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정호승 지음, 황문성 사진 / 비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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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도서관에서 정호승시인 강연회가 열렸다. 시인은 강연시간보다 2시간 먼저 도착해 직원 몇명과 함께 식사하고, 햇살 좋은 카페에서 차도 마시는 여유를 가졌다.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데 시인에게서 삶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나이듦의 아름다움, 고요한 마음으로 관조하는 여유로움을 느꼈다.

 

행사는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강의 주제는 '10대에게 힘이 되어주는 한마디' 였다. 10년 뒤에 내가 무엇이 되어 있을까를 지금 항상 생각하라, 인생은 자기가 생각한 대로 된다,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 꿈을 꾸어라는 내용이다. 시인의 시와 노래가 어우러진 강연에 학생들은 감동하고 몰입했다. 같은 이야기를 부모가 말하면 잔소리가 되지만 시인의 말 한마디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도서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정호승 저, 비채)'는 시인의 강연 내용을 풀어 놓은 책이다. 시인의 산문 읽는 즐거움은 군더더기없는 간결함과 따뜻한 시선이다. 추천사에 남긴 이해인 수녀님의 글은 이 책을 대변한다. "세상을 끌어안는 따스한 마음, 현실을 깊이 통찰하고 재해석하는 예리한 시선, 탁월한 시적 표현으로 가득한 다양한 빛깔의 이야기는 읽는 이를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줍니다. 진솔하고 정직한 자기성찰,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만들 줄 아는 사랑을 다시 배우며 우리도 좀 더 올곧게 살고 싶은 갈망을 불러 일으킵니다."

 

가끔 우주의 크기를 생각해 보라는 첫 제목은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와 작고 미미한 존재인 나를 대입하며 욕심을 버리라는 말을 한다. 눈앞의 사소한 일로 고민할 때 우주와 지구의 크기를, 나의 존재를 생각하면 위로가 된다. 마음만은 우주를 담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품자. 견딤이 있어야 귀하게 쓰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지금 이 시간은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 중에 가장 젊은 시간이라는 말도 와 닿는다. 고등학교 3학년인 내 아이는 요즘 공부해도 오르지 않는 성적 때문에 힘들어한다. 이 책에 나온 진주를 품은 조개이야기를 들려주며 상처와 고통을 인내해야 비로소 아름다운 진주가 만들어진다고 위로했다. 천국을 맛보기 위해서는 네가지 양념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가 많이 들어온 '단순함, 절제, 소박함, 작은 것에 만족함' 이다. 종교를 떠나 현재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기억하면 좋을 구절이다.

 

76개의 글 제목이 각각 한 편의 시다. '삼등은 괜찮지만 삼류는 안 된다, 새들은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 인생은 자기가 생각한 대로 된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길이 끝나는 곳에 길은 있다.' 기분이 울적할 때, 나만 뒤쳐지는 느낌일 때, 울고 싶은 마음일 때 책을 펼치면 위로가 된다. 우리집 서가 한 켠에는 내가 뽑은 '아름다운 책' 코너가 있다. 신영복의 담론,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안도현의 백석평전, 밀란 쿤데라의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이 있다. 이 책도 포함해야겠다. 좋은 책 한 권은 삶의 멘토가 될 수 있는데 이 책이 그렇다.

 

강연회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시인의 전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책을 한권씩 나눠줬다. 강연이 끝난뒤, 학생들은 여운이 있는지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200여명의 학생들은 선생님의 사인을 받으려고 긴 줄을 섰다. 선생님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함에도 밝은 미소로 한명 한명 정성스러운 사인을 해주신다. 내가 받았던 감동 이상으로 학생들도 감동했으면 좋겠다. 지칠 때 펼쳐보면서 힘을,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

 

다음 강연회는 큰별샘 최태성선생님이다. 학교에 공문을 보냈는데 150명 접수에 당일 선착순 마감되었다. 도서관이 단순히 개인 책을 가져와 공부하는 곳이 아닌, 좋은 작가를, 좋은 책을 만나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먼저 했으면 좋겠다.     

