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회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1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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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프 부인이 공부방에 들어서면서 문을 하도 세게 닫는 바람에 샹들리에 유리 장식들이 일제히 흔들리며 맑고 가벼운 방울 소리를 냈다. 하지만 앙투아네트는 책상에 머리카락이 닿을 정도로 고개를 쳐 박은 채 책 읽기를 멈추지 않았다. 캉프 부인은 아무 말없이 잠시 딸을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팔짱을 낀 채 앙투아네트 앞에 버티고 서서 소리 쳤다.

'넌 엄마가 왔는데 고개도 안 드니?

계속 그렇게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을 거야?

참 대단도 하지. 미스 베티는 어디 있니?

                                                                                         -'무도회' 중에서

상류 사회에 막 진입한 캉프 부인은 14살 딸 앙투아네트에게 상류층 부인들에게 멸시 당한 화풀이를 하며 예의를 갖춰 자신을 대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엄마다.

딸 앙투아네트는 이런 엄마를  가끔씩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했고 어떤 날은 칼로 얼굴을 그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앙투아네트 가족은 허름하고 비좁은 아파트에서 살았지만 아버지 알프레드 캉프가 증권으로 큰 돈을 손에 쥐자 마자. 시내 중심 큰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타자수로 일했던 엄마는 부촌으로 이사를 오자 마자 머리카락을 황금 빛 색으로 염색을 하고 매일 매일 손톱을 다듬었다.


'앙투아네트 혹시라도 누가 너한테 뭘 물으면 일 년 내내 남 프랑스에서 살았다고 말해... 칸인지 니스인지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는 없고, 그냥 남 프랑스라고 만해... 꼬치 꼬치 캐물으면 칸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그게 더 품격이 있으니까...'

매일 밤 엄마는 상류층에게 보내는 200통 가까운 초대장을 딸 앙투아네트에게 떠넘기며 그날, 무도회 준비를 하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200통에 가까운 초대장을 쓰는데 딸 앙투아네트와 그녀의 영국인 가정 교사 미스 베티까지 매달리는데 부유한 상인 계층 부터 남작,후작들 까지 두루 두루 초대장을 쓰면서 자신의 이름에도 후작과 백작 같은 칭호가 붙어 있길 간절히 바란다.

돈을 주고 작위를 살려면 10년을 꼬박 모아야 할 정도로 쉽지 않았던 일이라 캉프 부인은 자신의 집에서 여는 무도회에 엄청난 공을 들인다.

근사한 사람들이 찾아 오는 무도회 , 화려하게 치장한 귀부인들과 정장 차림의 남자들 틈에 끼고 싶은 열 네 살 소녀 앙투아네트, 엄마는 하인들에게 이런 저런 지시를 내리면서 벌써 부터 무도회장에 울려 퍼질 음악, 화려한 옷 차림을 상상하며 잔뜩 도취되어 있었다.

열 네살 앙투아네트는 9시에 취짐 해야 하기에 무도회에 참석하지 못하기 때문에 엄마에게 가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참석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매달린다.


'이런, 이런, 요망한 것이! 이 코흘리개가 벌써 무도회에 참석하겠다고, 기가 막혀서! 이리 와봐, 그런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생각이 사라지게 해줄 테니.'

엄마의 반대에 감정에 복 받쳐 눈물을 흘리는 앙투아네트, 가정교사 미스 베티는 위로를 하지만 앙투아네트는 더러운 이기주의자들, 위선자들이라며 자신을 억지로 재우고 벌주고 가르치는 이들 모두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며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어느 날 졸부가 된 아버지는 볼품 없는 외모의 유대인이라는 자신의 약점을 감추고 싶어 했고 엄마는 딸의 일상을 쥐고 흔들어 댔다.

열 네살 앙투아네트는 레슨과, 엄격한 규율 속에 숨통이 막혀 버릴 지경이다.

그녀는 만일 무도회가 시작 되기 전에 자신이 피투성이가 된다면 무도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상상을 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열 다섯 살 나이에 로미오를 따라 독약을 마셔 버린 줄리엣 같은 죽음을 꿈꾼다.

무도회 준비로 집안이 주문한 음식들과 온갖 사치스러운 장식품들로 가득 채워지는 동안 캉프 집안의 하인들 제대로 끼니를 챙겨 먹지도 못한 채 캉프 부인의 자잘한 잔소리에 시달린다.


[그녀는 꼼꼼하게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가끔 화장을 멈추고 거울을 집어 열정과 불안이 동시에 묻어 나는 눈길로 냉혹하면서도 의뭉스럽고 교활한 눈길로 자신의 모습을 집어 삼킬듯 바라 보았다. 갑자기 그녀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에 난 흰 머리카락 한 올을 꽉 집어서 온갖 인상을 써가며 뽑았다.아! 삶은 온통 어긋나 있었다.!]


캉프 부인은 일 평생 동안 누군가에게 쫓기듯 떠밀리듯 서둘러서 살아 왔다.

서둘러서 남자 마음에 들어야 했고 서둘러서 사랑을 했고 서둘러서 커다란 집으로 이사를 와서 서둘러서 화려한 무도회를 준비 하고 있다.

그녀는 더 늙기 전에 젊고 잘 생긴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어쩌면 이번 무도회가 캉프 부인의 인생에 있어서 마지막 기회이자 마지막 시간 일지 모른다.

그녀는 보석함에 들어 있는 목걸이는 전부 꺼내 목에 걸었고 반지란 반지는 손가락 마디 마디 마다 끼었다.

온갖 보석으로 치장한 캉프 부인은 스스로 빛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밤 9시, 그리고 30분을 넘어가자 피투성이가 된 채로 죽고 싶었던 앙투아네트는 무도회 현장을 엿보기 위해 유리창을 닦아 대며 초대장을 들고 찾아 올 화려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무도회장에 첫 번째로 찾아 온 손님은 바로 사촌 이자벨로 어느 날 졸부가 된 캉프 부부에 대한 시셈으로 딸 앙투아네트가 조금이라도 피아노 음정이 틀릴 때면 기다란 자로 사정 없이 손바닥을 때리며 분풀이를 해 댔다.

사촌 이자벨은 캉프 부부의 무도회장을 둘러 보며 화려한 장식품을 비웃었고 자정이 가까워 지도록 초대한 손님들이 찾아 오지 않자 비야냥에 가득 찬 목소리로 캉프 부부를 위로 한다.

[바로 그 순간, 어디선가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악사들이 힘차게 블루스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울음 터트리는 엄마를 지켜보고 있던 딸 앙투아네트는 자신의 존재를 귀찮아 하고 하찮게 대하면서 이깟일로 슬퍼 하는 엄마를 이해 하지 못했다.

돈으로 상류층 삶을 살고 있지만 좀처럼 상류 사회로 진입하기 힘든 캉프 부부, 언젠가 작위를 이름에 붙여 놓고 무도회장에 찾아 오는 젊은 남자와 연애 하고 싶은 엄마, 자신의 모든 생활을 감시하는 엄마를 증오 하는 딸 앙투아네트


[아! 가엾은 딸, 내 가엾은 앙투아네트, 넌 정말 행복한 거야. 세상이 얼마나 부당하고 악하고 음헌 한지 넌 아직 모르잖아. 나에게 미소를 보내고 날 파티에 초대했던 그 사람들, 실은 내 등 뒤에서 날 비웃고 있었어. 내가 그들 세계의 사람이 아니어서 날 멸시 했어 천하에 몹쓸 것들, 빌어 먹을,,,,]

1929년의 프랑스 상류 사회의 모습을 담은 단편 <무도회>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유대계 작가 이렌 네미롭스키의 자전적인 모습이 많이 투영 되어있다.


1919년 러시아 혁명의 불길을 피해 프랑스 파리에 정착한 이렌 네미롭스키는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해서 문학을 전공했다. 그녀는 대학 재학 시절 첫 번째 단편 <오해 Le Malentendu>를 발표 하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1930년대에 들어서자 프랑스 비시 정부는 나치 정부에 적극 협력 하며 유대인들은 사악하고 탐욕스럽고 부르주아적이며 동시에 혁명을 일으키는 침략자, 전쟁 도발자로 매도 하고 사회적 법적 지위를 모두 박탈해버린다.

2차 대전이 발발하기 전 1939년 이렌 네미롭스키 가족은 비시정부의 유대인 탄압을 피해 프랑스 시골 에-루아르의 이씨-레베크로 이주 한다.


1940년 서서히 조여 오는 나치의 압박 속에 가슴에 노란 색 별을 달은 작가 이렌 네미롭스키는 단편들 <다른 젊은 여자> <로즈 씨 이야기> <그날 밤>들을 잇따라 완성 하고 5부작으로 구상했던 대하 소설 <프랑스 조곡>을 완성하지 못한 채 1942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 돌아 오지 못한다.

[따스한 눈길로 가게를 둘러 본다. 빈 마룻바닥과 계산대 보잘 것 없고 허름한 상품들로 가득한 상자들이 나름대로 잘 분류되어 놓여 있는 서글픈 선반들을 바라본다. 고양이와 함께 난롯가에서 보내는 외로운 나날들, 아마 늘 똑같은 꿈이 되풀이되는 불면의 밤들도 있을 것이다. 영광이나 사랑, 그리고 피의 추억이 얼굴이 상한 그 자그마한 여자는 한때 영웅이었다.]

                                                                          -다른 젊은 여자 중에서


혁명과 박해 , 전쟁으로 파괴 되어 피로 물든 세상에 남겨진 사람들,생애 가장 눈부셨던 순간을 놓쳐 버린 사람들의 꿈과 사랑이 이 작품 집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결국 우리는 늘 이 세상에서 가장 격렬하게 욕망 하는 걸 얻게 돼, 그게 우리가 받는 가장 큰 벌이야.]

                                                           -그 날 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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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25 11: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리뷰에서 너무 감명깊게 읽었던 이렌의 책이네요 ~ . 무도회 배경묘사며 심리가 살벌하면서 넘 재미있겠어요 ~~ 이 책도 찜 ㅠㅠ 5월은 어린이날 아니라 어른의 날이라 우겨봅니다 ㅎㅎ

scott 2022-04-25 11:35   좋아요 3 | URL
여기 수록 된 단편들 모두 빼어 납니다!
반세기를 훌쩍 넘는 시대에 쓰여진 작품이라는 게 믿기 힘들정도로!
5월은 어른의 날!
미니님의 5월 알라딘 영상 기대 합니다 ^^

새파랑 2022-04-25 12: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첨들어본 작가인데 ㅋ 사강 이후에 새로운 프랑스 소설 작가를 찾고 있었는데 이 책으로 시작을 해봐야겠습니다 ㅋ 가격도 착한거 같아요 ^^

scott 2022-04-25 23:13   좋아요 2 | URL
이렌 네미롭스키가 우크라이나 출신이지만 작품 활동은 프랑스어로 해서
프랑스적입니다 (모파상 단편들과 비슷 )

가격 많이 착합니다
요즘 물가에 만원짜리 책이라는 건 ^^

독서괭 2022-04-25 12: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대장 200통 썼는데 1명 오다니ㅠㅠ 엄마가 앙투아네트에게 너무했던 거는 별개로, 너무 안됐네요;;; 엄마의 허영이 집약된 무도회라는 이벤트가 허망하게 끝나는 걸 보며 앙투아네트의 마음은 어땠을지,,

scott 2022-04-25 23:14   좋아요 1 | URL
결정적 스포는 뺐지만
프랑스 상류층들 당시 졸부 된 유대계를 무시 했던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춘기 앙투아네트 엄마를 향한 연민 질투 한 가득 ^^

거리의화가 2022-04-25 13: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설 속의 캉프 가족의 삶보다 작가 이렌의 삶이 너무 비극적이라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ㅜㅜ 그럼에도 이 책은 찜해놓습니다! 무도회란 제목이 저에겐 중의적으로 느껴집니다 화려한 무도회 이면의 그림자!

scott 2022-04-25 23:15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이렌의 삶 너무나도 비극적 ㅠ.ㅠ
그럼에도 이렇게 그녀의 분신 같은 작품들은 살아 남아서 다행!

