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하는 시민 즐거운 정치 - 청소년을 위한 정치 교과서 책세상 루트 5
이남석 지음 / 책세상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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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서 존경받는 로마 카톨릭 대주교가 피살되고 19살의 소년 용의자 애런 스탬플러(에드워드 노튼)는 현장에서 도망치다 붙잡힌다. 이 사건을 TV로 본 변호사 마틴 베일(리차드 기어)은 교도소로 찾아가 무보수로 변호할 것을 제의한다. 영화 <프라이멀 피어Primal fear, 1996>는 수많은 법정 영화 가운데 극적 반전이 압권이다.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가 탁월했던 이 영화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진실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자연법과 실정법이 충돌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까.

우리는 흔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과 정의를 외치며 산다고 믿는다. 하지만 세상은 권력을 가진 사람과 자본을 소유한 사람들에 의해 좌우된다. 현실은 우리 생각보다 복잡하며 정치는 외면할 수 없는 내 생활의 출발이다. 자본주의와 함께 성장해 온 민주주의라는 정치 제도는 도대체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정치 제도 안에서 각종 제도와 법률에 따라 사람들은 기본적인 공동체의 규범을 내면화한다. 학교를 예로 들면, 청소년은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합의해서 정해 놓은 규정을 지켜야 한다.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의 생각이 다를 때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질서를 학교 규정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사회의 정치 제도와 법을 이해하고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와 상식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는 꿈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의 기본 질서가 되어야 한다. 눈을 가린 채 저울을 들고 있는 정의의 여신과 달리 법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 현실을 자세히 살펴보자.  

 

민주주의라는 말은 권력이 시민에게 있다는 그리스어에서 온 말이다. 당시의 시민은 어느 정도 재산을 소유한 소수의 성인 남성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수 천년동안 인류를 지배해온 최선의 정치 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질되기도 했으나 민주주의는 근대 이후 대부분의 국가 정치 체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단순한 정치제도로만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사회 경제적 문제와 연관되어 있으며 경제적 불평등의 확산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가 되었다.  

 

제임스 랙서는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에서 민주주의의 근본에 대한 질문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민주주의는 인간 삶의 일반적인 경향, 즉 개선과 진보 때문에 등장한 것이 아니며 자연의 기본 법칙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강변하는 저자의 말은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속성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경제적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정치적 민주주의도 버티기 힘들게 된다. 보다 나은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경제적, 물질적 풍요와 더불어 민주적인 질서가 유지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이것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이유는 경제적 불평등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진화하며 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고 인권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제임스 랙서는 이 과정들을 알기 쉽고 편안한 문장으로 설명한다. 민주주의라는 정치 제도 자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연관된 핵심적인 문제를 짚어내며 대안을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경제제도인 자본주의의 발달은 정치제도인 민주주의에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세계화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국가의 울타리를 넘어선 신자유주의가 소수 특권층의 부와 권력을 위해 유지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동력이 아래부터 시작된다는 사실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발전과 변화 과정 그리고 경제 상황과의 관계를 살펴보았다면 눈을 우리 현실로 돌려보자. 이남석은 참여하는 시민 즐거운 정치라는 청소년을 위한 정치 교과서를 통해 정치는 뉴스에만 나오는 정치인들이나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주인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집단으로서의 국민이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시민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잘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위해서는 경제적 의미에서 그리고 정치적 의미에서 참여하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행간에 숨겨 두고 있다. 권리와 의무 그리고 표현의 자유 등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적인 덕목에 대해 현실적으로 접근한다. 또한 자본주의의 그림자를 통해 민주주의에서 참여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역설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뺨을 맞아도 훈수를 둬야 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이 비유는 간섭하고 개입하는 시민 키비처Kibitzer’를 통해 민주 시민의 역할과 의무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정치, 경제적 삶의 테두리는 법이 규정하고 있다. 금태섭의 디케의 눈은 정의의 여신이 하는 역할에 대해 고민한다. 법의 공정함과 평등함에 대해 생각하기 전에 법의 역할과 의미를 먼저 살펴야 한다. 이 책의 시작부분에서 저자는 진실을 찾는 것은 맨손으로 물을 움켜쥐려는 것처럼 어렵고 때로는 불가능하기까지 하다.’고 말한다. 서로 다른 진실을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의 문제부터 사회적 정의(正義)가 무엇인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보여준다. 이렇게 복잡한 세상에서는 법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법이 우리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법을 감시하고 법집행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들의 의무이다.

