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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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근무하는 직원이 과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하며 긴장한 모습으로 어렵게 말을 꺼낸다. 대학원에 진학해 주 2회 유연 근무 또는 조퇴를 한다는 내용이다. 나는 평소에 유연한 사고와 오픈 마인드를 가졌다고 자부했는데 어느새 후배가 어려워하는 꼰대 상사가 된 걸까? 대학원 진학을 적극 환영하고 지지한다는 말로 응원해 주었다.

 

7급 때 도교육청에 근무하면서 대학원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 **교육도서관으로 이동하면서 대학원에 진학해 2년 동안 주경야독하는 시간을 보냈다. 공부에 소질이 없어 박사는 포기했지만 새로운 지식에 대한 앎의 욕구는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구분하였다. 최상위 욕구는 자기만족을 느끼는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다. 학교 공부가 아닌 사회에서의 공부는 자발적인 동기 부여에 따른 행위로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한다. 책을 읽고 새로운 지식을 얻는 행위는 자아실현의 좋은 방법이다.

 

도서 최재천의 공부는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인 최재천 교수와 안희경 저널리스트의 대담집이다. 책은 6부로 나누어 제목은 공부지만 어떻게 배우며 살아야 할지, 배움과 성장에 대해 큰 틀에서 생각하게 한다. 1부는 누구나 꽃피울 잠재력이 있다로 시작하는 공부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 공부의 뿌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는 공부의 시간으로 스스로 길을 내며 방향을 찾고, 혼자 몰입하는 시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3부는 공부의 양분인 읽기, 쓰기, 말하기와 독서에 대해 말한다. 특히 취미 독서가 아닌 빡센 독서, 일처럼 하는 독서를 강조한다. 내가 몰랐던 지식을 탐구하면서 그 안에서 나를 만들어가는 독서, 영토를 확장하는 독서를 의미한다. 책을 꾸준히 읽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가벼운 에세이, 자기계발서는 거의 읽지 않는다. 새로운 지식에 대한 앎의 욕구는 제목에 공부, 인문학, , 미래 등에 눈길이 간다. 최근에는 시집도 즐겨 읽는다. 간결한 문장, 절제된 언어, 사고를 확장하는 문장에 끌린다. 4부는 공부의 성장으로 사고력, 창의력에 대해 다룬다. 세상 경험 중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고, 모든 경험은 언젠가는 쓸모가 생긴다는 말이 와닿는다. 우리 아이들과 방학 때 함께 다녔던 미술관, 뮤지컬 관람이 현재 내가 하는 일을 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 5부는 공부의 변화로 승자 독식 경쟁에서 공생으로, 인생 이모작을 다룬다. 대학은 평생교육기관으로 40, 60, 전 세대를 위한 다양한 대학이 만들어져야 함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은 공부의 활력으로 자존감, 존중의 힘을 말한다. 자존감 상승의 열쇠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라는 말이 마음에 닿는다.

 

대학을 졸업하는 해에 공무원이 되었다. 결혼 후에는 두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았다. 아이들은 직장과 학교를 찾아 떠나고 집에는 부부만 남았다. 직장으로 출퇴근하느라 몸은 피곤하지만 삶이 공허하다. 과연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뭘까?

요즘 청년에게 제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악착같이 찾아봐라하는 것입니다. 한 번 사는 인생을 왜 남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삽니까? 우리는 눈만 뜨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뭔지를 찾아야 합니다. 쭈그리고 앉아 있지 말고, 나가서 뒤져보고 찔러보고 열어보고, 강의도 들어보고, 책도 읽어보면서 찾아야 합니다.”

도서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의 저자 장승수 변호사는 일을 잘하고 싶어 일을 열심히 하니 막노동판 최고의 일꾼이 되었고, 공부를 잘하고 싶어 공부를 열심히 하니 서울대에 수석으로 합격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얼마 전 우리 기관에서 만난 국제구호전문가 한비야는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지 찾아보고, 가슴 뛰는 일을 하며 살라는 말도 귓가에 맴돈다.

더 늦기 전에 진심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 가슴 뛰는 일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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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2-11-28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집도 두식구^^
아들은 이제 식구가 아닌 손님이지요.

세실 2022-11-30 08:31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변함없이 있어 주셔서 좋아요.
아직은 식구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손님...이 맞을수도 있겠군요. 음...

추풍오장원 2022-11-29 0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시로 들어와서 과에서 젊은 과장으로도 있어 봤는데 자기계발의 필요성이 더더욱 느껴집니다. 편한 자리에 안주하면 안됩니다..

