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출판사 마음의 숲과 함께하는 '시 읽는 겨울밤' 행사에 다녀왔다.

정끝별, 문태준 두 시인의 시 낭독과 싱어송라이터인 인디뮤지션 기면승의 작은 공연이 펼쳐졌던 대학로의 책방 이음.

 

'냄새', '24살', 앵콜곡 '아이스크림' 총 3곡의 자작곡을 들려주었고

한강의 <어느 늦은 저녁 나는>을 낭독하고 물러난 기면승에 이어

 문태준 작가님은 시집 《가만히 사랑을 바라보다》에서

이문재의 <오래된 기도>와 김종삼의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를 낭독해주셨고,

정끝별 작가님은 시집 《돈시》에서 권대웅의 <쓰봉 속 십만원>과 박후기의 <아르바이트 소녀>를 낭독해주셨다. 


또, 정끝별 작가님은 '자가발전'이라며 마침 내가 좋아라했던 돈시의 서문을 읽어주셨고,

문태준 작가님은 찬 바람 부는 겨울밤 이 자리에 오신 분들께

뭔가를 주고 싶다며 미공개 시 <외길>과 <풍향계>를 읽어주셨다. 


두 작가님과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듣는 그 찰나가 내내 행복했던 시 읽는 겨울밤.

나는 올해가 가기 전에 읽을 시를 추천해달라고 질문했는데 김종삼, 진은영, 심보선 시인의 시를 읽으라 추천받았다. 


청춘의 특권은 낭비해도 된다. 에둘러가도 된다. 나이들면 해야만 하는 일들이 더 많으니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하라고, 없다면 그것을 찾는 게 중요하다던 정끝별 작가님.

이렇게 작가님들을 만나는 일이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임을 알고 있기에 나는 한편으로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했다. 

2014.12.04 해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1월 24일, 월요일,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에서 있었던 '김훈, 김연수 북토크'에 다녀왔어요.

 

두 분 작가님 모두 너무너무 좋아하는 저인지라 당첨되면 반차까지 쓰고 가야지- 하고 마음 먹었었던 북토크였는데,

알라딘을 통해서 좋은 기회를 얻고 얼마나 기쁘고 두근거렸는지-

막상 가서 보니 저 말고도 두 분을 좋아하시는 많은 분들과 두 작가님을 뵈러 멀리, 부산, 대전에서부터 오신 분들까지

다들 같은 마음으로 두근두근 설레면서 찾아주신 것 같더라구요 :)

같은 마음으로 함께 하는 자리,여서 더 좋았습니다.

 

조금 일찍 퇴근해서 일찍 공연장을 찾았고, 좌석표 티켓 배부를 기다려서 무려 맨 앞자리!!

 

 

 

 

센스있게 티켓마다 '소설가의 일'과 '자전거 여행'의 글귀를 적어 주셨어요 :)

저도 책을 둘 다 가지고 있지만, 따로 사인회는 않으신다고 하셔서 소설가의 일만 챙겨갔었답니다-

 

 

두 분을 동시에 한자리에서 뵙고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문태준 시인까지 함께해주셔서, 정말 선물같은 시간이었어요.

 

 

 

 

김훈 작가님 눈 감으신 줄 알았으면 사진 다시 찍었을 걸(ㅠㅠ),

맨 앞자리에서 사진 찍는 제가 신경쓰이실까해서 얼른 찍고 핸드폰을 치워두었더니 이런 컷이.....

 

정말 작가님들의 표정까지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보면서 이야기 들을 수 있어서

생생하기도 하고, 훨씬 더 가까워진 느낌이기도 하고, 친근하기도 하고-

북토크의 장점이 바로 이런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작가님들은 직접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하는 기회가 적어서,

늘 글이나 책을 통하거나 하는데, 이렇게 직접 뵙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 친해진 느낌이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을 보거나 작가님들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나중에 작가님들의 글을 볼 때에도 문득문득 생각나곤 하더라구요-

 

북토크 중에서 제가 기억해두고 싶은 이야기들을 조금 나누어보면,

 

*

김연수 작가님이 김훈 선생님을 '다윈'같은 소설가라고 말씀하셔서, 김훈 작가님이 다윈의 이야기를 잠시 해주셨는데,

21살이었던 다윈이 27살의 해군 중위가 이끄는 범선 비글호를 타고 세계를 누비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것들을 바탕으로 비글호 항해기와 종의 기원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

이런 청춘이 아름답지 않고 뭐겠느냐 하셨죠.