무도회 이면의 그림자!
화가님의 표현 넘 ㅎ 멋집니다 ^^

페넬로페 2022-04-25 2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번 페이퍼에서 이렌의 삶을 써주셔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무도회의 내용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히 겪을 수 있는 그런 것 같아요. 졸부가 되어 상류사회의 틈을 노리고 자신들의 인생을 파괴해 나가는 과정요~~
저도 찜합니다^^

scott 2022-04-25 23:17   좋아요 2 | URL
그쵸! 상류사회 진입 하고 싶어서 온갖 사치 부려서 차려 놓은 무도회! ㅎㅎ

여기 수록된 단편들(무도회를 제외하고) 작가가 나치에게 쫓겨 다닐 때 썼던 작품들이여서 안타까움이 ^^

서니데이 2022-04-25 2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공하고 싶고, 상류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은 가족의 이야기는 조금만 변주하면 어디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재미있게 쓰기는 쉽지 않겠지요. 잘읽었습니다. scott님, 좋은 하루 되세요.^^

scott 2022-04-25 23:18   좋아요 2 | URL
그쵸!
<무도회> 작품 프랑스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하니 연극이나 영화로 만들어 질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서니데이님 굿!밤 ^^

persona 2022-04-25 2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렌 네미롭스키 진짜 읽어보고 싶은 작가였는데 이렇게 소개를 읽으니 너무 재미나요. 읽어봐야겠어요!

scott 2022-04-25 23:19   좋아요 2 | URL
페르소나님 냉큼! 읽어 보세요
이 작품 번역자
제가 믿고 있는 몇 안되는 프랑스어권 번역자 입니다. ^^

persona 2022-04-26 01:09   좋아요 2 | URL
네. 기억해둘게요 _ 읽어보고 싶어요!!

scott 2022-04-27 21:56   좋아요 1 | URL
페르소나님 굿!밤 ^^

persona 2022-04-27 22:00   좋아요 1 | URL
굿밤이요!^^

희선 2022-04-26 03: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설 <무도회>에서 일어난 일은 어디에서나 일어날 것 같네요 어디나 돈으로 귀족이나 높은 신분을 사려는 사람은 있고, 돈으로는 잘 안 되기도 하잖아요 그런 사람은 끼워주지 않기도 하죠 남편 있는데 젊은 사람과 연애를 하려고 하다니, 하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이렌은 죽임 당하고 말지만, 아이들은 살아서 다행입니다


희선

scott 2022-04-27 21:58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돈으로 지위를 사고 파는 사회
현재 까지 이어지고 있죠
이렌의 자전적인 모습이 많이 담겨 있는 단편집입니다

잊혀질 뻔한 작가,
아이들만 살아 남아서 이렇게 읽게 되어서
문학의 힘 대단 한 것 같습니다. ^^
 
엔드 오브 맨
크리스티나 스위니베어드 지음, 양혜진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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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0일

독점 공개: 최초의 환자를 치료한 스코틀랜드 의사

'이것은 새로운 역병이며 악화일로만 남았다.'

-일리노어 멜드럼

최근 스코틀랜드 글레니글스 리조트에 각각 묵으며 골프 여행을 하고 돌아온 세 남성의 예사롭지 않은 죽음을 전한다. 그들은 글러스의 발발로 보지 않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WHO는 직무를 유기하고 있습니다. 졸음 운전이나 다름없죠. 스코틀랜드 보건국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들이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데 얼마나 처참히 실패 했는지를 생각하면 황당할 뿐입니다.'


대 역병이 시작은 2025년 11월 3일 영국 글래스고 한 병원에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찾아 온 젊은 남자 환자로 부터 시작 되었다.

그 환자는 독감 증세를 보였지만 병원에 도착 했을 당시에는 일반 독감 환자들과 증세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병원 측은 링거 액과 해열 진통제를 투여 했다.

병원 측도 환자도 단순 독감이기에 몇 시간 후 퇴원 할 거라 예상 했다.

하지만 환자는 호흡이 점점 가파지더니 체온은 순식간에 올라서 신체 작동 체계까지 위협하는 상태로 악화 되었다.

환자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르자.급히 몸 속에 관을 꽂고 링거액과 산소를 투여 하며 다량의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 그리고 스테로이드를 투여 했지만 신장 작동이 멈춰 버렸다.

독감 증세를 호소 하며 응급실로 실려 온 환자는 응급 치료 후 약 세 시간 만에 심장 박동이 멈춰버렸다.


'사망 시각, 2025년 11월 3일, 오후 12시 34분'


이렇게 독감 증세를 호소 했던 젊은 남자가 첫 번째로 사망하지 몇 시간 간격으로 응급실로 실려 온 총 8명의 남자 환자들이 줄줄이 사망하기 시작한다.

11월 초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최초로 발생한 전염성이 강한 변종 독감 증세는 생후 2개월의 사내 아이 환자 부터 예순 두살의 환자까지 사망자 모두 양성 이였다. 이후 런던-맨체스터-리즈-리버풀-버밍엄-브리스틀까지 광범위한 지역으로 변종 독감이 퍼져 나가면서 한 달 만에 5천명 이상이 사망한다.


'남자만 걸리는 스코틀랜드 독감' 치료 시기를 놓쳐 버린 스코틀랜드 보건 당국은 전염병의 발병 원인은 커녕 누가 어디에서 전염 되었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뷰트 섬에서 온 그 남자를 치료 했던 의사 어맨더 매클린 박사는 환자가 사망했던 그날 11월 3일 스코틀랜드 보건국에 전화와 이메일로 사망 사실을 알렸고 WHO에 수십 통의 이메일을 보냈지만 어떤 답장도 받지 못한다.

어매던 매클린 박사는 '백신이 개발 되지 않는다면 이 전염병은 곧 남성들의 생명을 순식간에 집어 삼켜 버릴 것이 분명 하다며 여자든 남자든 사람이 많은 곳, 대중교통을 멀리하고 장거리 비행기를 타지 말 것, 누구든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 한다.

2025년의 의학 기술과 치료제로 이 치명적인 전파력을 가진 바이러스가 소년과 성인 남성의 생명을 빼앗아 가버리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스코틀랜드 보건국과 영국 공중 보건국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시오'라든가 '의사의 진찰을 받으시오'라는 공식 성명이나 시민 건강 안전을 위한 어떤 지침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얼마나 더 많은 생명, 남성들의 목숨을 빼앗아가게 될까?


남성이 사라지는 세상, 지구의 종말이 다가 온 것일까?


과학계가 남자만 병에 걸리는 이유에 대해 아무 성명도 발표 하지 못하자 사람들은 '남성 대 역병(Great Male Plague)'이라고 부르며 무서운 속도로 확산 되는 전염병으로 인해 모두 제정신이 아닌 상태가 되어 버린다.

에이즈 감염 속도 보다 1.5배 빠른 속도로 전파 되고 있는 '남성 대 역병'의 빠른 치료를 위해 영국 보건 당국 담당자는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미국 측에 도움을 요청한다.

바이러스 감식과 백신 개발을 전공한 미국 질병 관리 본부 소속 병리학자 엘리자베스 쿠퍼가 영국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정장 차림에 늙은 백인 남자가 자리를 차지 하고 있는 영국 공중 보건국의 태스크 포스가 빈 깡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병리학자 엘리자 베스 쿠퍼는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다고 추정되는 충분한 수의 남성들의 혈액과 DNA 검사를 실시해서 백신이나 치료제의 실마리가 이들의 면역에 있는지 여부 부터 확인한다.

'남성 대 역병(Great Male Plague)' 바이러스는 HIV바이러스와 유사해 보이는 규칙성을 보이며 변이를 일으키고 있다. 병리학자 쿠퍼 박사는 일단 계속 변이 되고 있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청사진을 밝혀내는데 주력 하며 일반 남성들 중에 단 한 명이라도 이 변이를 이겨낼 면역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전염병은 여성이 숙주 일 때 조차 영향을 끼치지 않고 오로지 남자에게만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약 삼 주 만에 영국 내에서 약 십 만명에 이르는 남성 사망자가 발생한다.

아직 미국에는 감염자가 발생 하지 않았지만 치명적인 역병은 이미 미 대륙 땅에 도달 했을 것이다.

2025년 영국 전역은 심각한 공황 상태에 빠져 버리며 남성 중심으로 움직였던 사회 안정 장치 시스템(경찰, 소방, 응급 의료, 군대 그리고 첩보 기관)이 마비 되고 대규모 경제 붕괴 ,식량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치명적인 사망률을 무시 했던 보건 당국과 정확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하는 영국 정부,우왕 좌왕 하는 과학자들, 7천만이 넘는 영국 땅의 여자들은 자신들의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공포가 만연 된 세상에서 어떻게 해서 든 이들의 목숨을 살려 내기 위해 발버둥 친다.

영국 정부는 영국 섬과 멀리 떨어진 외딴 곳에 14세 부터 18세 비감염 소년들을 수용하는 '하일랜드 대피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이곳으로 가는 소년들은 백신이 개발 되는 즉시 우선적으로 접종을 실시 해서 신속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려 보낸다는 조건까지 달았다.

10대 소년들을 안전한 지역으로 보내 버린 후 스코틀랜드 당국은 본격적으로 감염자 경로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0번 환자, 유언 프레이저는 스코틀랜드 서해안에 위치한 뷰트 섬 출신으로 그가 만졌던 마지막 물품에 뭍은 흔적, 금빛 원숭이에게 첫 번째로 감염된 사실을 알아낸다.

남성 감염자의 치명적인 사망률은 수천 년에 걸쳐 진화한 Y염색체 대부분의 유전자를 상실해서 여성의 염색 채의 23번째 쌍 XX처럼 한 쌍으로 이뤄지지 않은 XY염색체로 한쪽에서 문제가 생겨 날 경우 Y염색체나X 염색체는 서로 보완해 주거나 복제를 하지 못한 채 소멸해 버린다.

역병 바이러스는 특정 유전자 서열의 결핍을 요구 하는데 역병에 대한 신체의 저항력은 높은 백혈구 수치를 이겨내는 능력이 있어 빠르게 증식한다.

서로 같은 XX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여성은 X염색체가 감염되어도 금새 X염색체를 복제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안전하지만 남성 중 약 9퍼센트만이 X염색체에 필수적인 유전자 방어력을 갖고 있다.

인류 최대 위기에 맞서는 용감한 여성들 최초 감염자를 진료 했던 영국 글래스고의 의사 어맨더 매클린, 미국 질병관리 본부 소속 병리학자 엘리자베스 쿠퍼박사, 정부와 보건부의 무능함을 폭로한 마리아 기자, 자신의 남자 상사 모두가 바이러스에 전염되어 사망하고 텅 빈 사무실에 홀로 앉아 있는 영국 정보국 소속 공무원 '던', 바이러스 학자 리사 그리고 바이러스에 무너져 가는 세상을 기록하는 인류 학자 캐서린 한 번 감염 되어 발병 한지 단 5일 만에 사망에 이르는 이 전염병을 치료하고 극복 할 수 있는 비책을 갖고 있을까?

이들은 바이러스를 물리칠 백신 개발에 657일 동안 매달려서 끝없는 실험과 임상 실험을 통해 96퍼센트 환자의 상태가 호전 되는 효과를 보게 된다.

백신에 거부 반응을 일으켰던 여성 염색체를 분리하는데 성공한 의료진 매클린과 쿠퍼 박사 팀은 이년의 세월 동안 총 253마리의 침팬지들의 임상 실험을 마치며 100퍼센트 예방 효과를 보이는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

2026년, 약 2년의 세월 동안 목숨을 잃은 남자들의 빈자리를 차지 한 소수의 바이러스에 전염 되지 않은 남성들 중에서 각 기관의 고위직을 차지 했다가 무능한 실력으로 인해 여성들에게 해고 당하는 세상이 된다.

0번 환자의 행적 추적-역병의 발견-여성들로 구성된 의료진 합동 팀 운영을 통해 약 2년 만에 백신을 개발 하게 되자 스코틀랜드 보건부를 비롯해 정부의 주요 인사들, 남성들의 무능함이 영국 전역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

역병으로 인해 바뀌어 버린 사람들의 생활 패턴, 가치관 그리고 각종 사회 시스템까지 변화 시켜서 이제 사람들은 거주지 증명서와 함께 백신 인증 코드 번호를 받으며 '인증 구역'안에서만 이동이 가능한 세상을 살게 된다.

2032년의 세상, 약 10퍼센트의 남성만 바이러스에 대항할 면역력을 갖고 있는 시대에 여성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시대 ,종말의 시작이 아닌, 개개인의 노력과 헌신 독창성이 인정받는 시대가 된다.