세실 2022-12-01 21:11   좋아요 0 | URL
근데 요즘 친구들은 편한 자리를 추구하는 경향이네요. 워라벨을 즐긴다나요? 라떼는 말이야~~ 세대차이 심해요.

라로 2022-11-29 0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이 책 읽다가 처음에 너무 지루하고 너무 뻔한 말을 해서 읽다 말았는데 세실이 좋다고 하니까 다시 읽어 볼까나?😅 잘 지내고있지용???

2022-11-30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22-12-01 21:12   좋아요 0 | URL
뻔한 말일수 있지만 다시 리셋 하는 느낌이랄까요?
자극 받았어요. 작심삼일이지만...
빡센 독서는 역시 힘들지만요. 출퇴근이 멀고, 출장도 많고... 벌써 일년이라니요. 보고픈 라로님^^
 

지난 4,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을 관람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50여 점의 작품을 보는 즐거움이 컸다. 박래현의 여인’, 장욱진의 나룻배’,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천경자의 노오란 산책길’, 나혜석의 화령전작약은 특히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로 파리에서 그림 공부를 했던 신여성 나혜석의 불우한 삶과 정조의 사당인 화령전 앞 붉은 빛 작약의 화려함은 처연했다. ‘화령전작약그림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명화와 해설이 어우러진 책을 좋아한다. 명화를 감상하고 해설을 읽으면 그림 속 숨겨진 이야기와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고, 좋은 그림 한 점은 마음을 정화한다.

 

도서 그림에, 마음을 놓다의 이주은 저자는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이며, 이화여자대학원에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녀의 그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책에 스며들어 그림에게 말을 걸고, 나를 되돌아보며, 따뜻한 위로를 받는 경험을 한다.‘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에세이라는 부제처럼 그림으로 위로와 치유를 받는다.

 

나혜석의 삶은 프랑스의 조각가이며 로댕의 여인인 카미유 클로델과 오버랩된다. 오귀스트 로댕의 입맞춤은 로댕이 클로델과 열렬한 사랑에 빠져 있을 때 제작한 작품이다. 클로델은 로뎅의 제자로 오기 전에 이미 조각가로서 재능을 인정 받았지만 로뎅의 그늘에 가리웠다. 로뎅과 헤어져 전시회를 열었는데 스승의 작품 표절 의혹을 받고 로댕과의 스캔들만 이슈가 된다. 결국 클로델은 정신병원에서 30년을 보내고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우는 여인에는 피카소의 연인 도라가 주인공이다. 피카소는 오랜 동거녀 마리 테레즈와 헤어지고 도라를 만나지만 마리와의 사이에 태어난 갓난아이는 연결고리가 된다. 도라는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신경질적이고 날카롭게 변했다. 작품에 대한 설명으로우는 여인의 도라는 유난히 슬퍼 보인다.

 

쉬잔 발라동의 버려진 인형은 그림만으로 관계가 좋지 않은 모녀를 떠올린다. 목욕을 마친 딸을 수건으로 닦아주는 엄마에게 딸은 등을 돌리고 거울을 보며 앉아 있다. 거울 속 세계는 타인의 눈으로는 바라볼 수 없는 그녀만의 세계라고 저자는 말한다.

르누아르의 작품물랭 드 라 갈레트에서의 춤은 표면적으로 중산층 사람들의 무도회를 떠올린다. 그러나 작품의 무대인 물랭 드 라 갈레트는 파리 몽마르트에 있던 대중 댄스홀의 이름으로, 주로 근로자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들의 현실은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 집을 나가버린 어머니가 대부분으로 고단한 삶은 작품 속에서 불빛을 받으며 한껏 사랑하는 따뜻한 환상으로 보여진다

 

초라한 일상 속에 기억할 만한 좋은 순간이 단 몇 분이라도 있었다면 그것에 감사해야 한다.”

얼마 전 충주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지인 집에 초대받아 먹었던 진한 콩국수와 텃밭에서 수확한 신선한 샐러드, 직접 내린 커피 한잔의 시간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샤갈의 작품 산책은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꼭 잡고 여인은 무중력 상태처럼 하늘을 날고 있다. 오래전 한가람미술관 사걀전에서 본 작품들이 떠올랐다. 샤갈의 작품은 대부분 하늘을 날고 있다. 저자의 설명처럼 오래도록 좋아했던 여인과 결혼하여 충족감에 젖어 있던 샤갈의 마음은 행복으로 가득했겠지.

