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적 글쓰기 -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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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박사 서민교수와의 인연은 10년이 넘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에 블로그를 운영했는데 초창기에 번개 모임이 유행했다. 그때 그와 두어 번 만났다. 의과대학 교수답지 않은 소박한 옷차림에 배낭을 멘 모습은 지극히 평범했다.

만우절에는 블로그에 본인이 기생충에 감염되어 병원에 입원한 사진을 합성해 올렸다. 때로는 알라딘 블로거들이 주인공인 소설을 탄생시켜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다. 내 이름이라도 언급되면 기쁜 마음에 칭찬 댓글을 달았다. 하루에 한편씩 올라오는 그의 글을 읽으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어느 날 경향신문 칼럼니스트가 되고, 텔레비전 베란다쇼에 나오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가 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얼마 전에 충청북도음성교육지원청과 우리도서관이 공동 주최한 찾아가는 인문학 콘서트에 꿈과 노력을 주제로 강의 했다.     

   

서민적 글쓰기(서민 저. 생각정원)’의 키워드는 유머와 단순함이다. 책에는 미사여구나 어려운 단어가 없다. 2장으로 구성했는데 1장에는 그의 유쾌한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열등감이 많았던 어린 시절, 괴짜 대학생활, 저주의 책으로 표현한 소설 마태우스, 결혼이야기 등 소소한 일상 속 글쓰기를 담았다. 2장에는 어떻게 쓸 것인가를 주제로 옆집 아저씨가 이야기하듯 글쓰기에 대한 노하우를 들려준다. 본인이 겪은 시행착오와 다양한 실패 경험이 녹아있어 진솔한 이야기가 된다

 

저자가 추천한 글쓰기 지옥훈련 방법은 평범하지만 기억하면 좋을 내용이다. 노트와 연필 끼고 살기, 블로그에 글쓰기, 신문 읽기, 일기와 감상문 쓰기, 잘 쓴 다른 사람의 글 읽기 등은 글을 쓰는데 도움 된다. 쉬운 글쓰기 요령, 글 시작하기, 서평을 쓰는 이유, 서평의 금기 사항 등 실제적인 글쓰기 방법도 알려준다.

 

나도 매일 글을 쓴다. SNS에 짧은 글을 쓰거나, 알라딘 블로그에 서평을 남긴다. 글은 수시로 수정하며 다듬는데 장문보다 단문을 선호한다. 접속사, 부사, 형용사를 자제하면 담백한 글이 된다

     

서민교수는 알라딘 블로그에 마태우스라는 필명을 사용한다. 기생충 박사임에도 소설, 에세이, 글쓰기 책을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 편력이 부럽다. 가끔 일이 풀리지 않아 기분전환하고 싶을 때 그의 글을 읽으면 에너지가 생긴다. 그의 장점인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이는 겸손함을 기억해야겠다.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이라는 부제목에 눈길이 간다. 글쓰기는 사회에 관심을 갖게 하며 세상과 소통하면서 나를 성장시킨다. 글쓰기를 통해 내 삶을 위로 받고 긍정의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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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3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딸이 독서캠프 갔다가 서민교수님강의를 들었는데 무척 재밌었다고 하더군요!
저도 십수년? 전에 술일기를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직장생활 하면서 꾸준히 읽고쓰는 세실님에게서도 긍정에너지 팍팍 느껴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어요♡

세실 2016-05-04 15:38   좋아요 0 | URL
서민교수님 종횡무진 하시네요^^ 완전 스타~~~~
어머 쑥님 그리 오래 알라딘 계셨던 거예요? 그렇구나.
술 일기..한때 부리 서재도 운영하셨죠^^
늘 감사합니다.
오늘은 마치 불금같은 수요일....4일의 달콤한 연휴가 마냥 좋기만 합니다.
편안한 연휴 되세요~~~~~

blanca 2016-05-03 1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초창기 그 번개 풍경이 그려져 부럽기도 하고 멋지네요. 알라디너들이 주인공인 소설이라니 ㅋㅋ 너무 재미있었을 듯해요.

