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07~2020 특별판 나비클럽 소설선
황세연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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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각국에 추리문학작품에 수여하는 상들이  있다.

추리소설에 종주국인 영국과 미국에는 다양한 종류에 추리문학상이 있는데 그중 가장 권위 있는 상들은 미국에 '에드거상' '셰이머스상' '체스터 하임스상' '레즈비언 미스터리' '람다 문학상'등이 있다.

영국에 '골든 대거 상'은 전세계 추리 소설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다.

반면에 한국은 1985년 부터 한국 추리 작가 협회'에서 주관하는 '한국 추리문학상'이 유일무의한 상으로 오로지 장편작만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추리소설에 신호탄을 쏴올렸던 에드거 앨런 포우에 '모르그 가의 살인'이 단편이였고 추리소설적인 긴박한 전개와 구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형식은 '단편'이다.


드디어 2007년에 한국 추리 문학상의 최우수 단편 부문인 '황금펜상' 이 신설되었다.

'황금펜상'은 전년도 11월부터 해당년도 10월까지 잡지와 단행본등 각종 지면을 통해 발표된 추리소설 단편을 대상으로 심사한다.

'계간 미스터리'편집위원들이 본선에 올릴 후보작을 고르고 '황금펜상 심사위원'을 별도로 위촉해서 본선작을 최종 심사하고 수상작을 선정한다.

이번에 출간된 '황금펜상'수상작품집에는 제1회 수상작부터(2007년) 2020년 수상작들이 실려 있다.


김유철 작가를 시작으로 박하익,송시우,조동신, 홍성호, 공민철, 한이, 정가일 그리고 2020년  수상작가 황세연에 작품'흉가'가 담겨 있다.(제2회,3회 수상작 없음)

'황금펜상'에서 발굴한 작가들은 제1회 수상작가 김유철 작가는 이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하는 작가가 된다.

이번 2020년에 수상한 작가 황세연은 한국 추리 문학 대상까지 받았고 제4회 '무는 남자'로 수상했던 박하익 작가는 연작 장편 추리소설 '선암여고 탐정단'이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제6회 수상작가인 송시우는 현재 가장 핫한 한국 문단 추리소설가로 '라일락 붉게 피던 집' '검은개가 온다'등을 연달아 발표하며 연작 단편집' 달리는 조사관'이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다.


자, 그럼 제1회 수상작인 김유철 작가에 '국선 변호사, 그해 여름' 부터 살펴볼까


애인의 살인을 자백한 젊은 현직 경찰관,검찰과 경찰은 진상을 규명하는 것보다는 자백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사건을 덮기를 원하지만,국선 변호를 맡은 중년 변호사는 뭔가 미심쩍음을 느낀다.

짦은 구성속에 사건에 진상을 파헤치는 과정 등장인물 사이에 오고가는 인간적인 면모를 절제된 문장과 밀도 놓은 서사로 촘촘하게 묘사한다.

이작품에 주요 등장인물은 2019년에 펴낸 장편 '콜24'에 다시 등장한다.


제2회 3회' 수상작을 내지 못하고 드디어 2010년 제4회' 수상작으로 박하익의 '무는 남자'가 선정되었다.


이작품은 '학원 미스터리'로 싸이 월드 시대에 살았던 여고생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돌발행동과 사고를 경쾌한 대화 속에 버무려서 '재단 사학비리'에 어두운면을 파헤친다.

이후 박하익 작가는  이단편수상작을 시리즈로 발전 시켜서 '선암 여고 탐정단'이라는 타이틀로 두편에 연작 단편집을 출간하고 드라마로 제작된다.


한국 추리소설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송시우는 2012년 '아이의 뼈'로 제6회'수상한다.


20년전 어린딸을 잃은 노파, 그딸을 죽인 혐의를 가진 죄수 사이에 거래가 이루워지는데 이작품은 제3자인 변호사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이야기여서 독자들은 논리적으로 사건 전개를 파악 해야 한다.


2013년 수상작 '보화도'는 16세기말 임진왜란 이후 탁해진 세상과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cctv와 스마트폰 세상인 21세기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들이 퍼즐 미스터리 구성으로 전개 된다.

