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각자 만의 불을 품고 모였다. 나는 이들의 손에 들려진 불들이 다음 세대를 위한 것임을 믿는다. 신은 알 것이다. 나의 태어나지 않은 딸을 위해 이 자리에 서 있노라고.'

-1970,11.27 빌리지 보이스, 비비언 고닉


1970년 미국 전역을 뜨겁게 달구었던 여성 해방 운동가들의 시위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갔던 인물은 '빌리지 보이스' 소속 기자 비비언 고닉으로 그녀가 취재한 티그레이스 앳킨슨, 케이트 밀렛,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필리스 체슬러, 엘런 윌리스, 앨릭스 케이츠 슐먼 운동가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뉴욕 래디컬페미니스트 창설에 불씨를 싹트게 만들었다.




[독자가 내 시선을 그대로 따라 보도록, 허구를 창작하듯 서사를 설정했는데 그렇게 나 자신을 참여적 서술자로 활용하니 독자로 하여금 그날 밤 사건을 겪은 그대로 경험하고 내가 느낀 날 것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끔 할 수 있었다. 그 땐 미처 몰랐지만 나는 이미 '일인칭 저널리 즘(독자가 화자의 시선을 그대로 따라 보게 만드는 새로운 논픽션 저널리즘 양식)을 연습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비비언 고닉

1980년대 미디어 홍수의 시대 속에서 비비언 고닉은 날카로운 통찰력과 예리한 비판으로 우파와 좌파 지지층으로 부터 맹 공격을 받았지만 그녀가 개척한 일인칭 비평은 SNS시대의 1인 미디어 체제가 도입 되기 반 세기 전부터 독보적인 서사로 비평계에 새로운 물결을 선도 했다.

1970년대 세상을 뒤흔들며 강렬하게 들끓어 올랐던 페미니즘은 1980년대 부터 와해 되고 느슨해지면서 연대의 공감대가 무너졌고 비비언 고닉은 '이론과 실천의 괴리'사이에서 갈등하며 좌절을 거듭한 끝에 그동안 몸담았던 빌리지 보이스를 떠난다.

그녀는 대학원에 진학하고나서 사회적 공분을 불러 일으키는 공개적이고 비판적인 글쓰기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서서 다른 곳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분야를 찾기 시작한다.


그건 바로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으로 마흔다섯 살의 딸과 일흔 일곱 살의 어머니가 뉴욕의 거리를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독특한 형식의 자서전 <사나운 애착>을 쓰기 시작하면서 눈앞의 소재에서 구출되기를 기다리는 귀중한 이야기를 찾아 다니는 진정한 글쟁이로 다시 태어난다.



'사람은 자신의 과거를 발견해야 한다. 나는 이 사실을 인정한다. 이것이 나의 직업이었다. 그래야만 우리의 한계를 알고 연민으로 삶을 견뎌낼 수 있다.'

-비비언 고닉


1990년대 부터 프린래서 작가가 된 비비언 고닉은 회고록과 에세이, 대학 강연과 각종 일간지 서평에 이름을 올렸지만 그녀가 출간 한 책들은 2000년대 들어서 절판을 하고 독자들 사이에서 잊혀진 존재가 된다.

2006년 여성 사회 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미국에서도 가장 약자인 소수 인종 여성과 아동들이 성폭력, 언어 폭력,감금, 폭행등의 피해 사실을 함께 공유하고 연대해서 세상을 향해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내어 추가 발생 피해자들을 막기 위한 운동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이 촉발된다.

그리고 지난 반 세기 전 페미니즘 물결의 선봉자들의 목소리를 적극 취재 했던 기자 '비비언 고닉'의 이름이 언론과 출판계에 오르내리기 시작한다.

지난 시절에 출간 되었던 그녀의 책들이 새로운 표지로 출간 되면서 페미니즘과 저널리즘을 강의 하는 강의 시간에 화자 되어 참고 도서로 읽혀지게 되었고 1987년에 발표한 자전적 회고록인 <사나운 애착>이 2015년에 재 출간 되면서 주요 신문의 서평란에 다시 등장하게 된다.

2015년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은 미국 문단에서 지난 50년간 출간된 회고록 중에 최고의 회고록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세기 100대 논픽션 라이브러리에 이름을 올렸다.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뭔가를 소유하는 데 무관심한 인간으로 통한다. 원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 같다고들웃는다. 나는 뭐든 이름도 잘 모르겠고 가짜와 진짜, 고급스러운 것과 평범한 것도 한눈에 알아차리지 못한다.]

-비비언 고닉의 '짝 없는 여자와 도시' 중에서


80세에 비로소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비비언 고닉은 영국 가디언지 인터뷰에서 '이젠 더이상 한 달 렌트비와 병원비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며 서서히 주변 지인들이 세상을 떠나거나 요양원에 들어 간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했다.


[얼마 전 한 때는 잘 알았지만 한동안 들춰보지 않았던 책의 사실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당연히 몇 장 넘기다 보면 기억나지 않은 그 정보를 금세 찾을 거라 생각했다.]

-비비언 고닉의 <끝나지 않은 일 >중에서


세상 일을 까맣게 잊은 채 손에 책을 들고 있지 않았던 시간이 기억에 없었을 정도로 스스로 태어날 때 부터 책을 읽었다고 생각 했을 정도로 독서광이였던 비비언 고닉은 자신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책장 속에 꽂혀진 책들을 정리하면서 그 책들을 다시 읽기 시작한다.


'내 경험으론 인생 초년에 중요했던 책을 다시 읽다 보면 긴 의자에 누워 정신분석을 받는 느낌이 들 때가 꽤 있다.'

-비비언 고닉


지난 시절에 읽은 책들을 하나 씩 다시 읽으면서 사회 경험이 별로 없고 세상 물정을 몰랐던 시기에 어떻게 '빌리지 보이스'에 기사 원고를 투고 했는지, 사회 깊숙이 스며있는 성차별과 어떻게 맞섰는지 날 것의 잔혹하고도 범상하고도 내밀한 비비언 고닉의 독특한 1인칭 자기 고백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 나는 몇 편의 기사를 써낸 공격적인 스타일의 이혼한 서른다섯 살 ‘여자‘가 되어 뉴욕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허세 아래 혼란은 깊었고, 막막함 역시 엄청났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날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리고 여기서 어떻게 나가지? ]


서른을 앞두고 결혼을 한 비비언 고닉은 1년 만에 이혼하고 뒤 이어 또 한번 결혼 하지만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두 번째 이혼을 한다.


'어느 영문학 교수가 손에 <아들과 연인>을 쥐어 주었을 때 나는 스무 살이었다.'


스무 살에 처음 읽은 D.H로런스의 <아들과 연인>은 이후 15년의 세월이 흘러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후에 다시 펼쳐 들고 팔십세를 넘기고 나서 세 번째로 펼쳐 든다.


'앞 날을 바라보고 삶을 조망하면 산 채로 매장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D.H로런스의 <아들과 연인> 중에서


성애 소설인가? 성장 소설인가? 마마보이의 성장기 인가? 라는 의문을 품으며 이 책을 펼쳐 들었을 당시에 비비언 고닉은 두 번째 이혼 절차를 밟고 있었거나, 언론사를 그만두고 떠돌이처럼 기사를 썼거나, 두 번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신경전을 벌이거나 그리고 마침내 어머니 마저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겨진다.

그녀가 인생의 매 순간 마다 펼쳐 보았던 D.H로런스의 <아들과 연인>에서 이상적인 삶, 교육받은 삶, 용감한 삶, 더 넓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삶 그리고 사랑만 추구 할 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반드시 쟁취해야 하는 목표가 있는 삶이 무엇인지 살아가는 지혜와 통찰에 이르기 까지 50년의 세월이 더 필요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독서는 머릿속 가득한 혼돈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며 순수하고 온전한 안식을 허한다. 이따금, 책 읽기만이 내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는 생각이 든다.'

-비비언 고닉


여든 넷의 고닉이 다시 읽기 시작한 책들은 D.H로런스의 <아들과 연인>,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마그리뜨 뒤라스,엘리자베스 보엔,델모어 슈워츠,나탈리아 긴츠부르크,J.L카, 팻 바커,도리스 레싱,토머스 하디까지 40년 전에 읽었던 책들로 오랜 세월 책장 속에 잠들어서 종이색이 바래지고 활자들까지 희미해진 책들이다.


[갑자기 40여년 전 쯤 내가 그은 게 틀림없는 밑줄이 주의를 붙들더니 다음에는 내가 동그라미 쳐둔 문단이 여백에 나란히 적힌 두 개의 느낌표가 눈에 띄었다. ]


밑줄이 그어진 페이지, 동그라미를 친 구절을 읽어나가던 고닉은 '뻔한 문장에 왜 밑줄을 그었을까? 넌 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거니? 이거 정말 흥미로운 대목인데 ?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면서 마치 고고학자들이 흩어져 있는 파편의 조각을 맞추듯이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의 지난 삶과 현재의 삶을 되돌아 본다.

(c) vivian gornik house, lux magazine


그녀가 다시 읽기 시작한 책들은 총 아홉권(미국판에 있는 E.M포스터의 하워즈 엔드 작품에 대한 내용은 한국어판에서 빠짐, 미국판은 총 열권의 책이 언급됨)으로 지극히 사소하지만 개인적인 그녀의 인생에 큰 변화를 불러 일으켰던 책들이지만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책들도 있고 개인적으로 유대계 역사나 작가에 관해 큰 흥미가 없거나 배경 지식이 없다면 이 책은 전에 출간 된 책들 보다 그리 큰 감동이나 인상을 주지 못 할지 모른다.


이 책의 맨 첫장에 적혀 있는 작가 노트에서 비비언 고닉은 앞서 출간 된 책들 중에 문장과 문단을 인용 하거나 한 대목을 통쨰로 옮겨다 적어서 자기 표절을 서슴지 않게 했다고 독자들에게 고백한다.

80세를 넘긴 자기 자신이 다시 읽고 썼으니 독자들도 앞서 출간 된 책에서 언급했던 대목을 다시 읽는 것도 꽤 쓸모가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비비언 고닉이 다시 읽기 시작한 책들 중에서 나의 인생의 책은 딱 한 권으로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다시 읽고 또 읽는 작가, 출간된 모든 작품을 모조리 찾아 읽고 있으며 읽을 때 마다 필 사하며 새기는 작가는 단 한 명이다.