살아 남은 여성들이 바이러스 전파를 추이 하며 통제하고 치료 백신을 개발 하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남성들의 생명을 구하는 시대 분명 바이러스는 인류의 성 평등에 기여 한 것이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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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18 17: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딱 영화화 될 것 같은 시나리오 독특한데요. 남성만이 죽는 역병의 시대라니 ㅠㅠ 스콧님 리뷰에도 긴박감이 흘러요.

scott 2022-04-18 21:40   좋아요 3 | URL
이미 판권 계약 했다고 합니다 ㅎㅎ
미니님 예지력 !👍👍👍

역병의 시대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치 북극 남극 얼음덩어리에 갇혀 있었던 미생물들이 인체에 보복 하고 있는 것 같아요 ㅠ.ㅠ

페넬로페 2022-04-18 18: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섬뜩합니다.
이런 소재의 글을 전에는 그저 소설이나 영화로만 받아들였는데 코로나 시국을 겪고나니 이제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봐요.
제 2, 3의 전염병이 또 올 것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scott 2022-04-18 21:41   좋아요 4 | URL
저도 영화속에서 봤던 치명적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류 반이 사라지는 이런 스토리가 현실에서 일어 나고 있다는 거 ㅠ.ㅠ
변이의 끝이 없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ㅜ.ㅜ

프레이야 2022-04-18 20: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헉 이거 무서운 이야기네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는 세상이죠.

scott 2022-04-18 21:44   좋아요 2 | URL
소설이 아닌 실화라고 생각 하며 읽었습니다

백신 부작용까지 겹친다면 ,,,

책읽는나무 2022-04-18 2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헐!!!!
영화 나온다면 남자들 가만 있지 않겠네요?ㅋㅋㅋ
근데 실제로 그런 바이러스가 생길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드네요.
갑자기 남편과 아들, 아버지, 남동생 모두 생각나게 만든....죄 짓지 말고 착하게 살라고 말해줘야겠어요^^;;;

scott 2022-04-19 00:08   좋아요 1 | URL
다 죽어버리능 ㅎㅎㅎ

염색체 이상이 올 것 같습니다
백신 4차-5차 이렇게 3개월 간격으로 맞다가능 ㅠ.ㅠ

나무님은 부디 코로나를 비켜 나가시길 바랍니다!^^

그레이스 2022-04-19 1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전염병으로 완전 세상이 바뀌는 얘기네요
전염병은 싫지만...!

scott 2022-04-20 16:19   좋아요 2 | URL
이미 세상은 예전으로 돌아 가기 힘든 것 같습니다 ㅠ.ㅠ

희선 2022-04-21 0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25년이라니... 아직 코로나19도 사라지지 않았고 변이가 자꾸 나타나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쓴 소설인가 봅니다 이 소설이 2021년에 나온 걸 보니... 남자만 걸린다니... 소설이지만 소설 같지 않기도 합니다


희선

scott 2022-04-21 15:33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이 책이 단순히 작가적 상상력이 아닌
인류의 대재앙은 이미 수년 전 부터 진행 되어 왔던 것,,,
북극 남극의 얼음 녹는 속도 만큼
우리는 변이 바이러스에 치명적인 생명의 위협을 ㅠ.ㅠ

희선님 꼬옥 마스크 ^ㅅ^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장성주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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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천재성이란 본질적으로 적응력이자, 집요하고 긍정적인 집착이다. 거기서 집요함을 빼면 남는 것은 한 순간의 열정에 지나지 않는다. 적응력을 빼면 남는 것은 파괴적인 광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긍정적인 집착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로런 오야 올라미나 <지구종; 산 자들의 책>에서

2024년 7월 20일 토요일

로런은 꿈에서 날아다니는 법을 저절로 공중에 뜨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매번 방향 잡기가 서툴지만 꿈 속에서 집안 곳곳을 날아 다니며 움직이고 있다.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도 로런은 꿈을 꿀 때 마다 조금씩, 조금씩 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제 열 다섯 살이 된 로런은 내일 쉰 다섯 살 생일을 맞게 되는 아버지를 기쁘게 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로런의 가족들은 육중한 장벽으로 둘러 싸인 소도시 '로블리도'에 살고 있다.

일곱 살 무렵 부터 이곳에 들어온 로런, 그녀에게 장벽은 마치 웅크린 거대한 짐승으로 보여서 언제든지 달려 들어 위협 할 것 처럼 느껴진다.

사방이 장벽으로 막혀 있는 폐쇄적 공동체 삶 속에서 밤 하늘에 빛나는 별빛은 로런에게 유일한 희망의 빛이였다.

'로블리도'의 침례 교회 목사인 로런의 아버지는 주말 마다 집안에서 찾아 오는 주민들과 함께 예배를 보지만 노숙인 무리들이 이따끔씩 집안 교회를 점거 하고 휘발유를 뿌리며 불을 질러 버릴정도로 위협 했기에 가족 모두 무기로 무장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30킬로미터 쯤 떨어진 이옷 '로블리도'는 한 때 초록 잎으로 우거졌던 곳으로 장벽으로 둘러 쌓여 있지 않아도 평화로운 곳이 였다.

하지만 무고한 시민들이 하나 둘 씩 습격 당하거나 살해를 당했고 로런의 조부들도 2010년 누군가에게 살해 당한 채 거주지 마저 화염에 휩싸일 정도로 끔찍한 살해, 약탈 범죄 소굴이 되어 버렸다.

피를 흘리는 사람을 보게 되면 자신의 살갗에서도 피가 나는 '초공감증후군(hyperempathy syndrome)'을 타고난 로런은 자신의 의지로 느끼는 공감을 떨치기 힘들 정도로 타인의 고통과 쾌락을 공유 하며 느끼는 능력을 갖고 있다.

대학 교수이면서 학장이였던 로런의 아버지는 자신의 첫 번째 아내가 마약에 중독 된 채 아이를 출산 했고 그 아이가 의학적으로 증명 하기 힘든 증후군을 타고났다는 사실을 주변에 숨기고 있다.

사춘기에 접어든 로런은 엄마의 약물 중독으로 인해 타인의 고통과 쾌락까지 느끼게 되었으니 이제 타인의 섹스까지 공유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끼는

극심한 기후 변화로 인해 식수가 부족해지자 사람들은 물이 흘러 나오는 곳을 점거 하고 비싼 돈을 받고 물 장사를 하기 시작한다.

휘발유 가격보다 더 비싸진 물을 쟁취 하기 위해 살해를 하고 불을 질렀고 식량난 까지 가중 되어 경제가 순식간에 무너져 버린다.

2024년,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 미쳐 버린 미국. 총성과 마약, 방화와 살인이 들끓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리거나 돈이 되는 모든 것을 팔아 치우며 살아 남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강도에 습격 당하는 무고한 이웃들의 모습을 목격 한 로런은 스스로 신앙을 이해 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다.

'하느님은 힘이다.

무한 하고, 무적이고, 무자비 하고, 무심한 힘,,,

그러면서도 하느님은 유연하다.

사기꾼 처럼 스승처럼 혼돈 처럼 진흙처럼

하느님은 빚어지기 위해 존재한다. 변화가 곧 하느님이다.'


서로를 향한 혐오와 불신이 넘쳐나는 세상, 어린 여자 아이가 살해를 당하고 강간을 당하며 노약자들이 거주 하는 곳마다 불길에 사로 잡히는 세상에서 로런은 변화가 필요 하다고 믿고 있다.

굶주리고 절망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에 둘러 쌓인 폐쇄형 주택 단지를 벗어나 자신이 믿는 것을 글로 기록하고, 장벽 안에서 숨을 죽이며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목소리를 내며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를 꿈꾸며 장벽 밖으로 나가겠다고 결심한다.

2025년

지성이란 계속 발달하는 개별적인 적응력이다. 지적 생물 종에서는 한 세대 만에 가능한 적응이 다른 생물 종에서는 선별 적 번식 및 사멸을 통해 여러 세대에 걸쳐 이뤄지기도 한다. 그러나 지성은 다루기가 힘들다. 실수로 또는 고의로 그것을 오용 한다면, 지성은 제 나름의 마구잡이식 번식과 사멸을 조장하기도 한다.

2025년 7월 19일 토요일

열여섯 살이 된 로런은 생존 배낭을 꾸리면서 문득 자신의 생일 선물을 떠올린다.


'지구종의 숙명은 별 들 사이에 뿌리내리는 것이다.'


로런은 자신의 열여섯 살 생일을 앞두고 발견된 새로운 행성에 흥미를 느끼며 사격 연습에 몰두 하는 동안 두 살 아래 동생 키스가 돌연 장벽 넘어 세상 밖으로 나가 버린다.

사흘 밤은 골판지 상자에서 자고 음식은 훔쳐 먹었다는 동생 키스의 배낭에는 탄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누군가의 총을 훔쳤는지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내뱉는 동생 키스는 알래스카로 건너 갈 꿈에 부풀러 다시 장벽 밖으로 나가지만 총에 맞아 시신으로 발견 된다.


2026년

개인에게 지성이 있듯이 집단에는 문명이 있다. 문명은 연속적인 집단 적응을 성취하기 위해 다수의 지성을 결합하는 수단이다.

문명은 지성과 마찬가지로 적응 기능을 훌륭하게 수행하기도 하고 적절히 수행하기도 하며 수행하지 못하기도 한다. 문명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내부 또는 외부의 통합된 힘마저 문명을 행동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면 그 문명은 무너져야 마땅하다.

2026년 11월 17일 화요일

쉰 일곱살의 로런의 아버지는 평소와 다름 없이 근처에서 볼일을 보고 몇 몇 동료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중 실종된다.

동료들이 마지막으로 로런의 아버지와 헤어진 곳은 집에서 고작 다섯 불록 떨어진 곳이였다.

로런은 친구들과 완전 무장을 한 채 목숨을 걸고 산과 주변을 수색하며 수많은 오물과 시신 그리고 들개들 무리 속에서도 아버지의 흔적을 찾지 못한다.

모든 동네 주민들이 총 동원 되어 수색을 벌였지만 로런의 아버지는 흔적 조차 없이 사라져 버렸다.

-2027년

우리는 지구종 우리는 육신 스스로를 잘 알고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육신 우리는 지구 생명 가운데 하느님의 모습을 가장 잘 알고 똑같이 빚을 줄 아는 부류, 우리는 성숙해가는 지구 생명, 부모 행성에서 떨어져 나올 준비를 하는 지구 생명, 우리는 새 땅에 뿌리 내릴 분비를 하는 지구 생명, 스스로의 사명을 약속을 숙명을 다하는 지구 생명

2027년 7월 31일 토요일

로런이 탈출 하는 순간 동네는 불에 활 활 타올라서 사방이 혼돈의 도가니였다. 사람들은 달아나며 비명을 질렀고 총을 쐈다.

순찰 대원들은 비상벨 조차 누르지 못한 채 총에 맞아 죽었다.

열 여덟 살 로런은 길거리 부랑자가 되어서 폐허로 변해 버린 도시에서 몸을 피할 곳을 찾으며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 종이지만,

아는 우주의 다른 부분들 또한 마찬가지다.

존재하는 것은 모두 -변화하는 것은 모두

하느님 종이다. 지구 종은

지구 생명을 새로운 땅에 퍼뜨리는 모든 것이다.

우주는 하느님 종이다. 오직 우리만이 지구 종이다.

지구 종의 숙명은

별들 사이에 뿌리내리는 것이다.

로런은 장벽 밖에서 강간 당하는 여성들 그리고 장벽 안 여성들은 돈 많은 남성에게 사고 팔리는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한다.

로런 처럼 부랑자가 된 사람들은 중성적인 외모와 이름(로런Lauren/ Loren)으로 인해 남성으로 착각하지만 로런은 혼돈의 시기에 자신의 이런 모습에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믿음을 글로 기록하고, 소수자와 연대하며 새로운 공동체 ‘변화’를 신으로 믿는 ‘지구 종Earthseed’의 창시자가 된다.


'일주일에 한 두 차례 지구종끼리 모이는 것은 유익하고 필요한 일이다.

이를 통해 감정을 발산하고 마음을 진정 시키므로 이로써 정신을 집중하고 사명감을 북돋고 사람들을 하나로 묶으므로'

-<지구 종:산 자들의 책>에서

101번 고속도로에서 지구 종 은 탄생 했다.

한 때 이곳은 북쪽을 향해 거센 물 줄기가 흘러 내렸던 강으로 에스파냐 식민지 시절 캘리포니아 주가 사들여서 강한 물살을 막아서 시멘트로 채워 버린 곳이다.

이제 로런을 따라 사람들은 안전 한 곳 물이 흐르는 곳을 찾아 떠난다.