세실 2016-05-04 15:39   좋아요 0 | URL
그땐 번개가 유행이었어요. 서울 번개가 가장 왕성ㅎㅎ
충청 번개도 2위 정도? 마태우스님이 계셨기에 가능~~~~
제 이름이 나오면 어찌나 기쁘던지요. 알라딘이 마치 직장 같았던...참 따스하던 마을이었죠^^
편안한 연휴되세요~~~~

마태우스 2016-05-03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청타임스에서 보고 감사인사차 달려왔어요 뭔 칭찬을 이리 아름답게 해주십니까^^ 번개중 최고가 청주번개였죠. 비오는 날 천막 속에서 술마시던 그때가 생각나네요. 글구 좀 억울한 거... 제가 그때 입은 옷은 나름 메이커에요. 외모가 받쳐주지 않아서 허름하게 보이는 거죠^^ 암튼 감사드립니다

세실 2016-05-04 15:41   좋아요 0 | URL
아하 보셨군요^^ 제가 좀 아름다우니깐요....ㅎㅎ
전 노래방에서 늦은 밤까지 놀던 때가 생각나요. 똥광노래방이었죠?
푸하하 메이커 음.. 그러셨군요^^ 인정하겠습니다.
최근에 어쩌다 어른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마태우스님은 진정한 스타세요^^ 캬 부러워라~~~~~

2016-05-04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8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처럼 고요히
김이설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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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꽃 한송이 사서 거실 구석에 놓는다. 라넌큘러스, 장미, 튤립...모두 노란색이다. 어제는 지인 가게에 갔는데 문만 열려있고 주인이 없다. 전화 하니 장미 한송이랑 안개 많이 가져가고 이천원만 두고 가란다. 장미만 가져올까 하다 염치불구하고 안개도 조금 챙겼다.
삭막한 거실에 노란 장미 한 송이는 봄을, 여유를 느끼게 한다.

어제는 늦은 밤까지 이설님이 보내준 `오늘처럼 고요히` 를 읽었다. 예쁜 아이 둘을 키우는 야무진 엄마 김지님과 사회의 그늘을 여과없이 그려내는 소름 돋는 소설을 쓴 이설님은 마치 지킬과 하이드처럼 낯설다.
새로운 소설이 나올때마다 더 경악스럽고, 더 착잡하다. 우리 주변의 잔혹한 현실이라는 사실에 더 서글프다.
그저 `오늘처럼 고요히` 살아감에 감사해야할까?
그녀가 좀 더 편안한, 좀 더 따뜻한 소설을 쓸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열심히 사는만큼 보상이 따르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었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소소한 행복을 느낄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기를 바란다.

김이설, 김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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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6-04-24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꽃을 볼 수 있어 행복하시겠어요.

세실 2016-04-24 17:43   좋아요 0 | URL
꽃 한송이는 소소한 행복을 주네요^^ 딱 한송이!

꿈꾸는섬 2016-04-24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이설작가님 신간 나왔군요.
찜해둬야겠어요.^^

세실 2016-04-24 17:44   좋아요 0 | URL
음 마음 단단히 먹고 읽으세요^^
더 단단해지고, 더 음산한...

곰곰생각하는발 2016-04-24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개 너무 적게 가져오신 것 아닙니까? ㅎㅎ

세실 2016-04-24 17:44   좋아요 0 | URL
호호 제가 좀 에프엠입니다. 순간 오천원 놓고 와야하나 했답니다^^

수이 2016-04-24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제나 같은 꿈을 꿔요, 세실님_

세실 2016-04-24 17:45   좋아요 0 | URL
아 야나님~~~ 꿈 꾸면 이루어지겠죠? 야나문 그리워요^^

페크pek0501 2016-04-25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처럼 고요히` 살아감에 감사하겠습니다.

세실 2016-04-25 21:00   좋아요 0 | URL
딩동댕동 정답이세요.
참으로 현명하신 페크님^^
 

 

지금, 현재의 순간 내게 주어진 인생의 과제에 춤추듯 즐겁게 몰두해야 한다. 그래야 내 인생을 살 수 있다. 남의 이목에 신경 쓰느라 현재 자신의 행복을 놓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내가 아무리 잘 보이려고 애써도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니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이 글은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이미움 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 고가 후미타케 공저, 인플루엔셜)’추천사에 적은 저자의 인용 글이다.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 내용이자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현재 일본 아들러 심리학회의 카운슬러이자 고문이며 일본 최고의 아들러 심리학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책의 구성은 플라톤의대화를 모방한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체로 아들러 심리학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 썼다. 프로이트가 주장하는 심리학은 인간은 과거 경험(트라우마)에 의해 현재에도 영향을 끼치는데 아들러 심리학은 상반된다. 현재의 문제는 과거 경험이 아닌, 자신의 선택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프로이트 보다는 아들러 이론이 마음에 든다. 실제로 주위에서 어릴 적 불우한 가정환경이었지만 성실히 생활하는 사람이 있고, 자란 환경은 좋지만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문제는 물론 세상과 관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과제의 분리도 흥미롭다. 공부는 아이의 과제임을 알리고, 부모는 아이가 공부하고 싶을 때면 언제든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사를 전하면 된다. 두 아이를 키워보니 자신의 의지가 아닌, 강압에 못 이겨 하는 공부는 효과가 없다. 공부할 때를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저자는 행복이란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공헌감으로 규정한다. 가족이 함께 식사를 마치고, 다른 사람은 TV나 책을 보며 여유시간을 갖는다. 주부인 나는 설거지를 한다. 이때 화를 내기보다는 나는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남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실천해보라는 말을 한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행복의 조건으로 기억하면 못할 것도 없겠다. 나 혼자만의 희생을 외면하지는 않겠지. 우리는 가족이니까.

