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 두근 내 인생>을 읽었었다..그리고 근간에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들이 몇가지 개봉된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두근 두근 내 인생을 읽고는 남편도 재밌다고 했다. 그러나 영화소식을 듣고 캐스팅을 보고는..강동원, 송혜교 했다.

어쩜 좀 더 깊이있는 걸쭉한 배우를 상상했나??

여자배우는 배종옥 정도..남자도 어쩜 꽃미남보다는..아빠하면 딱 떠오르는 배우가 등장하겠지 하고 상상했다. 

 영화가 개봉하고 얼른 보려가야지 했는데 늦어졌다. 그러던 찰나..김애란 작가님도 만날 수 있고 영화감독에게 직접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있다니 게다가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압구정에 cgv 무비꼴라쥬..사실 딸과 동행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나혼자 서울가는 버스를 탔다. 남편에게 애들만 두고 무슨 영화를 보려갔느냐는 잔소리를 당연 들었지만 괜찮다.

 

멋진 강동원 아빠도 만나고..그리고 아빠보다도 너무 빨리 나이들어가는 우리의 아름이..그리고 그런 아름이를 간호하는 이쁜 혜교엄마도 만났으니..그리고 이 영화의 탄탄한 원작을 쓴 우리의 김애란 작가님도 만났으니 완전 기분이 최고였다.

 

 

두근 두근 내 인생의 gv상영회는 압구정 cgv에서 이루어졌다. 정말 노래에서만 듣던 압구정이라는 동네에 처음 가보았고 버스에서 내리니 cgv는 금방 눈에 들어왔다. 본능적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갔다. 너무 영화시간에 딱 맞춰 도착한 나에게 주어진 표는 sweetbox 자리였다. 모르는 분과 같이 앉아서 두근 두근 내 인생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의 헛발왕자 강동원 아빠의 눈물.. 나는 너무 꽃미남이 캐스팅된 것이 아닌가 걱정했는데 정말 생각한 것보다 강동원 아빠가 연기를 잘 하더라.이 영화를 보고 다시금 책을 읽는데 헛발왕자의 말이 다 오버랩이 되는 신비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헛발왕자인 아빠와 시발공주인 엄마가 아름이를 낳은 나이가 아름이가 이 생을 마감하는 나이랑 같은 것이 가슴 아팠다.

흔히 요즘 유행하는 <꽃보다 청춘>이라는 말이 있다. 청춘은 꽃보다 아름답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시절이 지나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아름이는 그렇게 청춘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청춘의 파릇파릇함을 상쾌함을 제대로 맞이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아픈 사람에게는 할 수 있는 것들이 한정되어 있으니 내가 한정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니..

 

부모라면 정녕 나의 아이의 행복이 나의 아이의 삶이 더욱 소중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아름이가 아픈 동안 많은 시간을 맘을 내려놓고 또 수많은 걱정을 했을 시간들..그러나 영화속에서는 그들의 찌든 삶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끝은 정해져 있어서..시간을 늦출 수 있느냐 없느냐에 문제라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흔히 부모가 자식을 두고 먼저 가는 이야기들은 보아왔다. 살아계실 때 효도를 다하라고 그리고 어린 아이들을 두고 먼저 가는 부모의 이야기도 가슴저릴 수 밖에 없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안다.

 

 

 

원작 소설에 대한 기억이 가물 가물하게 나는 영화를 만났다. 새로운 영화를 보거나 공연을 볼 때 나는 미리 검색을 해보지는 않는다. 책도 사두었을 뿐..그리고 오디오 북을 들어보긴 했다. 그리고 영화는 보면서..아하..맞다..저런 이야기가 있었지.

