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멜론 슈거에서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최승자 옮김 / 비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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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당신은 좀 궁금해 하겠지만 나는 정해진 이름을 갖고 있지 않은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내 이름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그냥 마음에 떠오른 대로 불러달라.]


일 년 열 두 달 달콤한 냄새가 감돌고 어떤 꿈이든 실현되는 완벽한 낙원 '워터멜론 슈가에 살고 있는 나는 이름이 없다. 원래부터 이름이 없었는지 아니면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이름을 버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나’가 살고 있는 곳은 아이디아뜨(Ideath)다.

이 아이디아뜨(Ideath)는 '나’를 지칭하는 ‘I’와 ‘죽음’을 지칭하는 ‘Death’를 합쳐서 아이디아뜨(Ideath)로 즉, ‘내’가 죽은 곳에서 ‘이름 없는 나’가 모호하게 살고 있는 곳으로 그저 불리우는 대로 혹은 누군가가 기억해주는 대로의 그 모습이 바로 ‘나’이다.


'나는 아이디아뜨 근처의 통나무 오두막에 산다. 나는 창밖으로 아이디아뜨를 볼 수 있다. 내 오두막에는 침대 하나, 의자 하나, 테이블 하나, 그리고 내 물건을 간직할 수 있는 커다란 농이 하나 있다. 그리고 밤이면 워터멜론 송어 기름으로 타는 등도 하나 있다.'


아이디아뜨에 통나무 집에서 살고 있는 '나'는 창가로 가 창밖을 내다 본다.

아이디아뜨에서는 요일마다 다른 색깔의 태양이 뜬다.

그리고 요일마다 그 태양을 닮은 워터멜론이 자란다. 붉은 태양이 뜬 월요일에는 붉은 색의 워터멜론이 자라고 검은 태양이 뜬 목요일에는 검은 색의 워터멜론이 자란다.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마거릿이 찾아 오고 다음 날엔 프레드가 찾아 오고 잊힌 작품과 물건들에 관한 모호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프레드가 떠난 후 나는 워터멜론 씨앗으로 만든 잉크에 펜을 적셔 아래 지붕널 공장에서 빌이라는 친구가 만든 목판지에 글을 쓰는 작업을 시작한다.

  1. 아이디아뜨(좋은 곳)

  2. 찰리(내친구)

  3. 호랑이들

  4. 거울동상

  5. 척 영감

  6. 밤에 하는 긴 산책

  7. 워터멜론공장

  8. 프레드(내 단짝)

  9. 야구장

  10. 수로

  11. 에드워즈 박사와 학교 선생

  12. 아이디아뜨의 아름아운 송어 부화장

  13. 무덤조, 수직 통로

  14. 어떤 웨이트리스

  15. 앨, 빌, 다른 사람들

  16. 시내

  17. 태양 그리고 태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18. 인보일(inboil/작중 등장 인물의 이름)과 그 일당 그리고 그들이 파낸 곳 즉 잊힌 작품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곳, 그들이 저지른 끔찍한 짓과 그들에게 일어난 일, 그리고 그들이 죽어버린 지금, 이 근방이 얼마나 조용해지고 괜찮아졌는지

  19. 매일 이곳에서 생기는 대화와 사건

  20. 마거릿 그리고 밤에 등불을 들고 다니는 그러나 결코 가까이 오지는 않던 여인

  21. 우리의 모든 동상, 무덤에서 나오는 빛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도록 죽은 이를 묻는 장소

  22. 워터멜론 슈거에서 살아온 내 삶

  23. 폴린(내가 특히 좋아하는 사람이다.)

  24. 그리고 백칠십일 년에 걸쳐 스물네 번째로 쓰이는 이 책

여기 이렇게 목록을 적어 나간 '나'는 잊힌 작품을 쓰는 동안 아이디아뜨에서 누군가는 불륜을 저지르고 누군가 자살을 하고, 호랑이에게 부모가 먹히며 아름다움을 칭송 하고 슬퍼한다.

모든 것이 설탕처럼 달콤 할 것만 같은 아이디아뜨에는 날마다 모든 것이 변하고 있고 매번 다른 빛의 태양을 받은 수박들이 각기 다른 색깔로 자라는 기이한 곳이다.

아이디아뜨 도처에는 숲과 강이 흐르고 심지어 거실에도 강이 흘러 그 강에서 마음껏 헤엄치고 다니는 송어가 있다.

반면 사람을 잡아 먹던 식인 호랑이들을 전부 불태워서 멸종 시켜 버린 자리에 세운 부화장이 있다.

이런 유토피아적 세상과 정 반대로 타락한 세상인 '잊힌 작품'이라는 곳은 악당'인보일'들이 위스키를 퍼 마시며 술에 취해 꿈을 망각한 채 타락한 인간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살고 있다.

초목은 자라지 않고 짐승 한 마리도 살고 있지 않는 '잊힌 작품' 세상에 호기심으로 넘어간 마거릿은 자살을 하고 '나'는 폴린이라는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1967년 미국 문학계를 뒤흔들며 순식간에 200만부가 팔려나간 <미국의 송어 낚시>에 뒤이어 발표한 <워터 멜론 슈거에서>는 날마다 다른 빛깔의 태양이 뜨는 워터멜론 슈거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 상반되는 잊혀진 작품이라는 가상의 공간으로 나눠져서 자연과 문명, 삶과 죽음, 현실과 이상 그리고 현실과 신화가 단절된 세상이 마치 한편의 우화처럼 그려져 있다.

매 챕터 마다 달려 있는 소제목 아래에 간결한 문장으로 채워진 이야기는 앞선 이야기의 과거-현재-미래가 뒤죽 박죽이여서 장면이 전환 될 때 마다 시점과 시제가 뒤섞여있어서 동 시대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전개 된다.

1960년대 히피 운동의 문학적 상징이 된 작가 리처드 브라우티건은 기계 문명과 상업자본주의로 타락하고 퇴폐화 된 것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너머 '인간 중심주의'를 꿈꾸었다.

그가 앞서 발표한 작품< 미국의 송어낚시>의 중심에는 송어라는 상징이 자리 잡고 있듯이 <워터멜론 슈가에서>에서도 송어들이 마음껏 뛰어 노는 세상을 천국이라 지칭했다.

미국 땅에서 흐르는 강에서 가장 많이 살고 가장 많이 잡히는 물고기는 송어로 미국 문학과 철학에서 이 송어가 상징하는 의미는 목가적 이상형을 꿈꾸는 청교도적인 사상을 담고 있다.

너새니얼 호손의 작품 속에는 '박공나무의 숲'이 허먼 멜빌에게는 거대한 '바다'그리고 마크 트웨인에게는 미시시피 강이 있듯이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작품 속에는 '송어'가 있다.



1967년 <워터멜론 슈거에서> 작품이 발표 되었을 당시에 미국 땅에서 더 이상 송어가 뛰어노는 하천을 찾기란 점점 어려워졌고 산업자본주의의 거침없는 확장과 팽창으로 오지와 대자연은 사라져서 송어들이 헤엄치던 곳은 야영지와 리조트가 됐다.


[내가 오래전부터 알아온 송어 한 마리가 무덤을 넣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치어 였을 때 아이디아뜨의 부화장에서 자란 송어였다. 내가 그걸 아는 이유는 그의 턱에 자그마한 아이디아뜨 방울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나이가 무척 많고, 몸무게도 무척 많이 나갔는데, 지혜롭게 느릿느릿 움직였다.]


워터멜론 슈거에서 살고 있고 발생하고 있는 그 무엇에 대한 실체는 모두 모호하다

도대체 아이디아뜨는 무엇이고? 마거릿은 왜 자살했고? 폴린은 어디서 불쑥 나타났는지...라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앞 뒤 페이지를 여러 번 들춰 봐도 명확한 의미도 찾지 못하고 어떤 인간관계나 인물들의 구체적인 특성조차 알지 못한다.

일곱 가지 태양이 뜨는 아이디아뜨에서 일곱 가지 워터멜론이 만들어 내는 일곱 가지 워터멜론 슈가로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지는 오직 ‘나’만의 선택이고 또 ‘나’의 몫이기 때문에 ‘나’ 또한 정해진 운명 같은 것은 없다.

<워터멜론 슈거에서>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워터멜론 슈거에서는 여러 가지 일이 다시, 또다시 행해졌다.'