2014년 제8회 수상작 '각인'은 도입부부터 스릴러 처럼 전개되는데 평범해 보였던 유괴 사건이 몸값을 요구 하지 않아 사건은 점점 미궁상태로 빠지는데 이 사건을 통해 경찰의 조직적 수사, 가족에 붕괴,사회질서에 혼돈 속에 뛰어든 선후배 수사단에 활약이 돋보인다.


2015년(낯선 아들)과 2016년(유일한 범인) 두회 연속 수상한 공민철 작가는 치매노인, 고독사, 노인자살에 모습을 통해 한국 사회에 가장 어두운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2017년 수상작 한이의 '귀양다리'는 17세기 중반 조선 제주의 유배객에 자살 사건을 통해 유배지인 제주에 당시 사회 풍습과 유배객들에 불후한 삶을 보여준다.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어도 좋을 만큼 역사 사회파 소설급이다.


첫사랑을 떠올리게 만드는 '소나기'라는 작품은 2018년 정가일 작가 작품으로 부잣집 국회의원 아들과 친구가 된 이들사이에 벌어진 모종의 사건을 통해 첫사랑,첫키스가 설레이고 풋풋했던 사랑에 기억이 아닌 한인강에 인생에 빛마저 뺴앗아버린다는것을 보여준다.


2011년 제5회 '스탠리 밀그램의 법칙'과 2020년 14회'흉가'로 두차례나 '황금펜상'을 수상한 황세연 작가는 1995년 스포츠 서울 신춘 문예추리소설 부문에 당선되었던 중견 작가로 일탈로 인해 기나긴 세월에 걸쳐 연쇄반응처럼 일어나는 비극적인 현실과 새로 이사온 집에 도사린 공포를 통해 전혀 다른 두 작품으로 사건을 추적한다.

반전 유머로 마지막 문장까지 읽게 만드는 필력을 갖고 있다.


이 작품집에 실려 있는 열두편에 작품들은 법정 미스터리 부터 학원물,사회파,역사,경찰,공포 그리고 퍼즐 미스터리 까지 다양한 미스터리들이 담겨 있다.


종이책 출간량이 점점 줄어들고 스마트폰속에 들어가는 웹소설물이 넘쳐나는 시대에 

이렇게 매년 한국 추리 단편집에 수상작을 배출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전세계 추리소설가들중 애거사 크리스티, 코넌도일, 에드거 알랜 포우에 작품에 영향받지 않은 작가는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추리물은 종이로 인쇄된것 중에 가장 재밌게 읽혀졌던 글, 다른 작품까지 읽고 싶어지는 출발점 같은 것일지 모른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셜록홈즈,명탐정 코난,소년 탐정단을 뒹굴면서 읽던 추억, 빨간색 문고본에 애거사 크리스티 추리물 시리즈를 차례차례 독파하면서 한바구니 귤을 까먹었던 추운 겨울

인간에 가장 내밀한 어두운면을 엿보며 극한적인 상황을 간접 체험하고 선과 악의 대결을 한글자 한글자 지켜보는것 만큼 추리소설, 미스터리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인간에 삶 속에 도사리고 있는 상실과 울분 그리고 배신과 치정에 날것에 모습들을 향한 뼈아픈 충고 일지 모른다.


2020년 마지막 끝자락 12월 '황금펜상 수상작품집'이 누군가에게 한국 추리문학 단편들을 향한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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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2-23 2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밌을 것 같네요. 추리 문학인데다 특별판이니...

책을 읽으면서 맛있는 것 먹기도 하면서 즐거운 성탄절을 보내십시오.
메리 크리스마스!!!

scott 2020-12-24 00:05   좋아요 2 | URL
페크님!
이책 생각지 못하게 재밌어요.
원래 한국 추리물은 안읽는데 ㅎㅎ
우와 이수상작품집은 순식간에 뚝딱!하게 만들어요.