 

젊은 느티나무에게 고백함 / 정호승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이

젊은 느티나무의 마음으로 만들어진 것을

알아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무량수전 무거운 기와지붕을

열여섯개 배흘림기둥이 받치고 선 까닭이

천 년 전

느티나무가 사랑했던 모란 때문임을

늦어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오늘 홀로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느티나무 무늬로 남은 모란꽃을 쓰다듬어봅니다

오늘부터 다시 천 년 동안

무량수전 열일곱 번째 배흘림 기둥이 되어

당신을 받치고 서 있겠습니다

 

 

봄  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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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7-05-07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호승 시인 강연회를 하셨군요. 청소년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었을 듯~ 멋져요!♥

순오기 2017-05-07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광주 강연에서 조근조근 하시는 말씀에 인품이 묻어나듯 잔잔한 감동을 받았어요! ^^

세실 2017-05-07 15: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잘 지내시지요?
조근조근, 따스한 미소.....여운이 있는 분이세요.
학생들이 많이 좋아했고, 많이 행복해했어요. 덕분에 보람도 있었구요^^
편안한 오후되세요!

yureka01 2017-05-07 15: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하는 시인중에 한분이랍니다.^^

세실 2017-05-07 15:19   좋아요 0 | URL
만인의 연인 같은....
가까이서 뵈니 더 좋아지는 시인입니다.
아련한 추억도 떠올리게 하는....ㅎㅎ

단발머리 2017-05-08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강의가 중고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일텐데... 정호승 시인님의 따뜻한 마음이 학생들에게 잘 전해졌나봐요~~~ ㅎㅎㅎㅎ

세실 2017-05-10 22:16   좋아요 0 | URL
그쵸? 시인님이 아이들 속으로 쏙.....마치 아이돌 가수를 대하듯 반응이 뜨거웠답니다.
요즘 도서관 인기가 많아졌어요. 기분 좋은 현상이죠.ㅎㅎㅎ

페크pek0501 2017-05-13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를 오디오북으로 들었어요. 위의 책도 형식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둘 다 제목이 참 좋죠?

세실 2017-05-18 22:34   좋아요 1 | URL
이런 댓글을 이리 늦게 답니다~~
네 두 책이 먼저 나오고 늦게 나오고의 차이랍니다. 힘이 되어준 한마디가 좀더 임팩트 있어요.
쉬우면서 간결하고, 기억하면 좋을 구절들이 많아요.
힘들때 꺼내보면 좋을.....
환절기 잘 지내시지요?

펠릭스 2017-06-04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세실 2017-06-04 20: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님 글도 잘 읽었습니다. 내공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 김용택의 꼭 한번 필사하고 싶은 시 감성치유 라이팅북
김용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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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는 전국의 공공도서관에서 도서관주간(4.12-18) 행사가 열린다. 우리도서관에도 정호승시인 강연회와 가족 독서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어제, 섬진강으로 독서탐방 장소를 사전 답사했다김용택 시인이 살고 있는 진메마을에서 구담마을로 이어지는 시골길에는 고운 홍매화와 노란 산수유가 곱게 피었다. 올망졸망한 꽃송이와 은은한 매화향은 가던 길을 종종 멈추게한다.

 



김용택 시인이 어릴 때 살던 집은 섬진강이 보이는 양지바른 언덕에 자리 잡았다
. 기와지붕에 자그마한 대청마루는 소박하지만 정갈하다. 뒤편에는 새로 지은 서재와 실제 거주하는 집이 있다. 섬진강은 눈부신 햇살을 듬뿍 받아 반짝거린다. 대청마루에 놓여있는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며 시인을 기다리는데 내 마음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도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김용택 저. 예담)’ 는 시인이 고른 독자들도 꼭 한번 필사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엄선한 101편의 시와 독자들이 뽑은 써보고 싶은 김용택 선생님의 시 10이 실려 있다. 책은 왼편에는 시, 오른편은 빈 공간으로 구성되어 필사가 가능하다. 학창시절에 예쁜 노트에 시를 베껴 쓰던 감성이 살아난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의 나레이션으로 들려준 김인육 시인의 사랑의 물리학은 첫사랑의 아련한 향수를 떠올린다. 내 첫사랑은 고등학교때 옆 남학교 학생으로 참 잘 생겼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라는 노랫말처럼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를 좋아하는 남자애의 친구였다. 밤을 지새워 편지를 써서 보냈는데 돌아온 답은 '나는 여자보다 친구가 중요하다' 그날 나는 여자 친구를 붙들고 대성통곡하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못할 첫사랑은 싱겁게 끝.났.다. 그때 그 남자애는 공부를 못했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더라. 대학을 안갔다는 말도 있던데...어떻게 살고 있을까?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시는 대부분 낯익다. 백석의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최영미의 선운사에서’, 파블로 네루다의 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 정호승의 수선화에게등 익숙한 시라 반갑다. 김용택시인의참 좋은 당신은 특히 좋아하는 시다. 다이어리에 적어 놓고 매일 들여다본다.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늦은 저녁, 시 한편씩 필사하며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한다. 이제는 사랑에 관련된 시를 읽어도 감정이 무뎌져 감흥이 덜하다. 소녀적 감성을 유지하려면 노력이 필요할듯. 여성도 남성도 아닌 어정쩡한 중성은 싫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를 읽으니 마음이 고요해지고 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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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03-25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필사하는 책이 유행인가 봐요.
저도 필사 노트를 마련해 놓고 쓰곤 했는데 요즘은 안 하게 되네요. 팔이 아프다는 핑계로... ㅋ
필사가 좋은 공부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해요.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만나면 알라딘에서 준 예쁜 노트에 필사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네요.

