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원할 자유 - 현대의학에 빼앗긴 죽을 권리를 찾아서
케이티 버틀러 지음, 전미영 옮김 / 명랑한지성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요즘 내가 겪은 모든 문제들에 대한 답은 수용이다. 내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은 어떤 사람, 장소, 일 또는 상황(내 인생의 한 단면)을 내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사람, 장소, 일 또는 상황은 그 순간에 정해진 방식대로 일어난 것이라는 사실을 수용해야만 평온을 찾을 수 있다. 어떤 일도, 신이 창조한 이 세상에서는 어떤 일도 결코 실수로 일어나지 않는다.

 

케이티 버틀러는 심박조율기를 달고 연명하는 아버지를 간호하는 어머니와 갈등을 겪는다. 남동생 조너선에게 전화를 걸어 험담을 늘어놓자 동생은 미국 알코올중독방지회에서 발행한 책자의 한 문단을 크게 읽어준다.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왜 나는 이런 생각을 할까, 라고 생각해도 자신이 겪어야 하는 일을 과거로 돌이킬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수용은 아무나 도달할 수 있는 삶의 경지가 아니다. 부처님도 힘들다는 관용과 수용의 자세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사람들은 실천하며 살고 있을까.

 

책장을 뒤적여 일단 죽음에 관한 책들을 뒤적인다. 직접 죽음을 다룬 책들이다.

 

1. 철학 : 죽음이란 무엇인가(셸리 케이건)

2. 철학 : 죽어가는 자의 고독(로베르트)

3. 의학 : 우리는 어떻게 죽고 싶은가(미하엘 데 리더)

4. 에세이 :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데이비드 실즈)

5. 문화 : 임사체험(다치바나 다카시)

6. 인문 : 죽음, 또 하나의 세계(최준식)

7. 인문 :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김열규)

 

책 모임을 통해 읽게 될 책은,

 

1. 문학 : 이반 일리치의 죽음(레프 톨스토이)

2. 사회 : 자살론(에밀 뒤르켐)

3. 철학 : 죽음에 이르는 병(키에르케고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책을 한 권 더 읽어볼 생각이다.

 

미국은 세계적인 의료 선진국이다.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메치니코프요구르트를 마시는 대신 각종 첨단 의료기기에 기대 집중치료실에서 발버둥치는 생의 마지막 장면은 비참하다. 이 책은 아버지의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심박조절기에 의존한 후 치매에 걸려 여든 다섯에 심박조절기를 끌 때까지의 기록이다. 간병에 지쳐 어머니의 남은 생은 피폐해졌고 경제적으로도 무너졌다. 이 책의 저자인 딸 케이티 버틀러 또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을 위해 빠른 죽음을 선택하라고 주장하는 책은 절대 아니다. 현대 의학이 우리의 품위있는 죽음을 어떻게 방해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무병장수의 꿈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그러나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없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순간, 죽어야 하는 사람도 그 가족과 친지도 함께 불행해진다. 죽음을 터부시하는 동양의 오랜 전통으로 인해 우리는 서양보다 더 큰 죽음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삶은 죽음을 전제로 시작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훌륭한 안내자가 된다.

 

케이티의 아버지 제프리 어니스트 버틀러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한쪽 팔을 잃고 미국으로 이주한 후 웨슬리안 대학의 교수가 된다. 미국의 평범한 중산층이었지만 그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종교와 문화에 따라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방법이 다르다. ‘시작을 전제로 한다. 유한한 삶에 경배할 수 있어야 하루가 소중하다. 우리는 마지막이 언제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 아니라 내일은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미래다. 삶의 예측 불가능성이야말로 순간을 소중하게 사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뇌종양 진단을 받은 마틴과 골수암 말기의 루디는 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한 번도 바다를 보지 못한 루디를 위해 어마어마한 돈이 실린 악당의 차인줄도 모르고 두 사람은 스포츠카를 훔쳐 타고 달린다. 어차피 미래가 없는 둘은 바다를 향해 질주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천국을 노크(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1997)하러 떠난 게 아닐까.

 

현실 같은 영화보다, 영화 같은 현실은 매일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케이티 버틀러의 구구절절한 이야기와 부모와의 시시콜콜한 추억담까지 곁들여져 380여 페이지나 되지만 저자의 주장은 명료하다. 현대의학에게 빼앗긴 죽을 수 있는 권리를 돌려 달라, 좋은 죽음이 무엇인지 고민하라, 어떻게 죽을 것인지 준비하라.

 

살아있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물론 의학적 관점에서가 아닌 방법으로. 소설가 김연수는 하루키처럼 달린다. 지지 않는다는 말은 그가 살아있다는 외침에 불과하다. 그가 누구든 사생활과 개인적인 취향에 관심이 없는 독서 취향상 이 책은 지루하다. 소설가의 경험과 사물을 낯설게 바라보는 방식, 사람을 대하는 태도, 살아가는 자세를 통해 배울 게 없다는 뜻이 아니다. 산문집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시켜야하는 이론서가 아니다. 하지만 주관적 감상과 판단이 궁금하지 않은 사람에겐 무용지물이다. 다만, 걷고 달리면서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지 않는다 말은 이겼다는 말과 다르다. 비교 대상이 없다면, 승부를 걸지 않는다면 질 수 없다. 지지 않는다는 말은 꼭 이겨야겠다는 말이 아니다. 성공이라늘 말과는 더욱 거리가 멀다. 김연수가 달리기를 통해 터득한 깨달음처럼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깨달음이 내 인생을 바꿨다.’ 환호하는 사람이 없어도 좋다. 인생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도 한참이 걸린다. 승자독식 시대, 성공에 대한 집착과 욕망, 자기계발에 대한 환상은 우리를 지치게 만들고 지게 만든다. 자기 속도에 맞춰 결승점이 아니라 지금 달리고 있는 이 순간에 내 뺨을 스치는 바람과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눈부신 햇살을 한 번쯤 올려다 보면 세상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은 절대로 지지 않는다. 누구도 지지 않아야 한다. 아무도 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기는 사람이 생기겠는가. 스스로 이겼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사실은 졌다.

