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
사울 레이터 지음, 송예슬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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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파리에서 열렸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마련되었던 전시회에서 사울 레이터의 작품을 처음 보았다.

파리 시내 곳곳에 눈 가루가 날리던 날, 빨간색 우산이 내뿜던 몽환적인 색감은 색에 둘러 싸여 있는 세상에서 발견 한 빛과 같았다.

나는 반 세기 전에 찍힌 빨간 색 우산이 내뿜는 빛깔에 매료 되어 "사울 레이터" 라는 사진가의 이름을 가슴 속에 새겨 넣었다.

[예술의 역사에서 색은 언제나 홀대 당했습니다. 색을 피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늘 존재 했기 때문입니다. 드로잉과 형태 같은 요소는 중요하게 여겨졌지만, 색은 너무 자주 의심 받았습니다.]


1946년 스물 세 살 생일을 앞둔 사울 레이터는 랍비 학자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 하고 도망 치듯 뉴욕으로 건너와 무작정 그림을 그리며 틈틈이 흑백 필름에 도시의 풍경을 담았다.


1940년 대 뉴욕은 세상의 모든 빛을 흡수한 도시로 거리 곳곳 마다 현란한 빛을 내뿜는 사람들과 상품, 광고판으로 넘실 거렸다.


1936년도에 출시 된 코다 크롬 슬라이드 필름을 손에 넣은 사울은 여러 제조사의 슬라이드 필름 중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필름으로 실험 삼아 컬러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그는 사진을 인화 하면서 시간의 소모로 자연스럽게 변색 되어 버리는 색감에 반해 버려서 일부러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으로 컬러 사진을 집중적으로 찍기 시작한다.


그는 1950년대 본격적으로 패션 프리랜서 사진 작가로 활동 하며 1970년대 초 까지 비상업 용 35mm컬러 슬라이드에 무려 6만점에 가까운 세상을 담았다.

사울은 해외 곳곳을 누비며 사진 촬영을 하면서 틈틈이 찍은 컬러 슬라이드 사진들을 수 백 개의 상자에 담아 놓았지만 이후 여러 곳으로 거주지를 옮겨 다니던 중 컬러 슬라이드 사진 박스가 보관된 스튜디오에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소방관들이 불을 끄기 위해 분사한 내연재로 인해 수 십 개의 사진 박스들은 버려졌고 4만점 정도의 슬라이드 필름만 무사히 살아 남았다.

아주 평범한 것들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는 작업을 퍼즐 풀듯이 즐겼던 사울 레이터는 컬러 슬라이드 필름이 담긴 사진 상자에 이런 글귀를 적어 놓았다.


거리 풍경-가게 창문-인화용- 개인 보관용

1990년대 대다수 예술 갤러리들이 흑백 필름 사진 작품만 전시 하고 있을 무렵 로몽 에디션스 대표 필리프 로몽이 그의 컬러 사진 작품을 인화하면서 비로소 세상 밖으로 빛을 보게 된다.


컬러 사진을 예술로 여기지 않았던 시대에 그의 사진이 내뿜는 몽환적인 색감, 빛깔에 사람들의 시선을  순식간에 사로잡아 버렸다.

2005년 뉴욕 출장길에 들른 서점에서 우연히 그의 사진을 본 독일 유명 출판사 '슈타이틀'의 대표가 독일로 돌아가 그의 첫 사진 집 < Early Color >를 발행 되자 마자 세계 곳곳에 그의 사진들이 전시  되기 시작한다.


그의 사진 구도는 대상이 사진 전체를 지배 하지 않고 강렬하게 내뿜는 색과 기하학적인 형태의 사물들을 배치한 과감한 구성에서 회화 작품의 질감을 느끼게 한다.


그의 사진 속에 포착 된 뉴욕의 공기는 각기 다른 화려한 색감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독특한 빛을 뿜어 낸다.

그는 마치 거리 화가처럼 골목 어딘가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은밀한 장면을 목격하듯 카메라에 담았다.


클래식 영화 속에 나올 법한 그와 그녀, 패션 잡지의 한 페이지를 채운 화려한 인물들에게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지, 사진을 응시하는 이들에게 각기 다른 이야기를 들려 주듯 사울 레이터의 사진 작품들은 저마다 독특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저는 어떤 사진도 단 한 번에 완성하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어 두고 슬쩍 옆으로 밀어 놓고는 수정하거나 인화 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부터 잊어 버립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포트폴리오를 펼쳐서 다시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이런 작업을 마쳤다고 누군가를 위해 전시 한다거나 특정 갤러리에게 작품을 팔지 않습니다. 저는 제 작업과 작품에 대해 어떤 확신 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작품을 돈의 가치로 환산 할 줄 몰랐죠. '

그의 작품을 돈의 가치로 평가한 이들은 그를 컬러 사진의 선구자, 사진 계의 피카소라고 칭송했다.

코다 크롬과 엔스코 크롬 컬러 슬라이드 필름을 사용한 사울 레이터의 컬러 사진들은 색의 면적을 넓게 포착하는 비대칭 구성 방식을 즐겨 사용했다.


그는 전경을 아웃 포커스로 처리해서 배경에 있는 피사체에 시선을 집중 시켰다.


때로는 창문과 거울을 이미지를 구획 하는 덮게, 프레임으로 활용해서 이미지를 추상화 시켜 버리기도 했다.


사물과 사람이 아닌 눈과 비를 포착해서 사진에 회화적인 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사울 레이터의 컬러 사진이 공개 되자 마자 이후의 사진의 역사, 컬러 사진 연대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화가를 꿈꿨던 사울 레이터는 프랑스 인상주의 시대의 화가 처럼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사진을 찍는 순간 부터 일본 우키요에 작품을 깊이 연구 했다.


[사진 작가는 세상이 미처 알지 못했던 근사한 것을 발견하는 사람입니다. 알려지지 않고 숨겨진 그러나 근사한 것들을 발견 할 때마다 사진의 역사는 계속 변합니다.]


2013년 봄, 사울 레이터는 자신의 사진 스튜디오에서 갤러리 운영자이자 친구인 마깃 어브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내 그림의 문제는 뭐든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2020년 1월, 나는 일본 도쿄 분카무라 미술관에서 열렸던 <영원히 사울 레이터> 전시장에서 그가 남긴 컬러 슬라이드 사진 작품을 만났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그는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장엄한 하늘도 웅장하면서 위엄 있는 산과 강, 계곡과 들판 곳곳에 서있는 야자수와 나무들도 도시 방랑자에게 중요 하지 않습니다. 뉴욕이라는 도시 속을 거닐다가 무심코 포착하는 세상과 사람들, 이렇게 반세기를 넘기고 마주 하게 되니 제 주변을 둘러 싸고 있던 사람들과 그곳 풍경들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사진기를 들고 있었던 저는 시간 여행자 였을지도 몰라요.]


시간 여행자 사울 레이터가 포착한 세상의 빛은 가라 앉은 공기 속에 그윽한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자신 앞에 펼쳐진 풍경과 삶을 열정적으로 기록한 사울 레이터 세상의 빛은 그의 삶의 중심이자 전부 였다.


[저는 거의 언제나 주변 동네를 어슬렁 거리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항상 마주하고 있는 이웃들 익숙한 거리, 친숙한 가게들 그 주변을 오고 가는 행인들 이토록 평범하고 평화로운 나날 속에서 저는 매일 매일 누군가의 소중한 순간을 카메라 속에 담았죠.]


전시장을 가득 채운 그의 사진들은 18년의 세월 동안 묵묵히 그를 후원했던 친구이자 갤러리 운영자 마깃 어브와 마이클 파릴로의 피, 땀, 눈물의 결실로 엄청난 양의 사진들의 날짜를 일일이 확인하며 촬영 시기까지 꼼꼼하게 추적하고 분류해내어 긴 세월 동안 조심스럽게 천천히 어둠 속에 잠들어 있던 작품들의 세상 밖으로 끄집어 냈다.


[내가 사울과 함께 일했던 시절에 그는 대체로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일 년에 팔리는 작품 수도 한 손으로 꼽을 정도 였으니 정말로 미미한 수준이었죠. 전시회가 열리면 신문에 기사가 실렸고 호평이 들려왔지만 장기적으로 이렇다 할 보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화보집이 출간 되고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그의 사진을 보는 순간 그의 이름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 대중들이 그의 작품을 알아 보기 시작 했죠.]

-마깃 어브(사울 레이터 사진 재단 설립자이자 대표)

사울 레이터 인생의 마지막 순간 까지 함께 했던 마깃 어브와 마이클 파릴로는 사울이 눈을 감는 순간까지 그가 남긴 소중한 사진을 인화 하는 작업을 이어 나갔다.



두 사람은 그가 떠난 곳에 남겨둔 사진들을 책상과 서랍장에서 꺼내서 분류한 상자 속에 담아 창고로 옮겨 놓고 세상 곳곳에 사울 레이터가 포착한 세상의 빛을 펼쳐 놓았다.


무서운 감염 속도로 퍼져 나가는 코로나로 인해 2020년 도쿄는 1년 동안 사울 레이터의 작품을 상설 전시 하겠다는 계획을 취소하고 전시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세상의 모든 것은 사진으로 찍힐 만해요. 사진의 좋은 점은 보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겁니다. 온갖 것을 음미할 수 있게 해주죠.'