 

책을 읽는 목적중 하나는 타인의 삶을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새로운 다짐도 하게 한다. 언제 올지 모를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이 순간을 진지하게 살아야겠다. 자기계발서라는 편견으로 이 책을 그냥 지나칠 뻔 했다. 독서회 토론도서로 읽으며 생각거리가 많아 읽는 중간 호흡이 길었다. 청소년, 교사, 학부모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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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3-16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아보여요.^^

세실 2016-03-17 17:09   좋아요 1 | URL
늘 하루 늦게 댓글을 달지만 감사합니다^^
오늘은 잔뜩 흐린 날씨예요. 봄비를 기다립니다!!

2016-03-16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실님도 일하는 분이니까 설거지는 돌아가면서 하는 걸로ㅎㅎ

세실 2016-03-17 17:10   좋아요 0 | URL
어제 아침 남편에게 얘기했어요. 설거지는 좀 해주면 좋겠다.....
본인이 늘 하던걸로 알더라구요.
어제 저녁부터 하네요^^

cyrus 2016-03-16 1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면 조금 미움 받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집니다. 그런데 상대방으로부터 비난과 미움을 받고 난 후의 상황이 두려워서 쓸데없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하느라 바쁩니다.

세실 2016-03-17 17:15   좋아요 0 | URL
그렇죠. 진심은 통하니까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남에게 씌우면 더 나빠요^^
솔직하고, 진실한 사람이 더 많았으면 합니다. 뒤에서 남 험담하지 말고! ㅎㅎ

yamoo 2016-03-17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미움받을 용기가 왜이렇게 날개 돋힌듯 팔리는 지 도통 모르겠더군요. 전 개인적으로 별로였는데, (사실 대충 다 아는 내용이라...)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돼서 좀 많이 놀라고 있습니다. 넘 빨리 봐서 그런가..--;;

세실 2016-03-21 15:21   좋아요 0 | URL
이미 아는 내용이지만 신선한 자극이 되던걸요.
트라우마에서 좀 벗어날 수도 있고......
전 과제의 분리도 신선합니다만 자녀교육이론에 많이 쓰인다고 하네요^^
대부분 저처럼 독서수준이 낮아서....ㅎㅎ
 
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 윤동주 유고시집, 1955년 10주기 기념 증보판 소와다리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윤동주 지음 / 소와다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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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중국 길림성 용정시 인근에 있는 윤동주 생가 명동촌에 다녀왔다. 윤동주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아담하게 보존되었다. 인근에 문학관도 소박하게 자리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 청운동에 있는 윤동주문학관을 방문했다. 건물은 버려진 물탱크와 수도가압장 시설을 재건축해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물탱크 내부는 영상실로 만들어졌는데 외부에서 한줄기 빛이 스며듦이 마치 후쿠오카형무소가 연상된다.

 

어제 늦은 밤, 영화 동주를 봤다. 시를 사랑하고, 시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윤동주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형무소에서 고통 속에 스물아홉의 생을 마감한다. 흑백 영화 속 동주의 표정에 번뇌, 쓸쓸함이 묻어난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재조명한 사촌 송몽규와의 우정, 꽃 피우지 못한 아련한 풋사랑이 애잔하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성우의 시 낭송과 마지막 장면 속 형무소의 시리도록 눈부신 별빛, 그 안에서 쓸쓸히 죽어간 윤동주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영화의 내용과 시가 잘 어우러져 몰입도가 높고 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개봉관이 적지만 자녀와 함께 보면 좋겠다.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아들은흑백영화가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당시의 암담한 시대상을 잘 표현했고 몰입할 수 있었다는 말을 한다.

 

영화를 개봉하면서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재출간 되었다. 초판본은 1955년에 10주기 기념으로 발행했다. 시집은 초판본의 디자인과 글씨체, 제본을 고스란히 간직한 형태로 출간하였다. 우리에게 낯선 세로줄 글씨와 흐린 인쇄, 한자가 읽기를 방해하지만 덕분에 행간의 의미를 되새기며 읽게 된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면 영화 속 장면과 책의 내용이 오버랩 된다.