야영 할 곳을 찾으면서 로런은 자신의 동생 또래 아이들을 하나 둘 씩 만난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시대, 사람이 사람을 잡아 먹는 공포의 순간 예전의 세상, 서로에게 총을 겨누지 않는 시절로 돌아 갈 수 있을까...

[그 곳에는 집이 없었다. 건물이 한 채도 없었다. 거의 아무것도 없다시피 했다. 산기슭에 널따랗게 나 있는 시커먼 흔적, 잿더미에서 비죽 불거진, 개중에는 서로 기대선 것도 있는 불탄 기둥 몇 개, 그리고 높다란 벽돌 굴뚝 한 개가 외로이 시커멓게 오래된 묘지 그림 속 묘비 처럼 서 있을 뿐이었다. 뼈와 재 사이에 묘비 처럼..]

로런은 잔해 속에서 유골을 찾아 매장하면서 사라져 버린 이웃들과 지인들의 뼈를 땅에 묻어 준다.

그녀가 뿌린 씨가 자라 나무가 되고 나무가 자라 숲을 이루어서 비가 내려 애벌레가 자라 벌이 되어 생명이 움터 나가는 땅을 일궈 나갈 수 있을까...

서로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성서 구절과 지구 종시, 산사람이나 죽은 사람이 가장 좋아했던 노래와 시를 읊고 망자들을 묻은 땅에 떡갈 나무를 심었다.

이 땅의 이름은 에이콘(Acorn) 도토리,살아 있는 세상이 지구 종 스스로를 변화로 여기는 생명들에게 요구하는 것에는 한계가 없을 것이다.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그가 씨를 뿌리는 데 더러는 길가에 떨어지니 발에 밟히기도 하고 하늘의 새들이 쪼아 먹기도 하였다.

또 더러는 돌짝 밭에 떨어지니 싹이 돋아났다가 물기가 없어서 말라버렸다.

또 더러는 가시 덤불 속에 떨어지니 가시 덤불이 함께 자라서 그 기운을 막았다.

그런데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져서 자라나, 백 배의 열매를 맺었다.

-누가 복음 8장 5-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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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4-11 16: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누가복음 구절은 요한복음12장24절과도 비슷하네요.“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행방불명된 아버지는 아마도 누군가의...ㅠ.ㅠ 현실과 비슷하면서도 끔찍한 디스토피아군요. 시기적으로도 2024년이면 지금과 멀지 않은때라 더 무섭게 느껴집니다.

scott 2022-04-11 21:48   좋아요 3 | URL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오! 정말 비슷하네요. 미미님 성경 공부도 1등!👍👍
미래(2022년에서 그리 멀지 않은) 디스토피아 세계를 다룬 작품인데
현재 세상과 비슷해서 읽으면서 많이 놀랬습니다.

행방 불명된 아버지 가족들,,,
결국 로런 홀로 남습니다
2024년,,,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전쟁-기후 변화 -질병 그리고 치솟는 인플레로
우리 모두 힘든 시기 ㅜ.ㅜ

희선 2022-04-12 0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글을 보면서 2024년 얼마 안 남았는데 했습니다 지금이라고 아주 좋은 건 아니기도 하겠지만, 갈수록 안 좋아질지... 무엇보다 기후변화가 심하네요 거기다 전쟁까지 일어난 곳도 있고...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희망을 가지고 싶기도 합니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희선

scott 2022-04-12 16:32   좋아요 1 | URL
시간이 지날 수록 미래가 밝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스크를 벗어도 감염에서 영원히 해방 되지 못한 인류 ㅜ.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 희망을 잃지 말아야 겠죠. ^^

mini74 2022-04-12 1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좀 무서운데요. 지구 종의 숙명은 별들 사이에 뿌리내리는 것 이란 문장 강렬합니다. 사이좋게 행복하게 좀 뿌리내리길. ㅠㅠ 현실감 느껴져서 더 오싹합니다 ㅠㅠ

scott 2022-04-12 16:34   좋아요 1 | URL
오싹하기 보다
페이지가 술술 넘어갈 정도로 재밌습니다 ㅎㅎ
디스토피아적인 세상에서 작가가 우화의 이야기를 한다는 설정도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을 예견 한 것 같지만
이 작품은 이미 20세기에 썼던 것이지만
현실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많아서 넘 충격 ㅜ.ㅜ
두번째 시리즈 우화는
미쿡 또뢈프 등장을 예견 한 듯 비슷한 또라이 정치인이 나옵니다 ㅎㅎㅎ

psyche 2022-04-13 0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봐야겠네요. scott님 서재 올 때마다 ‘읽고 싶어요‘의 리스트가 길어진다는...

scott 2022-04-14 00:23   좋아요 1 | URL
이 책 완죤 페이지 터너 입니다 버틀러 천재 😊
 
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 - 미국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 교열국장의
벤자민 드레이어 지음, 박소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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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랜덤 하우스 출판사 부사장이자 편집 관리 국장과 교열 국장을 겸하고 있는 벤자민 드레이어가 알려주는 영어 글쓰기의 기본 원칙 부터 문장 부호 사용법과 문장을 망치는 문법 오류 그리고 작가들도 혼동하는 영어 단어까지 상세하게 알려주는 이 책은 첫 장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첫 번째 과제다. 다음 단어들을 쓰지 않고 일주일만 버텨 보자.

very

rather

really

quite

in fact

이 책의 저자 벤자민 드레이어는 '쓸데없는 강조어와 목청 가다듬기용 단어'에 해당한다는 '이 단어들을 평소에 쓰지 않고 버틸 수 있다면 일주일 후 글쓰기 실력이 크게 향상 돼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영어로 문장을 쓸 때 위에 언급한 빈도 높은 부사어를 하나도 남김없이 죄다 삭제 하고 나서 남은 문장이 어딘가 허전해 보인다면 자신이 쓴 문장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해 줄, 더 힘 있고 더 나은 표현을 찾아야 한다.

-영어 글쓰기의 4C원칙

관습(convention)

합의 (consensus)

명료함(clarity)

이해(comprehension)


이에 맞는 엄격한 규칙과 달리 영어에는 ' 비 원칙', 즉 교열자인 벤저민 드레이어가 가장 신봉하는 '3대 비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And/But으로 문장을 시작할 때 한 가지 주의 사항이 있다.

습관적으로 문장 앞머리에 But/And 그리고 However를 앞 뒤 역접 효과로 주장과 견해를 논리적으로 펼쳐 보이게 위해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철저하게 검토하고 신중하게 써야 한다.

애초에 And를 문두에 쓸 필요가 없었다거나 And/But 앞에 쉼표 또는 세미콜론을 써서 앞 문장과 합쳐도 되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2. 가능한 전치사로 문장을 끝내지 마라


문장을 ( as/at/by/for/from/of) 같은 전치사로 끝마치게 되면 말끝을 흐려 버린 듯 힘이 없다. 가능한 문장은 깔끔하면서 힘 있게 마무리 해라.

What did you do that for?

Why did you do that?(대체 왜 그런 거야?)


3. 격식을 갖춘 글쓰기에 축약 형을 써도 된다

일상적으로 구어체와 문어체에서 빈번하게 쓰이는 축약 형 don't, can't, wouldn't를 비롯해 I've, should've유의 축약 형이든 풀어 쓴 형태든 적극 활용해서 써라.

단어가 문장의 살과 근육과 뼈라면 문장 부호는 호흡으로 쉼표를 쓴 문장은 세미콜론을 쓴 문장과 소리가 다르고 괄호는 대시와 다른 음을 낸다.

영어 문장을 쓸 때 비 영어권인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부분은 바로 적절한 위치에 문장 부호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이 책의 저자는 마침표 찍는 위치 부터 하이폰, 대시, 물음표와 느낌표 까지 67개 문항으로 세분화 해서 상세한 예시 문장과 함께 알려준다.

가령 하이폰 표기 용법에 대해 상세한 해설이 담긴 <메리엄- 웹스터 대학생용 사전>의 일례를 통해 원어민이 아닌 비 영어권 학습자들이 영어 문장을 쓸 때 항시 사전을 옆에 두고 확인을 하며 꼼꼼하게 체크해 나갈 것을 강조한다.


특히 비 영어권자들이 가장 큰 오류를 범하는 영어로 숫자 표기 하는 법,외국어와 외래어 표기 하는 법,영국식, 미국식 영어의 차이점까지 문장을 해치는 문법 오류 까지 다양한 예문을 통해 올바른 문장 쓰는 법을 알려 준다.


특히 이 책의 저자는 최근에 활발하게 교열 해 나가는 대명사 he/she/they의 논쟁에 대해 단수형 they를 없애 버리라고 말한다.


-A student should be able to study whatever he likes. 라는 복수 형 문장을

-Students should be able to study whatever they like.


이렇게 단수형 문장으로 고쳐서 They로 교열 해야 남녀를 구분이나 논쟁을 피할 수 있는 간결한 문장이 된다고 조언 한다.

영어 권의 제1 교열 원칙에서 '단수형 they'를 쓰는 추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포용 해야 하는 기본 인권 문제가 되었다.

이렇게 사소하지만 시대에 따라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 영어의 기본 원칙과 비 규칙적인 문법의 정확한 용법을 저자가 제시하는 적절한 예문과 함께 익혀나갈 수 있다.

특히 그동안 가장 빈번하게 사용했던 가정법 문장에서 빈번하게 오인하고 있던 문법의 규칙들 I wish I was라고 하지 않고 I wish I were 라고 자연스럽게 쓰듯 if절의 주어를 크게 혼동해서 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예문과 함께 병렬 구조, 분사 구문,가정법 까지 비 영어권 사용자들이 빈번하게 저지르게 되는 영어 글쓰기의 기본 뼈대를 익혀 나가다 보면 그동안 If 절에서 언제 was를 쓰고 언제 were를 썼었는지 스스로 올바른 예문을 통해 정확한 문법 규칙을 배우게 된다.

저자 벤자민 드레이어가 담당 했던 퓰리처 수상 작가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조지 손더스, 존 미첨, 에이미 블룸 작품의 예술적 문학적 문장 기교까지 지금까지 유명 저자들의 원고를 교열 하면서 수시로 마주쳤던 중요한 원칙과 규칙을 적절한 예시를 통해 단순히 말하는 영어가 아닌 풍부한 스토리가 담긴 생명력이 넘치는 영어 글쓰기 요령을 제시한다.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 셜리 잭슨의 단편 <제비뽑기>등과 같은 유명 문학 작품을 통해 작품 속에서 회상 장면을 처리 할 때 쓰는 문법 [ had+과거 분사형]을 두 세게 정도 사용 해서 작품의 배경 지식을 명료하게 전달 하는 법을 알려 준다.

그 밖에도 '대화체', '인삿말 표기','말 줄임표 쓰는 법', 기타 잡다한 표기 요령까지 비영어권 사용자들이 인지 하지 못했던 사소한 영어 기본 규칙들을 낱낱히 알려 준다.

저자 벤자민은 자신의 책에 언급된 예시문을 소리 내어 읽어 본다면 어떤 부분이 틀렸는지 어떤 부분에서 앞 뒤 문맥이 맞지 않는지 명료하게 알 수 있다며 모든 글쓰기에서 스스로의 문장을 고칠 때 유용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전 세계의 공용어인 영어는 sns로 연결 된 시대에 소통의 도구이자 수단이다.

학교를 벗어나 사회에서 영어로 말하고 자유자재로 글을 써야 하는 업무 영역이 아니더라도 영어라는 언어는 어디 에서든 가장 유용한 언어로 쓰여지고 있다.

영어로 학기 과제를 하고 사회에서 업무 공지를 쓰고 해외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입 한 후 이런 저런 이유로 반품을 할 때도 영어로 글을 써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업무상 이메일을 쓸 때도 첫 문장은 물론 단 몇 문장을 쓰는 것 조차 힘들 때, 어디서 부터 영어 공부, 쓰기 공부를 시작 해야 할지 막막 할 때가 있다.

스스로의 수준에 맞는 적절한 영어 교재, 작문 교재는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각각의 교재 마다 저자가 알려주고 제시하는 규칙과 지침, 의견만 다를 뿐 영어 글쓰기의 가장 기본 원칙은 '일단 무조건 써라!' 무엇이든지 얼마든지 쓰면서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마다 쉼 없이 삭제 해 나가면서 터득 해봐야 한다.

수 년 동안 타인의 글을 고치면서 살았던 저자 벤저민 드레이어가 알려주는 <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는 모든 독자들, 영어로 유려한 글쓰기를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적합한 책이 아닐 수 있다.

