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젖은 땅을 보다가
시선을 하늘로 돌렸는데 먹구름이 산에 걸려 있었다.
어허, 이것 오늘 소풍은 어찌 되려나
비만 오지 않으면 참 좋은 소풍될터인데...
하면서 산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혼자 걸으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산 너머 저곳에는 하늘이 뚫려 파아란 속살이 드러났다.
아, 오늘은 좋은 소풍 날
아이들을 데리고 산길을 걷다가 비가 두둑 떨어지기 시작하여
발길을 돌려 공원 벤치와 잔디에 풀어놓고
막걸리 집에서 파전 시키고 김밥 들고 저수지 위로 떨어지며 수없이 만들어내는 동심원을 본다.
참 좋은 날이다.
꽃물드는 나뭇잎과 눈 앞을 가로막는 빗방울 소리 그리고 희미해지는 풍경.....
아이들을 보내고 또 다시 산을 넘어왔다.
능선을 타고 오르며 내다보는 저 산 위로 부산에서 오랫만에 보는 대형 무지개가 걸렸다.
선명하고도 부산 전체를 감싸는 커다란 무지개 능선을 보니 마음이 떨리었다.
떨리는 마음 간직한 채 집에 와서 샤워를 한 후
몇 가지의 일을 마친 후
버스를 타고 동래 전철역으로 갔다.
티켓팅을 하고 칸막이를 넘어서는데 테러용 폭탄으로 의심되는 가방이 발견되었다는 역내 방송이 있었다.
사람들은 갑자기 분주히 움직였고, 나는 멍하니 있다가 그냥 지하철을 탔다.
어찌 되었을까?
폭탄은....
부산을 드리운 무지개 빛깔에 녹아버린 것이 아닐까?
이 삶에 소풍온 날,
나는 또 하루의 끝을 향해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