'나 한테 삶을 더 사랑하게 하는 작품들을 자주 써준 작가는 나탈리아 긴츠부르그다.'

-비비언 고닉


나는 이탈리아 사실주의 문학과 네오리얼리즘 시대와 나온 영화와 예술을 사랑한다.

가부장적인 사회와 지독할 정도로 카톨릭 신앙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이탈리아에서 파시즘의 폭력이 들불 처럼 일어 났을 때 활발하게 활동했던 작가들 중에서 목숨 걸고 자유를 울부짖었던 남성작가들이 있다.


반면에 피난 도중에 홀로 아이를 낳고 양육하면서 저녁을 준비하는 사이에 먹을 것을 구하고 와서 내일 먹을 양식 걱정을 하지 않게 된 날에 총성 소리가 멎은 날에 배고픔에 칭얼거리는 아이들이 잠든 사이에 틈틈이 조각 조각 파편화 된 글을 쓴 작가 나탈리 긴츠부르그가 있다.












[전쟁이 일어났고 사람들은 수 많은 집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래서 지금은 자신의 집에 있어도 예전처럼 편안하거나 안전하다는 기분을 느끼지 않는다. 어떤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인간의 자식' 중에서

시칠리아 팔레르모에서 태어나서 세살 무렵부터 토리노에 살았던 나탈리아 레비(결혼전 성)는 토리노 대학 생물학 교수 였던 아버지가 온갖 병균이 창궐한다는 이유로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트리에스테 출신의 유대계 아버지는 완고한 성격으로 첫 번째 결혼에서 낳은 장성한 아이들이 있었고 나탈리아의 어머니는 밀라노 태생의 독실한 카톨릭 집안에서 성장해서 현실성이 전혀 없는 몽상가적인 사람이였다.

어머니에게 개인 교습을 받았던 나탈리아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성이 다른 형제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세상과도 단절되어 어른들의 삶을 관찰 하는 고독한 아이였다.


[난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만 썼다. 그래서 시대를 기록한 소설을 기대하는 독자는 공백이 너무 많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지만 이 책을 소설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가족어 사전' 중에서


파시즘과 전쟁의 상흔이 사라졌던 시기인 1963년에 발표한 <가족어 사전>은 1930년 이탈리아 토리노의 한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녀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실존 했던 인물이고 나이도 이름도 모두 허구가 아닌 실제 이름을 차용 했다고 소설 맨 앞장 서문을 통해 '기억'에 의지해 문학적 양식으로 쓴 회고록 이라고 밝혔다.


'가족어 사전'의 첫 장을 열면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아버지가 고함쳤다.

'교양 없는 짓 하지 마라.'

우리가 빵을 소스에 적셔 먹으면 이렇게 소리쳤다. '빵으로 접시 닦지 마라! 교양 없는 짓 하지 마라! 추잡스러운 짓 하지 마라!'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가족어 사전' 중에서


사회적으로 존경 받고 명망 있는 학자였던 아버지는 무자비 할 정도로 가정에서 독재자로 군림했고 파시즘이 거세 질 수록 가족을 옭아맸다.

학교에 가지 않고 집안에만 있었던 어린 나탈리아는 집안의 공기의 기류를 바꾸며 끝도 없이 치닫는 감정적 폭력으로 몸과 마음이 멍든 가족의 모습을 기록한다.


[아버지의 다른 행동이 다 그렇듯이 중재 역시 폭력적이었다. 아버지는 달라붙어 상대를 두들겨 패고 있는 두 오빠 사이로 뛰어 들어가서 그들의 따귀를 때렸다. ]


나탈리아는 돈은 없지만 놀랍게도 가난하지도 않았던 집에서 벗어나서 겨우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지만 낙제를 하고 이 상처와 굴욕감을 글쓰기로 극복하기 위해 시를 쓰기 시작한다.


첫 단편 소설을 발표하고 나서 러시아 문학을 가르치는 오데사 출신의 유대인 레오네 긴츠부르그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비로소 그녀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난다.

십대 후반의 나탈리아의 마음을 단 번에 사로잡은 레오네 긴츠부르그는 토리노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가르치며 작가로 활동하다 당국에 의해 반파시스트 운동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어 투옥 된다.

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 미워하고 갈등 했던 형제들은 막내 나탈리아를 보호 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을 도와 주고 나탈리아는 레오네가 감옥에서 출소 한 후 결혼을 한다.

유대인 박해가 극에 달 했을 때 나탈리아는 남편과 함께 두 아이를 데리고 아브루초 지방으로 추방 당하고 온 세상이 얼어 붙어 버린 한 겨울 추위 속에 남편은 비밀 경찰에게 끌려간다.




[내가 말하고 있는 마을에 왔을 때 처음에는 모든 얼굴이 다 똑같아 보였다. 여자들은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젊거나 늙거나 생김새가 다 비슷했다. 대부분 이가 없었다]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아부르초의 겨울' 중에서


두 아이들과 낯선 곳에 고립된 그녀는 이 시절 집중적으로 글을 쓰면서 언제 어떤 식으로 죽거나 끌려갈지 모른 상황 속에서 삶의 희망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전쟁이 끝나고 남편이 먼저 로마로 돌아가고 나탈리아는 갓 태어난 셋째 아이와 두 아이와 함께 유배지인 아브루초에 남지만 독일군의 침공으로 마을 전체가 폭격을 당한다.

그녀는 이웃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해서 세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이 있는 로마로 돌아 오지만 만난지 28일 만에 남편은 독일 게슈타포에게 끌려가 처형 당한다.


[남편은 우리가 그 마을을 떠난지 몇 달이 채 되지 않아 로마의 레지나 코엘리 감옥에서 숨을 거두었다. 고독한 그의 죽음이 가져온 공포에 직면해서 그의 죽음에 앞선 고통 스러운 선택들 앞에서 이것이 지로네 가게에서 오렌지를 사서 눈 속을 산책하던 우리에게 벌어진 일이 맞는지 자문해보곤 한다. 그때 나는 바라는 게 다 충족되고 다양한 경험과 함께 하는 모험들이 가득한 평탄하고 행복한 미래가 찾아오리라 믿었다. 하지만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고 영원히 사라진 지금에서야, 이제야 그것을 알게 되었다.]

-나탈리아 긴츠부르그


자신에게 찾아 온 불행을 담담한 어조로 읊조리듯 이야기하는 나탈리아는 남편을 감옥에 보내 놓고 아이들과 유형지에서 살아가는 동안 비로소 결혼과 육아로 중단했던 글을 쓸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생겨난다.

남편이 감옥에 투옥 되어 있는 동안 홀로 셋째 아이를 낳은 나탈리아에게 매일 매일 불안한 나날의 연속이였지만 유형지에서 3년 동안의 시간은 그녀를 작가로 살아 갈 수 있게 만든 시간이 되고 남편이 처형 당하고 나서는 행복했던 시절은 영원히 사라지고 만다.

나탈리아아는 세 아이와 함께 로마에서 삶을 다시 시작하며 에이나우디 출판사에서 근무를 시작한다.

이 출판사는 남편이 살아 생전 동료 교수와 함께 토리노에 차렸던 출판사 지사로 나탈리아는 이 출판사에서 유대계 출신의 작가 체사레 파베세, 이탈로 칼비노, 그리고 토리노 출신의 유대계 작가이자 홀로코스트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 남은 프리모 레비의 책을 출간하며 전후 이탈리아 문학의 황금시기를 맞이 하게 만드는 작품을 출간한다.

어린 시절 영어 개인 교습을 받았던 나탈리아는 뛰어난 영어 실력으로 번역일도 하며 틈틈이 자신의 글을 쓰며 동시대 작가들과 달리 정치적인 주제나,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지극히 사소하지만 개인적인 이야기에 집중하며 어떤 문학적 사조에 관여하거나 휩쓸리지 않았다.

1950년에 영문학과 교수인 가브리엘레 발디와 재혼한 나탈리아는 그가 영국의 이탈리아 문화원장으로 근무 할 때 함께 체류하며 개인의 기억에서 벗어나 세상과 사회 그리고 현재의 삶에 대한 글을 쓴다.


1960년에 발표한 에세이 <나의 일>은 비비언 고닉, 리디아 데이비스,엘레나 페란테 , 데버라 리비등 현재 영미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창작 활동을 펼치는 작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20대 후반에 들어섰지만 허구만 섞어보려 하면 한 줄도 생동감 있게 안 나오는 마당에 어떻게 위대한 미국 소설을 쓰겠다는 건지 막막하고 깜깜하기만 했다. 그런데 때마침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에세이 '나의 일'을 읽었고 거기서 내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보았다.]

-비비언 고닉


지난 50년동안 가장 뛰어난 회고록으로 평가 받는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의 첫 문단은 이런 장면으로 시작한다.


[나는 여덟 살이다. 엄마와 나는 아파트에서 나와 2층 층계참에 서 있다. 옆집 드러커 아줌마가 자기네 집 문을열고 담배를 피우고 있다. 엄마가 우리 집 문을 닫으면서 그 아줌마에게 말한다. ˝거기 서서 뭐해?˝ 아줌마는고갯짓으로 집 안을 가리킨다. ˝저 남자가 하자고 해서.

나 건드리려면 샤워부터 하라고 했지.˝ 나는 ‘저 남자가아줌마의 남편이라는 걸 안다. ‘남자‘는 언제나 남편이다.]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 중에서


1961년에 출간 된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저녁의 목소리>라는 작품을 펼치면 이런 장면이 등장한다.


-어머니가 말했다. '목구멍에 덩어리 같은 게 느껴져.'

-어머니가 말했다 ' (저 장군은) 어쩌면 머리숱이 저렇게 많니, 저 나이에!'

그분이 말했다. '개꼴이 얼마나 흉해졌는지 너 봤니?'

그래도 새 의사는 고혈압이 있는 걸 찾아냈지 뭐니? 난 항상 혈압이 낮았는데 항상..'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저녁의 목소리' 중에서

이런 진부하면서도 지극히 사소한 대화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도대체 이 사람들은 뭐지? 왜 이런 쓸데 없는 말을 하지 등등의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한 페이지 넘기고 다음 장면 그 다음 장면을 이어서 읽어나가다 보면 전쟁의 한 복판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삶에 스며들어온 살의와 두려움 그리고 전쟁의 무서움 보다 더 끔찍한 굶주림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비비언 고닉은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글을 처음 읽고 두 번째 읽을 때 부터 마치 자신 안에 잠재 된 가능성을 발견하며 스승이 직접 작가의 삶이란 이런 거다. 창작을 하는 건 이런거다라는 걸 시연해 보여 주기라도 한 것처럼 흥분과 전율에 사로잡힌다.


