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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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되면 유달리 반갑다. 책에 관한 쇼핑중독자, 허영투성이, 고집불통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책을 고르고 서점에서 사서 책장에 꽂는 것까지 책과 관련된 모든 순간을 샅샅이 사랑한다. 1만 7천권의 책을 가지고 있지만 독서에 대해서는 싫증을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책과 글에 대한 과욕, 나를 둘러싼 세상을 좀 더 넓게 자세히 알고 싶다는 마르지 않는 호기심이 결국 끊임없이 책을 읽는 삶으로 이끌었다.  

 

언제부터 책을 좋아했을까? 중학교때는 학교도서관이나 서점이 없는 시골이라 책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청주 소재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이나 식사 시간에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했다. 그때 읽은 책은 '데미안', '파우스트', '안나 카레니나', '상록수' 같은 문학작품이었다. 자연스럽게 도서관학을 전공하게된 계기가 되었다. 

 

가끔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입한다. 평소에 읽고 싶은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다가 결재하고 배송되는 기간은 마치 누군가가 보낸 선물을 기다리는 설렘을 동반한다. 한 달에 한번 주기적으로 책을 구입하는 이유다. 다 읽은 책은 지인이 운영하는 카페나 주변 사람에게 나누어준다.  

 

도서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의 저자 이동진은 팟캐스트 '빨간 책방'을 진행한다. 한 권의 책을 선정해서 부분을 낭독하고 패널과 이야기 나눈다. 방송을 듣고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안도현 시인의 '백석평전'을 다시 읽었다. 이 책은 저자의 독서법을 들려준다. 1부는 책을 읽는 이유, 책을 선택하는 방법, 가장 좋아하는 독서 장소, 여러권의 책을 한 번에 읽는 법 등 평소에 독서와 관련하여 궁금한 이야기들을 실었다. 2부에서는 씨네 21 이다혜 기자와의 인터뷰 글이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책을 읽게 할까? 저자는 책에 재미를 붙여서 습관이 되는 단계가 중요함을 말한다. 서점에 데려가서 아이가 원하는 책을 사게 하면 처음에는 만화책만 사겠지만 자연스럽게 동화책이나 글 책을 사면서 책에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주말에 도서관에 아이와 함께 와서 아이가 원하는 책을 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부에서 다룬 이동진 추천도서 500권 목록도 눈길이 간다. 감각과 감정, 살아가는 나날, 역사의 그 순간, 이야기와 읽기와 쓰기 등의 세부 주제로 나누었다. 간단한 서평도 실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낯 익은 제목이 꽤 있다. 독서모임에서 다루어도 좋을 책이다. 

 

"책을 읽는다는 건,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독서 체험 자체가 기본적으로 고독한 행위입니다. 현대인들이 가장 못하는 것이 바로 그 고독한 행위인데 일삼아서라도 혼자 정신적으로 홀로 설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필요한 일 아닐까요."

 

거의 한 달 동안 책을 한 줄도 읽지 못했다. 마음이 어수선하고 기한내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시험이 끝나면 폭풍처럼 책을 읽을거야 하는 마음이었다. 책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읽는다. 고로 책을 읽을때는 주변이 편안한거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 고독한 행위는 나를 업그레이드 하는 시간이다.     

 

우리도서관에서는 9월 독서의 달에 내가 만난 참 좋은 도서관 이용수기 공모, 책 표지 속 틀린 그림 찾기, 충북교육청도서관 북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주말에 가족이 함께 가까운 도서관으로 나들이 가서 가벼운 책 한 권 읽고, 강연회도 참여하면 어떨까? 

 

 때로는 '있어 보이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 지적인 허영심을 위해서 책을 읽는 것도 좋다.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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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17-09-21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어수선해 한동동안 책을 읽지 못했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는 가끔 페북에 ‘마음이 가난해야 책을 읽는데‘라는 글을 올리곤 합니다.
빨간책방을 좋아하는 애청자로써 이동진의 책은 항상 관심이 갑니다.