이 사진 작품 집에 실린 사진들은 1948년 부터 1966년 사이에 촬영한 작품들로 수 만장의 슬라이드 작품들 중에 선별한 76장의 작품들이 실려 있다.



슬라이드 하나하나의 존재 가치를 소중하게 다루었던 사울 레이터, 그가 남긴 사진들 속에 남겨진 익명의 영혼들이 스쳐 지나간 거리,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과 사람들의 모습들이 영원히 은은한 빛을 발할 것이다.


​'사진은 악보와 같아요 이런저런 인화 방식에 따라서 처음 의도와 전혀 다른 색감이 나올 수 있죠. 찍는 사람의 의도와 전혀 다른 모습을 마주 할 수 있다는 게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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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8-16 23: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페이퍼 기다렸습니다^^* 회화적 질감을 지닌 사울레이터의 작품들! 그가 시간여행자였기에
관람객들은 그의 사진들을 통해 언제든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거겠죠?!!

scott 2022-08-16 23:46   좋아요 5 | URL
맞습니다!ㅎㅎㅎ
전시와 영화를 관람하는 이들 모두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

미미님은 쟁여 둔 책탑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실 것 같습니다!

저는 연휴 동안 주문한 책들 이번 주 내내
줍!줍!줍!

ʚ(>ᴥ<)ɞ

그레이스 2022-08-16 23: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버지가 랍비였으니 예술의 길을 가는게 쉽진 않았겠어요. 보통은 물려받는데!

빨간색 인상적이었습니다.

scott 2022-08-16 23:55   좋아요 4 | URL
߮߰🧡߮߬ ⃕

희선 2022-08-17 01: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020년 도쿄에서 사울 레이터 사진 전시회 보셨군요 한달밖에 못하다니... 그때 사람들 아쉬워했겠습니다 그걸 그만둬야 하는 쪽도... 유통기한 지난 필름도 멋지게 나오는군요 누구나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도 같습니다 사울 레이터여서 그림 같은 사진을 담았겠네요 본래 그림을 좋아하니...


희선

scott 2022-08-17 23:03   좋아요 1 | URL
그쵸! 똑같은 기기로 찍어도 이렇게 멋진 작품으로 탄생 하지 않죠!
희선님 말씀 처럼 사울 레이터여서 이토록 아름다운 사진을 담아낸것 같습니다!
회화적 질감이 느껴지는 사진!ㅎㅎ


일본인들 사울 레이터 굉장히 좋아 합니다

앞으로 자주 사진전 열게 될 것 같아요^^

mini74 2022-08-17 09: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빗방울 비맺힘 , 카페에서 비 오는 거릴 바라보는 것 같았어요. 스콧님 덕에 산 사울레이터 책 ㅎㅎ 아이가 홀라당 들고가더니, 자취방 가니 책상 위 선반에 펼쳐져 있었어요. 좋은 건 알아가지고 ㅎㅎㅎ ~ 익명의 영혼들이 스쳐 지나간 거리 란 스콧님 글귀에 눈이 갑니다.

그레이스 2022-08-17 09:25   좋아요 3 | URL
저도 딸 사줘야겠네요.
사진전 자주 가던데... 그 생각은 못했어요. 스콧님 땡투!

scott 2022-08-17 23:05   좋아요 2 | URL
사진집 사주시는 멋진 마미! 그레이스님 !^^
。゚゚・。・゚゚。
゚。  。゚
 ゚・。・゚
⠀()_/)
⠀(。ˆ꒳ˆ)⠀
ଫ/⌒づ💗💗💗💗💗💗💗💗💗💗

모나리자 2022-08-17 09: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멋집니다~!! 스콧님~
여행 생각이 간절해지네요..ㅎ
약간 시원해져서 숨 쉴 만하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scott 2022-08-17 23:07   좋아요 2 | URL
서울 오후 늦게 물 폭탄이 순식간에!
이전과 다른 소나기 였습니다
8월 중순 넘어가면 무덥고 습한 공기 사라지겠죠.

이제 여행 떠날 려면

이전 보다 몇 배 비용 감수 하고 목숨 걸고 ㅎㅎㅎ(아파도 치료 받기 쉽지 않음)

모나리자님 건강 잘 챙기세요

독서괭 2022-08-17 10: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간여행자라는 말, 온갖 것을 음미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이 참 좋아요. 스콧님의 사울레이터 글 예전에 본 후로 계속 구매 후보에 있는데 아직 못 사고 있네요~ 덕분에 사진 많이 봐서 좋습니다^^

scott 2022-08-17 23:08   좋아요 3 | URL
저도 이 사진집 망설 였다가
전 세계 동시 출간!에

미쿡판 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냉큼!ㅎㅎ

사울 레이터 사진들 중 맘에 드는거
포스터 크기로 인화에서
집안 곳곳 붙여 놨어요 ㅎㅎㅎ

거리의화가 2022-08-17 11: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이 책 읽으실 줄 예상을 했지요^^
사울 레이터의 책을 얼마 전에 읽었지만 그의 사진에는 색감과 독특한 구도 등이 인상적이었어요. 여기에 더하면 역시 이야기겠네요. 사진에 담긴 이야기는 무엇일까.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는 과정이 즐겁게 느껴졌습니다. 도쿄 전시가 1개월만에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안타깝네요. 앞으로도 그의 작품이 오래 사랑받길 기원합니다.

scott 2022-08-17 23:11   좋아요 2 | URL
이전에 나온 사진집 보다 판형이 크고 사진 색감을 잘 살려 냈습니다(가격대비 훌륭!ㅎㅎ)
사진의 담긴 이야기!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길 바랬는데 사울 레이터 아흔 살 세상을 떠나셔서 너무 아쉽습니다 이분이 늦게 세상에 알려 지셨거든요

한국에서도 다시 한 번 전시 되길 바랍니다!

화가님 굿!밤 ^^

프레이야 2022-08-17 20: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님 예전 페이퍼로 알게 되어 다큐도 보고 사진집 셋 영접했는데 또 구매욕 불끈하는 페이퍼입니다. ㅎㅎ 여러 통로로 보게 되지만 전시장에서 보는 감동은 크흐~ 알지요 그 느낌. 배경에 포커스를 둔 시선도 좋고 카메라들 모아두고 위에서 찍은 사진마저 좋네요. 카메라, 눈에 익은 것들이 보입니다. 처음 의도한 것과는 다른 결과를 마주할 수 있는 매력 그게 사진이라면 사진은 참 우리네 인생과 닮아 있지요. 브레송도 오리지널 프린트는 쓰레기라고 했는데 사울도 단 번에 완성하지 않는다니 일필휘지보다 다듬고 만지는 손길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사. 때론 일필휘지해야 할 순간들도 많지만요.

2022-08-17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18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2-08-17 14: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울 레이터 작가 2탄이네요.
scott님 덕분에 이 작가 처음 알게 되었는데 역시나 이번에 올려주신 사진도 넘 좋아요.
사진도 결국 순간의 시간을 담고 있는데 작가가 포착한 것들에 사연도 있어 보이고 그 이상의 이미지도 생각할 수 있어 멋져요^^

scott 2022-08-17 23:18   좋아요 3 | URL
3탄!4탄도 이어 나가 볼까여 ㅎㅎㅎ
스맛폰 시대 홍수처럼 넘치는 이미지들과 다른 매력이 있죠!

이분 사진은 봐도 봐도 싫증 나지 않습니다 ^^

막시무스 2022-08-17 15: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올초 서울서 열린 사진전가서 완전 감동 받았었어요!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전시회 제목도 참 좋았고!ㅎ

scott 2022-08-17 23:19   좋아요 2 | URL
막시 무스님 역쉬!👍👍👍
올 초 1월부터 2월까지 열렸었는에
영상 다큐도 감동!ㅎㅎㅎ

막시무스님 서울 관광은 예술적인 ^^

새파랑 2022-08-17 19: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울 레이터는 셀카도 잘찍는군요~! 제가 찍는 사진이랑 비교가 안되네요 ㅋ 역시 사진도 스콧님~!! 전 2008년에 뭘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술먹고 있었을거 같아요 ㅎㅎ

scott 2022-08-17 23:20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도 셀카 잘 찍으실 것 같습니다(현재는 책 탑 아카이브로!ㅎㅎ)

2008년도에는 현재 2022년 보다 좀 더 많이 행복 했었던것 같습니다 ㅠ.ㅠ

바람돌이 2022-08-17 21: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사울 레이터 글 너무 좋음요. 항상 감탄 감탄!!! 저 책의 표지 사진은 우키요에 분위기가 물씬이네요. 이 책의 사진들은 색감이 더 선명하고 쨍한 느낌이네요.

scott 2022-08-17 23:21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우키요에!
원래 사울이 좋아 했던 우키요에 작가들 작품과 비교 해서 올릴려다가 포귀 ㅎㅎㅎㅎ