세실 2017-03-26 22:4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왼쪽에 시, 오른쪽에 필사하는 빈공간...독자를 위한 맞춤 책이예요.
저두 이번에 알라딘에서 필사용 노트 받았는데 이뻐요.
독서클럽 노트로 사용하려구요. 기억하면 좋을 구절을 적어서 가급적 외우는걸로~~~~ 가능할거야요^^

낭만인생 2017-04-06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보고 싶네요.. 동화 같은 분위깁니다.

세실 2017-04-07 09:22   좋아요 0 | URL
그쵸. 4월에 가면 특히 예쁜.....
청주에는 벚꽃이 한창입니다. 이번주가 클라이막스^^
 
뭘 해도 괜찮아 - 꿈을 찾는 진로의 심리학 사계절 지식소설 8
이남석 지음 / 사계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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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 시골의 공공도서관에 근무할 때 두 도서관이 함께 독서캠프를 한 적 있다. 내가 제안했기에 주도적으로 움직였다. 각 도서관에서 50명씩 참가했다. 100명을 데리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데, 다른 도서관 사서는 마치 남의 일인듯 여유있게 책 읽는 모습에 황당했다. 밤에 아이들은 "배가 아프다, 눈이 아프다" 하면서 잠시도 그냥 두지 않았다.  어떤 아이는 얼굴이 퉁퉁 부어 오르는 알러지였고, 한밤중에 부모가 데려갔다. 독서캠프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다.

 

우리도서관에서 여름방학에 독서캠프를 계획중이다. 전 관장님 전임지였던 수련원에서 추진하기로 우리 부서가 신설되기전 이미 계획이 세워졌다. 중학생 대상으로 자그만치 80명이다. 나는 행사를 추진할때 자료를 참고한다. 다른 도서관 운영 사례나 관련 책을 보면 도움된다. 사서들이 머리를 맞대지만 담당자 이외에는 별로 관심없다.북한군도 무서워한다는 시크한 중학생은 특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주입식 수업보다는 함께 활동하고 발산할 무언가 필요하다. 지난 드림스피치 리더십과정을 운영했을때 어떤 아이는 과정중 하나인 캘리그라피 수업 때문에 왔다고 하더라. 이번 독서캠프는 래프팅, 캠프파이어도 포함되었다.

 

예산 중 강사료가 있어 작가강연회를 두 꼭지 넣었으면 하고 고민하는데 도서 '뭘해도 괜찮아(이남석 저. 사계절)'가 눈에 띈다. 부제목이 '꿈을 찾는 진로의 심리학'이다. 이번 독서캠프의 컨셉인 진로 독서캠프 타이틀과도 잘 어울린다.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 태섭이다. 태섭의 엄마는 나와 비슷하다. 성적표를 보면 충격을 받아 공부하는 방법, 자세, 생활태도의 문제점에 대해 잔소리를 퍼 붓는다. 아이의 축 처진 어깨를 보면 안쓰러워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되지, 너는 할 수 있어" 하면서 다시 막연한 기대를 한다. 

 

태섭이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다. 공부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친구들과의 관계가 좋다. 태섭의 고민을 들어주고 도와주는 김영아 사서선생님도 있다. 김영아 선생이 수업시간에 읽어준 장정일 시인의 'job뉴스'가 눈에 들어온다.

 

봄날,

나무 벤치 위에 우두커니 앉아

<job 뉴스>를 본다.

 

왜 푸른 하늘 흰 구름을 보며 휘파람을 부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호수의 비단잉어에게 도시락 덜어 주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소풍 온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듣고 놀라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비둘기 떼의 종종걸음을  가만히 따라가 보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나뭇잎 사이로 저며 드는 햇빛에 눈이 상하는 것은 job이되지 않는가?

왜 나무 벤치에 길게 다리 뻗고 누워 수염을 기르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이런 것들이 40억 인류의 job이 될 수는 없을까?