하다가 <서하>이야기가 나올 때 아..그래 참 나쁜 사람이였어..하면서 서하가 진짜 존재했더라면 아름이는 짧은 생에 조금 더 찬란한 초록의 청춘을 경험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자기와 다른 것을 다른 것으로만 인정하지 않고 그것이 나쁜 것 잘못된 것으로 인정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 영화에서도 한강에서 만난 학생들이 아름이를 놀리는 것을 볼 때도 그리고 어쩜 방송의 시청률을 생각해 자극적인 소재를 고민하고 사실보다 좀 더 과장되기를 바라고 사실 보다 좀 더 동정받기를 원하는 것을 보는 것도 솔직히 불편하지만 그것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이 영화에서 나름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그런 삶과 대비해서 아름이가 엄마 아빠의 과거사를

다시금 소설로 가꾸어 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였다. 아름이가 생각하는 젊음과 생기있는 삶의 모습도 참으로 좋았다.

 

그래서 이재용 감독을 잘 모르지만 영화자체의 분위기가 참으로 차분했다.

 다들 인정한 우리 아름이의 친구인 정씨 아저씨도 좋았다.

나이는 십대이지만 몸이 늙었으니 아름이의 상태를 오롯이 이해하는 것은 이웃집에 사는 할아버지..

<우리 나이에 안 아픈 곳이 없는 게 정상이라는 말>이..그리고 하루 하루가 다르다는 것을..

그렇게 둘 사이는 누구보다도 이야기가 통하고 맘이 통한다. 짧은 삶 동안 다른 사람보다도 인생이 더 길었을 아름이기에..

 

2시간 가량의 영화가 끝나고 김애란 작가님과 이재용 감독님 그리고 허희씨가 30분동안 영화이야기 원작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들 끝으로 갈수록 아름이의 상태가 나빠지고 아름이가 원하던 보신각종소리도 듣지 못하고

그렇게 눈을 감는다..그렇게 아마 많은 관객들이 나처럼 눈물을 흘리고 안타까워 했을 것이다.

그런 감동을 가진 채 세분을 만나는 자리는 뜻깊다.

 

 

그러나 하나 놀라운 사실은 작가님과 감독님이 오늘 처음 만나는 사이란다. 어찌 그럴 수 있지 했다.왜냐면 원작자는 영화가 만들어 지는 과정이 궁금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책으로 되어진 이야기를 다시 살아나게 하는 작업에 원작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로 한 것은 아닌가? 잠시 그런 생각이 오갔다. 이재용 감독이 굉장히 프라이버시가 강하게 느껴졌고

우리 김애란 작가님의 성향도 보이는 듯했다. 이미 감독님에게 영화제의가 들어 왔을 때 이미 배우들이 정해져 있고

제작사 측에서 원하는 틀이 있었다고 한다. 아빠와 아들의 부정을 더 부각시켜주기를 바랬다는 것에 어쩜 인정도 했다.

이게 아마 강배우의 힘일련지도 아님 강배우를 사랑하는 대중의 힘일련지도 모르겠다.

 

 일분이 영원처럼 느껴진다. 그 어느 누구도 그의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처음부터 선택하지 못한다 라는

명문구들과 그리고 강동원 아빠의 <우리 아름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합니다>라는 말은 모든 부모의 심정을

대신한다. 아빠는..아름이에게는 정말 좋은 사람이고 아름이가 아빠에게 써준 시를 읽을 때는..정말 눈물이 줄줄했다.

같이 별을 보다가 아름이가 별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도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데..

우리는 어쩜 가진 것에 대해 더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고도 느꼈다.

나도 세아이의 엄마이고 아이들이 감기에만 걸려서 기침을 하면 그리고 배라도 아파서 설사만 해도 토하기만해도

잠 못자고 끙끙대면 그 아이들을 살핀다. 그렇기에..나의 아이들이 특별하고 나는 나보다 더 소중한 존재를 셋

 이나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티비에서 가끔 보기는 했지만 누군지는 잘 몰랐던 문학평론가 허희님은 완전 질문도 수준이 높았다.

감독과 작가에게 적절한 질문으로 진행도 참 매끄러웠다. 이재용 감독에게 한장면을 꼽으라고 했을 때는 이야기 속에

나오는 아름이의 소설 두근 두근 그 여름이라 했다. 아름이가 태어나게 된 이야기..초록세상에 아빠와 엄마의 젊은 시절은

어쩜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작가님에게 작품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물었을 때 영화를 보고선 아버지가 참 많이도 우셨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였다.

