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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행복한 학교 유쾌한 교육 혁신을 말하다
김상곤.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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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konkim 야자보충이 실질적인 자율과 선택으로 전환되어 오랫동안 꿈꾸며 싸워왔던 정상적인 학교의 모습을 찾아갑니다. 다함께 꿈을 꾸면 현실이된다는 훈데르트 바서의 말이 사무치는 밤입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감사합니다.

트위터를 뒤적여 3월 7일에 김상곤 교육감에게 보낸 메시지를 찾아냈다. 3월 한 달 모든 담임선생님이 각 교실에 남아 모든 아이들이 자율학습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 생각하고 학생들에게 공부를 시키지 않는 비난이 대한민국의 보편적인 인문계 고등학교의 모습이었다. 회유와 협박에 가까운 반강제 자율학습 때문에 떠들고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생기고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더 많은 선생님들이 학교에 남아 학생들을 감시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대해 아무리 문제를 제기해도 고쳐지지 않았던 오래된 관행과 견고한 편견의 벽.

그러나 이제 변화가 시작되었다. 스스로 선택한 아이들의 자율학습은 감독이 필요 없을 정도다. 당연한 일이지만 각자 필요한 만큼 조용히 공부를 하면 감독이 아니라 관리만 조금 필요할 뿐, 조용하고 진지한 분위기는 감독 선생님들의 책장 넘기는 소리가 미안할 정도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토머스 페인이 말한 것처럼 ‘상식’과 ‘인권’은 반드시 현실이 된다고 믿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담임을 신청했지만 2학년부장 업무를 맡게 되었다. 교장, 교감 선생님의 임명권을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마땅히 거절할 만한 불합리한 결정도 아니라서 어울리지 않는 일을 2년째 하고 있다. 나이 들어 학생들이 싫어할 때까지 담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상황에 따라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작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힘겹게 고민하고 싸우지 않아도 이제 자연스럽게 야간자율학습과 방과후 수준별 특기적성, 일명 보충수업이 실질적으로 자율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원칙적으로 자율학습이었으나 자율학습은 담임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의 가장 큰 마찰과 갈등요인이었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물결이 도도해도 학교에서는 내 돈을 내고 내가 듣고 싶지 않은 수업을 억지로 들어야하는 보충수업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과 커다란 변화의 물결은 민주적이고 상식적인 결정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나아갈 미래 사회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단편적으로 보편적 복지에 대한 논란이나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 어떻게, 왜’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교육문제는 결국 동시대인들이 지향하는 미래의 목표이며 꿈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우리들의 미래라면 그 아이들이 자라서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았으면 좋을까 생각해보자. 어렵지 않은 답이 나오지 않는가. 그런데 왜 우리는 교육문제에 대해 자꾸 이기적인 욕망이나 정치적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는가.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의 『김상곤, 행복한 학교 유쾌한 교육 혁신을 말하다』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미래의 ‘교육’ 문제를 전망할 수 있는 책이다. 김상곤이라는 개인의 발자취, 경기도교육감이라는 역할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미래를 고민해 보자.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이끌어내고 있는 인터뷰는 지승호 특유의 성실하고 치밀한 사전 준비와 사람과 세상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상대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피상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깨고 본격적으로 흥미 있게 한 사람을 탐구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 것은 개인적으로 지승호 때문이었다. 그의 책들을 읽어오면서 느낀 것은 한 개인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서 그러한 사회적 존재가 탄생하게 된 사회, 역사적 맥락이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비춰보는 거울의 역할을 하는 그의 인터뷰는 세상을 통찰하는 프리즘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자기만의 색깔과 영역을 확보한 지승호의 이야기는 언제든 들어야할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번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은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직접 관련되어 있으니 더더욱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상곤교육감은 이제 경기도 교육감이라는 직책을 넘어 수많은 사회적 논란과 다양한 정치적 의제를 만들어 낸 인물로 기억될 것이다. 인터뷰어 지승호는 김상곤교육감을 통해 대한민국의 교육과 인권 그리고 복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순히 경기도의 초중고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길에 대한 고민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교육 문제는 정권에 따라 개인적 이익과 욕망에 따라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내내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읽을 수 없는 문제들이 많았다. 나의 삶이고 현실인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내일 아침이면 또 다시 학교에 가 아이들을 만나고 수많은 눈동자와 마주친다. 감히 내가 무엇을 어떻게 왜 가르쳐야 하는가를 다시 한 번 고민한다. 나부터 항상 노력하고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학생들보다 먼저 타성에 젖고 개인적 이익만 챙기는 교사가 되는 것은 너무 쉽기 때문이다. 열정과 희망을 가르칠 수 없다면 미래는 없다. 이 책의 서문처럼 지승호의 말을 빌리자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바로 너야’라는 사실을 알려줘야겠다. 모든 아이들에게. 그러나 혼자서만 앞서가지 않기를.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있고,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있습니다. 좀 더 다양한 방식의 가치 있는 삶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줘야만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스스로 패배자라고 느끼게 되지 않을 것입니다. - ‘서문’ 중에서


