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내전 -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김웅 지음 / 부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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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도서관이 지원하는 독서프로그램 참관으로 교도소에 다녀왔다. 몇 년 전 교도소와 MOU 체결이후 두 번째 방문이지만 여전히 긴장된다. 다행히 수업에 참여한 재소자들의 표정이 밟다. 돌아 나오는 길. 우수 재소자 가족 초청 행사가 진행 중이다. 애써 외면하려는데 오십대 후반의 어른과 장애 아이가 눈에 들어온다. 부인을 위해 준비했을 검정 봉지들의 묵직함이 안쓰럽다. 교도소 담당직원에게 기회가 된다면 재능기부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재소자의 범죄 항목에 사기죄가 가장 많다는 직원의 말이 하루 종일 맴 돌았다.

 

법학을 공부하는 딸아이가 책을 추천했다.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라는 부제의검사내전(김웅 저. 부키)’이다. 스스로자신은 조직에 맞지 않는 타입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현재 인천지검 공안부장이다.

책의 내용은 검사로서 접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건 사고를 다룬다. 특히 첫 장에서 소개한사기 공화국 풍경은 마치 TV에 나왔던 사랑과 전쟁처럼 막장 드라마가 펼쳐진다. 사기의 첫 번째 공식은 피해자의 욕심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한다. 4억원으로 100억원의 건물을 매입해 주겠다는 말에 사기 당한 목사. 대학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연예계 스타가 꿈인 수민씨는 모델 에이전시를 찾아가 대출 담보를 맡기면서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청년의 입에서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고 말하는 건 참으로 슬프다. 노름에 빠진 엄마를 대신해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대학생 딸이 검찰 조서를 받는 엄마를 볼 때 어떤 느낌일까?

 

깜박 잠이 들었을까. 어느새 딸이 찾아왔다. 작고 통통했다. 함부로 묶은 머리에서는 맵게 탄 고기와 젖은 수세미 냄새가 비리게 풍겼다. 근처 전문대를 다니는데 밤마다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급히 대타를 구하기 어려워 늦게 왔다고 말하면서 인사부터 꾸벅한다. 노름에 빠진 엄마 때문에 중학교 때부터 천둥벌거숭이 신세였다는 딸은, 그래도 칠칠하게 잘 자란 것 같았다. 하지만 초저녁 구들이 따뜻해야 새벽 구들도 따뜻한 법이다. 어려서부터 가난과 고된 노동에 지쳐서인지 딸의 현재는 몹시 무거워 보였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재촉하는 시간 속에서만 살아와서인지 그 나이 때 다른 아이들이 가질 법한 가벼운 치장의 흔적이 없어 보여 안쓰러웠다.

 

지치고 땀에 흠뻑 젖은 딸은 놀람과 걱정에 찬 눈으로 두리번 거린다. 그 모습을 보아서일까, 박여사는 왈칵 눈물을흘린다. 하긴 누구도 얼룩덜룩 가난이 묻어 있는 어린 딸의 모습을, 그것도 검찰청에서,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딸은 낯익은 울음소리를 듣고서야 박여사를 발견했다. 어느새 모두들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었다. 딸의 모습이 너무 초라해서 마음이 아리기도 했거니와 그런 딸을  바라보는 죄 많은 어미의 심정이 느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딸은 성큼성큼 다가가 앉아 울고 있는 엄마를 가만히 안아준다.

 

책을 읽다가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철 없는 엄마보다 때로는 아이가 더 어른일때가 있다. 적어도 아이에게 부모의 짐까지 드리우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지. 힘들게 공부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차마 아르바이트 하라는 소리 못하는게 부모 마음 아닐까?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다루면서 청소년 폭력의 원인은 사회가 아니라 부모가 아이를 잘못 양육한 탓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범죄의 일반적 원인인자아통제 부족은 방임 및 방치 또는 과잉보호가 문제다

    

죄 지은 자들의 갱생과 재활을 위해서는 그렇게 많은 돈을 쓰면서 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지원을 하지 않는지 궁금하고 짜증났다. 그녀들은 주변의 도움이 절실했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도움이 필요했고, 정신과 치료와 법률적 조언이 시급했으며, 따뜻한 위로가 절실했다.”