소설의 문어적인 표현을 일상어로 바꾸는 과정이 다소 신경이 쓰였다고 하셨고 포스터의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을

전달하려고 애썼다는 감독님의 이야기도 참 흥미로웠다.

 

김애란 작가님은 새로운 장편소설을 쓰고 계신다고 하셨다. 기다려지는 일이다.

 

 

그렇게 30여분의 시간이 흐르고 모든 일정이 마쳤음에도 작가님을 기다리는 많은 팬분들..아마 감독님과 허희님은..

어디로 했을 것이다. 싸인회 공지가 없었지만 이렇게 많이 기다리는 분들 때문에

 극장입구에 급히 자리가 마련되고 가장 먼저 싸인을 받으시는 아버님..흐흐흐..나는 책이 있었지만 싸인은 받지 않았다.

그러나 기억했다. 작가님의 그 조곤조곤함 ..그러나 글속에 작가님은 또 다르다는 것이 매력이다.

 

그리고 한동안 두근 두근 내인생을 읽고 또 작가님과 감독님과의 대화를 떠올리고 영화를 떠올려본다.

 

 

 

아름아, 네가 내 아들이라는 게 너무 너무 좋다..그리고 담담히 아픔을 받아들이고 내가 선택치 않은 병으로

힘들지만 징징거리지 않는 아빠보다도 더 어른스러웠던 아름이..와 이쁜 엄마 송혜교의 당당함이...다시금 포스터에서

그 향기가 밀려나오는 것을 맡았다.

 

 

 

그럴 때면 홀로 북극에 버려진 펭귄이 된 기분이 들었다..

 

 

아름이를 친구라고 생각한 장씨 할아버지..

 

 

 

모든 연애의 시작엔 반드시 음악이 있다는 걸..벌써 부터 알아차린 걸까??

 

책속에 맘에 드는 문구들을 만나면서 오호라 이 놀라운 이치를 어찌 작가님을 발견했을까 하는 맘이 들었다.

모든 연애의 시작엔 음악이 있어..어떤 음악을 갑자기 만나게 되면 그 음악에 떠오르는 사람이 겹쳐서 가끔은

그 순간에 멈춤을 가지기도 하니 말이다.

 

알라딘에서 창비에서 이런 뜻깊은 행사에 초대해 주셔서 이 가을에 잘 맞는 영화를 만났고 책도 만났다.

남편에게 꼭 아이들과 같이 이 영화를 봤음했는데 바쁘신 관계로..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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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태어난다는 것은 죽음을 전제로 한다. 태어남은 죽음을 가정하고만이 가능하다. 생명은 언젠가 소멸하는 것이 우주의 진리이므로.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언제 죽고 언제 사느냐에 인생의 희노애락을 건다. 요즈음은 유난히 명멸에 대해 가슴 아프게 받아 들여야 하는 사건들이 많았다. 하지만 사건이 아니더라도 운명적으로 빠른 죽음과 직면해야 하는 생명들이 세상엔 숱하다. 다만 외면하거나 모른척 하고 살 뿐.

 

<두근두근 내 인생>은 죽음을 향해 남보다 더 빨리 달려가는 소년의 이야기다. 그리고 청춘을 잃어버린 어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어른들은 청춘을 불살라 소년, 소녀를 키워낸다.

 

<두근두근 내인생> 작가는 부모의 입장에서 글을 썼노라고 했다. 부모에게 미래는 없다. 돌아 볼 과거만이 있을 뿐. 자식의 입장으로 돌아보는 부모의 과거. 당신들의 청춘은 이렇게 아름다웠고, 다만 그 시절이 너무 짧았고,  나는 이런 희생 속에서 컸노라고 자식의 입을 빌어 말한다. 내가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감동이 없다. 자칫하면 푼수에 지루한 인간이 되기 쉽다. 하지만 누군가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금 쑥스럽더라도 인정 받는 기분이 든다. 내가 나를 인정하지 못하고 방황할 때 스스로를 못난이라고 느낄 때,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식이 자신을 인정해 준다면 그보다 더한 충만이 있을까.