밖을 못나가니 ㅜ.ㅜ
문자 흡수하는 능력이 좋아졌나봐요 ㅋㅋㅋ

페크님 내일 가족들에게 맛나는 요리
제 예상으로 가족들에게 쿠키를 구워주실것 같음 @ㅅ@

페크님 해피 메리메리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후애(厚愛) 2020-12-24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메리 크리스마스~!!!!^^
즐겁고 행복한 성탄절 되세요.^^

저도 저 책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담아가야겠어요. ㅎ

scott 2020-12-24 10:12   좋아요 2 | URL
후에님!
건강관리 잘하시고 가족모두 행복 평완~*
대구에 내일 눈가루 휘날리길 바랍니다.ㅋㅋ
♥〃´`)
  ,·´ ¸,·´`)
 (¸,·´ (¸*♥Marry Christmas &
           ♥〃´`)
                    ,·´ ¸,·´`)
                   (¸,·´ (¸*♥

청아 2020-12-24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 …‥★━○━♬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
☆,·´ ¸,·´`)
 (¸,·´ (¸.,·´`°³о♡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scott 2020-12-24 10:25   좋아요 1 | URL
미미님도! 해피한 연말 보내세요
.+ ˝.+.. 。
☆ ˚。 *:
/ ˚Merry *˝.
˚Christmas! *:

2020-12-24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4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4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0-12-24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신간 신간 ! 쉰남 ^.~

2020-12-24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4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4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이버 2020-12-24 1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황금펜상에 대해서 처음 알았어요~ 한국 추리소설은 거의 읽어본 적이 없는데 궁금하네요!

scott 2020-12-24 19:22   좋아요 1 | URL
별기대 안했는데 재밌어요
송시우 작가는 당근! 잘썼고,

법정 미스터리 부터 학원물,사회파,역사,경찰,공포 퍼즐 미스터리 까지 다양해서 순식간에 휘리릭 ㅎㅎ

psyche 2020-12-25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나라 상은 잘 알면서 한국 추리소설에도 상이 있는 줄 처음 알았네요. scott 님 포스트 읽으니 확 끌리네요.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scott 2020-12-25 10:57   좋아요 0 | URL
저 원래 한국판 추리물은 거들떠도 안보는데 이책은,,,,
이제부터 한국 작가들이 쓰는 추리물은 챙겨 읽을려고요 ㅎㅎ
한국 사회에 어두운면을 보여주는데 노인 고독사 부터 보험 사기꾼,치매노인 문제까지
결국에는 우리 이웃들에 모습이 담겨 있어요
강추!!^ㅎ^

coolcat329 2021-01-30 1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이제야 알았네요. 하루 한 편 씩 읽어야겠습니다.

scott 2021-01-30 15:48   좋아요 1 | URL
저도 읽고 나서 놀랬어요.
한국 추리 단편이 이정도 수준인줄
겨울에 읽기 딱 좋아요 쿨캣님 ^ㅎ^
 
푸치니 - 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클라우드 5
유윤종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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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투스카니(Tuscany) 지방의 루카(Lucca)에서 태어난 푸치니의 이름은 자코모 안토니오 도메니코 미켈레 세콘도 마리아 푸치니(Giacomo Antonio Domenico Michele Secondo Maria Puccini)

푸치니는 몬테베르디, 로시니, 베르디 등으로 대표되는 이탈리아의 오페라 역사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는 작곡가다.

생전에 그에게 오페라의 전통을 20세기로 이어가는 작곡가로 주목받았고 서거 이후에는 그았다.뒤를 이을 만한  작곡가가 나타나지 

않았다.300년 전통의 이탈리아 오페라라는 장르를 현대 대중에게 친숙한 작품으로선보였고 그것이 현대 영화음악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생애 끝자락을 화려하게 마무리할 장엄한 오페라를 완성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탓할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는 작곡가였다. 

극과 음악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기 위해 오페라 대본작가들을 비롯해 평생 그의 지지자이자 지원자, 동료이기도 했던 출판업자 리코르디(그의 회사는 지금도 세계적인 악보 출판사로 남아 있다) 등 주변 사람들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사람이였다.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투란도트〉 같은, 지금도 전 세계 오페라극장에서 활발히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대작들은 완벽을 향한 그의 집요한 노력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것이다.

푸치니는 오페라가 수많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면  “듣는 이를 사로잡을 수 있는 단순한 스토리의 슬픈 이야기, 사랑 이야기”에 집중했다.때로는 자신의 경험을 오페라의 음악속에 녹여냈는 부인  엘비라와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중에도 끊임없이 다른 여자들을 만났던 경험,사랑에 빠졌을 때의 느낌과 분위기를 귀신같이 잡아내며 감정의 클라이막스를  음악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줄 알았다. 특히 주인공앞에 불어 닥친 파멸과 비극을 음악으로 암시하는 데도 발군의 솜씨를 보였다. 