책의 서문에 적혀있는 책과 더불어 풍요로운 혼자가 되는 의식을 치러보시길 기원합니다.” 처럼 이 책을 읽는 내내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만끽했다.

 

일상이 고단하고 단조로운 느낌일 때 가까운 청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박수근, 이중섭의 작품을 보거나, 문화예술 강연을 듣는 것만으로도 좋은 순간이 될 것이다.

우리 문화원에서 금년도에 신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두드림 문화아카데미여덟 번째 강사로 이주은 교수가 713()아름다운 명화에는 비밀이 있다를 주제로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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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12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주은 작가의 글 저도 좋아해요. ^^
2년전쯤인가 잠시 시간 때운다고 청주국립현대미술관 들렀었는데 깜짝 놀랐었어요. 미술관 작품수준도 전시방법도 진짜 좋더라구요. 다시 가보고싶은 곳이에요

세실 2022-07-18 21:41   좋아요 0 | URL
담에 오실때 꼭 연락주세요.
주말에 가끔 가는 편한 장소지요.
요즘은 예약제로 합니다. 생각난김에 주말에 가야겠어요. 헤어질 결심도 보구^^

hnine 2022-07-12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국립청주박물관에 다녀오면서 국립현대미술관 생각은 못했네요.
청주에 갈곳이 또 생겨 좋습니다.
그림보며 멍때리기, 유물 보며 멍때리기, 저의 취미랍니다^^

세실 2022-07-18 21:43   좋아요 0 | URL
그림보며 멍 때리기는 저도 좋아합니다. 지난번 제주 김창열미술관 특히 좋았어요. 작품수도 적고, 사람도 적었거든요.
샤갈 작품은 기분 좋아지는...
청주 오시면 차 한잔 하고 싶은 분 입니다만!

blanca 2022-07-12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아침 일찍 애들 보내 놓고 한 시간 지하철 타고 국립현대미술관 갔는데 줄 보고 도저히 기다렸다 보고 오면 시간 못 맞출 정도로 길어서 포기하고 다시 지하철 한 시간 타고 집으로 왔어요. 샤갈 작품 보고 싶어요.

세실 2022-07-18 21:45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저는 사전예약 가능할때 같거든요. 노쇼가 많아 현장접수로 바뀐거겠죠? 강추하지만 줄 서기도 그렇구...
언젠가 샤갈전시회 하면 올드(?) 알라디너 번개 할까요?
 

* 노화를 막고 건강하게 사는 법. 다이어트에도 도움 될듯.


1. 적게 먹어라. 식탐을 버려라.
   - 나의 가장 큰 문제다. 누군가 들어오면 손을 먼저 보는 없어보이는 태도, 오후 4시면 하이에나처럼 무언가를 찾는... 특히 단게 땡긴다며 돌아다니는 모습은 직원들 눈에 읎어 보일듯..과장인데!
2. 간헐적 단식 또는 주기적 단식 (16:8) 오후8시~ 다음날 오전12시. 오전 11시가 고비다. 금요일 밤에도 치팅데이도 없는걸로 하자. 치킨, 테라, 과자가 뭐지? 이런 건방진 태도 필요하다.
3. 육식을 줄여라
   - 요즘 소고기가 맛있다. 특히 등심. 내 돈 주고 사먹지는 말자.
4. 땀을 흘려라
   - 저녁 먹고 9시~10시는 헬스하려구 노력중이다. 조금만 더 하면 습관이 될듯.
5. 몸을 차갑게 해라
   - 추운 날도 밖에 나가 운동하고, 조금 춥게 생활하라는... 요즘 열이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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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01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항상 제 캐비넷에는 간식이 가득! 종류 바꿔가며 늘 주문해서 꽉꽉 넣어둔답니다. 그래서 하이에나처럼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세실님 같은 분이 보이면 투척하는 척 하면서 같이 먹고 있다는.... ㅎㅎ 말씀하신 5개 중에서 해당되는게 하나도 없다니 슬프네요. ㅠ.ㅠ

세실 2022-06-09 10:38   좋아요 0 | URL
언제 바람돌이님 캐비넷을 습격? ㅎㅎ
어제 소고기에 맥주로 회식하고 들어와서는 강냉이를 폭풍 흡입했어요. 요즘 식단 잘 조절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하루만에 무너지다니....
간헐적 단식 다시 시작하겠어요! 불끈~~

페크pek0501 2022-06-14 1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번은... 저는 몸을 따뜻하게 하라, 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 봐요? 각각 장단점이 있을까요?
저는 따뜻하게 잠자고 나야 피로가 풀리는 듯해요. 추운 듯하면 목감기가 올 것 같고요.