민주시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무관심은 부작위적(不作爲的) 죄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고정된 틀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유기체와 같다. 내가 참여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부터 내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시작된다. 행복한 삶을 꿈꾸며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제도와 규칙에 대해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라는 정치 제도와 법은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꿔 놓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관심을 갖고 손 내밀어야 하지 않겠는가.  

 

120521-04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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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사회학 에세이 - 구정화 교수가 들려주는 교실 밖 세상 이야기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구정화 지음 / 해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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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애벌레는 사방으로부터 밀리고 채이고 밟히고 했습니다. 밟고 올라서느냐 밟혀 짓눌리느냐입니다. 그는 밟고 올라섰습니다.’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의 한 구절이다. ‘는 도대체 누구일까. 혹시 우리의 미래라고 하는 청소년들이 아닐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해서 타인과의 관계를 생각해보고 좀 더 확장된 개념인 우리에 대해 고민하는 단계가 바로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는 때라고 할 수 있다. 가족과 학교 담장 밖에 호기심이 생길 무렵, 청소년들은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궁금해 한다. 하지만 이러한 호기심은커녕 집과 학교 사이만을 오가며 그림속의 애벌레처럼 밀리고 채이면서 밟고 올라서는 법만 가르치는 것이 현실은 아닌가 생각해 보자.

 

자연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학문과 달리 사회과학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인 사회 현상을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해 연구하는 학문 분야를 말한다. 말하자면 나는 왜 학원에 다니는가?’, ‘우리는 왜 아이돌에 열광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개인적인 답변이 아니라 그러한 사회현상이 벌어지게 된 원인을 생각해보고 대안을 고민해 보는 과정이 사회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사회라는 커다란 조직과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나와 너를 넘어 우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쉽지 않다. 프랑스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어렸을 때부터 아주 오랜 시간 개미를 객관적으로 관찰한 뒤에 흥미진진한 소설 개미를 썼다.

이렇게 외부자의 시선으로 한 사회를 관찰하는 것과 다르게 우리 자신이 속한 사회를 살펴보는 일은 만만치 않다.

 

초등학교 입학식에 가면 한 줄로 서서 앞으로 나란히를 배운다. 한 줄로 서서 학교라는 사회 안에서 지켜야 할 질서와 규칙을 내면화하는 것이다. 통제와 규율에 익숙해지면서 하지 말아야할 것부터 배우는 곳이 학교다. 하지만 의무보다 앞서는 것이 권리가 아닐까. 시민교육센터 공동대표이자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은 변호사 이한이 쓴 너의 의무를 묻는다는 역설적으로 권리가 아니라 의무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스무 살이 되자마자 주어지는 투표권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앞서 정치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보편적인 의무는 무엇인가?’에 대해 먼저 고민해 보자는 책이다. 자신의 이익과 무관하게 인간의 존엄성에서부터 시작되는 진짜 의무란 무엇인가.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이익 추구나 강제성 때문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의무에 대해 설명한다. 사람은 수단이나 도구가 아니라는 당연한 주장에서 시작해서 정의에 대한 이론과 시민 불복종에 대한 기준 등 공동체 안에서 구현되어야 하는 마땅한 의무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한다. 전체 7장에 걸쳐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낸 이 책은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사회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시험을 치르기 위한 사회과목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과 태도에 대해 묻고 있다.