1960년대 미국 비트 세대의 우상이였던 리처드 브라우티건은 해가 갈 수록 독자 수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고 발표한 작품들의 거듭된 실패로 인해 극심한 좌절감에 고통스러워하다가 마흔아홉 살이 되던 해 1984년 창을 열면 태평양이 보이는 호텔 방에서 수렵용 44구경 매그넘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쏴서 자살한다.


이 작품의 마지막은 이런 문장으로 끝이 난다.


[연주자들이 각자 악기를 들고 자세를 취했다. 그들은 시작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제 몇 초 남았을 뿐이다, 라고 나는 썼다.]

그가 남긴 천국은 아름답지만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는 잊힌 작품 입구입니다

조심하십시오

당신은 길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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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이즐라탄탄 2024-06-17 07: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디아뜨(Ideath)라는 단어를 보면서 문득 플라톤의 이데아Idea가 연상되었습니다. 플라톤은 이데아만이 완전하고 영원불멸한 실재라고 했는데 서두에 나온 ‘천국은 아름답지만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는 문장과 묘하게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 작품이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24-06-17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7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7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7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 패거리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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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미국 대법원관 자리에 올라간 얼 워런(1891~1974)이 이끄는 대법원은 매사 진보적인 판결을 내려서 흑백 분리주의 정책을 유지 하고 있었던 미국 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 오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얼 워런 대법관은 흑백 인종차별을 철폐하고 나서 형사피의자와 피고인의 권리를 두텁게 보장했고 선거구 인구 불평등을 위헌으로 판시하면서 보수 정치인들의 표밭을 뒤흔들어 버린다.

일련의 진보적인 판결에도 불구하고 미국 땅에는 여전히 흑인 전용 화장실이 존재 했고 가게와 공공 장소 학교 그리고 클럽 마다 흑인 사절이라는 푯말을 내걸었다.


1960년 11월 8일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존 에프 케네디가 대통령에 당선 되면서 미국 전역에 진보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1963년 11월 22일 재선 선거를 앞두고 미국 텍사스 댈러스 파클랜드 헐스를 퍼레이드 하던 중에 리 하비 오스월드의 총에 맞아 암살 당하고 196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예비 선거의 후보자 로버트 F. 케네디가 팔레스타인 난민 시르한에게 친이스라엘 성향이라는 이유로 선거 유세 중 총탄에 맞아 그 자리에서 즉사하면서 미국의 진보 정치에 검은 먹구름이 드리워 지게 된다.


8년 후 1968년 대선을 앞둔 대통령 예비 후보 리처드 닉슨은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헌법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법률가를 대법관으로 임명하겠다고 약속하고 1968년 3월 31일 존슨 대통령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워런 대법원장은 그가 후임 대법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1968년 6월 26일, 존슨 대통령은 자신의 친구이자 예일 로스쿨을 졸업한 유대계 에이브 포터스(1910~1982)를 대법관 후임으로 지명한다.

유대계 에이브 포터스 대법관은 모든 사안에 대해 진보적인 판결을 내렸다는 사실을 크게 우려한 공화당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때마침 에이브 포스터는 고액 보수를 받고 강연을 다녔던 과거 이력이 들통나버린다.

논란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에이브 포터스는 친구이자 마지막 대통령 임기가 남은 존슨 대통령에게 지명을 철회 할 것을 요청했고 존슨은 이를 받아 들였다.


그 해 11월 공화당 닉슨이 대통령에 당선 되고 워런 대법관이 이듬해 5월에 사임하면서 대법원에 두 명의 대법관 자리가 생기게 되어 닉슨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보수의 가치를 내건 깃발 두 개를 꽂아 버린다.


가장 먼저 닉슨 대통령은 미네소타 출신이자 아이젠하워 행정부에서 법무차관보를 역임한 워런 버거(1907~1995) 컬럼비아 지구(DC) 연방항소법원장을 후임 대법원장으로 지명했다.

그 다음으로 닉슨 대통령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인 클레멘츠 헤인스워스 제4연방항소법원장을 지명했으나 과거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서 상원에서 45대 55로 인준이 부결되자 뒤이어 닉슨은 플로리다 출신인 제5연방항소법원 판사 해럴드 카스웰을 지명했지만 그 역시 인종차별 성향임이 드러나서 상원에서 45대51로 인준이 부결되어버린다.

닉슨은 남부에 보수의 깃발을 꽂으려는 시도가 연달아 실패하게 되자 버거 대법원장이 추천한 미네소타 출신의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해리 블랙먼(1908~1999을) 제4항소법원 판사를 대법관으로 지명한다.

1970년 6월 상원은 해리 블랙먼을 94대0으로 통과시키고 1년 뒤 대법관 두 명이 건강 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하자 닉슨 정부는 만세를 부르며 버지니아 출신으로 미국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낸 루이스 파월(1907~1998)과 법무부 차관보이던 윌리엄 렌퀴스트(1924~2005)를 대법관으로 지명하면 미국 대법원을 완벽하게 보수주의자들이 장악 하게 만들어 버린다.

취임 한지 ​불과 2년 반 만에 닉슨 대통령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3명을 임명하는 기록을 세워서 대법원을 보수 4인, 중도 2인, 진보 3인으로 바꾸어 버렸다.


미국의 진보 언론은 닉슨의 깃발이 꽂혀진 대법원을 ‘닉슨 대법원’이라고 불렀다.

1972년 1월 7일 일명 닉슨의 꼬리표가 붙은 대법관들로 구성된 미국 대법원은 잇달아 진보적인 판결을 내리면서 닉슨 정부를 경악 시켰고 미 전역으로 엄청난 진보적 개혁의 바람이 불게 만든다.

가장 먼저 1971년 4월 대법원은 먼 거리에서 통학 시켜서 라도 스쿨버스로 백인 학생과 흑인 학생을 통합 시켜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많은 백인 학생들이 멀리 떨어진 흑인 학생이 많은 학교로 스쿨버스를 타고 다니게 돼서 백인 학부모들의 강력한 저항이 시작되었다.

곧바로 닉슨은 이 문제에 연방법원이 개입하는 데 반대했으나 버거 대법원장은 대법관 전원 판결로 자신을 지명한 닉슨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렸다.

두 번째 진보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판결은 ​1971년 6월 30일 미국 정부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기밀문서로 분류된 펜타곤 페이퍼를 게재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다고 판시했지만 대법원은 6대3 판결을 내리고 뒤이어서 사형에 대해 잔혹한 형벌이며 자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로 대법원은 5대4 판결로 위헌으로 판시했다.

이 판결로 사형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주(州)는 형법을 개정해서 사형 판결 요건을 엄격히 정해야 했고 차츰 미 전역으로 사형 집행이 중지된다.


지금까지도 찬반의 대립을 불러 일으키며 미국 땅을 분열 시키고 있는 낙태 문제는 1973년 1월 22일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낙태 문제에 대법원이 낙태금지법이 헌법이 보장하는 여성의 사생활권을 침해한다며 7대2로 위헌 판결이 선고되기 시작하면서 미 대륙을 넘어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당시 대법원은 임신 첫 3개월 동안 여성은 자신의 의사로 낙태를 할 수 있고 3개월 동안 미국의 주정부는 여성의 건강을 위해서 규제할 수 있으며, 마지막 3개월 동안은 여성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경우가 아니면 주 정부 법으로 낙태를 금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닉슨이 꽂아 놓은 대법관들 모두 진보적인 성향으로 돌아서서 이번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낙태 문제 판결로 낙태를 둘러싼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생각했지만 이 판결은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와 가톨릭 교회를 중심으로 한 생명 운동(Pro-Life Movement)을 촉발 시키면서 미국을 두 개의 이념과 사상, 종교로 대립하는 양극화에 불을 질러 버렸다.


1980년대 낙태에 대한 입장은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정체성 차원의 문제가 되었고 1980년 11월 4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 되면서 대법원에 또 다시 보수주의 깃발이 꽂히게 된다.