다만 그동안 어떤 작문 지침서에서도 알려 주지 않았던 역대 미국 대통령들도 혼동 하고 있는 잘못 쓰는 영 단어 부터 영 단어의 쓰임새에 대한 호불호,작가들도 혼동하는 영 단어, 교열자도 틀리는 고유 명사,글을 망치는 동어 반복 표현, 사소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교열 요령까지 작가도 교열자도, 비 영어권 사용자들도 꼭 알아야 할 영어 글쓰기의 기초를 간결하고 명료한 설명과 예시문을 통해 상세하게 알려 준다.

영미권에서 최고의 작문 교재로 평가 받고 있는 영어 글쓰기의 고전 윌리엄 스트렁크 주니어와 E.B 화이트의 <The Elements of Style> 책과 함께 이 책 <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는 21세기 현대 영어 글쓰기로 든든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문장 부호를 맹신 하는 것은 독자와 소통하는 한 가지 방식을 맹신 하는 것 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다. 독자와 소통하는 방식은 작가의 글쓰기와 작가가 의도한 글쓰기의 효과에 따라 달라진다.]

-헨리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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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4-01 11: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떤것들은 우리말 글쓰기에도 적용이 가능하겠네요. 어쩐지 콕콕 찔리는 부분이 많습니다. ㅋㅋㅋ
이분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책도 교열했었군요?! 스콧님 글 읽으니 흥미진진할것 같아요. 일기라도 몇줄씩 영어로 써볼까요?^^*

scott 2022-04-01 11:07   좋아요 4 | URL
얼마전에 오르한 파묵이 인터뷰에서
미쿡에서 책을 출간하는 과정이 넘 ㅎ까다롭고(제1편집자가 교정 교열 한 후 그다음으로 넘겨서 총 5번 편집 교열 절차를 진행하능!)

일기 몇줄 영어 강추!ㅎㅎ

mini74 2022-04-01 1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글로도 저 단어들 안 쓰기 힘들거 같아요 ㅎㅎㅎ 근데 진짜 추임새처럼 부사 등등 많이 쓰게 되는거같아요. 저도 그렇고 ㅠㅠ 영어만 아니라 모든 글쓰기에 적용되는 원칙이네요. 스콧님은 이미 잘 쓰시고 계십니다 ㅎㅎㅎ

scott 2022-04-01 22:33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ㅎㅎ
익숙한 말투 못 고치는 것처럼
문장, 기타 미사여구 부사어들과 헤어지기 힘듭니다. ㅎㅎㅎ

전,🖐 미니님의 유머가 가득 담긴 문장 따라 쓰고 싶습니다.

persona 2022-04-01 14: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너무 재미있었어요. ㅎㅎㅎ 제가 너무 옛날식 어법을 쓰고 있었더라는 ㅋㅋ

scott 2022-04-01 22:35   좋아요 3 | URL
이 책 커버하고 만듦새가 맘에 안들지만
내용은 훌륭! 👍
역쉬 명 교열자!
작가들이 칭송하는 이유를 알것 같았습니다!ㅎㅎ

옛날식 어법은 미쿡인들도 자주 혼동해서 쓰고 있어서
NYT에서 꾸준히 칼럼을 통해 편집자 교열자들이 기고해서 올바른 어법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한 번 굳어지면 고치기 힘들어지네요 ㅎㅎㅎ

persona 2022-04-01 22:36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저는 요즘 학습이 잘 안되는 거 같아요. ㅠㅠ 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ㅎㅎㅎ

페넬로페 2022-04-01 16: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리말 글쓰기에도 유용한 팁이고 제가 고쳐야할 부분이 많기도 하고요~~
지금은 그렇지만
나중 나이들어 좀 더 시간 많아지면 다시 영어공부 하려고 하는데~~
그날을 위하여^^

scott 2022-04-01 22:36   좋아요 2 | URL
올바른 어법을 알려 줘도
결국 어느 시점 부터 전에 썼던 문장을 다시 쓰게 됩니다!

페넬로페님 영어 공부 응원!합니다 ^^

새파랑 2022-04-01 17: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한글도 잘 못쓰는데 영어는 감히 잘쓰겠다는 시도를 못하겠네요 😅
영어 글쓰기 4C 원칙을 리뷰 쓸때도 적용하면 좋을거 같아요 ㅋ 제 리뷰는 쓰다보면 명료하지 않은거 같아요 ㅜㅜ

scott 2022-04-01 22:37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매일 빠짐없이
고전의 명구 필사 하시고 계시기에
2022년 월 말에는 한해의 문장인!으로 되실거라는 걸 믿습니다 !ㅎㅎ

sns시대에 명료한 글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 주고 받는 카톡 문자들만 읽어도 어법 기준이 아닌 순! 구어체로 주고 받능 ㅎㅎ

그레이스 2022-04-01 2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말로 쓸때도 다시 볼 때마다 불필요한 접속사가 보이죠^^

scott 2022-04-01 22:38   좋아요 1 | URL
기사들 읽을때마다 틀린 어법들이 눈에 띄는데
일반인들은 이정도 실수 쯤이야 ㅎㅎㅎ

희선 2022-04-02 0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어가 아니어도 글쓰기를 배울 수 있겠네요 그러면서 영어 잘 모르는데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 책은 여러 나라 사람이 볼 것 같기도 합니다 어디나 영어로 글쓰기 하려고 할 테니...

scott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scott 2022-04-03 21:55   좋아요 2 | URL
눈으로 읽는 것과 달리 직접 쓰는 것 엄청난 차이 (모국어가 아닌)가 나죠
한쿡말도 오류가 엄청나는데 대다수들 그런 오류 잘 모르고 통용되어 쓰게 되죠
영어도 똑같지만 이책의 저자는 시장에 판매 해야 하는 책을 교열하고 편집하는 것만 수십년을 해서 다양한 사전은 물론 어법의 변화까지 꿰뚫고 있어서
위대한 작가들도 이분 앞에서 무릎을 ㅎㅎㅎ

서니데이 2022-04-02 17: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어글쓰기는 책을 몇 번 산 적은 있는데, 거의 잘 되지 않았어요. 어쩐지 영어로 작문하는 것이 어렵다는 느낌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나중에 시간되면 이 책 한번 소개 읽어보겠습니다.
scott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scott 2022-04-03 21:57   좋아요 3 | URL
영작은 어렵!ㅎㅎ

말보다 쓰는게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서니데이님 화사한 봄!꽃
많이 많이 구경 하시길 바래요 ^ㅅ^
 
미국인 이야기 2 : 전쟁의 서막 1770~1780 - 자율이 강제를 이긴다 미국인 이야기 2
로버트 미들코프 지음, 이종인 옮김 / 사회평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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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0년 영국의 노스 행정부는 거대한 식민지 미대륙과의 분쟁에서 벗어나기로 결정한다.

비교적 온순한 성품에 평화적인 분위기로 영국 정계를 이끌었던 노스는 미 대륙인들의 분노를 일으켰던 톤젠드 관세를 철폐하면서 표면상으로 미국과 비교적 평온한 기류를 주고 받았다.

식민지를 괴롭혀 왔던 통화법도 수정하니 3년 동안 영국 정부는 식민지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영국은 마음만 먹으면 거대한 미대륙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

영국의 속내를 알아차린 미국인들은 영국의 온건한 정부 정책에 대해 큰 동요나 저항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들은 기존의 식민지 경영에 대한 낡은 법안을 포기 한다면 어떤 식으로 든 저항이나 봉기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며 영국에서 새로 내놓는 법안에 촉각을 기울였다.

하지만 쉽사리 법령을 뜯어 고치거나 수정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영국 의원들은 <차>에 대한 관세는 여전히 굵은 고딕체로 남겨 두었다.

1771년에는 관세 문제 보다 더 심각한 갈등인 종교적 자유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영국 국교회 교리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프로테스탄트들 신자들은 영국 국교회가 미 대륙 전체로 정치 세력화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앞 세워 국교회 반대 종파들을 하나로 집결하기 시작한다.

장로교, 루터교, 네덜란드 개혁교들을 중심으로 종교의 자유는 곧 시민의 목소리, 자유로 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교회 수장들이 차지 하고 있는 주요 대학들의 학장 자리를 차지 하면서 대학의 입학과 졸업식에서 국교회 예배를 없애 버린다.

영국에서 파견된 주교들이 차지 하고 있는 각 주에 퍼져있는 교회당에서 끊임없는 분란이 일어나고 이는 또다시 관세 징수 문제로 불이 붙어가게 된다.

지난 3년 동안 과세를 올리지 않은채 온건한 정책을 펼쳤던 영국은 막대한 양의 밀수 상품들로 뒤덮여 가고 있는 보스턴 항구로 세관 징수관을 파견한다.

1770년대 보스턴 항만에는 네덜란드 상인들과 교류 하는 불법 밀수업자들의 천국이였다.

이들은 무기로 무장해서 밀수 혐의를 포착하고 체포 하려는 세관원들을 납치 하거나 구타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보스턴 항구가 무시 무시한 밀수업자들의 천국 이였다면 로드아일랜드 항구는 어디서 폭약이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으로 현지 보안관과 밀수 업자가 한 팀으로 움직여서 흔적도 없이 영국에서 파견된 세관원들을 폭약으로 사라지게 만들었다.


급기야 로드 아일랜드에서 영국 세관원들이 밀수 업자들을 단속하려고 탑승한 배 '개스피호'를 불태워버리자.영국 내각은 이 사건을 조사할 위원회를 구성한다.

1773년 여름 로드 아일랜드 주 정부는 자국민은 무죄라는 보고서를 영국으로 보낸다.

시신조차 찾지 못했고 목격자들 조차 찾지 못했던 영국은 개스피호 사건을 종결 시키자 뒤이어 보스턴 통신 위원회에서 [식민지에 사는 남녀 노소 크리스천이 영국 신민으로서 누리는 식민지인의 권리를 선언하고 그 권리를 식민지의 여러 지역에 알리며, 과거부터 지금까지 자행된 그 권리의 침해와 위배 사안을 온 세상에 퍼트리고 각 지역이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소통하도록 한다.]는 선언을 한다.

이 선언문은 소책자로 인쇄되어 주 전체로 퍼지면서 시민들은 '영국인들은 우리 집과 침실 그리고 키우는 개에게도 관세를 물릴지 몰라. 우리가 먹고 입는 모든 것에 저들이 세금을 붙여서 탈탈 털어가고 있어. 우리는 저들의 하인이 아니야.'


어떤 권력도 민중이 자유를 적법 하지 않은 방법으로 뺏을 수 없었다.

미국 시민들은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영국 정부에 고스란히 양도 할 생각이 없었다.

빠른 속도로 보스턴의 선언문이 여러 주로 퍼지자 영국에 절대적으로 충성 했던 매사추세츠 총독 토마스 허친슨은 자국민의 편에 서지 않고 '나는 영국 의회의 지고 한 권위와 식민지의 완전 독립 사이에 아무런 경계선을 그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그는 아메리카인이 누리는 자유는 영국에서 부여한 자유로 우리 모두의 평화와 질서를 위해 어느 정도의 고통을 감수 하면서 자유를 제한 할 수 밖에 없다고 항변 했다.

허친슨 총독은 본국에서 48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미 대륙에서 본국과 똑같은 자유를 누리게 해주는 정부, 미국 시민에게 안전한 삶을 보장 해 줄 수 있는 자치 정부가 없다고 믿었다.

본국과의 단절은 또 다른 나라의 침략으로 이어져 결국 미 대룩은 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허친슨의 예측이 미 대륙인들의 저항 정신에 불을 붙여 버렸다.

1773년 허친슨 총독의 서안을 받기 전 영국 의회는 자신들의 방만한 경영으로 재정적 위기에 빠진 동인도 회사를 구제하기 위한 <차세법>을 통과 시킨다.

이 법안은 식민지에서 거래 되는 모든 종류의 <차>에 대한 독점권을 영국 정부가 가져 간다는 것이였다.

미대륙인들은 <차세법> 통과는 곧 자신들을 노예로 만든다는 뜻으로 받아 들였다.

<차세법>이 통과 되기 이전에 미국인들은 합법적으로 <차>를 수입 했었다.

상당량의 <차>들이 네덜란드인에 의해 불법으로 밀수 되었지만 미국인들은 영국에서 들어 온 것만 진품<차>로 믿고 밀수 된 차 보다 배로 비싼 영국산<차>를 마셨다.

