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직접적으로 눈 앞에 보이지 않아도 이야기를 읽거나 듣거나 볼 때 무의식적으로 장소와 인물의 심리, 행동 그리고 주변의 소리와 소음, 색채를 여러 형태의 형상으로 그려 본다.
프란츠 카프카의 아주 짧은 단편 <큰 소음>에 이런 장면이 등장한다.
나는 집안 전체의 소음이 한데 모이는 곳에 있는 내 방에 앉아 있다.
나는 모든 문들이 부딪치는 소리를 듣는다. 문들이 닫히는 소리 때문에 그 문들 사이를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나는 부엌 안에 있는 난로 문이 찰칵 닫히는 소리까지도 듣는다.
아버지는 내 방의 문들을 마구 열어 제치고 질질 끌리는 침실용 가운을 입은 채 내 방을 가로 질러간다.
옆방에서는 난로의 재를 긁어내고 있다. 발리는 앞방을 통해서 아버지의 모자를 닦아 놓았느냐고 한 단어 씩 소리치며 묻는다. 나에게 친근해지려는 쉭쉭 소리가 대답하는 목소리의 외침보다 더 높아진다. 집 안 문들의 손잡이가 돌려지고 카타르성 목에서 나오는 듯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나서 문은 계속적으로 어떤 여인의 노래하는 목소리와 더불어 열렸다가 드디어는 남자의 홱 밀치는 둔탁한 소리와 더불어 닫히는데 그것이 가장 난폭하게 들려 온다. 아버지는 가버린다.
프란츠 카프카의 아주 짧은 단편 <큰 소음>에서 화자인 '나'가 머무는 공간 '방'에 등장하는 '문'들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여러 소리들이 들린다.
발자국 소리, 난로문이 닫히고 열리는 소리 그리고 방 안의 사람들 보다 목소리 톤이 더 높은 아버지가 등장하고 서로 밀치고 닫히는 사이 여인의 노래하는 목소리에 뒤섞인 난폭한 소리 , 밀쳐내는 소리가 들린다.
단순히 한 공간에서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긴장감이 느껴지고 그 장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버지'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읽는 동안 머릿 속으로 상상할 수 있다.
이야기의 모양과 형태를 일목 요연하게 논리적인 구조의 틀 속에서 의식과 잠재 의식 사이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읽는 이들이 이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바꾸는 작업을 스토리텔링이라 한다.
카프카는 단순한 스토리텔링으로만 이야기를 구축하지 않았다.
인물의 심리 변화는 일어나지만 주변 상황에 극히 미약하게 반응 할 뿐 명확하지 않게 불가사의하게 현실과 비현실 세계를 넘나들며 모호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읽는 독자들은 카프카의 짧은 단편을 읽고 어떤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까?
독자가 각자의 해석을 끼워 넣을 상상의 공간까지 만들어 놓은 프란츠 카프카는 모더니즘 시대를 도래 하게 만든 탁월한 천재였다.
활자로 서사적 세상을 구축하는 천재적 작가가 있듯이 음악 세계에서도 독특한 연주 해석으로 인간의 잠재적 의식 속에 무언의 형상을 부여 하는 음악가가 있다.
음악을 듣는 동안 그 세계에 누가 있는지 어떤 일이 벌어 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단지 음의 높낮이가 달라 질 때 마다 서서히 진폭의 강도의 세기가 달라 질 때마다 마음의 울림이 달라 질 뿐이다.
이 세상은 항상 뜻밖의 일,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 뜻밖의 것들이 날씨 일 수도 있고 어떤 위기나 위험스러운 상황일 수도 있다.
반면, 변화의 기회나 뜻하지 않는 행운이 찾아 오기도 한다.
우리는 항상 사는 동안 맞닥뜨리게 되는 예기치 못한 것들을 알고 싶어 한다.
이건 무슨 의미 일까? 이런 변화는 좋은 징조 일까? 아니면 불길한 기운일까?
사주팔자를 점쳐 보며 한 해의 운세를 미리 알아 보고 온갖 방책을 하며 주술의 힘으로 운을 끌어 모아 놓는다 해도 태생적인 것, 타고난 것을 완전하게 바꿀 수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이야기가 예기치 못한 변화의 순간에 시작되듯 인간이 본능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하는 순간은 변화를 감지 할 때다.
5월의 꿀맛 같은 황금 연휴가 끝나고 나니 2026년의 한 해의 반이 훌쩍 지나갔다.
새로운 다짐도 작심 삼일이면 흐지 부지 해져 버렸고 새로운 마음으로 기획한 것들은 지지부진한 상태에 처해 있다.
왜 실천 하지 못했는지 오만 가지 예를 들며 끊임없이 자신을 매수 하는 동안 스스로에게 아무것도 기대 하지 않은 채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을 살아간다.
늘 해오던 일만 한다면 과거에 멈춰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천부적인 이야기꾼들, 세계적인 거장들 모두 불멸의 작품 속에 '극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키는 장치를 심어 놓았다.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꿈을 꾸며 상상을 할 수 있는 종인 인간은 헛된 망상이나 허황된 목표를 추구 하며 끊임없이 목표를 향해 달리는 과정들이 쌓여서 한 단계씩 도약하며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 나간다.
추구할 목표도 없거나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희망 마저 없다면 사는 맛이 없는 우울과 절망만 남는다.
성공은 늘 변화 무쌍한 불확실성 속에 도사리고 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빈스 롬바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