 

교도소를 나오면서 문득 의구심이 들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강의실은 도서관보다 쾌적했다. 6명이 모여 앉는 원형 책상에는 조화꽃 화분과 간식거리도 놓여 있다. 인권을 외치는 재소자들로 인해 힘들다는 말도 한다. 저자는 인권의식에 대해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재소자들의 재범률이 44%프로라고 한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어떻게 생활할까?    

 

저자는 피해자에게 따뜻한 시선을 돌린다. 우리에게 범죄 피해를 당하지 말라고 말한다. 세상에는 사기꾼도 많지만 김검사처럼 정의로운 사람도 있다. 정의로운 사회는 정의로운 개인이 많아질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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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4-09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의로운 사람도 있다는 말씀이 새삼 와닿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누가 피의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조차 헛갈릴 때가 있고 내가 제대로 법을, 또 정의를 알고 있는 것일까 생각들때가 있거든요.
청소년 폭력의 원인은 사회라기 보다 부모에 있다는 말에도 아프지만 공감합니다.
교도소에 가보는 경험은 참 특별할 것 같아요.

세실 2018-04-10 09:38   좋아요 0 | URL
두번째 방문이라 덜 낯설었지만 여전히 긴장되더라구요.
김웅검사 멋지네요. 개인주의 성향이지만 감성도 풍부하면서 예리하고 정의롭고....좋아요^^
청소년 폭력의 원인은 부모...그쵸? 백프로 공감합니다.
따뜻한 아이로 성장하고, 옳고 그름을 가르치는건 가정이지요.
 
마음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은경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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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가 자네 손에 들어갈 때쯤이면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겠지요. 이미 죽고 없을 겁니다."

 

소설의 한 줄이 늦은 밤 정신없이 읽던 내게 훅하며 들어온다. 호흡을 고르는데 울컥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음이 참으로 어려운 일인데 겹겹이 쌓인 응어리가 어느날 폭발하였을까. 자살은 어쩌면 무책임한 회피 수단일수도 있겠다. 단 한사람이라도 믿어주고 지지해준다면 자살은 하지 않는다는데....그에게 부인, 친구는 어떤 존재였을까. 

 

얼마 전 기숙학원에서 재수하는 아이가 한 달 만에 휴가 나왔다. 아이는 마치 군대에서 휴가라도 나온듯 친구들을 모으고 밤마다 술을 마셨다. 그런 아이가 못마땅해 입을 꾹 다물고 있는데 슬그머니 오더니 커피를 내려 준단다. 아이는 평소에 마시지 않던 드립 커피를 함께 마셔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친구중 한명이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자신없어 말을 못한다고 조언을 구했단다. 모태 쏠로인 아이는 그 친구에게 "네가 먼저 스스로에게 당당하도록 자존감을 키워. 그리고 당당하게 말해." 라고 했다는.

대학에 다니지만 과가 맞지 않아 방황하는 다른 친구에게는 "네가 하고 싶은 걸 찾아,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 라고 했단다. 나는 내심 '잘 컸네. 그래 그렇게 긍정적으로 당당하게 살으렴.' 마음속으로 웅얼거렸다.

 

누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내 주변을 되돌아보게 된다. 주변 사람중에 혹시라도 힘든 사람은 없을까 생각한다. 재수하는 아이는 기대 이상으로 잘 지내고 있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병으로 고생하는 몇명이 있지만 이겨내려고 노력하며 모두 잘 지내고 있다. 설 익은 충고로 마음을 다치게 하는 일은 삼가야겠다. 

 

강상중의 <고민하는 힘>을 읽고, 그 책에서 많은 부분을 할애한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읽었다. 소설은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 '선생님과 유서' 세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주인공 '나'는 열다섯살 차이가 나는 선생님을 우연히 만나 존경하며 삶의 멘토로 의지한다. 선생님은 도쿄의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많은 책을 읽은 지식인이지만 작은아버지에게 재산문제로 배신을 당하고 친구에게 사랑 문제로 배신을 주며, 세상 사람과 단절한 채 은둔자로 살아간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에 나오는 대부분의 지식인이 특별한 직업이 없이 마치 한량처럼 살아가는 모습이 독특하다. 