추운 날도 움직여라, 는 맞은 말이에요. 그리고 공부는 더운 방보다 추운 방에서 잘되는 것도 맞아요. ^^

세실 2022-07-12 10:20   좋아요 0 | URL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도 맞고, 차게 하는것도 맞는 듯합니다. 상황에 따라서? ㅎㅎ
잘때는 더움보다는 시원할때 더 잠이 오는것 같기도?
겨울에도 밖에 나가 운동하면 상쾌하더라구요.
페크님 무더운 여름 잘 보내고 계시지요?
 
글쓰기의 최전선 -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은유 지음 / 메멘토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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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새해에는 독서모임에서 글쓰기를 공부할 계획이다. 지역신문에 칼럼을 쓴지 10년이 지났는데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다. 전문 강사에게 강의를 들으면 좋겠지만, 때로는 책도 훌륭한 멘토가 된다. 첫 책으로 '글쓰기의 최전선(은유 저. 메멘토)' 을 선택했다. 은유 작가는 작년에 우리도서관에서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진행한 1318 독서마라톤 해단식에 초청한 강사다. 그녀는 글쓰기의 요령으로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 부사 사용 금지, 잉감정 금지, 퇴고하기를 말한다. 퇴고하기에 좋은 방법은 소리 내어 읽어보고 걸리는 부분은 수정하는 것이다.

 

글쓰기의 최전선'은 저자가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학인들과 나누었던 내용을 담고 있다. 책에는 '학인' 호칭이 자주 나오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강생, 문하생의 다른 표현으로 '아직 더 배울 것이 남아 있는 사람' 이라는 사전적 해석이 마음에 든다. 글쓰기의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개론서는 아니지만, 글을 왜 써야 하는지, 우리의 삶, 관계,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제시한다. 시집, 인문도서 등 함께 읽은 책들, 유년, 청춘, 연애 등 키워드 글쓰기, 감동을 넘어 감응하는 글쓰기, 사유 연마 등 글쓰기 방법도 들려준다. 부록에글쓰기 수업 시간에 읽은 책들도서 목록과 간단한 리뷰는 글쓰기 공부에 도움이 될 보석 같은 책이다.

 

감동을 넘어 감응하는 글쓰기라는 표현이 신선하다. "감동이 가슴 안에서 솟구치는 느낌이라면 감응은 가슴 밖으로 뛰쳐나가 다른 것과 만나서 다시 내 안으로 들어오는 '변신'의 과정까지 아우른다. 감동보다 훨씬 역동적인 개념이다." 감응은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다. 저자는 감응 능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시집 읽기를 꼽는다. 문태준의 '가재미', 최승자의 '이 시대의 사랑', 감사인의 '가만히 좋아하는' 시집은 다행히 낯익다.

 

그녀는 글을 쓰면 무엇이 좋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딱 이만큼이다. 생의 모든 계기가 그렇듯이 사실 글을 쓴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런데 전부 달라진다. 삶이 더 나빠지지는 않고 있다는 느낌에 빠지며 더 나빠져도 위엄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되고, 매 순간 마주하는 존재에 감응하려 애쓰는 '삶의 옹호자'가 된다는 면에서 그렇다."

 