딱 스물 일곱의 끝을 바라보고 있는 제게, 저의 인생과 청춘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해주신 것 같아요.

 

 

이후 질의응답에서 나왔던
건강한 디테일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좋은 글이고, 김훈 선생님은 디테일 수집을 중요하게 하신다고 하셨던 말씀이

다윈의 이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

 

그리고 김훈 작가님이 <정감록>과 함께 소 울음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셨는데,

소 울음소리를 들으면 평화롭지 않냐고, 그렇게 평화로운 소리가 없다-고 하시는 순간,

전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구나 싶고, 아, 정말 소 울음소리는 평화롭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소리를 듣고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제 머리를 쿵-하고 울리고 가는 느낌이었어요.

 

*

소설가의 일을 통해 업무 기밀을 밝혔다,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신다는 김연수 작가님의

글쓰는 일의 대부분 중 하나는, 남은 날짜로 써야할 분량을 나누는 일-이라고(ㅋㅋ)

작년에 제가 학위 논문을 쓰면서 매 달 그렇게, '오늘부터 매일 몇 장씩 쓰면 나는 이걸 완성할 수 있다'고 다짐했던

제 모습이 오버랩 되며 공감이 됐답니다. 정말 그렇죠. 오늘부터 3장씩이면 한달이면 90장이라고!

김훈 작가님도 하루에 원고지 3매, 하며 나를 다잡을 수 있는 규율같은 게 필요했다고 말씀하셨는데,

글쓰는 일의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역시 꾸준히 쓰는 것- 인 듯 하네요.

 

 

김훈 선생님이 자꾸 김연수 작가님의 <소설가의 일>을 들어보이시며

이 책에 다 나와있다고 말씀하실 때마다 민망해하시던 김연수 작가님의 부끄부끄한 미소도-

 

*

마지막으로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서,

저는 절판됐다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재출간 된 <자전거 여행>의 재출간 소식도 반가웠고,

내용이 재구성되었다는 점도 좋았지만, 서점에서 김훈 선생님의 이 '다시 펴내며'를 읽고서 사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저도 함께 두고두고 기억해두려구요-

 

팽목항도 다녀오시고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이 사람들을 특별한 재난을 당한 소수자로 묶어서 빠져나가려고 하는 느낌을 받으셨다고,

세월호 사건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과적과 고박은, 세상을 돈이 완전히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하셨죠.

 

김연수 작가님도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가 참 잔인한 사회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셨다고 했습니다.

누구나 가슴아프고 공감해야하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니까 이 누구나 공감하던 세월호 사건도

어느 순간 찬반으로 나눠서 잘못을 따지고 미워하고 있더라고,

협력하지 못하고, 공감과 이해가 부족한 잔인한 사회가 이렇게 세상을 잘게잘게 쪼개고 있는 느낌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 공감하지 말라고 하는 사회에 가장 맞서고 싶으시다고.

 

뭔가 가슴이 아프면서도, 저도 같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에 맘이 참 씁쓸하기도 하고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말로 할 수 없지만 말로 해야 바뀔 수 있는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더 말하고 좋은 글을 써야겠다고 하시는 작가님들을 보며, 그 마음에 공감하는 많은 분들을 보며,

그래도 조금 더 좋은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북토크였어요.

 

여운이 길게 남는 북토크, 감사합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태준시인이 북토크를 시작하며 이제니 시인의 <코끼리 그늘로부터 잔디>라는 시를 말했다. 미안합니다를 두 번, 괜찮습니다를 두 번 말한다는 이 시. 후기를 쓰려다가 이 시를 먼저 찾아보았다. 시 전문을 구할 순 없었고 트위터에 누군가 올려놓은 시 한 토막만 겨우 찾았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속으로 속으로 혼잣말을 하면서 나아갔다가 되돌아갔다가 코끼리는 간다 (코끼리 그늘로부터 잔디, 이제니)

 

김훈작가의 미안합니다를 한 번, 김연수작가의 미안합니다를 한 번. 그들 각자의 괜찮습니다를 한 번, 괜찮습니다를 한 번 더. 두 사람의 미안합니다와 괜찮습니다 사이를 나아갔다가 되돌아갔다가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 말들은 북토크의 어느 언저리를 낮게 맴돌았다. 그리하여 북토크의 어느 순간 김훈 작가의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어느 순간 튀어나왔던 청춘이라는 말들이 이제니의 시와 함께 왠지 모르게 공명하였다.