 

과거에 그 사람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기억이, 이번에는 그 사람의 머리 위에 발을 올려놓고 싶게 만들죠. 나는 미래에 모욕당하지 않기 위해서 현재의 존경을 거부하고 싶어요. 지금보다 더 외로울 미래의 나를 감당하며 사느니 외로운 현재의 나를 감당하고 싶은 겁니다. 자유와 자립과 자아가 판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그 대가로서 이 외로움을 감내할 수밖에 없지요.     p. 43

 

 

나를 만든 내 과거는 안간이 겪을 수 있는 경험의 일부이자 나 이외에는 아무도 할 수 없는 얘기라서, 과거를 거짓 없이 글로 남겨두려는 내 노력은, 인간을 아는 데 있어서 자네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헛수고는 아닐 것입니다.    p.282

 

선생님은 죽기전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고 싶은 '나'에게 자신의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으라며 유서로 들려준다. 선생님은 자신의 아픈 과거를 닮은 친구 K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그를 도와준다. 하숙집에서 K와 동거하며 둘은 동시에 주인 딸에게 사랑을 느낀다. 소심한 선생님은 주인 아주머니에게, 딸에게, 친구 K에게 말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결국 당돌하고 솔직한 K는 선생님에게 먼저 주인집 딸을 사랑한다는 말을 꺼낸다. 안절부절하던 선생님은 주인 아주머니에게 딸과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하고 아주머니는 흔쾌히 허락한다. 친구 K와의 우정을 사랑 때문에 배신한 것이다.

 

K가 나처럼 오직 혼자라는 외로움을 주체하지 못해 갑자기 자살한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p.275

 

자신은 의지가 약하고 결단성이 없어 도저히 장래에 대한 희망이 없으니까 자살한다는 말과 더 빨리 죽었어야 했는데 왜 여태 살아 있었을까라는 의미의 문구가 있었을 뿐이다.           p.289

 

 

본가와 양가 가족 모두에게 버림받은 K는 어느새 '나'에게 많은 의지를 했다. 그 상실감은 얼마나 컸을까. 선생님이 작은 아버지에게 배신당한 아픔으로 평생을 염세주의자, 냉소주의자로 살게 했지만, 가장 친한 친구 K를 배신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죄책감은 결국 그도 자살에 이르게 했다.

 

나는 윤리적으로 태어난 사람입니다. 또 윤리적으로 성장한 사람입니다. 나의 윤리적인 사고방식은 지금의 젊은이들과는 많이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사서)는 공무원이 되기 전 사서직 채용 시험이 있다는 소식을 친구에게 들었지만, 그 친구에게 원서를 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이미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 시험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는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정보를 아는 사람이 유리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합격하고 그 친구는 떨어졌다. 한동안 친구에게 미안했고, 그녀는 내가 원서를 내놓고 말하지 않았음에 많이 서운해했다. 둘의 관계는 서먹해졌고 나도 한동안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는 했지만, 도덕적으로 지탄 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쓰메 소세키는 인간의 도리를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작가라고 한다. 고양이의 눈을 통해 인간의 게으름과 유약함, 허세를 말했듯이, 선생님의 입을 통해 윤리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친구 K의 죽음으로 평생 죄책감에 시달린 선생님은 죽음에 이를만큼 잘못을 저지른걸까? K는 친구를 잃은 상실감보다 부모에게 버림 받고, 부모를 속이면서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선택했지만 암울한 미래 때문에 목숨을 버린 것이다. 

 

남아 있는 부인과 '나'는 얼마나 큰 상실감으로 평생 힘들게 살아갈까? 같은 과오를 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왜 못할까? 정당한 죄값을 치르고 거듭나기는 어려울까? 교과서적으로 권선징악을 논하기에는 변수가 참 많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니... 하고 싶은 말이 있을때 주저하지 말고 말하기, 타이밍을 잘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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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04-02 1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민하는 힘>, <마음>. 역시 우린 통한다니까요. 책 취향이 비슷... ㅋ

세실 2018-04-03 08:11   좋아요 1 | URL
제 텅빈 지식창고를 채워주는 느낌?
생각하는 힘을 키워줍니다. 느리게 느리게~~ 참 좋았어요^^
청주 놀러 오시라니깐요^^ ㅎㅎ
 