나는 업무 또는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이 클 때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밤새 뒤척이다 새벽에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대로 삶이 흘러갈 때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 삶이 간결해지는 느낌이다. 가끔은 책에서 한줄기 빛을 발견한다. "우리 삶이 불안정해지고 세상이 더 큰 불행으로 나아갈 때 글쓰기는 자꾸만 달아나는 나의 삶에 말 걸고, 사물의 참모습을 붙잡고, 살아 있는 것들을 살게 하고, 인간의 존엄을 사유하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좋은 글은 질문한다. 선량한 시민, 좋은 엄마, 착한 학생이 되라고 말하기 전에 그 정의를 묻는다. 좋은 엄마는 누가 결정하는가. 누구의 입장에서 좋음인가. 가족의 화평인가. 한 여성의 행복인가. 때로 도덕은 가족, 학교 등 현실의 제도를 보호하는 값싼 장치에 불과하다. 일상의 평균치만을 관성적으로 고집하며 살아가는 순치된 개인을 길러낸다. 하지만 평균적인 삶도 정해진 도덕률도 없다. 천 개의 삶이 있다면 도덕도 천개여야 한다. 자기의 좋음을 각자 질문하면서 스스로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을 갖는게 중요하다. 작가는 그것을 촉발해야 한다. 삶에 존재하는 무수한 "차이를 보편으로 환원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로부터 기존의 보편을 끊임없이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글이 생명력을 갖는다. 내가 쓴 글이 숨 막히는 세상에 청량한 바람 한줄기 위안이 되는 것도 좋지만, 사막을 옥토로 만들 물음의 씨앗을 품고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질문하는 글'은 '생성하는 삶'으로 이어진다. 왜 라고 묻는 글, 자신을 다양한 존재로 개방하도록 등 떠미는 글, 도덕 위에서 춤추도록 깨달음의 오르가슴을 선사하는 글, 모든 글(책)의 최종 목적은 '감동'이다. 그리고 진정한 감동은 신체가 바뀌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이다.            p.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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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9-01-20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실 님이 지역신문에 칼럼을 쓴지 10년이 지났습니까. 지속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거죠. 축하드립니다. 이건 축하할 일인 것 같아요.

강준만, <글쓰기가 뭐라고>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아마 책의 목차를 보시면 구입하시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글쓰기에 관한 책은 유익함을 떠나서 저는 그냥 재밌더라고요. 이 책은 유익함까지 갖추고 있어요.

세실 2019-02-04 20:43   좋아요 1 | URL
페크님~~ 잘 지내시지요^^
지역 신문에 참 오래 썼지요. 무료로 글을 게재하지만, 저에 대한 홍보 효과는 크네요.
글쓰기를 지속하는 힘이 되니 나름 보람도 있어요.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축하 감사해요~~~

강준만의 글쓰기가 뭐라고 읽고 싶던 책이예요. 조만간 꼭 읽겠습니다.
새해 복 듬뿍 받으시고, 건강 잘 챙기시길요.
두 아이가 서울에 있게 되어, 서울에 가끔은 가려 합니다.
올해는 꼭 뵙기를~



카알벨루치 2019-02-01 2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해피설되시고 굿뜨한 연휴 되십쇼^^

세실 2019-02-04 20:44   좋아요 1 | URL
넹넹~~ 오늘 하루종일 전 부치느라 속이 니글거리지만, 단촐해서 좋아요.
편안한 연휴 맞이하고 있습니다.
카알벨루치님도 행복한 설날, 연휴 되세요~~~ 감사합니다^^

카알벨루치 2019-02-04 20:56   좋아요 0 | URL
에효~고생많으세요 ~ㅎㅎ커피한잔 하히면서 힐링하소서 ^^☕️

2019-10-01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25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9-11-03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자기도 나만큼 알라딘에 뜸하네!! 많이 바빠? 카스도 글이 안 올라오고????? 넘 궁금하네 갑자기~.^^;;;

세실 2019-11-25 15:0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언니.
제가 알라딘에 안들어 올줄이야...
글쎄...올해 그냥 힘들어요. 갱년기일까요?ㅎㅎ
게으름을 찬양하고 있어요.
내년에 언니 나오시면 다시 열정이 생기려나?헤~~~
보고싶다!

페크pek0501 2019-11-10 1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라로 님처럼 세실 님의 근황이 궁금한 1인입니당... 저도 뜸합니다만 세실 님은 너무 뜸하십니다.

세실 2019-11-25 15:01   좋아요 0 | URL
그쵸?
저는 알라딘을 꿋꿋하게 지켰는데...
요즘 책을 잘 읽지 않고, 눈도 좀 침침해졌고....
갱년기를 겪고 있는중입니다.
에구 나이듦의 슬픔이여~~~
페크님 잘 지내시지요? 갑자기, 문득 그립습니다.

2019-11-25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6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11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04 0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5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0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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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집에서 따뜻한 차 한 잔 옆에 두고 책 읽는 시간이 좋다. 오늘은 친정엄마가 볶아준 돼지감자 세 알을 뜨거운 물에 넣은 국산차다. 추운 겨울에는 차 소리, 사람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마치 함박 눈 내린 날의 묵직한 가라앉음이다. 모두 잠들어있는 한밤의 고요는 내게 또 다른 세상이다.   

 

정혜신 정신과 의사의 책 '당신이 옳다(해냄출판사)' 를 읽는데 울림을 주는 구절에 울컥했다. "네가 그럴 때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말은 너는 항상 옳다는 말의 본뜻이다. 그것은 확실한 내 편 인증이다. 이것이 심리적 생명줄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산소 공급이다." 