 

김애란 작가의 아버지는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다고 한다. 내 비록 아비의 몸은 아니지만 나또한 많이 울었다. 나만이 아니고 영화관 곳곳에서 울음을 참는 꺽꺽 대는 소리 훌쩍이는 소리..눈물이 나는 코드는 각자의 몫이었겠지만. 도입 전개 절정 뭔가 순서를 가늠할 수 없는 죽 연결 된 고리의 서사 속에서 발단이 어딘지 주제가 뭔지 따져지지 않고 봐지는 영화의 힘. 주연배우들의 비주얼로도 조로증을 연기하는 아역 배우의 힘으로만도 단정 지을 수 없는 삶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작가와 감독은 영화는, 각색을 통해 원작과는 다르게 태어난 또 하나의 생명체라고 이야기했다. 감독이 이야기하는 좋은 문체는 어떤 것일까. 영화와 또다르게 소설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증이 생겼음은 물론이다. 영화를 본 후 쓴 소주가 달게 느껴짐은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실컷 울었고 마음은 뭉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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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반 나절을 비가 내리더니, 강박사님의 신간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의 저자 강연회를 찾아가는 수요일 저녁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저녁이었다.

양천구청의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이 되어서인지, 남녀구분은 물론이거니와 노소구분도 없는 많은 군중들이 가득한 해누리홀이었다.

 

집 근처 마트를 가는 편안한 면티와 면바지 차림의 박사님도 그 군중속 한 사람으로 행사장으로 들어오셔서 싸인용 테이블에 앉으시는 모습과 앉으실때까지 행사주체 담당자가 눈치를 못챈 광경까지 얼떨결에 보고서는 '강박사님 다우시네...^^'라는 생각을 했다.

당연히 냉큼 달려가 책에 싸인을 받았다.

 

강연이 시작되고...

 

무문관의 48화두를 고뇌하며 까칠할 것 같은 철학자의 모습이 아닌 중년의 아저씨의 털털함과 지식인의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그러나 그 바닥에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깔려있는 강연, 입으로 말하는 강연이 아닌 가슴에서 울려나오는 강연이 시작되었다. 중간에 10분의 쉬는 시간을 제하면 2시간 내내 열정적으로 강연해 주셨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때로는 질타를 때로는 유머를 때로는 관중과 더불어 내가 주인으로 살라는 평소 강박사님의 기본 신조와 불교의 화두를 잘 버무려주셔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40대의 중년에 맞는 일화, 20대 청년에 맞는 일화, 10대 청소년에게 맞는 일화 등등 강연을 많이 하셔서 인지 무궁무진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에는 오히려 2시간이라는 시간이 찰나처럼 느껴졌다.

  

 

강박사님은 쉽게 쌀가루와 가래떡을 비유로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삶에 대해 설명해 주시면서, 임제선사의 "수처작주 입처개진"의 풀이를 해주시며 수백명의 군중들과 한 목소리로 여러번 반복하게 해주시는 애정도 보여주셨다.

 

무문관의 48개의 화두 보다 더 많은 불교의 화두와 그 화두에 관한 설명서들이 있겠지만,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하는 현대인들에게는 강신주박사님의 무문관 해설집인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를 절반이라도 이해한다면, 조금은 퐉퐉한 사회생활, 가정생활, 인간관계에서 숨통을 열어주는 방법을 찾게 될 것 같다. 

 

강박사님도 이 책은 1년 정도 천천히 숨을 고르며 읽고 사유하고 내가 주인으로 살라고 충고를 해주셨다.

마지막으로...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손을 떼세요. 그 손을 떼는 것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잡을 려고 떼는 것이니... 손을 떼세요!"

 

라고......

 

 

감사합니다. 강신주 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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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근.현대사가 논쟁의 대상이 된다면 보통 정치적인 논쟁으로 번지기 쉬운데, 시간이 지나도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 같이 팽팽한 대립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평소에 어떤것이 과연 진실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려고 노력했었다. 이 강연을 신청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강연장에 미리 가서 30분 정도 기다리자, 유시민씨가 들어와서 싸인을 해주었다.