기존의 오페라에서 극과 음악, 레치타티보, 연출 등의 요소를 관객들이 따라잡기 힘들었는데  푸치니의 오페라에서는 이 모든 요소가 자연스럽게 스며

들면서 이 모든 삶의 여정의 종착점이라 할 수 있는 위대한 선율의 아리아는 푸치니라라는 작곡가가 오페라라는 장르에 독보적이 존재로 빛이 날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생전에 누린 유명세에 비해 좀처럼 평론가들의 호평은 얻지 못한 작곡가였다.

비평가들은 푸치니가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에 집중해서 스토리가 너무 자극적이라고 혹평했지만 관갹들은 푸치니의 오페라를 사랑했고 21세기에도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은 전 세계 오페라하우스를  독점하고 있다. 

이렇게 위대한 오페라를 창작한 푸치니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탈리아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빌라를 지어놓고

 사냥을 하며 낮시간을 보낸후 새로운 발명품인 자동차와 모터보트를 구입해 직접 몰며 스피드를 즐기면서 이미 남편이 있었던 여자를 파경에 이르게 한 여자와 결혼을 했지만 그녀에게서 기대할 수 없었던 예술적 교양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다른 여인들을 통해 채우며 사랑에 울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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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히나타 식당
우오노메 산타 지음, 한나리 옮김 / 애니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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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타 식당에는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집밥을 해주는곳이다.


집에서 좀처럼 요리솜씨를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조리법을 알려주기도하고 야근하는 엄마에게 따스한 도시락을 만들어주고 싶은 남매에게 특별한 도시락을 싸주는 식당이다.

함께 모이기 힘든 사람은 이식당에서 생일 축하도 하고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며 함께 먹는 즐거움을 듬뿍 느끼게 한다.

손님들에게 온기가 가득한 음식을 제공하는 히나타 식당 일상이 바쁜 도시인들에게  밥먹는 기쁨 한끼의 소중함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이식당에 가게 되면 이런 음식들이 먹고 싶다.

돼지 고기 생강구이-쇠고기 감자조림-오코노미야키-카레라이스-야키소바-쇠고기 두부조림정식-포토푀정식-닭고기데리야키정식-소금주먹밥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따스하고 흐뭇하고 맛있는 냄새가 가득 배어나온다. 

독자들은 이책을 읽기전에 든든하게 속을 채워둬야 할지모른다.

읽다보면 입속에 침이 고이고 책을 덮고나면 주방으로 달려가 냉장고문앞에 서있을지 모른다

행복한 밥상을 직접 만들어 먹고 싶으신분 꼭 이책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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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wland (Paperback)
줌파 라히리 지음 / Random House Inc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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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캘커타 Tollygunge에는 두개의 저수지가 있다. 열대성 폭우가 쏟아지면  습지에 물이 차올라 서서히 두개의 저수지를 잠식시켜 하나의 커다란 저수지가 되버린다.

한여름 저수지 위로 굵은 빗방울들이 쏟아지면 거대한 수증구름이 올라와 바로 눈앞의 사물이나 사람들조차 보이지 않지만 비가 그치면 이내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가 또다시 두개의 저수지로 나눠진다.

'어떤 생명체들은 가뭄으로 땅이 갈라질때도 악착같이 알을 품어 생명을 이어나간다 이렇게 살아남은 생명들은 어느순간에 질척한 땅속에 파묻혀 고통받아 차라리 비가 퍼부어 저수지로 휩쓸려가길 바랄것이다.'

 

1960년 비하르주 낙살지역의 농민봉기를 계기로 인도 마오주의자들은 농민봉기를 계기로 활동영역을  웨스트벵갈과 오디샤주 등지로 넓히며 반란과 폭동을 이어나간다.

마오사상만으로 인도가 계급의 차별로부터 해방될수 없다고 생각했던 형 Subhash는  동생 Udayan를 따라 낙살라이트 운동에 가입하지 않고 어수선한 고향땅을 등지고 머나먼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학업을 이어간다.