2016년 11월 미국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복음주의자들이 ‘생명을 지켜라’ 등의 팻말을 들고 낙태 반대 집회를 열었다. 당시 이들은 5개월 전 대법원이 텍사스주에서 낙태금지 법에 위헌 결정이 내려지자 이에 반발해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일명 바이블 벨트 지역에 거주 하며 활동하고 있는 미국 복음주의자들은 대선 같은 대형 정치 행사에서 낙태 및 동성애 반대, 작은 정부, 총기 자유화를 내걸며 강한 조직력과 결속력을 바탕으로 일반 유권자보다 적극적으로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전미복음주의연합(NAE)에 따르면 복음주의자들은 성경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예수를 구원자로 믿으며 다음과 같은 신념을 내세우고 있다.


- 성경주의(성경이 절대적 기준)

-십자가 중심주의(예수의 희생을 강조)

-회심주의(성경에 의한 거듭남을 강조)

-행동주의(사회 참여)


​미국 백인 복음주의자들은 2004년 대선과 2016년 대선에서 모두 공화당 후보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79%)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81%)에게 완전한 몰표를 던져서 당선을 시켰고 2016년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당선 시키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단합하는 정치 집단세력이라는 걸 증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보 성향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사망 한지 불과 8일 만에 낙태 반대론자인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후임으로 지명 했고 2022년 6월 24일 .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을 제외하고 보수 성향으로 채워진 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낙태는 각 주가 스스로 규제하도록 판결하면서 후 폭풍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삶 중 어떤 부분에서도 불의를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우리는 공정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부자와 특권층 뿐만 아니라 가장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공정한 사회입니다. 요즘 흑인의 힘이니 여성의 힘이니 이런저런 힘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태아의 힘은 어떨까요? 비록 세포에 불과 하다 해도 그들 역시 권리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그들에게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권리를 위해 싸울 겁니다.]

-필립 로스의 <우리 패거리> 중에서


1971년 닉슨 대통령이 낙태에 반대하는 연설을 패러디한 필립 로스의 <우리 패거리>은 ‘트릭 E 딕슨’이라는 가상의 대통령을 내세워 그가 재선을 위해 펼치는 정치적 공작을 거침 없는 독설과 조롱, 유머를 뒤섞으며 공화당 출신 미국 제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을 향해 빅 펀치를 날려 버린다.


낙태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태아의 권리’를 주창한 1971년 4월 닉슨의 샌클레멘테 연설을 마치 한편의 풍자극 시나리오처럼 구성한 필립 로스는 태아 권리를 명분 삼아 (1972년 재선거 전) 태아 투표권까지 법제화 시켜서 재선에 당선 되기 위해서 온갖 모략을 참모들과 도모하는 소설 속 대통령 트릭 딕슨을' 리키(Tricky, 사기꾼)'로 부른다.


“이 나라가 다시 위대해지는 데 꼭 필요한 것은 바로 대량의 무지”라는 위험한 생각을 품고 있는 미 합중국 트리키 대통령은 12~13살 짜리 보이스카우트 단원 소년 세명이 반정부 세력 집단으로 파악한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숨지자 정치·군사·법률 참모들을 모아 놓고 사살 진압과 즉결 처분 안부터 좌파 화 공작 시나리오를 짜기 시작한다.

트리키 대통령은 국가의 모든 정책을 마치 미식축구 전략 짜듯 추가 논의로 밀어붙이고 보수성향과 반대의 길을 가는 진보적인 국가를 향해 포르노 정부라 지칭한다.

그는 국가의 공권력으로 사회의 정의와 공공 이익을 우습게 보며 법원에 자신들의 가치 성향에 부합하는 법관들을 앉혀 놓고 시민들의 눈과 입을 가려 버린다.

이렇게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줄 법관들을 앉혀 놓은 트리키 대통령은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가 아니”라,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전체주의적 지배 논리를 시민들에게 늘어 놓는다.

이토록 음험하고 음흉한 다크 베이스 같은 독심술을 품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을 작가 필립 로스는 1970년대 미국 사회를 두 개로 갈라 버리며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건들을 수면 위로 올려 버린다.


[목사, 이건 내 정치 생명이 걸린 문제요! 목사와 내가 보기에 더 훌륭한 퀘이커 교도가 되기 위해서라도 지금 우리가 상대하는 어린 녀석 무리는 무시무시한 거짓말에 오염되어 있소. 그들의 정신을 깨우면서 동시에 대통령직의 위엄과 신망을 회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만약 이 두 가지 중요한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내가 텔레비전에 나가 동성애자라고 말해야 한다면 나는 그렇게 하겠소. 예전에 나는 앨저 히스가 공산주의자라고 용감하게 말했어요. 흐루쇼프를 가리켜 약자를 들볶는 불한당이라는 말도 용감하게 했고, 분명히 말하지만 지금도 나는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용감하게 말할 수 있소!]

-필립 로스의 <우리 패거리> 중에서


1971년 이 작품을 발표 할 당시 필립 로스를 향해 복음주의자들이 닉슨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라고 맹비난을 퍼붓자 필립 로스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이렇게 맞 받아쳤다.


'저는 제 2차 세계 대전 동안 뉴저지에서 성장하면서 오로지 국민 전체를 '전쟁 사업'에 총 동원 시키기 위해 라디오와 신문 같은 언론들이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서 전투 소식으로 국민의 마음을 자극했었죠.

저도 그 시절엔 열심히 깡통 모으는데 동참하며 동전 한 푼이라도 이념을 위해 자유를 위해 싸우는 군인 아저씨, 삼촌, 사촌 그리고 이웃들에게 보내줬습니다.

아주 대단히 헌신적인 뉴딜 당원이였죠.

1968년 닉슨 대통령은 우리 집안에서 악당으로 불렸고 종종 이모들은 신문에 그의 얼굴이 실리면 손에 부엌 칼을 들고 찍어낼 정도로 증오 했습니다.

저는 베트남 전쟁 시기에 제 인생에서 가장 정치적인 활동을 활발하게 했고 공산국가를 돌아 다니면서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했습니다.

제가 쓴 <우리 패거리>에 등장하는 트리키 대통령을 닉슨 대통령을 풍자하고 우스꽝스러운 똘아이로 그린 것이 아니라 리처드 닉슨 자체가 우스울 정도로 미국 땅에 똘아이 짓을 많이 했습니다.

그만큼 부패하고 음험 하고 무법적인 대통령은 닉슨이 처음이였고 조 매카시도 그 사람보다는 덜 했을 정도죠.

저는 일개 소설가로 고작 이런 이야기로 세상이 바뀌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쓰지 않았습니다.

단지 저는 시위대 한 가운데서 고함 치며 피켓을 흔드는 것보다 종이로 인쇄되어 이런 인간이 버젓이 내뱉는 '미국'이라는 말에 어떤 애국심도 없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 애착심도 없는 패거리들끼리 사기 치고 수작 부리는 꼴을 널리 읽혀지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1974년 필립 로스

마흔 살을 갓 넘긴 필립 로스가 6개월이 채 걸리지 않고 뚝딱 완성한 <우리 패거리>는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지기 6개월 전에 발표되었고 이 똘아이들의 행동으로 인해 반 세기를 지나 2022년 미국 땅을 두 개로 갈라 버린 낙태법 폐기 법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까지 충격일 정도로 이 작품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서 예언서처럼 읽혀진다.

복음주의가 미 정계 전반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시기는 1970년대 닉슨 집권기로 1973년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절 권리를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내리자 낙태를 죄악시하는 복음주의자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거리로 나섰다.

2003년 부시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찬반 논란이 극심했던 ‘부분 출산’(태아의 머리나 몸통 일부를 먼저 꺼내는 낙태 방식)을 금지하자 낙태 반대파는 이 방식이 매우 잔인하며 사실상의 영아 살해라고 반발했고 찬성론자들은 감염 위험이 적고 산모에게 안전한 시술이라고 반박했지만 부시 정권은 밀어붙였다.

2016년 백인 복음주의자들의 강력한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 된 트럼프는 집권 이후 줄곧 반낙태, 반이민 정책을 펴며 복음주의자들이 선호하는 정책을 구현했고 재임 중 3명의 보수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했다.

이 세 명 모두 닉슨 시절에 헌법을 반기를 들며 진보로 돌아섰던 대법관들과 달리 보수적 판결을 충실하게 내리며 미국 사회를 ‘분열과 증오의 정치’로 대립 하게 만들었다.

현재 대선을 앞둔 미국은 전체 비율로 미세하게 바이든이 앞서고 있지만 경합주인 총 6개 지역에선 트럼프가 앞서고 있고 이 지역에는 미국 복음주의자들이 몰려 살고 있다.