 

 

15-0104-001~0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손가락에 힘을 빼고, 어깨를 내려놓고, 먼데 시선을 두고, 살아온 시간을 뒤로 하고, 앞날에 대한 희망 따위를 버리고, 인간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고, 언제든 사라질 준비를 하고, 오늘이 늘 내 생의 마지막 날로 생각하며 소중하게 숨 쉴 테다.

 

이제, 끝이 시작이며 끝이 시작인 날들의 첫, 날이다. 나의 심장은 왼쪽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두근거리도록 그냥 내버려둘 테다.

 

여기, 지금, 내가 있다. 그리고 곧 흔적조차 남기지 않을 테다.

 

Adieu 2014, 내 남은 생이여.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 가장 먼 길이었습니다, 3.0이 시작된다.​

 

 

* 펴낸 책

2011 개정교육과정, 창비 문학교과서출간

5. 26 고전은 나의 힘(철학, 역사, 사회 3) 출간

12. 23 국어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출간

 

* 강의 ​

1. 11 인천 짱뚱이 도서관 강의

1. 25 인천 짱뚱이 도서관 강의

2. 4 수원 율천고 도서관 강의

2. 6 여주고등학교 학부모 연수 강의

5. 8 서울 해성여자고등학교 강의

6. 28 수원 삼일상업고등학교 교사 nttp 연수 강의

7. 9 서울 해성 국제컨벤션고 강의

7. 12 안산 강서고등학교 교사 nttp 연수 강의

7. 18 경북 영주 영광여자고등학교 강의

7. 28 서울 독서교육지원센터 강의

8. 4 경남 국어과 1정 연수 강의

8. 16 한겨레신문사 대입 설명회 강의

8. 29 서울 개포고등학교 영재교육센터 강의

8. 30 서울 용산도서관 강의

9. 20 과학 창의재단 강의

10. 2 분당 중앙고등학교 강의

10. 10 동수원중학교 독서캠프 강의

10. 16 서울 대명중학교 교사 연수 강의

10. 21 서울 배화여고 독서캠프 강의

11. 27 서울 남산도서관 고전 강의

11. 29 전국 토론교육 컨퍼런스

===========================================================================================================================

2014년 행복한 책읽기(일자별)

 

1. 남자, 외롭다, 토머스 조이너, 김재성 옮김, 황소자리, 2013

2. 삶을 위한 철학수업, 이진경, 문학동네, 2013

3. 감정독재,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13

4.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가지 플롯, 로널드 B. 토비아스, 김석만 옮김, 풀빛, 2007

5. 사회학적 상상력, C. 라이트 밀즈, 강희경 역, 돌베개, 2004

6. 자유로서의 발전, 아마티아 센, 김원기 역, 갈라파고스, 2013

7. 세상물정의 사회학, 노명우, 사계절, 2013

8. 얘들아 그래도 사랑한다, 살림, 박용호, 2013

9. 우리 아이들은 안녕하십니까?, 현병호, 양철북, 2013

10. 독서독인, 박홍규, 인물과사상사, 2014

11.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 이사벨라 버드 비숍, 이인화, 1994

12. 사진관집 이층, 신경림, 창비, 2014

13. 심플러, 캐스 선스타인, 장경덕 역, 21세기북스, 2013

14. 우정 지속의 법칙, 설흔, 창비, 2014

15. 야만의 거리, 김소연, 창비, 2014

16. 아파트 공화국, 발레리 줄레조, 길혜연 옮김, 후마니타스, 2007

17. 아파트 한국사회, 박인석, 현암사, 2013

18. 아파트 게임, 박해천, 휴머니스트, 2013

19. 무지한 스승, 자크 랑시에르, 양창렬 옮김, 궁리, 2008

20. 도래하는 공동체, 조르조 아감벤, 이경진 옮김, 꾸리에, 2014

21. 죽은 올빼미 농장, 백민석, 작가정신, 2003

22. 단속사회, 엄기호, 창비, 2014

23. 표백, 장강명, 한겨레출판, 2011

24. 잘자라, 기도하는 그 손을, 사사키 아타루, 송태욱 옮김, 자음과모음, 2012

25. 언더그라운드 니체, 고병권, 천년의 상상, 2014

26. 마르크스씨,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죠?, 이남석, , 2014

27. 랩으로 인문학하기, 박하재홍, , 2012

28. 생각의 한계, 로버트 버트, 김미선 옮김, 더좋은책, 2014

29. 정의가 곧 법이라는 그럴듯한 착각, 스티븐 러벳, 조은경 옮김, 나무의철학, 2013

30. 투명사회, 한병철, 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4

31. 고래와 수증기, 김경주, 문학과지성사, 2014

32. 빨간도시, 서현, 효형출판, 2014

33. 3신분이란 무엇인가, E.J. 시에예스, 박인수 옮김, 2013

34. 서가의 연인들, 박수현, 자음과모음, 2013

35. 사랑수업, 박홍규, 추수밭, 2014

36.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 이강룡, 살림, 1989

37. 사랑할 때와 죽을 때, 황학주, 창비, 2014

38.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안토니오 알타리바 글, 킴 그림, 길찾기, 2013