 

작은 아이가 중학교 1학년일때 담임샘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아이가 친구에게 맞아 아파한다고 병원에 가봐야 할것 같다고...온순한 아이고 친구들과 사이가 좋아 맞을 짓도, 싸울 일도 없던 아이였다. 그 순간은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7월이었다. 나는 아이를 위로했다. 지금 생각하니 오버할 행동을 많이 했지만,  아이는 그때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느꼈다.  

 

요즘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인기다. 상위 0.1%의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를 무대로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몸부림하는 부모들의 치열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지만 모든 것을 버리고 사라진 영재, 부모의 일그러진 교육열에 도벽을 일삼는 예빈 등 민낯도 보여준다. "엄마는 내가 왜 과자를 훔치는지 물어보지 않아" 하며 울음을 터트리는 예빈의 모습에 먹먹해진다. 도벽이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행동이라고 판단하고 엉뚱한 방법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따뜻한 엄마라면 아이가 왜 과자를 훔쳤을까 고민하고, 대화를 통해 진심으로 위로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 책에는 공감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30년간 경험한 정신과 의사의 시선으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등을 치유한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공감하는 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공감은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 볼 수 있을 때 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다." 우리 아이가 재수할 때 수시로 해주었던 '엄마는 너를 믿어. 어떤 결과가 나와도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가 큰 힘을 주었다는 말과 연결된다.    

 

살아가면서 친구나 지인에게 어설픈 충고를 한 적이 많다. 자신의 아픈 상처를 주저하며 말할때 공감하기 보다는 무언가 결론을 내주려고 조바심했다. "누군가 고통과 상처, 갈등을 이야기할 때는 '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 (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는 저자의 말에 내 충고에 상처 받았을 사람들의  원망 어린 눈길이 되돌아오는 듯하다. 그저 따뜻한 눈길, 부드러운 숨길로 감싸주면 되는데.

 

책에는 기억하면 좋을 보석 같은 구절이 참 많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이 어째서 우울증인가. 말기 암 선고를 받은 사람의 불안과 공포가 왜 우울증인가. 은퇴 후의 무력감과 짜증, 피해 의식 등이 어떻게 우울증인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아이의 우울과 불안을 뇌 신경 전달 물질의 불균형이 초래한 우울증 탓으로 돌리는 전문가들은 비정하고 무책임하다. 흔하게 마주하는 삶의 일상적 숙제들이고 서로 도우면서 넘어서야 하는 우리 삶의 고비들이다."

 

조금은 험난한 삶의 일상적 숙제들을 서로 도우면서 풀어가는 용기, 타인의 고통에 진심으로 아파하며 집중해서 들어주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이제는 주변사람이 나에게 힘들다고 손을 내밀면 묵직한 목소리로 '네가 옳다!'고 말해주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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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12-18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잘 지내고 계시죠?
아이에게 공감보다는 ‘충조평판‘ 하는 것이 마치 부모의 역할인양 착각할때가 많아요. 역할 빙자하여 특권처럼 누리고 누군가를 내 맘대로 하고 싶은 거죠.
‘네가 옳아‘라고,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또 저 자신에게도 가끔 토닥여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세실 2018-12-22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답글을 바로 달았다 생각했는데...이런
hnine님 잘 지내시지요. 저는 잘 있답니다^^
저도 충조평판...잘 해요. 마치 모든걸 아는것처럼...
그저 들어주면 되는데.
진심으로 공감하는 법을 알려주어 특히 좋았어요.

카알벨루치 2018-12-24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메리크리스마스 하십시오 ^^

세실 2018-12-28 13:57   좋아요 1 | URL
어머 이제 연말이 되었어요^^
새해 복 듬뿍 받으세요~~~ 내년엔 알라딘에 자주 들어오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페크pek0501 2019-01-07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흥미롭게 읽은 책입니다. 어느 정도 읽으니깐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게 되어 다른 책으로 넘어갔는데 다시 잡고 끝까지 읽을 책입니다. 저의 뇌를 새롭게 스캔해 준 책으로 뽑습니다.

세실 2019-01-10 11:19   좋아요 0 | URL
그쵸? 이 책 읽고나니 제대로 공감하기가 어떤건지 알겠더라구요. 가끔 우리 직원들이 제가 영혼없는 대답한다고 하거든요. 심드렁하게..... 사람 마음알기는 힘들지만, 진심은 통하네요~~~

2019-01-07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0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