세실 2017-09-21 21:56   좋아요 1 | URL
우향님처럼 독서수준이 높은 분은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이랍니다^^
독서초보자를 위한 기본서예요.
책도 마음이 편안해야 눈에 들어옴을 이번에 알았지요.
이동진 애청자시라니 더욱 반갑습니다^^

cyrus 2017-09-21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실님의 글 제일 마지막 문장에 공감합니다. ‘있어 보이기 위해서‘ 책을 읽는 동시에 ‘내 단점(문제점)을 보여주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사람이 늘 좋은 것만 있어 보일 수 없잖아요. ^^

세실 2017-09-21 22:01   좋아요 0 | URL
그쵸? 내 단점을 보여주고 알기위해~~~
책을 구입하는 순간부터 독서는 시작된다는 말도 좋았어요~~
 
어쩌다 보니 50살이네요 - 몸과 마음, 물건과 사람, 자신과 마주하는 법
히로세 유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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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먼 곳으로 여행 다녀온 아이를 마중하러 터미널로 향했다. 막 도착했는데 차가 막혀 30분 정도 늦는다는 전화가 왔다. 잠시 고민하다 인근 서점에 갔다. 서점은 마치 카페처럼 쾌적하고 산뜻하다. 햇살 가득한 창가에 앉아 책을 읽으니 마음이 뽀송뽀송해진다.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솜털처럼 가벼운 에세이를 읽는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익숙한 저자나 현재 이슈가 되는 책이지만 가끔은 고운 표지와 제목에 시선이 머문다.

 

도서 어쩌다보니 50살이네요(히로세 유코 저. 인디고)’ 는 제목과 표지 사진이 눈길을 끈다. 빨간 매니큐어에 은 발찌, 세련된 샌들을 신은 여성의 고운 발이 경쾌하다. 이십대처럼 매끈한 발은 아니지만 한껏 멋을 부린 50세의 저자 모습을 상상하고 내 모습을 그려본다. 며칠 전 삼십 년 지기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쇼핑하면서 발찌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 포기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글은 저자가 50이라는 나이를 받아들이고 몸과 마음을 가꾸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짧고 단순하지만 읽다가 자주 호흡을 멈춘다.

 

책을 읽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책 속에는 그때그때의 내게 필요한 것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필요한 한 문장을 발견했을 때, 흩어져 있던 점과 점이 이어지듯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기듯 무언가와 무언가가 하나가 되는 것 입니다.” 

 

얼마 전 읽은 공지영의 단편 소설월춘장구가 떠오른다. 봄 길을 걸어가는데 필요한 장비를 인용하면 오십을 걸어가는데 필요한 장비는 뭘까? 나는 품위, 읽기, 웃기, 기도하기 정도 되겠다.

 

50은 건강을 우선해야할 나이다. 저자는 음식, 수면, 걷기, 호흡, 신뢰의 다섯 가지 몸 관리법도 강조한다. 제철 음식을 먹고 과식하지 않기. 오후 10시에 잠드는 것은 힘드니 가급적 밤 12시전에 잠들기. 되도록 많이 걷기. 깊게 들이마시고 내뱉기. 자신의 몸을 믿고 몸을 구박하는 말은 하지 않으려 노력하기.

 

나이 듦은 세상에서 더 이상 주인공은 아니지만 연륜으로 충분히 헤쳐 나갈 지혜가 생기며 나만의 빛깔을 갖게 된다. 무모한 도전보다는 이룰 수 있는 소소한 도전을 시작하는 여유가 생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의 가장 큰 매력은 경험을 통해 풍요로워지는 자기 자신이라고 느낍니다. 내가 생각하는 풍요로움은 온화함과 관용,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것을 아는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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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6 0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7-08-06 07:15   좋아요 1 | URL
그래서 읽었지요.
읽다 좋아서 구입했지요.
저랑 동갑이시군요^^
조기입학으로 86학번이기는 합니다만^^ ㅎ

cyrus 2017-08-06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은 정말 좋은 치유제입니다. 책의 재미에 푹 빠지면 힘든 일이 잊어버립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책의 장점이 수면을 유도하는 일입니다. ^^

세실 2017-08-06 17:34   좋아요 0 | URL
이 책 일으니 50도 괜찮네요.
책은 정말이지 일거삼득은 되지요?
수면도 딩동댕~~~ 여러모로 훌륭합니다!

2017-08-17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9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9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04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주의 미국여행에서 돌아오는 딸을 기다리는 시간.
터미널 근처 서점에서 느릿느릿 책을 본다.
서점은 도서관보다 쾌적하다. 창가에 1인 책상과 의자를 두었다. 새책의 뽀송뽀송한 느낌이 좋다.
삼십여분의 여유가 마냥 좋다.
천천히 오렴.
시간이 없으니 솜털처럼 가벼운 책을 본다.
일본책은 유난히 가벼운 에세이가 많다.
책을 고를 때 저자, 출판사를 보지만,
오늘은 책 제목이, 표지가 마음에 든다.
공감하는 제목...
어쩌다보니 나도!