39.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로랑 베그, 이세진 옮김, 부키, 2013

40. 계몽의 시대, 고미숙, 북드라망, 2014

41~58. 살림청소년문학상 예심 18

59~60. 살림청소년문학상 본심 2

61.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은희경, 문학동네, 2014

62.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장 폴 사르트르, 박정태 옮김, 이학사, 2008

63.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 일상생활의 구조 , 페르낭 브로델, 주경철 옮김, 까치, 1995

64. 눈먼 시계공, 리처드 도킨스, 사이언스북스, 2004

65.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 일상생활의 구조 페르낭 브로델, 주경철 옮김, 까치, 1995

66.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 교환의 세계 , 페르낭 브로델, 주경철 옮김, 까치, 1996

67. 세속의 철학자들, 로버트 L. 하일브로너, 장상환 옮김, 이마고, 2008

68. 인간의 모든 동기, 최현석, 서해문집, 2014

69.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2 교환의 세계 , 페르낭 브로델, 주경철 옮김, 까치, 1996

70. 화폐 전쟁, 쑹훙빙, 차혜정 옮김, RHK, 2008

71. 유한계급론, 소스타인 베블런, 김성균 옮김, 우물이 있는 집, 2012

72. 차가운 사탕들, 이영주, 문학과지성사, 2014

73.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 세계의 시간 , 페르낭 브로델, 주경철 옮김, 까치, 1997

74.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2 세계의 시간 , 페르낭 브로델, 주경철 옮김, 까치, 1997

75. 그림 속 경제학, 문소영, 이다미디어, 2014

76. 투명인간, 성석제, 창비, 2014

77. 갈릴레오의 두 우주 체계에 관한 대화, 오철우, 사계절, 2009

78. 철학의 원리, 르네 데카르트, 원석영 옮김, 아카넷, 2002

79. 학문의 진보, 프랜시스 베이컨, 이종흡 옮김, 아카넷, 2002

80. 꿈의 해석, 지그문트 프로이트, 김인순 옮김, 열린책들, 203

81. 운명, 임레 케르테스, 박종대 옮/모명숙 옮김, 다른우리, 2004

82. 예술과 그 가치, 매튜 키이란, 이해완 옮김, 북코리아, 2010

83. 예술가란 무엇인가, 베레나 크리거, 조이한/김정근 옮김, 휴머니스트, 2010

84. 다른 방식으로 보기, 존 버거, 최민 옮김, 열화당, 2012

85.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미셀 푸코, 김현 역, 고려대학교출판부, 2010

86. 나는 고흐의 자연을 다시 본다, 앙토냉 아르토, 조동신 역, 도서출판 숲, 2003

87. 인간을 위한 디자인, 빅터 파파넥, 현용순/조재경 역, 미진사, 2009

88. 개구리, 모옌, 심규호, 유소영 옮김, 민음사, 2012

89. , , , 재레드 다이아몬드,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사, 2005

90. 가이아, 제임스 러브록, 홍욱희 옮김, 2004

91. 백 년 동안의 고독, G 마르케스, 안정효 옮김, 2005

92. 시간의 지도, 데이비드 크리스천, 이근영 옮김, 심산출판사, 2013

93. 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이창희 옮김, 세종연구원, 2014

94. 차가운 사탕들, 이영주, 문학과지성사, 2014

95. 젊은 예술가의 초상, 제임스 조이스, 이상옥 옮김, 민음사, 2013

96. 서양 미술사, E. H. 곰브리치, 백승길/이종숭 옮김, 예경, 2003

97. 여성, 미술, 사회, 휘트니 채트윅, 김이순 옮김, 시공사, 2006

98. 추의 미학, 카를 로젠크란츠, 조경식 옮김, 나남, 2008

99. 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마음산책, 2014

100. , 프란츠 카프카, 배수아 옮김, 워크룸프레스, 2014

101.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김근, 문학과지성사, 2014

102. 피아노 치는 여자, 엘프리데 옐리네크, 이병애 옮김, 문학동네, 2009(개정판)

103. 싸가지 없는 진보,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14

104.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돌베개, 2014

105. 김규항의 좌판, 김규항, 알마, 2014

106.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이반 일리치, 허택 옮김, 느린걸음

107. 미학 산책, 창홍, 정유희 옮김, 시그마북스, 2010

108. 지금 여기가 맨 앞, 이문재, 문학동네, 2014

109. 정희진처럼 읽기, 정희진, 교양인, 2014

110. 봉인된 시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김창우 옮김, 분도출판사, 1991

111.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칸딘스키, 권영필 옮김, 열화당, 2000

112. 건축을 향하여, 르 코르뷔지에, 이관석 옮김, 동녘, 2007

113. 구수한 큰맛, 고유섭, 진홍섭 엮음, 다ᄒᆞᆯ미디어, 2005

114. 착한 애인은 없다네, 이창기, 창비, 2014

115.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김명남 옮김, 문학동네, 2010

116. 죽어가는 자의 고독,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김수정 옮김, 문학동네, 2012

117. 예술과 기술, 루이스 멈퍼드, 박홍규 옮김, 텍스트, 2011

118. 음악적 아름다움에 대하여, 에두아르트 한슬리크, 이미경 옮김, 책세상, 2004

119. 우리 친구 맞아?, 이남석, 창비, 2014

120. 내 친구를 찾습니다, 몸문화연구소, 2014, 양철북

121. 후회할거야, 강신주 외, 우리학교, 2014

122. 생쥐와 인간, 존 스타인벡, 정영목 옮김, 비룡소, 2009

123~125. 달려라 논리 1~3, 탁석산, 창비, 2014

126.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손택수, 창비, 2014

127. 인간에 대한 오해, 스티븐 제이 굴드, 김동광 옮김, 사회평론, 2003

128.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최지향 옮김, 청림출판, 2011

129. 불편하면 따져봐, 최훈, 창비, 2014

130. 자유란 무엇인가, 박홍규, 문학동네, 2014

131.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이제니, 문학과지상사, 2014 

 