2022년에 출간 한 나탈리아 긴츠부르크의 소설 <All Our Yesterdays>의 서문을 21세기 샐린저로 불리는 아일랜드 출신 작가 샐리 루니가 썼다.

그녀는 서문에서 이 작품이 지금까지 읽은 어떤 소설 보다 완벽한 작품, 완벽한 서사로 나탈리아 긴츠부르그가 구사하는 모든 문장이 마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듯, 삶을 엿본듯 표현해서 소름이 끼친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전쟁이 발발하고 가족과 뿔뿔이 흩어지고 형제들과 남편은 감옥에 투옥되고 홀로 아이를 낳는 동안에도 글을 썼던 나탈리아는 글을 쓰는 동안에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쪼개지고 갈라지며 그칠 줄 모를 정도로 폭탄이 쏟아지는 지옥의 시절을 견뎌 냈다.

이런 삶을 견뎌 내며 글을 쓰고 살아 남아 문학역사에 이름을 새긴 작가들이 많고 남편을 잃고 홀로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필사적으로 글을 쓰고 마침내 문학상을 거머쥔 작가들도 있다.

그런데 수 많은 작가들이 나탈리아 긴츠부르그를 글쓰기 스승을 삼고 칭송 하며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탈리아 중등 과정 교과서에 실리는 <가족어 사전>에 이런 문단이 나온다.


[알베르토는 휴일을 맞아 학교에서 집에 와서 식탁에 앉아 오믈렛을 먹으려 하면 종이 울렸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교장이 방에 들어와 말했다.

'오믈렛은 나이프로 써는 게 아니라고 한 번 더 말해줘야 겠구나!'

그리고 다시 종이 울리면 교장이 사라졌다. 아버지는 이제 스키를 타러 가지 않았다. 나이가 너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어머니는 늘 그랬다.

'산이라니! 위험천만한 곳이지!' 어머니는 스키를 탈 줄 몰랐고, 실내에만 있었다. 그러나 막상 남편이 스키를 타지 않는다고 하니 아쉬워 했다.]

-나탈리아 긴츠버그의 '가족어 사전' 중에서

과거와 현재가 뒤죽 박죽인 시점 사이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화가 초현실적이면서도 눈 앞에 모든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게 묘사 했다.

이런 스타일의 글쓰기는 후대에 모더니즘 적인 기법으로 1994년생 밀리니얼 세대 작가 샐리 루니가 <노멀 피플>에서 차용한 기법 중 하나다.



[나의 일은 글을 쓰는 것이다. 나는 그걸 오래 전 부터 잘 알고 있다. 내 말을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나는 내가 쓸 수 있는 글의 가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아는 건 글을 쓰는 게 내 일이라는 사실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편안함을 느끼며 내가 특히 잘 아는 것 같은 본래의 영역 안에서 움직인다. 내가 잘 알고 친숙한 도구들을 사용하는데 그것들이 내 손에 딱 맞는 게 느껴진다. 다른 일을 한다면, 가령 외국어를 공부하거나 역사나 지리나 속기를 배워보려 하거나 대중 앞에서 말을 하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면 나는 괴로워하며 다른 사람들은 그런 일을 어떻게 하는지 끊임없이 궁금해 했을 것이다.]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나의 일> 중에서


비비언 고닉에게 스승 같은 글쓰기 교본이자 너는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에피파니 였던 이 에세이를 나는 안정된 환경을 보장해 주었던 런던을 떠나 북서쪽에 위치한 고풍스러운 중세 시대 건물로 에워 싸인 대학의 도시에서 고군분투 하던 시절에 처음 읽었다.


[우리는 이미 눈물이 말라버린 사람들이다. 우리 부모가 감동했던 것에 우리는 전혀 감동하지 않는다. 모두 사색 하고 공부하고 자신의 삶을 평화롭게 가꾸어나가길 기대했다. 그때는 다른 시대였고 아마 그 나름대로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고뇌의 끈을 끊어버리지 못한다. 그래도 궁극적으로는 인간으로서의 우리 운명에 만족한다.]

-나탈리아 긴츠부르그


그동안 내가 읽은 어떤 작가도 이런 문장을 쓰지 않았고 이런 목소리로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다.

일상에서 겪은 경험들과 목격한 것들에 대해 이토록 치열한 성찰과 인간 심리에 대해 예리한 관찰력으로 글을 남긴 작가는 나탈리아 긴츠부르그가 유일하다.

최고의 에세이스트, 저널리스트, 독보적인 이야기를 구사하는 작가들로 칭송 받고 있는 비비언 고닉, 리디아 데이비스 ,엘레나 페란테 그리고 데버라 리비의 작품들은 출간 되면 챙겨 읽지만 전 작품을 섭렵하며 수시로 들춰 보지 않는다.


우리는 허구의 이야기가 넘쳐 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유툽이나 OTT에 온갖 이야기가 넘쳐 나고 있고 게임 세상에도 온통 이야기 천지고 예능과 웹툰까지 모든 것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긴츠부르그는 고립된 외톨이 어린 시절부터 피와 폭력의 파시즘 시대에 유형 생활과 전쟁 중 피난 생활 그리고 종전 후 비로소 성인으로 성장한 아이들을 지켜보며 인간이 한 시대를 통과 하며 비로소 어른으로 성장 하는 과정을 글로 엮어 냈다.

나탈리아 긴츠부르그는 이 과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앞에 있는 사람만 바라보는 대신 뒤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기 시작할 때 내 뒤에서 침묵하는 죽은 사람의 존재를 느낄 때 미약 하나마 자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나탈리아 긴츠부르그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될까?

언제 비로소 이 세상에 어른 같은 삶을 살아 갈 수 있을까?

어른이 되었지만 나는 이 세상에 어떤 권력이나 위세를 행세 하지 못하는 미약한 어른으로 하루 하루 성실하게 일해서 꼬박 꼬박 세금이 털려나가는 유리 지갑을 갖고 있다.

만일 권력을 갖고 있다면 한번 쯤 위세나 가식을 떨며 모순투성이의 나라는 결점을 세상에 숨기게 될지 모른다.

나에게 세상을 향한 권력이 없기 때문에 나는 날마다 새로운 나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내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읽고 쓰고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의 끝은 단 하나다.

결국엔 우리 모두 죽는다. 사랑하는 이들, 미워 하는 이들 모두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것이고 이 땅의 행성도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는 열평형 상태에 도달하게 되면 우주 속 먼지가루가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이 모든 것이 사라져서 텅 빈 공 空의 상태가 될 것이다.

그토록 치열하게 요란을 떨 정도로 열심히 오만하게 살았던 생명체들 모두 무無로 존재 하지 않은 상태, 모두가 0의 지점에서 끝이 난다.

이런 진실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듯, 끝이 죽음이 아니라는 듯 살아간다.

바쁘게 하루 하루 일분 일초를 낭비하지 않고 살아도 텅 빈 공 空의 상태는 채워지지도 않고 영원히 사라지지도 않는다.

이 텅 빈 공 空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순간 허무와 우울 그리고 모든 것이 헛되어 보이고 커다란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이런 나약함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이들이 살아 온 모습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얻기도 하고 무언가에 몰두하고 열의를 쏟아 부으며 견디고 극복한다.

1935년생 비비언 고닉은 아흔 살을 앞두고 있다.

그녀는 매일 친구들의 안부를 물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쉼없이 걷고 읽고 쓰며 정신과 육체가 온전 할 때 더 열심히 하루를 보내고 있다.

84세부터 지난 시절의 책들을 다시 읽기 시작한 비비언 고닉은 읽는 자는 영원히 늙지 않고 성장한다는 말을 했다.

그녀는 회고록, 사회비평, 심층 심리 탐구와 문학 비평으로 글쓰기 영역을 넓혀 나가며 과거의 기억과 의식을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끌어 안으면서 영원히 자신을 탐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롤랑 바르트는 다시 읽기 과정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다시 읽기 과정은 자신의 지난 시절에 고착된 기억과 생각을 되돌아 보고 뜯어 고치고 개혁하는 힘든 과정이다. 기존의 습관을 바꾸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듯이 다시 읽기 과정은 자아를 재 발견하게 되어 다시 읽기 시작하는 순간 부터 인간은 새로 태어나게 된다.'



비비언 고닉은 다시 읽어야 할 책들이 많아서 더 오래 살고 싶다며 세상이 변하고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절대 두려워 하지 말고 읽고 쓰는 통합된 자아를 갖춘 지식인으로 거듭 태어나라는 조언을 했다.

'나는 여전히 대문자 L로 적힌 Life 삶의 압력을 느끼려고 읽는다.'

-비비언 고닉

2024년 1월 부터 대대적으로 책장을 정리하며 곳곳에 쌓아 놓은 책탑에 책들 중 다시 읽고 싶은 책들을 추려 내고 있다.

볼거리가 넘쳐 나는 세상에 다시 읽기에 시간을 할애 하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

드라마 한 편은 빨리 돌려 보고 되감아 보면서 한 시리즈를 하루 몇 시간 만에 정주행 할 수 있지만 장편 소설을 다시 읽는 데는 시간 뿐만 아니라 고도의 집중력과 끈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다시 읽어 나가면서 전에는 이해해 보지 못했던 것들, 인간관계 그리고 이 세상의 한 부분을 이제는 경험하고 체득했기에 또 다른 나의 자아를 들춰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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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4-05-20 2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끝나지 않은 일>을 조금씩 읽고 있는데 읽으면서 ‘소설 다시 읽기‘에 대해 감명을 받고 있어요.
스콧 님도 다시 읽고 싶은 책을 추려내셨군요. 어떤 책일런지?^^

Life 삶의 압력을 느끼려고 읽는다.
고닉은 참 존경스럽습니다.^^

2024-05-30 1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란공 2024-05-21 0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비언 고닉에 대해, 나탈리아 긴즈부릌크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어 반깁고 기쁘네요! 정성이 담긴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요사이 ‘읽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있어요. 읽을 수 있는 책은 한계가 있고, 눈은 나빠지고, 집중력과 체력은 바닥나고있어서 더 그렇기도 하구요. ^^;

scott 2024-05-30 19:21   좋아요 0 | URL
이 책은 고닉의 앞서 출간된 책에서 언급했던 이야기가 이어지거나 중복되기도 하고 팔순을 넘긴 나이에 이정도 기억력과 필력을 갖춘 것 만으로도 대단!