 (당시에 책을 구입하지 않아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책에 싸인을 받았다.>

 

사실 <나의 한국현대사> 책에 관한 몇몇의 평가 때문에(전형적인 386세대의 시선을 대변한다 등) 구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일단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을 매우 구체적으로 알아본 뒤에 양쪽의 의견을 파악하는것이 더 좋겠다 싶어서였다.

 

강의 내용은 주로 정치에 관한 내용이었다. 보수가 경제를 잘 살리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진보가 민생을 살린 것은 아니다 등 사회에 퍼져있는 편견을 깨뜨리는 발언을 많이 하셨다.

 

 강의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유시민씨의 이 발언이었다.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세대가 20대, 50대이다. 20대는 자신의 부모세대를 좀 이해해보라고, 50대는 자신이 살았던 시대에 대해서 이런 시각도 있구나 하는 것을 알라고 그런 것이다."

이 말씀을 하시고는 요즘 세대간의 갈등이 심하다며 그 사례를 얘기해 주셨는데, 마치 부모님과 자주 마찰을 빚는 나의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부모님을 이해해 보기 위해 이 책을 한번 구입해서 읽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택배로 책을 보내면 따로 싸인도 해서 돌려주신다니, 참으로 마음씨 좋은 사람이다.

 

이 강연 덕분에 한국 역사에 대해서, 더불어 정치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옳은 판단을 하기 위한 지식도 얻어간 것 같아서 기쁘다. 무지한 사람을 약간이나마 깨워 주신 유시민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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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 2014-12-14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시민 작가님 정말 좋아하는데ㅜㅜ 이런 행사가 있었는지 몰랐네요. 부럽습니다!
 

 국제신문 문화센터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인을 받고 있었다. 내가 사인받을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책에 이름 대신 어떤 문구를 적어달라고 할지 한참이나 고민했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유시민씨에게  '만남과 성찰'을 써달라고 했다. 악수를 하는데 손이 따뜻하다.
 그는 독자 한명 한명에게 말을 걸었고 미소를 지었고 대화를 나누었다.


 강연이 이루어진 곳은 예식장으로도 쓰이는 공간이었다.
 난 강당의 뒷편에 앉아 있었는데 유시민씨를 보러 온 사람이 예상보다 많아서 
주최측이 신랑 신부가 지나다니는 통로에도 앉을 수 있게 해주었다. 나와 일행은
잽싸게 튀어나가 아주 가까이에서 유시민씨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강연내용

 

 

 한 개인이 삶을 살아갈 때 자신에 대해 긍정적이고 밝은 감정을 가지는 편이 어두운 감정을
가지는 것보다 행복할 것이다. 우리는 국가라는 큰 공동체에 속해 있고 국가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는 개인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가에 대한 감정은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 한국인이 최고의 민족이라는 근거없는 자만심이나 한국인은 열등하다는 자학은
우리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난 이 책이 50대와 20대에게 많이 읽히길 바랬다. 50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합리화시켰던 과거를 현실적으로 인식하길 바랬고 20대는 50대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 돌아봄으로서 현재의 50대를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길 바랬다.
 하지만 어느 독자가 쓴 '이런 책은 읽어야할 사람들은 읽지 않고 안 읽어도 될 사람들
만 읽는다.'는 인터넷 서평처럼 이 책은 30~40대의 독자층에게 주로 읽히고 있다.

 

 

박정희에 대한 평가


 박정희를 이야기할 때 주로 경제성장과 독재가 이야기 된다. 옹호론자들은 경제성장을
위해 독재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반대론자들은 박정희의 독재를
비판하면서 경제성장에 대해서는 무시한다.


 만약에 알콜중독에 부인과 자식을 폭행하는 가장이 있는데 돈을 잘 번다고 해보자.
 폭력가장이기 때문에 돈을 잘번다는 사실이 없어질까? 또는
 돈을 잘 벌기 위해 아내와 자식을 때려야만 했다는 말이 성립될 수 있을까?