컬러 사진만의 매력이 있죠(사울 이전 사진계에서 흑백만 작품 취급을 했다고 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8-17 2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사울 레이터!!!!
또 사야 하나요???ㅋㅋㅋ
그래도 덕분에 사진이랑 잘 보고 갑니다^^

scott 2022-08-17 23:30   좋아요 3 | URL
나무님 담달 알라딘 새 굿즈와 사울 레이터 함께 ^^

서니데이 2022-08-19 0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찍은 사진들인데, 컬러 색감이 참 좋네요. 이제는 빈티지한 느낌이 드는 오래전 그 때의 풍경도 좋고요. 코로나19 이후로 전시도 영화도 보러가지 못하고 있어요. 예정된 전시가 코로나19로 일정이 달라진 건 아쉬운 분들 많았을 것 같네요.
잘읽었습니다. scott님,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scott 2022-08-22 00:05   좋아요 2 | URL
사울 레이터 사진을 보고 있으면 영상을 보는 듯 빨려 들어 갑니다

그래서 제 방에는 사진 포스터(사울의 작품)은 걸어 놓지 않았어요 ㅎㅎㅎ

전시 공연 스케줄은 쭈욱 이어지고 있는데
딱히 꽂히는 게 없습니다

코로나 19로 극장 처럼 밀폐된 공간만 아니면 전시장은 돌아다녀도 괜찮은 것 같아요

서니데이님 한 주 시작 건강하게 ^^

2022-08-22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랙하우스
피터 메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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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어두운 갈색이라고 묘사하곤 했다. 우울한 암갈색 세상이었던 셈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치며 자란 나의 어린 시절은 보라색이었다.]


스코틀랜드 아우터 헤브리디스 제도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루이스 섬, 그 중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한 네스 지구에 세워진 화이트 하우스는 1920년대에 암석과 석회, 콘크리트 블록으로 지은 하우스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지붕은 슬레이트나 골함석, 타르를 칠한 펠트로 뒤덮혀 있다.

이 지역에 세워진 화이트 하우스는 오래되고 낡은 블랙 하우스 단지를 대체 하기 위해 지어졌다.

블랙 하우스 단지 촌의 집들은 자연석으로 벽을 세우고 짚으로 지붕을 이은 전통적인 가옥 형태로 사람 뿐만 아니라 가축들도 한 공간에서 살 수 있도록 설계 되었다.

하우스 한 가운데 커다란 공간 바닥 한가운데 세워진 돌 무더기는 밤낮으로 토탄을 태우는 기관실 역할을 했는데 애초에 굴뚝이 없이 설계 되어 연기가 짚으로 덮힌 지붕 사이 사이 구멍으로 천천히 빠져나갔다.

하지만 연기가 제대로 지붕으로 배출 되지 않는 집은 내부가 항상 그을음으로 가득 했고 거주자들의 수명까지 빼앗아 가버릴 정도로 폐 건강에 치명적이였다.

이곳 네스 지구 사람들 대부분은 어업 종사자들로 평소에는 해변가를 샅샅히 뒤져야 먹을 것을 찾았고 폭풍우가 몰아 친 후에야 고기들이 잡힐 정도로 매우 팍팍한 삶의 터전이였다.

이 지역 사람들은 잉글랜드 지역에서 사용하는 지역이 거의 사라진 게일어를 사용해서 외지인들과 소통하기 힘든 곳으로 이곳 만의 독특하면서 기이한 풍습과 전설이 서려 있다.


[루이스 섬 북부 지역은 언덕이나 산맥으로 단절되지 않아 편평했다. 대서양에서 이곳을 가로질러 민치 해협으로 이동하는 기후는 언제나 급변 했다. 비가 오다가 해가 나고 시커멓다 가도 푸른 하늘이 얼굴을 내밀기도 했다. 쌍무지개가 뜨는 일도 다반사였기에 돌아보면 나의 어린 시절은 온통 무지개로 가득 찬 것 같았다.

서쪽 해안으로의 여정은 핀을 과거로 깊이 빠져들게 만들었다. 길게 뻗은 텅 빈 도로는 여러 교파의 교회를 둘러싼 채 비바람을 맞고 있는 음산한 분위기의 주택가로 이어졌다. ]


의문의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18년 만에 고향 스코틀랜드 아우터 헤브리디스 제도 루이스 섬으로 돌아간 형사 핀 매클라우드 , 다섯 살 짜리 아들의 의문스러운 죽음과 함께 파탄 나 버린 결혼 생활 그의 모든 지난 시절이 고향 땅을 밟는 순간 악몽처럼 되살아난다.

[피로 얼룩진 곳을 제외하면 콘크리트 바닥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깨끗했다. 일체형 작업복을 걸친 사람들이 정밀한 법의학 검사를 실시하기 위해 작은 부스러기까지 모조리 수거했기 때문이다. 벽은 세대에 걸쳐 내려오는 낙서로 도배 되어 있었다.

'머도는 동성애자다.'

애나는 도널드를 사랑한다.' 따위의 낙서, 예전부터 전형적으로 즐겨 적는 '교황은 엿이나 먹어라.'도 있었다. 핀은 그 문장을 발견하자마자 참기 힘들 정도로 우울해졌다.]


핀은 안식일이면 어린아이들이 그네를 타지 못하도록 쇠사슬로 묶고 자물쇠까지 채웠던 안식일 엄수주의자들의 범죄 행위 같았던 지난 시절을 떠올린다.

자그만한 섬 전체를 수 백년 동안 통치 했던 프로테스탄트 근본주의 교회들은 상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에게 고리대금을 받아가며 이자를 갈취 했고 통행 허가증까지 발급 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중세 시대의 마녀 사냥 같은 형벌과 교회의 규율을 어기면 섬 밖으로 내쫓아 버렸던 악습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곳은 전통적인 추악함과 현대적인 추악함이 뒤섞여 있는 곳이다.

인간의 즐거움과 순수한 쾌락을 죄악 시 했던 교회가 지배했던 이곳의 경제는 내리막길을 걸었고 실업률이 하늘을 찌르면서 알콜에 의존하는 이들로 뒤 덮였고 자살률이 날로 급증했다. 사시사철 폭풍우가 몰아치고, 본토와의 거리 탓에 생활 양식마저 유폐되 버린 루이스 섬,새끼 새를 대량 학살하는 잔혹한 연례 행사처럼 시신 한 구가 해변가에서 발견 된다.

[핀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애쓰면서 시신을 응시했다. 죽어 있는 에인절은 여전히 배가 뒤틀릴 만큼 핀을 긴장 시켜서 실제로 몸이 아픈 것 처럼 느껴졌다.]


본격적으로 수사 본부가 살해 현장과 범인을 추적하고 형사 핀은 살해된 에인절 사건 뿐만 아니라 강간 사건과 폭행 사건에 고소 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하던 중 18년 전 자신의 대학 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과 저질렀던 그날, 그 일을 떠올린다.


[플루토는 블랙 하우스로 돌아갈 때 운반하기 쉽도록 목이 잘린 새들을 차곡차곡 쌓았다. 처음에는 내가 맡은 일이 너무나 역겨워서 느릿느릿 해치웠다. 두 손에 묻고 작업복에 흩뿌려진 피에 비위가 상했다.

수 천 마리 가넷새와 풀머바다 제비 떼가 비명을 지르며 우리의 머리 주위를 끊임없이 맴돌았다. 우리는 죽은 구가를 항적 기록처럼 무더기로 쌓아 놓은 채 경이로운 속도로 죽음의 파도를 일으켰다. 사냥한 곳을 돌아보니 검은색 절벽이 흘러내린 피로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포획한 새들을 올 굵은 포대에 담아 내장을 적출 하고 훈제 해 버린 새들 소년 핀은 불에서 빠져 나와 해골만 남은 새의 끔찍한 모습을 똑바로 보지 않기 위해 고글을 썼고 불길에 그을리지 않은 새들은 토치 램프로 태워버렸다.

핀의 고향 섬 사내들은 계곡을 샅샅이 뒤져서 새들의 서식지를 급습해서 포획해서 산 채로 털을 뽑고 훈제하고 해체 하는 작업을 무한 반복하며 살았다.

이들에게 새들을 죽이는 건 일상이였고 그날의 근사한 식사를 위한 것이였다.

온 몸을 적신 새들의 핏물은 성경 한 구절로 깨끗하게 지워 버리며 신에게 용서를 구했다.

지난 시절 소년 핀의 주변에서 발생했던 일들이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면서 형사 핀이 추적하고 있는 현재의 살인 사건과 함께 맞물리게 된다.


[핀이 차를 몰고 언덕을 되 돌아 내려갈 때 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구름 층이 길게 갈라지더니 하늘이 파래졌다. 부모님이 살던 농장을 지나칠 무렵 핀은 폭삭 내려앉은 지붕을 보고는 속이 뒤틀리는 슬픔을 느꼈다.

인생을 온통 허비했다는 생각, 미련하거나 게을러서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어깨를 짓눌러 핀을 점점 더 깊은 시름으로 끌어내렸다.

크로보스트 공동 묘지는 학교 너머 서쪽 해변에 있는 맥허에 자리했다. 마을 사람들은 지난 수백 년 동안 그 땅에서 죽은 삶을 떠나 보냈다.

핀이 맥허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이름을 훑어보며 나아가는 동안, 저 아래쪽에서는 밀려오는 파도가 해변을 쓸며 허연 거품을 내뿜었다.]