1967년 서벵갈의 Tollygunge지역에서 수만명의 농민들이 무장봉기를 일으키고  군경찰은 폭동 주민들을 짓밟고 현장에 있었던 대학생 Udayan는 진압경찰들의 손에 참혹하게 처형을 당한후 저수지로 던져진다.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동생의 죽음 앞에 Subhash는 동생을 지켜주지 못햇다는 죄책감과 동생의 아이를 임신한 연인이자 정혼자인 Gauri를 폭동과 폭력,차별로 부터 벗어나게 하려고 미국으로 데리고 간다.

동생의 여자와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하니 엄마는 하찮고 낮은 계급의 천민들은 절대로 자신들 처럼 높은계급의 사람들을 헌신적으로 사랑하지 않을것이라고 저주섞인 말을 퍼붓는다.

동생을 잃은 슬픔과 부모의 싸늘한 시선을 뒤로하고  어떤 이들로부터 축복받지 못한 결혼식을 올린 Subhash와 Gauri는 미국  Rhode Island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계급차별과 폭력,가난으로 부터 해방된  Gauri는 Subhash의 헌신적인 사랑 아래서 여자아이를 낳지만 더이상 세상에 존재 하지 않은 연인,아이의 아버지Udayan의 그림자, 죽기직전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Subhash의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Gauri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땅에서 받았던 온갖 차별, 멸시,치욕들을 고스란히 Subhash,그가 태어날때부터 지니고 있던 지위,계급을 향해 폭언을 퍼부어대고 어떤 조건,슬픔,고난 앞에서도 사랑으로 Gauri를 지켜주고 싶어하는 남편 마음에 크나큰 상처를 남긴다.

 자신의 철학,사상을 몸소 실천하고 차별에 맞서 싸웠던 연인Udayan와 달리 Gauri는 Subhash가

현실의 고통을 외면한채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려고 이기적으로 미국으로 도피해버린 사람으로 치부해버린다.

 자신이 낳은 딸에게도 냉담하게 대하는 아내를 대신해 Subhash는 동생이 유일하게 남긴 혈육을 자신의 딸처럼 사랑해주지만 아이는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아이로 커간다.

 아내,어머니로도 살지 않는 Gauri는 '도대체 이곳, 이나라에서는 지금 캘커타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나 있을까? 미국인들에게 캘커타 빈민들의 현실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겠지. 그렇다면 이곳 사람들은 살아가는 이유가 대체 뭐야?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사냐고? 폭동에서 빠져나와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내삶은 뭐지?'  라며 남편과 미국을 향해 소리친다.

 Gauri는 자신이 원해서 오지 않은 미국, Rhode Island땅을 벗어나 1년내내 뜨거운 햇살아래 온화한 기후로 눈부신 캘리포니아에서 철학박사를 받고 학문의 길을 걸어가고 제대로 온전하게 자신의 의사를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딸Bela는 몸 곳곳에 문신을 새긴다.

 

사랑을 잃은 슬픔,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대신해 남겨진 사랑을 보듬어 새로운 둥지로 보살피려고 노력했던  Subhash는 거대한 습지같은 과거의 환영속에서 배회하다가 사랑이 주는  공허감의 저수지속으로 잠식당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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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luctant Fundamentalist (Paperback, Reprint, Media Tie In) - Movie Tie-in
Mohsin Hamid / Houghton Mifflin Harcourt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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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Mohsin Hamid 파키스탄 태생으로 The Reluctant Fundamentalist(주저하는 근본주의)라는 소설로 2007년에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이소설은 미국 9.11테러 당시 금융업에 종사하는 파키스탄계 미국인이 미국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단순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단조로운 공간, 많은 이들이 한번쯤은 들렸을법한 공간에서 차분하게 읍조리는 독백이 마치 한순간에 무너진 고층빌딩 잔해 속에 덩그러니 버려진 이방인의 슬픔 음성으로 가득채워져있다.

 누군가의 범죄 행위로 인해 한순간에 자신도 그들과 다를바없는 무슬림으로 취급 받으며 어제는 활짝 웃어보였던 이들이 오늘은 싸늘하게 등을 돌리는 냉소가 짙게 깔려 있다.

 

출간 당시 영미 언론계에서는 21세기에 카뮈가 살아 있었다면 이런 작품을 썼을것이라며 극찬했었다.