 

구정화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사회학 에세이는 잘 정리된 사회학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게 사회학에 대한 개념과 이론들을 알기 쉽게 풀어 놓은 책이다. 각 장 뒤에 사회학 개념들을 정리해 놓고 있어 교과 공부에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딱딱하게 이론 중심으로 설명해 놓은 교과서의 한계를 벗어나서 실제 사회현상이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상생활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쉽고 재미있게 사회학에 대해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사회학에 대한 이론과 개념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학적 상상력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거나 선택을 할 때 그것은 단순히 개인적 취향이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현상의 하나로 의미를 갖게 된다.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힘이 바로 사회학적 상상력이다. 우리는 사회적 존재이고 우리의 선택과 행위는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러한 현상의 원인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통찰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사회학적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학을 이해한다는 것은 나와 너의 관계를 넘어 사회 구조와 사회 현상에 대한 깊은 성찰이 시작된다는 의미이다.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거나 대학에 간다고 해서 저절로 사회를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신문과 방송에서 전하는 내용이 세상의 진실로 착각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를 읽는 눈이 필요하다. 김윤태의 캠퍼스 밖으로 나온 사회과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회과학적 태도를 길러준다. ‘사회과학은 언제나 당대의 현실을 분석하고 인간 행동의 원인과 유형을 탐구하려고 시도해 왔다. 나아가 더 나은 사회를 모색하려는 열정과 용기를 가진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바로 여기의 문제를 탐구하기 위한 도구로써 사회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학을 학문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없는 일반인들은 거시적인 안목과 사회 현상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심각한 사회 현상이 벌어지게 된 원인을 살피고 대안을 고민하며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민주 시민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회과학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할 지식이며 우리 삶의 현실을 읽는 눈이기 때문에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이다. 우리는 언제나 사회적 존재이며 사회구성원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담장 밖의 일들이 바로 나의 현실이 된다. 내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곳이며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고민을 시작할 때다. 나와 너에 대한 관심을 넘어 우리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을 가져야 한다.  

 

     

12051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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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하는 글쓰기 - 발설하라, 꿈틀대는 내면을, 가감 없이
박미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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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면의 상처를 회복하고, 한층 더 성숙한 의식을 갖기 위해 글쓰기를 시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치유하는 글쓰기이다. - 치유하는 글쓰기, 5

 

글을 쓴다는 것은 알몸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나르찌스의 시선이다. 또한 영혼의 바닥을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숨길 수 없는 가장 정치(精緻)한 고백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경험한 것, 아는 것, 생각한 것 이상을 쓸 수 없다는 자명한 논리 앞에 모든 허위와 주장은 무화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글을 쓰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두렵기 때문이 말이다.

 

박미라는 치유하는 글쓰기를 통해 글쓰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말하고 있다. 내면적 상처를 회복하기 위한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물을 필요가 없다. 치유하는 글쓰기는 쓰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의식이며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글이 사람을 치료할 수는 없지만 그 상처를 치유(healing)할 수는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책 전체는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저자의 글쓰기 체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전하고 있으며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다양한 글이 인용되어 직접 그 과정을 증거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다고해서 외면할 수도 없고 보인다고 해서 인정하지도 않는 그것에 대해 우리는 때때로 침묵한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오독(誤讀)하더라도 이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치유하는 글쓰기는 그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정면으로 직시해야하기 때문이다. 인정하지 않으면 치유도 없다.

 

사람들은 글을 잘 쓰려면 화려한 미사여구나 매끈한 문장으로 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좋은 글은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며 타인에게 마음을 열게 하는 글이다. 문장의 형식과 아름다운 수식어는 그 다음 문제다. 박미라의 치유하는 글쓰기와 더불어 읽는 셰퍼드 코마의 치유의 글쓰기를 읽었다. 젊은 시절 편두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50년이나 일기를 써 온 저자의 이야기는 살아있는 체험 그대로의 것이다. 오로지 치유를 목적으로 한 글쓰기는 다른 글쓰기와 어떻게 다른가를 웅변한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향해 외치는 웅변 혹은 잔잔한 떨림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박미라와 달리 매우 구체적이고 단계적으로 글쓰는 방법과 예시를 들고 있어 훨씬 실전에 가깝게 느껴진다.

 

글쓰기를 통해 당신 안에 잠자고 있는 예술가를 만난다는 거창한 목표는 필요 없을지 모른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치유를 통한 마음의 평화로, 이미 수많은 경험자들이 효과를 증언하고 있다. 진정으로 치유를 원한다면 펜과 종이, 그리고 글을 쓰겠다는 각오만 있으면 된다. - 97

 

글쓰기가 주는 육체적, 정서적, 정신적, 영적, 통합적 이점을 나열하는 저자의 서문은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내밀한 고백이며 글쓰기를 통해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지점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일기를 쓰듯 서평을 쓰고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미리 유언장을 써보는 행위는 우리들 삶 그 자체이다.