11032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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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을 꿈꾸는 토론학교 : 사회.윤리 - 우리 사회를 가로지르는 열 가지 쟁점 청소년을 위한 토론학교
김범묵.윤용아 지음 / 우리학교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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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다는 뜻이다. 어떤 의견이나 통행이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 말은 사람과 사람, 개인과 사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된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과 그리고 세상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성장하고 사회화의 과정을 밟아간다. 이때 필요한 것은 소통의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자세와 태도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과 입장의 차이 때문에 서로 의견과 판단이 다를 경우 소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해진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고 의견이 충돌하기도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제각각이어서 의사소통 과정을 거쳐 상대방을 이해하고 세계를 인식하며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합의와 조정 과정을 거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이다.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태도가 중요한 게 아닐까. 마음을 닫고 귀를 틀어막고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과는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능력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소통능력이다. 타인의 견해와 주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나의 의견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연습은 어린 시절부터 몸에 습관처럼 배어 있어야 한다. 특정한 상황이나 회의석상에서만 필요한 능력이 아니라 평소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학교에서 나온 ‘소통을 꿈꾸는 토론학교’시리즈는 학교에서 담아내지 못하는 혹은 학교에서 지향해야 할 토론의 방향을 제시한다. 『소통을 꿈꾸는 토론학교 : 문학』에 이어 나온 『소통을 꿈꾸는 토론학교 : 사회 · 윤리』는 열 가지 쟁점에 대한 찬반 입장을 다룬 책이다. 외모지상주의, 개인주의, 대학입시, 학생인권, 사형제도, 이혼, 재산상속, 경쟁, 정보화사회, 세계화. 흔한 주제이면서 각자의 상황과 관점에 따라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하는 쟁점들이다. 보편적인 주제이기 때문에 누구나 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기본적인 배경지식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찬반의 입장도 팽팽할 것이다. 각 주제를 다루는 구성도 학생들을 배려해서 잘 짜여있다. 현직 선생님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생각열기 - 찬성과 반대 - 입장 정하기 - 배경지식’의 흐름으로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나와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내 입장을 정리하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과정으로 짜여 있기 때문에 토론이나 논술 연습용 교재로도 적합해 보인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용 교재로도 손색이 없으며 읽기용 교재로도 충분하다.

정치인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을 때가 많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나 성인들이 지켜본다는 잊은 것일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반박과 상대의 정당한 주장에 대한 수용이 아니라 귀를 닫고 감정에 호소하는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적절하지 않은 비유, 통계 자료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 등 한심스런 장면들이 매주 반복된다.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토론 프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유치한 말장난, 소통 불능 사회에 대한 냉소를 경험하게 된다. 왜 그럴까?

어디에서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주입식, 암기식, 객관식 시험제도와 입시전형, 채용과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다. 다양한 관점의 수용, 합리적인 사고, 창조적인 문제 해결능력, 양보와 배려, 합의와 인정 등 토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과 그것으로 인해 길러지는 창조적 상상력을 위한 교육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학교에서 충분히 토론식 수업이 정착되고 교육과정에서 이런 방법들이 통용될 수 있도록 한다면 문화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상명하달식 의사소통 구조, 연장자 우선주의, 연공 서열제 등의 전근대적인 요소가 곳곳에 남아있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교육제도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의미는 더더욱 남다르다. 합리적인 의사소통 구조는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다.