 

문태준시인은 코끼리의 몸집을 시간의 몸집에 비유했었던가? 비좁은 회사에서 이제니시인의 이 시를 읽었다는 문태준시인.  코끼리라는 시간의 거대한 몸집이 그의 좁은 사무실을 얼마나 크게 부풀어 오르게 만들었을까? 그는 우리의 시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의 시간이라는 코끼리라는 시의 말로 문을 연 북토크. 기다리고 기다리던 김훈, 김연수 작가들과의 만남, 게다가 서프라이즈 선물같은 문태준시인이라니. 덕분에 모처럼 코끼리처럼 묵직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노란색 스카프를 두른 모습이 예전 어느 사진 속 프랑소와 트뤼포를 문득 연상시키던 김훈 작가. 작가님은 요즘 선감도에 계셨단다. 아득한 갯벌이 보이는 그곳의 방에는 한 권의 책도 놓지 않았다고 한다. 오직 있는 것이라곤 책상, 원고지, 연필, 그리고 냉장고 안 감자, 우유, 소금, 옥수수 같은 오로지 연명을 위한 기초식품들만. 

 

책을 왜 놓지 않는지 누군가 질문하자 작가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책을 놓고 일하면 정신이 산란해진다, 책이 유령처럼 머릿속을 얼씬거린다, .  

 

그리고 사전도 있단다. 사전은 책이라고 하기 보다는 연장으로써 구비하고 있다고 한다. 가지고 있는 국어사전, 한문사전, 영어사전이라는 은유로서의 연장 이외에도 진짜 연장들인 립빠, 망치, 뻰치, 도라이바(드라이버 아니다, ‘도라이바)를 아끼신다는 작가. 문태준 시인이 립빠, 뻰치라는 말에 쿠사리를 주기도. (쿠사리도대체 적당한 대체어가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는다ㅎㅎ;) 

 

하루에 3시간을 집필하면 그 외의 시간들은 혼자 노신단다. , 밀물 때의 먼 바다를 향해 날아가는 새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철새는 어떻게 그룹을 만드는지, 도착할 때의 그룹구성원이 출발할 때의 구성원들과는 다를지 같을 지도 궁금해 한다고 했다. 조류학자에게도 물어보기도 한단다. 그런데 조류학자도 모른다고 할 때가 많다고. 때로는 농부들을 지켜보기도 한다. 늙은 부부 농부가 살고 있는데 하루 종일 말도 없이 따로 앉아 밭일을 한단다. 그걸 지켜보며 저 관계에는 말이란 게 필요 없는 것이로구나 그걸 깨달았다고 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언어로 표현할 필요가 없는 관계라는 것을.

 

자신이 쓴 글을 다시 보는 건 너무 지겨운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자전거여행도 다시 펼쳐보지 못한다는 김훈작가. 자기 자신을 정직하게 노출시켜야 하는 이러한 에세이는 이제 다시는 못쓸 것 같다고 말했다(맞지요?). 에세이를 얘기하다 어느덧 소설쓰기의 어려움을 얘기하였다. 그러면서, 소설은 이렇게 쓰면 안되다는 것을 잘 써놓았기는 했지만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는지는 써놓지 않았다는 책이 바로 김연수작가의 이번 책이라며 기습적인 책소개까지^^

 

김연수작가는 <소설가의 일>이라는 새로 나온 자신의 책을, 소설 쓰는 작가들에게는 차마 주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 권도 주지 않았는데결국 대선배인 김훈작가가 읽고야 마는 대참사가 일어나고 말았다고.

 

김연수작가는 나는 가벼운 사람! 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우스개를 하기 힘들지만 에세이는 재밌게 쓸 수가 있다고 한다. 소설 쓰는 일을 이야기하는데 진지하게 쓰면 혹시나 오글거릴까봐 일부러 더 우습게 일부러 더 가볍게? ㅋ 우습고 가벼운 건 어쩌면 김연수작가가의 궁극의 꿈이 아닐까. 소설가의 일 118쪽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무라까미 하루끼가 63세에 쓴 에세이들을 이야기하며,

 

지바 현에서 굿럭이라는 이름의 러브호텔을 보았습니다. 애쓰십시오.” , 이분도 내가 너무나 꿈꾸는 노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내 소원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농담을 잘하는 노인이 되는 일이 됐다.

