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셸 셔먼은 '피아노를 마스터하려면 먼저 우주를 마스터해야 한다'고 했다.

피아노 선율에 이 우주를 담아내어야 한다는 말이다.

다람쥐의 빠른 움직임도,

바람에 쓸리는 나뭇잎도.

냇가를 흐르는 물소리도

석양의 지는 노을도 선율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의 행복함도

이별의 쓰라림도

첫사랑의 아름다웠던 기억도

그대를 가슴에 품고 마냥 행복했던 시간들도

뱃전에 흔들리는 그녀의 손을 잡고 건너는 떨림도

그녀의 경쾌한 웃음소리도

동심원처럼 소리없이 번져가는 그녀의 미소도

선율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선율은 사람의 영혼을 울리어야 한다.

피아노를 달리는 두 손은 건반만 두드려서는 안된다.

청중의 영혼도 함께 두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 선율은 중복되어서는 안된다.

가장 필요한 선율을 가장 압축적으로 담아내어야 한다.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마지막 부분이 중복적이고 불필요한 부분이 용두사미격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우리들은 우리 인생을 담을 피아노를 만들어야 한다.

나에게 그 피아노는 무엇인가?

나에게 그 호로비츠는 과연 무엇인가?

그 안에 내 인생이 넉넉히 담길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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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6-07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께는 명상? 저에게는 수다?
(실없는 소리가 먼저 나오네요. 호호)
우리 인생을 담을 피아노? 저도 좀 철들면 철학이 있는 언어로 아이들을 이끌어주고 잡아주고 혹은 위로해주고 그러다 혹 삼류음악이라도 울리고 가면 좋으련만...
그저 아직도 혼자서 짝사랑만 하고 있답니다.

달팽이 2006-06-07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느낄 가슴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그저 몇 자 끄적였다고 그 가슴떨림의 느낌을 다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닐터...
그것을 느끼는 마음이 있다면 나머지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아요...제겐..

어둔이 2006-06-08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아노에담아낼음
빗물바람웃음낮달
환희고통사랑행복
손가락끝에서살아
영화끝나고꿈깨다

파란여우 2006-06-1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올림도온올림도
검은나무하얀나무
어울림에섞고녹아
마디마디경계넘어
그대앞에노래하네

달팽이 2006-06-16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가길을만들고
마음이앞질러가다
나를부르는소리에
고개를돌려보다가
할소리에잠이깨다
 

학교를 파한 후 몰운대 쪽으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 사이에 허연 연기가 가득 찬게 아닌가?

불이 났나?

길은 지나가고 새로운 아파트 단지에도 뿌연 연기는 가득...

무엇일까?

몰운성당 앞에 있는 전망대에 서서야 비로소 그 정체를 알았다.

남해 바다 가득히 밀려오는 해무...

몰운대를 덮고 아파트 단지를 덮고 있었다.

눈 앞에 지척으로 보이는 도요등은 해무에 완전히 가려 어깻죽지만 드러내고 있었다.

지율 스님을 만났다.

얼굴이 좀 보기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장기간 단식으로 신장이 좋지 않아 부은 것이란다.

성당을 내려오는데 난간에 몸을 의지해서 천천히 내려오는 모습이 아직은 완쾌가 멀었음을 보여준다.

운무 뒤로 해지는 풍경이 좋은 찻집에서 스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길을 나섰다.

바다 위로 거대하게 드리워서 이동하던 운무도 저녁햇살에 흩어지고....

몰운대의 일몰도 멀어져간다.

주위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운무는 다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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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6-06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해에 학교에서 뵈었었는데,참 맑은 분..이라고 생각했었어요.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자기이름으로 된 통장 하나없이 살아오셨다는 말을 듣고 그 분의 진의를 느꼈습니다.부디 건강하시기를 두손모아 기원합니다.

달팽이 2006-06-06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님생활에 받는 돈이 얼마되지 않는데 그 돈마저도 자신을 위해서 쓰지 않는 분이더군요.
천성산문제로 세상에 많이 알려져서 이젠 스님의 행동에도 시선이 많이 따라 다녀 불편한 점도 많을 것 같군요..
 

초록숲속 부는바람

선율되어 가슴가득

까마귀의 긴긴울음

봄날더욱 쓸쓸한데

흐린구름 세찬바람

깊어지고 굵어지고

두두두둑 쏟아지는

예상불허 봄의눈물

바람더욱 거세지고

시린가슴 옷여미네

가슴속에 가득담긴

봄의산빛 변해가네

잿빛으로 회색으로

밝은봄빛 퇴색되네

차를돌려 벗의집에

술한잔과 안주한점

풍경소리 그윽하고

머얼리서 들려오는

관음보살 봄의설법

마음속의 없는한점

소리없이 불밝히네

속절없던 인생의꿈

안개처럼 흩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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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5-10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숲속을 걸었다.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숲속에
바람이 불자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가 우선 나에게 안부를 묻는다.
뒤이어 나무는 팔을 뻗어 손을 흔들어대고..
땅 위에 구르는 돌들은 나의 발등을 두드리며 지나간다.
몰래 숨어있던 까마귀 울어 나를 깜짝 놀래킨다.
아니 숲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게 있어왔다.
온갖 표정과 소리로 우리들의 발걸음을 맞아왔다.
숲을 벗어나자 이젠 구름이 눈짓한다.
오랫동안 구름 뒤에서 숨어있었던 빗방울도 봄나들이에 기뻐한다.
바람은 신이나서 더욱 흥겹게 춤을추고
만물은 그 웅성거림을 더해간다.
왜 나는 쓸쓸해야만 하는가?
마음을 열자..
세상에 즐겁지 않은 것은 없지 않은가?