 

산다는 일이 때로 외롭고 힘들겠지만 가끔 푸른 하늘이 주는 위안이 있는 것처럼, 조금 열린 차창 밖에서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처럼, 백지 앞에 두 손을 가만히 올려놓는 겸손함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글쓰기도 이와 마찬가지다. 자신을 드러내고 주장하고 외치고 속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삶과 죽음을 생각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진지한 행위가 바로 글쓰기가 아닌가.

 

그러나 이강룡은 뚜껑 대신 마음을 여는 공감 글쓰기를 통해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공감에 주목한다. 공감할 수 없는 마음 때문에 치유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바람의 화원에서 선생 김홍도가 제자 신윤복에게 했다는 말은 이렇다. ‘그림이란 보이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일이다.’

 

글쓰기도 어쩌면 이 원리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구체적 대상을 통해 보이지 않는 정서와 개념을 표현하는 것이 글쓰기의 본질이다. 그래야 글을 통해 본질의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실전 글쓰기의 면면을 속속들이 드러낸다. 예를 들어 글을 쓸 때는 구체적으로 쓰라고 조언한다. 구체적으로 쓸수록 보편성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대로 세상을 움직이려 하지 말고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노력하는 일이 우선이다. 그러면 세상도 움직인다. 글을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부분과 전체, 개념 재규정, 예시와 비유 등 실전에서 초보자가 실수하기 쉬운 글쓰기 전략을 수정해 주고 실용적 글쓰기의 실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은 말하자면 글쓰기의 교과서가 아니라 글쓰기 실전 활용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세 권의 책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것은 나만의 글이다. 글은 한 사람의 분신처럼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드러낸다. 모든 사람의 얼굴 생김이 다르듯 같은 내용의 글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표현한다. 개성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 자신만의 문체를 가진 사람을 그래서 사람들은 부러워한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수많은 글쓰기 책들 속으로 묻혀 버릴 세 권의 책이 아쉽지 않은 것은 다만 자신과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의 글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람의 마음을 치유(healing)할 수만 있다면 책읽기든 글쓰기든 등산이든 낚시든 음악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삶이다. 그 삶의 과정과 질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우리는 수많은 관계속에서 행복을 얻고 삶의 기쁨을 찾지만 마찬가지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를 받고 죽음보다 큰 고통을 맛보기도 한다. 이 삶의 아이러니는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글쓰기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수많은 와 대면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이제 진짜 내 이야기를 써 보자. 

 

 

120516-04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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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한국 근현대사
한상철.이영복 지음 / 우리교육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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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개정교육과정의 뚜렷한 변화 중 하나는 <근현대사> 과목의 폐지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를 해석하고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지는 것에 우리는 동의할 수 있을까. 수능 체제 개편과 함께 사라진 <근현대사>는 공부할 필요가 없는 과목이었을까.  

 

몇 권의 한국 근현대사를 다시 읽다가 마음이 너무 무겁고 우울해졌다. 우리에게도 분명 행복하고 찬란했던 순간들이 있었을 텐데 근현대사는 어찌도 이렇게 잔인한 슬픔으로 가득하단 말인가. 19세기와 20세기의 200여 년간 우리에게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으며 그 결정적 시기를 왜 지혜롭게 극복하지 못했을까. 역사에는 가정법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의 근현대사는 말할 수 없이 안타까운 순간들로 가득하다.