 

(, 작가님 농담 너무 재밌으세요^^ 소원을 이루셨습니다. 노인이 되지 않으셨는데도 이미 너무 웃기고 재미나시니 조금 걱정도 되요. 앞으로 작가님의 책을 읽을 때는 꼭 배꼽을 부여잡고 읽도록 하겠습니다!)

 

문태준시인은 김연수작가가 책에서 스스로를 황희 정승 스타일이라고 한 부분을 인용하며 (오빤 정승 스타일) 그렇다면 김훈작가는 과연 어떤 스타일의 작가인지 물었더니 김연수작가는 다윈이라고 대답했다. (김훈선생님은 다윈 스타일) 왜냐하면 다윈이 그랬듯, 김훈작가 또한 동물의 세상과 인간의 세상을 구분 지어 바라보지 않으므로. 김연수작가는 김훈작가를 보면 생물학자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아니다 다를까 김훈작가는 김연수작가가 다윈을 얘기해서 깜짝 놀랐다는 말과 함께 (김훈작가는 자신에 대한 김연수 작가의 평가가 맞다고 했다) 그때부터 다윈과 비글호, 피츠로이선장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어제 읽은 책을 얘기하듯 들려주기 시작했다.

 

비글호는 27미터의 범선이었다. 21살의 지질학자였던 다윈은 이 배를 타고 5년 동안 피츠로이 선장과 함께 세계를 항해했다. 출항일은 그야말로 청춘은 아름다워’. 청춘의 출항이 결국 인류의 역사를 뒤집어놓았다. 그야말로 청춘은 위대한 것! 김훈작가는 자신이 신뢰하는 것이 바로 다윈이 하는 일 같은 것이라 했다. 사실을 바탕으로 기록하는 것. 그래서 김훈작가는 실록과 연구보고서, 현장 보고서를 좋아한다고 한다.

 

예전에 문태준 시인이 김연수 작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소설을 한번 써볼까?

 

그랬더니 김연수 작가의 대답은,

 

힘들다. 쓰지 마라. (소설은) 글자수가 많다.

 

<소설가의 일>을 읽고 문태준시인이 행여나 소설을 쓸까봐 김연수작가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을 읽고 그대로 바로 따라 한다고 해서 바로 소설이 될 리는 만무하므로. 소설가가 되는 길이란 쓰고 또 쓰고 또 또 쓰는 것이라고 고통스럽게 강조하는 김연수 작가의 말에 김훈선생이 동종업계 사람으로써 그의 고통에 심히 공감하였다.  말하자면 이 책은 소설쓰기의 영업기밀을 직접 말하지는 않으나 마음으로 전하는 책. 쓰고 또 쓰고  쓰고 또 또 써야 한다는 그러한 영업기밀... 그것을 말로 간략히 표현해보자면 무진장 써야 한다!’. 쓴다는 것은 고통의 체험이었다.  왜 이런 영업 기밀-쓰기의 고통을 책에 쓰지 않았느냐는 말에 작가는 이렇게 대답했다.

 

힘들다는 얘기는 굳이 안 써도 될 거 같아서요ㅎㅎ

 

소설가는 쓰고 또 쓴다면 시인은 쓴다, 떠난다라는 믿을 수 없는 창작의 비밀을 문태준시인은 털어놓고 말았는데…(이건 왠지 안 믿고 싶어요)

김훈작가는 하루에 원고지 5장을 쓰기로 하고 있다고 한다. 김훈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규율이란다. 규율을 상실하게 될까 두렵다. 왜냐 규율을 잃어버리면 건달이나 매한가지. 스스로를 단속하기 위해 이러한 규율을 정해놓았다는 김훈작가는 자율에 도달하기 어려운 고충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북토크의 마지막에 이르러 세월호를 이야기하였다.

 

팽목항의 그분들을 특별한 재난을 당한 소수자로 만들어서 문제를 빠져나가려고 하는 행태들을 비난하였다. 세월호참사는 이 세상을 무엇이 지배하는지 보여주는 사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다름아닌 바로 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사건이며 그 질서를 벗어나게 되면 어떤 참극을 맞게 되는 지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했다.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찬반양론으로 나누는 행태를 비탄하였다. 찬과 반이 서로를 증오하게 되자 원래의 문제는 정작 사그러들고 만 남았다.

