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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me (Hardcover, Deckle Edge) - Stories
Carol Janeway / Alfred a Knopf Inc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1945년 연합군에게 항복을 선언한 나치당은 그해 9월 10일자로 당은 해산 되었고 곧이어 뉘른베르크 재판(45년 10월18일 24명의 전범들의 기소장 제출을 시작함)에서 범법행위를 판결 받은 당원들과 고위급 관료들 수백명의 관련자들을 법정에 세운다.
처벌을 피해 남미,아프리카지역으로 도망간 이들을 색출하고 법정에 세워서 선고하고 집행했다.(403차의 공판을 거쳐서 1946년 9월30일-10월 2일 동안 형을 집행함)
그후 독일은 제3국과 관련된 상징물(특정지역,인종,종교을 비하하는것)을 사용하는걸 법적으로 전면 금지 시켰다.
단, 소설이나 영화,학술서,역사서는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대다수 독일인들에게 '전쟁'이라는 단어는 '원죄'(Original sin)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이들 삶에 보이지 않은 파편처럼 박혀 있다.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나치가 저질렀던 극악 무도한 범죄들, 강제 수용소등의 이야기를 꺼내면 고개를 끄덕이며 '그때의 독일인들과 현재 독일인들은 다릅니다.'라는 답변이 일률적으로 나온다.
그럼 더이상 그들에게 전범국의 민족이라는 원죄가 영원히 지워졌을까?
그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는 피해자라는 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
극악하고 잔인했던건 인정하겠지만 우리를 그렇게 만든건 너희들이다라는 항변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특히 이민자들 외국인들에 대한 협오는 법과 제도로 탄탄하게 옥죄서 법에 의해 제재하고 구속해버린다.
그래서 독일인들에게 원죄(Original sin)는 자신의 행위로 비롯된 죄가 아닌 '당신 때문에 저질렀어!'라는 무시무시한 항변이라는 의미다.
이책의 저자는 독일 형법 전문 변호사 Ferdinand Von Schirach로 자신의 삼촌과 조부는 친나치당원으로 오른손의 일부를 베어서 피로 맹세하며 수천명의 외국인들과 유태인들을 죽인 범죄자들이였다.
삼촌은 도망중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조부는 뉘른베르크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기소장의 4가지 소인과 상관없이 나치당 정치위원회원들,게슈타포,총통보안부대,친위대는 죄질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처벌/사형함)
그는 형법 변호사로 일하면서 가장 먼저 듣는 질문 '어떻게 살인자들을 변호할수 있나요?'라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당신도 누군가를 죽일수 있으니까'라고 답한다.
그답에 대한 11가지 사건파일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그가 보여주는 사건들을 따라 가다보면 '살인을 저지를수 밖에 없었다'라는 의문과 함께 흉악범,살인자들 그리고 피의자 모두 사람이기에 그들의 삶속을 파고들어가면 그들의 죄(Guilty)에 법이 과연 정의로운 심판을 내릴수 있을까?반문하게 된다.
그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생의 실타래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자.
세르비아 병사는 이리나(보스니아)의 오빠를 총살하고 그녀를 강간하고 목을 졸랐다.
그후 이리나는 구사일생으로 목숨만 간신히 건져서 베를린을 떠돌며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남자와 동거하며 손님을 받는다.
어느날 베를린 지역구 의원이 행위도중 사망을 해버리자 시신을 토막을 내서 어딘가에 파묻어버려버린다. 매춘과 불법이민자라는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두려워서 저질러 버린 일이였다.
법의학자의 부검 결과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 이라는걸 확인 받고 변호사는 의원의 매춘행위 또한 불법이였다며 자기 방어에 의한 살해였다며 인종청소를 피해 도망온 한여인의 행복과 평화를 짓밟지 말라는 변론을 펴서 무죄로 이끌어낸다.
이외에 다른 여러 사건들을 통해 저자는 '자기 방어'와 '행복'에 대한 권리를 내세우며 범죄에 대한 형량을 정확하게 판결할수 있는지 반문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당방위성의 권리를 논하기에 각각의 사건들이 에피소드적이여서 개개인의 인생,살아온 흔적들을 깊게 살피며 수궁하기에는 힘들다.
변호인단들의 논리를 곰곰히 따져보면 마치 기나긴 전쟁의 페허 속에 독일인들은 이민자들,불법 체류자들에게 이정도로 관대하게 대하며 이미 우리는 원죄를 씻어버렸다는 소름끼치는 그들만의 항변으로 귀결된다.
사람을 죽이고 한 가정을 짓밟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범죄자들에게 '위증과 형량을 따지지 않고 당신도 이사람의 인생을 살아봤다면 그럴수 있어.'라는 논리를 편다면 과연 법의 심판은 왜 필요한지 저자에게 묻고 싶다.
이책은 출간 즉시 독일전역에서 베스트 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영미권으로 출간 될때 '스킨 헤드족' 이나 여성 속옷,은밀한 신체부위( 인종을 비하하는)의 속어나 은어들이 지극히 점잖고 표준적인 단어들로 교체 번역되어서 출간됐다.
독일은 전범국가라는 흔적을 지우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자신들의 민족적 가치와 문화 제도를 뒤흔들지 못하게 법과 제도로 꽁꽁묶어서 '자기방어'(개별적/집단적)와 '정당 방위'(위법성,책임성/공포ㆍ경악ㆍ흥분ㆍ당황까지 포함)라는 형법상 국가와 민족을 보존하고 있다.
형법 변호사가 썼다는 이 책을 읽고 깊히 동감했다는 독일인들을 만나면 그들과 다른 나,우리는 언제 어느나라에서 무고하게 다른 민족에게 희생될수도 있다는 경고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