필립 로스가 1971년에 쓴 <우리 패거리>의 우두머리이자 미국 역대 최고의 똘아이 대통령 트리키는 이런 말을 내뱉는다.


[미국 대통령, 또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십 대 소녀가 이분을 '자유 세계의 지도자'로 부르는 걸 들었습니다. 자유 세계의 지도자, 제 친구이자 저명한 재판관으로 현재 남아메리카에 살고 있는 법조인은 얼마 전 제게 보낸 편지에서 흥미로운 말을 했습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최고급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어떤 남자가 이분을 '미군 최고 통수권자'로 부르는 걸 들었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이분은 평범한 의미의 지도자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는 비범한 의미의 지도자였습니다. 그래서 그를 알았던 우리가 마치 반려동물에게나 붙일 법한 소박하고 허물없는 이름으로 그를 생각하는 겁니다.

어린 강아지에게나 붙일 법한 편안하고 친숙한 이름이죠.]

-필립 로스의 <우리 패거리> 중에서


트럼프는 미국 언론에서 "불법무도한 사이코패스(lawless psychopath)"로 심리 전문가들에게는 자기도취적 인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자로 불리고 있지만 충성스러운 지지자들에게는 우리 이익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권력자로 칭송 받고 있다.

여러 우려 속에서 이번 미 대선에서 복음주의자들과 지지자들이 똘똘 뭉쳐서 트럼프에게 표를 던지게 된다면 포퓰리스트 사이코패스 패거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을 만나게 될 것이고 이는 현재 한국 정치 집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만들 것이다.



무능하고 교활한 정치인에게 작가가 펜으로 맞서는 최대치의 항거를 보여준 필립 로스의 <우리 패거리>는 전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익 집단의 패거리들의 행태와 악행을 실랄하게 풍자한 세기를 뛰어넘는 걸작이다.


[이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이념 전쟁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자신의 이상을 지킬 의욕과 능력이 있는 대 악마가 필요합니다. 오늘 밤 여러분은 우리의 삶 전체에 대해 판정을 내려야 합니다. 역사의 흐름은 우리 편입니다. 우리는 그 흐름을 계속 우리 편으로 묶어둘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옳은 편이니까요. 우리가 악의 편이니까요.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만약 제가 대악마로 선출된다면 악이 궁극적인 승리를 거두게 할 겁니다. 우리 자녀들, 자녀들의 자녀들은 올바름과 평화의 끔찍한 고통을 결코 모르게 할 겁니다.]

-필립 로스의 <우리 패거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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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옷의 어둠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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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 대전 중에 히로시마 우지나에 있는 육군 선박포병교도대에 소속되었던 '모토로이 하야타'가 승선한 무장선이 부산해협에서 침몰한 뒤 우지나로 돌아 왔을 때 타고 나갈 배가 단 한 척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야타는 남아 있는 연료조차 없어서 고립 된 와중에 어느 날 만주 건국대학에서 함께 공부한 동기 몇 명과 함께 대학 은사를 만나려고 노우미 섬으로 건너간다.

​모토로이 하야타가 은사의 집이 있는 노우미 섬에 체류하는 동안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서둘러 우지나로 돌아와 곧바로 폭탄이 투하된 지역을 돌아다니며 구호 활동을 펼치던 중 동료들은 방사선에 피폭 되어 죽었고 그만 살아남게 된다.

일본이 미국에 무조건 항복을 하자 패전과 함께 하이타가 소속된 육군 선박 포병 교도대가 해산한다.


[당연히 너는 앞날을 진지하게 생각하며 고민하고 있을 테지만 그런 일은 혼자 고민해봤자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릴 수 없으니까 일단 이리로 놀러와라.]


하야타는 우연 곡절 끝에 도쿄로 올라와 여러 번 전차를 갈아타서 마침내 대학 동창인 가이 신이치와 약속한 우에노 역에 도착하자마자 전쟁 이전과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버린 모습에 큰 충격을 받는다.

도쿄의 주요 번화가 들은 거듭된 공습으로 초토화 되었고 온갖 물건들을 불법으로 거래하는 거대한 암시장에는 국가의 통제 밖에 있는 이들의 주요 활동 무대가 되었다.

전쟁 전에 노점을 관리했던 조직인 데키야가 도쿄 곳곳에 은밀하게 퍼져 있는 암시장을 관리하는 동안 일본군 징용으로 끌려 온 중국과 조선, 대만 사람들이 패전 후 일본에 남아 장터를 차지 하면서 서로 간의 영역을 다툼이 시작되었다.

전쟁 고아들과 교도소에서 출소한 이들, 거리의 부랑아들이 데키야 조직과 야쿠자 조직에 합류하면서 암시장의 규모는 거대해 졌고 이곳에선 일본의 법이 적용되지 않는 무법의 영역이 되었다.

화물 운반 거룻배 운항일을 하는 집안 출신인 하야타와 데키야 두목의 아들인 신이치는 패전 후 나라를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공통된 신념을 갖고 있었다.

하야타는 편입한 대학에서 민속학을 전공하고 국가 재건에 보탬이 되기 위해 탄광촌에 뛰어 들어가서 그곳 탄광 종사자들이 살고 있던 주택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해결 하고 심리적 변화를 일으키며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검은 세력의 배후를 쫓겠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그의 친구 신이치는 데키야 조직을 이끄는 아버지를 통해 쇠퇴의 길을 가고 있는 암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괴이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 하야타에게 해준다.


'해가 지며 어디선가 빨간 망토를 입은 괴인이 나타나 아이를 유괴해 죽인다.'


마을에 전설 처럼 내려왔던 괴담이 1906년 2월 11일 밤 후쿠이현 사카이군 미쿠니초에 있는 선박 화물 중개상 하시모토 리스케가 운영하는 상점에서 발생한다.

비좁은 미로 같은 붉은 암시장 거리에는 여성들을 뒤쫓는 '붉은 옷'의 정체불명의 괴인이 잔혹한 살인으로 시장 사람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 넣는 무시 무시한 사건이 발생하자 신이치는 이 암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상인 조합의 보스인 삼촌에게 자신의 대학 동창인 친구 하야타를 소개 하며 이들은 괴이한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정체 불명의 '붉은 옷'을 입은 자가 저지르는 살인 사건은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곳에 있는 상점들마다 붙어 있는 밀실 공간으로 하야타가 이 사건을 추적하고 쫓기고 미행 당하는 동안 1936년 육군의 친황파 청년 장교들인 일으킨 2.26쿠데타 사건부터 일본이 일으킨 대동아 전쟁부터 전쟁 중 아시아 전역에 퍼져 있는 군부대에 위안소를 설치해 놓고 중국과 한국, 대만의 미성년자 여자 아이들을 끌어다가 몹쓸 짓을 하게 하고 잔혹한 방법으로 죽이거나 버려 버린 20세기 최악의 비극적인 사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붉은 노을이 진 깊은 밤, 붉은 옷에

쫓겨 도망친 게 어느 날 밤이었나.

가게 계산대의 매상을

데키야에게 넘긴 건 환각이었을까

열 다섯 누나는 어둠이 되어

고향에 보내는 소식도 끊겼네

붉은 노을이 진 깊은 밤, 붉은 옷을

바라 보고 있어요. 바로 뒤에서

일본 땅 어디에도 주소지를 두고 살지 못했던 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던 붉은 미로의 판자촌 기사이치유가장의 밀실에서 발생한 사건은 단순히 희대의 살인마가 저지른 사건이 아니였다.

전쟁을 시작한 일본 땅의 남자들을 위해 한반도와 중국 전역 그리고 아시아 곳곳에서 끌려온 소녀들은 전쟁에 패배하는 날 부터 짐승 같이 죽거나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일본 땅 빈민굴에서 숨어 살며 어둠의 세력이 되고 그 어둠의 세력들은 또 다른 약자들의 피와 땀을 착취하며 살아간다.

작가 미쓰다 신조는 20세기 총과 칼로 무장해서 이웃 국가의 무고한 생명들을 마구 짓밟았던 일본에게 강제로 끌려가서 간신히 죽음의 사선에서 살아 남았지만 돌아갈 집도 가족도 모두 잃어 버린 한국인들과 중국인들 그리고 전쟁 고아들이 일본 땅에서 어떻게 살아갔는지 모토로이 하야타라는 20대 청춘이 붉은 옷을 입고 여자와 아이들을 잔혹하게 죽이는 희대의 살인마를 뒤쫓으면서 근대 암울한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 했다.