읽고 싶은 책은 많지만 눈과 집중의 한계가 있어서 먹고 자는 시간을 줄여야 이번 생에 책읽기의 행위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초란 공님의 읽기는 지적인 읽기
저는 그냥 팔랑, 팔랑, 휘리릭 ^^

물감 2024-05-30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에서 비비언 고닉에 대해 많이들 얘기하지만 손이 안갔던게, 어쩐지 어렵게 느껴진다는 편견이 생겨서였거든요. 스캇님 글 보고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듭니다. 감사합니다!

2024-05-30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매년 주기적으로 책의 날이 있는 달이면 독서 인구층은 점점 줄어 들고 있고 1년에 책 한 권 안 읽는 비율이 50퍼센트를 넘어섰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종이책, 전자책에 모두 포함해서 2024년은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세계적으로 독서 인구층이 점점 줄어 들고 있는 추세 속에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소멸과 독서 인구 소멸의 최상위 단계로 진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매달 베스트 상위를 차지 하고 있는 책들 상당수는 사는 것과 살아가는 것에 대한 책들로 작년 부터 시작된 쇼펜하우어 철학 열풍은 2024년 상반기 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년전 금수저 집안 출신의 깐깐한 독신남으로 살다 세상을 떠난 쇼펜하우어가 남긴 명언들이 2024년을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큰 위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욕망)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능력)을 분별하는 자기 인식이 행복의 전제 조건이다.]

- 쇼펜하우어


태어 날 때부터 극한의 경쟁의 세상으로 내던져 지는 한국 사회에서 영어 유치원 열풍, 수학 영재, 의대 입시반, 각종 자격 시험을 향해 줄곧 달려서 부모 세대보다 더 많은 교육비를 쏟아 부어서 사회로 나오는 순간 도살 될 차례를 기다리는 소떼, 돼지떼들 같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육체적 고통의 크기 만큼 견디기 힘든 건 정신적 고통으로 일상에서 일과 가정, 사회에서 소소한 행복과 기쁨을 느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쇼펜하우어는 애초에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질없다는 말을 남겼다.

따라서 인간적 동물의 삶이 비인간적인 동물의 삶보다 더 낫지도 않아서 결국 삶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한 동물이 다른 동물을 잡아 먹을 때 그 동물들 각각 느끼는 바를 비교해보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만일 들판을 뛰어다니는 '나'라는 소가 저 멀리 지켜 보고 있는 도살자에게 선택 당하는 운명이라면 오늘 마음껏 발에 밟히는 데로 풀을 실컷 뜯어 먹어 버릴 것이다.라는

운명을 깨닫게 되는 순간. 현실의 안락함, 평안함, 명예, 부귀 심지어 어제 주문한 물건들에 대한 어떤 집착이나 아쉬움 조차 남아 있지 않는다.

어차피 지구 상 모든 생명체들은 언젠가는 이 땅에서 사라져 버릴 운명이다.

이런 운명을 알고 있음에도 오늘은 좋지 않아도 내일은 더 좋아 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온갖 어려움, 힘듦을 견딜 수 밖에 없다.

그러나 200년 전 쇼펜하우어는 이에 대해 이런 말로 일침을 가한다.


'오늘은 좋지 않고, 내일은 더 나빠질 것이다.

그리고 최악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그럴 것이다.'


현재 세상 돌아가는 상황과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전쟁과 재난, 고통의 문제들이 내일 그리고 내년까지도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도 일하고 걱정하고 고통에 시달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 하루를 마감하기 전 단 몇 시간 동안 스마트 폰과 영상물, 이런 저런 소문과 뉴스 덩어리들의 조각글을 읽다 잠이 든다.

우리가 소망 하는 건 그다지 대단하지 않다.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의-식-주를 걱정 없이 해결 하기만 하면 된다.

의-식-주만 해결 된다면 대단한 행복을 맛보지 않아도 그럭 저럭 세상에 살아 갈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쇼펜하우어는 이런 일침을 가한다.


[삶을 그렇게 보는 시각에 익숙해지면 당신은 자신의 기대를 적당히 조절 할 것이며 모든 불쾌한 사건들을 이례적이거나 규칙을 벗어난 일로 보기를 그칠 것이다.

아니, 당신은 우리 각자가 고유의 특수한 방식으로 존재의 죗값을 치르는 세계에서 모든 것이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대로 그러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전 세계 거의 모든 종교의 공통된 가르침은 다음과 같다.


'이웃에게 관용을 베풀고 힘듦과 고통을 인내하고 서로 존중하며 사랑하라.'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 부터 평등하지도 공평하지도 않은 세상에 떨어진다.


그렇다면 산다는 건 무엇일까? 생명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지막 순간까지 참을 수 없는 고통의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보다 좀 더 편안하게 조금은 덜 고통스럽게 죽기 위해서 오늘을 희생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출발선에 서는 순간 부터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가는 것이다. 행복하게 꿈꾸는 유년기를 지나 모든 것이 새로운 불만으로 가득 찬 청소년기를 지나 고생과 고난으로 가득 찬 성인기를 지나면 모두 다 비참한 노년을 맞이 하며 온갖 잔병과 괴로움들이 한꺼번에 몸 밖으로 나오게 된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어느 누구에게나 똑같이 찾아 오지 않는다 해도 세상의 시작과 끝의 종착지는 단 하나의 고통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분석은 기본적으로 옳은 말이다.


고통- 현재의 삶의 덧없음-확정된 죽음의 시간


이 모든 것이 삶의 의미를 방해하고 의미 있는 죽음을 방해 하고 있다면 애초에 태어나지도 말아야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살아야 하나?

우리는 죽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보여지는 나의 몸은 만져 볼 수 있고 어디에도 비춰지지만 내 안에 있는 마음, 정신의 세계는 볼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는 느낄 수 있다.

오늘 내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감정을 품었으며 무엇에 화가 났고 무엇에 기뻐 했는지 자각 할 수 있지만 딱 여기까지다.

나의 앎은 여기서 끝이 나고 죽기 전까지도 어쩌면 내가 누구인지 모른 상태로 끝이 나버릴 것이다.

'과거의 행복에 매달리지 말고 미래에 행복을 미루지 마라.'


2024년의 달력이 4장이 넘어 갔다.

앞선 시간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미래의 시간들이 이전의 시간보다 좀 더 많이 주어지지도 않을 것이고 무한하게 펼쳐지지도 않는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서 없고 오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기에 현재의 내 코가 석자다.

무심코 틀어 놓은 화면에 익숙한 얼굴들이 나온다.

물론 그들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들의 생활과 취미 그리고 어디로 여행을 가서 촬영했는지 알고 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예능 프로그램을 시즌 별로 방송 하고 있다.

화면 속 스타들의 삶은 너무 쉽게 재밌게 유익하게 살아가고 있고 주변 사람들과 두루 두루 원만하게 행복하고 다정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

재미로 하는 게임과 시합에서만 경쟁 하는 것 처럼 보이는 이들의 삶은 몇 편의 프로그램에서 먹고-놀고-여행하고- 그리고 몇 시간 수다를 떨며 살아가는 것 자체가 즐거운 예능 프로그램이다.

사는 동안 평범한 것들로 부터 행복과 기쁨,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채 타인의 모습을 통해 대리 만족을 하면 할 수록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불행하다고 느끼게 된다.

삶은 우리가 바라는 걸 전부 주지 않는다.

욕망을 버리고 체념하며 모든 걸 받아들여야 한다 해도 마음의 상태는 쉽게 떨쳐 버리거나 지워 버릴 수 없다.

따라서 마음의 상태를 온전하게 유지 하려면 예술, 철학 그리고 음악을 통해 분노를 가라 앉히고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며 나와 다른 타인의 시선과 관점을 분석해 볼 수 있다.

여기 한 시인이 쓴 아이스크림의 황제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아이스크림의 황제  

월리스 스티븐스(1879~1955)


큰 시가 마는 사람을 불러

근육질인 사람으로, 그리고 휘젓게 해

부엌의 컵 속 색정적인 응유(凝乳)를 말이야.

처자들은 늘 입던 옷 그대로

꾸물거리게 내버려 둬, 소년들에게는

꽃을 지난 달 신문에 말아서 가져오라고 하고.

있는 것이 보이는 것의 피날레가 되도록 해.

유일한 황제는 아이스크림의 황제니까.

유리 손잡이가 세 개 빠진

전나무 경대에서 꺼내, 그 시트 말이야

한때 그녀가 공작비둘기 수놓았던 그것을 펼쳐서

그녀의 얼굴을 덮도록 해.

딱딱한 발이 삐져나온다면 그건

그녀가 얼마나 싸늘하고 또 묵묵한지를 보여주는 것이지.

램프의 빛줄기를 잘 고정 시켜 놓도록.

유일한 황제는 아이스크림의 황제니까.

* 시집 <하모니엄>(Harmonium, 1923) 중에서


이 시의 배경은 죽은 자를 기리고 추모하는 '장례식' 자리다

한 방에는 아이스크림 같은 달콤한 환락이 있고 다른 방에는 시신이 안치 되어 있다.

아이스크림을 향한 욕망은 식욕을 향한 욕망이고 싸늘한 시신은 죽음으로 이것이 바로 우리 인간이 삶과 죽음에 대해 할 수 있는 전부다.

동물적 삶은 존재하는 최선의 것이고 죽음 보다 더 낫다.

따라서 평범한 삶이 가장 비범한 삶이니 죽는 것 보다 오늘 하루 만이라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세상을 떠난 나의 조부들은 자손들 앞에 이런 말을 남겼다.


'하려고 했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 매 순간 열심히 살아라. 너의 앞에 있는 시간들을 소중히 여겨라.'

나의 할아버지는 자신의 생을 90세로 정해 놓고 아버지 처럼 100세를 앞두고 세상을 떠날 줄 아셨다.

할아버지는 사회에서 완전히 은퇴 하신 후 남은 생애 해야 할 목록을 작성 하셨지만 그 목록에 적힌 것들을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모두에게 갑작스러운 죽음이였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사셨던 분이여서 은퇴 이후의 삶은 장미빛으로만 빛날 줄 알았다.

하지만 매 순간 매초 단위로 어느 누구 보다 바쁘게 사셨던 할아버지는 진정으로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한 것에는 등한 시 하셨다.