* 어딘가로 여행을 떠날 때, 조금의 여유를 두고 집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공항에 일찍 도착해서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을 정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풍경처럼 즐깁니다. 가져간 책을 펼칩니다. 약속이 있을 때는 그 사람을 떠올리면서 기다립니다. 지금부터 시작될 여행을 생각합니다. 설령 그것이 아주 짧은 시간이라고 해도. 조금의 여유에 시간이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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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7-29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보림이가 미국에 갔군요!
좋은 경험 많이 하고 오겠네요.

세실 2017-07-30 21:37   좋아요 0 | URL
잘 다녀왔어요.
주로 뉴욕이랑 캐나다...
현대미술관에서 고흐 자화상 보고 감동했다네요.

라로 2017-07-31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도착했구나~~~ 하! 시간이 넘 잘간다!! 두 책 다 표지가 참 맘에 드네~~~. 딸을 기다리는 엄마는 시인같고!!!

세실 2017-08-01 18:38   좋아요 0 | URL
그쵸?
지금은 다시 백수모드 보림^^
어쩌다보니 50살 좋아요.
요걸루 서평 써야지.
제 나이를 공개하는거죠.ㅎ
시인이라 꺅!

프레이야 2017-08-06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화상 특히 고흐 자화상은 바라보면 참 슬프죠. 보림양 혼자 다녀온거야요?
좋았겠다 ㅎㅎ

세실 2017-08-06 07:25   좋아요 0 | URL
친구들 넷이 다녀왔어요. 많이 즐기고, 보고, 느끼고 왔네요.
청춘이! 여유가! 부럽네요.
 
가짜 1등 배동구 - 박철범의 국내 최초 공부법 소설
박철범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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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도서관에서 공부 멘토 박철범 강연회가 열렸다.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에게 꿈을 키워주고 공부에 도움을 주고자 마련한 행사다. 방학임에도 2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했고 강사의 진솔한 이야기에 강연장 열기는 뜨거웠다. 행사 다음날 학부모에게 감사 전화가 왔다. 강연회에 참여했던 아이가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스마트폰을 엄마에게 맡겼고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 공부를 했단다. 엄마의 행복한 목소리에 힘을 얻는다.

 

강연회가 열리기 전 작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신작가짜 1등 배동구(다산지식하우스)’를 읽었다. 책은 소설의 형식을 빌려 구체적인 공부 방법을 제시한다. 주인공 동구는 전교 최하위권 성적에 꿈도 없다. 친구가 농담으로 동구를끝에서를 생략한 전교 1이라는 말을 흘리면서 곤경에 빠지는 상황으로 시작한다. 결국 동구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깨우치며, 꼴찌에서 전교 1등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저자는 경제적 어려움과 부모의 이혼으로 방황했던 청소년 시절을 여과 없이 소개했다. 친구들과 선생님의 무시, 좋아하는 여자 친구의 냉랭함, 자신만을 바라보는 할머니는 공부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되었다. 주인공 동구와 그의 친구 태걸, 윤서, 민제, 혜연을 둘러싼 오해와 다툼, 화해는 요즘 청소년들이 고민하고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공부법을 다룬 책답게 과목별 공부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예를 들면 ‘Apple'의 뜻이 사과라면 애플사과30-40번 정도 중얼거리면서 외우라고 말한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끊기 힘들어하는 학생을 위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컴퓨터를 거실이나 부모님 방으로 옮기며 컴퓨터를 쓰기 전에 미리 사용 시간을 계획하는 등의 방법을 제시한다.

 

그러니까 공부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절대 아무것도 하면 안 돼. 책상에 앉자마자 곧바로 눈앞에 있는 책을 읽기 시작해야 해. 그러면 신기하게도 하기 싫다는 생각이 사라져. 시작과 동시에 이미 뇌에서 마법의 호르몬이 나왔거든. 그때부터는 공부를 그만두는 게 더 힘들지.”

 

책상에 앉아 공부하기 전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계획을 세운다고 시간 낭비하기 보다는 바로 공부를 시작하라는 의미이다. 계획은 그날 해야 할 공부가 모두 끝난 뒤에 짜거나 휴일에 세우라는 내용도 인상적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공부 계획을 세우라고 하면 계획만으로 몇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한창 사춘기의 청소년들은 공부법에 대한 책을 보라고 하면 거부반응부터 일으킨다. 마치 어른들이 자기개발서를 거부하는 것처럼. 이 책은 소설처럼 몰입해서 읽다보면 어느 새 공부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시간 관리법, 시험기간 깨알 꿀팁까지 저자가 직접 체득한 공부 노하우를 아낌없이 소개한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뛰어났던, 초인간적인 힘을 발휘하는 막연한 위인의 이야기에 감동하지 않는다. 자신처럼 사춘기를 겪으면서 고민하고 방황하는 내 주변에 흔히 있는 동구 같은 사람이 위기를 극복하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은 성장기를 통해 공감하고 위로 받는다.