핀은 공동 묘지에서 지난 시절 고향 섬에서 함께 했던 이들의 이름을 하나 씩 찾아 낸다.

매클라우드,매켄지,맥도널드, 머리, 도널드, 모래그 그리고 케네스 마거릿

마침내 핀은 부모님의 무덤을 찾아 낸다.

존 앵거스 매클라우드, 38세 그리고 35세 에이리의 사랑스러운 남편

루이스 섬에서는 남자만 죽은 자를 따라 묘지 까지 갈 수 있었다.

핀은 부모님을 이곳에 묻어 버린 후 두 번 다시 찾아 오지 않았다.

18년 만에 귀환한 이 섬에는 그저 과거의 유령들과 고통스럽게 만났을 뿐이다

.

'우리는 그날 밤에 그를 심판했네. 동료들이 배심원이 되었지 우리는 유죄라는 결론을 내렸어, 그에 따라 녀석을 블랙 하우스에서 추방했고 녀석이 받은 처벌은 우리가 여기 머무는 이 주 동안 섬에서 혼자 살아가는 것이었네. 돌 무덤 옆에 먹을 걸 남겨 놓고 사냥이 끝나면 데리고 돌아갈 생각이었지. 그 이후 다시는 이 섬에 발을 들이지 못했을 테고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아이들에게 손을 대지 못했을 거네.'


중세시대 규율과 처벌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곳, 그 틈새에서 빠져 나오 도랑과 계곡 그리고 동굴에서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인간 사냥꾼들

이들이 쌓아 놓은 돌 무덤 아래에서 비명을 지른 채 숨을 거둔 이들


'녀석이 사라졌을 때는 우리가 자네를 15미터나 위로 끌어 올린 후 였네. 핀 아무도 녀석을 밀지 않았어. 하나님의 손이라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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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책장 2022-07-22 23: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왕 첫 댓글 도장 쾅♥

scott 2022-07-22 23:06   좋아요 2 | URL
하나님 오셨돵!

ฅ🐾

햇살과함께 2022-07-22 23: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계의 얼리어답터 scott님!
매번 새로운 작가 추천에 관심 담아갑니다!

scott 2022-07-22 23:07   좋아요 3 | URL
오! 햇살님
이 책 대거상 수상 작이여서 덥석 했는데
넘 재밌게 읽었습니더

여름에는 무조건 호러 스릴러 ㅎㅎㅎ

청아 2022-07-22 2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별5개 무조건 장바구니!!
제목부터 명언을 써주셨네요!
저도 지금 스릴러 읽고 있어요😆

scott 2022-07-22 23:30   좋아요 2 | URL
과거 현재 시간이 교차 하다가
마지막에 뙁🤗
여름엔 스릴러 😎

청공 2022-07-23 05: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루이스섬은 중세때부터 피가 설인 곳이네요. 과거현재가 섞이고 새를 죽이는 설정이 살인사건과 연결되는 게 독특해보여요. 스콧님이 올려주신 지도 보며 런던에서 울라풀까지 운전하고 올라가는 루트를 상상해 보았네요^^ 비오는 날 고성을 지나가면 으스스 할듯요~~

scott 2022-07-24 23:17   좋아요 1 | URL
고립된 섬에서 발생한 단순 살인 사건이라기 보다
중세 시대 부터 종교로 압박하고 탄압 했던 역사가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곳이여서
참혹하면서도 기이한 풍습이 남아 있는 섬이라고 합니다(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묘사)

청공님 잉글랜드에서 운전 하는 모습 상상 만으로도 멋짐요! 👍

북부는 에딘버러와 글래스고우만 가봤는데
풍경은 고풍스러운데
이쪽 지역 말을 못알아들었어요 ㅎㅎㅎㅎ

새파랑 2022-07-23 07: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코틀랜드 작품이라니 좀 특이하네요. 옆동네 아일랜드에 있는 트레버가 떠오릅니다 ㅋ 역시 사람은 죄를 짓고 살수 없는 법인가봐요. 스릴러도 장인 스콧님 ^^

scott 2022-07-24 23:19   좋아요 2 | URL
역쉬! 새파랑님은 트레버 일등 👆 매니아!^^
죄지으면 안됌요 ㅎㅎㅎ

새파랑님, 이제 장마 끝
본격 무더위 시작이라고 합니다
무조껀 시원하게 ^^

persona 2022-07-23 07: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ㅎㅎ 뭔가 위대한 유산의 핍이랑 우먼인블랙의 킵스 이미지가 같이 떠올랐어요.

scott 2022-07-24 23:19   좋아요 2 | URL
위대한 유산과 우먼인 블랙 속 인물들은 순한 맛 ㅋㅋㅋㅋ

섬은 외지인들이 함부로 가면 안될것 같습니다 ㅎㅎㅎ

페크pek0501 2022-07-23 12: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릴러 소설이 학창시절의 세계사 시간을 갖게 하나 봐요. 지도까지 올리시고...
리뷰를 읽어 보니 빨려들어갈 책 같군요. 여름엔 이런 책이 쵝오, 이긴 하죠.
신간인데 벌써 리뷰 남기는 발 빠름, 을 존경하옵니다. 덕분에 정보 얻고 갑니다.^^

scott 2022-07-24 23:20   좋아요 2 | URL
이 책에 지도가 수록 되어 있습니다

지도를 아주 많이 사랑해서
네비나 실시간 앱보다
종이 지도 멍 때리고 보는 걸 좋아 합니다

페크님 무더위 속 건강 잘 챙기세요 ^^

mini74 2022-07-23 15: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립된 장소의 폐쇄성은 그것만으로도 두려움을 주는 것 같아요. 이 책도 무지 궁금해집니다.

scott 2022-07-24 23:21   좋아요 1 | URL
코로나로 우리도 이동의 자유(감염의 공포)가 제한되어서
고립된 것 같습니다 ㅎㅎㅎ
미니님, 똘망이랑 무조껀 시원하게 ^^

서니데이 2022-07-23 19: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앞부분 읽으면서, 이거 조금 무서워... 했는데, 호러 장르였네요.
100년도 되지 않았는데, 그 사이 달라진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scott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scott 2022-07-24 23:22   좋아요 2 | URL
100년!
앞으로 지구의 시간은 100년도 안남았을 것 같습니다
무서운 코로나 변이 ㅠ.ㅠ

서니데이님 무조껀 시원하게
건강 잘 챙기세요 ^^

그레이스 2022-07-23 2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요새 올리시는 책들이 다 추리쪽이네요. 더위를 싹 날려주는...^^

scott 2022-07-24 23:23   좋아요 2 | URL
추리물 읽다가 정통 문학 읽다가 이론서 읽다가
잡글 읽다가...
미술 책도 펼치능 ㅎㅎㅎ

여름 독서 만큼 좋은게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님 무조껀 시원하게
건강 잘 챙기세요 ^^

희선 2022-07-24 01: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섬은 거기에 사는 사람만이 하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어딘가로 가기 쉽지만 가지 않고 거기에만 머물기도 하겠습니다 핀은 떠났다 다시 돌아오다니... 사건 때문이겠네요 그때 일과 지금 일이 상관있어서겠습니다 핀이 몰랐던 일을 알기도 할지...


희선

scott 2022-07-24 23:25   좋아요 1 | URL
제가 몇 몇 섬에서 장기 거주 (한달 정도) 해 본 적이 있는데

섬의 환경이 갖고 있는 특이한 풍습과 섬 사람들 만의 사고 방식(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이 있는데 외지에서 온 이들 중에 수 십년을 살아도 이해를 못하고 동화 되지 못한다고,,,ㅎㅎㅎ

희선님 무더위 건강 잘 챙기세요 ^^

어쩌다냥장판 2022-09-06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재미있을려나 했는데 스캇님 갈에 고민않고 담에 읽을 책으로 선택했어요 감사합니다~~

scott 2022-09-06 12:32   좋아요 0 | URL
냥이님 이책 너무 좋습니다
주요상을 석권 해도
막상 읽으면 실망 할 떄가 많은데
이 작품은 차분하게 읽으면서
생각할 점들이 많았어요

냥이님 읽다가 가슴 아픈 내용도 나옵니다!

냥이님 오늘 하루 행복 ^^ฅ🐾
 
런던의 마지막 서점
매들린 마틴 지음, 김미선 옮김 / 문학서재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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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8월 전쟁 직전 상황이 임박한 시기, 영국 노포크의 드레이튼 출신의 그레이스 베넷은 런던 패딩턴 역에 내린다.

런던에서 살게 될 날만 꿈꿔왔던 그레이스는 런던 거리마다 세련된 옷차림의 시민들 모습에 한 껏 들떠 있다.

그레이스는 <여성과 여성의 삶>이라는 책을 읽으며 사투리를 교정하려고 노력했고 함께 런던에 도착 한 친구 비브는 광고에 나오는 모델들 처럼 화장 법까지 바꿨다.

런던 시내 중심을 벗어나자 광고 전단지 마다 남자들에게 군 입대를 재촉하는 문구와 함께 거리 곳곳 마다 '공습 대피소'라고 적힌 간판이 걸려 있었다.