가끔 할아버지가 남기고 가신 책들을 펼쳐보면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서 그 자리까지 올라가셨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지막 순간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보다 더한 고통을 겪고 가셨을까라는 슬픔에 잠긴다.











반지의 제왕 톨킨은 이런 말을 남겼다.

'두 차례 세계 전쟁을 겪는 동안 이 세상은 신도 없고 날개 달린 천사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신도 없는 세상에 괴물만 살지 않는다.

이토록 불완전하고 부조리한 세상에서 인간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것 지극히 평범한 것 뿐이다. 그러니 우리 인간이 소설 속 영웅처럼 살 수도 없고 날개 달려서 비상하는 이카루스도 될 수 없다. '

-톨킨


누구나 한 번쯤은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랬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한 번 태어나는 이상 어떻게서든 살아가야 하고 그렇게 견뎌 내는 것 만으로도 그리 잘못된 인생이라 할 수 없다.

우리는 사는 동안 늙음, 죽음을 인지 하지 못한다.

항상 이 사실을 인지 하고 있더라도 24시간 내내 늙고 죽는 문제에만 매달릴 수 만은 없다.

그러니 지상의 모든 평범하고 사소한 것에 의미를 두고 사는 게 힘들고 지치고 허무하더라도 살아가는 동안 일말의 행복과 기쁨, 희망을 찾기 위해 시간이 나는 데로 보고 느끼고 즐기고 맛보며 살아야 한다.

‘아이스크림은 달콤하다. 그러나 아이스크림은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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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4-04-27 1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쇼펜하우어에서 시작해서 아이스크림까지 해주신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평범 속에서, 주변에서, 지금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깁니다.

scott 2024-04-27 18:49   좋아요 1 | URL
오늘 날씨는 정말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할 정도로 바깥은 벌써 뜨거운 여름 햇살이 가득 !ㅎㅎ
어쨌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통해 이세상 그나마 살맛 나는 것 같습니다 ^^

꼬마요정 2024-04-27 14: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평범한 삶이 가장 비범한 삶이다.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아이스크림은 달콤하니 녹기 전에 먹을 수 있는 부분은 후딱 먹어야겠어요. 그렇게 때론 달콤하게 때론 눅진하고 끈적하게 살아가는 게 삶인가 봅니다.

scott 2024-04-27 18:51   좋아요 1 | URL
서울은 오늘 29도!
뜨거워서 충격 받을 정도로 이런 뜨거운 4월이 낯설어서 올 여름 큰일 났습니다 ㅋㅋㅋ

진한 커피에 아이스크림 퐁당 빠뜨린 걸로 오늘 하루 행복!
요정님은 사랑 냥이들과 행복한 삶을 ^^

꼬마요정 2024-04-28 12:43   좋아요 1 | URL
서울은 정말 덥네요ㅜㅜ 큰일이에요ㅜㅜ 게다가 이번에 비도 많이 올 거라고 하던데… ㅠㅠㅠㅠㅠ 진한 커피에 아이스크림 퐁당!! 이거슨 진리죠 ㅎㅎㅎㅎ 스콧 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4-04-27 16: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 인구가 줄어들긴 하지만 스콧님 같은 분이 만명분의 독서를 대신 하고 있어서 오늘도 출판계는 돌아가는거 같습니다~!!

내일이 오늘보다 좋을건 없을거 같긴 하지만 내일이 기대되긴 합니다. 또 무슨 일이 있을지 ㅋ
아이스크림은 달콤하고 녹지만, 녹으면 다른 아이스크림을 사면 될거 같습니다~!!

2024-04-27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시우행 2024-04-28 0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글입니다.

scott 2024-04-29 18: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랜섬은 보자마자 방금 그녀가 드러낸 유약함은 금세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다시 몸을 바로 세웠고 황막함 속에서도 꿋꿋했다. 그녀 얼굴의 표정은 영원히 그와 함께 남을 터였다.'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 사람들' 중에서


미시시피 출신의 변호사로 남북전쟁에 참전한 보수주의자인 베이질 랜섬은 자신의 먼 친척이자 여성 참정권 운동가 올리브 챈슬러의 초대를 받아 보스턴에 온다.

그는 이곳에서 여성의 고난에 대해 연설 하는 보스턴 시 캠브리지의 돌팔이 의사의 연약하면서 매혹적인 노예 폐지론을 주장하는 딸 버리나 타란트에게 한눈에 반한다.

버리나에게 반한 것은 랜섬만이 아니었다.

올리브 챈슬러 역시 '새로운 사상'과 비전을 보여주는 버리나의 말과 행동에 홀려버린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중심축은 여성 참정권 운동이 벌어졌던 19세기 보스턴을 배경으로 세 남녀의 삼각관계 속에서 야기되는 충돌과 갈등에 관한 이야기 이지만 서사 전체를 움직이는 건 남북전쟁 승리로 기세 등등한 북부인들과 굴욕적으로 패배한 남부인들 사이에 극한의 대립 속에서 여성과 남성의 가치관과 사상의 충돌,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며 사회 개혁을 주장하는 진보주의자들과 변혁의 조류와 가치관의 변화 속에서 굳건하게 자신들이 살아 왔던 방식을 고집하는 보수주의자들의 끝도 없이 밀고 당기는 긴장감이다.


184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헨리 제임스의 가문 사람들은 끊임없이 전 세계를 유랑하며 새로운 시대의 사상과 조류를 쫓았던 사람들로 그의 아버지 헨리 1세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시대의 변혁을 위한 사회 개혁과 새로운 사상을 불어 넣어 주었다.

헨리 1세는 보스턴의 보수주의자들 틈에서 가장 먼저 노예 해방을 주장하며 노예들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모금 운동을 시작했고 흑인들이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학교 설립과 당시에는 존재 하지 않았던 남녀 공학 학제를 추진했다.

헨리 제임스의 형들 모두 남북 전쟁 당시 군에 입대해서 최초의 흑인 연대를 지휘한 로버트 굴드 쇼 연대장 부관으로 군복무를 했지만 심각한 중상으로 겨우 목숨을 구하고 살아 돌아 와 아버지의 지원으로 플로리다 주의 농장을 구입했다.

큰 아들은 백인 주인의 악랄한 폭력으로 도망간 노예들을 농장에 고용해서 미국 남부에서 처음으로 품삯을 지급했지만 경영능력이 미숙해서 사업에 실패했다.

남북전쟁이 끝난 후에도 전쟁에 패배한 남부인들은  여전히 노예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불법으로 노예들을 감금하고 노동을 시켰던 시대에 헨리 제임스 가문은 온갖 협박에 굴하지 않고 용감 하게도 노예들이 미국 사회에 정착 해서 인간 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행동으로 실천했다.

시대 변혁의 중심에 있었던 제임스 가문 사람들은 심리와 철학 사상 뿐만 아니라 연금술과 심령술에도 심취해서 평생 동안 강신술을 신봉하며 채식 식단을 죽기 전까지 고집했을 정도로 양면성을 보였다.

제임스 가문 사람들 중에서 가장 냉철한 지성과 현실주의적 비관론자인 막내 헨리 제임스는 자신의 가문 사람들을 가장 뻔뻔하고 공허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1913년 일흔 살 생일을 2주 앞둔 헨리 제임스는 자신의 형수이자 일기 작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앨리스 제임스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다.


'사실, 앉아서 잘 생각해 보면 케임브리지의 이상함은 그 메마른 황량함으로 요약되는 것 같군.'


헨리 제임스가 살았던 시대의 미국 땅은 지적으로 메말라 있었고 마음은 공허 할 정도로 황량해서 온갖 새로운 사상의 조류에 휩쓸리며 세련된 외모와 좌중을 휘어 잡는 연설가들의 연설장을 따라다니며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열광하며 이들의 세력에 합류해서 여론 몰이로 정치적 선동에 앞장섰던 언론들이 쓰레기 같은 말들을 쏟아 냈던  시대였다.

헨리 제임스는 <보스턴 사람들> 이라는 작품에서 수도 워싱턴이 세워지기 이전에 미국 땅에 가장 먼저 둥지를 튼 보수주의자들의 정착지였던 뉴잉글랜드의 <보스턴> 지역을 중심으로 시대의 변화를 몰고 오는 사상이 어떻게 출판과 연설로 수익을 벌어 들여 그럴듯하게 보이는 이미지와 상품으로 맞바꿔서 오로지 신문에 실리는 것이 행복한 삶, 안정된 미래를 보장 할 수 있는지 자신이 창조한 인물인 진보 사상가 올리브의 입과 버리나의 행동 그리고 이들의 사상을 글로 써서 이윤을 챙기는 랜섬의 모습을 주도 면밀하게 탐구 했다.

헨리 제임스는 여성의 참정권이나 자유가 없었던 시대에 페미니즘 사상과 신분 해방, 물질 만능주의를 추구 하는 자본주의 사상을 <보스턴 사람들>을 통해 왜곡된 말과 사상이 인간의 현실을 어떻게 어지럽히고 착취하는지 이 연설자에게서 저 연설자로 떠다니며 구름 같이 모여든 대중의 시선에서 터져 나오는 죽은 구호 같은 메아리가 어떻게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뒤흔들어서 사회가 진보 했는지 당대 넘쳐 났던 거짓 사상가들과 선동가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펼쳐 보인다.



'랜섬은 북적거리는 찰나에도 환각을 보았다. 가시처럼 수많은 칼에 찔리거나 섬뜩한 불길에 휩싸여 그때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을 수 있다면, 그녀 답게 , 여주인공 답게, 일말의 전율도 없이 달려나가 죽음을 맞았을 거라고.'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 사람들>은 출판 당시에도 인기가 없었고 세기를 훌쩍 넘기고도 판매량이 치솟았던 적은 없었다.

출간 당시 이 작품에 대한 여러 혹평이 쏟아졌지만 헨리 제임스는 기성의 관습과 고루한 사상을 고집하며 현란한 혀와 펜을 움직이는 평론가들의 비판에 어떤 상처도 받지 않고 꾸준히 자신이 추구하는 사상과 철학을 담은 소설과 평론을 썼다.

그의 희곡 작품 출간을 줄기차게 거절했던 어느 예술 협회 위원회는 말년에 접어든 헨리 제임스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다.


'사람들은 귀하가 쓴 예술 작품을 원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책을 통해 실질적인 조언과 도움을 얻기를 바랄 뿐이지 귀하의 작품을 읽고 종교적, 정치적, 철학적 신념까지 바꾸지 않습니다.