 

2014 행복한 책읽기(분야별)

    

. 문학 - 43

 

[] - 9

1. 사진관집 이층, 신경림, 창비, 2014

2. 고래와 수증기, 김경주, 문학과지성사, 2014

3. 사랑할 때와 죽을 때, 황학주, 창비, 2014

4. 차가운 사탕들, 이영주, 문학과지성사, 2014

5.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김근, 문학과지성사, 2014

6. 지금 여기가 맨 앞, 이문재, 문학동네, 2014

7. 착한 애인은 없다네, 이창기, 창비, 2014

8.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손택수, 창비, 2014

9.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이제니, 문학과지상사, 2014

 

[소설] - 31

1. 야만의 거리, 김소연, 창비, 2014

2. 죽은 올빼미 농장, 백민석, 작가정신, 2003

3. 표백, 장강명, 한겨레출판, 2011

4~21. 살림청소년문학상 예심 18

22.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은희경, 문학동네, 2014

23~24. 살림청소년문학상 본심 2

25. 투명인간, 성석제, 창비, 2014

26. 운명, 임레 케르테스, 박종대 옮/모명숙 옮김, 다른우리, 2004

27. 개구리, 모옌, 심규호, 유소영 옮김, 민음사, 2012

28. 백 년 동안의 고독, G 마르케스, 안정효 옮김, 2005

29. 젊은 예술가의 초상, 제임스 조이스, 이상옥 옮김, 민음사, 2013

30. 피아노 치는 여자, 엘프리데 옐리네크, 이병애 옮김, 문학동네, 2009(개정판)

31. 생쥐와 인간, 존 스타인벡, 정영목 옮김, 비룡소, 2009

 

[기타] - 3

1. 서가의 연인들, 박수현, 자음과모음, 2013

2. 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마음산책, 2014

3. , 프란츠 카프카, 배수아 옮김, 워크룸프레스, 2014

 

 

. 인문사회 - 52

 

[철학] - 5

1. 언더그라운드 니체, 고병권, 천년의 상상, 2014

2. 마르크스씨,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죠?, 이남석, , 2014

3.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장 폴 사르트르, 박정태 옮김, 이학사, 2008

4. 철학의 원리, 르네 데카르트, 원석영 옮김, 아카넷, 2002

5. 학문의 진보, 프랜시스 베이컨, 이종흡 옮김, 아카넷, 2002

 

[역사] - 8

1.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 이사벨라 버드 비숍, 이인화, 1994

2.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 일상생활의 구조 , 페르낭 브로델, 주경철 옮김, 까치, 1995

3.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 일상생활의 구조 페르낭 브로델, 주경철 옮김, 까치, 1995

4.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 교환의 세계 , 페르낭 브로델, 주경철 옮김, 까치, 1996

5.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2 교환의 세계 , 페르낭 브로델, 주경철 옮김, 까치, 1996

6.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 세계의 시간 , 페르낭 브로델, 주경철 옮김, 까치, 1997

7.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2 세계의 시간 , 페르낭 브로델, 주경철 옮김, 까치, 1997

8.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돌베개, 2014

 

[인문] - 12

1. 삶을 위한 철학수업, 이진경, 문학동네, 2013

2. 독서독인, 박홍규, 인물과사상사, 2014

3.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사사키 아타루, 송태욱 옮김, 자음과모음, 2012

4. 랩으로 인문학하기, 박하재홍, , 2012

5. 정의가 곧 법이라는 그럴듯한 착각, 스티븐 러벳, 조은경 옮김, 나무의철학, 2013

6. 사랑수업, 박홍규, 추수밭, 2014

7. 계몽의 시대, 고미숙, 북드라망, 2014

8. , , , 재레드 다이아몬드,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사, 2005

9.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이반 일리치, 허택 옮김, 느린걸음

10.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김명남 옮김, 문학동네, 2010

11. 죽어가는 자의 고독,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김수정 옮김, 문학동네, 2012

12. 자유란 무엇인가, 박홍규, 문학동네, 2014

 

[사회] - 16

1. 감정독재,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13

2. 사회학적 상상력, C. 라이트 밀즈, 강희경 역, 돌베개, 2004

3. 자유로서의 발전, 아마티아 센, 김원기 역, 갈라파고스, 2013

4. 세상물정의 사회학, 노명우, 사계절, 2013

5. 아파트 공화국, 발레리 줄레조, 길혜연 옮김, 후마니타스, 2007

6. 아파트 한국사회, 박인석, 현암사, 2013

7. 아파트 게임, 박해천, 휴머니스트, 2013

8. 무지한 스승, 자크 랑시에르, 양창렬 옮김, 궁리, 2008

9. 도래하는 공동체, 조르조 아감벤, 이경진 옮김, 꾸리에, 2014

10. 단속사회, 엄기호, 창비, 2014

11. 투명사회, 한병철, 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4

12. 빨간도시, 서현, 효형출판, 2014

13. 3신분이란 무엇인가, E.J. 시에예스, 박인수 옮김, 2013

14. 싸가지 없는 진보,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14

15. 김규항의 좌판, 김규항, 알마, 2014

16.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이제니, 문학과지상사, 2014

 