 

모두가 공감을 느끼던 사건이었다. 그런데 남의 슬픔이 지겹다라고 말까지 나왔다. 도대체 어떻게? 이곳은 공감을 금지하는 사회, 약자에게 동조하지 말라고 유도하는 사회이다. 여기에 맞서고 싶다. 측은지심은 인간 고유의 자질이다. 그런데 이것을 가지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이 곳. 커다란 분노를 느낀다.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귀 기울여 들었지만 제대로 옮겨쓰기는 힘들었다. 단어 하나 잘못 받아 쓰면 작가 두 분은 물론 세월호의 그 분들에게까지 누를 끼칠까 걱정이 들었다. 최대한 조심해서 두 분의 이야기를 옮기려고 했는데 잘 옮긴 건지는 모르겠다.

 

북토크의 마지막에는 독자들이 인상적인 질문들을 많이 던져주었다. 김훈 선생님의 디테일과 김연수 작가님의 핍진성에 대해 심층 복습할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글을 쓰는 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디테일이라는 김훈작가의 강조. 그 디테일들 안에서 취사 선택한 후 그것들을 논리적으로 배열해야 한다고 했다. 관념과 추상에 빠져 수사를 남발하는 것은 좋은 글이 아니다라는 작가님 말씀! ^^ 질문자들의 질문과 답들을 내가 전하는 건 왠지 나의 몫이 아닐 것 같기에 패스하자. 간략하게 전하자면예전에 김훈 선생님을 글을 편집하기도 했다는 분은 김훈 선생님의 글 쓰는 프로세스를 물으셨고(말하자면 영업비밀을!), 글 쓰는 내공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게다가 소설도 쓰고 있다는 분이 했던 나약함에 대한 질문도 좋았다. 작가님들의 답들도 좋았다. 일주일에 4편의 꽁트를 쓰고 있다는 소설가 지망생인 16살 소녀독자님의 질문도 좋았다. 글쓰기에 회의감이 든다는 소녀독자님의 질문에 대한 김연수작가의 답이 인상적이었으므로 조금 옮겨볼까?   

 

4편은 너무 많아요. 그러니 회의감이 들 수 밖에. 좀 쉬세요. 작가들은 하루에 3매 쓰고 5매 쓰잖아요

 

인생에는 다른 기회, 다른 문도 열릴 거라는 걸 알고 계세요. 마음을 닫아두지 말고, 자기 앞에 다가오는 모든 것을 해보려고 노력해보세요.

 

삶에 대한 어떤 질문도 있었고 김훈 작가는 이런 답을 해주었다. 인생에 도움을 줄만한 답변을 작가는 준비해놓고 있지 않다. 작가는 실용적 질문에는 무력한 인간이다. 통속적인 대답을 해주겠다. 사람은 밥벌이를 해야 한다. 건전하고 자신의 꿈에 맞는 일을 찾도록 해야 한다. 현실적인 조언이나 답변은 해 줄 수 없다. 김훈작가는 답변의 끝에 죄송합니다라는 사과를 덧붙였다. 그때 갑자기 절실하게 김훈작가의 책들을 읽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글들을 아구아구 읽어 먹어삼키고 싶던 순간!

 

마지막으로 김연수 작가님의 어느 답변 하나. 평생 절대 물리지 않는 빵은? 바로 소보로빵. 소보로빵에 대한 오해를 하나 깨고 싶다. 소보로빵은 절대 빵찌꺼기를 모아 만드는 빵이 아니다! 절대 오해하지 말아달라. 그리고 오해 하나 더. 빵집 아들이라고 해서 맘껏 빵을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지막 말에 왠지 인생의 진리가 숨겨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빵집 아들도 맘껏 빵을 먹을 수는 없다. 그런 게 인생. 혹은 그런 게 바로 글쓰기..? ^^

 

북토크의 맨 처음에 문태준시인이 시간을 얘기했었다. ‘시간하니 생각나는 게 또 있다. 김연수 작가가 얘기해 준 시간’. <소설가의 일> 14쪽에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렇게 나는 소설가가 됐다. 소설가의 방식으로 시간을 경험하면서. (…) 결국 비밀은 시간을 어떻게 경험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그들의 이야기로 시간을 경험하며, 그렇게 나는 다시 독자가 되었다. 북토크의 시간은 코끼리처럼 몸집 큰 시간이었다. 묵직하고 은근하게 도장 찍듯 걷던 그 시간의 발걸음! 김훈, 김연수, 문태준. 세 분께 다시 한번 더 감사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라딘 이벤트 응모 당첨으로 오랜만에 파주 출판단지 내 사계절 출판사에 다녀왔다.