그러니 귀하께서는 피상적이고 오도 할 가능성이 높은 글은 더 이상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편지를 받은 헨리 제임스는 답장에 이렇게 썼다.


'나는 삶과 문학에 대한 관점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우리 문학의 형태가 훌륭해지는 건, 바로 그 범위와 다양성, 가소성과 거침없음, 개인적 행위자의 진지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험을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믿을 뿐입니다. 삶을 만들고 흥미를 만들고 중요성을 만들어서 우리가 고려하고 적용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예술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의 힘과 아름다움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없고 인간의 삶과 사상을 확장 시킬 수 있는 건 소설이 유일합니다.'

-헨리 제임스

1분 안팎의 짧게 편집 된 '숏폼' 영상의 미끼성 전략에 현혹되어   다양한 콘텐츠를 더 보고 싶은 욕망을 건드리는 자극적인 영상이 대세인 시대에 700페이지 분량의 책을 몇 날 몇 일 씩 읽는 이들이 드물다.

국내 한 조사에 따르면, 1인당 숏폼 평균 시청 시간이 월평균 46시간 29분으로 조사 결과 4명 가운데 3명이 숏폼을 보고 있고, 시청 시간이 늘고 있다고 답한 경우도 응답자의 30%에 달했다.

이 조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사람들은 무료한 시간을 보낼 때도 우울해지고 힘들 때도 잠들기 전에도 출 퇴근 길에도 수시로 숏폼 영상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TV 채널을 1분마다 계속 돌리는 것처럼 자극적인 영상 콘텐츠가 무궁 무진한 숏폼에 중독되면 말과 행동에도 깊은 영향을 끼쳐서 영상을 보지 않으면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상태가 될 수 있다.


'신문에 실리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며 까다로운 사람들이나 그 특권에 따라붙는 단서를 따진다는 믿음이었다. 이 천진 난만한 시대의 아들들에게 인간과 예술가 사이의 모든 구분은 이미 존재 하지 않게 된 지 오래였다. 작가는 사적이었고 인간은 신문팔이 소년을 위한 먹이였고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들이 참견할 문제 였다.'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 사람들> 중에서


2024년 누군가 <서울 사람들> 이라는 소설을 쓴다면 어떤 인물들이 등장하게 될까?

4월 총선거를 앞둔 현재 드라마,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한 현실이 우리 눈 앞에서 실시간 벌어지고 있다.

모호하고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치적 구호와 선전, 선동 그리고 국민의 삶을 볼모로 파업과 투쟁을 일삼는 단체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진보하고 살고 있는 인종도 사람도 바뀌어도 결코 바뀌지 않은 것들이 있다.


'그는 대비되는 인간의 운명을 생각하며 이를 약간 갈았다. 이 폭신한 여성적 둥지에 앉아 있자니 자기는 집도 없고 잘 먹지도 못한 느낌이 들었다.'


암담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태어난 이상 희망을 져버릴 수 없기에 몇 세기 전의 지식인들이 쓴 책들을 읽으며 말의 홍수, 영상의 시대에 새로운 통찰력을 가져다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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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4-03-04 14: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헨리 제임스가 그렇게 지루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요 책도 그러한가요??

scott 2024-03-04 14:38   좋아요 2 | URL
저는 10대 때 헨리 제임스 책 읽다가 이렇게 지루 할 수 있을까?
했었는데..
사회 생활에 찌들려 보니
제임스옹은 선견 지명을 갖춘 예지적 능력의 작가 였음요 ^^

물감 2024-03-04 14:43   좋아요 2 | URL
아이고ㅋㅋㅋ 혹시나는 역시나군요... 책이 이뻐서 혹했는데 다시 생각해봐야겠슴다ㅋㅋㅋㅋ

북깨비 2024-03-05 00:40   좋아요 1 | URL
저는 그런 소문 들은 적은 없지만 이제 소문을 들었으니 다시 생각중이에요 ㅋㅋㅋㅋ 저도 표지가 예뻐서 북친님들 리뷰 검색중이었지요. 그럼 저는 좀 더 많은 리뷰를 기다려보는 걸로.

scott 2024-03-05 11:30   좋아요 3 | URL
물감님 취향이 어떤지 잘 모르지만
저는 전적으로 흥미 재미로 읽는 책도 있지만
고전은 쉽게 읽혀지지 않아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헨리 제임스 책이 영미권 사람들에게도 큰 인기가 없는 건 문체와 어조 스토리 전개 방법이 흥미진진하게 전개 되지 않아서 이지만(때로는 설교처럼 읽혀짐)
오히려 현 시대에 문제와 갈등의 일어나고 있는 페미니즘, 동성애, 쇼비지니스, 쓰레기 기사로 도배되는 언론, 얇팍한 상술로 먹고 사는 나팔수들까지 현 시대를 예견 한 것 같은 사회 양상과 지식인들의 모습이 나옵니다

scott 2024-03-05 11:31   좋아요 1 | URL
네 다른 분들 리뷰 올라 오겠죠
깨비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북깨비 2024-03-09 18:05   좋아요 1 | URL
결국 사고야 말았습니다 ㅠㅠ

scott 2024-03-09 23:39   좋아요 1 | URL
깨비님 이 책은 고전으로 평가 받는 이유가 있고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요즘 시대와 겹치는 부분이 있을 정도로
단 문장이 길고 장황해서 이 고비만 넘기면 ^^

희선 2024-03-05 0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지는 않았지만, 《나사의 회전》 이 소설 제목은 아는군요 헨리 제임스 소설이 그 시대에 읽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니, 그래도 헨리 제임스는 자기 글에 자신 있어 보입니다 소설이 사람한테 영향을 미치리라고 믿는 것 같네요

집안 사람이 열린 생각을 하고 있었네요 그러면서도 연금술이나 심령술 강신술을 믿은 사람도 있었다니... 사람 마음이 약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scott 2024-03-05 11:32   좋아요 1 | URL
나사의 회전도 시대를 앞서는 작품이죠
장르물 분야에서 영화 드라마에서도 많이 패러디 되고 있고
헨리 제임스는 분명 저 시대에 맞지 않는 지식인이자 지성인으로 동성애와 페미니즘에 큰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진보적 사상을 갖췄으면서도 보수적인 사고는 유지했던 독특한 금수저 ^^

호시우행 2024-03-05 0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들은 종종 도서를 읽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럼에도 도전해서 완독한다면 뿌듯함을 느낄 듯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국, 미국 소설을 읽기에 앞서 두 나라의 역사를 먼저 이해하면 독서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미국 작가 헨리 제임스는 죽기 1년 전에 영국으로 귀화했어요. 그들의 고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scott 2024-03-05 11:35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안 읽혀지는 고전은 동시대 사회 문화 언어 정치적 배경을 섭렵한 후에 다시 집어 듭니다
세기의 고전이라는 타이틀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의 지성인들은 현재도 영국을 사상적 정신적 뿌리로 여기고 있습니다.

헨리 제임스 시대는 참으로 모순적인 시대로 노예제를 반대했던 지식인들도 집안에 하인을 부릴 때 흑일을 고용했습니다.
1960년대 중반 까지 미국 백인들은 흑인과 함께 버스를 타는 것도 식당에서 한 자리에 앉아 먹는 것도 금기 된 주가 많았죠
 
















'무언가를 쓰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그저 머릿 속의 사그락거림에 불과하다.'

-이사벨 아옌데


칠레 출신의 작가 이사벨 아옌데는 매년 1월 8일 이면 새로운 작품을 쓰기 시작한다.

그녀는 플롯을 세우지도 않고 여러 날 동안 구상 했던 계획조차 없이 1월 8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물 한 컵과 커피 한 잔을 책상 위에 올려 놓고 노트북 자판을 두드린다.

한 참을 두드리고 나면 그녀의 앞에 여러 인물들의 삶이 펼쳐져 있고 한 편의 이야기가 완성되면 자신의 저작권 에이전트에게 원고를 보낸다.

저음의 편종은 그의 외투

찢어진 그래서 빨간 글자로 고친

이 오랜 신은 헤어지고 닳은 채 일어서서

안개를 향해 박수 치고 주먹을 날리며

강림절의 종을 울린다.

​-<굿바이, 부다페스트> 중에서



투비컨티뉴드에 2023년 6월 9일 첫 창작 소설

-그해 여름의 수수께끼-https://tobe.aladin.co.kr/s/5871를 완성하고 나서 6개월이 지나서 2024년  두 번째 창작물 <굿바이, 부다페스트>를 2월 1일부터 쓰기 시작했다.


​-굿바이, 부다페스트

https://tobe.aladin.co.kr/s/9373


나의 하루 수면 시간은 5시간을 채 넘지 않는다.

아침 출근 길에 나서자 마자 사회라는 챗바퀴 속으로 들어 가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노트북의 전원을 켜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3-4시간 정도 뿐이다.

세상의 모든 생물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은 정확하게 24시간이다.

이 시간 안에 유충에서 번데기가 되어서 날개 짓을 펴고 하늘을 나는 나비가 되고, 하루 반나절 동안 울어 대는 매미들도 8일 동안의 생을 다하기 위해 강렬한 태양 빛을 받으며 울어댄다.











'살기 위해 읽고 쓰고 번역하는 동안 나는 마흔 일곱이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나만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리디아 데이비스


이 세상에서 한 곳에 오랫동안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작업 중 하나는 창작이고 그 작업은 바로 글쓰기다.

글을 쓰는 동안 한꺼번에 이것 저것을 향해 팔을 뻗을 수도 없고 움직일 수도 없다.

쓰는 동안엔 오로지 노트북 한 대를 마주 보며 쉼없이 양손을 움직여야 한다.

창작을 시작하기 전에 이런 망상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닌다.


-흥미로운 것들은 이미 다 책으로 나와 있으므로 내겐 독창적인 글감이 아무것도 없다.

-지금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글은 좀 더 나중에 시작할 것이다.

-언젠가는 쓸 것이다.

-내 글을 누군가가 읽는다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오르한 파묵은  수개국어로 자신의 책이 널리  번역 출간 되고 나서도 지금까지 모눈지로 된 노트에 손으로 글을 쓰고 맞은편 페이지에는 수정할 사항을 적기 위해 비워둔다.

몇 년전 오랜 투병으로 세상을 떠난 작가 힐러리 맨텔은   맨 부커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작품 튜더시대 역사 소설 3부작을 집필하는 동안 수시로 떠오르는 것들을 메모해 놓은 종이가 천장 높이까지 가득 차있었다.