[심리] - 5

1. 남자, 외롭다, 토머스 조이너, 김재성 옮김, 황소자리, 2013

2. 생각의 한계, 로버트 버트, 김미선 옮김, 더좋은책, 2014

3.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로랑 베그, 이세진 옮김, 부키, 2013

4. 인간의 모든 동기, 최현석, 서해문집, 2014

5. 꿈의 해석, 지그문트 프로이트, 김인순 옮김, 열린책들, 203

 

[경제] - 6

1. 심플러, 캐스 선스타인, 장경덕 역, 21세기북스, 2013

2. 세속의 철학자들, 로버트 L. 하일브로너, 장상환 옮김, 이마고, 2008

3. 화폐 전쟁, 쑹훙빙, 차혜정 옮김, RHK, 2008

4. 유한계급론, 소스타인 베블런, 김성균 옮김, 우물이 있는 집, 2012

5. 그림 속 경제학, 문소영, 이다미디어, 2014

6.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최지향 옮김, 청림출판, 2011

 

 

. 자연과학 : 6

 

[과학] - 6

1. 눈먼 시계공, 리처드 도킨스, 사이언스북스, 2004

2. 갈릴레오의 두 우주 체계에 관한 대화, 오철우, 사계절, 2009

3. 가이아, 제임스 러브록, 홍욱희 옮김, 2004

4. 시간의 지도, 데이비드 크리스천, 이근영 옮김, 심산출판사, 2013

5. 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이창희 옮김, 세종연구원, 2014

6. 인간에 대한 오해, 스티븐 제이 굴드, 김동광 옮김, 사회평론, 2003

 

 

. 예술/기타 : 30

 

[예술] - 18

1.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가지 플롯, 로널드 B. 토비아스, 김석만 옮김, 풀빛, 2007

2. 예술과 그 가치, 매튜 키이란, 이해완 옮김, 북코리아, 2010

3. 예술가란 무엇인가, 베레나 크리거, 조이한/김정근 옮김, 휴머니스트, 2010

4. 다른 방식으로 보기, 존 버거, 최민 옮김, 열화당, 2012

5.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미셀 푸코, 김현 역, 고려대학교출판부, 2010

6. 나는 고흐의 자연을 다시 본다, 앙토냉 아르토, 조동신 역, 도서출판 숲, 2003

7. 인간을 위한 디자인, 빅터 파파넥, 현용순/조재경 역, 미진사, 2009

8. 젊은 예술가의 초상, 제임스 조이스, 이상옥 옮김, 민음사, 2013

9. 서양 미술사, E. H. 곰브리치, 백승길/이종숭 옮김, 예경, 2003

10. 여성, 미술, 사회, 휘트니 채트윅, 김이순 옮김, 시공사, 2006

11. 추의 미학, 카를 로젠크란츠, 조경식 옮김, 나남, 2008

12. 미학 산책, 창홍, 정유희 옮김, 시그마북스, 2010

13. 봉인된 시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김창우 옮김, 분도출판사, 1991

14.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칸딘스키, 권영필 옮김, 열화당, 2000

15. 건축을 향하여, 르 코르뷔지에, 이관석 옮김, 동녘, 2007

16. 구수한 큰맛, 고유섭, 진홍섭 엮음, 다ᄒᆞᆯ미디어, 2005

17. 예술과 기술, 루이스 멈퍼드, 박홍규 옮김, 텍스트, 2011

18. 음악적 아름다움에 대하여, 에두아르트 한슬리크, 이미경 옮김, 책세상, 2004

 

[인물] - 1

1.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안토니오 알타리바 글, 킴 그림, 길찾기, 2013

 

[교육] - 2

1. 얘들아 그래도 사랑한다, 살림, 박용호, 2013

2. 우리 아이들은 안녕하십니까?, 현병호, 양철북, 2013

 

[글쓰기] - 1

1.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 이강룡, 살림, 1989

 

[청소년] - 6

1. 우리 친구 맞아?, 이남석, 창비, 2014

2. 내 친구를 찾습니다, 몸문화연구소, 2014, 양철북

3. 후회할거야, 강신주 외, 우리학교, 2014

4~6. 달려라 논리 1~3, 탁석산, 창비, 2014

 

[에세이] - 2

1. 우정 지속의 법칙, 설흔, 창비, 2014

2. 정희진처럼 읽기, 정희진, 교양인, 2014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5-01-01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불편하면 따져봐 - 논리로 배우는 인권 이야기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최훈 지음 / 창비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이 불편하다. 아주 오래된 일이다. 8살쯤으로 기억하는 어느 여름, 아버지가 쳐놓은 모기장 안에 앉아 흑백TV 화면을 바라보며 처음 그랬을지도 모른다. 익숙해질만도 한데 여전히 불편하다. 계속 불편할 것 같다. 하지만 두렵지는 않다. 불편하게 살아와서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불편한 사람들은 대응 방식은 여러 가지다. 사춘기가 지나면서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나면 타인의 얼굴이 보인다.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되면서 그 불편함은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이 되고 타인의 말과 행동,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기도 하며 그 반대로 타인의 말과 행동과 생각을 보고(그것이 주변 사람이든 동시대 인물이든 역사적 인물이든 상관없이) 열등감을 하종강 선생님의 표현대로 부채감을 느끼기도 한다.