이 책의 맨 마지막 장에는 작가 미쓰다 신조가 참고한 문헌에 대한 기록이 두 장에 걸쳐 적혀 있다.

일본 고전문학 전집 부터 시작한 참고 문헌은 숨겨진 전쟁 기록- 도쿄 암시장- 매매춘의 근현대사- 아무도 모르는 국가 매춘 명령-종전 직후의 일본 교과서에 실려 있지 않은 점령하의 일본- 불타버린 벌판의 암시장- 환락가는 암시장에서 탄생했다. - 0년 도쿄 블랙홀-역의 아이의 싸움 이야기하기 시작한 전쟁고아-중국 전선, 한 일본인 병사의 일기 1937년 8월- 1939년 침략과 가해의 일상 까지 작가는 오랜 기간동안 일본이 동아사이와 한국 땅에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소설적 상상력으로 버무린 허구의 세계가 아닌 진실을 추적하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했다.

일본은 무모하게 전선을 확대 시켜 나가면서 한국인들의 집안에서 쓰는 가제도구는 물론이고 산과 들 그리고 가축과 짐승들까지 모조리 빼앗아서 군수 물자로 썼고 소녀들을 납치하거나 돈을 많이 주는 공장에서 일하게 해준다고 거짓말을 하고 군부대 마다 차려 놓은 위안소로 끌고 갔다.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나 형무소 생활을 하는 죄인들까지 모조리 끌고 간 일본은 아시아 전선에 군수물자를 보내지 않고 한반도 땅에서 빼앗은 금과 은, 구리 그리고 땅 속 깊은 곳에 파묻힌 광물을 모조리 군수 공장으로 보내 무기를 제조하는데 쏟아 부었고 각 전선마다 배치된 군부대들에게는 철저하게 현지에서 조달하라고 명령했다.

총과 칼로 무장한 일본 군인들은 중국 난징 시를 살육의 처형장으로 만들어 버렸고 만주 전역과 대만 본토에는 희귀한 나무와 나비들까지 전부 뽑아버리거나 멸종 시켰고 일본 땅에서 발발한 간토 대지진 당시 일본 민간인들은 한국인들을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하고 몰살 시켜 버렸다.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의 가죽을 벗겨 먹었던 일본 군인들은 국가의 명령을 받아 인간으로서 도저히 저지를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고 전쟁에서 무조건 승리 하기 위해 일본은 '메스암페타민' 이라는 피로와 졸음을 없애는 마약 성분의 각성제까지 먹여서 반 미치광이 상태로 만들어 살인기계들이 아시아 전역에서 핏물로 물들였다.

패전후 미군에게 항복한 일본은 모종의 거래를 통해 경제적 실익을 차곡 차곡 챙겨서 전쟁 범죄를 저지른 자들에 대한 처벌을 전혀 하지 않은 채 한국 땅에서 발발한 6.25 전쟁으로 경제적 특혜와 군사적 이익을 모조리 쓸어 담아 경제 대국의 자리에 올라서서 자신들이 저질렀던 만행을 역사에서 지우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일본은 자신들의 역사책에서 줄창 미군에게 원폭을 맞고 전쟁 중 도심 곳곳에 폭격과 공습으로 굶주림과 공포에 시달렸던 것만 기록하고 있고 패전 후에도 살아 남은 일왕은 이웃 국가에게 극악의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한 어떤 사죄를 하지 않고 [통석의 염]이라는 장례식을 거행할 때 치루는 입관 용어를 내뱉고 퇴위했다.

왕이 통치 했던 시절의 아시아 군주 국가에서는 왕이 국가의 모든 시간을 지배한다는 의미로 연호(年號)를 썼지만 20세기 두 차례 전쟁을 겪고 나서 더 이상 연호를 쓰지 않지만 일본은 유일하게 연호를 쓰고 있다.

2019년 10월에 즉위 해서 레이와 시대라 명명한 나루히토 일왕 아키히토는 할아버지·아버지와 달리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

그는 즉위식에서 세계 헌법 준수와 평화라는 지극히 기본적인 외교적 수사 발언을 했다.

2023년 전쟁 피해자 추도식에서 일왕은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재차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을 했고 아직까지 전범들이 묻힌 야스쿠니(靖國)신사는 참배하지 않았다.

작가 미쓰다 신조가 창조한 20세기 청년 하야타는 탄광에서 검은 얼굴의 여우로 불리는 괴기스러운 사건을 해결하고 암시장에 있는 붉은 미로 속 유곽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파헤치고 나서 자신이 나아갈 길은 일본 경제를 다시 세우는데 보탬이 되기 위해 해상 보안청 소속의 항로 표식 직원으로 취직해서 어느 섬의 등대지기가 된다.

붉은 옷의 유래는 풍수지리에서 동쪽의 청룡의 청색, 서쪽의 백호의 백색, 남쪽의 주작은 적색 그리고 북쪽의 현무는 흑색이라 명명하고 천상의 북극성은 황색을 상징했다.

남방 불교에서 아축여래는 청색, 아미타여래는 백색, 보생여래는 적색인 붉은 색, 불공성취여래는 흑색 그리고 대일 여래는 황색으로 다섯 여래를 오색 으로 대응 시킨다.

티베트에서 시작되어 중국 대흥선사에서 자리 잡은 남방 불교의 한 종파인 밀교를 한국의 혜초스님이 일본 땅에 전파 해서 일본인들의 민간 신앙과 뒤섞여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금빛으로 빛나는 네명의 보살을 거느리고 일체의 재물과 보배를 맡고 있는 붉은 색의 보생여래는 중생들의 평등한 삶을 관장 해서 교화하고 구제하는 역할을 한다.

작가 미쓰다 신조는 <붉은 옷의 어둠>이라는 책에서 일본 땅에서 가장 미천한 존재들을 잔혹하게 죽이는 살인마에게 붉은 색 옷을 입혀 놓았다.

아이가 태어나면 탯줄을 보관하는 포 항아리와 검붉은 옷 그리고 붉은 홀겹 옷의 한자에 모두 옷의衣라는 한자가 들어가고 검붉은 옷 색을 의미하는 자赭 한자에 붉을 적赤 한자가 들어가고 홀겹의 옷도 붉다.

이 셋을 합치면 혁의赭衣,즉, 죄인이 입는 <붉은 옷>이라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작가 미쓰다 신조는 이 책에 등장하는 희대의 살인마에게 붉은 색 옷을 입혔고 그 붉은 색 옷을 입은 살인마 죄인은 지난 시절 일본이 대동아 전선에서 아시아인들에게 저지른 범죄 행위에 대한 형벌을 의미한다.

단순히 밀실 미스터리라 생각하고 이 책을 집어 들고 읽다 보면 청년 하야타가 추적하는 붉은 미로 속 밀실 사건의 붉은 옷을 입은 살인마에게 희생된 불행한 시대의 한국인들의 처참한 모습을 마주하게 되고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일본인들 손에 희생 당했는지 미약하게나마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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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문, 작가는 무엇으로 쓰는가
최재봉 지음 / 비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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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주 언제 어디서든 빼 놓지 않고 읽는 기사는 문화면으로 주요 일간지 문학부분 담당 기자들의 기사들 중에 한겨레 신문의 최재봉 기자의 이름을 발견하면 글의 주제와 상관 없이 무조건 읽었다.

몇 해전 부터 한겨레 신문 칼럼에 '최재봉의 탐문'이라는 칼럼이 실렸고 나는 매주 이 칼럼들을 스크랩 하며 기자가 읽고 있는 책들을 찾아 읽어나갔다.

2022년부터 연재 되었던 최재봉 기자의 칼럼은 정년 퇴직을 앞두고 지난 30여 년 동안 문학 전문 기자로 열띤 취재를 벌이며 목격하고 만나고 탐문했던 문학계의 사람과 작품 그 이면에 관한 글들로 채워져 있다.

가장 먼저 최재봉 기자는 문학이 탄생하는 작업실의 조건과 독자를 사로잡는 첫 문장의 비밀 등 작가와 작품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서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문단 문제를 파고 들어서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고전과 현대문학을 잇는 각각의 주제를 흥미롭게 비교 하며 작품 안팎으로 문학을 구성하는 존재들의 이야기에 대해 광활한 탐구를 펼쳐 보인다.