 

<한글세대가 본 논어>로 익히 알았지만 배병삼 교수님의 강의는 처음이었다.

3시간 동안 쉼 없이 열강하신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강의 내내 2천 5백년 전의 공자와 현세대를 아우르는 그 넓이와 깊이에 폭 빠져 버렸다.

 

호학(好學)

어미가 자녀를 품에 안듯 배우기를 기뻐하라!

 

충성, 인, 추상...

 

각각의 개념 속에 숨겨진 깊은 뜻을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었기에 마음 속에 깊이 새기게 되었습니다.

 

배우기를 즐거워하는 오늘을 살아

한 해 내내 국상 중인 이 나라의 희망을

사람다움을 알려주는 논어 속에서 찾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배 교수님

그리고 사계절출판사와 알라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十二國記 - 그림자의 바다 달의 그림자

 

  흔하디흔한 판타지 소설책을 읽는 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책을 접하였다. 처음에는 역시나~”하면서 읽었지만, 뒤로 갈수록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말은 사회적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먼저 이 책을 일본-허해-십이국이라는 큰 틀을 놓고 주인공과 주인공의 갈등, 주인공과 주변인물간의 갈등의 시선으로 책을 보았다.

 

   현실에서 부모의 말을 듣고, 부모의 뜻대로 살아가는 주인공 요코’, 그녀의 인생은 케이지라는 한 남자의 등장으로 변하게 된다. 그에 의해 십이국으로 가게 된 그녀. 하지만 그녀는 한 사건에 의해    그와 떨어지게 되고, 평범한 학생으로 살던 주인공은 해객이라는 환영받지 못 하는 철저한 이방인이 된다. 이방인이라는 외로움에 요마라 불리는 괴물들에게 습격을 받는, 심리적 외로움과 생명의 위협이라는 상황, 그리고 머물 곳, 먹을 것 없는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그 안에서 친절히 그녀를 챙겨주는 닷키’, 또 여관에서 만난 그녀와 같은 해객 할아버지하지만 그녀는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속임에 당한다.

 

   여기서 수의도(주인공의 검)에서 현실(일본)의 모습이 투영되고, 그 검집에 깃들어 있는 푸른 원숭이의 의해 주인공의 약화된 심리를 극단적으로 공격한다. 이 안에서 벌어지는 주인공의 내적 갈등, 그리고 잘 살았다 생각하지만 없어진 그녀에 대해 평가하는 친구와 부모, 그를 통해 나타나는 본인의 처세에 대한  판단이 잘 그려진다.

더 이상 사람을 믿지 않고 불신하게 된 요코’. 그리고 후반부에 갈수록 상반된 모습을 보여 다시금 희망을 갖게 되는 요코’. 여기까지가 이번 편의 내용이다.

(주관적인 본인의 생각에 따른 내용정리임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작가는 허해라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매개체를 통해 주인공의 심리를 압박하고, 밤마다 찾아와 그 약해진 심리를 공격하는 푸른 원숭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판타지적 소재아래 현대인의 모습을 잘 그려주는 듯하다.

항상 타인에 맞춰 사는 주인공. , 착한아이 콤플렉스에 대한 모습과 비판.

또한,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가 정이니 사랑이니 하는 것이 아닌, 신분(학생, 자식, 부모, 선생 등)에 따른 우리의 정형화 된 모습 등을 꼬집어 준다.

 

   솔직히 1권에서는 작품에 대한 이해와 몰입보다는 주인공 자신에 대한 갈등이 주를 이루어 디테일 하게 설명하다보니 조금은 진부하고 지루한 스토리인 듯하다. 하지만 후반부에 있는 사건의 전개, 그 전개가 주인공의 수많은 심경변화를 통해 일어났기에 후에 나올 책에서 나타날 사건의 전개, 주인공의 활약에 대하여 마지막에 있어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는 듯하여 마지막에 갈수록 다음 권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