이 책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지식 보충용 교재가 아니다. 공교육에서 받아들이고 이끌어나가야 할 토론식 수업의 자료와 모델을 제시하고 있으며 생각을 키우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을 훈련할 수 있으며 내 생각의 과정을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이후에도 과학, 역사, 철학 등 주제별로 토론의 쟁점들을 펴낼 예정이라고 하는데 기대되는 책들이다. 토론의 기술이나 방법을 통해 상대를 이기기 위한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찬성이든 반대이든 그것의 장점과 단점을 이해하고 합리적 주장을 받아들이고 내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학교를 졸업 한 후에도 우리는 매 순간 의견을 교환하고 타인과 대화하며 토론한다. 공식적, 비공식인 과정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상대를 파악하고 내 의지를 관철하며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고 세련된 설득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한마디로 토론은 삶의 도구이며 피할 수 없는 생활수단이다. 대학입시를 위한 생각 키우기, 논술점수 올리기식 경쟁 수단이 아니라 풍요로운 삶을 위한 방편으로서의 토론을 생각해 보는 책이라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11021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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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능력을 기르는 국어수업
고용우 지음 / 나라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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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을 잘 정리하여 전달함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잘 이해하게 하고, 잘 기억하게 하는 것’을 좋은 국어 수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현실에서 ‘학생들이 뭔가를 더 알게 되고, 뭔가를 깨닫게 되고, 뭔가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에 초점을 두는 수업을 모색하는 것은 쉽지 않다. - P 23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여러 가지 요소로 잴 수 있다. 급여, 근무환경, 노동조건, 집과의 거리, 근무시간, 보람, 안정성, 미래에 대한 전망 등등. 얼마 전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 남녀학생 모두에게 1위로 조사된 직업이 중등학교 교사라는 뉴스가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공교육을 불신하며 사교육에 기대고 사랑과 존경이 사라진 시대에도 직업의 안정성 때문인지 교사는 매우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이 느끼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회적 신뢰와 존경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없는 상황과 여건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교장, 교감에 의한 근무평정을 유지한 채 이중 잣대가 되고 있는 교원평가나 마녀 사냥식 언론몰이, 교사에 대한 불신 등은 실제 교육 현장에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공정한 평가와 발전 방안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불신과 불온한 시선을 전제로 한 비난과 무한 경쟁체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육은 당장 눈에 보이는 수치가 아니라 먼 미래를 보고 나무를 심는 일과 같다. 목적과 동기가 올바른지 점검해야 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인간에 대한 가치와 믿음이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 내 자식만 경쟁에서 이기기를 바라는 부모와 학교를 안전한 직장으로만 여기는 교사에게 참교육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훌륭한 선생님은 보석처럼 빛난다.

  건강한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는 국어 선생님이 계시다. 울산제일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계신 고용우 선생님이 펴내신 『언어능력을 기르는 국어수업』을 온 몸과 마음을 다해 꼼꼼하게 읽었다. 국어교육 현장에서 오랫동안 몸담아 오면서 느꼈을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들이 구석구석에 배어 있었다. 겨우 1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늘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용기를 주었다. 『문학시간에 시읽기』와 『문학시간에 소설읽기』를 엮으며 처음 만난 선생님의 진지한 모습을 떠올리며 책을 읽으니 직접 내게 말을 건네시는 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얼마나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은지 또한 얼마나 노력하는 선생님이 많은지 모른다.

  선생님은 이 책의 제목부터 많이 고민하신 듯하다. 국어교육의 목적과 방향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한다. 당장 눈앞에 수능과 논술 등 대학입시를 앞 둔 학생들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수업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밑줄 쫙’으로 일컫는 참고서 대신 수업을 할 수도 없다. 물론 대부분의 국어 수업이 아직도 참고서를 옮겨 적어주고 암기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문제를 통해 변별력을 시도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이 왜 잘못된 것인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 국어교육의 미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담해지는 것이다.

