게 된  <나른한 오후> 만화책과 얼마전부터 무지무지 좋아하게 된 영국의 그림책 작가 배빗 콜의 또 다른 작품들 <말썽꾸러기를 위한 바른생활 그림책><비밀인데 너는 아기 때 대머리였대><이상한 곳에 털이 났어요>, 그리고 <편집자 분투기> 속에서 잘 만든 책으로 꼽은 <예술가로 산다는 것>이란 책이다.
주간 서재의 달인으로 등극되어 기분 좀 냈는데, 흐음.. 출혈이 좀 심했다.
그래도 넘넘 읽고 싶었던 책들이 와서 너무 좋다.
맛있게 야금야금 꼭꼭 씹어 먹어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기너구리네 봄맞이 민들레 그림책 6
권정생 글, 송진헌 그림 / 길벗어린이 / 200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운 겨울, 겨울잠을 자던 너구리네 가족. 너무 일찍 일어난 아기 너구리 세 마리가 엄마아빠 몰래 밖을 나갔다. 눈꽃송이를 찔레꽃으로 착각하는 너구리, 찬바람 불자 깜짝하고 놀라는 모습이 재밌다. 아직 봄이 오지 않은 것을 깨닫곤 봄이 올때까지 다시 부모 곁에서 잠을 자는 아기들. 자칫 그 하나의 사건이 없었다면 참 단조로웠을 이야기를 잔잔히 재밌게 엮었다. 너구리의 그 솜털 가득한 모습을 그림에 담아낸 그림작가의 솜씨도 좋다. 흑백에서 칼라로 바뀌는 그곳에 봄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런 시발노무 음식점들은 어찌해야 할까.

엊그제는 내 생일이었다. 저녁 때 맛난 것 먹으러 남친과 인사동엘 갔어. 날이 날인 만큼 뭔가 특별한 것을 먹고 싶었던 거시지. 몰 먹을까, 궁리하며 골목골목을 누볐어. 한정식 집이 눈에 자꾸 띄더라. 얼핏 보니 2만5천원에서 5만원선. 처음엔 대따시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보니 '이 값에 이 정도 메뉴면...' 하는 간땡이 부은 생각이 들더라고. 메뉴 대비 가격대가 꽤 훌륭해 보이는 <은정>이라는 식당으로 최종 낙찰됐어.sbs에서도 맛있는집으로 선정했다고 광고 간판을 세 개나 달았더라고. 더 볼 것도 없었지.

(대구)탕, (갈비)찜, (모듬)전, 생선, (해파리)냉체, 낙지볶음, 보쌈 등의 메뉴가 기본으로 나오고(2만 5천원짜리), 1만원 더 보태면 사시미와 대게찜, 새우찜 등의 요리까지 먹을 수 있대. 대게? 새우? 거기에 회까지? 더 볼 것도 없자나? 안으로 들어갔지. 메뉴판에는 식당 밖 화이트보드에 적혀 있던 것처럼 코스 요리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았어. 그래서 써빙해 주시는 분께 2만 5천원 짜리와 3만 5천짜리 메뉴의 차이를 물었지. 밖에서 본 대로 나온대. 당연하지. 그래서 큰 맘 먹고 3만 5천원 짜리를 시켰어. 날이 날이자나.
전체요리가 나오고 전이 나오고 보쌈도 나오고 갈비찜도 나오고 샐러드도 나오고 생선도 나오고 볶음도 나오고 계란찜에 된장찌게까지 나왔어. 오징어회와 문어 데침도 나오더군. 어째 밖에서 본 메뉴에 없던 것이 많이 나온다 싶었다.
"밥 드릴까요? 누룽지 드릴까요?"
써빙해 주시는 분이 묻길래 누룽지로 달라고 했지.
이제 본격적으로 요리가 시작되나 보다 했어.