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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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진로 인문 독서특강을 준비하는데 강사 섭외에 어려움을 겪는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 관련 자료를 찾으러 우리도서관 종합자료실에 간다. 청렴도서코너에 꽂혀있는 도서 고민하는 힘(강상중 저. 사계절)’ 이 눈에 들어온다. 부피가 작고, 주제가 뚜렷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약력이 독특하다. 그는 재일교포 1세이며, 일본 국적으로 귀화하지 않은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학 정교수가 되었다. 재일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한국 사회의 문제와 차별, 일본 사회에 대한 예리한 분석으로 일본 지식인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고민이라는 키워드로 나는 누구인가,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등 자아, , 지식, 청춘, 신앙, , 사랑, 생명, 노년이라는 9개의 주제를 다룬다.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와 독일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의 사상, 작품을 매개로 고민하는 힘속에 담겨있는 삶의 의지를 다루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마음을 통해 자아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성립하는 존재임을 말한다. ‘자기중심주의자 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은 사람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지만 자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은 대개 타자의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최근에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며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기에 밑줄을 긋는다. 타인의 기분에는 무관심하고 자기 생각만을 밀어 붙이는 사람과의 대화는 피곤하다.

 

사람은 왜 일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농담으로 로또에 당첨되면 건물주가 되어 놀고 먹는다는 말을 한다. 과연 일을 하지 않으면 행복할까? 강교수는 일을 하는 이유로 타자로부터의 배려, 타자에 대한 배려라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갖고 태어난다는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 중 타자에게 인정을 받으려는 사회적 욕구, 존경의 욕구와 같은 맥락이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서 좋다는 소속감은 일을 하는 이유이다.

 

저자는 우리가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오며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뿌리부터 철저하게 고민할 것을 강조한다. 진지한 고민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 내가 지금 실천하려는 일이 도덕적인가? 최소한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고민한다면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고민하는 것이 사는 것이고, 고민하는 힘이 살아가는 힘이다.’ 현재의 우리에게 필요한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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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8-03-09 2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읽었던 살아야하는 이유, 힘이 되었던 기억이 나요. 이 분 책을 신주쿠의 유명서점에서도 보았어요. 타인의 감정은 안중에 없고 자신의 감정만 밀어붙이는 사람은 참아내다가도 힘이 듭니다. 세실 님도 아무튼 화이팅!

세실 2018-03-13 07:30   좋아요 0 | URL
네 언니.
<라틴어수업>과 더불어 힘들때 꺼내보면 좋을 책이예요.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지지 않도록 자꾸 비우고, 타인을 배려하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죠^^
우리 모두 화이팅!
 
한 번쯤, 한 번쯤은 현대시조 100인선 94
노영임 지음 / 고요아침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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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으로 미소가 지어지는 노쌤.
우리는 10년전 함께 근무했다.
며칠전, 영전 축하 전화를 드렸다.
그녀는 ˝지금 당장 만날수 있어? 점심 먹자˝
우리는 번개처럼 만나 샌드위치와 커피 한잔으로
빛바랜 추억을 꺼냈다.
작년에 어땠어?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건 뭐가 있어?
글 본격적으로 써라...
그녀는 내게 사서, 아내, 엄마가 아닌 오로지 ‘나‘를 꺼내준다. 스스로 잠재우는 나를...
노영임 교감샘.
두번째 시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시 ‘유년일기‘는 눈물이 핑 돈다.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한다.
‘엄마 십원만!‘
울 엄마, 어찌나 인색하신지.

그리고 나도 시를 썼다.

제목; 20분 전

코 흘리개 아이 둘 집에 두고
사서의 주말 출근은 물결이다

하루종일 눈에 아른거려
6시 땡!
퇴근 서두르다,

˝왜 6시에 문 닫는다고 20분 전부터 말하는거죠?
아직 10분 남았는데 무인 대출기는 왜 껐죠?
어느 기관 소속이죠? 가만 있지 않겠어요˝
곱슬머리 이용자에게 내 맘 들켰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시정하겠습니다.˝
한 줌 바람 앞 촛불처럼 머리를 조아렸다

내가 뭘 잘못 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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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8-02-17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하 멋진 시 복수 에요!♥

세실 2018-02-18 21:02   좋아요 1 | URL
시 쓰니 응어리가 확 풀리는 느낌입니다.ㅎㅎ

순오기 2018-02-18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10원만...20분전...
그 맘 다 알겠어요~ 토닥토닥♥

세실 2018-02-18 21:02   좋아요 0 | URL
십원만~~ 아시는구나.ㅎㅎ
문을 일찍 닫은것도 아니고 정각에 닫겠다는데 끙! 입니다.ㅎ

라로 2018-02-18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맨날 자기한테 노샘하고 똑같은 얘기 하는뎅 ~~흥

세실 2018-02-18 21:04   좋아요 1 | URL
맞다 맞다~~ ㅎㅎ
이 분은 시인이라 뭔가 확 와닿았어용.
에이 언니는 생각만으로 든든해지는^^
늘 감사해용!
 