  이 책은 수능 준비를 하는 학생들보다 국어선생님들을 위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학부모나 학생이 읽어도 도대체 국어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며 진짜 언어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또한 삶에 도움이 되는 국어공부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 있다. 국어선생님이 되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는 그 고민들과 국어교육의 발전 방향을 전국의 국어선생님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선생님들에게 안내가 될 만한 책들은 물론 국어교육과 국어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책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는 나라말 출판사에 나온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다시 한 번 학교와 국어교육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이 책은 우선 ‘수업 목표 쓰기’라는 선생님의 특별한 국어수업 준비로 문을 연다. 실제 학교에서 학기 초에 준비해야 할 일은 1년간 아이들을 가르칠 연간 계획을 세우고 같은 학년을 맡은 선생님들과 수업의 내용과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다. 선생님은 수업 목표를 아이들,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나누고 이해시키는 일을 해 오셨다. 꼭 필요한 일이지만 선뜻 하기 어려운 일을 해오고 계신 것이다. 간단하게라도 내년부터 당장 함께 해 보아야겠다. 그리고 시와 소설, 매체, 비문학, 고전문학에 대한 수업 방법과 내용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설명해 준다. 실전에 활용할 수 있고 이런 방법에 왜 중요하며 실제 학생들의 언어 능력을 기르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시 수업은 이렇게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결국 나는 시 수업의 비중을 시 읽는 능력 기르기에 많이 두는 셈이다. 그래서 내가 지향하는 시 수업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낯선 시를 많이 접하게 할 것. 둘째, 시의 의미를 파악하는 활동을 많이 하게 할 것. 셋째, 자주 시를 음미하고 암송하게 할 것. - P 65

  같은 일을 하며 공감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쉽게 적용하지 못하는 것들 혹은 알고 있지만 동료 선생님과 합의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실천에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실제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선생님 언어(국어,문학)영역 공부는 어떻게 해요?’이다. 한 마디로 대답하기도 어렵고 불가능하기도 하다. 잘 가르치는 것보다 잘 안내하는 것이, 내가 잘 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10년쯤 걸린 것 같다. 아마 같은 맥락에서 언어능력을 기르는 국어 수업을 고민하신 고용우 선생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진짜 수능이나 논술도 국어 시험도 잘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좀 더 빨리 알려주고 내일부터 당장 그 비법(?)을 전수해 줘야겠다.

다양한 읽을거리를 통해 세상을 보는 안목을 기르는 것은 국어 수업이 지향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목표가 아닌가 한다. 글을 읽는 힘이 곧 세상을 읽는 힘이기 때문이다. - P 163


10053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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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
고은우 외 지음, 따돌림사회연구모임 기획 / 양철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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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 난무하는 폭력의 밑바닥에는 어른들의 폭력이 배어있다. 한 인간의 인성을 결정하는 요인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가정교육은 아이의 전인적 성장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은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간파한 말이다. 또래 집단에서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기르고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가족의 사랑과 보살핌을 벗어나 주체적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즐거움과 고통을 함께 수반한다.

  인간의 본성에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말은 물에 빠진 아이를 보면 이해관계 없이 구해주려는 마음이 든다는 본성과 맞닿아 있다. 어느 쪽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성장과정에서 혹은 교육과정에서 결정되는 성향일 뿐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런 성향은 직접적인 평화교육이나 폭력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차원에서 해결되지 않는다. 경쟁과 이기심을 길러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는 환경에서 어떤 사람으로 자라게 될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적 발달이 정서발달보다 중요하다는 어른들의 침묵의 카르텔은 가장 위험한 폭력이다. 높은 성적과 경제적 부를 획득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사회적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와 성향은 경쟁과 효율로 길러지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 과연 무엇인지, 어떻게 학교를 운영하며 그들을 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수많은 담론은 결국 어른들의 취향에 따라 결정되어 버린다.

