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一人稱單數 (Hardcover)
文藝春秋 / 2020년 7월
평점 :
6년만에 출간된 신작 '1인칭 단수'가 출간 되기전(7월12일) 마이니치 신문사 인터뷰에서 하루키는 '예전에는 쓰지 못했던 것들을 1인칭의 시선으로 쓰고싶었다.' 말했었다.
앞서 출간된 에세이 '직업으로서 소설가'에서 향후 출간된 작품은 자기 자신에 대한 탐구가 될것이라며 지난날에 기억속에 스며들었던 다른 이들에 삶에 관한 이야기를 쓰게 될지 모른다고 언급한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에 수록된 총 8편에 단편속에는 주인공인 '나'와 관련된 사람과 사건, 경험들이 시공간에 뒤섞여서 각각에 인생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고 있다.
'돌 베개에'-하이쿠,'크림'(간사이 사투리/모차르트), '찰리 파커 · 플레이 · 보사 노바' (잡지음악평론.카세트 테이프/LP판) , 'With the Beatles' (비틀즈 음악,고등학교 국어교과서 부교재,아쿠타가와 류노스케'톱니 바퀴') ,"야쿠르트 스왈로즈 시집'( 단가/시), '사육제 (Carnaval)' ( 슈만/슈베르트)
이처럼 하루키는 음악과 시,하이쿠,소설들에 곳곳에 배치 해 놓고 한 사람에 인생, 운명을 좌우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치밀한 문장과 묘사로 투영 시켰다.
8편에 단편 중에 가장 하루키 적인 색채가 강한 'With the Beatles'
한여자애를- 한때 소녀 였던 어떤 여자를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은 모른다. 물론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그녀가 나와 같은 고등 학교를 다녔고, 동갑이며 (같은 학년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었다). 아마도 비틀스의 음악을 소중하게 여겼으리란 것 정도다. 그밖에는 아무것도 아는게 없다. 그때는 1964년, 비틀수 열풍이 세계를 강타한 시대였다. 계절은 초가을, 새학기가 시작되고 조금 지나서 일상 생활이 차츰 자리 잡혀간 즈음이다. 그녀는 학교 복도를 혼자 잰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치맛자락을 펄럭이면서 어딘가 서두르는것 같았다. 나는 오래된 학교 건물의 길고 어둑한 복도에서, 그녀와 스쳐지나갔다.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위드 더비틀스)라는 음반의 LP판이었다. 재킷에 쓰인, 비틀스 멤버 네명의 얼굴이 반쯤 그림자로 가려진 흑백사진이 인상적이다. 내 기억에 그 레코드는 미국반도 아니고 국내 라이선스 반도 아니고 영국 오리지널반이었다......
스쳐지나갈때 무척 근사한 냄새가 났다. 나는 그때 그녀에게 강렬하게 이끌렸다.-(위드 더 비틀스) LP판을 소중히 품에 안은, 이름도 모르는 아름다운 소녀에게
1964년 비틀즈가 전세계를 강타 했던 시절 고베에서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나'는 같은 학교 동급생이자 자신에 여자 친구(사요코) 집에 찾아간다. 그곳에서 여자친구에 오빠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에 오빠는 20살 안팎으로 불치병을 앓고 있어서 집안에만 틀어박혀 살고 있었다, 주인공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종종 여자친구에 집을 찾아가 그녀에 오빠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자친구에 오빠와 함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에 단편' 톱니 바퀴'를 함께 소리내어 낭독한다.
18년이 지난 후 도쿄에서 작가로 살고 있던 주인공은 우연히 길을 가다가 여자친구였던 오빠와 마주치게 된다. 행운인지 몰라도 불치병으로 앓고 있었던 그는 이제 병이 완치되어서 정상인으로 살며 대학을 졸업하고 집안에 가업을 이어받았다.
주인공에 전 여자친구는 3년전에 이미 저세상을 떠났는데 결혼을 한 상태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남겨두고 자살을 했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그 순간 충격을 받은 주인공은 그녀와 헤어졌던 날에 있었던 그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이 작품은 하루키가 출간에 앞서 미국 잡지 '뉴요커'에서 실제로 자신이 고등학교때 우연히 복도에서 마주쳤던 소녀, 그 소녀가 들고 있었던 'LP'판 비틀즈에서 떠올린 경험이 이야기에 첫 출발점이라고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이 지나쳤던 모든 순간 속에 '비틀즈'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것들은 사사로운 내 인생에서 일어난 한쌍의 작은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와서 보면 약간 길을 돌아간 정도의 에피소드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해도 내인생은 지금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들은 어느날, 아마도 멀고 긴 통로를 지나, 내가 있는 곳을 찾아온다. 그리고 내 마음을 신기할 정도로 강하게 뒤흔다. 숲의 나뭇잎을 휘감아 올리고, 억새밭을 한꺼번에 눕혀버리고, 집집의 문을 거세게 두드리고 지나가는 가을 끄트머리의 밤바람처럼.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작스럽게 사라져버리거나 떠나버린 장소, 음악, 친구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기억, 간사이 지역 고베라는 도시에서 불었던 바람,청명한 하늘,바다 향기,뱃고동 소리,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왔던 음악, 시,하이쿠,소설 그리고 야구장
1949년생 무라카미 하루키
' 일인칭단수'란 세계의 한 조각을 도려낸 '홑눈'이다.
그러나 그 단면이 늘어날수록 '홑눈'은 한없이 서로 얽힌 '겹눈' 이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이미 내가 아니고, '나'도 이미 내가 아니다.
또한, 그렇다. 당신도 더이상 당신이 아니게 된다.
그곳에서는 무슨일이 일어나고, 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자, 그럼 1949년생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하는 그들에 삶' 1인칭 단수'에 세계로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