중국의 작가 루쉰은 처음부터 만들어진 길은 없고 한 사람 두 사람 걷다보니 길이 생겼다고 말한다. 인간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행동하고 삶을 영위하는 과정이 역사라고 한다면 백지 같은 시간과 공간에 그려진 역사는 우리들이 걸어온 길이며 또한 걸어갈 길의 목적과 방향을 예고해 준다. 서구 열강의 침략과 국제 정세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시점부터 일제 식민지는 예고된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불행한 과거를 딛고 새로운 미래를 열지 못한 안타까움은 지금 현재 우리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489빈민족행위처벌법을 만들었으나 친일 경찰들이 반민특위 사무실을 습격하고 특별경찰대원들을 체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은 내가 지시한 것이라고 옹호했고 반민법의 공소 시효를 1949831일로 줄인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유대인 학살에 대한 독일인들의 반성과 나치 부역 언론을 청산한 프랑스의 사례와 비교하면 통탄할 노릇이다. 사회적 갈등과 현재의 불행은 과거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역사교육은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국가와 민족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나를 확인하며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네가 서 있는 곳을 파헤쳐라.’고 말한 스웨덴 역사가 스벤 린드크비스트의 말은 근현대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현재 내 삶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현실적인 문제와 관련된 일부터 알아야 한다. 우리가 근현대사를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식적인 기록, 민족주의적 관점, 자존심을 내세우는 역사가 아니라 사실 그대로의 기록을 확인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통해 비판적인 판단 능력을 길러나가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역사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아닌가 싶다

 

한상철, 이영복의 내가 쓴 한국 근현대사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객관적 사실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정치사가 중심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지만 경제사와 사회사 그리고 문화사도 빼놓지 않고 있으며 1800년부터 20006. 15 남북 공동선언까지 폭넓고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을 다루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도 관점에 따라 180˚ 다르게 평가된다. 역사는 관점과 기준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테러리즘에 반대하지만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은 의사(義士)’라고 한다. 일본인들에게는 암살범에 불과하지만 누구의 관점으로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달라지는 것이다.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인권, 평등, 노동, 환경, 평화 등의 가치를 담아내려고 노력한 이 책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벌어졌던 최소한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우리가 확인하고 넘어가야할 역사의 한 장면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역사책이다

 

서중석의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는 해방 이후 1945년부터 2000년 남북 정상회담까지 현대사만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미국과 소련의 영향 아래 놓인 한반도의 운명은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으로 이어졌고 이후 첨예한 이념 대립과 갈등으로 분열되었다. 그 고통과 상처로 인한 남과 북의 대립과 갈등은 우리 민족의 비극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벌어진 참혹한 양민학살, 정치인들의 욕심, 군사 독재는 우리 역사의 아픔이고 그늘이었다. 그리고 그 역사는 오늘날 우리들의 삶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진실은 학교에서 배운 역사, 널리 알려진 역사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근현대사는 우리에게 조금 더 비판적인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그 원인을 고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전근대의 부정적 요소를 척결하는 시민혁명을 거치지 못한 현실에서 근대/전근대의 이분법적 도식은 우리 사회를 설명하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하는 한홍구의 대한민국1~4는 살아있는 현대사의 이면을 정확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주는 책이다. 역사는 대체로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편견을 깰 만큼 도발적인 글쓰기로 읽는 사람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 혼란스런 해방 정국에서부터 친일파 청산, 고문치사, 좌우대립, 맥아더, 주한민군,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신영복, 유시민에 이르기까지 현재 우리들의 현실을 포함한 지금 이 순간의 역사를 다루고 있어 매우 현실적이다.  

 