  우리가 겪어 온 대입제도와 교육제도를 통해 어쩌면 우리는 아무 교훈도 얻지 못한 것은 아닌가? 아직도 끊임없이 아이들을 문제풀이 기계로 만들고 있으며, 순종적이고 단정한 아이들로 키우고 싶어한다. 조금 다른 생각과 표현, 서로 다른 머리 길이와 공부 방법을 인정하지 않는다. 네모난 틀 안에 가두어 놓고 틀 밖에 아이들은 학교 밖으로 버린다. 자퇴하는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 그들은 과연 이 사회의 낙오자들인가?

  현직 교사들이 모여 학생생활연구회를 조직하고 현장에서 경험한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는 우울한 21세 대한민국 학교 교육의 진면목을 드러낸다. 교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교육 정책과 학교 현실은 19세기와 넓은 의미에서 보면 달라진 것이 없다. 교육의 목표와 방향은 정치 논리나 이데올로기로 결정되지 않아야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불법 판정을 받은 교과서를 밀어붙이는 교육부, 대학 입시에 올인하는 대한민국의 학생과 부모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아이들의 미래가 결정되는 교육제도 속에서 과연 폭력은 사라질 수 있을까? 논리의 비약이 아니다. 삭막한 가슴에 꽃이 피어날 수 없다는 자명한 논리 앞에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인가.

  고은우, 김경욱, 윤수연, 이소운 선생님은 초, 중,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다. 실제 현장에서 겪은 사례들은 소설이 아닌 현실이다. 필명을 사용했고 자세한 소속을 밝힐 수 없을 만큼 학교폭력은 심각하다. 몇몇 학교에서 벌어지는 소수의 아이들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자녀를 살펴보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 없이 제도를 개선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대책일 뿐이다. 왕따, 언어폭력, 물리적 폭행은 한 가족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 사라지지 않은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언론에서 주목하고 사회적 이슈가 되어야만 그 심각성을 인식하는 태도는 교육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최소 백년 후를 내다보지는 못할망정 당장 내 아이만을 위해 노력한다면 백년 후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저자들은 희생과 고통을 수반하자는 말이 아니라 학교 폭력 근절 대책을 세우자는 말이 아니라 교육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다시 생각하자는 외치는 것은 아닐까? 하루에 7시간의 정규수업, 보충수업, 학원, 과외, 인강, 독서실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삶은 계속되어야하는 것일까?