하지만 영국 의회에서 <차세법>이 통과 되자 파운드당 3펜스의 관세가 붙어버린 <차>를 수입하는 업자들은 '매국노'라는 낙인이 찍혀 버린다.

영국 의회는 미국인들에게 어떤 이유로 차에 대한 과세를 붙였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미국인들은 마시는 차 까지 관세를 붙이는 영국인들에게 노예가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민심이 들끓어 오르자 11월에 들어서서 동인도 회사에서 보내는 일부 차에 대한 관세는 붙지 않는 다고 공표 했지만 앞서 몇 해전에 인지세법과 톤젠트 법안을 폐기 시킨 위력을 행사 했던 시민들은 필라델피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의회에 로비한 주요 관계자들, 동인도 회사 대리인들의 사퇴를 받아내는 위원회가 출범 되고 부유한 퀘이커 상인들은 단합해서 주요 정치 인사들을 끌어 내린다.

거침없는 행동과 단합으로 똘똘 뭉친 민심의 회오리는 동인도회사 화물선이 도착 하는 항구로 몰려 들게 만들었다. 이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 정치인들과 총독은 앞서 발생한 사건들을 잘 알지 못한 채 법을 지키는 수입업자와 밀수 업자들 모두 이익을 본다며 모든 차를 압수 하기 시작한다.

뉴욕과 필라델피아에서 거센 저항을 하던 시기에 보스턴의 기류는 오히려 차분하게 흘러 갔는데 그 이유는 오랜 세월 다양한 방법으로 유통 되었던 밀수 된 차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어서 보스턴 시민들에게 차에 대한 관세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보스턴의 주요 신문들이 앞 다퉈 차세법 내용을 요약 게재 해서 식민지에 대한 영국 의회의 폭정을 시민들에게 상세하게 알린다.

차에 대한 관세를 시작으로 설탕-당밀-와인등으로 미국 시민들의 식재료에 서서히 관세가 붙어 나갈 것임을 지적한 미국의 주요 언론을 통해 보스턴 시민 위원회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1773년 11월 28일 대량의 차를 싣고 온 첫 배인 '다트머스호'가 항구에 도착한다.

세관에 도착이 기입 되는 순간 이 배는 20일 안에 화물에 대한 관세를 지불해야 한다.

만약에 지불 하지 않으면 이 배의 화물 전체가 압류되기 때문에 다트머스호의 선주 프랜시스 로치는 화물을 하역 하고 고래기름을 배에 싣고 동인도 회사의 지시를 기다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총독도 차후 무슨 일이 발생 하더라도 일단 법규는 지켜서 모든 사람들이 20일 안에 세금을 납부 해야 상인들이 손해를 크게 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분고분 세금을 내지 않기로 합의한 상인들은 5000여명이 집결해서 화물에 싣고 온 차를 영국으로 돌려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관징수관인 리처드 해린슨은 1768년 대규모 폭동 당시 세관 징수관이였던 자신의 아버지가 미국 시민들에게 어떤 보복을 당했는지 두 눈으로 목격했기 때문에 회항 통행을 거부한다.

회항 신청을 거부하는 이들과 회항 해버리려는 이들은 서로 6시간 넘게 대치하다가 전쟁 속으로 뛰어드는 병사들처럼 소리를 내지르며 선창을 따라 달려 다트머스호가 정착된 부두로 모인다.


인디언 복장을 한 50여명의 남자들이 배에 승선해서 차가 든 궤짝을 갑판 위에 올려서 부셔버리고 보스턴 항구 앞 바다로 던져버린다.

배 주변의 바닷물은 온통 차 잎으로 뒤덮였지만 폭도들은 배를 파손하지도 않았고 선장이나 선원들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

한 달 후 머나먼 곳에서 이 소식을 들은 영국 의원들은 보스턴 시민들의 폭정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식민지 상인들의 심정이나 상황을 이해 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곳곳에서 저항의 움직임 소식이 들려 오자 이로 인해 미 대륙이 완전히 독립을 울부짖는 다면 사태가 심각해 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무력을 사용 해서 라도 13개 미 대륙의 식민지 모두를 굴복 시켜야 함을 통감하며 의회의 강경파와 온건파가 서로 충돌 하며 미 대륙을 엄하게 다스릴 '참을 수 없는 법'인 5대 법 가운데 첫번째로 <보스턴 항구법>을 통과 시킨다.

이후 메사추세츠 규제법등 영국 통치에 대한 저항을 거세게 하는 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법을 차례차례 통과 시키며 자국의 권위와 이익을 앞세운다.

사정이 어떻든 '모든 식민지를 영국에 복속 시키고 이에 대해 저항하는 자들은 구속한다.'는 선언은 미국 시민들에게 도저히 참고 견디기 힘든 모욕이였다.

보스턴 시민들은 <보스턴 항구법>과 비슷한 법이 곧 미국의 13개 주로 퍼져서 자유를 억압 하게 될 것 이라며 기술자들도 함께 저항하고 봉기 하자고 제안 한다.

각자의 기술로 이익을 취했던 기술자들은 수입품으로 먹고 사는 상인들의 단체 행동에 선뜻 나서지 않았지만 주 정부에서 대륙 회의 개최 하지 놀라운 속도로 합의 하고 하나로 뭉친다.

1774년 9월 부터 10월까지 필라델피아에서 시작된 1차 대륙회의에서 아메리카 권리의 바탕은 무엇인지, 그 권리를 어떻게 옹호 할 것인가?

이 두 가지 사항이 핵심 논의 주제였다.

1차 대륙회의 에서 장시간 토론이 이어졌지만 쉽게 합의를 도출 하지 못한다.

13개 주의 각기 다른 이해 충돌과 이견이 있기에 '영국과 아메리카의 상호이익'은 서로 존중 되어야 한다는 포괄적 대의 제시를 하고 선언문 속에 수입 거부, 소비 거부 , 수출 거부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포함 시키기로 합의 한다.

청교도와 침례교를 믿는 주들은 서로 다른 종교에도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13개주의 주민들의 공동적 이해 관계를 함께 묶어 '검소, 절약, 근면,투계 과시적 행사 ,연극, 기타 값비싼 여흥과 오락을 억제하고 불용한다.'는 가치관으로 합심해서 아메리카인은 공공의 복지에 관한 헌신은 오로지 정치적 자유에서 나온다는 점을 선언문을 통해 드러냈다.

평화적이면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영국 의회의 <참을 수 없는 법>에 대항한 제 1차 대륙회의의 선언문을 받은 영국측은 표면적으로 한 발자국 물러섰지만 미 대륙의 13개주 주요 정치 인사들 중 영국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포섭해서 분란과 분열을 조장시킨다.

대륙회의 의원들은 미국인의 과반수 지지를 받고 있었지만 13개 주 전체 인구 중에 약 15퍼센트 인구가 거주 하고 있던 메사추세츠 서부 지역의 인사들이 선언문에 가장 먼저 반기를 들었고 뒤이어 가장 부유했던 버지니아주에서 소규모 정치 혁명이 시작되었다.

민병대를 조직 하고 무기를 모으는 시민들 항구 곳곳에 도착하는 동인도 회사 배를 불태우며 항거 하자 영국은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언제나 세금은 부과 해야 한다. 절대로 식민지의 저항에 굴복 하지 말고 냉정한 태도로 채택된 주요 법안을 철저하게 이행 하면 결국 저들은 우리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다.'라며 강경한 태도를 취한다.

영국은 보스턴처럼 각 주의 항구에 몰려든 분노한 시민들은 상인과 농부들로 일시적으로 분노하고 집결해서 투쟁하는 것이라고 가볍게 치부 했다.

하지만 현지에 파견된 동인도 회사 보안관들은 사태가 심각하다며 본국에 증원군을 보내 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인들의 저항에 대한 상세한 보고는 영국 의회에 매일 전달 되었지만 의원들은 <참을수 없는 법>의 이행만 밀어 붙이고 있었다.

미국인들의 저항은 날이 갈수록 점점 거세져서 '전쟁으로 영국에 굴복할 것인지 아니면 독립 할것인지.' 결정하라며 주 정부에 대답을 요구 했다.

미국은 보스턴에 주둔 하고 있는 영국군을 철수 하고 식민지인의 동의 없이 식민지에 과세 하지 않는다는 법률 제정을 추진하며 영국에 지배나 종속 되지 않는 미 의회의 주권을 재 확인하겠다고 영국 측에 통보 한다.

영국은 겉으로 평화의 제스처로 응답 했지만 상하원은 반란 상태의 식민지를 영국의 법률과 주권에 복종 시키려면 무력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건의를 국왕에게 제출하고 국왕은 이를 승인한다.

영국은 즉각적으로 보스턴의 찰스 타운의 화약과 케임브리지의 대포를 압수 하려고 했지만 시민들의 극렬한 저항으로 실패로 돌아 간다.

순식간에 4천명의 시민들에게 둘러싸인 영국군은 자발적으로 지원한 보스턴 시민 민병대에 투쟁에 벌벌 떨고 어떤 화약도 대포도 압수 하지 못한다.

영국측은 미 대륙에 시민 복장으로 위장한 정찰 군인들을 파견 하지만 시민들의 예리함에 신분이 금새 탈로 나버린다.

영국은 시민 민병대의 우두머리와 각 주에 흩어진 민병대원들의 주요 인물들을 납치 하거나 체포 할 계획을 세우는 동안 밀수꾼들은 과감하게 유럽에서 총기를 밀수해서 미 대륙 곳곳으로 보낸다.

시민들로 구성된 민병대원들은 애초 부터 구체적인 항거 계획이나 협동 단결 없이 어느날 불쑥 모여든 이들로 구성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장교 출신,해병출신, 정보병 출신 시민들이 합류 하면서 400여명의 병력이 집결하는 특공대의 모습을 갖춰 나간다.

병력을 수송할 소형배들이 속속 강에서 부두로 이동했고 보스턴 일대를 가로 질러 흐르는 찰스 강에 떠 있는 영국 군함으로 향했다.

영국 군함은 즉각 경고를 날리며 소규모 정찰 장교단을 파견 했지만 현지인들만 파악 하고 있는 지형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어떤 정보도 수집하지 못한다.

1775년 4월 18일 영국군은 대포를 보유 하고 있는 콩코드 민병 부대를 비밀리에 공격하기 위해 새벽부터 보스턴을 출발했지만 이미 다양한 첩보 경로로 이 상황을 알아차린 콩코드 민병 부대는 영국군이 도착하기만 기다리며 정확한 위치에서 공격할 대포를 설치한다.

콩코드 민병 부대를 지원 할 세력들이 도착하자 콩코드 민병대는 북소리를 울리며 위치를 알려준다. 영국군은 멀리서 울려 퍼지는 북소리를 통해 민병대원 부대의 규모를 짐작하며 총 6개 중대를 분산 시킨다.

400여명의 민병대원들은 6개 중대 영국군에 맞서서 울창한 삼림 속 50미터 폭의 강을 하나 두고 종대를 유지 해서 대응 사격을 하는 방식으로 맞붙었다.

서로 사정 없이 쏘아 대는 교전 중에 천 여명의 렉싱턴 민병 부대가 합류 하면서 대포를 쏙 시작했다.

전투는 점점 살벌한 양상으로 이어져 농민 출신 부대원들이 휘두르는 손도끼와 몽둥이로 영국군에 달려 드는 동안 영국군의 또다른 중대는 민간인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급습해 불을 지르고 약탈을 하고 있었다.

이 전투에서 영국군은 총 273명의 사상자를 냈고 미국 측 사상자는 총 95명이였다.

군인들과 맞서 싸운 것이 아닌 반란을 일으킨 민중과 맞붙은 전투는 빠른 속도로 13개주 식민지로 퍼져 나가면서 미국 시민들의 가슴에 복수의 열망을 피어 오르게 만들었다.

이 전투는 모든 인종과 계급을 막론하고 오로지 무력 사용 만이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믿게 되고 제2차 대륙회의 소집 일정을 앞당긴다.

1775년 6월 14일 13개 식민지 대표들은 군대를 결성하고 다음날 조지 워싱턴을 총사령관으로 임명해 영국 군과 전쟁 준비에 돌입한다.

미국에서 생산된 자원이 필요했던 영국은 해군함을 보내 주요 항구 지역에 주둔하며 강력하게 대응 했지만 무장한 시민들이 불시에 출몰해서 던지는 수류탄과 언제 어디서든지 날아 오는 총알 세례와 대포에 포위 된다.