밥이 나올 무렵, 빠르게 나오던 음식 속도가 차츰 늦어지기 시작했어. 본격적인 요리가 나올 때가 됐으니 그럴만하다고 생각했지. 그리곤 드디어 누룽지가 나왔다. 그런데 대게는 언제 나오나? 시간이 꽤 흐른 것도 같은데...
오래 걸리나 보더라고. 아무 소식이 없었어. 그래서 빈그릇을 치우러 온 분께 이게 다냐고 물었지.
"네, 다 나왔는데요..."
잠시 머리가 쭈볏 곤두섰어.
"네?"
황당했지. 다행히 당황하진 않았어. 바로 밖에 써 있던 메뉴는 아직 안 나왔다고 따져 물었다. 근데 메뉴는 때에 따라 바뀔 수가 있대. 그래, 그럴 수 있지, 누가 모래? 근데.. 그래서 물어봤자나. 밖에 써 있는 거 다 주냐고. 뒷목이 뻐근해졌어. 그래서 본격적으루다가 다시 시작했쥐.

아까는 다 나온다고 그랬지 않느냐고,
밖에는 그렇게 적어 놓고 메뉴는 이렇게 나오면 어떡하냐고,
4~5천원하는 밥도 아니고,
한두 가지 메뉴가 바뀐 것도 아니고, 이런 경우가 어딨냐고,
때에 따라 메뉴가 바뀔 수 있다면 그걸 알려줬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리고 하루 동안에도 메뉴가 바뀌냐고,
밖에 써 놓은 메뉴판은 뭐냐고....
쏘아붙였어.

그랬더니 써빙하는 사람이 꽤 미안해하더라. 그럴만도 하지. 미안해도 안하면 그게 사람이야? 밖에 나가 주방장과 상의해 본다며 무슨 말인가를 하고, 밖에 있는 메뉴판도 다시 보고 왔는지 다시 들어와서는 정말 미안한 눈치였어. 더덕 무침도 서비스(?)로 가져다 주더라고.(누룽지 다먹었는데 그 매운걸! 이제와서! 어찌 먹으라고!...ㅠ.ㅠ.)

매우 괘씸하고 열이 났지만, 써빙하는 사람이 무슨 죈가 싶어 그쯤에서 접었어. 그이는 밖에 써 놓은 메뉴판도 고쳐야겠다고 연거푸 머리를 조아렸고, 마음 같아선 음식값을 깎아 주고 싶지만, 주인이 없어서 마음대로 그럴 수가 없다고 했어. 이미 먹은 음식... 어쩔 수 없다 싶었고, 날이 날이니 만큼 크게 문제 삼고 싶지도 않았어. 또 써빙하는 사람에게 따져봐야 별 소용도 없다고 생각해서 그만하기로 했지.

계산하고 나오는 길, 여전히 메뉴판이 버젓이 서 있더라고. 혹시나 해서 다시 봤어. 도대체 모가 안 나온 건지 확인하고 싶었지. 그런데.... 허걱!
3만 5천원으로 먹을 수 있다던 사시미, 대게찜, 새우찜 등은 하나도 안나왔고, 기본인 2만 5천원 짜리에서도 대구탕 대신 된장찌게가 나온 것을 비롯해 반찬이 20가지가 넘는다던 것이 모두 구라였어. ㅠ.ㅠ. 기본도 안되는 한정식을 먹은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것이지.
또 열이 올랐어. 갑자기 애써 꾹꾹 눌러온(날이 날이자나!) 음식 품평도 모두 쏟아져 나오더라.(나는 기억한다, 니들이 오늘 내논 음식들을!)

그나마 나온 모둠전엔 호박전과 전유어가 각각 두 점씩 있었고
(2인분이라고 두 점씩 줬나봐)
갈비찜엔 갈비가 세점
(남친의 애정이 얼마만큼인지 확인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어)
문어 데침은 냉동시켜둔 걸 해동시켜 줬는데 그마저 해동이 덜돼 먹을 수가 없었어.
(혹시 사랑의 힘으로 마져 녹여 먹으라는 것이었을까?)
그리고 더 충격을 받은 건 우리가 먹은 게 원래는 1만 5천원짜리 메뉴(점심 특선으로 9천8백원짜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는 거야. 메뉴판을 지우거나 고치라고 했건만(화이트보드니에 쓴 것이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고.) 그대로 둔 게 화근이었어. 왜 먹은 걸 확인하게 만드냐고. 오바이트 쏠리게.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남친이 들어가 주인을 찾았어. 계산할 때 잠시 본 할머니가 주인이더라고. 그렇게 항의를 했건만, 없다던 주인이 언제왔지?(모 방금왔다 치고... ) 주인을 불러내어 식당밖 메뉴판 앞에서 우리가 먹은 음식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 물었어.
(우리 원래 이런 사람들 아냐...ㅠ.ㅠ.)
역시 계절에 따라 메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둥,
요즘 재료를 구하기가 어려워 그 요리는 못 나간 거라는 둥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다가 마지막엔 눈이 어두워서 뭐라고 적혀 있는지 잘 안보인댜. 할머니는 궁시렁거리더니 안으로 들어가서 나올 생각을 안하더라고.