 박정희에 대해서는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 주고 비판할 부분은 비판해야 한다.
 박정희가 집권한 뒤부터 일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성장은 박정희 혼자서 이룩한 업적이 아니다. 저임금에 착취당하던
수많은 노동자의 피와 땀, 국민 개개인의 사정과 노력이 얽혀서 만들어낸 결과다.
 그가 쿠데타를 통해서 권력을 잡았고 독재를 했으며 편법을 써가면서 대통령직을 연임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가 나라의 발전을 위해 독재자가 되기를 자처했는지, 권력욕에
사로잡힌 사람이었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당장 먹을 양식이 없었던 가난한 시절에는 독재와 강압적인 정치를 해도 사람들이
잘 따른다. 생활수준이 향상되면 사람들의 자유와 개성과 존엄성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교육받은 중산층이 많아졌지만 그는 여전히 과거의 강압적인 독재를
유지하려 했고 결국 그는 자기 성공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경제성장과 진보와 보수


 지니계수는 계층간 경제적 평등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높을수록 평등도가 낮고 낮을수록
평등도가 높다. 예를 들어 어느 재벌이 나라의 모든 부를 혼자 소유한다면 지니계수는 1이고
모든 국민의 소득이 같다면 지니계수는 0이다. 0.3이하면 양호하며 0.4이하면 사회불안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최근 몇년동안 지니계수가 증가해왔다.
 보통 보수는 진보가 너무 분배만 해서 경제를 거덜낸다고 하지만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의 재임기간동안 GDP가 상승했다. 오히로 진보집권기간에 국민의 복지수준은 더 떨어
졌다. 거시경제를 보면 진보와 보수의 집권여부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


 시민단체가 집회를 하러 거리에 모이면 수백명의 전경병력이 투입되어 저지하지만 어버이연합이
프로판 가스통을 던질 때 그들을 제지하는 공권력은 없다.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말에 현 정권이 문제라는 주장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무능하다는 주장
이 있는데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는 형식보다 실제로 어떻게 운영해 나가느냐의
문제다. 현 정권은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독단적인 정책을 펼칠때가 많지만 형식적인 절차의
테두리 안에서 그들의 의도를 관철시키고 있다.


 안철수씨가 처음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그토록 높았던 그의 지지도는 지금 10% 정도에
머물고 있고 경제대통령이란 슬로건으로 타후보와 큰 격차로 당선되었던 이병박 전 대통령의
지지도는 현재 1% 정도이다. 현 정권은 우리가 뽑은 사람들이며 국민들의 수준을 대변한다.
 소신없이 뽑아 놓고 비난하기만 하는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이 왕인데 사람들은 자신이 왕이란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자신의 한표가 나라의 운명과 국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그렇게 암울한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40~50년대의 가난하고 힘든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 로또의 꽝이었다면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로또 2등은
된다고 생각한다. 세계인구의 대부분이 우리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간다.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국민들이 역사를 배우고 자신의 권리에 관심을 가지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더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어중간한 존재이며 내부에 보수,진보 양쪽을 다 지니고 있다. 87년 6월항쟁을 주도하며
넥타이 부대라고 불리던 사람들 중 다수가 지금은 투표용지에 무조건 1번을 찍고 있다.
 과거의 기억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진보는 내가 익숙하던 보수와 다른 것이고
낯선 것이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생각이 굳어진다.
 나이를 먹어서도 젊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독서를 통해 새로운
 생각을 배우고 만남을 통해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만 한다.

 


 유시민씨는 때로는 농을 던지며, 때로는 진지하게 두시간동안 한국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강연이 끝나자 사람들은 그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시간이 없어 모든 사람에게 싸인을 해줄 수 없게 되자 책에 주소를 적어 출판사 직원들에게
맡기면 자신의 사무실에서 싸인을 한뒤에 택배로 보내준다고 했다. 어느 작가의 싸인회에서도
보지 못한 따뜻한 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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