 

책 속에는 답이 없다. 다만 수많은 선언과 아포리즘만 난무할 뿐이다. 강준만은 싸가지 없는 진보에게 정치적 메시지를 던졌고 최훈은 장삼이사에게 불편하면 따져봐라고 충고한다. 책 머리에서 최훈은 우리 모두 따지스트가 되자고 부추긴다. ‘우리 모두 리얼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갖자는 체 게바라의 말을 패러디 했다. 그러나 따지스트가 되 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얼마나 피곤한 삶인지를. 그 대상이 개인이든 직장이든 사회든 국가든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잠시 숨을 고르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을 읽은 사람이 따지스트가 되었을 때 벌어질 개인적 고통과 기나긴 싸움의 시간을 누가 책임지겠는가.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삶의 태도와 방법의 문제다. 웃으면서 말하면 모른 척 눙치고 넘어가고 의도와 관계를 내세우며 침묵한다. 공동체에 대한 애정만 있다면 넘어갈 수 있다는 식이거나 그때그때 사람에 따라 기준과 잣대가 달라지면서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책은 불편하다. 너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불편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 저자는 우리 모두 따지스트가 되자고 할 수 있을까. 사는 게 불편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많은 이유 중에 하나가 책 때문이다. 책 속에서는 불편한 진실이 많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논리로 배우는 인권 이야기이다. 논리적으로 따지라고 충동질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어쩌면 악마의 유혹이다. 침묵하는 다수, 이해(利害) 계산, 사회적 관계, 성공의 욕망 등 세상을 살다보면 논리로 따져야 하는 일보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 손해가 되는지 따져야하는 순간이 더 많지 않은가.

 

완전한 세상은 없다. 완벽한 조직도 사람도 물론 없다. 그러나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기준과 조직은 문제가 생긴다. 아무리 작은 모임도 커다란 공동체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김두식이 불편해도 괜찮아라고 한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민주주의의 반대말이 공산주의가 아니라 독재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말해버리면 간단할까. 아니다, 여전히 불편할 것이다. 선택은 스스로 할 일이다. 눈을 감고 혼자만 편하게 살든가. 눈을 뜨고 불편함을 논리적으로 따지는 따지스트가 되든가. 물론 알면서도 눈을 감는 게 아니라 그것이 틀린 일인 줄도 모르고 따질 일인지도 모르는 눈뜬 장님으로 살고 싶다면 얼른 책장을 덮고 눈물이 마르지 않는 감성 에세이나 애절한 소설을 펼칠 일이다.

 

인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결혼 유무, 나이, 학번을 묻지 않는 것이 인권의 시작이다. 고향과 졸업한 학교를 묻는 것도 실례다. 오지랖은 관심이 아니라 무례함이다. 이런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사실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니라 교육부가 국정교과서로 채택해야 하면 좋겠다. 역사와 도덕을 감히 국민에게 가르치려 들지 말고.

 

모든 인간은 원래 자유롭게 살았다. 박홍규 선생님의 책 때문에 아나키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성향이 그곳에 닿아있었음을 확인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문학동네의 우리시대의 명강의 시리즈 일곱 번째로 나온 자유란 무엇인가는 자유의 A부터 Z까지 훑고 있다. 수많은 자유론들 사이에서 길을 잃은 사람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듯하다. 정치적, 법적인 자유가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 자유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내가 오늘을 사는 이유, 내일의 희망, 인생의 목적과 방법까지 달라질 수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오로지 의 힘만으로 가능할까. 타인을 부자유스럽게 하는 나의 자유를 과연 자유라고 할 수 있을까.

 

자유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84)라는 선언이 새삼스럽다. 미뤄둘 수 없는 가치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앎은 실천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며 내 삶을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과정이다. 그것을 어떻게 우리 삶에 구체적으로 실현할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다. 무엇을 알고 싶은가. 그리고 어떻게 살고 싶은가. 책장을 덮고 걷고 싶다. 저 창밖의 어둠 속으로 지구 끝까지. 이제, 니 차례다.

 

이것이 우리의 끝은 아니야

 

우리가 우리의 그림자로 밀려날 때 저 밑바닥으로부터 번져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우리의 어둠으로 몰려갈 때 저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것은 무엇인가. 뒷모습은 뒷모습으로 말한다. 뒷모습은 뒷모습으로 사라진다. 우리는 우리의 뒷모습으로 살아남아 오래전 그 해변을 걷고 있다. 누군가의 손이 누군가의 손을 잡았을 테고. 누군가의 마음이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렸을 테고. 누군가의 눈이 누군가의 눈을 지웠을 테고. 누군가의 말이 누군가의 말을 뒤덮을 테고. 노을은 우리의 뒤쪽에서부터 서서히 몰려왔고. 서서히 물들였고. 서서히 물러났고. 우리는 서로가 누구인지 보려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마치 죽어가는 사람처럼. 언덕. 둔덕. 언덕. 둔덕. 언덕. 둔덕. 언덕. 둔덕.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진창에 빠지는 기분으로. 울음. 물음. 울음. 물음. 울음. 물음. 울음. 물음. 한 마디씩 내뱉을 때마다 점점 더 물러나는 기분으로. 그때에도. 이미. 벌써. 여전히. 아직도. 이것이 우리의 끝은 아니라고 믿는 마음이 있었을 테고. 순도 높은 목소리 사이사이로 몇 줄의 음이 차례차례로 울렸을 테고. 뒤가 없는 듯한. 이미 뒤가 되어버린 듯한. 어떤 나지막한 목소리 사이사이로. 어떤 풍경이. 어떤 얼굴이. 어떤 기억이. 어떤 울음이. 점점이 들렸을 테고. 귀신에 들리듯. 바람에 날리듯. 어딘가에서 어딘가로. 너는 지금 사라져가는 무언가를 보고 있다고. 너는 지금 사라져가는 무언가를 듣고 있다고. 사라지는 것과 사라지는 것 사이. 사라지는 이 순간만이 오직 아름답다고. 우리가 우리의 목소리로 사라질 때 저 너머에서 다가오는 것은 무엇인가. 밤은 밤으로 다시 건너가고 있는데.

하루는 다시 기울고 있는데.