한국 현대문학계의 순혈주의에 대한 문제는 오래도록 지적 되어왔고 여러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는 과정에서 온갖 시끄러운 잡음으로 인해 수상을 거부하는 일련의 사태까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학계는 그들만의 제자와 후배들 끼리 주고 받거나 한 작가가 주요 문학상을 싹 휩쓰는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각 신문사와 대형 출판사가 주관하는 문학상의 심사위원들은 소위 오랫동안 문학계에서 [선생]으로 군림하며 각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며 제자들을 양성하며 등단과 수상작들을 결정하는데 보이지 않는 입김과 역할을 해왔다.


기자 출신의 작가 김훈과 오랫동안 영화 쪽 일을 하다 장편 소설<고래>로 문학계에 등단한 작가 천명관 모두 한국 문단의 중심이면서도 여전히 '선생님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토로했다.

[책상 앞에서 글을 쓰는 동안 선생님들의 엄한 눈이 등 뒤에서 늘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거다. 출발부터 그렇다. 대학을 다니며 교수들의 지도 편달과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등단을 할 때 심사위원 선생님들의 심사, 청탁을 받을 때도 편집위원 선생님들의 평가, 문학상 후보에 오를 때 또 심사위원의 평가, 하다못해 문예창작과 관련한 지원금을 받을 때도 누군가의 심사를 받는다. 그러니까 문단 생활을 한다는 건 내내 선생님들의 평가와 심사를 받는다는 의미이다.]


한국 문단만 '선생님의 시선'이 있는 게 아니다. 미국 문단 역시 대학의 문예창작과에서 기성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직업이 소설가인 교수들에게 지도를 받고 작품을 쓴 학생들은 공식화 되고 이론화 된 창작의 이론을 습득해서 잘 팔리는 작품과 문학상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작품들을 써내고 이들의 작품 추천서를 지도 교수들이 써주고 상을 주며 문학성이라는 후광을 씌워준다.

옆 나라 일본 문학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등단절차와 문예지의 원고 청탁, 각종 문학상 심사와 시상 등 문학 작품이 시장에서 나오기 까지 발행하고 유통하는 전반 과정에서 수익을 내야 하는 출판사와 손을 잡은 '선생님의 시선과 입김'이 크게 좌우 되어 그들만의 폐쇄적인 구조로 고착 되었다.


읽혀지고 팔려지는 작품의 전반적인 과정과 문학계 이면의 모습에서 책을 읽는 독자들의 숫자가 왜 감소하고 있는지, 작가들의 일상사 그리고 개인 작업에 대한 이야기까지 최재봉 기자는 한 시대. 한 세대에 중심에 있었던 이들이 남기고 간 글과 작품에 대한 촘촘한 취재 기록과 순수한 독자 입장에서 비밀을 탐문 하듯 파고 들었다.


탐문 과정에서 양념처럼 등장하는 문학이 탄생하는 작업실의 조건과 독자를 사로잡는 첫 문장의 비밀 등 작가와 작품의 내밀한 이야기부터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고전과 현대문학을 잇는 각각의 주제를 흥미롭게 비교하며 작품 안팎으로 문학을 구성하는 존재들에 대해 밀도감 넘치는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이 책의 첫 시작은 '총의 노래가 될 뻔 했던 하얼빈'에서 시작해서 '사라진 원고'로 마무리 된다.

소설을 쓰는 작가는 개인의 생각과 경험 그리고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발언자이고 이들의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목격자이자 증언자이다.

따라서 책을 읽는 것 만으로도 기억을 되새기게 되고 현실의 삶을 돌아 보면서 내가 아닌 타인의 삶과 세상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안겨준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빛의 속도로 지나가고 바뀌고 있지만 결국 생태계에서 유일하게 읽고 쓰고 말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영장류인 인간은 비록 현실은 고단하고 끔찍하고 비참할 지라도 책을 읽는 동안에는 더 나은 삶과 미래를 향한 희망을 품게 된다.

이 책의 맨 마지막 장에 최재봉 기자가 칼럼을 쓰는 동안에 인용하고 참조한 책들의 목록이 실려 있다.

책을 읽고 나서 마지막 탐문 하듯 책 뒷 장에 빼곡하게 적혀 있는 책들을 찾아 읽는 경험을 해본다면 결국 글이란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임을 책을 읽고 탐구하며 탐닉하는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문학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고 시나 소설을 진지하게 읽는 독자도 갈수록 줄어드는 시대이지만 결국 인간은 영원히 읽는 행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고 이야기의 힘은 인간의 한 생애보다 훨씬 더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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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3-30 0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cott 님은 최재봉 기자가 이 칼럼을 쓸 때부터 봤군요 저는 이름 처음 알았습니다 기자는 이름 알기 어렵기는 하죠 아니 저만 잘 모르는 걸지도 신문을 안 봐서... 김훈 작가는 기자였다가 작가가 돼서 이름 알기는 하는군요 작가와 글 그런 이야기가 담겨서 관심 있는 사람은 즐겁게 보겠습니다 여전히 책은 나오는데 읽는 사람은 적다고 하고... 나오는 책이 얼마 안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책을 보는 사람이 있는 한 책은 나오겠죠 여러 가지...

scott 님 벌써 주말이네요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4-03-3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재봉 기자는 처음 들어보고, 저자가 생각하는 문단의 문제? 이런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폐쇄적인 구조가 되면 점점 나빠질수밖에 없는데 안타깝네요. 문학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아도 북플에서는 여전히 문학이 👍 인거 같습니다~!!
 
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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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8년 미 서부 캘리포니아에 금광이 개발되면서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금맥을 찾으려 몰려 들던 시기를 지나 10년 후 대륙 횡단 철도 개통과 맞물려 북아메리카 대륙 개척을 너머 바다 탐험 항해를 나서는 시대가 도래 했다.

탐험과 개척의 시대에 대륙에선 원주민 인디언들과 생태계들이 무참히 짓밟혔고 바다의 생명체들 역시 무자비한 방법으로 개체군의 종을 멸종 시켜 버렸다.

미 대륙의 침입자들은 북극해 탐험에서 유럽의 탐험가들에 비해서 한 세기 늦게 뛰어들었지만 어떤 국가보다도 더 빠르고 기술적인 방법으로 고래잡이에 나서서 단 몇 년 만에 고래종의 씨를 말려 버렸다.

불과 반 세기 만에 바닷속 해저 깊은 곳에서 석유를 끌어 올리는 것 만큼 수 많은 바다 생명체들이 사라져갔고 여러 규제와 협약, 환경단체의 보호와 보존의 양 날개를 펼치며 기후 위기, 생태계 보존을 외치고 있지만 생태계 먹이 사슬에서 가장 잔혹한 학살자인 인간종이 이룩한 고도의 문명과 산업화로 지구는 점점 뜨거워져서 눈 앞에 재해와 재난은 현실이 되어 버린 지 오래 되었다.

개체수도 많지 않고 포획하기 힘든 동물들이 살고 있는 북극은 지구촌의 거대한 물류와 교통, 통신 선로가 뒤엉켜 있는 곳으로 거대한 석유 개발과 광산 개발을 위한 굴착기들이 바다 속에 우뚝 서있는 곳이다.

눈에 보이는 것 만큼만 북극의 생태계 보존을 하면서 유전과 광산 개발 채굴에 혈안이 되어 땅과 바다는 인간 종의 착취로 처참하게 파괴 되고 있다.

북극의 얼음이 2센티만 녹아버려도 대륙의 일부가 불어난 바닷물에 침수 되고 기후 이상으로 계절의 주기까지 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실질적으로 이 모든 위기와 위험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자원에서 추출한 것으로 인간 생태계를 유지 해 왔기에 보존과 보호는 영구불멸의 구호 일뿐 머나먼 북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에스키모 인들의 보존된 지혜와 야생의 땅이 가진 신성한 존재 같은 건 책과 영화에서나 간간이 마주 할 뿐이다.


[11월에 내륙 얼음 위로 귀환 하려다가 79피오르에서 사망. 나는 약한 달빛에 의지해 이곳에 왔지만 얼어붙은 다리와 어둠 때문에 더 갈 수 없다. 다른 이들의 시체는 빙하에서 좀 떨어진 (약 12킬로미터) 피오르 한가운데에 있다. 하겐은 11월 15일에 죽었고, 에릭센은 열흘 뒤에 죽었다.]