대규모로 발발한 벙커힐 전투에서 촘촘하게 전선을 구축하고 대항한 아메리카군 민병대에 무참하게 무너진 영국군이 대패 하며 찰스 타운 넥으로 피신해서 그곳 지역을 일시적으로 점령한다.

오합지졸의 민병대원들이 자잘한 전투에서 승리 하는 동안 영국군은 잘 훈련된 장교와 군 장비로 무장한 군인 오천명을 미 대륙으로 보내고 드디어 보스턴 캠브리지에 도착한 지휘관 워싱턴은 부실하게 운영되고 조직된 군대를 재정비해서 전선 상태를 점검한다.

워싱턴은 보스턴을 공격하는 영국군에 맞서는 것과 동시에 영국군부대의 주요 전선 지역인 캐나다 공략을 계획한다.

1775년 1년 동안 보스턴과 캐나다 퀘벡에서 동시 다발로 전투가 이어지자 보급 물자가 끊어진 영국군이 1776년 3월 황급히 영국군으로 돌아간다.

보스턴에는 더이상 영국군이 나타나지 않게 되었지만 다른 주들은 절반의 승리로만 보고 독립 혁명의 시기로 넘어가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한다.

1776년 외국 세력의 지원을 모색했던 대륙회의 의원들은 타협보다 오로지 독립만이 미국이 살아갈 길이라고 동의 한다.

'모든 식민지가 연합을 하면서 대륙헌법의 범위를 규정해야 한다. 그런 다음 식민지를 각각 주권 국가 또는 다수의 연합 주권국가들로 선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외국과 조약을 맺어야 한다.'


급진파와 온건파 사이에 다양한 이견이 오고 갔지만 결국 1776년 5월 15일 독립 선언문 서문의 초안이 완성된다.

'외국 용병의 도움을 받는 영국 군대가 식민지의 선량한 거주민을 살해 하기 위해 파견됐다. 따라서 식민지 거주민이 영국 왕실의 통치를 받는 정부에 충성 맹세를 바치는 것은 이성과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다.

왕실이 내세우는 권위를 기반으로 한 모든 활동은 불필요하며 제압돼야 한다. 식민지 인민의 권위 아래에서 행사되는 모든 정부 권력은 적들의 적대적인 침략과 잔인한 파괴에 맞서서 거주민의 목숨,자유, 재산 뿐만 아니라 그들의 내부적 평화,미덕, 질서 등을 보존 하는데 적용돼야 한다.'

이 선언문 초안은 프랭클린, 존 애덤스, 토머스 제퍼슨이 기틀을 잡았다.

독립 선언서에는 그동안 영국과 벌여온 갈등의 역사를 상세히 거론하면서 오로지 영국과의 결별만이 모든 시민의 생명과 자유를 지켜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선언문은 각주의 시, 읍, 촌에 사는 이들에게 알려졌다.

'모든 인간은 창조주로 부터 양도 불가한 권리를 부여 받았는데, 생존, 자유, 행복의 추구등이 그러한 권리'라는 문구가 명시된 문장에서 대다수 아메리카인들은 영국에 종속되지 않은 미 대륙의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을 충분하게 이해 하지 못했다.

당시 각주의 부유한 농장주들과 상인들은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수입해서 재산 처럼 소유하고 있었다.


토머스 제퍼슨(1743-1826)이 주장한 독립 선언서 안에 들어간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 했다.]는 문장은 흑인 노예도 백인 주인도 동등한 자유와 평등을 누려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당시 노예 소유주였던 제퍼슨은 어느 면에서 흑인도 백인과 동등하다고 생각했지만 17세기 부터 미 대륙으로 끌려온 노예들이 현재 미국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백인 주류들과 함께 평등한 지위를 누리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제퍼슨은 영국과 프랑스인이 강력하게 구별 지은 피부색은 흑인과 백인 사이의 깊은 불신과 악 감정을 쌓아 올려서 어떤 도덕적 기준으로도 용납 되기 힘든 노예 제도가 미대륙에서 완전하게 사라지기 힘들다는 것을 <버지니아주에 대한 노트>에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제퍼슨의 독립 선언서 초안에는 영국의 국왕을 아메리카 노예제를 영속 시키고 인종간의 갈등과 폭동을 사주 한 자로 지목했지만 대륙회의 에서 이런 갈등의 소지를 유발하는 문구는 삭제 되고 제퍼슨이 주창한 아메리카인의 정서적 유대 관계 자선, 상호 배려, 상호 사랑만이 앞으로 태어날 세대에게 물려줄 자산이라는 것을 상기 시킨다.

1776년 7월 4일 13개 식민지 대표들이 제 2차 대륙회의에서 독립 선언서를 발표한다.


당시 미 대륙의 백인들은 모든 인간의 평등을 주장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나서는 이들이 없었다.


오로지 영국으로 부터의 자유와 부당한 세금 부과에서 벗어나는 것만 미국이 추구해야 할 목적으로 규정했고 대다수 백인들은 자신의 재산은 목숨처럼 지킨다는 기준을 수립했다.

그들은 기꺼이 영국군에 대항했고 노예제를 지키며 재산을 축적하며 영국의 어떤 불의와 피박에도 자신들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을 정도로 투쟁했고 항거 했다.

하느님의 눈 앞에서는 모든 것이 평등해도 미국 백인들에게 흑인 노예의 자산은 영국에게 조차 양도 할 수 없는 권리 였다.

따라서 미대륙의 백인들의 독립은 곧 영광스러운 대의로 영국에 대항하는 전쟁은 운명이였다.


1776년 9월 부터 영국군과 본격적인 전쟁을 벌인 미국은 워싱턴이 이끄는 진지전과 방어적인 전략으로 롱아일랜드-뉴욕 브루클린 하이츠-맨해튼-뉴저지-펜실베니아에서 치열한 전투끝에 결국 허든슨 강에서 대격전을 펼친다.


오합지졸의 부대원들과 취약한 군장비로 힘겹게 전투를 치뤘던 워싱턴은 행군 능력과 행운의 날씨덕분에 델라웨어 강에서 벌어졌던 트렌턴 전투에서 승리한다.

4000여명의 영국군 중 단 오백명의 헤센인과 소수의 용병들만이 강을 건너 도망쳤지만 불어난 강물 속에 갖혀 버린다.

새벽에 프린스턴 으로 치고 올라간 워싱턴 대륙군 은 뉴저지와 뉴브런즈윅 진지에서 도망친 영국 용병 200여명을 생포하고 보급로를 차단해버린다.

1777년 1월 전쟁이 시작된지 오개월 만에 영국군 용병들은 서서히 해체 되어 탈영을 한다. 승리의 깃발을 꽂은 워싱턴 대륙군은 급속하게 퍼지는 천연두로 인해 뉴욕에 발이 묶이지만 예방접종을 하며 전열을 가다듬는다.

5월에 대규모 용병군을 대륙으로 파견한 영국, 막대한 군비용으로 인해 상인과 농장주들의 거센 항의가 빗발치는 미국은 프랑스에 지원 요청을 보낸다.

전쟁의 형세를 조용히 관망했던 프랑스는 머스킷 소총과 탄약, 의약품을 지원하며 영국군의 추이를 살피며 캐나다에 주둔하고 있는 영국 용병들을 미 대륙군들이 밀어버리기를 바랬다.

영국군 용병으로 캐나다에 주둔 하고 있던 독일 용병들은 총 600여명으로 진지를 움직일 때마다 영어를 몰라 지나가는 캐나다 시민의 도움을 받아 가며 지형을 익혀 나갔다.

한달 분의 식량과 보급품만 보낸 영국과 달리 미 대륙군은 6000명에서 7000명까지 병력을 늘려서 캐나다 협곡을 중심으로 전선을 확대 시켜나간다.

독일 용병들에게 미 대륙군이 날리는 대포와 총알 보다 더 무서운 건 캐나다의 울창한 산림에 살고 있는 야생 동물들로 이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을 숨겼다.

600여명의 독일 용병 중에 미 대륙군에게 사살된 이는 60여명정도로 나머지는 야생 짐승의 먹이가 되었다.

영국은 미국 버지니아주를 정복하기 위해 잘 훈련된 5800여명의 장교와 병사 27문의 대포 5000점의 무기, 탄약 기타 군수품으로 무장하고 방어가 없는 전선을 향해 돌진한다.

위싱턴과 설리번이 이끄는 부대의 지역에서 벗어난 빈 곳을 노렸던 영국군은 기습 공격과 퇴각을 반복하며 미대륙 부대를 밀어 붙이며 미 대륙군에 심각한 손실을 입힌다.

영국군의 집요한 공격을 받은 미대륙군 부대원은 놀라울 정도로 천천히 대응하다가 빠르게 퇴각하며 패배 당한다.


하지만 워싱턴을 비롯해 미대륙 군대를 이끌었던 지휘관들은 대영제국을 상대로 공격을 감행 하고 싸운 경험이 '위대한 대의'를 향한 소중한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의 엄청난 저력을 지켜 본 프랑스는 서서히 와해 되고 분산되고 있는 영국 해군의 무기력함을 간파하고 미국에게 손을 내민다.

반면, 영국 측에서 가장 두려워 했던 시나리오는 프랑스가 아메리카 식민지 편에 서서 전쟁을 지원 하거나 참전하게 된다면 대영제국에 대항하는 다른 지역 식민지들의 반란으로 이어져 세계 전쟁으로 불이 붙어 버릴지 모른다는 것이였다.

1763년 7년 전쟁에서 패배한 프랑스 측 전략은 전쟁의 규모를 키워서 영국의 군사 힘을 분산 시킨다는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

프랑스는 영국의 국력은 식민지에서 생산된 물품을 전 세계를 상대로 교역해서 챙기는 막대한 수입에서 나왔기에 식민지들이 독립을 쟁취하는 반란을 일으킨다면 거대한 대영제국의 함대는 침몰하는 순간 프랑스가 북아메리카 대륙에 깃발을 꽂아 유럽의 종주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꿈꿨다.

미국 대륙 회의 측에서는 거대한 영국과 전쟁에 맞붙기 전 해외 군사 원조 세력을 염두 해 두었지만 렉싱턴과 콩코드 전투 그리고 벙커힐 전투를 치르면서 승기를 잡게 되자 협상 상대자는 오로지 영국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만일 전쟁 중에 외국 군대에 항구를 열어 미국 땅에서 여러 국가들의 전투가 일어 날 경우 아메리카 땅은 또다시 다른 세력에 지배를 받게 될 것이라며 벤저민 프랭클린, 벤저민 해리슨, 토머스 제퍼슨, 존 디킨슨 ,존 제이, 로버트 모리스 위원회들이 아메리카의 독립 원조를 지원 하고 싶어하는 유럽 열강 세력의 추이를 예의 주시 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오래전 부터 유럽 열강을 외교적으로 이용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며 비밀 교신 위원회를 가동 시켜서 영국에 대항 하는 세력과 어떤 동맹을 맺을지 고심한다.

영국의 세금 수탈로 골병이 든 미 대륙은 유럽의 어떤 열강 세력에 흔들리거나 종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무역 관계를 어떤 정책으로 추진 해야 할지 유럽 열강과 동등하면서 안전한 관계를 통해 독립의 길로 갈 수 있는 터전을 다져 나간다.

1776년 12월 프랑스 정부와 동맹 교섭을 시도한 토머스 제퍼슨과 벤저민 프랭클린은 다음 해 2월까지 프랑스 측 주요 인사들과 접촉하며 평화 조약과 동맹을 맺는 기나긴 설득 작업에 들어 간다.

프랑스는 미국의 뜻에 동의를 하게 된다면 결국 독립 국가로 인정해 줘야 한다는 사실에 거부 하며 완강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영국과 7년 동안의 전쟁으로 국고 재정이 바닥이 난 상태에서 자원이 풍부한 미국과 우호와 통상 조약을 맺어야만 국가가 회생 할 수 있기에 1778년 2월 동맹 조약을 체결한다.

최혜국 대우를 포함한 상업 조약을 비롯해 프랑스는 서인도제도 식민지의 여러 항구를 개방해서 미국 측 선박에 무제한 통행을 승인한다.

만일 프랑스와 영국이 전쟁에 돌입하게 되면 미국은 프랑스 편에 서서 싸운다는 동맹 조약의 8조에 명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양국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는 영국과 휴전이나 평화 협정을 체결 하지 않는다. 또한 양국은 아메리카 합중국의 독립이 전쟁을 끝내는 공시적 조약에 의해 확실하게 되기 전까지는 무기를 내려놓지 않기로 합의 한다.]