 

작가Mohsin Hamid는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이교도인을 사랑하게 된다면 어떤 사랑을 하게 될까?라는 궁금증으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과연 사랑 앞에서는 9.11테러의 트라우마가 사라지게 될까?

 

 

파키스탄에서 대학 교수의 아들로 태어난 Mohsin Hamid는 이미 세살때 3개국어를 구사할정도로 영특한 아이로 아버지의 부임지였던 캘리포니아로 이주했을 당시 친구들에게 '우르두어를 구사하는 근본주의자'라고 말할만큼 자신이 태어난곳, 신앙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히 컸다.

 

능숙하게 구사했던 우르두어보다 영어로 말하고 글을쓰는 날들이 더 많아지자 엄마는 우르두어를 쓰지 않으면 가문에서 추방시켜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을정도 였다.

결국 가족들은 자식들이 더이상 완전한 미국인으로 성장 하지 못하게 하려고 6년만에 고향 파키스탄으로 돌아가고 Mohsin Hamid는 우르두어로 의사소통이 힘든 자신을 발견하고 충격과 정체성 혼란에 시달리게 된다.

주변의 친구들, 친지들, 가족들은 너는 이곳에서 태어났어. 우르두어로 표현 못한다고 해도 너는 우리 아들이야 라고 말해줘도 Mohsin Hamid는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때 비로소 우리가 아닌'나' 내자신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결국 처절하게 처음부터 모국어를 다시 배우고 부모앞에서 완벽한 아들, 굳은 신앙을 입증시킨후 18세때 미국으로 돌아가서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한다.

이곳 에서 토니 모리슨,조이스 캐롤오츠의 창작 수업을 들으며 글쓰는 재미에 푹 빠져버리고 졸업후 잠시 고향 파키스탄으로 돌아가 금융일을 하다가 다시 미국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한다.

 졸업후 맥켄지에서 기업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밤마다 꾸준히 습작을 하고 2000년에 첫번째 작품을 출간해서  미국뿐만아니라 파키스탄에서 날개돋힌듯이 팔리고 고향에서는 드라마, 연극으로 만들어질정도로 인기를 끈다.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돌아선후 두번째 작품 The Reluctant Fundamentalist가 대성공을 거두고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고향 파키스탄으로 돌아간다.

 

아내는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파키스탄보다 미국이 안전할것 같다고 불안해 할때면 그는 미국에 있으면 이곳만큼 불안한곳이 없고 런던에 있으면 이곳 마저 위태로울수 없을정도로 이세상에 절대적으로 안전한곳은 없다고 설득한다.

 

하지만 올해 2월경에 안과의사였던 엄마와 누나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 당하고 12살짜리 조카는 머리에 총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 Mohsin Hamid는 큰충격과 슬픔에 휩싸이면서도 증오할만큼 용서할자신이 없다고 고백한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전부 떨쳐버리지 못했지만 더이상 어떤 곳으로든 도망치지 않기로 결심하고 근본주의자들 세속주의자들, 급진 이슬람주의 자들도 자신들이 뿌리내리고 살고 있는 세상 까지 무차별로 파괴시키지 않을것임을 믿기로 한다.

 

파키스탄, 인도를 돌아다니며 사인회를 열면 오지 사는 젊은이들이 한푼씩 모아서 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 몰려드는데 '우리 또래들은 drugs ,sex scenes이 언제 나오냐며 잔뜩 고대하며 책장을 넘겨요. 하지만 모호하게 묘사하거나 불분명한 단어로 은근슬쩍 비켜가는 문장을 발견하면 어째서 제목이'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라는지 알겠더군요. 다음번 작품에는 제대로 구체적으로 묘사해주세요. 당신 팬들을 좀 기쁘게 해달라고요.' 라는 팬러터를 무진장 많이 받는다고 한다.

 

 

 

요즘 인도에서 발생하는 여성을 상대로 자행되는성폭력, 폭행,살인, 자살등의 사건을 볼때면 마음이 몹시 아프다. 도대체 종교가 신앙이 무엇이길래...

무고한 이들의 생명과 인권이 마구 짖밟혀야 하는가....

 

누가 이곳을 secular democracy 라고 부르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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