  이 책의 등장하는 준혁이, 한나, 경민이, 규명이, 경태, 동훈이, 기민이, 정욱이는 바로 우리들의 아들이며 딸이고 조카이며 친척이다. 그 귀한 아이들의 모습이라고 믿고 싶지 않지만 그들 뒤엔 반드시 문제적 부모와 환경이 기다리고 있다. 한 인간의 본성만을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하지 말자. 유전자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우생학적 논의는 관심 밖의 영역이다. 가만히 관찰하고 그 원인과 결과를 따라가보면 결국 기성세대의 문제가 드러난다. 학생 개인의 인성과 교사의 지도 능력으로 학교 폭력을 바라본다면 학교는 곧 지옥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090922-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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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가르치는 기술
야스코치 테츠야 지음, 최대현 옮김 / 두리미디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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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위에서 내려다는 설경은 기막히다. 환경과 개발에 대한 저항감에도 불구하고 겨울만 되면 여전히 스키를 버릴 수가 없다. 신념과 다르게 행동하는 겨울 스포츠 스키. 벌써 10년이 넘어버린 ‘미친스키’ 때문에 겨울을 많이 기다리기도 했다. 스피드와 테크닉을 모두 극복해야 스키의 즐거움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모든 운동이 그러하듯이 단계별 훈련과 상위 기술 습득의 열망이 없으면 스키는 그저 경사면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따분한 운동이 된다. 스키의 즐거움은 기술 향상뿐만 아니라 정상에서 바라보는 장엄함이다. 인위적으로 기계의 힘을 빌려 리프트를 타고 올라 갈 수밖에 없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경치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처음 스키를 가르쳐 준 분은 선수 출신이었고 카빙스키가 막 보급될 무렵이었지만 노말 스키와 카빙 스키의 차이점은 물론 기본자세와 원리를 상세하게 가르쳐 주셨다. 물론 쉽고 재미있게 말이다. 다른 분한테 스키를 처음 배웠어도 내가 스키에 몰입할 수 있었을까 가끔 생각해 본다. 그러다 이번에서 만난 분이 10년 전 그분처럼 티칭 테크닉이 뛰어난 분이었다.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지만 그 원리와 문제점을 정확하게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전문가는 아름답다. 자신의 분야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은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사람의 수준에 따라 다르게 녹여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거의 매년 스키 캠프에 참가한다. 조금 더 잘 타기 위해 강습을 목적으로 캠프에 참가한다. 어떤 연수든 강연이든 배움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가르치는 일은 배우는 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 스키 강사를 예로 들면 먼저 방법을 설명하고 시범을 보인다. 스키를 잘 못 타는 강사는 없다. 하지만 배우는 사람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설명은 책이나 다른 방법으로도 알 수 있고 시범은 지겹게 볼 수 있다. 시즌 전에 비디오 매체를 통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기도 한다. 굳이 강사가 필요가 없는 부분들이다. 문제는 그것이 잘 안 되는 이유다. 잘 안될 때 쉽고 빠르게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다양한 개별적 문제들을 정확하게 지적해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어떤 운동이든 마찬가지지만 초보자가 아니라면 원 포인트 레슨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다. 단 하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지 못할 때 그것을 찾아주고 개선 방법을 가르쳐 주는 강사야말로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가르치는 사람은 얼마나 스키를 잘 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가르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무언가를 가르치는 일은 그만큼 어렵다. 잘 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쉽게 가르치는 기술>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일상생활을 해나가면서 부모는 아이에게, 상사는 부하에게, 장교는 병사에게, 선배는 후배에게, 고수는 하수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가르치고 또 배운다. 가장 확실하게 공부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보다 쉽고 정확하게 상대방을 이해시킬 수 있고 단시간 안에 알려줄 수 있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거꾸로 배우는 사람은 보다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배우려고 한다.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이해시켜주고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시간과 돈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우선 배우는 사람을 잘 알아야 한다. 글을 쓸 때 예상 독자가 중요하듯이 말이다. 일본인 야스코치 테츠야는 이 책을 통해 20여년간 쌓아 온 티칭 테크닉을 말한다.

  누구나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하다 보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쌓이고 그것은 특별한 기술이 된다. 저자는 대학생부터 시작한 학원 강사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영어를 가르치며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와 노력의 결과물 그리고 유명강사가 되기까지의 과정들을 자세하게 적고 있다. 그의 티칭 테크닉을 찬찬이 들여다보는 일은 단순히 테크닉을 배우는 일이 아니라 가르치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 생각해 보고 누구든 무엇이든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일상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가르치는 사람은 다섯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학자, 배우, 예언자, 엔터네이너, 의사가 그것이다. 공부하기보다 가르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조건이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스타일이 있고 장점이 있겠지만 골고루 종합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배우는 사람은 고통스럽다. 내가 배웠던 수많은 선생님들을 돌이켜 보았다. 테니스, 탁구, 배드민턴 등 운동을 가르쳐 주었던 코치들을 포함해서 무언가 가르침을 주었던 수많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 올리며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았다.

  잘 가르치는 사람일수록 쉽게 가르친다는 말에 가장 깊이 공감했다. 먼저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고 배우는 사람의 유형에 맞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가르치는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한 부분도 깊이 와 닿지는 않는다. 그것은 개인차가 존재하고 대상과 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논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좀 더 쉽고 재밌게 가르치기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경험담들이다.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무언가 배우고 가르치며 살아야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면 생존을 위해 가장 본능적으로 필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다. 다만 이 책은 일반화시킬 수 없는 내용과 특수한 분야에 한정되어 있는 내용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읽어야겠다. 나는 오늘 또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가르쳤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어떠했는지 돌아본다.


090129-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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