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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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주변에서 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한다. 대상은 책을 읽지 않는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다. 얼마 전 도서관에서 종강한 프로그램 중 드림 스피치리더십' 에 참여한 학생들이 떠오른다. 도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를 읽고 모둠별로 커다란 전지에 치즈를 그리고 인상적인 구절, 느낀 점을 쓰는데 꽤 열심이다. 책은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담고 있는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책을 좋아하며 성실하다. 그 중에 몇 명이 친구와 대화중에 욕을 섞은 말투가 거슬린다. 욕을 하는 아이에게 슬쩍 말을 건다. "ㅇㅇ, 네 언어의 온도는 몇 도나 될까?" 아이는 당황하면서 '영하 1도요' 한다.

 

최근에 언어의 온도(이기주 저. 말글터)' 를 읽었다. 장편소설을 읽다가 섬세한 문장에 지쳐갈 즈음 가볍게 손에 닿은 책이다. 얼굴만큼 말도 예쁘게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중학교 2학년 소녀에게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언어의 온도' 를 추천했다.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습니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릅니다.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줍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내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큰 소리의 명령조 말투보다는 조근 조근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하는 사람에게 끌린다.

 

"우린 가장 귀한 것을 보기 위해 잠시 눈을 감고 있습니다. 가장 값진 것을 듣기 위해 잠시 귀를 닫고 있습니다."

진짜 소중한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가끔은 되살펴야 하는지 모른다. 소란스러운 것에만 집착하느라, 모든 걸 삐딱하게 바라보느라 정작 가치 있는 풍경을 바라보지 못한 채 사는 건 아닌지,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드는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눈을 가린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저자는 경제지 기자로 활동했고 현재 출판사 대표이다. 활자 중독자를 자처하며 서점을 배회하는 일이 취미라고 말한다. 다양한 인생 경험은 에피소드로 스며들어 잔잔한 웃음을 준다.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는데 직원들이 '환자', 혹은 '어르신' 대신에 '김여사님' 또는 은퇴 전 직함을 불러 드렸단다. 환자에서 환이 아플 환자라 환자라고 하면 더 아프다는 말과 함께. 배려의 말 한마디가 플라시보 효과가 된다

 

기분 나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쪽 걱정 되서 하는 얘기인데요처럼 쓸데없는 말, 이웃을 함부로 비난하는 말에 대해 생각한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모순이다. 모임에서 혼자만 신나게 말하는 사람은 다언증이다. 대화는 서로 주고받으며 이어나갈 때 진정한 소통이 된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일방적으로 전달되면 불통이 된다.

이 책은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끔은 내 언어의 총량에 대해 고민한다. 다언이 실언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깊이 있는 사람은 묵직한 향기를 남긴다'는 저자의 말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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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02-01 1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말의 총량에 대해 고민하곤 합니다. 너무 말이 없어도 안 되고 너무 말이 많아도 안 되고...

묵직한 향기, 라는 말에 저는 찔립니다. 묵직하질 못해서요. ㅋㅋ

올해는 묵직에 도전을 해 볼까요?

세실 2018-02-02 10:42   좋아요 0 | URL
그쵸? 너무 말이 없어도 답답한 마음 들고, 말이 많으면 허무하고...
적당함을 지키기 쉽지는 않지요.
언어의 총량을 잘 지켜나가요, 우리^^
어머 페크님 묵직하실거 같은데....겸손하십니당!

cyrus 2018-02-01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독서모임을 하면서 가만히 다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니까 편안하다는 걸 느꼈어요. 편하게 느껴지는 다른 사람들의 말은 제가 생각한 것과 거의 비슷했거든요. 이럴 때 맞장구만 쳐주면 되요. ^^

세실 2018-02-02 10:43   좋아요 0 | URL
네. 적절한 맞장구도 충분히 의사전달이 되지요. 진정성이 있을때....
저는 말이 없는 빈틈만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치고 빠지는? ㅎㅎ

2018-02-08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