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강연에 초대되어 새로 시집을 내신 김사인 시인을 만나뵙고 돌아오는 밤.

30년 시인 생활에 단 세 번째 내신 시집이다. 10년에 한 권 꼴로 시집을 내신 셈이다.

느린 발걸음이다.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고 천천히 발화하는 시인의 얼굴은 편안했고 웃음은 순수했으며 목소리에서는 빛이 났다.

 

온몸으로 써 온 시, 그리고 그 낭독을 듣는데 어느새 많은 사람들의 눈가가 젖어왔다.

숭고한 사람들이 아직도 내 주변 곳곳에 살고 있다는 것이 적잖은 위로를 주었다.

이분처럼 나이들고 싶다.

아직 살아갈 날들이 많은 어린 사람들을 안쓰러워 하면서, 같이 걸으면서, 같이 비를 맞고 맨발로 땅을 밟으면서...

 

 

"시시해도 좋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거창하고 화려하고, 다 내 힘으로 성공해내고...

그게 인생의 다는 아니었습니다.

(...) 잘 하고 못 하고가 어디 있겠어요.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그저 애 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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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루 2015-01-30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석했었습니다만,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차마 다시오기 힘든 순간이 아닐까 싶어서
오히려 조마조마한 심정이기도 하구요.^^

hi 2015-01-30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행복한 시간을 가져본것 같아 흐뭇했어요...
 

익숙한 이름의 세 사람이 모이는 강연이라 주저 없이 신청했다.

 

『내리막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강연 주최 측을 따라 이하 <내.일.노>로 표기)를 읽고 있었으니 저자인 제현주 작가의 이름은 당연히 눈에 띄었고,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인상 깊게 읽은 후 미디어스 기사도 종종 챙겨보는지라 한윤형 작가의 이름에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다. 그리고 그 강연 소식과 마주한 곳은 알라딘이었다. 5만 원 이상 구매 시 추가 마일리지에 한 번 혹하고, 책보다 더 탐나는 머그컵, 다이어리, 책베개, 냄비받침 등 열거하기도 힘든 수많은 특별 제작 아이템에 매번 또 혹해서 알라딘에서 장바구니 5만원어치 채우기를 반복하는 사람 중 하나라 박태근 MD의 이름을 보며 고향집에 온 것 같은 익숙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강연 당일에 약간의 의아함이 생겼다. 이 세 사람이 익숙하긴 한데 <내.일.노>를 교집합으로 어떻게 모인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없었던 것이다.

 

 

과연 어떤 앙상블을 펼치려는 것일까, 라는 생각도 해봤는데, 그런 생각을 했던 게 겸연쩍을 정도로 나의 의문이 금세 풀려버렸다. 박태근 MD는 “3인3색 토크라고 되어있는데 일의 효율을 고려해서 저는 주로 진행을 맡을 거고요. 두 분의 목소리를 많이 듣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하며 본격적인 강연을 시작하는 말문을 열었다.

 

 

바로 뒤이어지는 “(명찰에)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 연구원’이라고 되어 있는데 저 나름대로 지향하는 일의 방향, 가치를 표현한 말이라서 언젠가 이런 실험실을 차리고 출판을 연구하는 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며 내가 너무 쉽게 단정 지었나 싶기도 했으나 그뿐이었다. 그 이후로 박태근 MD는 알파벳 D를 C로 바꾸며 MC 모드를 고수했다.

 

 

 

 

 

그렇게 MC(너무 저급한 드립이라 자진 삭제) 사회자가 된 박태근 MD는 한윤형 작가에게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라는 책을 써서 청년노동, 열정노동 문제를 화두로 던진 저자 입장에서 <내.일.노>를 읽은 감상을 말해 달라 요청했다.

 

그렇다. 역시 질문 속에 답이 있었으니. 이 세 사람이 <내.일.노>를 교집합으로 어떻게 모인 것인가, 에 대한 대답은 바로 질문 속에 있었다. 이들의 교집합은 <내.일.노>였고, 이 강연은 <내.일.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나만 몰랐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책에 대한 내용이 강연의 주를 이뤘다. 제현주 작가는 책의 제목에 ‘내리막세상’이라는 말을 넣은 이유는 무엇인지, 나의 일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는지, 함께 하는 일의 재미를 추구하는 협동조합 ‘롤링다이스’는 어떤 곳인지 등의 이야기를 풀어냈고, 한윤형 작가는 본인이 자유기고가로 살아온 경험, 사회 현상에 대한 보충 설명 등을 덧붙였다. 두 분은 딱 봐도 잘 맞는 콤비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마치 박노자-홍세화 대담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의 시너지가 예상보다 괜찮았다.