프랑스는 북아메리카 대륙 영국 영토에 대해서 아무런 주장을 하지 않을 것이며, 전쟁 중에 점령된 영토는 아메리카 합중국의 소유라는 점에도 동의 했다.

결국 이 동맹 조약은 아메리카 합중국의 자유와 독립을 인정한다는 의미 였다.

1778년 2월에 체결된 조약은 영국의 평화 타협 제안 보다 한 발 앞서 5월 2일 발효 되어 5월 4일 대륙 회의의 승인을 받았다.

절대로 영국은 아메리카 합중국의 독립을 인정 할 수 없었고 6월 14일 영국과 프랑스는 교전 상태에 들어간다.

대륙이 아닌 해양에서 맞붙는 다면 영국은 프랑스에 커다란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확신 하고 별다른 전략을 세우지 않고 무작정 프랑스 군의 지배를 받고 있는 서인도제도로 군함을 보낸다.

영국 내각의 모든 관료들은 이 계획에 대 찬성했지만 프랑스 함대와 어선이 정확이 몇 척이 주둔 하고 있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국왕과 영국 해군이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동안 지브롤타 해협 근처에서 순찰하던 프랑스 해군은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하다가 영국 해군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회향 한다.

서인도 제도를 사수 하기 위해 8천명의 프랑스 해군은 미 대륙이 아닌 영국측 함대를 목표물로 정했다.

프랑스 군의 지원을 기다렸던 미 대륙의 워싱턴 장군은 군부대를 이탈하는 탈영병들과 추운 겨울의 날씨 속에 고군분투하고 있었다.군용과 마차가 부족한 시대에 지원 물자를 수송하고 보급 받는 것 조차 힘들었다.

식량과 의복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워싱턴은 주둔 지역 농장주들이 소유 하고 있는 식재료들이 영국군 손에 넘어 가는 것보다 이 땅을 지키는 군인들에게 보급해 달라며 식량을 제공한 이들에게 영수증을 끊어 준다.

영수증 발급을 통해 군인들의 식량과 말의 사료를 얻으며 겨울을 이겨내는 동안 벤저민 프랭클린의 지략으로 독일 프로이센에서 훈련 교관인 슈토이벤 남작을 데리고

온다.

슈토이벤 남작은 아메리카 대륙군에게 사격과 제식 및 기동 훈련법을 가르치며 대형 교전 전투의 밀집 훈련까지 전수 했다.

체계적인 훈련과 풍부한 식단으로 군부대원은 활기를 띄었고 영국에 대항하는 전투에 참전 하는 건 곧 '영광스러운 대의'라는 점을 상기 한다.

5월 드디어 프랑스에서 보낸 라파예트 후작은 정찰 부대원들과 함께 도착해서 필라델피아에서 신속하게 이동 중이였던 영국군을 대파 한다.

프랑스 군은 워싱턴 장군이 이끄는 군부대와 함께 포지 계곡에서 동쪽으로 이동해 델라웨어 강을 건너 몬머스 법원 청사에서 영국군과 맞붙는다.

왼쪽에는 울창한 숲이 오른쪽에는 거대한 언덕이 자리한 지형에 다다른 아메리카 군의 전선 앞에는 늪 지가 펼쳐져 있었다.

늪 지에서 공격을 하는 자와 당하는 자 모두 점멸 할 수 있기에 화력에 집중해 일격을 가하는 총공세만이 살아 남을 길이 였다.

계곡을 지나 협곡까지 올라간 영국군은 오후 6시 쯤 되자 기력이 떨어져서 협곡 아래로 내려 가지 못한 채 멀리서 워싱턴 군부대의 대포만 바라 본다.

워싱턴 군부대원들도 지칠대로 지쳐 있었고 양측은 이날 모두 무기를 무장 한 채 협곡과 늪 지대 바로 앞에서 밤을 지새우다가 결국 영국이 워싱턴 군을 추격하지 않고 회군 한다.

불필요한 전투를 치르지 않은 워싱턴은 프랑스 군과 함께 영국의 지뢰밭이 될 로드아일랜드 뉴포트로 향한다.

이곳의 전략적 위치를 간파 했던 영국은 1776년 12월 이곳 항구를 점령했다.

로드아일랜드 주민인 민병대원들까지 합세한 전투는 거주 지역 파괴는 물론 거주민의 3분의 2가 사라질 정도로 격전이였다.

서인도 제도에 주둔하고 있던 프랑스 해군 8000명까지 합세한 전투에서 처절하게 패배한 영국군은 미 대륙 전선으로 인해 텅빈 서인도 제도로 함대를 돌려 항구를 급습한다.

대포 몇발로 단 하루 만에 승기를 잡은 영국 해군은 프랑스 군이 회생 하지 못하게 부셔 버리고 본국으로 돌아 가고 프랑스 군은 영국이 또 한번 공격 하더라도 방어하지 못할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1779년 1년의 휴전 기간 동안 영국은 프랑스와 동맹을 맺은 아메리카 대륙에 분열을 조장 하기 위해 남부 지역을 공략한다. 영국은 거대한 농장과 흑인 노예를 소유 하고 있던 남부의 대지주들은 영국 국왕에 충성스러운 이들이라고 믿고 아메리카 독립 전쟁에서 승리 할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 잡힌다.

남부 지역에는 다수의 영국인 후손들이 살고 있었지만 프랑스 신교도들과 흑인 노예들의 숫자가 빠른 속도로 앞섰고 소수의 스페인계 후손 그리고 독일계들로 분포 되어 그다지 영국에 대한 충성심이 깊지 않았다.

앞선 교전에서 영국 용병들의 잔혹한 실상과 마을 곳곳에 불을 질렀던 만행을 목격했던 주민들은 필사적으로 싸울 태세를 갖추고 견고한 요새를 구축한다.

시민 민병대들은 참호를 파서 사격 연습을 했다.

서로의 필사적인 생사를 건 찰스턴 공성전 에서 영국군 포병대는 100개의 산탄과 226그램 짜리 중포탄과 파열성 포탄의 정확한 목표물 조준 파괴로 지역을 함락하고 포위한다.

목조 가옥들이 불에 타지 시민들은 칼을 빼들고 영국군에게 달려 들었다.

영국군은 놀라울 정도로 적은 수의 사상자를 내며 대륙군의 다양한 무기와 식량을 차지 하지만 3일 뒤 의문의 폭발 사고로 영국과 대륙군, 용병군, 주민들의 목숨을 빼았아 갔다.

영국측 편에 선 사우스 캐롤라이나 백인 대지주들과 일반 시민들 사이에 소규모 공격이 발생 하면서 대륙에서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영국이 남부를 지배할 병력 수를 늘려서 총 2043명의 정예병을 투입 시킨다.

남부를 사수 하기 위해 버지니아 민병대가 영국군을 향해 진격했지만 고도로 훈련된 영국측의 명 사격수 공격에 겁을 먹고 총과 무기를 내던지고 도망쳤다.

캠던 전투에서 승리한 영국은 이제 남부 지역을 거점으로 대륙군을 기다리며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식민지 독립을 위해 아메리카 인들은 기꺼이 피를 흘리며 영국에 저항했다.

미 대륙에서 활 활 타오르던 혁명의 불길을 구경하던 프랑스와 스페인은 영국 해군의 힘을 뒤 흔들 기회라 생각하고 비밀리에 미 대륙을 지원한다.

1770년대 영국의 힘은 막강했고 이들이 쥐고 있던 해상 무역 항로는 견고 했지만 이를 유지 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줄인 식민지 미 대륙의 독립 열기로 인해 영국 전력은 분산 되고 있었다.

미 대륙이 유럽의 종주국으로 다시 부상하고 싶어하는 프랑스와 손을 잡는 순간 미 대륙의 독립 열망의 불꽃은 대륙과 대륙간의 거대한 전쟁으로 번져서 권력의 중심축을 뒤흔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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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2-21 23: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국을 도왔던 프랑스군의 가슴에도 혁명의 불꽃이 탁🔥
켜졌겠죠?🤭

scott 2022-02-21 23:20   좋아요 5 | URL
프랑스는 영국의 독주(식민지 경영으로 막대한 이득을 취하는)를 막고 싶어 했고 미대륙을 다시 차지 하고 싶어 했습니다

내부에서 터진 혁명의 불꽃이 아메리카인들 끼리도 치열하게 싸웠던 야만의 시대 ㅎㅎㅎ

mini74 2022-02-21 23: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권에 보스턴 차사건이 나오는군요. 전 프랑스가 군사적 도움뿐만 아니라 후에 자유의 여신상 선물한거 보고 정말 영국을 엄청 싫어하는구나 했어요 ㅎㅎ 너무 알차고 재미있어요 *^^*

scott 2022-02-21 23:21   좋아요 5 | URL
영국 엄청 싫어 하면서도
프랑스 인들도 정치적 군사적으로 오합지졸 ㅎㅎ
두나라 모두
서인도 제도에서 노예와 자원들 무한으로 착취하는 걸로 배불리 살았네요!

미니님 꿀잠! 굿 나잇 ^ㅅ^

희선 2022-02-22 01: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했는데 거기에 노예는 있어야 한다고 하다니... 나라에 내야 하는 세금도 있고 영국에도 세금을 내야 한다면 내기 싫겠습니다 그러니 독립을 해야죠 프랑스는 영국 힘을 줄이려고 미국을 도와주는군요 그러면서 다른 뜻도 갖고 있다니... 본래 그런 거기는 하네요 오래전 삼국시대 때 다른 나라 힘을 빌렸을 때 그 나라에서 뭔가 바라기도 했으니...


희선

scott 2022-02-22 15:56   좋아요 1 | URL
노예를 자산으로 생각한 남부와 기술과 산업 혁명 금융으로 부를 일으킨 북부와 개인의 인권과 자유에 대한 시각차가 너무나도 컸습니다
이런 시각차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이제는 제3세계에서 건너온 불법 이민자 저개발국 노동층)
희선님 말씀처럼 세금을 양쪽에서 뜯어가면서 영국은 미 대륙을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자원만 야금 야금 수탈 하려다가
민중의 힘으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가
엄청난 유혈 전쟁을 벌인!
프랑스를 끌어 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서로의 이익 다툼이죠...


페넬로페 2022-02-22 01: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보스턴 차사건은 워낙 유명해 기억이 나네요. 영국은 정말 야심과 그 야욕을 전 세계에 뻗은 악명높은 나라예요^^
미국의 독립선언문이 자유를 지향하지만 그들이 흑인노예에게 자행한 폭력은 정말 끔찍합니다^^

scott 2022-02-22 15:59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영국의 야욕으로 현재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전세계 곳곳을 자신들의 이권 다툼으로 국경 선도 맘대로 긋고
전쟁 약탈 수탈은 해적질로 제국을 일으킨 이들이 뻔뻔하게 전쟁으로 세계패권을 쥐락 펴락!

인권이라는 개념이 애초에 없었습니다
남녀 평등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하인과 하나의 테이블에세 식사를 하지 않은 상류 계층이 나라 전체를 움직여서
남부인들의 시각과 놀랍고
가축 처럼 대해서 충격 받았습니다 ㅜ.ㅜ

거리의화가 2022-02-22 09: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보스턴 차사건이 주요 사건으로 다뤄지는 이유가있었네요 사건을 둘러싼 전후과정을 상세히 전달해주니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인이야기 읽을 이유가 충분한 책인 듯해요 스콧님 리뷰 읽으니 구매욕이 더 뿜뿜합니다ㅋㅋ

scott 2022-02-22 16:01   좋아요 2 | URL
2번째가 1권보다 분량도 많고 전쟁의 양상(내전까지 번지다가 유럽 으로 불이 붙는)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앞 뒤 전후 맥락을 잘 살펴서 읽고 있습니다
3권까지 현재 출간 되었는데 매달 출간 해서 12권 뚝딱 완간 되길 바랄 뿐입니다. ^ㅅ^

새파랑 2022-02-22 09: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돈보다는 자유가 더 중요한 거겠죠? 자유를 찾아 떠난 미국인들에게 자유의 억압은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역사 전문가 스콧님~!! 클래식은 저리가라 입니다 ^^

scott 2022-02-22 16:08   좋아요 2 | URL
자유 보다 돈!
자유를 찾아 떠나서 넓은 땅 일궈 번 돈!
배타고 건너온 이들에게 기냥 줄수 없음!ㅎㅎ

클래식!
요즘은 듣기만 하고 있습니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