1차 대전 참전으로 남편을 잃고 외동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엄마의 지인 웨더포드 아주머니의 집에 도착한 그레이스와 비브,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 분투 하기 시작한다.

독일 나치군의 폭격이 임박해 질 시점에 그레이스는 방공호 바로 입구에 위치한 서점에 찾아 간다.


[그레이스와 프림로즈 힐 서점의 첫 번째 만남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잘 되리 라는 원대한 기대를 품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인이 최소한 자신을 맞이할 준비는 되어 있을 거라고 예상 했다.]


그레이스가 찾아간 프림로즈 힐 서점은 폭격에 대비해 이층 까지 검게 칠해져 있었다. 음울한 분위기 속에 서점 내부에 책들은 아무렇게 나 쌓여 있었다.

백발에 짙은 눈썹을 한 우둥퉁한 체구의 서점 주인 에번스, 서점에서 일하고 싶다는 그레이스 말을 단 번에 거절한다.

도시 전체에 짙게 드리워진 전쟁의 기운,당장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그레이스의 형편을 안타깝게 여긴 웨더포드 아주머니는 내일 당장 8시까지 서점으로 출근하라며 보조 직원으로 채용 된 사실을 알려준다.

서점 주인 에번스가 부인을 처음 만난 곳 '프림로즈 언덕' 그곳에 자리 잡은 서점에 첫 출근을 한 그레이스는 딱 6개월만 버텨보겠다고 다짐한다.

공중에 떠다니는 먼지들을 흡착 한 책 더미를 정리 하기도 전에 손님들이 찾아 오고 그레이스는 난생 처음 듣는 책 제목에 당황한다.

그레이스는 손님이 원하는 존 딕슨 카의 <검은 안경>을 찾는데 혈안이 되고 그녀에게 책의 위치를 알려주는 남자 손님 덕분에 무사히 책을 판매 하게 된다.

매력적인 녹색 눈을 반짝이는 멋진 외모의 남자 손님은 자신의 책을 구입 하며 그레이스에게 <몬테크리스토 백작>책을 추천한다.

어린 시절부터 '프림로즈 힐 서점'에 드나들었다는 남자 손님의 이름은 조지 앤더슨, 서점 수습 사원 그레이스가 앞으로 어떻게 서점을 만들어 갈지 궁금하다는 말을 하며 떠난다.

폭격이 수 일 내로 임박했다는 뉴스가 라디오에서 터져 나오고 런던 시내의 아이들은 정부의 대피 조치로 시골로 이주 한다. 등화관제 명령이 내려지고 도시 전체는 암흑으로 변해 버린다.

아이들이 떠난 도시,어둠으로 가득 차버린 도시에 서점에 찾아 오는 손님은 없자 서점 주인은 그레이스에게 안전한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온 도시에 공습 임박 경보음이 울려 퍼진 날 그레이스는 서점으로 달려가 등화 관제 용 커튼을 서점에 달며 단 한 권이라도 손님에게 책을 팔기 위해 진열대를 정비하기 시작한다.

아침 11시 15분 영국 수상 처칠은 특별 담화 방송에서 공식적으로 전쟁을 선포한다. 마침내 독일과 전쟁을 시작하게 된 영국, 그레이스와 비브는 웨더포드 아주머니와 그의 외아들과 함께 생필품을 챙겨서 방공호로 대피한다.

방공호로 대피하는 시민들과 달리 서점 주인은 어디에도 대피 하지 않은 채 책더미 속을 헤집으며 책들을 정리하고 있다.

사이렌이 울리고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 드는 시기에 서점으로 찾아 온 손님, 조지 앤더슨은 그레이스에게 찾아 달라며 책 목록이 적힌 종이 쪽지를 건넨다.

그레이스가 종이 쪽지에 적힌 폭풍의 언덕-오만과 편견-두 도시 이야기-프랑켄슈타인을 찾아내는 동안 조지 앤더슨은 <오만과 편견>책을 슬쩍 끄집어 낸다.

그가 말하는 독서란' 마치 기차나 배를 타지 않고 어디론가 가는 것 같아요. 새롭고 놀라운 세상이 펼쳐지는 거죠. 당신이 태어나지 않은 곳에서 살아 보는 것이고, 다른 누군가의 관점에서 다채롭게 색칠한 것을 볼 기회가 되기도 해요. 실제로 실패를 겪지 않고 배울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책이란, 무언가로 채워지길 기다리는 어떤 빈 공간이 있는 곳을 간접적인 경험으로 채워주는 곳, 서점 <프림로즈 힐>은 절체절명의 전쟁에 휩싸인 순간에도 문학의 힘을 믿고 마법 같은 세상, 희망으로 가득 찬 내일을 꿈꾸는 곳이 된다.

조지 앤더슨은 자신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책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그레이스에게 선물로 준다.

남자들은 전쟁터로 떠나고, 도시 곳곳에 무시 무시한 폭격으로 불에 타오르고,사람들은 방공호에서 라디오에 귀 기울이고 책을 읽었다.

대 공습이 점차 격렬해지며 등화관제와 공습에 시달리는 동안, 그레이스는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를 한데 묶어주는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공포, 죽음의 그림자를 떨쳐 버린다.


[첫 두 문장을 읽을 때에는 혀가 꼬였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을까 불편한 마음을 의식했다. 그리고 저 멀리 어딘가에서 폭탄이 터져 굉음이 그레이스의 마음을 마구 어지럽힐 때에는 어디까지 읽었는지 잊어버리기도 했다. 대공포가 불을 내뿜자 그레이스는 목소리를 더 높였다. ]


1945년 프림로즈 힐 서점이 무너지고 5월 8일 마침내 전쟁은 끝이 났다.

푸르른 창공 아래 도시는 다시 예전 처럼 활기를 대 찾고 거리 곳곳 마다 사람들은 함께 울고 웃으며 하나 둘 씩 집으로 고향으로 귀환하는 이들을 맞이한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책을 읽었던 그레이스 '런던의 마지막 서점'에서 싹을 틔워 나갔던 사랑, 조지 앤더스 진정으로 책을 사랑하는 이들,죽음의 순간에서도 살아 남아 상실감과 슬픔을 딛고 사랑과 웃음으로 가득 채워 나간다.


[책은 우리를 하나로 묶어 줍니다. 그 안에는 사랑이 깃들어 있고 우리를 모험의 세계로 데리고 가기도 합니다. 역경의 시대에 근사하게 시선을 분산 시켜 주고요. 우리에게는 언제나 희망이 있다고 상기 시켜 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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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5-11 13: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중간에 무너져 내린 잔해 사진이 전쟁을 실감나게 합니다.
런던 시민들이 전쟁으로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상황에서도 책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던 게 아닌가 싶네요.

scott 2022-05-11 15:14   좋아요 3 | URL
실제로 2차 대전 당시 런던 시민들 엄청난 폭격을 당하고도 이전보다 더 열정적이게 책을 찾아 다녔다고 합니다.
무너져 버린 집 잔해 더미위에 책을 읽으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화창한 오후 화가님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

청아 2022-05-11 15: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폭격당한 서점 사진이 아름다워보여서 기분이 묘합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 읽어보고 싶네요.ㅎㅎ

scott 2022-05-12 11:18   좋아요 2 | URL
폭격은 절대 당하면 안되지만

내일이 없더라도 책만큼 읽고 싶습니다 ㅎㅎ

<몬테~>
저 초딩 때 쵝오의 작품 중 한 권!
강추 합니다 ^^

페넬로페 2022-05-11 16: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이란, 무언가로 채워지길 기다리는 어떤 빈 공간이 있는 곳을 간접적인 경험으로 채워주는 곳‘~~
밑줄 쫙입니다^^
결국 서점까지 폭격을 맞았군요 ㅜㅠ

scott 2022-05-12 11:19   좋아요 3 | URL
빈곳이 생기기 무섭게
오월 책탑이 마구 쌓여 가고 있습니다

삶의 의미 책에서 ㅎㅎ

런던 무참하게 폭격 당했지만(현재 우크라이나처럼)
책으로 삶의 희망을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는 국가입니다

mini74 2022-05-11 17: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은 힘과 위로를 주는 것 같아요. 어쩌면 상상하고 글을 읽는 능력이 인간생존의 비결같단 생각도 들어요. 상상하기도 싫지만 전쟁의 공습속에서 나라면 무슨 책을 꺼내읽게 될까 생각하게 됩니다.

scott 2022-05-12 11:21   좋아요 2 | URL
미니님 말씀이 맞습니다
침팬지 고릴라는 지금 이순간의 생존에 목숨을 걸지만
인간은 상상하면서 기억하고 그리고 현실에서 사회 제도 문명을 구축하는 토대가 되었죠.!ㅎㅎ

전쟁 공습이 터지는 순간!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니
책보다 현금 여권 스맛폰 부터 챙겨 둬야 한다고ㅠ.ㅠ

서니데이 2022-05-11 18: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런던 시민들은 폭격이 있어도 피난을 가지 않고 남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네요.
그 시기엔 사진이 있어서 좋은 자료가 많이 남은 것 같기도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scott 2022-05-12 11:23   좋아요 3 | URL
섬나라여서 피난 갈곳 도 없었고
그냥 자신들의 삶을 살아 갔다고 합니다(아이들만 시골로 집단 이주 시킴)
서로 도망 가려고 안하고
어떻게 해서든 독일과 맞붙는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사진 자료가 아주 많은데
이차대전 전쟁 아카이브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사진들만 ㅎㅎ