 

- 이제니,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중에서

 

141228-129~1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에 대한 오해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동광 옮김 / 사회평론 / 200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인간적 차이와 편향의 세계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엄밀한 제한 이론으로 외삽(外揷)하는 것은 이데올로기이다. - 79 

 

나는 아직도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던 숫자 세 개를 기억한다. 마치 노비문서처럼 따라다니던 IQ지수가 그것이다. 전교 1, 2등이었던 동생은 언제나 자신은 머리가 좋지 않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동생도 자신의 IQ를 알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머리가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았던 지능지수(IQ)는 비네 척도를 거쳐 1912년 독일의 심리학자 슈테른에 의해 탄생했다.

 

하버드 대학 교수 하워드 가드너는 다중지능이론을 제시하면서 인간의 지능을 8가지로 제시하지만 그의 분류법에 따르더라도 여전히 대한민국에서는 언어지능과 논리수학지능이 뛰어난 사람이 좋은 머리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학교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이것은 인간의 여러 가지 능력 중 일부만을 평가하는 편협한 시각이다. 다른 지능이나 영역에 대한 능력은 대학 입학 시험이나 객관화할 수 있는 각종 시험에서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일까.

 

하물며 피부색과 인종에 따른 능력 차이는 어떤가.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각인된 인종적, 민족적 편견은 뿌리 깊다. 이것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과학적으로 증명하려 했던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인간에 대한 오해The Mismeasure of Man에서 이 책은 역사적 관점에서 생물학적 결정론의 주요 주제, 즉 지능을 하나의 양()으로 측정해서 개인이나 집단의 가치를 나타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논하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프로타고라스의 말에 대한 반론이다. 잘못된 척도에 대한 비판은 외롭고 지루했으리라. 과학과 이론의 잣대를 들이밀며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수많은 노력이 잘못되었다고 외쳐야했던 저자의 노력은 한 권의 위대한 저서를 남긴 것이다. 1981년에 나온 이 책은 우생학과 제2차 세계대전 유태인 학살의 기원을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그것이 얼만큼 비과학적이며 불합리한 관점에서 출발했는지, 잘못된 실험 결과와 통계의 주관적 조작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것이 인간을 어떤 존재로 파악했으며 그 결과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편견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지적하고 있다.

 

과학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이성의 시대, 과학적 세계관이 문명의 발달과 인간의 행복을 보장해주리라는 장밋빛 전망은 믿어도 좋은 것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법과 마찬가지로, 정치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규정과 질서와 마찬가지로 과학도 그것을 다루는 불완전한 인간에 의해 얼마든 다르게 해석할 수 있고 다양한 문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지 두려워졌다.

 

흑인과 인디언이 백인보다 열등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던 무모한 노력, 머리의 크기가 인간의 지능을 좌우한다는 폴 브로카의 전성시대, 미국의 발명품인 IQ 등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진 무수한 오류와 잘못된 신념을 바로잡는데 저자는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지켜져야 할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는 이론적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권력자와 정치가들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듯이 과학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불합리한 결정과 편견들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확인 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눈을 감는다고 해서 슬픔으로 가득한 현실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백기완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민주주의의 최대 장점이 다수결은 아니다. 8:1이라고 해서 8이 옳은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이 모여 의사결정을 할 때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좇는다는 원칙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조직 내에서 혹은 국가 차원에서 지켜야하는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원칙조차 배제한 채 일부의 의견이 목소리가 크다는 이유로 침묵하는 다수를 호도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스티븐 제이 굴드와 같은 사람의 노력이 아니라면 과학을 앞세운 편견이 판을 치고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다양성을 부정하며 혁신의 가치를 내세워 희생을 강요하고 기본권을 억압하는 사태는 계속될 것이다.

 

물론 반대편의 그 사람들이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아니다. 나름의 논리가 있고 진심이 있으며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생각을 하는 방법과 태도, 근원적인 바탕은 저마다 다르다. 니콜라스 카는 조금 색다른 방법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논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인종적 편견이나 피부색, 종교, 출신 고향, 학벌, 국적이 아니라 인터넷이 놓여 있다.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꾼다는 저자의 주장은 체계적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야기의 큰 틀은 두 가지다. ‘문자인터넷이다. 문자가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살펴보는 과정은 마치 인터넷이 얼마큼 우리에게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는지 말해주는 듯하다.

 

수세기 동안 종이 인쇄물을 통해 이루어지던 개인적인 독서에 갇혀 고립되고 해체되어 있던 우리의 자아는, 부족 마을과 같은 전 지구적인 공동체로 통합되면서 다시 하나가 되고 있다. - 6

 

구글goole이 구골googol에서 그 이름을 빌려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10100제곱. 그 원대한 꿈과 희망이 이제 우주로 손길을 뻗치고 있다. 인터넷에서 하이퍼텍스트를 읽는 패턴 때문에 책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현상이 모든 사람에게 보편화되고 있다. ‘지식에는 두 종류가 있지. 하나는 우리가 어떤 주제에 대해 직접 아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련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라네.’(213)라는 새무엘 존슨의 말은 이를 증명하고 있는 듯하다. 책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지식의 위치를 확인하는 일일까. 책을 읽지 않는 이유를 고민하기 위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지만 네크워크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완곡한 저자의 비난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비난이 아니라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해도 현실과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지나칠까.