 

교토에서 먼저 귀향길에 오르는 사촌 몽규의 뒷모습을 쓸쓸히 바라보는 동주의 시선을 따라 자화상’이 낭송된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 갑니다//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엽서 집니다//도로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 집니다//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19399)

 

일제 치하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그는 아름답고 결 고운 서정시와 동시도 지었다. 별을 사랑한 순수한 문학청년 윤동주! 그의 안타까운 죽음에 잠시 할 말을 잊는다.

 

 

 

우리 애기는

아래발치에서 코올코올,

 

고양이는

부뜨막에서 가릉가릉,

 

애기 바람이

나무가지에서 소울소울,

 

아저씨 햇님이

하늘가운데서 째앵째앵.

 

 

겨울

 

처마 밑에

시래기 다래미

바삭바삭

추워요.

 

길바닥에

말똥 동그램이

달랑달랑

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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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2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03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걀부인 2016-03-02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제가 사는 곳이 바로 연길이예요. ^^ 지금은 윤동주생가가 돈냄새가 너무 많이 나죠.. 중국조선족작가 윤동주라는 글자도 슬프구요.

세실 2016-03-03 13:30   좋아요 0 | URL
그러시구나. 우리나라 분들이 많이 산다고 하더니 달걀부인님도.....반가워라^^
연길.....다시 찾을 수 있을런지요. 참 많이 안타까워요.

cyrus 2016-03-02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많이 늦었지만, 윤동주 시인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기쁩니다. 시인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되도록 쭉 오래 갔으면 좋겠습니다.

세실 2016-03-03 13:30   좋아요 1 | URL
맞아요. 지금이라도 이렇게 관심을 갖고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니 다행입니다.
책도 영화도 더 대박났으면 합니다.

서니데이 2016-03-02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의 문학관, 그리고 용정의 생가에도 다녀오셨군요.
잘 읽었습니다.
세실님,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세실 2016-03-03 13:31   좋아요 1 | URL
그래서 더 애틋합니다.
영화보면서 많이 슬펐어요.
참 순수한, 아까운 문학청년인데.......
커피 한잔 마시며 잠시 여유를 가져 봅니다^^

프레이야 2016-03-03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초, 윤동주문학관 두번째 탐방이었는데 함께해서 더욱 좋았어요. 영상물을 보며, 동주는 한번도 남을 탓하거나 흉보지 않았다고 증언한 몽규의 대사가 기억에 남아요. 그때도 그랬지만 두고두고 부끄러움에 몸둘 바 모르겠다는 생각이 짙어가고 ‥ 시를 쓴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어요. 3월인데 마음도 머리도 손도 더 얼어붙는 듯ㅠ 백두산과 용정에는 내년쯤 꼭 가봐야지^^

2016-03-04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04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3-04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세실 2016-03-04 21:50   좋아요 1 | URL
늘 감사합니다^^
푸짐한 간장게장정식 먹고 배 두드리고 있어용

이샤 2016-03-04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보고 참고로 댓글 남깁니다. 영화 동주 속에서 시를 낭송하는 목소리는 성우가 아니라 윤동주 역할을 맡은 <배우 강하늘> 목소리에요. 나레이션처럼 들리는 시 낭송은 모두 배우 강하늘이 직접 녹음했다네요. 목소리가 너무 좋죠? 성우라고 착각 할 만큼. ㅎㅎ

세실 2016-03-04 21:52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옆에서 부시럭거리는 두 남자땜에 몰입하지 못했거든요. 조만간 한번더 봐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ㅎ
 
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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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는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이 나온다. 행복을 극대화하고 자유를 존중하며 미덕을 기르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중에서 자유는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심리학자 김정운이 교수직을 그만두고 미술 공부를 위해 일본에 건너간 기사를 읽었다. ‘난 이제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한다. 만나기 싫은 사람은 만나지 않는다는 단호한 의사표현이 왠지 끌렸다.   

 

새해가 되면서 각종 모임을 정리하고 있다. 오랜 직장 생활과 자녀 양육으로 모임이 제법 많다. 모임에 함께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까 두려워 열심히 참여했다. 그러나 모임 후 늦은 귀가 길에는 허무함과 상실감만 커져갔다.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에 투자하려고 한다. 내가 재미있어 하는 일을 하고,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과 교류하며,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려고 한다. 때로는 개인주의자라는 원망을 듣겠지만 나는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를 선언하고 싶다.