서니데이님 오늘 하루 해피 하게 ^^

coolcat329 2022-05-11 19: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런던 대공습을 배경으로 한 감동적인 소설이군요. 건지감자껍질파이북클럽도 떠오르네요.
절망의 시기에 문학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감동적이고 아름다워요.

scott 2022-05-12 11:24   좋아요 2 | URL
건지 감자!
실화를 바탕으로 했죠!
절망의 시기, 모든 걸 포기 하지 않고
버티고 인내하고!
쿨켓님 말씀처럼 문학의 힘으로 생의 의지를 다지는 이들의 이야기는 항상 감동적입니다 ^^

그레이스 2022-05-11 2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은 정말 여기저기서 많이 보게 되네요. ... 제 닉네임 그레이스도 많이 마주치고... 😆

scott 2022-05-12 11:25   좋아요 2 | URL
네, 아주 유명한!
이 책 원서에도 ㅎㅎ

그레이스님은 런던에도 ^^

희선 2022-05-12 03: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쟁이 한창일 때 책을 볼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책이 있으면 전쟁을 덜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보고 희망을 가지기도 하겠습니다 그레이스를 보면 그레이스 님이 떠오르기도 하는... 그레이스 님을 아는 분이라면 다 그럴 것 같습니다


희선

scott 2022-05-12 11:26   좋아요 4 | URL
난민
방공호 등에서 책을 읽었지만

요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니
스맛폰 실시간 뉴스에 촉각을
아들과 아버지 남편 애인들이 전장터에 나가 있어서
생존 여부등 안부 기다리느라,,,,
 
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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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여름 오전 무렵에 걸려온 의뢰인의 전화 한 통을 받은 사립 탐정 사와자키는 오후 2시로 약속 했던 장소로 차를 몰고 나간다.

탐정 사와자키가 평소와 달리 붐비지 않는 도로를 질주 하며 찾아 간 곳은 마카베 오사무라는 사람의 집으로 고급 주택가에서 크게 돋보이지 않지만 무척 호화스러운 모습의 저택이였다.

동화 속에서 나 나올 법한 저택 출입문을 지나서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의뢰인 마카베 오사무, 수 년 동안 바깥 세상을 나와 본 적이 없는 사람 처럼 흰머리가 가득한 기다란 장발에 흙빛 얼굴 빛을 띄었다.

그는 행방이 묘연 한 딸을 찾고 있었는데 탐정 사와자키를 보자 마자 다짜고짜 돈 가방을 던지며 딸이 있는 곳을 알려 달라고 애원한다.

의뢰인 마카베 오사무가 건넨 돈은 현금 6000만엔, 탐정 사와자키는 최대한 신속하게 돈 가방을 들고 나가 버릴지 갈등 하던 사이에 덩치 큰 다섯 명의 남자가 그를 에워싼다.

이들은 형사들로 탐정 사와자키를 유괴 공범으로 그 자리에서 바로 수갑을 채워버린다.

느닷없이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버린 탐정 사와자키, 자신의 알리바이를 적극 설명했지만 서장은 그가 유괴 공범이라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꺼낸다.


[가지키는 바로 카세트덱 스위치를 눌렀다. 재생이 시작되었다. 느닷없이 면도날처럼 예리하고 선명한 바이올린 소리가 흘러나왔다. 천사가 수학 계산을 하는 듯한, 파가니니 스타일의 까다로운 프레이즈가 여러 차례 반복 되었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바이올린 소리는 마카베의 유괴된 딸 사야카의 연주 소리로 연주가 뚝 끊어지는 순간 돈을 요구 하는 이로 추정되는 사람과 실강이를 벌이는 마카베 목소리가 나온다.


일주일에 두 번 받는 바이올린 레슨을 받으러 외삼촌의 집으로 간 줄 알았던 딸 사야카는 11살이지만, 이미 음악계에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미국에서 교향악단과 함께 공연을 할 정도로 일본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인정받고 있었던 천재소녀 바이올리니스트 사야카, 누가 납치한 것일까?

경찰은 신고를 받은 시점부터 바쁘게 움직이지만 연이어 걸려오는 유괴범의 협박 전화에서 범인의 위치는 물론 단서 조차 찾지 못한다.

유괴범은 거액의 현금 6천만엔을 요구 하면서 이 돈을 전달 할 인물로 탐정 사와자키를 지목한다.

6천만 엔이 든 돈 가방을 받은 탐정 사와자키는 유괴범이 지목한 장소로 향하고 유괴범은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지목한 레스토랑 이름과 제한 시간만 알려 준다.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두 명의 사나이가 휘두른 흉기에 맞고 쓰러진 사와자키, 형사들이 범인을 추격하고 유괴범 전화 목소리의 용의자들인지 우왕좌앙 하는 동안 의식을 되찾은 사와자키는 납치 된 천재 소녀 사야카 주변 인물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레슨을 마치고 집에 도착 할 시간에 납치 된 사야카, 작가이자 출판사 편집 일을 했던 부모는 유괴범이 요구한 거액의 6천만 엔을 마련 하기 위해 처남 가이 마사요시에게 3천만엔을 빌렸다.

처남 가이 마사요시는 혹시 라도 유괴범에게 6천만엔이 넘어가서 자신의 돈을 찾지 못할 까봐 전전 긍긍하고 있는 동안 탐정 사와자키는 그의 주변 인물을 찾아 다니다가 양 쪽 집안이 돈에 얽혀 있는 사연을 알게 된다.


[할아버지는 음악 같은 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양반이었다는 데,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자식들에게 음악 기초 교육을 반 강제적으로 시켰다더군요. 하지만 아버지나 고모나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학비는 한 푼도 주려고 하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아버지는 오히려 그게 자기 인생에 크게 플러스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단순히 구두쇠에 지나지 않았던 할아버지에게 감사하는 마음까지 갖고 있죠. 그리고 우리 세 아들에게도 똑같은 교육을 실천할 셈이 었던 모양입니다. 물론 할아버지 만큼 극단적이지는 않아 대학을 마칠 때까지는 돌봐주겠지만 그다음에는 자립하라고 했죠. 그래서 저와 둘째인 요시로는 대학을 졸업한 날 이후로 아버지에게서 경제적인 도움은 전혀 받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이미 상당한 재산을 모았을 텐데 우리는 거기 기댈 수 없는 거에요. 그 재산은 일본의 음악 문화 발전을 위해 전부 기부할 작정이라고 선언했으니까요. 아버지가 이야기하는 음악 문화란 물론 클래식이지 록 따위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록과 재즈 공연 연주를 하며 공연 이벤트를 벌이다가 빚더미에 앉은 처남 가이 마사요시의 큰아들, 망해가는 레스토랑을 붙들고 있는 둘째 아들, 대학을 중퇴하고 복싱에 빠져 버린 셋째 아들

마카베 부부는 자식이 생기지 않았던 시기에 오빠 부부의 막내 아들을 입양하고 난 후 바이올린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딸 사야카가 태어난다.

그리고 이 십 여 년 동안 거의 왕래가 없는 가족들, 거액의 돈을 요구 하는 유괴범은 납치된 사야카의 친 아버지에게 큰 원한이 있었던 것일까?


[내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기억하는 여자의 전화번호를 돌렸다. 이런 시각에 전화를 거는 구실을,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에도 경찰의 방문을 받아야 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첫 번째 신호음이 끝나기도 전에 깨달았다. 전화 받을 상대방이 없는 날이라는 사실을 오늘 나는 평소 같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잘 안다. 내가 죽인 것이 될지도 모를 소녀 때문이다.]


하수구에서 사체로 발견된 마카베 사야카, 국화로 뒤덮인 커다란 제단 한가운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소녀,어른스러운 드레스 차림으로 바이올린 연주에 몰두 했던 소녀의 장례식장을 찾은 친척, 동네 사람들, 친구, 음악 관계자, 출판 관계자 그리고 침울한 표정을 한 방송국 남자 리포터가 마이크를 쥐고 생중계를 하고 있다.

장례식장에 잠복한 경찰들은 유괴범의 목소리, 낮은 음성의 여성의 목소리를 추적하지만 쉽사리 용의자를 파악하지 못한다.

탐정 사와자키는 살해된 소녀 집안의 주변 인물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마침내 유력한 용의자 집을 경찰과 함께 급습한다.


[나는 돈이 탐나서 유괴 같은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른 건 아니에요. 사야카처럼 많은 것을 타고난 아이가 미웠습니다. 혼자서 이 세상 모든 행복을 누리는 듯한, 그 자신만만한 표정이 미웠어요. 하지만 이미 그 아이는 더는 그럴 수 없을 테니까 지금 어디 있는지 가르쳐드려도...]


탐정 사와자키가 6천 만 엔이 든 돈 가방을 들고 유괴범과 약속한 장소에서 익명의 일당들의 습격을 물리치고 공중 전화기에서 울렸던 전화를 받았다면 열 한 살 짜리 소녀는 죽지 않았을까?