영국 작가 앤서니 트롤럽은 매일 5시에 눈을 뜨면 30분 후에 책상 앞에 앉아서 8시 30분까지 시계를 맞춰 놓고 15분당 250단어를 지속적으로 써서 살아 생전 동시대 소설가 중에 가장 많은 양의 작품과 분량을 완성했다.


<굿바이, 부다페스트>

1화 '비밀의 사제관'

https://tobe.aladin.co.kr/n/149538

2화 이슈트반 저택의 이방인들

https://tobe.aladin.co.kr/n/152393

3화 토끼섬의 고아들

https://tobe.aladin.co.kr/n/155186


4화 불행의 씨앗

https://tobe.aladin.co.kr/n/158203


5화 황태자의 야간 특급 열차

https://tobe.aladin.co.kr/n/161200


1화 비밀의 사제관의 글자수는 총 6889자로 2화 이슈트반 저택의 이방인들의 글자수는 8716자를 넘겼고  3화 토끼섬의 고아들, 4화 불행의 씨앗, 5화 황태자의 야간 특급 열차까지 회당 평균 글자 수 8천자를 쓰고 있다.


2월 1일 부터 연재를 시작한 <굿바이, 부다페스트>의 시대 배경은 1914년으로 격동의 20세기 유럽 전역을 뒤덮은 혁명과 반혁명의 조류의 풍랑 속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 가문 이슈트반을 중심으로 역사의 수레바퀴와 맞물려 움직이는 이들의 삶과 운명을 대서사드라마를 펼쳐 볼 예정이다.



'독자의 관심을 즉각 이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면 열정 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작가들은 종종 성공적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열정 뿐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퓰리처 상을 비롯해 미국의 유수한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필립 로스는 살아 생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매일 새벽 5시에 깨서 잠이 오지 않고 일을 하고 싶으면 일을 하러 나갑니다. 마치 의사가 응급실에 호출을 받고 구급차에서 실려 나온 환자상태를 보러 가는 것처럼 저는 쓰고 싶다는 어떤 의지에 이끌려서 불려 나가듯 서재로 건너가 책상 앞에 앉습니다.

응급 의사도 환자도 저 밖에 없으니 매일 새 하얀 종이를 채워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필립 로스




나는 지난 시절 케이블을 타고 부다 언덕에도 올라갔고 페스트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를 활보 하는 동안 어느 날 이 도시를 배경으로 소설을 쓰게 되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고 언젠가 쓰기 위해 움직일 때마다 메모나 기록조차 하지 않았다.


살다 보면 심장 속에서 머릿 속에서 꿈틀거리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 이야기들을 글로 쓰지 않으면 어느 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 이야기는 어느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쓸 수 없고 내가 아니면 아무도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투비컨티뉴드에 매일 글을 쓰면서 생각과 행동을 정리하며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혼돈의 상황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https://tobe.aladin.co.kr/t/scott

글을 쓰면서 나는 이전 보다 더 의식을 또렷하게 하고 나만의 속도로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

글을 쓰는 법, 수업은 이 세상에 넘쳐 나고 영상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쓰는 법을 귀로 눈으로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문장을 써나가는 건 귀로 눈으로 듣고 보고 터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쓰고 싶은 종류의 글을 읽고 공부 하면서 한 문장 씩 써나가는 것이 유일한 글쓰기 비법이다.

나는 이제 쓰기 위해서 책을 읽고 있고 쓰기 위해서 공부하고 있다.

한국에서 살았던 시간 보다  외국에서 살았던 시간이 더 많았던 나는 외국어 실력에 따라 삶의 많은 부분이 변할 수 있다는 걸 몸소 체험했기에 새롭게 헝가리어 공부를 시작했다.










2월 1일부터 쓰기 시작한 <굿바이, 부다페스트>는 총 50화 완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50화가 끝나면 2024년 한 해가 끝이 난다.

영상물과 독백으로 넘쳐 나는 시대에 나는 더 이상 유툽이나 OTT 채널에 시간을 허비 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나름의 고난의 산길이 있고 글을 쓰는 동안에도 매 순간 고통과 고난의 벽에 부딪치게 된다.

어느 누가 쓰라고 강요도 명령도 부탁도 하지 않았지만 내 삶의 두 개의 채널 중 하나인 글쓰기 작업은 이제 내 삶의 소명으로 날마다 쓰면서 나의 경험, 기억, 추억을 하나의 문장, 한편의 글에 농축 시켜 나가고 있다.

그렇게 한 편 씩 완성한 이야기들 쓰기 위해서 매일 꿈을 꾸고 기억하고 상상하다 보면 어느 새 나만의 창작의 옷장 속에 빼곡하게 채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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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03-01 0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행 끝나고 돌아가는대로 읽을겁니다~

2024-03-01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24-03-01 0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존경합니다. scott님^^

2024-03-01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1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망고 2024-03-01 07: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헝가리어까지👏👏👏👏아침에 눈뜨자마자 넷플릭스에서 영화 한편 때린 저는ㅠㅠ 공부하고 글쓰는 스콧님 존경스럽습니당

2024-03-01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1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1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망고 2024-03-01 12:08   좋아요 1 | URL
ㅠㅠ

희선 2024-03-03 0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해 동안 쓰실 거군요 대단합니다 계획을 세우고 해 나가면 끝이 나겠습니다 조급하게 여기지 않고 해야겠네요 scott 님 글을 쓰는 시간이 즐겁기를 바랍니다


희선

2024-03-03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4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4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쩌다냥장판 2024-03-05 1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50화까지였군요 몰아볼 생각을 했더니 올라오는 데로 읽어야 겠어요 뒤가 넘 궁금해져서 연재는 급한 성격이라 몰아보는걸 선호하는데 틈틈이 읽어 볼께요
와 근데 영어에 일어에 이번엔 헝가리어 까지 진짜 대단하세요 전 냥이들 케어한다고 잠을 두세시간인데 ㅋㅋㅋㅋ
 




'산산이 부서진 담론, 파괴된 논설이라는 알리바이를 지니고 우리는 단상을 규칙적으로 연습하기에 이른다. 그러고는 단상으로부터 '일기'로 미끄러져 들어 간다. 이 모든 과정 가운데 '일기'를 쓴다고 할 수 없는 지점은 어느 지점인가?'

-롤랑 바르트

매일 아침 스마트 폰의 알람 소리를 듣고 눈을 뜨면 곧바로 일어나지 않고 반 쯤 뜬 눈으로 여기 저기 화면을 터치 하면서 몇 분의 시간을 흘려 보낸다.



[뇌가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뇌는 서로 다른 두 기능 상태, 즉 깨어 있는 상태로 의식을 유지하느냐, 아니면 잠든 상태로 정화하느냐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듯해 보입니다. ]

-요한 하리


매일 떠오르는 단상을 노트에 적어 나갔던 롤랑 바르트는 주제별로 단상들을 분류해서 신화-언어-사건-철학-사랑-편지-일기로 세분화 시켜서 마지막 강의로 자신의 삶의 연대기를 마무리 했다.

만일 그가 현 시대에 활동했다면 강의를 위해 영상 촬영과 편집을 했을 것이고 인기 철학 교수이자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 철학가여서 대중들을 위한 팟 캐스트도 진행 했을 것이다.

이렇게 쓰기의 영역에서 벗어난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어쩌면 롤랑 바르트는 수 많은 저작물을 쏟아내지 못했을지 모른다.

생전에 롤랑 바르트는 기술 시대가 인류의 삶의 질을 어떻게 바꿔 놓는지를 질병의 상-중-하 상태로 표현했다.


'그것은 생겨나고,

진행되고 ,

고통을 유발하고,

그런 다음 사라진다.'

-롤랑 바르트


마치 사랑의 시작과 끝처럼,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모든 생활의 시작과 끝을 송두리채 좌지 우지 하고 있다는 건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실시간 검색하면서 전체가 아닌 내가 찾는 것, 원하는 것,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고 있는 동안 거대한 빅테크의 최첨단 알고리즘은 이 모든 검색의 키워드를 전부 수집해서 덫을 놓은 사냥꾼처럼 정교하게 시의 적절하게 우리 눈 앞에 배치 해 놓는다.

'이 시간이 그냥 사라져버리는 겁니다. 인생 전체가 휙 하고 사라져요. 이 시간을 기후 위기 해결에 썼을 수도 있고, 가족과 함께 하거나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 썼을 수도 있어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경기에서 엄청난 심리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1분 1초까지 흔들림 없는 강속구를 던져 일본의 우승을 이끈 오타니는 지난해 11월 발표된 BBWAA 아메리칸리그(AL) MVP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며 2021년에 이어 최초로 두 번 이상 만장일치 MVP 수상 영광을 안은 선수가 됐다.

1994년생 오타니는 193㎝ 장신에, 투수와 타자를 병행 하면서 타자 부문에선 타율 0.435(23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 9득점, 10볼넷을, 투수 부문에선 3경기 2승 1세이브 평균자 책점 1.86 등을 각각 기록하면서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 베이브 루스의 실력과 맞먹을 정도로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다.

야구 선수로 최고의 이상적인 신체 조건을 타고난 오타니는 실력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마자 만다라트( マンダラチャート/목적달성의 틀) 계획표를 스스로 작성해서 자신이 최종적으로 이룰 목표인 '8구단 드래프트 1순위'를 최종 목표로 실행해야 할 9가지 세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매일 훈련과 학습,진행 상황을 점검하며 지금의 위치에 올라 섰다.

오타니 쇼헤이의 만다라트 목표 관리 계획표 작성 법은 다음과 같다.


1. 최종 핵심 목표를 표 한가운데 적어 놓는다.

2. 최종 목표를 달성 하기 위해 필요한 항목 8가지를 최종 목표 주변의 빈 칸을 채워 나간다.

3. 8가지 항목의 중요도에 따라 색깔을 다르게 칠해 놓고 진행 상황에 따라 색을 진하게 칠해 나간다.

4.다음 빈칸에는 2번 항목 목표에 필요한 하위 목표를 적어 나간다.

5. 수시로 달성 목표를 체크하며 최종목표를 위해 필요한 8가지 항목의 실행 상태를 체크해 나간다.