비자림 2006-05-13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천사 가서 원성 스님 엽서랑 방석동자 사 왔어요. 그런데 우리 아들들 방석동자 갖고 한 10여 분 자동차처럼 놀고 있네요. 벌써 얼굴이 시커매진 방석동자..
근데 우리 아들들에게 시달린 방석동자가 더 즐거워 보였어요.

비자림 2006-05-13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고 싶은 말을 못 한 것 같아 댓글을 다시 써요.)
3,4월에 제 방 다락방에도 자주 청승맞고 스산한 바람이 불어 저는 음악으로 달랬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제주도의 비자림, 그 안의 부드럽고 맑은 공기를 보내 드리고 싶네요.

달팽이 2006-05-13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년의 비자림의 스산하면서도 부드러운 기운 속을 거닐던 기억이 납니다.
천년된 비자나무이던가요? 거기서 돌아나오면서 돌담길에 수북히 쌓인 눈 위로 발자국을 남기며 돌아올 때 마음 속의 서늘함과 고요함에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저것이 무엇인가?

해질 무렵 동네 어귀에 돌아오는 선비의 뿌연 갓에 얼굴을 가린 모습과도 비슷하고

차가운 비내린 새벽에 연병장을 무수히 돌아온 병사의 몸에서 뿜어대는 온기같기도 한 그것은..

 

아침에 집을 나서며 보이는 뒷산은 짙은 구름옷을 입고 있었다.

구름은 산 중턱에서 시작되어 담배연기같이 끊임없는 구름을 만들어내어 정상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아, 오늘은 백양산이 신선이 사는 곳으로 보이는 군..

밤새도록 구토를 해대는 아이

젖은 이불을 갈고 또 갈아가며 밤잠을 설치시는 어머니

철없는 아들은 아들의 시름을 잊은 채

또 하루의 시작을 엉뚱한 감동으로 시작한다.

 

나른한 햇살의 길을 따라 간 한낮의 꿈 속 풍경엔

암남공원의 해안산책로 입구에서 바라본

봉래산이 아침의 백양산처럼 구름에 묻혀 있다.

아! 저건은 신선도인가?

영도의 아파트가 구름 위에 둥둥 떠다닌다.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의 21세기 판이 저렇지 않을까?

 

구름다리를 지나 암남의 절벽계단을 따라 내려간 자갈마당에선

커다란 두 개의 바위사이로 파도는 철썩 부서지고

그 사이로 물결은 사납게 우리들을 향해 돌격하다 흘러내리는 초처럼 녹아내린다.

두 개의 바위 사이로 보이는 잿빛 바다...

그 운무 너머

밀려오는 삶의 욕망과 죽음의 유혹

부서지는 아슬아슬한 바위 끝에서 목숨을 낚는 게임은 지루하게 이어지고

그 지루함을 이기지 못한 한 쌍의 중년부부는 바위 위에 다정히 드러눕는다.

팔베개를 하고 누운 두 사람의 얼굴엔 짙은 하늘이 내려와 조심스럽게 앉는다.

 

현실로 돌아오다.

닝겔을 꽂은 시윤이는 손등에 꽂은 주사바늘이 싫다고 울어대고

무거운 눈꺼풀을 자꾸만 밀어올리며 피곤함에 지친 어머니가 자리를 지킨다.

아이의 흐린 시선 속에 우리가 보이는지

눌렀던 설움이 울음으로 폭발한다.

울다가 지쳐 잠든 녀석의 얼굴을 바라본다.

 

너 지금 어디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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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같은 하루를 치르고 난 후 늦은 밤에 음악을 듣는다.

책을 들었다가 그저 음악이 듣고 싶었다.

안데스 음악

첫 곡부터 마음을 애절하게 하는 곡이다.

'슬픈 구름'의 제목을 가진 이 음악은 에콰도르 음악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그 뼈를 깎아 만든 악기로 연주를 하는데 그 악기 이름이 케나이다.

요즈음은 대나무로 만든 케나를 부른다.

 

<아무도 아무도 없이>

 

아무도, 아무도 없이 나 홀로 남았네.

초원의 외로운 꽃일 뿐인 그녀와 그녀의 슬픈 그림자.

 

너무도 걱정스러워 입에서 케나를 뗐네.

그녀의 목소리가 잘 들리도록

너무 많이 울어 그녀 목소리가 쉬었네.

 

삶이 이럴 수가 있을까!

길은 모두 사라지고 나를 감싸주던 것들은 죽고 없네.

모든 것이, 모든 것이 사라졌네.

 

(채집, 번역 : 호세 마리아 아르게다스)

 

오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다.

느티나무 아래를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데

잎새를 울리며 지나가는 저 바람소리와

소리도없이 내리쬐는 한결 뜨거워진 햇살도

고독이라고 하는 공통의 영역을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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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5-01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왔어요
돌덩어리처럼 굳은 얼굴로 면사무소 갔다 왔더니 다정하게 반겨주는 책 한권에
잠시 마음을 적십니다. 걸어오는데 벚나무 연초록 잎사귀가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나긋나긋해진 마음으로 책 속의 그림을 들여다 봐야 할텐데...
참 고마워요.
참참...^^

달팽이 2006-05-0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인연 되었다 생각하니 마음이 좋군요..
외유에서 돌아오셨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