승용차에 부착할 작은 위치 추적기도 없고, 휴대폰도 없었던 1989년 시대의 탐정 사와자키는 사냥 개 처럼 코를 벌름 거리며 아무도 신뢰하지 못하는 피해자 가족, 묘한 부탁을 해오는 야쿠자 그리고 양쪽 집안과 얽혀 있는 긴자 클럽의 마담 까지 주요 용의자와 공범들 중에 소녀를 죽인 진범을 찾아 낼 수 있을까?

미키 마우스를 사야카의 손에 쥐여 준 사람, 봄 방학 때 사야카와 단 둘이 말보로 음악제에 초대 받은 사람...

[니시신주쿠에 있는 사무실로 돌아와 우편함을 들여다보니 오늘 아침 신문과 함께 날개를 접는 방식이 특이한 종이 비행기가 들어 있었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그 종이 성냥의 불로 전단지에 불을 붙이려고 했다. 나는 급히 생각을 바꾸고 성냥불을 껐다. 그리고 전단지를 원래의 비행기 모양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창문으로 가서 날개를 접어 올린 부분을 살피고, 풍향을 확인하고 바람의 세기를 재고 착지 지점을 점검했다. 이러다 보면 우리는 불쑥 삼십 년 전의 전문가로 돌아가게 된다. 나는 비행기를 초여름 오후 바람에 살짝 실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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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5-06 18: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저 하라 료 소설 꼭 좀 읽어봐야지 하구선 여태 안 읽었네요. 첫 작품부터 읽는게 좋은가요?

scott 2022-05-06 20:58   좋아요 4 | URL
아닙니다 하라 료 작품(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순서 없이 읽어도 됩니다 ㅎㅎ

쿨켓님도 하라 료 팬!^^

햇살과함께 2022-05-06 2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처음 듣는 작가인데^^ 흥미진진하네요^^

scott 2022-05-09 15:33   좋아요 1 | URL
햇살님에 강추 합니다
하드보일드 문체왕!
하라 료 ^^

바람돌이 2022-05-07 0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동안은 일본 추리소설을 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가는 또 처음 듣네요. 스콧님이 팬이라니까 저도 살짝 보관함에 넣어뒀다가 추리소설 땡기는 날에 또 읽어보겠습니다

scott 2022-05-09 15:34   좋아요 0 | URL
최근에 쏟아져 나오는 라노벨 스러운 추리 미스터리물과 다릅니다


추리소설 땡기는 날!
바람돌이님께 하라료 작품들 추천합니다!^^

희선 2022-05-07 00: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라 료 소설 개정판 나왔군요 이 책 봤는데,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 제가 일본 미스터리 알고 얼마 안 됐을 때 봐서... 시간이 흐르고 여러 책을 보고 써도 잘 못 쓰기는 마찬가지네요 하라 료는 소설 어쩌다 한번 쓰더군요 마지막에 본 소설에서 사와자키는 사무실을 옮겼는데...


희선

scott 2022-05-09 15:35   좋아요 1 | URL
하라 료 작가가 작품을 워낙 늦게 써서 시리즈 물인데도
굉장히 긴 시간에 걸쳐 나옵니다
그럼에도 팬들은 기다려줄 정도로 정통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추구 해서
개인적으로 좋아 하는 작가 입니다 !ㅎㅎ

서니데이 2022-05-07 01: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이 책이 13년만에 개정판 나왔다는 소식 들었어요.
이 책의 작가도 개정판을 낸 건지, 아니면 우리 나라에서 번역 개정판이 나온 건지는 잘 모르지만,
그 소식 들어서인지 한 번 관심있게 보게 되더라구요.
비채가 김영사 임프린트 같은데, 맞는 지 모르겠습니다.
scott님, 주말 잘 보내세요.^^

scott 2022-05-09 15:36   좋아요 1 | URL
이 작품을 번역 하신 권일영 번역가님이 작가 하라 료에게 직접 연락 해서
다른 추리물 잡지에 기고 했던 단편(사와자키 탐정이 나오는 부분)을 실었습니다


비채는 김영사에서 장르물 전문 출판 인것 같습니다
서니데이님 화창한 월요일 오후
즐겁고 행복 하게 ^^

서니데이 2022-05-09 15:46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이전에 없었던 단편이 있다고 들었는데 scott님 댓글 읽으니 맞는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좋은하루되세요.^^

scott 2022-05-09 16:08   좋아요 1 | URL
단편까지 포함 되어서
책 부피가 두툼 합니다 ^^

mini74 2022-05-07 08: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헉. 눈인줄 알았는데 배수구군요. ㅠㅠ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어울리는 소설같아요 스콧님 ㅎㅎ

새파랑 2022-05-07 08:21   좋아요 2 | URL
저 어제 이 리뷰 표지보고 무서워서 잠을 못잤다는 ㅎㅎ

scott 2022-05-09 15:38   좋아요 2 | URL
저는 요 표지 장바구니 담겨 있을때
귀요운 토끼 한 쪽 눈👀 인줄 알았습니돠 ㅎㅎㅎ


파키스탄 인도는 40도라고 합니다(아직 오월초인데 ㅠ.ㅠ)

올 여름 우리 모두 녹아 내릴지도 ㅠ.ㅠ

scott 2022-05-09 15:38   좋아요 2 | URL
설!마 새파랑님
ㅎㅎㅎㅎㅎㅎ
 
엘크 머리를 한 여자
스티븐 그레이엄 존스 지음, 이지민 옮김 / 혜움이음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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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네 명의 셸비 남성이 본인의 자치 지구로 도주하려던 루이스 A.클라크(수요일 기사 참고)를 체포 한 후 공격을 당했습니다. 클라크는 자신의 아내와 우체국 동료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의 주요 용의자였습니다.]


생존자의 말에 따르면 네 명의 남자가 하루 종일 돌아 다니며 수색 작업을 지원 했지만 용의자를 찾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들 네 명의 남자는 클라크와 그가 알 수 없는 이유에서 데리고 있었던 새끼 엘크를 트럭 짐 칸에 싣고 마을로 돌아 가는 길에 열 두 살이나 열 네 살 쯤 된 인디언 소녀로 추정되는 아이가 트럭에 올라 타 있었다.

사건 보고에 적힌 생존자의 말에 따르면 운전자가 트럭 위에 올라탄 아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차의 속도를 늦추며 아이의 존재를 외부 차량에 알렸다는 진술이 담겨 있다.



엘크 마을에서는 매년 끔찍한 장면이 너무 자주 되풀이 된다.

지난 몇 년 간 사냥꾼들의 비통에 찬 울부짖음이 숲을 뒤흔들었다.

- 돈 라우바흐와 마크 헨켈 <엘크 이야기>

10년 전 금지된 구역에서 엘크 떼를 사냥한 캐시, 리키, 루이스, 게이브는 치기 어린 젊은 날에서 벗어나 각자의 삶을 꾸려가고 있던 중 추수감사절이 다가오는 시즌의 마지막 날, 네 명의 원주민 남성은 엘크 떼를 사냥할 계획을 세운다.

이들은 지난 시절 처럼’ 추수 감사절 선물로 마을의 노인들에게 엘크 고기 주겠다고 계획하고 사냥 금지 구역으로 들어간다.


[루이스는 엘크가 죽었다고 확신한다. 10년 전 이 엘크를 죽인 건 그였기 때문이다.

엘크의 가죽은 여전히 차고에 놓인 냉동고 안에 있다.

엘크의 노란 오른쪽 눈.....예전에도 저렇게 뜨고 있었나?

엘크가 눈을 깜빡이자 루이스는 자기도 모르게 스읍 소리를 내뱉는다.]

새하얀 눈으로 가득 찬 숲 속에 울려 퍼진 총성 한 발이 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살해 사건이 발생한다.

네 사람은 이 사건을 실수로 묻어두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10년 후, 네 사람 중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두 사람에게 10년 전 환영 속 그 인물이 다가 온다.


[사람의 것이 아닌 머리를 달고 있는 여자다.머리가 너무 무겁고 너무 길다.

미간이 넓은 자신의 눈을 그에게 붙박으려는 듯 그녀가 몸을 돌렸을 때 루이스는 그 여자를 보지 않기 위해, 숨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리지만 너무 늦고 만다. 이미 10년이나 늦었다. 그가 방아쇠를 당긴 순간 부터.]


엘크의 어미는 자신의 새끼를 보호 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발굽으로 상대를 차버리며 으르렁 거리며 이빨로 물고 찢어 버린다.

하지만 상대가 총을 들었을 때는 어떤 방어도 소용이 없다. 총을 든 자에게 쫓기는 순간 어미 엘크는 아기 엘크를 데리고 무리 가운데 숨어 버려야 한다.

이동 중에 사냥꾼의 냄새를 맡는 즉시 달아나는 엘크들, 그 날의 기억은 무리들에게 각인되어 트럭이 절대로 올라 갈 수 없는 고산 지대로 달아나 버렸다.

어느 날 트럭 한 대가 그곳 ,엘크 무리들이 서식하고 있는 고산 지대까지 올라 왔다.