 

태섭은 "그거야 돈을 받을 수 없으니 직업이 될 수 없지."라는 말을 한다.

나는 고등학교때 선생님의 한마디에 얼떨결에 도서관학을 전공했다. 사서가 되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책은 대학때부터 읽기 시작했다.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인 나는 자료실 근무보다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동적인 업무가 적성에 맞았다. 다행스럽게 주로 행사를 담당했다. 27년째 근무하고 있지만 내 직업이 좋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좋다.   

 

가끔 아이에게 위인전을 추천하는 이유는 성공의 결과보다는 과정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다.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고난을 이겨내고 더 큰 성장을 위해 도전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김영하 선생은 태섭에게 링컨 위인전을 권한다.

 

나는 실패할 때마다 실패에 담긴 뜻을 배웠고, 그것을 징검다리로 활용했습니다. 악마는 내가 실패할 때마다 '이제 너는 끝장이다.'라고 말했지요. 그러나 신은 내가 실패할 때마다 '이번 실패를 거울 삼아 더 큰 일에 도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악마의 속삭임보다 신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어요. 그래서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더 큰 꿈을 향해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태섭이는 여자친구 규리와 학교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하면서 즐거움을 찾는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부모의 걱정 이상으로 자신의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부모는 아이를 믿어주고, 격려해주면 되는데 생각만큼 되지 않는다.

 

내 아이는 고3이다. 과묵한 편이지만 가끔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웃음을 날리며 제법 인기가 있다. 아이의 꿈은 유재석, 정형돈처럼 방송인이란다. 나는 한 귀로 듣고 흘려 버리며, 일단 대학에 가라고 일축한다. 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 고민하기 보다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 밥벌이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가 주도적으로 살아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평생 직장이 드물고 안정성도 크게 낮아질 것이다. 빠르게 배우고, 적응하는 유연한 사고와 다양한 능력이 매우 중요해진다. 허황된 꿈일지라도 도전해보는것도 괜찮겠다. 일단 대학에 들어간 후에!

 

책은 소설의 형식을 빌어 아이들의 진로와 심리를 아우르고 있다. 제목이 특히 마음에 든다. 아이들은 어쩌면 이런 책을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책을 통해 아이들과 진로에 대해,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괜찮겠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어떤 진로 강사는 이 책으로 진로교육을 하고 있다. 첫날 진로 강사를 초청해서 아이들과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다음날 작가를 직접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당장 섭외해야겠다!

 

요즘 나의 직업은 사서가 아닌 엔터테이너 회사 실장인듯 하다. 명사초청 강연회 프로그램을 위해 명사 5명 섭외중이고, 4월 도서관주간, 5월 가족어울림 한마당에 각각 작가를 섭외해야한다. 다행히 박철범님, 김수영님, 정호승님, 채인선님 섭외 완료. 손미나님, 최태성님 조율중이다. 퇴직 후 회사를 차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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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7-03-22 0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바쁘게 즐겨 일하는 세실님~ 좋아요!!♥

세실 2017-03-23 09:45   좋아요 0 | URL
언니 잘 지내시지요^^
아름다운 봄이예요~~~
 
짝퉁샘과 시바클럽 시공 청소년 문학
한정영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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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조금은 부담스러우니 나도 어쩔수 없는 꼰대 어른인가 보다. '시바'라는 단어가 걸린다. 요즘 심하게 예민한 우리집 수험생 아이는 괜찮단다. 작가도 변명하고 싶은듯 친절하게 부연 설명을 한다. 주인공 미소의 엄마가 좋아한다는 시바여왕은 성경에 나오는 인물이다. 시바여왕이 낳은 솔로몬의 아들이 에티오피아를 건국했다는 전설이 있고 미소가 시바의 여왕처럼 아름답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란다. 청소년에게 다가서려는 저자의 노력이 엿보인다. 중학생 대상 독서캠프를 기획중이라 청소년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도서 '짝퉁샘과 시바클럽'은 영어 발음이 촌스러운 짝퉁샘과 문제아 태극이, 이들의 수상한 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결성한 시바클럽의 미소, 다림, 세민을 중심으로한 성장 소설이다. 김밥집을 운영하는 아빠와 단 둘이 사는  미소. 정이 많고 유머러스한 아빠는 미소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 태극이의 셔틀이며 엉뚱한 성격의 다림이와 소심하고 마마보이이며 반장인 세민이가 등장한다. 문득 어릴적 친구들이 떠오른다. 언니처럼 보듬어주던 은주, 옆집에 살던 키가 큰 은숙, 얄미운 짓을 해서 가끔 왕따를 시켰던 은영이....시골에 가면 두명의 친구들이 여전히 살고 있는데 이젠 연락을 하지 않는다. 가끔 만나면 왠지 서먹하다. 