1900년 그린란드 북동쪽 해안 북위 82도 37분 지점에 돌 무더기를 하나 쌓은 덴마크 국적의 탐험가들은 이전 탐험가들과 달리 25년 동안 그린란드 동해안의 외진 곳들을 샅샅이 탐사하며 반도와 내륙 해안 곳곳을 조사했지만 해수면 아래 숨겨진 빙산에 막히고 부딪쳐서 결국 북극점 도달엔 실패하고 이들 중 몇 명은 얼어 죽었다.

미지의 북극 땅을 탐험하면 할 수록 막대한 인명 손실이 발생해도 유럽인들과 미 대륙 침략자 백인들은 북극으로 탐험대를 보내는 걸 포기 하지 않았다.

백인 탐험가들이 북극 땅에 발을 들여 놓기 휠씬 이전부터 이 땅에서 생존 하고 있었던 에스키모들은 계절의 주기에 맞춰 이동하며 자신들의 땅을 탐험하고 있었다.


북극의 동식물의 생육 주기는 다른 대륙과 달랐고 뚜렷하게 구분 되어지지 않았다.

어떤 곳에는 계절적으로만 존재하는 개체군이 있었고 수 세기 동안 존재했던 번식지와 군락지들 역시 계절의 변화에 맞춰 사라졌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따라서 외지인들의 눈에 북극의 어떤 땅은 비어 있거나 드문 드문 보일 뿐이다.


수 세기 전에 미지의 땅을 찾아 나선 탐험가들처럼 땅과 바다가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눈 앞에서 본 빛과 바람 새의 지저귀는 소리, 동물들의 움직임을 찾아 떠난 사람이 있다.


세계를 이루는 모든 존재들이 간직하고 있는 신비함을 자연의 언어와 목소리로 들려 준 미국 태생의 생태주의자이자 자연주의자 배리 로페즈가 남긴 <북극을 꿈꾸다>는 1986년에 출간 된 책으로 이 책을 펼치면 첫 장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인간은 누구나 생에 한 번 쯤 기억된 대지에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

자신이 경험한 특정한 대지에 넋을 놓아야 한다.

가능한 모든 방향에서 바라보고 경탄 하고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대지의 매 계절을 매만지고 그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상상을 해야 한다.

대지의 생명들과 숨죽인 바람의 모든 움직임을 상상 해야 한다.

달의 광휘와 황혼과 여명의 모든 색깔을 기억해야 한다.

-N.스콧 모마데이

어느 여름 밤, 친구와 함께 알래스카 브룩스 산맥 서쪽에서 야영을 하던 중에 텐트를 친 산등성이에서 서북극 카리부 무리의 번식지 남쪽에 펼쳐진 툰드라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다양한 동물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 곳에서 베리 로페즈가 목격한 생명체들은 새끼가 든 굴을 홀로 지키는 일년 생 늑대가 아직 덜 자란 회색 아기곰과 대치하고 있었고,라플란드긴발톱멧새들과 마주치거나 흰 올빼미 두 마리가 두 눈을 감고 있는 둥지 앞을 지나거나 물떼 새들의 사나운 날개짓을 관찰하는 동안 길들 지 않는 생명체들의 강인한 생명력에 경이감을 느끼며 북극으로 향했다.

5년 동안의 북극을 탐험한 기록이 담긴 이 책 속에는 북극 대륙의 땅과 하늘, 바다의 사계절 속에 그곳에 서식하고 있는 큰곰, 사향소, 북극곰, 일각고래 그리고 새들의 대 이동의 순간을 지난 시대와 현 시대의 인간의 열정과 탐욕, 욕망으로 어떻게 파괴되었는지 현재 남아 있는 생명체들은 어떤 모습으로 종족을 보존 시키는데 안간힘을 쓰는지 뛰어난 관찰력과 유려한 문체로 고요히 생동 하고 있는 경의로운 자연의 신비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냈다.

이 책에는 수많은 지형과 인명, 동 식물들의 이름들이 줄줄이 나오고 상세한 주석이 달려 있지만 지형을 보여주는 지도를 제외하고는 북극 땅에 살고 있는 동물과 식물, 생명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도판이 실려 있지 않다.

사진이나 그림 같은 부차적인 설명이 없어도 이 책의 첫 장을 여는 순간부터 미지의 동토 속을 찾아 모험과 탐욕의 역사로 시간 여행 하듯 빨려 들어가게 된다.

우리가 지각하는 세상은 우리 시야에 포착된 '자기 세계'일 뿐을 자연 생태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체의 삶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이해 할 수 없다.

특히 다양한 매체와 기록, 책과 여러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보여지는 야생의 세계는 여러 학자들의 연구 결과물로 이들에 의해 동물들의 행동과 삶의 양상이 숫자로 축소 되거나 과장 되어 버렸다.

배리 로페즈는 학자들의 연구 결과물이 아닌 자신의 눈과 귀로 목격한 북극의 생태계를 이렇게 묘사했다.


[탁 트인 툰드라를 어슬렁거리다 보면 어디에서나 완전한 모양을 갖춘 채 죽은 이파리들과 그대로 보존된 꽃잎들, 나뭇가지들, 몇 년 째 그대로 쌓여 있는 유기 퇴적물들을 보게 된다. 북극에서는 아주 적은 수의 유기체가 아주 짧은 기간에만 작용할 수 있어서 부패가 아주 느리게 진행되고 발 밑에 토양층의 깊이와 성질이 바뀐다.

따라서 토양에 따라 서식하는 동물과 식물의 종류가 달라지고 점점 줄어드는 태양 에너지에 적응할 수 있는 종이 줄어들면서 수가 감소할 것이다.마지막 까지 남은 녀석들은 추위와 어둠 속에서 천천히 움직이거나 아예 활동을 멈춘다. 계속 가다 보면 결국에는 지렁이도 송장벌레도 없는 지역, 흙도 부패도 거의 볼 수 없는, 생명이라곤 없는 북극의 자갈 사막에 서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북극과 떨어진 대륙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1년의 주기는 사계절 또는 두 계절로 구분 하고 있지만 북극의 계절과 주기는 단 몇 주 사이에 지나가는 현상으로 겨울과 여름 이 두 계절 사이의 기온 변화가 전 지구의 온도 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도시에 삶의 터전이 있는 이들에게 특정지역에서 살아가는 동물들 간의 먹이 사슬 관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툰드라 지역의 가장 큰 먹이 사슬인 사향소는 새들과 친밀하게 지내며 사냥을 하는데 도움을 받고 흰 멧새와 라플란드긴발톱멧새들은 사향소들의 털로 척박한 환경을 견뎌낼 수 있는 튼튼한 둥지를 만든다.

사향소가 지나간 자리에서 북극토끼들은 먹잇감을 발견하고 토끼들이 파헤친 땅 속에서 얼음과 이끼를 뚫고 버드나무 순이 나와 나무로 성장한다.

사향소가 죽으며 온갖 곤충들이 달려들어 부패와 분해 되는 과정에서 새들의 먹이와 다양한 유기물의 양분으로 나눠진다.

하지만 지구 상에서 닥치는대로 사냥하고 포획하는 인간의 눈에 땅 위에 군림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먹잇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다며 얼음 덩어리 위에 홀로 앉아 있는 새하얀 북극곰의 모습은 곧잘 여러 매체에서 자주 보고 있으면서도 정작 이 북극곰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거의 없다.

북극 가장 자리에 살고 있는 북극곰이 해빙 테두리와 해수면 대륙 해안에서 사냥으로 먹고 살고 있는 얼음곰이자 민첩한 사냥꾼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수컷의 정교한 사냥 솜씨는 인간이 만들고 개발한 최첨단 기기보다 정교하고 암컷이 파놓은 굴은 인간이 얼음 땅 위에 절대로 세우지 못할 정도로 최첨단 보온 구조로 지어졌다는 사실도 직접 눈과 발로 관찰하고 기록한 배리 로페즈를 통해 알게 되었다.

뛰어난 통찰력을 가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서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행동을 하며 한 계절 한 계절 지혜롭게 삶의 고비를 잘 넘긴 북극곰의 생은 30년 정도로 인류학자들과 동물학자, 생태학자들은 곰의 습성이 인간의 습성과 거의 비슷하다는 말을 한다.