 

현직 인천지방법원의 부장판사인 문유석의 저서개인주의자 선언(문학동네)’은 올해 내 결심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는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말한다. 합리적 개인주의자는 이기주의나 고립주의의 의미는 아니다.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선호하며 정해진 규칙을 준수한다. 다른 의견의 사람과 타협할 줄 알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를 추구한다.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더불어 사는 사회, 타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저자는 개인주의, 합리주의, 사회의식이 균형을 이룬 사회가 바로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사회임을 말한다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판사의 신분이지만 문학작품 읽기의 중요성도 이야기한다. 문학이 인간의 개별성, 예외성, 비합리성을 체험하게 해준다고 말한다. 우리가 경험한 것만으로는 수많은 비상식의 세계를 이해하거나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유연성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문학 읽기를 통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생각, 다양한 세상을 간접경험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개선할 힘을 얻는다

 

문학은 겉으로 드러나는 세계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숨기고 싶은 속내 깊숙한 곳을 파헤쳐 보여주곤 한다. 문학이 보여주는 인간 세상의 민낯은 전형적이지 않다. 작가들은 뻔하고 예측가능한 것에 관심이 없다. 그들은 충동적이고, 불가해하고, 모순 덩어리인 인간 마음의 꿈틀거림을 묘사하는 것에 몰두한다. 그리고 그 관찰의 주된 재료는 작가 내면일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마음을 스쳐갔던 온갖 미묘한 감정과 충동들, 질투, 선망, 욕정, 열등감, 우월감, 증오, 살의...... 자신을 주어로 하여 털어놓기는 어려운 날것의 내면적 충동들을 재료로 상상력을 가미하고 증폭, 변형하여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창조해낸다. p.154

 

 

마이클 샌델이 말하는 자유, 김정운의 단호한 의사 표현,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은 내용은 다르지만 개인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개인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불필요한 관심은 배제하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삶이 중요하다

   

지식기반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산업 구조가 이행한 사회에서 저임금 노동력을 제공하던 계층은 잉여인력으로 전락하고 만다. 같은 저학력이라도 지역사회 기반이 탄탄한 백인들은 사정이 낫다. 슬럼가 출신 흑인들은? 계속 슬럼가에서 살 수밖에. 가정 환경, 교육 환경 모두 열악한 상태에서 고도화된 산업 구조에 걸맞은 고급 노동력을 갖추는 건 어려운 일이다. 주변에 온통 마약밀매자와 갱단밖에 없는 상황인지라 좋은 롤모델 자체도 없다. 아메리칸 드림의 위기다.

미국정부 입장에서는 이들이 참 골칫거리일 거다. 사실, 정부 관료들이 휴머니스트들이어서 이들에게 사회복지라는 이름으로 많은 돈을 지출해온 것은 아닐 것이다. 이들이 궁지에 몰리면 살기 위해, 또는 자포자기 상태로 범죄와 소요로 사회를 공격하는 위협이 될 것이고, 이러한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는 다시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기에, 일종의 보험료에 해당하는 비용을 미리 지출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다시 경제 구조 내에서 제 역할을 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 기회, 노동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인데, 근본적으로 해결하기까지는 복잡한 난관을 거쳐야 해서 결코 쉽지 않다. p. 228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장이 와 닿는다.‘우리 하나하나는 이 험한 세상에서 자기 아이를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하지 못하다. 우리는 서로의 아이를 지켜주어야 한다.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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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1-27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마지막 문장 참 좋았어요!
:)

세실 2016-01-27 22:23   좋아요 0 | URL
아마도 이책 다락방님 서재에서 보구 읽은듯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간단 명료한, 임팩트있는 마지막 문장^^

수퍼남매맘 2016-01-27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에서 세월호 아이들이 떠올라 찡하네요.

세실 2016-01-27 22:24   좋아요 0 | URL
선장이나 선원들이 내 아이라는 생각만 했더라면... 여전히 원망스럽네요.

2016-01-28 1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9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9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30 0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30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31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6-02-07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야 행복해지죠, 그런 의미에서 불필요한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새해의 결심에 응원을 보냅니다.
저는 일찌감치 사그리 정리하고 원하는대로 살다보니 행복하기는 한데,
경제적으로 궁핍해지더군요. 그래서 어느정도는 사회생활을 위해
불필요한 관계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

세실 2016-02-10 09:13   좋아요 0 | URL
관계를 정리하면 경제는 피지않나요? 불필요한 만남을 자제하니...ㅎ
가끔 가면속 제 웃음이 싫을때가 있어요. 그런 모임 과감히 정리하고(벌써 1개 정리^^), 그 시간에 운동 열심히 해볼 계획입니다^^