그동안 우리는? 우리 둘다 고스자나.(망 나중에 주례 서조, 넘 젊은가? 그럼 사회, 시러? 그럼 추카곡이라고 한 곡...) 다른 집에서 먹고 나오는 사람들이 이 메뉴판을 보면서 "이집에서 먹을껄..." 하길래
잽싸게 "이대로 안나와요~(빛의 소녀가 되어~) 그래서 지금 따지는 중이에요~" 했지. ㅋㅋ 그 소리를 들었는지 쥔장이 냉큼 2만원을 들고 나오더라. 재료가 있었는데 주방장이 음식을 안했다고, 자기가 없으면 가게가 제대로 안 굴러간다고 또 궁시렁~
메뉴판을 치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니까 지금은 올 사람도 없어서 상관없다나.(올사람이 없으면 안에 들여놔도 되는거자나!)

이런 집을 어떻게 해야 할까. 7만원어치 먹구 2만원 환불받긴 했지만 정말 모 이런 개떡같은 집이 있는지 분이 안풀린다. 도대체 이런 사람들을 확실하게 처치할 무슨 방법 없을까.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카르페디엠k 2004-09-17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리도 길게 쓸 수 있다니.^^;;;

ceylontea 2004-09-17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너무해도 한참을 너무 하네요...
은정... 들어본 것 같은데.. 어디 있는건가요? 혹 인사동 지나가다 '은정' 보이면 가지 말아야징..

마태우스 2004-09-18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날 기분 다 망치셨네요. 2만원 환불해준 걸 보면 일말의 양심은 있는 듯..많이 부족하긴 하지만요^^

부리 2004-09-18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에게 추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웬 심술일까.

찬타 2004-09-20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도야지/열나면 괴력이 나와~^^
실론티/그쵸? 한참 너무하죠? <은정> 가지 말라구 꼭 광고해 주세요~ sbs 맛있는 집으로까지 선정됐던데.. 에고 왕 실망이었담다..
마태우스/좋은날 스트레스 왕빵 풀고 왔답니다^^ 환불은 은글슬쩍 넘어가려다가 어쩔 수 없이 줬다는..--+++
부리/진짜 부리님하고 놀지 말아야지..ㅋㅋ
 
우리 순이 어디 가니 - 봄 도토리 계절 그림책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 / 보리 / 199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밀화로 이름이 난 이태수 선생님이 그린 계절 그림 책.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 할아버지께 새참을 지어 나르는 어머니와 순이의 모습을 담았다. 계절 그림 책의 묘미를 살려 봄맞이 하러 나온 나무며 풀이며 새들 모습까지 잘 담아냈는데, 역시 좀 단조로운 게 흠이다.
대부분의 생태 그림책들이 사진 같은 풍경은 잘 담아내는 데 비해, 이야깃거리가 부족하다. 새참을 지어 나르는 길따라 새들이며 개구리며 반복해서 말하는 "우리 순이 어디 가니?"는 참 리듬감 있게 읽히지만, 아이들에게 이런 사진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는 의미 이외의 책으로서의 가치는 물음표로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꾸러기의 아침 - 지혜와 상상력이 샘솟는 세계의 메르헨 4
가와카미 다카코 글 그림, 오근영 옮김 / 웅진북스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잠꾸러기'라는 단어에 혹해 보게 된 책. 모처럼 일찍 일어난 잠꾸러기가 개와 닭과 참새와 꽃님들을 깨우러 다니다 결국 햇님을 만나 힘찬 하루를 연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책 속엔 잠꾸러기가 없다. 제목에 등장할 정도면 잠꾸러기였던 어떤 아이의 이력이 나타나야 할 것 같은데, 없다. 주인공 아이가 여느 때보다 일찍 일어난 것에 놀라워하는 주위 반응 뿐이다. 그림은 참 재밌는데 글이 너무 단조롭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