 

다행히 동구 주변에는 동구의 꿈을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기간제 교사지만 동구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나리선생님, 로스쿨 진학을 위해 학원 통근 차량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동구에게 힘이 되어 주는 용빈, 공부방의 곰쌤 등...

 

한명의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지역사회가 모두 함께 고민해야하는 의미이다. 좋은 책 한 권, 한 사람의 말 한마디가 아이를 변화시키고 밝은 미래를 선사한다. 도서관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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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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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소규모 독서모임이 꾸려졌다
. 부지런한 후배가 일을 벌였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책을 읽고 토론한다. 최근에 공지영의 신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해냄)’가 토론 도서였다. 젊은 후배는 이 책 어려워요.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가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어요한다. 나는 마치 작가를 대변하듯 이 책의 키워드는 공감, 연민, 희망이다. 할머니의 의미는 현 시대를 풍자한 것으로 부에 대한 일그러진 욕망과 생명 연장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13년 만에 공지영의 소설이 새롭게 출간했다. 이상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등 그동안 지면에 발표했던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소설은 작가의 삶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작가의 삶인지 구분하기 어려울만큼 민낯을 보여준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나이가 들면서 소설을 읽을때 그 안에서 내 모습을 투영한다. 나의 과거를 떠올리고, 나의 상처를 기억하고는 별 내용도 아닌데 꺼이꺼이 운다. 이 소설이 그랬다. 두 아이가 어릴 때, 내가 멀리 출장가면 아이들은 어김없이 아팠다. 제주의 푸른 바다를 만끽하거나, 유럽의 고풍스러운 도서관을 보며 자유를 누리려는 마음일 때 그랬다. 아이를 봐주는 시어머니와 남편을 원망했고 하필이면 그때 아픈 아이를 원망했다.

 

많이 공감했던 소설의 첫 글은 월춘장구. 월춘장구는 봄 길을 걸어갈 때 필요한 장비를 의미한다. 그래 봄을 맞이할때도 준비가 필요하지. “거기에 가고 싶다고 늘 생각하지만 나는 여기 있을 뿐이었다.” 라는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지인과 여행을 떠났던 저자는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에 한밤중에 지리산부터 서울까지 버스를 타고 한걸음에 달려온다. 아픔도 성장의 한 과정이지만 그 순간은 왜그리 힘들던지....아이가 아프다는 전화는 모성본능이 슈퍼급으로 발동한다. 작가의 월춘장구는 쓰기, 읽기, 웃기, 기도하기라는 말로 아쉬움을 대신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한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평생을 억척스럽게 돈만 쫓은 할머니와 유산에만 관심 있는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다. 주인공 나는 가진 것은 돈밖에 없다! 라는 농담이 어쩌면 돈 말고는 그렇게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을 수가!’ 라는 뜻에서 파생되었다고 생각한다. 할머니는 다른 사람의 죽음을 통해 목숨을 연명하는 다소 섬뜩한 소설이지만 주인공 를 통해 희망을 본다.

 

두 자매이야기 부활 무렵은 어려서부터 가난에 찌들었던 자매는 결혼 후에도 파출부를 하며 살아간다. 주인집 명품 핸드백을 훔쳐 경찰서에 간 동생 정례를 찾아가는 언니 순례. 다행히 그녀는 깜깜한 밤에 보이는 한 줄기 별 빛을 보는 눈을 가졌다. 순례는 말한다. "한번 살게만 해주면 어떻게든 사는 거거든. 한번 살게만 해준다면..." 언니의 넓은 마음과 이해심은 동생에게 살아가는 힘을 주겠지. 소설에 작가의 개인적 현실을 녹여내 자칫 자전소설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상처를 아무렇지도 않은 척 털어놓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위로 받았다

 

삶이 한 달 남았을 때 글을 쓰겠다는 작가는 글쓰기를 통해 힘듦을 이겨냈다우리 독서모임 회원들은 힘들 때 어떻게 이겨낼까를 주제로 토론했다. 어떤 이는 자신만의 동굴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객관화하면서 이겨낸다고 말한다. 다른 이는 여행, 사진을 통해 힘들었던 삶을 이겨냈다고 한다. 나는 힘들 때 책을 읽으며 타인의 삶을 통해 내 삶을 반추한다. 신영복님의 '담론'은 큰 힘을 준다. 공지영의 소설도 도움된다. 책 읽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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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0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6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0 17: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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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7 13: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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