 

짝퉁샘은 월남전에 참전했고 베트남에 두고 온 부인과 아이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다문화 가정의 태극이를 살뜰히 보살핀다. 아이들은 태극이에게 유난히 관대한 짝퉁샘과 두 사람의 관계를 오해한다. 태극이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 친구들 사이에 불법 심부름센터를 운영한다.  

 

빌게이츠는 "태어날 때 가난한 것은 내 죄가 아니지만 늙어서 가난한 것은 내 죄다" 라는 말을 했는데 수긍하기 어렵다. 도서 ' 88만원 세대' 에서 보듯이 젊은 청춘들이 편의점이나 햄버거집에서 일하지만 최저 임금밖에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결혼하면 집 장만과 자녀교육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평생 빚을 져야 한다. 내 주변의 사람들도 아이들 대학 교육까지 마친후, 퇴직할 즈음에야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 

 

태극이의 미래는 사실 암울하다. 빚이 많고 건강하지 않은 부모님, 다문화 가정....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극이가 웃을 수 있는 이유는 태극이를 아들처럼 보살피는 짝퉁샘, 한때 절친이었고 핑크빛이 감도는 따뜻한 미소,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준 다림, 세민, 본오까지....친구는 내 삶을 따뜻하게 해주는 빛이다. 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비타민이다. 

 

내일 대학 친구들과 예술의전당에서 만나 함께 밥을 먹고 오르세미술관전을 관람하며 커피를 마실 예정이다. 한 명은 최근에 부인과 수술을 했고, 한 명은 디스크가 심해 오래 만나지는 못하지만 1년에 두 번은 보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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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빅터 - 17년 동안 바보로 살았던 멘사 회장의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레이먼드 조 지음, 박형동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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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서관은 겨울방학에 중학생 대상으로 드림스피치 리더십 과정을 신설 운영했다. 수업 중에 도서 바보 빅터를 읽고 리더의 덕목을 주제로 하브루타 토론하기, 신문 만들기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책 속 리더의 덕목으로 용기, 자기 믿음, 포기하지마라, 자신감, 책임감 등을 꼽았다. 신문 만들기는 학생들이 모둠으로 참여해 마음에 와 닿는 문구, 책 속 등장인물의 성격을 분석하고 성공 비결을 적었다. 함께 참여하고 소통하며 과제를 해결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도서 바보 빅터(호아킴 데 포사다 저. 한국경제신문)는 국제멘사협회 회장을 지낸 천재 빅터 세리브아코프가 17년 동안 바보로 살았던 이야기와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한트레이시라는 여성의 실화를 근간으로 했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은 빅터의 IQ검사 결과를 잘 못 읽어 17373으로 말한다. 빅터는 친구들에게 놀림거리가 되고 자신감 없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친구 로라는 아버지에게 못난이라는 별명을 듣고 자라 자신을 못생겼다고 폄하하며 위축된 모습이다.

 

삶은 늘 불행하지도 늘 행복하지도 않다는 말처럼 빅터와 로라에게는 꿈과 희망을 주는 레이첼 선생님과 빅터의 창의성과 가능성을 믿고 뽑아준 테일러 회장이 있다. 두 사람은 인생의 멘토가 되어 빅터와 로라의 꿈을 응원하고 구체적인 도움을 준다. 누군가 나를 믿어주고, 최고라는 말을 해줄 때 힘과 용기를 얻는다

        

제너럴 일렉트릭 회장 잭 웰치는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최고의 선물은 자신감이라고 했다.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반문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과연 칭찬의 말, 격려의 말을 하고 있는지, 부정적인 말을 자주하는 건 아닌지 말이다. 아이의 말과 행동은 고스란히 부모의 언행과 일치함을 믿는다.

 

나는 그 어떤 세상의 말보다 내 생각을 가장 존중하겠다. 나는 나를 사랑하겠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 나는 나의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겠다.” 우리 아이들에게 마지막 부분을 읽어주면서 마음에 새긴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감을 갖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면 내 삶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평범한 이야기를 호들갑스럽게 이야기하는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지는 않지만 가끔은 필요성을 느낀다. 새 마음, 새 각오를 다질 때,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잠들어 있는 내 열정을 깨울 때다. 다음 책은그릿(GRI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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