[무리가 반드시 지키는 또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절대로 한 장소에 머물지 않는 것이다. 언제나 계속해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우선 8 학년 지리학 수업에 앉아 있는 새끼 한 마리-새끼가 아니라 여자아이, 여자아이, 여자아이,여자아이를 찾아야 한다.]


이 여자 아이의 아비는 아이가 기억하고 있는 그 남자로 10년 전 괴물 같은 검은 형체로 하늘을 등지고 선 채 눈 내리던 경사지를 올려다보던 그 남자다.

죽은 자는 산 자들에게, 아니 살아 있어도 깨어나지 못한 자들에게 의심과 두려움, 죄책감과 공포의 얼굴로 나타나 10년 전 완벽한 복수를 위해 복수의 화신이 되어 이들의 삶에 나타난다.

[눈 위로 엘크 발자국이 보인다. 제법 큰 암컷 엘크 다. 리키를 보려고 그를 따라온 것처럼 길을 따라간 자국이 나 있는데, 꽤 무거운 엘크 다. 게이브는 오른쪽 집게 손가락을 발굽 자국에 갖다 댄 뒤 에르 발을 가진 작은 말이 사람을 태우고 지나간 건 아닌지 생각한다.]


루이스는 아내와 동료 중 누가 ‘엘크 머리를 한 여자’인지 의심하고 , 친구 캐시와 게이브는 서로를 의심하며 엘크 머리를 한 여자가 파 놓은 함정으로 속으로 빠져든다.


[그는 전적이 좋지 않은 인디언이기 때문에 부족 경찰이 출두했기 때문에 친구의 약혼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정신이 나갔기 때문에 그의 살인자 친구가 얼마 전 총에 맞아 죽었기 때문에 백인인 딸의 새 아빠가 그들의 땅을 가져가고 그들에게 나쁜 고기를 먹였기 때문에 수렵 감시관이 그의 고기를 가져가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에 그의 아버지가 총을 훔쳤다고 그를 신고 했기 때문에 총에 전쟁의 유령이 씌였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진실을 서로 외면 했던 이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 잡혀서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무겁고 긴 머리의 여자 엘크의 얼굴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는 너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지 않을 것이다. 평생 그는 잘못된 곳을 바라봤다.”


‘엘크 머리를 한 여자’라는 불가해한 인물과 살인을 저질렀던 과거의 공포가 서로 맞물리면서 과거 역사에 남았던 폭력의 흔적, 야만의 시대 잔혹하게 죽임을 당했던 원주민들의 삶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소총은 너에게서 비켜 있지만 그의 몸에서 나온 붉은 피가 튀면서 너의 얼굴을 적신다. 너는 피를 핥는 대신 닦아낸 뒤 저기 깊은 어둠 속에 자리한 도로와 캐틀 가드를 내려다본다. 이제 한 명 남았다. 해치지 않겠다고 방금 약속한 한 명. 새끼를 죽이는 건 최악 중의 최악이다.]


“좋은 인디언은 오로지 죽은 인디언 뿐”이라는 백인 관중들이 조롱 섞인 노래를 듣고 서도 코트에 서서 공을 쥔 인디언의 후손 데노라


“덤벼 봐, 데노라는 머릿속으로 중얼거린 뒤 골대를 향해 또다시 공을 던진다. 좋은 인디언은 오로지 죽은 인디언 뿐이라면 자신은 최악의 인디언이 되리라.”


농구와 비슷한 게임을 해왔던 북미 원주민들, 엘크 대 학살 처럼, 침입자이자 정복자 백인들에게 짓밟히고 죽임을 당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폭력의 고리들,오랜 세월 축적 되어 쌓여진 피의 분노, 원한, 고통들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온다.


[엘크 머리를 한 여자는 그의 의도를 이해한다. 달아나고 싶은 본능을 억누르며 그 대신 몸을 돌려 새끼를 감싼다. 경사지를 등지고 선 채 자신의 몸이 새끼를 안전하게 지켜줄 만큼 두툼하기를 바란다. 어미 엘크 라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는가?]


우리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 죄악에 대해 얼마나 오랫동안 대가를 치러야 할까?


[암컷 엘크는 눈에서 일어나 새끼를 향해 몸을 숙이고 새끼가 뒤뚱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새끼의 얼굴을 핥는다. 그 모습을 끝으로 둘은 자취를 감춘다. 어미와 새끼는 잔디를 찾아 떠난다. 그곳에는 그들과 함께 모든 계절을 나기 위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무리가 있다.]


농구 코트 장에 선 원주민의 후손 데보라는 4년 후 자신이 속한 팀이 두 번의 연장전 끝에 주 우승을 놓쳤지만 ,농구를 향한 사랑, 자신의 피 속에 흐르는 인디언의 혼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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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5-03 11: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 죄악에 대해 얼마나 오랫동안 대가를 치러야 할까?‘
아마도 양심의 메아리가 울리는 시간동안이 아닐까 싶네요.

표지를 보고 올가 토카르추크의 작품<죽은 이들의 뼈 위로..>가 생각났어요^^*
상을 많이 받은 미국작가의 호러소설이군요!

scott 2022-05-03 23:01   좋아요 3 | URL
맞습니다
양심의 메아리!
하지만 이런 메아리 못 듣는 이들이 많이 있죠 ㅎㅎ

저도 이 책 표지에 확! 꽂혀서(올가 토카르추크 작품 스타일인줄 알고 냉큼 ㅋㅋ)

상을 많이 받은 작가, 극찬 받은 작가인데
제 스스로 이 책의 스토리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모르겠네요
미국 북미 원주민의 이야기가 중첩되어 있어서 ㅎㅎ

잘잘라 2022-05-03 12: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택시 기사를 멧돼지로 오인하여 방아쇠를 담긴 사람이 구속되었다는 기사를 본 직후에 이 글을 읽어서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 없어서, 그래서 담아갑니다. 책을 사는 이유는 정말 너무나도 많이 발생합니다. 😂

scott 2022-05-03 23:02   좋아요 3 | URL
잘잘라님 댓글 읽고 기사를 찾아 보았습니다
경찰소에서 허락 받고 멧돼지들 출몰하는 곳에서 쏜 사람이
택시 기사님 ㅠ.ㅠ

총기 사용이 자유로운 미국땅
지난 시절 짐승 사냥하듯
미 대륙 땅의 주인들을 죽였죠 ㅠ.ㅠ

새파랑 2022-05-03 12: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엘크가 사슴? 비슷한 동물인가보군요 ㅋ 엘크머리를 한 여자는 누구일까요? 🤔 역시 죄를 저지르면 편하게 살 수 없습니다~!

scott 2022-05-03 23:05   좋아요 4 | URL
‘말코손바닥사슴‘을 엘크로 부르는데
요 사슴 털이 엄청 폭쉰해서
북미 인디언들이 사냥해서 가죽 신발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새파랑님이 언급 하신 문장에
이 책에 가장 중요한 이야기, 단서가 담겨 있어서
😆👀

페넬로페 2022-05-03 23: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약간 으스스한 내용 같아요.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아요~~
인디언과 백인과의 관계, 어떤 실수들이 얽혀 악이 발생하고 거기에 따른 응징들~~
엘크에 대한 이미지로 연결된 것들이 흥미로워요^^

scott 2022-05-03 23:12   좋아요 5 | URL
응징!ㅎㅎ
은 생각 보다 미약하지만

인디언들의 삶은 비참했고 백인들은 잔인했습니다 ㅠ.ㅠ

희선 2022-05-04 01: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이 모른다고 지은 죄가 사라지지 않을 텐데... 죄를 지으면 평소처럼 살기 어려울 것도 같은데...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건 어떻게 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것도 책임이 있다고 한 말 본 적 있군요 페넬로페 님이 쓰신 글이었던 것 같네요 사냥도 그렇게 좋은 건 아닌 듯해요 아주 오래전에는 그렇게 살았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러다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니...


희선

scott 2022-05-04 16:29   좋아요 3 | URL
일단 총기를 소재의 자유를 주면 반드시 사고가 발생 하는 것 같습니다
광활한 미국땅의 영토 확장 정복의 시작이 총으로 시작 되어서...

총에 대한 무서움 공포 잔혹함에 무신경이 된 듯,,

희선님 말씀이 맞습니다
인간이 동물의 개체수를 조절한다고 마구 잡이로 사냥을,,,






mini74 2022-05-04 1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무서운데요 ㅠㅠ 전 엘크가 아주 작고 귀여운줄 알았는데 다큐에서 보니 우와!! 자동차하고도 맞짱 뜰 정도여서 놀랐어요. 결국 죄는 돌고돌아 아떤식으로든 뒷덜미를 잡아채는 거 같아요.

scott 2022-05-04 22:14   좋아요 1 | URL
달리는 엘크랑(무리들) 부딪치면 자동차가 전복 될 정도의 위력과 힘이 ㅋㅋㅋ

그러나 총을 든 인간은
단번에 ㅠ.ㅠ

미니님 어린이날 맛나는 거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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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망이 특별 출연 하는 영상 기대 할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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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2-05-12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완독하였습니다! 괜히 기뻐서ㅎㅎ^^;

scott 2022-05-12 22:10   좋아요 1 | URL
문나잇님 두툼한 책!
빛의 속도로!

잔혹한 장면도 꽤 나오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