생각한다는 것은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연습과 훈련이 필요한 행위이다. 오늘 저녁 먹을 메뉴를 고르거나 어떤 핸드폰을 살까 생각하는 것만이 생각의 전부가 아니다. 생각하며 살자. 나부터. 생각하지 않는,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는 작은 다짐을 하게 하는 책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들이다. 점점 더 빠르게 인테넷 환경을 숙명처럼 활용해야 하는 세대에게 책은 점점 멀어지고 스마트한 생각을 대신 해주는 폰은 언제나 장기의 일부처럼 손 끝에 매달려 있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검색할 때는 책과 같은 문서를 읽을 때와는 아주 다른 형태의 뇌활동을 보여줌을 발견했다. 책을 읽는 이들은 언어, 기억, 시각적 처리 등과 관련된 전전두 부분은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다. 반면 숙련된 인터넷 사용자의 경우는 웹 페이지를 보고 검색할 때 이 전전두 부분 전반에 걸쳐 집중적인 활성화를 나타냈다. - 182

 

 

141221-127~1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논리적 모순이란,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신호입니다. - 1, 19

 

다만, 비율의 문제일 뿐 사람은 이성과 감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태도를 보일 뿐이다. 물론 같은 일을 해도 일을 하는 방식에 차이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나 의견을 모아야 하는 일은 합리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서로 다른 생각을 조율하고 거기에 감정적 판단까지 끼어들 때 당신이 선택하는 첫 번째 기준은 무엇인가.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 공동체 전체의 발전? 그 둘이 상충한다면?

 

전근대적 사고방식은 다름 아닌 우리가 남이가’ ‘가족 같은등등의 구호를 내세우는 인정에 호소하는 오류에서 비롯된다. 세상 일이 어찌 칼로 자르듯 처리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기본적인 태도와 기준조차 세워지지 않은 채 인간관계에 따라 처리하거나 어떤 일인가가 아니라 누군가에 따라 달라진다면 어떨까. 분위기 좋고 화기애애하다는 명목아래 갈등이 없는 조직 같지만 사람들이 가진 생각은 제각각이다. 말하지 않을 뿐 목소리 큰 몇몇 인간들이 떠드는 소리를 외면하거나 자신이 불이익을 받을까 조심스러워할 뿐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을 하겠다는 뜻이다. 나를 변화시키겠다는 의미다. 남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경우 갑질에 익숙하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도통 인정하기 힘든 집단이다. 기본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 집단이기 때문일까. 하늘에 대고 침을 뱉는 겪이지만 소일 삼아 소설 몇 권을 뒤적이며 일 년을 보내는 교사에게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탁석산의 달려라 논리는 교사들이 먼저 읽어야 하는 책이다. 알기 쉽게 든 예문들은 모두 부모와 아이들,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매일 벌어질만한 상황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논리적 오류를 저지르며(그것은 물론 학생과 학부모가 저지르는 경우가 더 많지만) 학생들에게 궤변을 늘어놓거나 부정확한 판단력을 정답처럼 이야기하는지 나부터 반성한다. 개인적인 취향과 가치관을 옳은 것처럼 강요하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생각을 열어주고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끊임없이 읽고 생각하고 공부해야 한다.

 

170~190쪽 남짓 3권으로 나눈 이유는 딱딱한 논리에 대한 포장이다. 분량을 덜어주고 일러스트를 삽입하고 일기와 대화를 통해 상황을 이해하기 쉽도록 배려했다. 오류를 설명하고 논증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서양 철학사를 암기하는 대신 이 책으로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학교 교육의 바탕을 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교사들도.

 

의사소통이란 결국 서로 논증을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1, 145

 

타인의 이야기를 듣지 않거나 듣고도 왜곡하거나 합리적 논거를 살필 수 없다면 대화는 불가능하다. 의사소통은 사랑해라고 고백하는 연인 사이가 아니라면 결국 서로 논증을 주고받는 것이란 사실을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실 대부분의 대화, 일처리, 문제해결, 의사도소통의 바탕에는 논증이 필수다. 공식적인 회의, 업무상 주고받는 메일, 논술 평가 등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글을 쓴다. “글을 쓰는 데는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으로 꾸며 주느냐보다 얼마나 탄탄한 논증이 토대를 이루느냐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라고 저자의 말을 새겨 듣자. 논증이 무소불위의 해결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 과정에서는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 114

 

자신이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남에게는 관용의 원칙을 적용하면서 좋은 논증을 향해 나아가자. - 3, 175

 

가장 비논리적인 책이 시집이다. 정교하고 논리적인 언어의 결합체인 시가 비논리적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막걸리냐고 화를 낼 시인도 있겠으나 내가 시를 읽는 이유는 마음밭에 울타리를 걷고 경계를 허무는 일이다. 내려놓고 시선을 돌리는 일이다. 간만에 읽는 손택수 시인의 시들이 반갑다. 익숙했던 시인들과 낯선 시인들의 시집을 뒤적이는 일처럼 남은 일은 익숙한 일들과 낯선 일들 사이에 조금 더 분명하게 경계를 세우는 일이다. 그 경계가 모호해질 즈음 또 다른 경계가 보이지 않을까 싶다.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에서 한 편을 옮겨 적는다.

 

수묵의 사랑

 

수묵은 번진다

너와 나를 이으며,

누군들 수묵의 생을 살고 싶지 않았을까만

번짐에는 망설임이 있다

주저함이 있다

네가 곧 내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니

경계를 넘어가면서도 수묵은

숫저운 성격, 물과 몸을 섞던

첫마음 그대로 저를 풀어헤치긴 하였으나

이대로 굳어질 순 없지

설렘을 잃어버릴 순 없지

부끄러움을 잃지 않고 희부연히 가릴 줄 아는,

그로부터 아득함이 생겼다면 어떨까

아주 와서도 여전히 오고 있는 빛깔,

한 몸이 되어서도 까마득

먹향을 품은 그대로 술렁이고 있는

수묵은 번진다 더듬

더듬 몇백년째 네게로

가고 있는 중이다

 

141214-123~1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