오타니 쇼헤이는 스스로 계획표를 세워 놓고 가장 큰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부수적인 역할을 하는 성취의 방향을 원의 모양으로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실천했고 지금 이순간도 그는 또 다른 목표를 위해 자신의 만다라트 계획표를 작성하고 실천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이야기들이 자신들을 써 달라고 재촉한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나 자신을 채찍질하는 방법을 쓰기는 했다.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으면 자리에 앉아 떠오를 때까지 계속 생각했고, 얼마나 불편하고 강요받는 기분이 들든 간에, 그리고 그 이야기가 내게 전적으로 만족스럽지는 않을지라도, 그것을 썼다.]

-리디아 데이비스

1월 마지막 주부터 투비컨티뉴드에서 '띵작발굴단' 이벤트가 시작되었고 2024년 새로운 창작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굿바이, 부다페스트>

https://tobe.aladin.co.kr/n/149538












두려움 없이 글을 쓰는 일에 관해 말하자면, 

나는 두려움을 없애주는 두 가지 습관을 상당히 부지불식간에 발전 시켜 온 것 같다.

-리디아 데이비스

뉴욕에 거주 할 때 항상 챙겨 들었던 문예지 <뉴요커>의 팟캐스트에 언젠가 리디아 데이비스가 나와서 자신이 현재 번역 중인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불쑥 그의 편지를 읽어 주었다.


[오늘 나는 중대한 가르침 한 가지를 얻었는데. 그 가르침을 내게 준 사람은 우리 집 요리사였다. 요리사는 스물 다섯 살의 여성으로 프랑스인이다.

그녀에게 질문을 던진 나는 루이 필리프가 더 이상 프랑스 국왕이 아니며 프랑스는 이제 공화국이 되었다는 사실을 그녀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 했다.]

이 편지를 읽고 나서 리디아 데이비스는 자신이 고쳐 쓴 플로베르의 편지 중 한 단락이라며 원래의 편지글을 다시 읽어 주었다.

[오늘 내 요리사에게 중대한 가르침 한 가지를 얻었어요. 이 여성은 스물 다섯 살이고 프랑스인인데, 루이 필리프가 더 이상 프랑스 국왕이 아니고, 공화국이 생겨났고, 기타 등등을 알지 못했어요. 그 여자는 그 모든 것에 관심이 없어요.]

-귀스타프 플로베르


교수와 작가의 부모를 두었던 리디아 데이비스는 어린 시절부터 영국과 캐나다, 아르헨티나에 단기간 거주 하면서 여러 언어를 익힌 덕분에 첫 번째 남편이였던 폴 오스터와 무작정 떠난 프랑스에서 온갖 잡다한 번역 일을 하면서도 항상 옆에 노트를 두고 머릿속에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생각과 단상들을 적어 나갔다.

미국으로 돌아 와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양육과 가사일을 도맡아 하는 동안에도 리디아 데이비스는 번역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여러 대학에 출강 하면서 강의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항상 노트에 자신의 이야기를 적었다.

여기 저기 분류되지 않은 채 끄적였던 노트가 여러 개의 박스 안에 담겨지자  그녀는 비로소 이렇게 썼던 이야기의 문장을 다듬어서 고쳐쓰기 작업을 해나갔다.

이런 작업을 하는 중에도 그녀는 베게트, 플로베르, 프루스트의 작품을 번역했고 강의 했다.












'대단해' 한 여자가 말한다.

'진짜 대단해.' 다른 여자가 말한다.

-리디아 데이비스의 <그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한 단어를 번갈아 사용한다> 중에서


리디아 데이비스의 파편적인 글쓰기 스타일은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되어 오로지 리디아 데이비스만이 쓸 수 있는 새로운 창작 세계를 구축해 나갔고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수차례 오르며, 2013년 맨부커 국제상을, 2020년 펜/말라무드 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당신이 사용하는 단어들을 찾는 사전을 항상 곁에 두고 수시로 펼쳐보라.'

-리디아 데이비스

글을 쓰다 보면 창작의 샘에서 단어들을 퍼 올리기 전에 가장 기본적인 문장력 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상태를 발견하게 된다.

한국에 귀국하고 나서 가장 먼저 부딪쳤던 어려움은 내 생각을 한국어로 표현하려 해도 이에 딱 맞는 적절한 단어를 떠올리지 못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고등 교육까지 받았음에도 오랜 세월 동안 모국어를 사용하지 않아서 어느 새 어휘력이 부족하게 되어 철자법과 띄어쓰기부터 다시 학습하며 외국어 공부를 하듯이 듣기-쓰기-말하기 연습을 하게 되었다.


[나는 백 이십 년쯤 된 오래된 사전을 갖고 있는데, 올해 내가 하고 있는데 올해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위해 이 사전을 사용해야 한다. 사전의 페이지는 여백 부분이 누르스름하고 바스러질 것 같고 무척 크다. 나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페이지가 찢길 위험을 무릅쓴다.]


나에게도 나만의 아주 오래된 사전이 있다.


학부시절 어느 교수님 책장에 꽂혀 있던 아주 오래된 사전을 본 적이 있다.

당시 그 교수님은 대학원에 들어가서 만난 사전이라며 '굉장히 사랑스럽고 고귀한 존재'라며 내 눈 앞에서 펼쳐 보였다.

페이지 모서리마다 손 때가 묻어 있었고 바스러져서 넘겨 보기 힘든 상태임에도 교수님은 자신의 모든 지식의 시작이 이 사전에서 시작되었다면 앞과 겉 표지를 손으로 쓰다듬었었다.

그 모습이 인상 깊어서 그 날 부터 나 역시 나만의 사전을 만들었다.

겉 표지는 더 이상 붙어 있지 못한 상태가 되었고 페이지마다  떨어져 나갔고 모서리 부분은 헤질 때로 헤졌지만 나에게 어떤 책보다도 고귀한 존재가 되었다.

빛의 속도로 검색해주고 해석해주고 통역도 해주는 시대에 집중하는 시간 보다 무언가를 찾는 동안 시간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프루스트가 남긴 방대한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번역에 매달렸던 리디아 데이비스는 번역과 동시에 창작 작업도 이어나가면서 번역에서 부족한 어휘를 자신의 창작 노트에서 꺼내 썼고, 번역한 문장에서 창작에 필요한 단어를 찾아 썼다.


https://tobe.aladin.co.kr/t/scott


2023년 1월부터 투비컨티뉴드에 다양한 시리즈를 발행하며 글을 쓰는 동안 익혀둔 외국어 실력을 써먹기 위해(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작가들의 인터뷰(창작에 관한, 작품에 관한)를 번역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https://tobe.aladin.co.kr/s/2526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유명 작가들 모두 창작의 장벽, 소재의 고갈,무기력감에 시달리면서도 마치 매일 운동을 하듯, 매일 끼니를 챙겨 먹듯 글을 쓰고 또 쓰고 있다.


'대체로 독학하라. 프로그램, 강좌 그리고 글쓰기 선생님들로부터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만 평생 동안 어디든 당신에게 가장 유용해 보이는 출처로부터 새로운 것들을 혼자 힘으로 배우는 일에도 그만큼 열심히 노력하라고 제안하고 싶다.'

-리디아 데이비스


학원과 과외 셔틀로 청소년 시절을 빠듯하게 보냈던 형제들과 달리 막둥이에게는 부모님이 무한의 자유를 주었고 어떤 결과물을 받아와도 관용의 시선으로 긍정의 언어를 쏟아 부었다.

흥미롭게도 내 친구들의 부모들은 학원을 경영했던 분들로 학교와 학원이외의 삶을 살지 못하는 친구들은 나의 자유분방한 삶을 부러워했다.

학원이나 기타 과외 수업을 받지 않았던 나는 스스로 무엇이든지 찾고 계획하고 실천하며 이 길이 맞는 것인지 헤매일 때마다 책의 지식과 멘토의 지침을 참고 해서 나의 삶의 방향을 정했다.

그리하여 나는 매번 어떤 문제에 봉착 할 때마다 큰 그림을 머릿 속으로 그려 놓고 지식의 창구를 찾아 다닌다.

그 창구가 구글의 검색 창 일 때도 있고 타인의 조언과 태도 일 때도 있고 삶의 경험에서 찾을 때도 있지만 가장 큰 도움을 받는 건 <책>이다.

어린 시절부터 새로운 흥미, 탐구하고 싶은 주제, 하고 싶은 것들을 계획할 때마다 나만의 독서 목록을 작성했다.


'가장 훌륭한 작품들을 읽어라.

1년에 고전을 적어도 한 권 읽는 것으로 목표를 세우면 아마도 도움이 될 것이다.'

-리디아 데이비스


2023년 새해 첫날엔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 완독 계획을 세웠고 3월 봄이 오기 전까지 완 독하고 재독 하면서 첫 창작 소설< 그해 여름의 수수께끼>를 썼다.

https://tobe.aladin.co.kr/s/5871


2024년 새해 첫날부터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기 시작했다.


2월 1일부터 쓰기 시작한 <굿바이, 부다페스트>는 플롯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대-장소-인물을 정해 놓고  이야기를 진행 시켜 나가고 있다.


https://tobe.aladin.co.kr/n/149538

[써야 하는 글이 무엇이든 그것을 쓰는데 필요한 영감이 부족하다면 글쓰기 연습을 하라. 필요하다면 여러 번 이어서 하라. 자신만의 연습문제를 만들어라. 스스로가 따분하고 상상력이 부족하게 느껴지더라도 그 문제를 풀어라. 거기서도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낫다.]

-리디아 데이비스

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방송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다.

먹고,여행하고, 물건을 팔고, 음식을 팔고, 게임을 하고 노래를 하는 타인의 삶을 보는데 시간을 소비 하지 않고 나의 삶에 충실하며 하루의 시간을 헛되이 허비 하지 않기 위해 글쓰기 작업을 하고 있다.

바로 몇 주전에 한 해가 끝났고 또 다른 해가 시작 되어 벌써  한 달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삶의 어느 시점에 잘못된 기차에 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깨닫다니.

-앤드류 포터의 '라인벡' 중에서


지난 시절 숱하게 여행하고 살아 본 도시의 추억은 수많은 사진으로 남겨져 있지만 사진 속의 나의 과거는 더 이상 흘러가지 않은 채 그 시간 속에서 멈춰버렸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조각가가 되어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아가서 현재의 시간 앞에 조각해 놓을 수 있다.

지금 내 앞에 진흙덩어리가 놓여 있다.


<굿바이, 부다페스트>'1화 비밀의 사제관'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으니 다음 편은 앞서 등장한 인물들과 앞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살아 숨 쉬며 움직여 줄 것이다.




'모든 것은 꿈일 뿐,

글로 기록된 것만이 진짜일 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제임스 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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