 

 

 

책을 다 읽고 강연을 들은 입장에서는 <내.일.노>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꽤 아쉬웠다, 라고 말하기엔 책을 덮고 나서 까먹은 부분이 많았다. 예습과 복습을 거치면 학습 효과가 어마어마하게 배가된다던데 그중 복습 효과는 챙긴 셈이랄까. 제현주 작가의 강연이 2월 11일에 또 예정되어 있으니 이날 강연을 듣고 책을 사서 읽은 다음 2월 11일 강연(링크)을 또 듣는 분들이 있을 거란 생각에 배가 아프기도 하지만...

 

 

굳이 세세한 강연 내용을 요약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의 비루한 요약을 읽는 것보다 <내.일.노> 책을 직접 읽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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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까지 7일

롯데시네아 (명동)
얼마후면 3년간 이웃사촌으로~ 마음도 주고 받으며
가깝게 지내던 딸 친구맘이 이사를 가게된다~
유일하게 온 가족이 친하게 지내는데 귀농을 한단다~

영화 핑계대고 둘이 데이트도 할겸 영화나들이에 동참했다~


 




빚만 남은 가장,

아직 정직원이 아닌 한집의 실질적 가장 큰아들,

철부지에 돈만쓰는 대학생 둘째아들,

이들 모두를 너무나 사랑하는 엄마~

내것은 없고 오직 가족만을 위해서 사는 엄마……
어느날부터 시작된 건망증이 일상에 지장을 주면서 생기는 7일까지 이별~
엄마가 뇌종양으로 7일까지밖에 못산다는 말에

밝혀지는 붕괴된 가족애…

아들에 간절함이 애잔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한 아버지를 욕하면서

혼자 집안에 짐을 다 짊어진 큰아들이 불쌍히 여겼다가…

그나마 철없지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막내가 있어

엄마는 그나마 위안이 되고 버틸 수 있지않나 싶어~

나를 돌아보게 되던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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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북토크를 가게 되었다.


며칠 전부터 행사에 가기위해 일도 미리 해놓고 대장님께 일찍 간다고 말했다.

“대장님 오늘 반차내거나 일찍 퇴근하겠습니다!” 대장님이 날 이상하게 쳐다본다. 사실 내가 일찍 퇴근하거나 연월차 쓰는 날은 딸아이 유치원 졸업발표회이래 없었던 일이다. (노동자에게 정시퇴근과 휴가를!) 어디 가냐고 해서 좋아하는 역사책을 쓴 교수가 내한해서 구경 간다고 하니 미친놈 취급하면서 가란다. 신난다. 간다. 바깥공기는 상쾌하구나! 같은 하늘 같은 공기도 하고 싶은 일 하러 가니 다르게 느껴진다.




카페 통인에 십오 분전에 도착해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기다린다. 어떤 사람이 왔나 살펴도 보고 북토크가 이런 분위기구나 느낀다. 시작한다. 티모시 브룩교수가 들어오고 내 쪽으로 온다. 왜 나한테 오지? 역시 대가는 고수를 알아보는 구나. 티모시 교수는 나를 지나쳐 뒤로 간다. 아! 내가 화장실 앞에 있구나…….


북토크가 시작되고 너머 출판사 사장님이 시작 인사를 한다. 그리고 갑자기 블로거 “만병통치약”님 왔냐고 물어본다. 오잉? 저요? 손든다. 예! 독특한 리뷰를 쓴다면서 책 한권을 준다. 하하…….고맙게 받는다. 역시 출판사에서 리뷰를 들여다보고 있는 거야. 아~~~ 역시 내 리뷰는 주목받고 있어. 뿌듯하다. (집에와 검색해보니 하버드 중국사 리뷰는 내꺼 밖에 없다. 내꺼 밖에 없다. 학생하나인 학교에서 전교일등이구나 ㅋㅋ)