억척스럽고, 끈질기고, 이해가 빠르고 지극히 현실적인 북극곰처럼 선사시대부터 인류는 무언가에 사냥 당하는 공포가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고 세기를 거듭해서 진화하는 동안 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생태계를 포획하고 사냥하며 수 많은 개체수와 종을 멸종 시켜 버렸다.

사라지는 멸종 동물을 보존하려고 표식을 확인하고 테이터를 기록하고 위성용 위치 추적 목줄을 채우기 위해 마취제를 투입하는 이런 모든 과정 역시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보호 하지 않으면 인간들이 모두 멸종 시켜 버릴 것이다.

수렵 사냥꾼은 단순히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짐승을 죽이고 그 짐승의 모든 종을 잡아 먹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였다.

숨을 쉬며 살아 가는 공간에서 함께 공존 하며 서로 분리 되지 않은 조화와 균형을 맞추며 살아갔지만 오랜 세기 동안 인류는 이 사실을 잊고 살았다.

게다가 내 눈 앞에서 펼쳐지는 일이 아닌 이상 자신들의 삶과 관련 없다는 생각으로 무분별한 살상과 사냥 포획으로 자연의 생태계는 처참하게 파괴되고 있다.

(c)The Icebergs, 1861, Frederic Edwin Church


1859년 뉴펀들랜드 앞 바다 항해를 나섰던 풍경화가 프레드릭 에드윈 처치는 자신의 두 눈으로 목격한 빙산을 스케치를 들고 뉴욕 작업실로 돌아와 완성한다.

왼쪽으로 급격하게 솟아 오른 빙산 일부처럼 보이는 전경의 얼음 바닥이 그림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그림은 화가 처치가 그림 맨 아래에 '이상한 초자연'이라는 글귀를 적어 놓을 정도로 그가 본 빙산은 거대한 빙산들 중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해수면의 온도에 따라 이동하는 빙산들은 평소에 물에 잠겨 있다가 비 바람이 불고 해수면이 요동치면 모습을 드러내는데 마치 육지에 있는 거대한 절벽의 모습이 되었다가 계곡처럼 한 가운데가 푹 파여져 있거나 소용돌이 치듯 자잘한 얼음 조각으로 부서져서 물보라처럼 눈 앞에 펼쳐지기에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떤 사람들에게 그저 텅 빈 것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는 것처럼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무수히 많은 생명 모두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니고 어떤 문화와 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지도 않다.

인간의 지성과 지혜가 닿지 않는 곳에는 말과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생명체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땅다람쥐를 찾아 땅을 파헤치는 툰드라의 회색곰을 사냥하는 늑대,살육의 무시 무시한 현장 속에서도 결연하게 둥지를 지키는 해변 종다리들이 공존 하는 모습에서 땅 위의 생명체들의 숨소리 바다 속을 유영하는 거대한 생명체,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아 다니는 어마 어마한 군락의 철새 무리들까지 5년 동안 북극을 탐험하고 기록한 베리 로페즈의 <북극을 꿈꾸다>는 매 페이지 마다 경이로운 자연과 생명체를 만나게 되고 인간의 탐욕적인 욕망과 지난 역사 속의 모험과 탐험으로 인해 파괴된 원시 자연의 안타까운 모습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져 있다.

지난 세기 서구 열강 세력들은 앞다퉈서 사냥을 하듯 대륙과 대륙 사이, 바다와 섬 사이를 마구 잡이로 지배하고 짓밟으며 폭력적으로 포획하고 날 것으로 집어 삼켰다.

이런 약탈과 살육의 시간 동안 멸종된 동 식물 개체군 만큼 사라진 원주민과 피지배 식민지 사람들은 지구의 생태계가 몇 백 번 바뀌어도 영원히 살아 돌아 오지 못한다.

미 개발된 대륙과 바다를 차지 해서 부를 키우고 세계의 모든 자원을 포식하는 동안 지구는 점점 뜨거워져서 이전 시대에 인간의 몸과 뼈를 살찌우게 만든 식량군들도 사라지고 있다.

야만적인 살육의 인간의 손에서 살아 남은 자연과 생명체들이 과연 언제까지 버텨내고 생존 할 수 있을까?

반 세기 전 배리 로페즈는 북극을 여행하고 탐험하는 동안 마주한 북극은 선명한 석양과 오로라가 펼쳐진 곳으로 겨울의 북극 하늘은 오래 도록 새벽과 어스름의 색깔들을 지니고 정오 즈음에 남쪽 하늘이 잠깐 밝아지면 얇디 얇은 노란 금색 줄과 익숙한 연보라색 위로 짙은 푸른색과 멍든 것 같은 자주색, 여러 층의 짙은 보라색이 지평선 위 80도까지 펼쳐지는 광경을 바라 보며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그 너머에 있는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에 고개를 숙였다.

도시에 살고 있는 도시 유목민들의 시야에는 보이는 것이라곤 건축물과 도로, 자동차 물결들 뿐이지만 북극의 봄과 가을의 일출과 일몰 사이의 풍광은 장미색, 담홍색, 엷은 청록색, 살구색, 진청색이 어우러지고 그 사이 사이 선명한 빨간색과 주황색, 노란색이 스며있다.

학부 시절에 노르웨이에서 오로라를 본 적이 있다.


부활절 방학 시기였던 3월 늦은 저녁부터 시작된 빛의 향연은 하늘에서 파스텔 톤의 빛의 세기가 넓게 퍼지더니 자정 즈음에 땅 속 깊은 곳 까지 노란색이 스며들어서 시간이 흐를 수록 서서히 태양 빛에 반사되듯 짙은 주황색으로 주변을 밝히기 시작했다.

가볍게 하늘과 땅 위를 가로지르는 빛과 색이 빚어낸 거대한 장막이 펼쳐지는 현상을 두 눈으로 보는 순간 자연을 향한 경외심이 솟구쳐 올랐다.

1986년에 배리 로페즈가 북극을 탐험한 곳과 현재의 북극의 모습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몇 세기의 것이든 불과 몇 년 전의 것이든 눈을 떼고 멀리 바라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땅과 하늘 그리고 바다는 하나의 모습으로 지구 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하나의 점처럼 이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고 있지 않은 또 다른 대륙에서 발생하고 있는 지진과 해일 그리고 재난의 모습을 리모콘으로 돌려 보다 일 순간 정지 시키는 장면처럼 스쳐 지나갈 뿐이다.

지구 상에 모든 생명체들은 단 하나의 땅과 바다를 공유하는 하나의 개체군으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받아 들여야 하지만 약육강식의 인간 세계에서 한 국가와 한 개인의 도덕적 책임감 만으로 무너져버린 생태계를 구해 내지 못한다.

환경 보존과 보호는 어쩌면 영원히 답이 없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쳐 버릴 지라도 인간의 삶은 미지의 영역을 끊임없이 헤엄치고 탐험하며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갔듯이 인간의 삶이 땅과 바다에 맞닿아 있는 한 우리 모두 이 모순되고 불공평한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 공간을 초월하는 땅에서 솟아나는 생명 그 이상에 대해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꼼꼼한 관찰력과 경이로운 현상을 시적인 문체로 서술한 배리 로페즈의 <북극을 꿈꾸다>는 척박한 도시 속 유목민들에게 4만년 동안 살아 숨 쉬었던 대지 위에서 어떻게 하면 모든 인류가 현명하게 공존하며 살아 갈 수 있을지 반 세기 전 북극의 대지 위를 거닐며 사유하고 꿈꾸고 상상한 한 인간의 통찰력이 담긴 사유물이 이 책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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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3-26 0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극 얼음도 빠르게 녹고 있겠지요 지금도... 1986년엔 좀 달랐겠습니다 그때도 기후위기 말한 사람 있을 텐데, 그런 걸 왜 더 빨리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니 지구가 따듯해진다는 건 19세기에도 알았던 것 같던데... 그때는 조금씩 달라졌겠지요 지금은 아주 빨리 바뀌는군요 브라질은 무척 덥다가 비가 많이 왔다고 합니다 북극 남극이 얼음 빙하 다 중요한데... 지구는 이어져 있고 그런 게 다 영향을 미치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네요


희선

2024-03-29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