살아 숨 쉬는 역사는 누가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오늘의 삶이다. 다양한 사회 문제와 내 삶의 조건이 과거 역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결과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우리들의 근현대사는 지금 우리들의 현실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편견과 이념을 넘어 객관적 정보와 사실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에 대한 평가와 판단은 차후의 문제이다. 선별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는 역사책은 쓰레기에 불과하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역사에 접근하고 비판적 관점으로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지금-여기의 역사를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우리들 삶의 과정이며 그 과정이 역사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120507-04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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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상식 바로잡기 - 한국사 상식 44가지의 오류, 그 원인을 파헤친다!
박은봉 지음 / 책과함께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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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는 『에고 트릭ego tric』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자아관 및 세계관에 배치되는 사실과 사건을 기억하지 않고, 무시한다. 말하자면 우리는 선택적으로 기억한다. 보통은 그렇게 하려는 의식적 노력이나 의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한다.”고 말한다. ‘기억과 자아’의 관계를 말하는 부분인데 결국 개인의 정체성은 선택적 기억으로 결정된다는 의미이다. 한 나라의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심지어 기억을 비틀고 왜곡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해야 하는 역사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오류가 숨어 있다. 그것은 의도된 왜곡일 수도 있고 단순한 실수일 수도 있다. 다만 개인이 아닌 국가 차원의 역사는 선택적 기억으로 정체성을 만들어갈 수 없다.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평가되는 것이 역사라고 하지만 그것은 기본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정확하게 아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국사에 대한 객관적 사실(fact)을 확인하고 그 뒤에 숨은 진실(truth)을 판단하는 일은 조금 다른 문제이다. 특히 역사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청소년은 한국사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역사적 사건이 벌어지게 된 원인과 결과를 꼼꼼하게 살피고 그 의미를 확인하는 과정이 역사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따라서 특정 사관이나 정치적 이념에 치우친 역사를 주의해야 한다. 어떤 사건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이미 주관적 판단이지만 역사를 하나의 연속적인 흐름으로 파악하고 인과관계를 따져가며 비판적인 관점을 갖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이 우리가 역사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하게 읽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손쉬운 방법으로, 단 한 권으로 끝내는 비법은 없다. 한국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흥미 위주의 내용을 왜곡, 과장하는 교양서를 잘 선별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오천년에 이르는 장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겪었던 일들을 정리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사관에 따라 그리고 권력자의 관점에 따라 역사는 얼마든지 다르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역사는 임금과 지배집단이 주체적으로 이끌어 온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를 기본적으로 구성하는 것은 민중들의 삶 자체이다. 말하자면 대통령이 했던 말과 추진했던 정책도 중요하겠지만 국민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그것이 우리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1~22』는 한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22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으로 집필되어 부담스러워 보이지만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구수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 형식의 역사이다. 어렵고 딱딱한 이론을 적용하지도 않았으며 특정 계층의 사관을 반영하지도 않았다. 현실의 문제를 더불어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라서 한국사를 이해하는 데 더없이 값진 책이다.

 

구석기시대부터 이 땅에 터전을 잡고 살아온 한민족의 역사가 풍요롭고 다채롭게 펼쳐져 있는 이 책은 40년이 넘도록 한국 역사 연구에 매달려온 저자의 내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빙하기와 지구의 형성 그리고 한반도의 지형 등 자연사로 시작해서 인류의 발생과 종의 기원을 다루는 것으로 한반도의 역사를 시작한다. 고대국가의 기초를 만든 조선에서 시작하여 삼국과 고려 그리고 조선은 물론 일제 식민지 시기까지 꼼꼼하게 살피며 민족사, 생활사, 민중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료 사진이 삽입되어 있고 문장이 어렵지 않아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며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관점으로 다양한 계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편타당한 가치관으로 세계인과 더불어 새로운 인류문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한국사를 보여주는 책이다.

 

“문익점은 정말 붓두껍 속에 목화씨를 숨겨왔을까? 행주산성에서 행주치마를 사용했을까? ‘현모양처’는 전통적인 여인상일까? 베트남 파병은 미국의 요구 때문이었을까?” 가장 익숙한 곳에 오류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상식 중에는 생각보다 많은 오류가 숨어 있다. 박은봉의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는 이러한 ‘상식’을 바로 잡아주는 책이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한국사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는 일은 단순히 오류를 수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생각하는 방법을 점검하고 또 다른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필요에 따라 역사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올바른 역사인식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국사에 관한 다양한 책을 읽다보면 항상 보이지 않는 존재가 ‘여성’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여전히 여성은 역사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조선시대 성리학적 세계관이 지배하기 이전에도 물리적인 힘의 논리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었던 여성이 역사에서 다루어지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신명호의 『조선왕비실록』은 의미 있게 읽히는 책이다. 철저하게 왕조사 중심인 대부분의 역사서에 비해 이 책은 숨겨진 절반의 역사라는 부제에 어울리게 조선왕조 오백년간 정치, 문화적으로 특별했던 7명의 왕비를 다루고 있다.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리고 한 나라의 국모가 되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왕비들의 삶을 살펴보는 것은 한국사를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한국사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장 어렵다. 소설이나 TV 드라마는 물론 영화나 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판단과 오류가 생기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진 오류를 바로 잡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학교에서 배우고 주변에서도 늘 접하고 있는 것 같지만 한국사에 대한 우리들의 지식과 상식은 많이 부족하다. 한국사에 대한 작은 관심과 이해가 현실을 파악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디딤돌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한국사는 바로 우리들의 오래된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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