번역자 조용현 교수의 책 소개로 북토크는 시작되고, 티모시 교수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용에 대해서 주목하게 된 배경과 용이 책으로 이어진 이야기를 해준다. 이어 참석한 독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명대와 현대 중국의 비교와 티모시 교수의 관심사. 사르우 전투에서 명이 패배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왕이나 시대 평가에서 기후환경을 얼마나 고려 해야 될까? 스토리텔링의 접목, 역사란 무엇일까?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티모시 교수의 생각 등 다양한 질문이 나온다. 좋은 답변이 나오지만 살짝 에둘러 가는 대답이다. 질문 자체가 조금은 막연해 서지만 대가들은 직설적으로 답하지 않는다. 나 같은 아마추어만 자신의 생각이 전부인양 떠든다. 한 미술사 교수의 생각에 자신의 주장이 한계가 있다고 말하며 추후 수정 예정이라고 겸양을 보여준다. 내 생각에는 티모시 교수가 더 자신의 주장을 펴도 무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짧은 질의응답이라 끼어들 여지는 없다.


처음 북토크에 참석해보니 밤새 질문하고 대답을 들어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라는 분야에 나올 수 있는 질문은 무한하고 시간은 유한하다. 수업을 몇 년 들으면서 따라다녀도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역사 공부는 내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며칠 전 아이돌 그륩 엑소의 콘서트 표 예매 때문에 접속이 몰려 YES24 사이트가 다운되었다. 노래 들으면 됐지, 뮤직 비디오 보면 되지 왜 그 고생하면서 그 비싼 표를 사서 콘서트에 가나 했는데 이제 이해가 된다. 갈증은 한번 본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직접 봐야 느낌이 온다. 북토크가 느낌을 준다.




아, 이런 서명 받을 때 내 이름을 부탁 안했구나...처음 받아 보는 사인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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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힘든 저자와의 만남'은 처음이다!...너무 도발적인가요?

하지만 지난 12월 30일(화) 인문까페 창비에서 계셨던 분들 중에 저처럼 꼬르륵꼬르륵 빈 속으로

박찬일 작가님과의 만남에 참여하셨던 분들은 제 심정, 절실히 아시겠죠? ^^;;

 

이미 작년에 되어버린 2014년의 끝자락,

바쁘고 정신없이 달려온 한 해를 박찬일 작가님이 들려주시는 뜨거운 한 입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연말분위기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당최 찾아볼 수 없었던 12월말,

괜시리 마음이 떠서 애꿋은 문서만 열었다가 닫았다가 하며 시계만 힐끗힐끗거리며 퇴근시간만 기다렸습니다.

밥은 고사하고, 행여 늦을까봐 종종걸음으로 찾아간 인문까페 창비.

따뜻한 커피와 오도록 맛있는 쿠키을 먹으며 작가님과의 만남을 기다렸습니다.

허희 문학평론가님의 산뜻한 오프닝을 지나 '글을 재밌지만, 음식을 맛없는 박찬일 입니다.'라는 작가님의 소개로

따뜻하고 유쾌했던 '뜨거운 한 입' 작가와의 만남이 시작되었죠. :)

 

'뜨거운 한 입' 에 작가님이 직접 쓰신 프로필에 대한 이야기,

허희 평론가님이 인상깊게 읽었던 책 속의 이야기

(계란에 대한 총 세편의 에세이였죠. 계란, 이 놀라운 난생을 보았나! 미생도, 완생도 아닌 卵生),

작가이자 셰프로서의 균형감과 솔직함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강의 전 받은 참석자들의 질문에 대한 이야기로 속이 꽉 찬 한 시간 반이 지났습니다.

한시간 반동안 맛깔스러운 작가님의 입맛이나 저절로 군침 나는 책 속 문장들에

저도 모르게 몇 번이나 입맛을 다셨는지...

 

허희 평론가님이 읽어주셨던 달걀을 먹는 부분, "달걀프라이의 백미는..."

꼴깍꼴깍...식어버린 라떼를 마시면서 도대체 달걀프라이는 어떤 맛이었지, 엄청 맛있는 이 달걀프라이...

그동안 내가 먹어치워버린 수 많은 달걀프라이...를 그렇게 입 안으로 구겨넣는 것이 아니였는데...

귀 기울이며 그 문장들을 읽어내려가는 허희 평론가님이 왠지 입맛을 다시면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침샘을

억제하며 평정심을 유지하고 계시는 건 아니였나 빙끗 미소 지었습니다.

 

사람은 평생 '유년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는 작가님의 말에 돌아오는 내내 내 유년의 맛은 무엇일까?

주린 배를 부여잡고(강연 듣다가 위에서 너무 많은 위액이 나온 관계로...고통은 더욱 더 가속되었습니다.ㅠ) 

아이폰을 눌렀습니다.

 

"엄마,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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